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마을에서 이상한 느낌 못 받았나?”
아귀는 눈을 감은 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특별히 누구를 지칭해서 물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의 두 사람은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즉각 대답이 나왔다.
“지는 못 받았는디요? 넌 무슨 느낌 같은 고럼 받았냐?”
“저도 별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대답에 아귀는 눈을 스르르 뜨며 창밖을 보았다. 그가 느낀 것은 분명 살기였다. 그도 조직 생활에 잔뼈가 굵은 터라 실전 경험도 많았다. 특히 타 조직의 중간 보스 급부터 얼마 전 자신이 모시던 큰형님까지 일대일을 통해 수많은 실전 경험을 해왔다. 그가 특별히 어떤 무술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고유한 무술을 개발했다. 그러면서 고수들과 대련을 통해 살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을 습득하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살기를 조금 전 출발한 마을에서 느꼈던 것이다.
‘분명... 고수의 살기다...’
그러나 그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그 정도의 살기를 뿜을 고수라면 그런 살기를 일부터 뿜을 바보는 없었다. 오히려 고수들은 자신의 살기를 숨기고 결정적인 찬스일 때 일순간 살기를 뿜어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그가 느낀 살기는 오히려 자신을 볼 수 있으면 보라는 식으로 아무 숨김없이 뿜어낸 것이다. 사실 그것은 민혁이 일부러 한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싸워야할 상대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가늠하는 방법 중에 직접 부딪치지 않으면서 알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귀는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었었지만 이내 자신의 내공을 조절하며 참았다.
아귀는 적어도 그 살기를 뿜은 자가 적이라면 자신의 정체는 숨겼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적은 긴장을 풀고 덤벼올 것이다. 그것이 그의 최대 실수였다는 것을 모른체...
끼익...
어느새 별장 앞 철제 출입문에 승용차가 섰다.
“야! 큰형님이시다. 문 열어!”
철컹 소리와 함께 스르르 문이 열리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사내가 어느새 출입문 옆에 섰다.
“오셨습니까? 큰형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사내는 차량이 지나가고도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출입문은 열릴 때와는 반대로 스르렁 철컹 소리를 내며 잠겼다.
“오셨습니까? 큰형님”
별장 현관 앞에 일렬로 늘어선 사내들이 일제히 다가오는 차량을 향해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승용차가 정지하자 조수석에 있던 사내가 신속히 움직여 뒷좌석 문을 열었다. 아귀가 조용히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예요새도 따로 없는 명당이었다. 그러나 그런 만큼 공격도 어렵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탁 트인 주변 때문에 별장에 접근하는 무엇이든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침입하기로 마음먹은 고수가 있다면 벌판에 우뚝 선 별장은 쉽게 공격당할 것이다.
“주변 경계를 강화해! 니들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가면 보고해!”
아귀는 마을에서 느낌 살기가 마음에 걸렸다.
“옛! 큰형님.”
사내들은 아직도 예의 그 자세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아귀가 집안으로 사라져서야 자세를 풀고 본인들의 구역의 흩어졌다. 그렇게 많던 사내들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별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풀밭에 민혁이 전방을 주시하며 움직이는 듯 안 움직이는 듯 낮은 포복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일단 적어도 10명은 넘겠군.’
좀 전에 보스로 보이는 자가 별장으로 들어갈 때 사열 나온 사내들의 수를 세었다. 출입구에서 본 1명과 사열에 선 9명, 그리고 분명 집안에도 몇 명은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 사내들로 봐서는 꾀 혹독한 훈련을 거친 정예들로 보였다. 그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민혁은 알고 있었고 이런 벌판에서 그냥 이동한다면 금세 그들의 눈에 띠일 것이다. 1KM 정도를 이런 낮은 포복으로 이동한다면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 사이 그녀들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 그는 뱀이 미끄러지듯 천천히 풀잎의 흔들림 없이 이동했다.
**************
아귀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현관에서 5명의 사내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의 인사 방식대로...
“음... 그래 잘들 있었나?”
아귀가 거실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늘 그의 질문은 어떤 대상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정해져 있는 듯 질문에는 반드시 대답이 나왔다.
“넷! 큰형님.”
중간 보스로 보이는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아귀에게 한발 다가서며 조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후보는 저쪽 방에 묶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식사를 넣었습니다만 먹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는 이쪽 방에 감금하고 1차로 6명에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네.. 형님.. 지가 일착으로다가 맛을 보았는디요... 허벌러게 쫀득허니 참말로 맛나부렀당게요..”
뒤에 있던 거구의 사내가 아귀에게 다가서며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참견했다. 그는 굽실거리며 뭔가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아귀의 눈초리에 찔끔 벌린 입을 닫아야 했다.
“너희들... 그동안 고된 훈련 받느라 고생해서 포상을 준거다. 이번이 너희들에겐 마지막일이지 모를 테니... 나머지는 3명씩 들어가고 경계를 더욱 강화해.”
이들은 아귀가 키우는 정예병들이었다. 그동안 산속을 돌며 서바이벌식 훈련으로 처음 시작할 당시 50명으로 시작했던 인원이 지금은 고작 15명으로 줄어 있었다. 15명에 속하지 못한 인원들은 이미 전국 야산 곳곳에서 동물들의 먹이가 되었거나 땅에 파묻혀 더 이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남은 15명은 적어도 일인당 3명의 동료들을 죽였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한 솥밥을 먹던 동료였더라도 죽여야 했다. 그들은 그렇게 살육을 위한 병기로 훈련되어 있었다.
다부진 몸집의 중간 보스가 3명을 호출해 지은이 있는 방으로 들여보냈다. 오전에는 거구의 직속들 6명이 근 2년 만에 여자를 안았다. 다부진 몸집의 사내와 그 직속들의 차례였는데 보스는 3명씩으로 인원을 줄였다. 적어도 3시간은 걸려야 그도 여자를 탐닉할 수 있었다. 그는 거구처럼 자기 속을 먼저 차리고 부하들을 챙기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항상 좋은 것은 부하들을 먼저 챙겨주고 자신은 항상 마지막에 챙겼다. 그 점이 아귀는 마음에 들었다.
아귀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혜령이 묶여있는 방으로 향했다.
딸깍...
