6.
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그 아름다운 유부녀는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천천히, 확실히, 플로어링의 마루 위에 있는 먼지나 쓰레기를 빨아 들여 간다.
9월 하순이 되어, 약간 더위가 누그러져 온 것처럼 느껴지는 오전.
맑게 개인 하늘에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것처럼, 맑은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다.
전화 벨 소리였다?
청소기의 시끄러운 소리안에서 태희는 그 소리를 눈치챘다.
휴대폰의 벨소리는 아니다.
집 전화기의 벨 소리였다.
청소기를 정지시켜, 리빙의 구석에 있는 전화대에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흰 바탕의 롱 슬리브의 T셔츠에, 베이지의 반바지를 입고 있다.
「네, 여보세요?」
FAX겸용의 그 전화기에 표시된 번호는, 휴대폰의 번호같았다.
어차피 세일즈나 그런 종류의 전화일거야.
낯선 그 번호를 확인하면서, 태희는 전화를 받았다.
「아, 부인입니까?」
그 소리를, 태희는 빨리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실례지만····」
「저, 탁재훈입니다, 종신이의 소꿉친구····.
요전날은 정말 실례했습니다····」
태희는 단번에 몸이 긴장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져,
얼굴이 굳어져 버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재훈씨····」
말이 계속 되지 않는 태희에게,
통화중인 전화기의 남자는 계속 말을 이어가며 공격을 개시했다.
「종신이는 해외출장에 출발했습니까?」
그날 아침 일찍,
종신은 인천 공항을 향해서, 출발을 하고 있었다.
방콕행의 오전편을 타기 위해서 였다.
(어떻게 이 사람이 그런 일을······)
망설이는 태희는, 곧바로 요전날의 대화를 떠 올렸다.
「이번 목요일부터 일주일간, 동남아시아 출장이야·····」
식사의 한중간, 확실히,
남편이 그런 식으로 재훈에게 설명을 하고 있던 것을, 태희는 상기해 냈다.
「네, 예·······」
재훈의 지적에, 태희는 단지 그렇게 대답하고,
긍정의 반응을 나타냈다.
그리고, 생각난 것처럼, 곧바로 말을 더했다.
「저, 어떤 용건이신가요?. 저 지금, 조금 바쁘기 때문에·····」
그런 태희의 반응에, 조금 놀란 것 같은 분위기를,
일부러인것 같게 전화의 저 편에서 전하면서, 재훈이 대답한다.
「상당히, 반갑지 않습니까····.이렇게 다시 전화하고 있는데···」
「저, 끊을께요」
태희가 불쾌하게 전화를 끊으려고 했을 때였다.
「느끼고 있었던 것이지요, 부인」
재훈은 도발하듯이, 당돌하게 그렇게 말을 걸어 오고 있었다.
태희는 전화를 끊을 수도, 들고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안정부절 못하며,
몸이 굳어져 버렸다.
「내가 키스를 했을 때 말이예요. 그 때, 진심으로 느꼈었어요」
정중한 어조로, 그렇게 물어 오는 남자에게,
태희는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것을 깨달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남편이 보고 있는데, 키스만으로, 그렇게 느끼다니···.
더해 주었으면 했었겠지요?」
「그만두어 주세요, 이제····」
강경한 어조를 가장하면서,
태희는 자신의 마음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 간파 당해지고 있다·····.)
자신이 그날 밤에 느껴 버린 흥분, 번민하는 육체 안에서 타오르려
하고 있던 욕망, 그 모두를 이 남자는 알고 있다.
「설마, 내가 눈치채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요」
「·····」
「뭐, 좋습니다. 그런데 부인, 오늘은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도대체·····」
재훈이 돌연 화제를 바꾸었으므로, 태희는 조금 당황했다.
수화기를 꽉 쥔 채로, 태희는 전화기의 옆에 그대로 서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몸이 급속히 흥분되어 온 것 같다.
「갑작스럽지만, 부인, 오늘 밤, 그 쪽으로 방문해도 괜찮겠습니까」
엉뚱한 요청을, 그 남자는 주저 하는 일도 없이,
깨끗이 과감히 말해버렸다.
「네,,,,,오늘 밤, 말 입니까····」
「외람된 부탁으로 황송합니다만···.
