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이가 봉투 하나를 아내에게 건네 줍니다.
“네 화대다. 첫 번째 화대지? 옷 한 벌 해 입어라”
“어마~ 오빤... ㄱ마워요~ 정말 좋아… 사랑해~요”
아내가 봉투에 뽀뽀를 하더니 바로 광석이에게 매달려 깊은 키스를 퍼 붇고 있었습니다. 화대라는 말과 그 후 아내의 행동에 화가 불 같이 솟았지만 저는 일어 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정직하게 말하면 화가 불 같이 났지만 일어 서 광석이의 멱살을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인 거 같습니다. 그저 술에 취해 뻗어 있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태로 보여지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저는 웨이터 둘의 부축을 받으며 광석이가 내 준 차 뒷 자리에 실렸습니다. 아내는 앞자리에 앉고 장미가 뒷자리 함께 앉아 제 머리를 자기 다리 위에 올려 놓고 있었습니다. 차가 출발 합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저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이어지고 끊어지는 내용이었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들은 말의 내용을 조합해 보았습니다.
“수정아. 너 그렇게 좋았니?”
“…”
“너. 좋아서 미치는 거 같더라”
“내가 그랬어? 언니?”
“응. 네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내가 오빠 눈을 막느라고 얼마나 애 썼는데”
“응… 좋았던 거 같아. 처음에는 너무 처절하고 힘들다 생각 했고. 그 다음은 너무 벅차다 생각 했고. 그 다음에는 도저히 거역할 수 없다라고 생각 했고, 다음은 이젠 끝났다. 돌아 갈 수 없다. 거기까지 가니까 도리어 마음이 편안해 졌어. 그리고 나중에는 너무 좋다 그렇게 생각 했지. 지금은 홀가분 하다 그런 생각이 드네”
“얘 그거 광석이 오빠가 준 거 얼마 들었어?”
“아~ 이거 어디 볼까?..... 우와. 백만원이닷”
둘은 제가 듣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 했습니다. 저는 차라리 그게 편하다 싶어 못 듣는 척 하고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필름이 다시 이어진 곳은 저희 집 문 앞이었습니다. 대리 기사가 저를 부축해서 막 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또 잠시 후. 저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아내와 장미는 바로 앞 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워낙 작은 아파트라 거실이랄 것도 없었지만 우리는 주로 그 자리에서 모여 앉아 의논을 하던 자리입니다. 거기서 하는 얘기는 같은 방에서 하는 얘기와 같이 잘 들립니다.
“너 그런데 콘돔도 안하고 한 거 알아?”
“응~ 알아. 그거 끼울 여유가 없었잖아”
콘돔. 아. 제가 정신이 팔려 콘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콘돔도 없이 광석이와 일을 치른 것이었습니다. 광석이의 정액이 아내의 몸 안에 있습니다. 입으로 받은 정액, 질구로 받은 정액. 모두가 아직 살아서 아내의 몸을 떠돌고 있습니다. 아내는 결혼 후에 자녀 계획을 위해 루프를 삽입하고 있어 임신의 걱정은 없습니다.
“그러게. 윤미가 여러 번 말 했잖니. 이왕 줄 거면 화끈하게 앞장을 서야한다구. 자기가 앞장을 서야 콘돔을 낄 여유도 생기는 거야. 오늘처럼 끌려 다니면 또 이런 일 생긴다. 주도권을 놓치면 이런 꼴 여러 번 난다구. 남자들은 한번 발기하면 자기가 콘돔 끼는 법 거의 없어.”
“언니, 근데 저이는 어땠어?”
“호호~ 기집애. 너 오빠를 신경을 쓰긴 쓴 거야? 전혀 신경 안 쓰는 거 같던데? 내가 오빠 시선 처리하느라고 아주 혼 났다”
“화 난 거 같아? 그런 거 좋아한다고 했는데”
“아휴~ 자기 마누라 내 놓고 좋아할 사내가 어딨니? 오빠가 나중엔 엉엉 울더라.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거지”
“언니… 겁 난다. 저이를 어떻게 다시 보나... 에휴~ 이렇게까지 하고 낼 모레 장사 시작해서 또 죽 쑤면 어떡 해…”
“히유~ 나도 그래. 꿈에 장사 대박 나는 꿈을 꾸긴 했는데. 말하면 꿈 날아 간다고 해서 말은 못하고 있지”
“내일 촬영 한다는 거. 홀랑 벗는다는 거야?”