혜령은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터라 방문이 열리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흠... 박혜령이라고 했던가?”
“....”
아귀는 침대에 눕혀져 묶여 있는 혜령의 육체를 쭉 훑어보았다. 30대의 그 농염함과 20대의 풋풋함이 그녀의 몸에서 풍겼다. 치마 사이로 보이는 다리의 각선미나 그녀의 블라우스를 터뜨릴 정도의 탱탱한 가슴, 움푹 들어간 허리라인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거.. 그 늙은 여우한테 주기는 너무 아까운데...’
아귀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혜령에게 손을 뻗쳤다. 혜령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손길에 흠칫 놀라며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었다.
“이러지 마! 난 국회의원 후보야. 난 건들면 어떻게 되는 줄 알겠지.”
혜령은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 소리쳐야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의 부질없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이 자신의 팔뚝위에 올려졌다. 블라우스를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그녀의 맨살이 그의 손에 그대로 전해졌다.
투두둑...
아귀는 블라우스의 앞부분을 사정없이 잡아 당겼다. 몇 개의 단추가 뜯어져 나가면서 그녀의 브라에 싸이 가슴이 들어났다.
“아직 결혼도 안했다지? 그래서 그런지 아직 탱탱하군. 난 이런 게 좋아. 요즘 애들은 풋풋함만 있거든. 색기가 없지.. 근데 30대는 색기는 있는데 풋풋함이 없어서 별로야.. 넌 두 가질 다갔고 있군.”
“... 하지 말아요... ”
떨리는 음성으로 혜령이 가까스로 소리를 내었다. 또 다시 무의미한 소리였다. 그의 손이 이번에 아래로 내려갔다. 치마 속을 파고드는 이질감의 물질... 그의 손이 치마 단을 잡고 끌어 올렸다. 진한 커피색의 팬티스타킹과 그 속의 하얀 레이스 팬티가 들어 났다.
“음....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지... 멋진 몸매야...”
그의 손이 팬티스타킹의 엉덩이 부분을 어루만지다가 막 찢어 내려는 순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별장 밖까지 울려다. 당연히 민혁의 귀에도 그 소리가 들려 왔다. 민혁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그녀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녀들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울분을 삭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동하고 있었다.
***************
지은이 잠에서 깬 건 사내들의 인사 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그녀는 따뜻한 목욕과 배부른 식사로 인해 긴장이 풀렸던 것이다. 잠결에 옆방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작지만 고통을 표현하는 소리였던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소리가 혜령의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옆방에서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잠시 후, 3명의 사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전의 사내들은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거야?’
사내들은 들어오자마자 시뻘건 눈을 부라리며 자신들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다부진 몸을 가진 사내들의 알몸이 그녀의 눈앞에 들어 왔다. 그들의 몸에는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칼자국 같은 것도 있고 움푹 팬 곳도 있었다.
이미 그들의 자지는 하늘을 찌를 듯 잔뜩 발기해 있었다.
지은은 눈을 감았다. 이젠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에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주변에 다른 집이나 지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충분히 들렸을 정도로 큰 소리였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야! 우리 한 번에 하자.”
사내 중 한 사내가 뭔가를 제안하려는 듯 다른 사내들을 불렀다.
“어차피 3명이니까 가위바이보로 입, 보지, 똥구멍 이렇게 정해서 같이 해보자.”
“우왓! 좋아... 난 전부터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
“나두.. 나두..”
그들의 말투로 보아 지은은 그들의 나이가 겨우 고등학생정도의 나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외모 상으로는 무슨 고생을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그러나 말투는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영락없는 고등학생들이였다.
“가위, 바위, 보”
“아싸.. 난 보지.”
“가위, 바위, 보”
“난 입.”
“그럼 난 똥구멍이네.”
세 사내는 그렇게 자신이 공략해야할 곳을 정하고 지은에게 다가갔다.
“야! 근데 자세를 어떻게 해야 세군데 다 먹을 수 있지?”
“십쎄.. 넌 야동도 못봤냐?”
“빙신... 야동 많이 봐서 좋겠다.. 시발...”
한 사내가 그녀를 일으켰다. 아마도 보지에 박을 녀석인 것 같았다. 그녀가 일어나자 그 옆으로 눕더니 지은의 한쪽 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옆으로 비비적거리며 움직였다. 결국 사내와 지은은 여성상위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야 새끼들아. 내가 먼저 보지 속에 쑤셔 넣을 테니까 이년 엎드리게 하고 이쪽에서 니가 입에 쑤셔 넣고 넌 뒤에서 똥구멍에 넣으면 돼.”
“쳇..”
두 사내는 이미 자리 잡은 사내가 말 한데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누워 있는 사내가 그녀의 허리를 살짝 들게 하고 자신의 빳빳한 자지를 구멍에 맞추어 허리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보지속에는 아직 오전에 싸놓은 정액들이 남아 있었는지 처음에 밀리기만 하고 들어가지 않더니 어느 순간 쑥~ 하고 끝까지 들어가 버렸다.
“아 읏...”
지은이 살짝 입술을 깨물며 신음소리를 참았다. 얼굴쪽에 있던 사내가 지은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 내렸다. 그녀는 엎드리며 팔을 집어야 했다. 그녀의 눈앞에 아직 영글지 않은 빳빳한 자지가 들어왔다. 사내는 다짜고짜 입술사이로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가 입술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자 화가난 사내가 머리채를 고쳐 잡고 그녀의 입이 벌어질 수 있도록 고통을 주었다.
“이년이... 씨발... 주둥이 열어... 씨발년아..”
사내는 뜻대로 안되는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밑에서 그걸 지켜보던 사내는 피식 웃으면서 그를 비웃었다. 그 모습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가 지은의 머리를 더욱 세게 움켜쥐며 그녀의 입을 벌리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야! 야! 아유.. 빙신아.. 잠깐 있어봐.. 내가 이 씨발년을 뽕가게 해서 벌어지게 해줄게.”
뒤에 있던 사내가 말하며 자신의 손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항문에도 침을 뱉고 엄지손가락으로 구멍을 쑤셨다. 번들거리는 침으로 손가락이 잘 들어가자 그는 자지를 단단히 자고 그녀의 야간 벌어진 구멍에 좆대가리를 맞췄다. 그리곤 이내 허리를 밀었다.