사실은 가족이 오늘 밤부터 귀성하기 때문에, 집에 아무도 없어요,
이봐요, 내일부터 연휴로, 아이들도 휴일이잖아요」
확실히,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3일간의 연휴로 학교는 휴일이었다.
「그래서 또 부인과 천천히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오늘 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이 사람·····.)
태희는 생각을 둘러싸게 하면서도,
그의 요구가 너무나 이상한 것 임에 의혹을 갖을 필요는 없었다.
「저, 미안합니다만, 그런 부탁에는····」
태희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재빠르게 재훈이 말을 자르며 끼어 들어갔다.
「부인이라면 이해해 주실거에요.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는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어?」
(또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지, 이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는 태희에게 재훈은 뜻밖의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성적이 너무 좋으면,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거나 했던 적이 있었지 않습니까?
태희씨, 아닙니까?」
(나에 대해 알고 있다·····.그렇지만, 어째서······.)
입속이 말라 가는 것을 느끼면서,
재훈의 그 말에 유도되듯이, 태희는 바로 과거를 다시 회상해 버린다.
중학시절 무렵, 확실히,
클래스메이트들로부터 불쾌한 언동과 같은 말을 받은 적도 많았다.
「응, 매일 공부만 하고 있는 그리고.... , 태희는·····」
「그렇지 않아∼」
「거짓말하지마, 정직하게 말하면 되지 않아...」
「아니야, 다르다고, 정말, 그다지 하지 않았어」
「거짓말하지마, 그런 식으로 숨겨 버려서」
정기 테스트의 결과가 발표되어. 통지표의 배포가 될 때마다
태희는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발언을 받게된 것이다.
같이 놀자는 권유를 자신 혼자만 받지 않았던 적도 많다.
그렇게 씁쓰레한 기억이, 태희의 마음 속에 소생했다.
재훈의 지적은 목표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었다.
태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친구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의 괴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동정심 이상으로, 태희는 지금,
재훈에게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나에 대해, 무엇인가 조사라도 했습니까?」
태희는 직설적으로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쏘아 붙여 보았다.
「역시 생각한 대로군····. 왜냐하면 서울대학 출신이니까,
부인.그렇다면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군요」
잊고 있던 상처에 다시 접하게 된 것 같아,
태희는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따로 조사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동창회에서도 유명했어요, 종신이의 부인은 서울대 출신인것 같다고.
지금, 그것을 문득 생각해 냈을 뿐입니다···」
빨리 대화를 끝내는 편이 좋다.
태희는 이성이 그렇게 명령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러나, 수화기를 가진 채로, 남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부인처럼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한 번만 더,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인, 이것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 그렇지만, 그렇다면 요전날 벌써·····」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지난 번의 계속을 하자고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단지, 혼자서는 외로워서 식사라도 어떻습니까 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난 번의 계속····.)
재훈의 그 말에,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것을 태희는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 부인은 성실하기 때문에 다른 권유는 하지 않습니다.
쭉 진면목을 보아온 것처럼, 성실하게 지네오셨겠지요, 지금까지」
자신의 버릇을 다 안다는 것 같은 재훈의 말에,
태희는 머리가 뜨거워져, 점차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되어 간다.
「자녀분은 또 친가에라도 맡기면 되잖아요. 둘이서 천천히 보냅시다」
「아, 저, 곤란합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분위기를 감돌게 하는 재훈에게
태희는 당황해서 얘기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나의 제안에 동의 받을 수 있다면,
자녀분을 친가에 맡겨 주세요. 오늘 밤, 내가 방문하고,
만약 자녀분이 있다면····, 나는 그냥 돌아갈께요」
「 그렇지만····」
「성실한 부인이니까, 어차피 거절 당한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재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당분간 침묵했다.
배후에서는 거의 어떤음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하의 주차장인가, 아주 조용해진 엘리베이터 홀,
무엇인가 그런 장소로부터 전화를 걸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결코 무리는 하시지 않게. 어디까지나 나의 외람된 부탁으로부터,
물론, 무뢰하다고 생각 해도 좋습니다. ······그럼, 오늘 밤」
침묵을 찢듯이 재훈은 단번에 그렇게 내 뺕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꽉 쥐고있던 손에, 땀이 배여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태희는 천천히 그것을 내려놓고,
바로 옆의 식탁의 의자에 들어앉았다.
집단 괴롭힘에 대한 동정도 있고, 서울대학 출신의 부인,
게다가 훨씬 성실하게 살아 오셨겠지요······,
재훈의 여러가지 말이, 태희의 머릿속을 에코와 같이 소용돌이친다.
