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 (23/150)

17.

"어?"

남주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온화하고 신사적인 종국의 입에서 터져나온 그 요구는, 

남주에게 있어서 너무나 뜻밖의 것이었다.

"그 블라우스를 여기서 벗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시 식사를 진행시키고 싶습니다만, 무리일까요"

종국은 전혀 주저 하는 일 없이, 약간 냉철한 말투로 그렇게

남주에게 말했다.

그 표정에 특별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남주는 가만히 그렇게 말한는 종국을 응시했다.

"아니, 부인,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김종국씨의 기분을 헤아려 주세요.

  지금 김종국씨는 외로워요. 어떻게든 위로해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도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사장이 김종국을 보충하는 것 같이, 재빠르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했다.

맨션의 밖의 고요함이, 지금 이 방안 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예감 시킬 것 같은, 그런 침묵이 세 사람을 찾아왔다.

남주는 너무나 곤혹스러웠다.

침묵하고 있는 동안, 심장의 고동이 급속히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런 일은 다시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떨게든 반론해야 한다.

그렇게 불합리한 요구에는.....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남주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거절하는 것을, 

남주안의 무엇인가가 말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남주는 열심히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다.

자신의 멋대로의 행동이 김종국에게 폐를 끼쳐 버린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해 주고 싶었다.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블라우스를 벗으라니, 그런 일을, ····.

마음 속에서 갈등하는 남주에게

"부인, 김종국씨에게 조금은 위로를 해 주어애 하지 않겠어요.

  부인쪽은 그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지도 모릅니다만"

라고 사장이 결단을 재촉하는 것 같이 얘기했다.

사장은 테이블에 야무지지 못하게 팔꿈치를 대고 맥주의 글래스를 한 손에 들고, 

옆에 앉는 남주를 웃음을 띄우면서 보고 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토지를 양보해 준 것은 김종국씨의 결단입니다.

  조금은 응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치만····"

남주는 침묵을 지키고, 단지 아래를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어 잡으면서, 또 종국을 가만히 응시한다.

종국은 그런 터무니 없는 요구와는 정반대로, 

변함없는 진지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부인, 미안해요, 이런 이상한 요구를 해 버려서···"

"····"

"그러나 오늘 밤에 나는 토지계약 건을 완전히 잊어 버리고 싶습니다.

  제멋대로 일지도 모릅니다만, 도가 지나치는 부탁이라도 하고 싶군요.

  그것이 여러가지 인내를 거듭해 그런 결정을 내 버린 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도 빨리 다시 원상태로 돌리고 싶어요"

김종국은 남주를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김종국씨를 몰아넣어 버렸던 것도, 

  부인의 이기적인 욕심 탓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일방적인 말이었지만, 그런 사장의 말이 남주의 마음에 날카롭게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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