“끼아아아악......”
지은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항문을 뚫고 들어오는 10대의 꼬챙이 같이 빳빳한 자지가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내장을 밀고 들어오자 찌어지는 고통을 받았다. 앙 다물었던 입이 크게 벌어지며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게 했다. 앞에 섰던 사내가 그 사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자지를 집어넣었다.
“컥.... 으욱...”
지은은 목젓을 찔러오는 자지 때문에 더 이상 항문의 고통을 표현할 수 없었다.
“아.. 씨발 존나 빡빡해...”
“씨발... 씨발... 씨발...”
“이게 니꺼냐? 와.. 씨발.. 이게 느껴지네...”
하나같이 육두문자를 섞어 가면 자신들의 자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저 그들은 그렇게 쑤셔대는 것 밖에는 모르는 듯 했다. 항문은 워낙에 빡빡하게 박혔던 터라 빠지지 않았지만 보지를 쑤시던 사내는 항문쪽 사내와 박자가 맞질 않아 자꾸 빠뜨렸다. 그리고 입속에 쑤셔넣는 사내는 그녀가 숨을 쉴 수 있든지 없든지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는 통에 그의 자지는 목구멍 속까지 찔러 대고 있었다. 지은은 방금 먹었던 스파게티가 밀려올라오는 구토증을 느꼈지만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소화가 덜 된 붉은 토마토소스와 스파게티 면발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아.. 씨발... 뭐야.. 드럽게.. 시발년 똑바로 못하냐?”
밑에 있던 사내가 떨어지는 토마토소스를 피해 고개를 옆으로 움직였다.
“씨발년 존나 드러워... 쌍년.. 또해봐. 또...”
입에 쑤셔 박고 있던 사내가 약이 올랐는지 토마토소스와 그녀의 걸쭉한 침이 범벅된 자지를 좀 전과 똑같이 쑤셔 대었다. 여전히 목구멍까지 침범하는 자지로 인해 그녀는 계속 구토증을 느꼈고 왈칵 왈칵 쏟아내었다.
“아 씨발... 나 존나 흥분돼.. 이년이 토하는거 보니까 더 흥분되는 거 같애.. 씨발.. 아...”
입을 쑤셔대던 사내가 이젠 자신의 허리까지 흔들어 가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더욱 빳빳해진 자지가 한껏 부풀면서 그녀의 목구멍 속으로 좆물을 싸기 시작했다.
“끄윽...씨바라. 이거나 먹어라... 씨발...”
그는 그의 자지를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넣고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이 토해낼 수 있는 모든 양의 좆물을 쏟아내었다. 그리곤 풀썩 주저앉았다.
“케엑.. 케엑.. 컥.”
지은은 비로서 충분한 산소와 목구멍이 ?어지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켁켁 거릴 때마다 붉은 선혈이 침과 소화액과 함께 튀어 나왔다. 아무래도 그녀의 성대나 목구멍 속에 상처가 생긴 것 같았다.
이젠 보지와 항문을 쑤셔대던 사내들도 요령을 알았는지 사이좋게 그녀의 보지와 항문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속도를 높였다.
“히익..... 나 싼다... 아.아..”
항문을 쑤시던 사내가 자신의 골반을 그녀의 엉덩이에 밀어붙이며 그녀의 직장 속에 좆물을 쏟아 냈다. 그와 동시에 보지를 쑤시던 사내는 그녀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 한손으로 흔들더니 그녀의 얼굴까지 좆물이 쏘아 올렸다. 그녀의 몸 곳곳에 그가 자지를 흔들 때마다 허연 좆물이 튕겨 나갔고 뚝뚝 떨어졌다.
“우... 씨발.. 존나 좋네.. 이년도 좋았을 거야.. 씨발.. 안그래?”
지은은 차라리 눈을 감고 있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내들이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그녀는 눈을 감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자신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사내들이 나가고 잠시 후에 또 다른 세명의 사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방안의 광경에 다소 놀란 듯 처음에는 분위기를 살피다가 이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잠잠해진 옆방의 지은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왜 경악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는지 혜령으로써는 궁금할 뿐이었다. 분명 그녀에게 이 납치범들이 심한 짓거리를 하고 있을 터였다.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렇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삶이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운명의 여신은 또 다른 시련을 주고 있었다. 혜령은 이런 상황에서 그녀와 자신 모두 안전하게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그녀의 옷이 한올한올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우~ 정말 환상적인 몸매를 가졌군.”
아귀의 감탄에 깜짝 놀란 혜령은 생각의 깊은 나락에서 순간적으로 텔레포트 하여 자신에게 직면한 사태로 돌아왔다. 혜령은 자신의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귀의 감탄은 계속 이어 졌다. 한 부분 한 부분 감탄 할 때마다 그는 소를 끼치는 손으로 -적어도 혜령에게는 그의 손은 흉측한 괴물의 손처럼 보였다.- 쓰다듬었다.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어깨선... 너무 패이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쇄골.... 오... 이 가슴은 정말 예술이군... 아직 임신한 경험이 없는 처녀의 그것이야.”
아귀는 손바닥으로 혜령의 젖가슴을 받쳐 올리며 봉우리의 끝에 멍울진 핑크빛의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살짝 튕겼다.
“아얏..”
봉우리의 첨단에서 짜릿함이 퍼졌다. 혜령이 자신의 성감을 민감하게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지난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육체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반응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혜원과의 동성애... 그것은 성감을 고도로 훈련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작은 자극에도 몸을 부르르 떨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자 아귀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입맛을 다셨다. 그도 많은 여자를 섭렵했지만 이 여자같이 솔직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단지, 자신의 위치나 돈의 위력으로 가식적인 흥분을 표현하는 여자들은 많았지만 그에겐 그것이 거짓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여자는 틀렸다. 이 여자는 납치된 상태고 아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다. 공포와 불안감, 그리고 동료에 대한 걱정 등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여자는 흔치 않다. 단지 젖꼭지만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흐... 이거 욕심이 생기는 걸... 이 여자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군...’
아귀는 자신의 자지가 이미 뻐근할 정도로 발기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셨다. 철없던 10대 시절이나 20대 시절에 느꼈던 호기심과 성욕이 끓어올랐다. 참으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이 여자의 다양한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그 새끼한테 그냥 넘기기는 아까운 걸...’