(안되요, 이런 이유를 모르는 권유에 응해서는·····)
단호히 거절할 것을 결정해 버린, 태희는 다시 재훈의 휴대폰에
전화를 하려고 했다.
전화기의 착신 이력을 조사해 그 번호를 표시시킨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거기서 또, 태희는 골똘히 생각해 버린다.
남편이 가담하고 있고 있던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
재훈을 어쩌면 좋은 것일까....,
떨쳐 내 버려.......
아니, 좋게 생각하고 그의 요구를 받아 들여......
요전날, 자신에게 키스를 시켜달라고 말하는,
그 불합리한 요구까지 받아 들인 상황이 아닌가····.
그렇지만···.
서울대학 출신의 진면목····.
그런 형용이 다시 태희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래, 훨씬 성실하게 왔다·····.
지난 29년간, 부모, 상사, 그리고 남편에 따르는 대로,
단지 성실하게 살아 왔다.
모험 등을 한 적도 없다.
좋아, 나는 이것으로····.앞으로도 쭉····.
「성실한 태희씨에게는·····.어차피 권해도 거절하겠죠」
중학 3학년, 고교 수험을 앞에 둔 겨울,
친구들과 모여 연말 영화에 가려던 친구들은,
태희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그런 대사와 방금전의 재훈의 대사가 겹쳐 버린다.
성실한 부인이니까, 어차피 거절하겠지요······.
자각하지 않는 채, 그 때의 태희는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몰리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재훈의 예측대로 였을지도 모른다.
수화기를 가진 채로, 태희는 단축 다이얼에 기억시켜 있는
번호를 호출했다.
상대는 곧바로 나왔다.
「아, 어머니? 미안해요, 지금, 괜찮겠습니까?
저, 정말 미안합니다만, 또 딸아이를 맡겨도 좋습니까····.
예, 갑자기 PTA의 회의가 생겨 버려·····,
예, 남편은, 오늘부터 또 출장으로·····, 네······」
남편의 친가에 전화를 하면서, 태희는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자신 마음속의 무엇인가가 마음대로 폭주해 나갈 것 같았다.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자신의 무엇이 그렇게 시키고 있는 것인가····.
괴롭힘을 당한 남자에게 한번 더 빚을 갚아 주지 않으면
이라고 하는 기분, 그렇지 않으면, 성실하게 계속 생활해 온 자신에
대한 반항심인가···.
태희는 눈치채지 못했다.
왜 그 남자의 방문을 자신이 허락하려 하고 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치즈, 훈제 연어에 간단한 샐러드라고 하는 안주로부터,
닭고기 요리, 돼지고기 등을 준비해. 테이블에 준비된 요리를 보고,
재훈은 솔직하게 칭찬의 말을 했다.
「부인, 이것은 너무 미안해지네요····」
「아니에요, 이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재훈과 시선을 주고 받을 것도 없이,
키친으로부터 요리를 테이블에 옮기면서,
태희는 그렇게 대답했다.
7시 전에 온 재훈은, 회사로부터 곧 바로 온 것 같았다.
짙은 감색의 슈트 차림의 그 모습에,
태희는 요전날의 거친 모습의 남자와는 또 다른 인상을 가진다.
「자녀분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네요·····」
현관으로 맞이하러 나온 태희를 응시해
천천히 나즈막한 어조로 재훈은 그렇게 말했다.
「먼저 말씀드려 둡니다만, 한번 더 보상을, 요구하시는 재훈씨의
의향에 따랐을 뿐이에요 다른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어떨까 다른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날 밤과 같은 스퀘어 프레임의 안경의 안쪽으로부터 자신을 응시해
그렇게 통고하는 태희에게 재훈은 대답한다.
「아니, 물론이에요. 그러나 오해란, 예를 들면 어떤 의미입니까·····」
「그것은 그······, 어쨌든 어서 들어오세요·····」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태희의 뒤에 이어,
재훈은 다시 그 집안으로 안내되었다.
캔맥주를 앞에 두고 마시면서, 재훈은 거의 말을 하는 것도 없이,
식사를 진행시켰다.
태희는 테이블에 앉기도 하며, 키친에 서 있기도 해,
둘이서 안정적인 식사를 즐긴다고 하는 분위기에서는
동떨어지고 있었다.