“응. 그러니까 속옷 하나도 입지 말고 있으라고 하잖아. 요즘에 어디 가리고야 눈을 끌 수 있겠니. 연예인들도 홀랑 벗고 나오는데”
“언니는 몸매가 좋아서… 난… 에휴~ 가슴만 크네~ 호호호~”
“얘는 술집에선 가슴 큰 게 최고야. 호호”
여기까지 기억이 나고 다시 필름이 끊겼습니다. 일어나 보니 12 시가 가까웠고 제 옆에는 장미가 아직 자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오후 5 시에 박 선배와 촬영 스케줄이 있는 날 입니다. 또 오후 세시에는 새로 고용한 주방 아주머니 두 명과 광석이가 보내 준 섹시 바 종업원 두 명이 나와서 손을 맞춰 보는 일정도 있었습니다.
어제 마신 술로 인해 머리가 많이 무겁습니다. 안방 문을 열고 나서니 아내가 아침 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저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장미가 쓰던 방으로 모습을 숨깁니다. 저는 그 방으로 따라 들어 갔습니다. 아내가 머리를 숙이고 단정하게 앉아 있습니다. 뭔가 잘못한 아이가 야단 맞기를 기다리는 듯. 저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수정아 괜찮니?”
“…”
“괜찮냐고~ 아픈데는 없니? 난 그만 술이 너무 취해서…”
“자기… 미안해요. 흑흑… 미안해요. 잘 못 했어요.”
“뭐가..? 난 얼마나 흥분하고 좋았는 지 몰라. 수정이도 좋아하는 거 같던데… 아닌 가?”
“미안해요… 난 본래가 음탕한 여잔가 바요…흑흑…”
“그래 이런 일 하려면 본래가 음란한 여자인 게 더 좋아. 우리 아침 먹자. 너하고 장미는 미장원에도 가야 하고. 오늘 일이 많거든”
저는 아침 식사 후. 광석이 가게에 주차해 놓은 차를 찾아 술이며 안주 재료들이며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가게로 나섰습니다. 주간 장사에 필요한 음식 재료는 오늘이 일요일이라 구입하기 어려웠고. 대신 내일 새벽에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가게에서 술을 진열하고 공사로 문 닫기 전에. 또 그 전 주인이 영업할 때 손님들이 맡겨 놓은 술을 챙겼습니다. 술을 챙기다 보니 “서광석”이란 표지가 붙은 술이 보였습니다. 그 술병을 들고 저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을 돌아 밖에 쓰레기 통을 향해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나의 스트레스를 얼마간은 잠재워 주는 듯 했습니다.
새로 올 섹시 바 종업원 둘은 매우 활달해 보였지만 용모는 그리 훌륭하지 못 했습니다. 아무래도 광석이가 자기 집에 먼저 예쁜 아이를 넣고 싶었겠지. 그리고 남는 아이들이니 저희 집에 보낸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그만한 게 다행이라 여겨 집니다. 용모로 치자면 장미가 A 급. 수정이가 B 급. 그리고 새로 올 종업원이 D 급 정도 아닌 가 생각 됩니다.
종업원들과 청소를 하고 있는 사이 장미와 수정이가 가게에 들어 섭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들을 건넸습니다. 미장원에서 바로 온 것 같았습니다. 화사한 화장과 새로 한 머리가 그들이 입은 헐렁하고 긴 원피스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촬영으로 인해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둘은 속옷을 못 입고 지냈습니다. 피부에 고무줄 자국이 나면 곤란하다고 박 선배가 그렇게 주문한 겁니다.