한강에 배지나 간다고 표시나랴라는 흔히 알고 있는 농담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지.. 지가 무슨 수로 알겠어?’
아귀는 결정했다. 자신의 임무나 의뢰자의 명령보다 눈앞의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컸다.
“훗훗훗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옆방의 여자의 목숨이 달렸어. 조용히 가만히만 있으면 되거든?”
아귀는 혜령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발목과 손목을 묶고 있던 로프를 풀러주었다. 혜령은 뜻밖의 행동에 어리둥절했지만 그의 말에 다시 얼어붙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른다거나 반항을 하면 이 남자는 가차 없이 지은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혜령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로프가 묶였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손목을 주무르며 그의 행동에 신경을 집중했다. 혜령은 무술 고단자다. 그녀의 가냘파 보이는 몸매를 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단수를 갖고 있다. 그러한 그녀도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운이 좋게 이 사내를 제압한다 하더라도 분명 소란스러워 질 것이다. 그러면 밖에 있던 다른 사내들이 몰려들게 되고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또한 지은의 신변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고 혜령은 생각했다.
“오~ 멋지군. 누워있을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군. 쳐지지 않은 가슴은 자연산인가?”
아귀는 그녀의 유방을 흔들며 그녀를 희롱했다.
“이 보지털은 아주 예쁘게 자랐구만. 이건 손질한 흔적이 있어. 보지털을 직접 손질하나 보지? 국회의원 후보께서 손수 자신의 보지털을 예쁘게 하려고 손질을 한다? 재밌군.”
혜령의 보지털은 둔덕 쪽에 빗살 모양으로 중심을 향해 소복이 돋아 있었다. 그 외에는 한올의 털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계곡에도 솜털하나 없이 말끔했다. 마치 외국의 유명 포르노 배우처럼 말이다. 그녀가 손질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체질적으로 털이 별로 돋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과 민혁, 지은과의 환상적인 섹스를 위해 본인이 직접 불필요한 털을 뽑아 버리기도 했다.
“이거 이거.... 벌써 이러면 안 되지. 여기 끝에 대롱거리는 게 뭘까?”
아귀는 소음순의 끝에 맑고 투명한 액체가 대롱거리는 것을 보며 또 다시 희롱했다. 그는 손가락을 가져가 그 액체를 찍어 냈어 검지와 엄지로 그녀의 눈앞에서 비볐다. 미끈한 느낌이 보는 사람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점성이 강한 액체였다.
“아주 줄줄 흐르는구만. 이런 상황에서도 질질 싸다니... 당신 정말 색골이군... 아니면 이런 치욕을 즐기는 건가?”
그의 비꼬는 듯한 말에 혜령은 이상하게도 반응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부끄럽게 할수록 가슴을 부풀어 더욱 탱탱해 졌고 보지에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질척한 꿀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자!.. 이번엔 뒤쪽을 한번 볼까?”
그의 손길에 혜령은 몸을 돌렸다. 완벽한 바디라인은 뒤태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곧게 뻗은 등골, 그 끝에는 부드러운 라인을 그리며 솟아오른 엉덩이, 그 엉덩이의 곡선을 따라 곧게 뻗은 허벅지...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는 아귀의 이성을 잃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귀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시선을 고정한 체 서둘러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팬티를 내리자 예에 없이 단단하게 발기된 자지가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그도 이렇게까지 단단해진 자지를 본 기억이 과거의 한 부분처럼 낯설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흉측한 수술자국들이 그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휴우~ 정말 참을 수 없게 만드는 몸이군.”
아귀는 그녀의 상체를 숙이게 해 침대 가장자리를 양손으로 버티도록 했다. 몸이 구불어지자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한눈에 들어났다. 깨끗했다. 살짝 벌어진 소음순 사이로 핑크빛의 속살이 비쳤다. 맑고 투명한 꿀물은 핑크빛 속살을 더욱 선명하게 했다. 소음순의 갈라진 선을 타고 그 끝의 뽈록한 부분의 살며시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끝을 타고 거뭇한 보지털이 보였다. 누가 봐도 완벽한 보지였다. 아귀는 귀신에 홀린 듯 손을 뻗어 볼록이 부은 소음순을 양쪽으로 벌렸다. 질구로 보이는 꾸불꾸불한 틈새로 꿀물이 흘러나와 하나의 강을 만들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부셔버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내면이리라.
“헉...”
아귀는 마침내 틈새에 자신의 자지 끝을 대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빨려들어 갈 것 같았다.
******************
민혁은 좀 전에 들렸던 비명소리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별장까지의 거리는 약 100M정도를 남겨 두고 있었다. 민혁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방금까지 눈으로 각인했던 전방의 별장 모습이 감은 눈 속에서도 보였다. 조금 더 집중을 하자 그 허상 속에 빛나는 점들이 생겼다. 하나씩 하나씩 늘어난 점들은 모두 18개. 그 중 10개는 건물의 바깥쪽으로 군데군데 분포 되어 있었고 두 개의 점과 그 옆에 4개의 점이 건물 안쪽에서 보였다. 또 두 개의 점은 한곳에 있지 않고 건물 이층의 베란다 쪽에서 왔다갔다 움직였다. 더 이상의 점은 보이지 않았다.
‘저 중에 혜령누나와 지은누나를 찾아야 겠지? 어디보자...’
민혁은 납치된 여자들이 결박이 되어 있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일 것이라 추측했다.
‘흠.. 그럼 저 두 점이 혜령과 지은이 이거나 아니면 4개의 점이 있는 곳에 있을 수 도 있겠군. 만약 둘을 떨어 뜨려 놨다면? 아무튼 저 두 개의 점과 4개의 점 중에 그들이 있겠어..’
