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사람의 도우미가 더 해져, 방의 시끄러운 높아진 분위기에 조금
익숙해졌을 무렵, 이영하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오후 9시를 넘었을 무렵이었다.
"여러분, 분위기가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 이제 2차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2차라니?... )
그 제안의 의미를 나는 잘 몰랐다.
박용하는 미소를 띄우면서, 말없이 이영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영하는 내 쪽을 보고, 설명을 시작했다.
"남편분, 우리는 이대로 여기서 마십시다.
그리고 박용하부장님과 사모님은, 남편과 같이 있으면
불편하실테니, 자리를 옮겨서 한잔 하실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데, 괜찮으시죠"
"어, 우리는···"
나는 일순간, 말에 막혀 버렸다.
"예. 오늘은 접대이기 때문에.
조금은 두분만의 시간도 만들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이영하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단지 일방적인 통고를 하는 것 같이 말했다.
"자네들은 여기서 분위기를 북돋워 줘야지.
아직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아, 충분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이영하는 도우미들에게 그렇게 얘기하자,
두 여성은 기쁜듯이 환성을 질렀다.
이영하의 파트너인 유미는, 여전히, 상반신 속옷차림이었다.
"그럼, 박용하부장님, 귀찮으시겠지만, 장소를 옮겨 주세요.
이미 프런트에 말해, 안주나 술은 저쪽에 준비시키고 있을테니까"
어느새 이영하는 그런 준비를 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나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래도 사장님, 제가 자리를 옮기는게 좋겠죠"
박용하는 천천히 일어서, 유카타를 정돈하면서,
이영하에게 말했다.
"자, 한성주씨, 잘 좀 부탁해요"
"사장님····, 우리만 장소를 바꿉니까···?"
이동을 재촉하는 이영하에게,
아내가 조금 불안한 시선을 던지면서 물어 보았다.
"그것이 접대예요, 성주씨. 부디 부탁해요.
어서어서, 가 주세요"
이영하는 아내의 질문을 얼버무리는 것 같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 현관까지 따라 가, 문을 열어 주었다.
무엇인가, 이영하에게 물어 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난번 융자의 건, 아내를 채용해 준 일,
그리고 여행에 초대되고 있다고 하는 입장····.
이영하에게 지고 있는 여러가지 빚이 나를 덮쳐와,
행동을 제약해 왔다.
"그러면, 가시죠, 박용하부장님···"
아내는 격의을 잦춰 박용하에게 그렇게 권하면서,
나에게는 "나중에 봐" 라고 작게 얘기하고, 그대로 박용하를
따라 방을 나가 버렸다.
아내도 평소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마셔,
조금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기분을 정리할 수 없는 채, 느낌이 좋지 않은 취기를 안고
그 방에 남겨졌다.
옆에 앉는 케이가, 말없이, 내 빈 글래스에 맥주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