종업원들은 내일 출근 약속을 하고 돌아 갔습니다. 둘은 방으로 들어 가 가운으로 갈아 입고 나왔습니다. 물론 알몸 위에 달랑 가운 하나만 걸친 겁니다. 타월로 된 희색 가운 위로 아내의 유두가 확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어 박 선배가 가게 문을 크게 엽니다. 조명 장비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박 선배는 같이 온 보조 한 명과 그 장비를 끌고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얼른 나서 도와 드렸습니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저를 부르시지요. 이거 땀을 많이 흘리시네요”
“아냐. 야긴 주차가 쉬워서 이만하면 고생도 아니야.”
박 선배가 씩씩 숨을 몰아 쉽니다. 장미가 찬 음료수를 들고 박 선배에게 권 합니다.
“어이~ 장미. 오늘 잘 부탁 해~”
“아이~ 선배님도… 제가 부탁 드려야지요~”
“어~ 김 사장. 자네 문 좀 걸어 주겠나? 아주 잠궈 버려”
“아~ 네”
이제 가게 안에는 저와 박 선배, 그리고 촬영 보조, 장미 그리고 아내 다섯만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광석이였습니다. 전번에 이어 오늘도 큰 화환을 들고 들어 왔습니다.
“아이고. 선배님 오셨습니까.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광석이와 박 선배는 서로 아주 친한 사인 듯 포옹을 하면 인사 했습니다. 이제 가게 안은 여섯 명이 되었습니다.
“어~ 나도 촬영하는 거 볼 수 있을까?”
광석이가 장미와 아내의 어깨에 양 팔을 걸치며 묻습니다.
“아잉~ 그럼요~ 오빠도 보셔야져~”
장미가 대답 합니다. 아내는 어제 일이 쑥스러운 듯.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있습니다. 얼굴이 달아 오르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여어~ 수정인 어제 잘 잤어? 오늘 무지 예쁘다~ 화장을 잘하면 이렇게 예뻐지나? 하하”
“아이~ 오빠도 놀리지 마세요~”
광석이는 아내의 엉덩이를 슬슬 어루 만지며 테이블에 뭔 가를 내려 놓았습니다. 전번에 얘기한 개 목걸이 두 개 였습니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던 거고. 모자라는 건 새로 사야 할 거야”
“어머 이거 넘 예쁘다~”
개 목걸이는 개 목걸인데 예뻤습니다. 박 선배는 보조와 함께 선정된 자리에 조명을 설치하고 돌아 왔습니다.
“자…자… 이제 시작 합시다. 모델들. 어디 몸 좀 보여 주세요”
남자들 넷이 모여 앉은 자리 한 가운데서 장미가 가운을 벗어 내렸습니다. 조각과 같은 장미의 몸이 환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 옵니다. 촬영 보조의 입에서 탄성이 나옵니다.
“어디~ 어디 보자…”
박 선배는 장미를 이리 저리 돌려 가며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를 보이게 찍어 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여기 털이 너무 없어. 밀었나? 이거 다 나올텐데 어쩌지?”
“하~ 선배님 다 나와야죠. 여긴 술집인걸요. 술집에다 걸 사진인데 다 나오면 좋은 거죠”
“헐~ 그런 가?”
광석이의 참견에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아니 어제부터 광석이가 하는 모든 것에 기분이 상하고 있습니다. 장미는 진열장 마네킹처럼 이리저리 돌려 가며 네 사내에게 보여 지고 있었습니다. 아내도 장미에 이어 똑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촬영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장미와 아내는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작업한 사진은 오늘밤에 수정하여 내일 인화를 하고 저녁 6 시 이전에 판넬을 만들어 가져 오기로 했습니다. 박선배는 술 한잔 하고 가시라는 권유에도 사진부터 챙겨야 한다면 서둘러 돌아 갔습니다.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저는 새벽부터 농수산물 시장을 돌아 가게에 도착 했습니다. 주방 아주머니들이 미리 나와 있었고 섹시 바 종업원들 역시 개업을 도와 주려고 나왔습니다. 광석이 가게의 에이스 윤미도 도와 준다며 나와 있었습니다. 저희는 전번 개업의 경험이 있어 낮 장사의 종업원을 미리 구해 놓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우리 식구들 만으로도 인원이 넘쳤으니까.