우선 민혁은 건물 외곽에 드문드문 배치된 납치범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획을 짜야 했다. 무턱대고 별장 안으로 돌진한다면 일대 소란이 버러질 것이고 민혁이 그녀들을 구출하기도 전에 그녀들에게 불상사가 생길 것이다. 최대한 외부에 있는 적들은 조용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민혁은 차에 있는 저격용 라이플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그 후회도 잠시 지난 두 번의 사건으로 함부로 총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민혁은 다시 눈을 감고 이번엔 더 많은 집중을 시도 했다. 그러자 컴컴한 공간에 별장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외곽의 점들 간의 간격을 볼 수 있도록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게 공간에 보인 별장을 돌렸다. 점들은 두 개씩 짝을 이루듯 별장의 출입구에 두 개가 철문의 기둥 양쪽에 각각 있었다. 또 두 개의 점은 건물 뒤쪽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었다. 건물의 오른쪽에도 역시 같은 간격으로 두 개의 점이 보였다. 왼쪽 주차장이 건물과 외곽 벽과 붙어 있어서 그런지 두 개의 점이 한군데 모여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점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교차되는 형태로 이동했다. 아마도 저 두 점은 저들 중의 우두머리 정도라고 민혁은 생각했다.
‘저쪽을 먼저 뚫고 뒤쪽 두 놈을 처리하면 한 놈이 건물 모퉁이를 돌아 올 테니 그놈까지 처리하고 오른쪽 두 놈과 입구 쪽에서 세 놈을 처리하면 되겠군...’
계획이 서자 민혁은 전보다는 민첩하게 별장의 좌측 담장 밑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계획에 문제가 없는지 별장을 스캔하고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그들이 움직이고 있자 신속히 몸을 날렸다.
퍽.... 빠각...
실로 전광석화가 따로 없었다. 담장의 바깥쪽에서 무엇인가 솟구치더니 담소를 나누고 있던 사내들 사이로 떨어지면서 한 사내의 뒷목을 수도로 가격한 민혁은 그대로 몸을 날려 옆에 있던 다른 사내의 면상을 무릎으로 쳐올렸다.
털썩....
고목나무 쓰러지듯 그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로 자빠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급소를 가격한 민혁은 그들이 쓰러지기도 전에 주차장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순찰하는 사내가 쓰러진 자신의 동료를 발견하고 일대 소란을 부릴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민혁은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처리해야 했다.
쉬이익... 픽...
건물 모퉁이 가까이 있던 사내가 자신의 목에 따끔거리는 뭔가가 느껴졌는지 목 부분을 쥐고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쓰러졌다. 그를 지나쳐가는 민혁을 사내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민혁이 몸을 솟구쳐 날라 차기를 다른 사내에게 시전 하는 동안 막 모퉁이를 돌던 거구의 사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 모든 동작은 공중에서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날라 차기로 턱이 돌아 버릴 정도로 가격당한 사내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나 민혁의 주먹이 박힌 거구의 사내에게선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거구의 사내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자신의 앞니를 몽땅 부러트린 주먹을 잡기 위해 손을 올렸다. 민혁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주먹이 사내의 면상에 닿는 순간부터 그는 이 사내에게는 다른 공격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동물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날라 차기로 가격된 곳의 반동으로 몸을 돌리며 거구의 사내 관자놀이를 향해 발을 뻗었다. 민혁의 발 뒤꿈치는 정확하게 사내의 관자놀이에 적중했고 눈이 빠질 듯 튀어나온 거구의 사내는 충격에 의해 몸이 날아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무슨 소리야? 어느 쪽이지?”
“뒤쪽인 것 같은데.”
“내가 갈게.. 넌 조장님께 알려.”
거구의 사내가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컸다고 민혁은 생각했다.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더욱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건물의 벽에 기대어 내다보니 한 사내가 뛰어 오고 있었다. 그보다 더 뒤에 보이는 사내는 입구 쪽으로 뛰어 갔다.
‘알리려 가는 모양이군. 어쩔 수 없겠는 걸...’
민혁은 우선 이쪽으로 뛰어오는 사내를 처리해야 했다. 사내가 막 모퉁이를 돌아 서려 할 때 자신의 눈앞에 검은 물체가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신이 달려오던 속도와 민혁의 돌려 차기가 정확하게 한 지점에서 충돌하며 달려오던 사내를 다시 그가 있던 방향으로 날려버렸다.
“조장님! 조장님!”
“무슨 일이야?”
“건물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상택이가 그쪽으로 갔고 저는 보고하러 왔습니다.”
다부진 체격의 사내는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넌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 상택이 보고 큰형님께 오라고 하고...”
“넵. 조장님”
뛰어왔던 사내는 다시 발을 돌려 자신의 경계구역 위치로 향했다. 다부진 체격의 사내는 황급히 건물 쪽으로 몸을 돌렸다.
‘뭔가 있어... 형님이 돌아 오시자 마자 경계를 강화하라고 했던 것도 뭔가 이유가 있었던 거야.’
그는 어리석게 허둥대며 소리가 났다는 지점을 먼저 살피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그의 판단은 매우 적절했다. 그가 만약 소리가 난 지점으로 갔다며 민혁의 계획에 조금 변화가 생겼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맞아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의 보스의 아귀에게 이 사태를 보고하기 위해 건물로 향했던 것이다.
“형님!... 형님!”
아귀는 막 틈새를 벌리며 귀두 끝이 핑크빛 속살 속으로 사라지려고 할 때 자신을 찾는 다급한 소리를 들었다. 환상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아귀는 퍼뜩 놀라며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뭐야?”
아귀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찾는 목소리를 향해 외쳤다.
“형님! 아무래도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지금 이상한 소리가 건물 뒤쪽에서 들렸다는 보고입니다.”
방문 건너편의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귀가 가장 신뢰하는 병규의 목소리였다. 그가 이렇게 다급하게 찾는 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다.
“알았다.”
아귀는 벗었던 옷가지를 대충 입고 와이셔츠를 허리춤에 찔러 넣으며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혜령은 잔뜩 긴장했던 다리와 허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깨가 흐느끼듯 떨렸다. 무슨 일일까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욕정에 휩싸인 몸뚱이를 원망했다. 분명 그녀의 정신은 사내를 밀어 냈지만 몸은 다르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민혁!!!’
그러다 문득 민혁이 생각났다. 이 소란이 혹시 민혁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 아니 바람일지도 몰랐다.
‘정말 민혁이라면...’
“무슨 소리가 났다고?”
황급히 물을 열고 나온 아귀는 병규를 향에 되물었다.
“네. 상택이가 살펴보러 갔으니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아니다. 아마 안 올게다.”