「부인, 어떻습니까, 이쪽에 앉으시는게·····」
윗도리를 벗은 재훈은, 얇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흰 와이셔츠의
버튼을 풀어, 엔지니어링색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
느긋하게 쉬는 모습으로 맥주를 마시면서,
키친에서 할 일이 없는 상태인 모습의 태희에게 그렇게 얘기했다.
어느 쪽이 초대를 하고 있는지,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판단할 수 없을 듯한 광경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결혼전, 남편 이외의 남자와 단둘이서 식사를 한 기억마저 거의 없는
그런 유부녀는, 지금, 남편이 없는 자택에, 다른 남자를 초대해,
손수 요리를 준비해 대접하고 있다.
한 번 밖에 만난 적이 없는, 거의 타인이라고 말해도 될 남자를···.
그러나, 입술을 거듭한 것은 있다.
그것도 몸이 번민할 정도의 농후한 입맞춤을····.
마음 속에서 여러가지 갈등을 안으면서, 태희는 자리에 앉아,
권유받는 대로, 맥주를 먹었다.
알코올을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냉정하게 있을 수 없는 듯한,
그런 기분이 되어 있었다.
「내가 어떤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해가 지는 시간이 자꾸 앞당겨지는 것이 느껴지는 9월의 하순.
8시를 넘어선 밖은, 이미 완전한 어둠에 둘러싸이고 있었다.
간선도로로부터 멀리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가,
종신과 태희 부부의 자택은, 밤이 되면 고요함만이 지배하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집안은, 밝은 조명에 감싸여 온화한 풍경이 전개되어야할 그 식탁에,
남자는 가장 어울리지 않을듯한 말을 꺼냈다.
「따로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일····」
관심 없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하는 태희에게,
재훈은 확실한 지성미 같은 것을 느껴 버린다.
태희는 그 날, 베이지색의 기하학적 모양이 베풀어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앞쪽에 버튼과 벨트가 붙어 있다.
팔꿈치의 끝까지 늘어진 소매는, 퍼프 슬리브라고 불려지는,
조금 부풀어 오르는 스타일의 것이다.
게다가 셔츠 드레스는, 그 아래에 숨겨진 유부녀의 아름다운 나체의
곡선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다.
재훈은 이 유부녀의 아름다움을 재차 인식해,
거기에 감도는 남자를 북돋는 매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서울대 출신이라고 하는 형용이, 재훈을 매료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밟아지거나 망쳐지지 않은, 아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편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는, 그런 매력적인 육체.
그러니까, 자신이 처음으로 맛보는 것을 상상했을 때,
엄청난 흥분을 느껴 버린다.
「나는 단지 친구를 갖고 싶었던 것 뿐이랍니다」
태희의 매력에 빠져있다는 생각을 둘러싸게 하면서,
재훈은 그 낡은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나는····.
아무도 나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인기있는 타입도 아니었고, 공부도 체육도 못했으니····」
조용한 그 저녁 식탁에, 툭 툭하고 말을 뽑기 시작하는
재훈에게 끌려 들여지는지, 태희는 아무소리를 할 수 없었다.
「부인은 책은 상당히 많이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음악은 자주 듣습니까?」
「음악 말입니까?」
재훈의 계속된 질문에, 그때까지 침묵을 일관하고 있던 태희는,
무심코 대답을 해 버렸다.
마치 그의 고백을 더 듣고 싶다고 바라고 있는 것 같이.....
「집단 괴롭힘을 받고 있었던 중학시절, 영국의 어떤 락 그룹을 좋아했어요」
「······」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그들의 곡에 말이야,
「마음에 가시나무를 가지는 소년」이란게 있습니다」
「마음에 가시나무를 가지는 소년·····」
팝송에는 문외한인 태희에게 있어서,
그것은 한번도 들은 적도 없는 곡명이었다.
「예. 그 가사를 들어보면, 확실히 자신에 대해 쓰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딘가 등지고, 쓸쓸한 사람인 한 소년은···」
이야기속에 빠져들도록 얘기를 진행시키는 재훈은,
그러나, 어딘가 요전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묘한 함정을 걸어 단지 자신의 입술을 탐낸 짐승과 같은 남자.
그런 모습이,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라는 것을·····.
태희는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친구를 갖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니까, 그 무리들은 점점 더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것을 명령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남자의 말에,
태희는 아무런 위화감 없이 받아 들여 버리고 있었다.