준비해 둔 코스프레는 메이드 복장입니다. 야한 차림은 아니지만 미니 스커트 타입입니다. 여자들은 모두 그 옷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번에 새로 구입한 웨이터 옷을 입었습니다. 가게가 한결 밝아졌습니다. 장미와 아내 그리고 윤미가 전단지를 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저는 상황을 보며 왔다 갔다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의 메뉴는 돈까스. 비프까스, 생선까스, 야채, 치킨까스 등등 까스 종류로 일원화 시켰습니다. 이것이 주방이 쉽고 전문화하여 재료 구입이나 조리에 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게 앞에 미니 스커트를 입은 늘씬한 세 여인이 전단지를 일회용 티슈와 함께 나눠 주기 시작 했습니다. 좀 특이한 복장에 키 큰 미인들이 나눠 주는 전단지라 그런 지 받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전번에 처음 개업할 때 제가 나눠 주던 전단지는 반 이상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좀 얘기가 달랐습니다. 어떤 행인은 이미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 와 전단지를 달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게에 넥타이 부대들이 들어 서기 시작 합니다. 잠깐 사이에 넓지 않은 가게는 손님들로 꽉 차 버렸습니다. 입구에는 자리를 못 잡은 손님들이 웅성 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손발이 안 맞는 종업원들과 주방. 그리고 저까지 가게 안에서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결국 전단지를 뿌리던 윤미가 가게로 합세를 하고 그도 모자라 아내와 장미마저 전단지 뿌리는 것을 중지하고 가게로 들어 왔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 갔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오후 다섯 시. 우리는 아무도 점심을 먹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또 저녁 장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누가 시작이랄 것도 없이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습니다. 조용한 눈 미소로 시작된 웃음이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하는 웃음으로 변 했습니다. 우리는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춤추며 그렇게 한바탕 웃었습니다. 일단 절반의 성공이 눈앞에 보입니다.
우리가 신경 쓰던 장사는 밤 장사 입니다. 주점은 밤 장사의 매상이 좌우 합니다. 낮장사는 거의 밤 장사를 위한 광고의 수단 쯤으로 여겼습니다. 아내와 장미의누드 사진도 시간에 맞춰 도착 했습니다. 박 선배가 사진과 큰 화환을 들고 직접 들렸습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 또 아내와 장미, 윤미가 밖으로 나섰습니다. 이번 복장은 세명 모두 똑 같은 옷으로 엉덩이 바로 아랫 부분까지 노출한 타이트 미니 스커트에 허벅지까지 오는 망사 스타킹. 그리고 가터벨트. 전형적인 술집 여인들의 복장입니다.
저는 아내와 장미의 누드 사진을 지정된 곳에 하나씩 걸기 시작 했습니다. 예술적인 감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리 예술 사진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 사진 속에 발가 벗고 있는 아내, 털이 거의 없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균열. 제가 사진을 걸면서 저 자신이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내만 포기하면 장사가 광석이네 가게만큼은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아니 알뜰하게만 꾸려 나간다면 그보다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여겼습니다. 내 빚도 갚고 처가의 빚도 갚고. 광석이에게 꾼 새 빚도 다 갚아 버리고 아내와 새로 시작하겠다는 행복한 꿈도 꾸고 있었습니다. 오늘 낮 장사를 봤을 때. 그것이 거의 손에 잡히는 듯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날 우리의 밤 장사는 그것과는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넥타이 부대가 몇 천원의 점심은 가볍게 먹어도 몇 만원이 넘어 가는 술에 대해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불경기로 인해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척박해 지고 살벌해 져 그야말로 모든 것을 벗어 던지지 않으면 바로 궁지에 몰리는 양상입니다.
가게 구석 자리에 박 선배 혼자 가게를 지키며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저는 웨이터 옷을 입고 있어서 박 선배와 마주 앉아 있기도 어렵습니다. 새로 온 종업원 둘은 제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저편에서 무슨 얘기를 하며 깔깔댑니다. 종업원이 뭘 알겠습니까만, 야속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장미가 손님을 모시고 들어 섭니다. 이미 상당히 취해있는 두 명의 손님입니다.