“그게 무슨....?”
아귀는 혜령의 황홀한 몸매에 정신이 팔려 마을에서 느꼈던 살기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자칭 무도인으로써 크나큰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애들을 불러라!”
“넵!”
아귀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나직이 말했고 병규는 그의 명령을 신속하게 수행하기 위해 몸을 틀었다.
“집합! 집합!”
병규가 소리 친지 몇 초나 흘렀을까. 지은이 감금되어 있던 방에서 3명의 사내가 옷가지는 손에 든체 뛰쳐나왔다. 아직도 빳빳하게 세운 자지에는 번들거렸고 하얀 거품 같은 것도 묻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 쿵쾅거리며 2층에 있던 사내들도 뛰어 내려왔다.
“이 새끼들이 집합! 집합!”
병규는 충분히 바깥의 모든 사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도 외쳤다. 먼저도 그랬고 다시 왜친 소리는 더욱 컸다. 그러나 수초가 지난 후에도 더 이상의 사내들은 오지 않았다.
총 15명...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살인 병기들... 그러나 지금 모인 인원은 6명뿐이었다. 아귀는 이 침입자에게 경외심까지 들었다.
“이게 다인가?”
“아무래도...”
“흠... 대단하군... 바깥쪽 9명은 벌써 당했다고 봐야겠지?”
아귀의 질문에 병규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때 조용히 현관문이 열리며 한 사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넨가?”
“....”
“혼자뿐이로군. 바깥에 있던 얘들에 대해서 물어도 되겠지?”
“죽지는 않을 거요.”
“역시... 그렇군...”
아귀는 문앞에 서있는 사내의 기풍으로 그가 상당한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 자신의 부하들이 죽지는 않을 거라는 그의 말에 그에게 대항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임무를 맡고 있는 깡패다. 그의 임무를 방해하러 온 이 고수를 처리해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난 조용히 그들만 데려가면 됩니다.”
민혁이 똑 부러진 말투로 아귀를 향해 그가 온 목적을 말했다.
민혁이 조금 앞으로 나서자 아귀의 부하들이 움찔 거리며 여차하면 공격하겠다는 자세를 잡았다. 아귀는 혈혈단신으로 여자들을 구하기 위해 온 사내를 처음으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가 여자였다면 자신도 반해버릴 정도로 사내는 매력이 넘쳤다. 근육으로 무장한 육체는 고수로써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골격을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아귀는 사내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자신 또한 자신만의 실전 무술을 연마한 사람으로서 무도인이라면 무도인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고수를 알아보았고 최선을 다해 그와 대련해보고 싶었다. 그 대련으로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외적으로 풍기는 인상과 기풍만으로 자신을 압도하는 고수라면...
“내가... 제안 하나 하지...”
“....”
그의 뜻박의 말에 민혁도 놀랐지만 병규도 놀란 눈으로 아귀를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존경의 눈빛이 보였다.
“어차피 우리 애들이 함께 덤벼도 자네 털끝하나 건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아네... 이 애들도 한다면 하는 놈들이지만 자네한텐 무리겠지...”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저놈을 짓이겨 놓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저런 놈이 뭐라고... 형님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아귀의 부하들은 앞 다투어 그에게 출전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씩씩 거렸다.
“아니야...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아귀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부하들 앞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어떤가! 나와 한번 겨뤄봄이? 자네가 이기면 여자들을 보내주지... 허나 내가 이기면 자넨 내 부하가 되어야 하네.. 물론 목숨이 붙어있을 경우에만 해당하겠지... 해보지 않겠나?”
아귀의 뜻밖의 요청에 민혁도 다소 놀라웠다. 그도 앞에 선 아귀에게서 고수의 기풍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대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 때문에 생각을 접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아귀 쪽에서 먼저 대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 번의 대련으로 여자들을 내어주겠다는 그의 말에도 신뢰감이 묻어 있었다. 자신이 대련에서 지면 저자의 부하게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좋습니다. 다만 당신이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는 확신만 준다면....”
민혁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말을 괜히 붙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이다. 아귀에게서 풍겨지는 지금의 모습은 청부 깡패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무술인으로써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에게 민혁이 내뱉은 말은 잘못하면 수치스러움을 줄 수 도 있었다.
“후훗... 걱정 말게... 자네나 약속을 잊지 말고... 얘들아 여자들을 데려와라!”
아귀의 뒤에 섰던 날렵한 몸의 사내가 지은이 갇혀있는 방으로 몸을 돌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라 그 스스로 움직인 것이다. 병규는 아귀의 말에 혜령을 데려오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럼...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지? 나갈까?”
아귀는 조금은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즐거운 것이다. 오랜만에 자신을 능가할 지도 모를 고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민혁은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 이어 아귀와 부하들도 따라 나섰다.
********************
드넓은 벌판에 두 사내가 마주 섰다. 한 사내의 주위에는 몇 명의 사내들이 뒤로 물러나 서있다. 두 사내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이 결투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의 싸움은 벌써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알리 없는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그저 가만히 서있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민혁이 볼 때도 아귀라는 사내는 고수였다.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 인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아귀는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적어도 반대편 지구의 카렌 정도는 되 보였다.
“자네가 먼저 시작하겠나? 아니지... 이건 누가 봐도 내가 하수니 내가 먼저 가지.”
아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카롭게 선 발끝이 민혁의 턱을 노리고 날아왔다.
팡! 팡! 팡!
그저 단순한 발차기인줄 알았지만 아귀는 그 상태에서 세 번의 발차기를 시도했다. 물론 발끝이 대상에 닫지 않았기 때문에 연속 공격이 들어간 것이다. 민혁의 움직임은 가히 놀랄 만했다. 그는 절대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발차기 공격에 맞지 않을 정도만 움직였다. 그리곤 그의 공격이 끝나자 뒤로 물러나며 아귀가 안전하게 착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첫 공격에 대한 예의였다.
“발끝이 매섭군요.”
“하하.. 세 번을 모두 피하다니 대단하군.”
“이번엔 제가 가보겠습니다.”
쉬익....추악!
팡! 팡! 투둑!