「학교에 팔러 오는 빵가게로부터 상품을 훔쳐오라고,
여자 아이의 급식비를 책상안에서 빼내라고···.
뭐, 여러가지 일들을 했습니다···」
그리워하는 음색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재훈에게,
태희는 본의는 아니었지만, 동정심이 끓어 오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담임 선생님이, 대학을 나온지 얼마 안된 예쁜 여자 선생님이었어요.
한 번은, 그 선생님의 자택에 장난 전화를 하게 한 적도 있었구····」
「····장난 전화?」
「예····.심야에 말이야.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선생님에게····. 터무니 없는 일을 한 것이에요···」
「·······」
어떻게 대답해야 좋은 것인지 몰라,
태희는 침묵을 지킨 채로, 테이블 위의 글래스를 쓰다듬고 있었다.
방안은 기분 나쁜 침묵에 지배되고 있다.
「지금도 그 무렵의 원한은 잊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도 불쌍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불쌍하다라니?····」
「예, 녀석들도, 이제 사회인으로, 아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쯤, 어떤 바람으로 다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완전히 후회하고 있지 않는 녀석이 대부분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음의 어디엔가는, 반드시 그것은 상처 자국으로서
남아있겠지요····」
「상처 자국····」
「예.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해도. 일생 동안 마음의 빚을 진 녀석입니다.
무엇이 계기가 되어 그것이 쑤시기 시작하는지, 그것은 모릅니다·····」
남편인 종신을 문득 생각했다.
그의 마음 속에도, 그런 상처가 있는 것일까.
남편은 과거의 행위에 대해 고민한 적은 있는 것일까.
「종신이는 단지 본궤도에 올라 주위에 편승한 정도입니다.
뭐, 놈은 아무것도 괴로워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남편을 걱정하는 태희의 염려를 간파했다는 것 같이,
재훈은 그렇게 말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조금씩 식사를 진행시키는 재훈과는 대조적으로,
태희는 거의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종신이가 이런 예쁜 부인과 결혼을 하다니····.
역시, 인생은 불공평 하네요, 처음부터···」
옛날 이야기로부터 자신으로 이야기를 옮겨지자,
태희는 심장 박동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결국은 그런 것을 말하고 싶어서,
끝없이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동정을 이끌어내는 내용으로····.
그런 생각이, 일순간, 태희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태희의 이야기에 만족했는지, 재훈은 또 맥주를 마시면서,
식사를 진행시켜 갔다.
음식 맛을 솔직하게 칭찬하는 그 모습에서는,
숨겨진 의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가 단지, 그 밤을 만끽하고 있는 것을 나타낼 뿐이었다.
9시를 넘어서고 있을 무렵으로부터,
태희는 몇 번이나 벽에 걸리는 시계 쪽에 시선을 해,
시간을 신경쓰는 표정을 보였다.
테이블에는 아직 식사가 남아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이미 거기에 손을 뻗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 마지막으로 디저트라도 준비해요····」
재훈의 눈 앞에 계속 앉아있는 기분 나쁜 상황을 회피라도 하는 것 같이,
태희는 그렇게 말하면, 유치원의 송영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반 엄마로부터
요전날 선물 받은 과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키친으로 갔다.
「부인, 미안해요, 화장실을 좀 쓰겠습니다···」
이 집안 구조는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듯이,
태희에게 장소를 묻지도 않고, 키친의 옆을 지나쳐,
재훈은 안쪽의 욕실에 인접한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것을 먹고, 빨리 돌아가 준다면······)
예상외로 아무것도 없이 끝날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면서, 태희는 과일을 깍기 시작했다.
마음속 어디엔가, 무엇인가 어딘지 부족한 듯한 감정이
싹트고 있는 것 같다.
(예상외로·····.나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한다 라고 상상했어·····).
기분탓인가, 얼굴이 희미하게 붉게 물들고 있다.
(무엇인가를 할 거가고 쭉 무서워하고 있었어?
그렇지 않으면 은밀하게 기다리고 있었어?)
(너는 성실하기 때문에 어차피 이런 일은 하지 않겠지·····.)
옛날이야기 때문인지 그런 친구들의 놀리는 말이,
태희의 머리를 또 둘러싸기 시작한다.
(왠지 이상해요, 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태희는 나이프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