“이거 뭐야? 아무도 없잖아. 너 정말 대 준다고 그랬어. 네가 대준다는 거 맞지?”
“아이 오빠. 내가 대준다고 약속 했자나. 약속했음 대주는 거지 모~”
“십만원이야. 십만원. 우리 그것밖에 없어”
“알았어. 오빠. 오빠들 주고 싶은 대로 줘. 자~ 방으로 들어 가자. 들어 가서 놀자”
장미가 술에 취해 버둥대는 손님들의 팔짱을 끼고 손님들은 휘청 휘청 걸으며 방으로 향 합니다. 제가 손님들을 막아 섰습니다.
“손님. 일인당 20만원. 두 분이 40 만원입니다. 대신 잘 모시겠습니다”
“뭐야 이 새낀? 야 씨발 놈아 10 만원으로 다 정하고 왔어. 들어 오니까 40만원? 웃기고 있네. 이 새끼들 사기꾼 아니야?”
“손님. 죄송합니다.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손님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 대며 가게를 나갑니다. 장미가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장미의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장미의 어깨를 안아 주었습니다.
“오빠… 우리 망하면 어떡해. 난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데”
“지나가는 술 취한 사람 붙들면 보지도 않고 뿌리쳐. 뿌리치는 사람 허리춤 잡고 놀다 가세요. 놀다 가세요 할 수도 없잖아. 완전히 창녀되고 돈 다 말아 먹고. 아아앙~”
“장미야. 오늘이 첫 날이잖아 첫 날부터 잘되면 대박이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이야? 너무 초조해 하지 마. 조금만 기다려 보자”
아내나 장미 모두 하드코어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저희는 될수록 이미지 클럽으로만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또 가게 규모가 작아 큰 업체들이 하는 그런 것은 따라 갈 수가 없었고, 다만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하드코어 형식도 가능하다. 라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방금 들어 왔다 나가는 손님을 보니 하드코어를 전문으로 하더라도 이 업계에서 살아 남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은 벌써 밤 9 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가게 문이 열리며 손님들이 들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두 명입니다. 손님들의 뒤를 따라 수정이도 황급히 들어 옵니다.
“여~ 박 사장. 여기가 박 사장 아지트야? 개업집이네~ 하하…”
“어~ 어서들 와. 내 한잔 살려구 불렀지”
“세상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노랭이가 술을 다 산다고 하고 말이야. 하하하”
박 선배가 친구분들을 부른 모양입니다. 저희가 하도 헤메고 있으니 보기가 딱했던 거 같습니다. 처음 계획에는 지금 이 시간이면 지금 아내나 장미, 윤미 정도의 복장으로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워낙 손님이 없어 두 명의 종업원은 이미 심야 복장. 즉, 꼭 가려야 하는 곳만 가린 복장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장미의 손을 잡고 뒷방으로 갑니다. 윤미도 바쁜 걸음으로 뒷방을 향 합니다. 윤미는 오늘 광석이의 배려로 저희 집에서 개업을 도와 주고 있습니다. 셋이 심야 코스프레로 갈아 입고 나오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아내와 윤미가 먼저 나오고 장미는 화장을 고치고 뒤 따라 나왔습니다.
세 명의 복장은 그야말로 알몸에 가까운. 더 이상 노출할 수 없는. 아니 다 벗은 것 보다 도리어 더 야한 그런 복장입니다.
“여~ 여긴 정말 화끈하구먼. 언니들이 알아서 벗고 나오네~ 하하…”
“그러게. 박 사장이 자기만 좋은 곳 찾아 다니나 보군. 이 친구 그렇지 않게 봤는데. 영~ 아니올씨다네~ 이런데 있으면 같이 다니는 거야. 그게 친구지... 크크큭~”
비교적 점잖은 농담들이라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습니다. 박 선배는
“하하… 그래서 내가 불렀잖아. 장미야 인사 드려라. 여기 내 사진 동호회 친구들이다. 장미는 여기 사장이고”
“안녕하세요~ 장미에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장미가 자기 명함을 정성껏 두 손님께 드립니다.