민혁은 낮은 자세로 빠르게 쇄도하다 아귀의 앞에서 몸을 솟구쳐 왼발과 오른발 공격을 날렸다. 그리고 오른발 공격이 끝남과 동시에 그 회전력을 이용해 왼발 뒷굽으로 아귀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아귀는 그 공격은 피할 수 없었는지 양팔을 엑스자로 만들어 막았다. 막았다곤 하지만 그의 팔에서 전해지는 고통과 힘은 그를 비틀거리게 했다.
“매섭군... 특별한 형식은 없지만 자넨 그냥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군...”
서로 한차례씩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는 이제 모두 파악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새 혜령과 지은이 아귀 뒤쪽 무리에 서있었다. 민혁은 아귀 뒤로 보이는 그녀들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혜령은 혼자 서있는 폼으로 보아 별다른 이상은 없어보였다. 그러나 지은의 상태는 매우 안 좋아 보였다. 간신히 옆의 사내에게 부축을 받으며 서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민혁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아귀의 존재를 잠시 놓쳤다. 그것을 놓칠 아귀가 아니었다.
“틈!”
사사삭... 추악.. 팟.. 팡! 퍽!
주먹 공격에 이은 두 번의 무릎 공격이 모두 막히자 발바닥으로 민혁의 가슴팍을 찼다. 그 탄력으로 그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고 민혁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야 했다.
방심했다. 지은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에 대한 걱정으로 방심했던 것이 실수였다.
“쿨럭! ?!”
그가 뱉어낸 침 속에는 피가 섞였다. 방금 받은 가슴공격의 충격으로 허파 쪽에 내상을 입은 것이다.
“방심은 금물이지... 이번만은 봐주지만 다음번엔 어름 없을 거야.”
아귀는 방금 전의 상황이 불공평했다고 생각 했다. 그는 여자들의 안위가 걱정될 것이다. 그런 그 앞에 그녀들을 내놓은 것이 방심을 유도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민혁은 자세를 가다듬고 아귀를 향해 신영을 날렸다. 아귀도 그런 민혁을 향에 몸을 날렸다.
츠츠츠츳... 사사삿.. 추악.. 휘릭... 팟! 팡! 퍽! 투둑. 퍽! 팟! 팟!
구경하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다. 단지 뭔가가 맞닿는 소리 때문에 그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몇 차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고 그 결과... 민혁은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고 셔츠 몇 군데가 찢어졌다. 하지만 대체로 괜찮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귀의 상태는 달랐다. 그는 한쪽 무릎에 손을 얹어 지탱하듯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한쪽 다리는 힘을 줄 수 없는지 약간 늘어진 듯 보였다. 손을 집지 않은 팔은 간신히 다른 팔위에 얹어 놓았다.
“꿀럭! 헉..... 헉..... 헉...”
그의 입에서 한덩이의 핏덩이가 떨어졌다. 그 핏덩이로 인해 숨이 막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당신이 졌습니다. 비록 제가 이겼지만 모처럼 당신과 같은 고수를 만나 한수 잘 배웠습니다.”
“헉...헉... 무슨 소리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 헉...헉... 내...가... 좀 전에 한말을 잊었나? 두 사람 중 한사람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 대결은 끝나지 않아! 꿀럭!”
아귀는 다시 핏덩이를 쏟아 냈다. 누가 봐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지만 눈빛만은 아직 불타고 있었다. 아귀의 뒤쪽에 그의 부하들이 더 늘어났다. 민혁이 별장에 침투할 때 외곽에 있던 사내들이었다. 거구의 사내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보스를 다치게 한 사내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아귀가 그를 제지하고 숨을 고르며 다시 한 번 심기일전을 위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서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쪽 다리는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한쪽 팔 또한 축 늘어졌다.
“전 그들만 데려가면 됩니다. 당신에 대해선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당신에게 이 같은 짓을 시킨 사람이 누군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몸을 무리하지 마십시오.”
민혁의 다부진 말에 아귀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는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이 패배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굳이 결투를 신청한 것은 단순한 호기여서가 아니라 무인으로써의 자부심이었다. 그는 어떤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고 혈혈단신 국내 폭력조직의 거물급들과 대결 했다. 어떤 이권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무엇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사나이로써 무인으로써 그와 같은 일을 했고 대부분의 조직이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는 그 세계를 떠났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무 미련 없이 밤의 대통령 자리를 떠났다. 그 곳을 떠나올 때 지금의 부하들을 포함해 50명의 부하를 데리고 무술 연마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이들과 함께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정한수를 만났고 그의 야비한 수법에 걸려 다시 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러다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잘못 걸어온 길을.... 그는 밤의 대통령 자리를 떠나올 때 새겼던 각오를 세속에 휩쓸려 잊고 있었다.
“여자를 보내줘라....”
그는 힘없이 지시를 내렸다. 그의 말에 병규가 혜령을 살짝 떠밀었다. 혜령은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민혁을 보며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은도 간신히 고개를 들어 민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혜령은 지은을 부축하여 민혁의 앞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날렵한 사내가 지은이 다른 쪽을 부축해 지은이 걷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내는 지은을 민혁에게 넘기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섰다.
“그럼....”
짧은 목례로 인사한 뒤 민혁은 몸을 돌려 혜령과 함께 지은을 부축해 걸었다.
털썩!
“큰형님!”
민혁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무심코 뒤로 돌아보았다. 아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런 소리가 당신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빚을 졌습니다. 이 은혜 평생을 두고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아귀는 민혁이 자신과 싸울 때 치명적인 곳을 일부러 피하며 타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 민혁은 맞지 않아도 될 것을 일부러 맞을 때도 있었다. 최대한 상대를 배려한 결투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민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싸움 속에 자신이 잊고 있던 각오를 되새겨 주었다.
민혁은 자리에 섰다. 사나이는 무릎을 함부로 꿇어서는 안 돼는 것이다. 부모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존경하는 사람에게 허락된 것이다. 아귀는 지금 민혁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아귀의 입에서 또 다시 복종의 표시가 나왔다. 민혁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가 처음 아귀를 보았을 때 느꼈지만 그는 깡패라는 느낌보다는 무인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의 결투에서 치명타는 가급적 피하거나 강도를 조절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동생이 되기를 자청하고 있다.