“어? 사장님? 사장님이 직접? 하하… 이거 원~ 대단한 사장님이시네~”
박 선배는 분명 아내에 대한 적당한 호칭을 찾지 못했던 거 같았습니다. 갑자기 반말을 할 수도 없고 존댓말을 하자니 친구들 앞에서 어색한 듯 했습니다. 아내와 장미. 윤미는 그 복장으로 손님들 옆에 하나씩 붙어 앉아 술을 따릅니다. 아내의 유두가 자꾸 밖으로 삐져 나와 신경이 쓰이는 듯 했습니다.
“어~ 이게 박 사장이 찍은 작품이라고~ 음… 중간 톤을 좀 살리지 그랬어? 사진보다도 모델이 좋구먼. 요즘 모델들 얼굴 노출도 안 된다. 음부 노출도 안 된다. 참 나~ 이렇게 얼굴도 반듯하게 나오고, 가리는 거 없으면 얼마나 좋아~ 미인이네… 이 모델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일세~ 좋구먼... 음… 좋아. 혼자만 쓰지 말고 나도 좀 소개해 주라.”
사진동호회라 그런 지 바로 화제가 바 스텐드에 걸려있는 장미의 사진에 쏠렸습니다.
“허~ 참 사람두~ 벌써 소개해 줬는데 딴 소리하는구먼”
“뭔 소리? 언제 박 사장이 모델 소개 했다고 그래?”
“자~ 여기 장미 사장님. 소개 안 해 줬어? 하하하…”.
“어? 어… 정말이네…”
두 손님은 적잖이 놀라는 듯 했고 장미의 얼굴은 붉어져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모델은 이 아가씨구먼.”
이번엔 아내의 누드를 보며 아내와 얼굴을 맞춰 보고 있었습니다.
“햐~ 이거 오늘 술 맛 제대로 나겠다. 술 마시자.”
나 상무라 불리는 손님이 아내의 허리를 감았습니다.
“아냐…아냐. 여기선 노타치. 손대면 안되는 거야.”
“아니 이런 발가 벗은 미인을 두고 손을 대지 말라니. 그거 말이 되는 소린가 어디”
“이런~ 이사람. 이미지 바를 가 본적이 있어야 알지. 손 댈려면 저기. 방으로 들어 가. 방에선 해 달라는 거 다 해 준다구. 하하하…”
“에이~ 이거 박 사장이 낚시질 하는구먼. 방은 비쌀텐데… 에이 모르겠다. 낚시 밥 한번 물어 보자… 하하하…”
손님들이 일어 나 방으로 향 합니다. 박 선배는 윤미를, 나 상무는 아내를 그리고 차 사장이라 불리는 사람은 장미를 안고 있습니다. 저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마시던 술상을 쟁반에 옮겨 그 뒤를 따랐습니다. 나체에 가까운 내 아내가 가슴 골 가운데로 나 상무의 팔을 잡아 끼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테이블 세팅을 마치고 저는 허리 굽혀 인사 드리고 방을 나섰습니다. 방안에 아내를 남기고 그리고 아내와 즐거운 시간 되시라고 그렇게 인사 하고 나오는 제 마음이 그렇게 구차할 수 없었습니다. 천정을 보며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노래방을 틀었는 지 방안에서 음악 소리가 나옵니다. 귀에 익은 음악. 광석이의 가게에서 들었던 신고식 음악 입니다. 지금쯤 아내는 몸에 남은 나머지 모든 허물을 벗어 내고 있을 겁니다. 다시 가게 문이 열립니다. 이번엔 네 명의 손님입니다.
“어이~! 여기 방 있냐?”
“어서 오십시오. 네…네.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는 나머지 한 방에 네 분을 모셨습니다.
“어 여기 일단 기본으로 가져 오고. 수정이 있냐? 수정이 들여 보내 주고. 알았지? 다른 아가씨는 가만있자. 내가 다른 언니들은 모르는데 쵸이스 할 수 있지?”
“아~ 네. 잠시만.”