민혁에게 할 일이 있다. 지구의 소멸을 막아야 하는 사명.... 그것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된 상황에서도 이곳에 온 것이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자신을 수족처럼 따르는 수하가 필요하긴 했다. 그리고 앞으로 혜원과 혜령, 지은에게 어떤 위협이 닥쳐올지 모른다. 이번 일만 해도 혜원의 친구가 납치되면서 혜원의 목숨이 위협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혜령과 지은이 납치되었다. 거의 동시에 발생한 이런 위협이 앞으로도 또 있을 것이다. 자신이 없을 때 그들을 지켜줄 믿을 만한 심복이 필요했다.
거기에 아귀는 적합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15명의 충복이 있다.
“제가 한참 어립니다. 형님이라니요? 일어나십시오.”
“형님이 절 받아 주실 때까지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저 이동철... 진심으로 지난 날을 반성하고 예전의 최고의 무인되겠다는 각오로 형님을 모시겠습니다. 얘들아 큰형님께 인사올려라.”
“큰형님을 뵙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아귀의 수하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았다.
‘아... 아귀라는 자의 본명이 이동철인가 보군...’
민혁은 자신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혜령과 지은이 저들로부터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민혁은 혜령과 지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혜령은 민혁의 눈빛에서 허락을 해달라는 의미를 읽었다. 자신에게 치욕을 주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은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 이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들의 모습은 위기를 급급하게 넘기기 위한 가식적인 행동이 아닌 진심에서 나온 행동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혜령도 이번 일로 가장 많은 고통을 당한 지은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은을 보았다. 지은의 눈에선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다 결심한 듯 민혁을 올려다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써는 힘든 결정일 것이다.
지은은 자신을 겁탈한 그들이 더 없이 미웠었다. 그러나 그녀의 천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사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었다. 고등학생이거나 이제 막 학생티를 벗은 그들이 한없이 불쌍했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을 동생으로 받아들이죠. 허나 약속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몸에 밴 건달의 모습을 하나도 남김없이 지워 주십시오.”
“넵! 큰형님. 높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날렵한 사내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지은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를 시작으로 그녀를 겁탈했던 사내들이 우루를 몰려나와 그녀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거구의 사내는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의 잘못에 용서를 빌었다.
이동철의 차를 타고 혜령과 지은은 집으로 향했다. 다른 사내들은 벤을 타고 이동철이 지시한 곳으로 출발했다. 민혁은 차를 몰고 정한수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혜령은 한동안 마음을 진정시켜야만했다. 그러나 지은의 상태가 걱정이 되어 그녀의 찢어진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정면만 응시하는 이동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런 대로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쩌다 자신을 납치하는 일에 휩쓸렸는지 모르지만 어쨌건 그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정한수와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혜령의 질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동철이 조수석에서 뒤로 돌아 보았다.
“네.. 큰누님.. 그게 좀 복잡합니다.”
동철은 혜령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신의 지난 일을 설명했다.
동철이 50명의 부하들과 연일 무술 훈련에 여념이 없을 때 산속으로 한 사람이 찾아 왔고 새로운 고수가 있으니 대련을 원한다고 하여 그는 부하들을 두고 단신으로 그를 따라 나섰다. 그러나 그것은 정한수의 함정이었다. 정한수는 그동안 폭력조직으로부터 일정한 돈을 받아오고 있었다. 그러다 동철의 등장으로 그 수입원이 끊기자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흡수했던 조직의 조직원 중 동철에게 불만을 품은 자들을 포섭했다. 그리고 그를 유인하여 창고에 가두었다. 그사이 정한수는 포섭한 깡패들에게 동철의 부하들이 있는 곳을 습격하라고 지시했고 그 일로 정한수는 10명의 부하를 잃었다. 남은 부하들을 미끼로 정한수는 그에게 자신의 밑에서 일할 것을 요구했고 그가 뜻을 굽히지 않자 그 자리에서 5명의 부하를 무작위로 처형했다. 동철은 더 이상 부하들의 무의미한 죽음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정한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의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다행히 남은 부하들은 정한수의 조직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체하겠다는 조건과 자신의 신분을 아귀라로 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아귀는 심해에서 바위처럼 위장하고 있다가 눈앞의 먹이를 잡아먹는 어류이다. 그가 아귀란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은 웅쿠리고 있을 때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눈앞의 먹이 즉, 정한수를 잡아먹겠다는 의미가 있었다. 정한수는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그에게 전국 조직의 상납금 수금과 소소한 잡심부름을 시켰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심복으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주었다. 따라서 그는 부하들에게 감시받고 정한수에게 함정이란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 철저하게 망가졌다. 그리고 병규를 통해 해체된 자신의 직속 부하들을 모으게 하여 다른 눈에 띠지 않도록 산속을 헤매며 무술연마에 전념하도록 지시했다. 언제가 될지 모를 기회를 위해 그도 준비가 필요했다. 따라서 그의 이중생활은 시작했고 정한수 앞에서는 철저한 악인의 모습으로 위장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자주하면 습관 된다고 했던가? 그의 철저한 악인 행위는 점점 그의 정신을 갉아 먹었고 어느 순간 돌아본 자신의 모습이 정말 악인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던 중 정한수로부터 혜령을 납치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 기회를 잘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정한수가 심어준 조직원들과 혜령과 지은을 납치해 별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미리 병규에게 지시하여 직속부하들이 잠복해 있다가 정한수의 조직원들을 처치하고 혜령과 지은을 잡아 두었다. 병규가 정한수의 조직원들을 제압하는 동안 동철은 정한수와 통화를 했고 이틀 후 별장에 들른 다는 그의 말에 거사 일을 이틀 후로 잡았다.
동철의 이야기가 끝날 때 쯤, 병원에 도착하여 서둘러 지은의 상태를 체크했다.
“난 가볼 곳이 있어요. 지은이를 잘 돌봐줘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주고요.”
“네.. 큰누님.”
동철이 혜령을 향해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
“민혁이가 철저하게 건달냄새를 지우라고 했을 텐데요? 기억 안나나요?”
혜령은 조금은 쌀쌀 맞게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자신의 알몸을 가지고 희롱했던 그였기 때문에 그를 마주대하는 것이 불쾌했다.
“네... 큰누님.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동철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다 뒤 돌아 걸어가는 혜령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
그는 말없이 진료실를 간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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