큰일 났습니다. 아내는 이미 방에 들어 가 있고, 더구나 쵸이스까지 한다고 합니다. 들어 갈 수 있는 여자는 하나도 없는데 쵸이스까지. 저는 보도방으로 전화를 할까 하다 아무래도 광석이가 좋을 것 같아 서둘러 광석이에게 전화 했습니다.
“그래? 알았어 네 명이니까 쵸이스 하려면. 그래 세 명씩 세 번 넣어 줘라. 열 명 보낼께. 그 보다 수정이를 빨리 그 방에서 빼서 들여 보내야 해. 그래야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그리고 너는 기본 가지고 들어 가서 무조건 술병부터 따는 거야. 알았지? 수정이는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하고 말이야.”
광석이의 가게는 바쁘게 걸으면 5 분. 천천히 걸어도 10 분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광석이는 선선하게 협조해 주었습니다. 월요일이라 그 쪽도 좀 여유가 있는 듯 했습니다.
저는 방에서 아내를 빼내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화 왔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무조건 닥치고 보는 수 밖에 없는 듯 했습니다.
“똑똑똑…”
방 안에서는 음악 소리만 들릴 뿐 응답이 없습니다. 유흥 업소의 문은 걸쇠 장치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노크 합니다.
“똑똑똑…”
역시 응답이 없습니다. 저는 살며시 문을 열었습니다.
“꺄악~!”
방안에서 비명 소리가 났습니다. 문 쪽을 보고 있던 장미였습니다. 아내를 포함한 여자 셋은 모두 테이블에 올라가 자기 파트너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납죽 엎드린 자세 그리고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높이 쳐든 상태입니다. 나 상무는 아내의 항문 아래 균열을 벌리고 아내의 속살에 손가락을 넣고 있었습니다. 이른 바 온몸탐험입니다.
아내의 눈이 저와 마주쳤습니다. 아내는 눈을 지긋이 감아 버리고 고개를 애 써 다른 방향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에이~ 노크 좀 하지… 왜?”
저는 박 선배에게 귓말로
“수정이를 급히 좀 빼야 하는데요. 어쩌죠?”
박 선배는 그 말을 듣자.
“수정아 네 오빠가 몽둥이 들고 너 잡으러 왔단다. 얼른 나가바라”
아내는 영문을 몰라 급히 테이블에서 내려 와 밖으로 나왔습니다. 뭔 가 불길한 예감인 듯.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
“옆방에 너 찾는 손님이 왔어. 얼른 옷 입고 들어 가 봐. 여자들은 광석이가 보내 준다고 했는데”
아내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있는 옆 방으로 들어 갔습니다. 다시 제 물건에 신호가 오기 시작 합니다. 불뚝불뚝 거리며 바지 위에 그 형상을 드러 내고 있었습니다. 개만도 못한 인간. 저는 속으로 저를 책하고 있었습니다. 곧 이어 광석이가 열명 정도의 여자들을 이끌고 들어 섭니다. 모두 바바리 같은 가벼운 긴 옷을 입었고 그들이 그걸 벗자 바로 홀 복이었습니다.
“희정이 너는 이방에 들어 가. 손님이 화 났을 지 모르니까. 잘 해야 해.”
광석이는 자기 집의 또 다른 에이스 희정이를 방금 아내가 나온 방으로 들여 보냅니다. 물론 제가 먼저 들어 가 사과 드리고 앉혔습니다. 그 방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테이블 위에 장미와 윤미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바로 그 방을 나와 이번에는 광석이가 세 명씩 짜 준 팀을 정리하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어이~ 들어 와”
제가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이미 아내는 두 손님 사이에 끼어 다 벗겨 진 상태입니다.
“쵸이스 들여 보내겠습니다”
저는 꾸벅 인사를 하고 세 명씩 방안에 일렬로 세웠습니다. 정면 측면 후면. 그리고 브라를 올려 유방 보이며 전면, 팬티 내려 엉덩이 보이며 후면. 이 세 명 중에 쵸이스는 없었습니다. 그 다음 세명. 거기서 한 명이 선택. 마지막 세 명 중에 다행히 두 명이 낙점 받았습니다.
참. 장사 치고는 더러운 장사입니다. 더러운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도 못 벌고 더럽기만 한 거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