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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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아직도 연락이 없지? 쳇... 뭐.. 보디가드.. 무슨 보디가드가 이래?”

혜령은 약간의 취기 탓에 투정을 부리듯 읊조렸다.

“언니... 참아... 청춘이잖우... 나이 먹은게 죄지..”

지은도 취했는지 혀가 꼬였다.

그녀들은 나름 성황리에 합동 연설을 마치고 그동안 고생한 선거 사무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회식을 끝내고 둘만 남아 조그만 바에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합동 연설은 일방적인 혜령의 유세장과 같았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좌중은 화호와 응원을 보냈고 그에 힘입어 그녀의 연설은 불후의 연설로 소문이 날만큼 좌중을 압도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의 힘을 백분 발휘 했다. 이것으로 혜령은 당선에 확실한 도장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에게 돌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무튼 그녀들은 기분이 좋았다. 심의원도 혜령에게 이미 당선이 확정된 것인 양 공공장소에서 조차 그녀를 박의원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확실시 되는 것이다.

그녀들의 푸념 아닌 푸념이 계속되던 그때 지은의 옆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구두가 잘 어울리시는 군요. 사실 걱정했습니다. 불쾌하게 생각하시진 안으실까하고요.”

지은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한참을 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맞추었다. 그녀의 눈에 말쑥한 정장을 입은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가 밝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누구....시죠?”

“뭐예요?”

혜령도 그 사내가 눈에 들어왔는지 퉁명스럽게 물었다.

“전... 장동휘라고 합니다. 조그만 무역회사를 하고 있죠.”

“아..네에.. 그러신데요?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세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지은의 구두를 바라보았다. 지은도 이제야 생각 난 듯 반색을 하면 말했다.

“어머... 이 구두를 그쪽에서 보내주신 거예요? 어머.. 어머.. 언니.. 이분이야... 이분..”

“뭐가..?”

“이분이 구두 보내주신 분이라고...”

“아..앗... 잠깐... 아이고.. 결례가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술을 쪼금 먹었거든요..”

혜령은 좀 전보다 더 취한 듯 했다. 그녀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다 테이블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언니.. 언니....”

지은은 혜령을 깨워보려 했지만 마치 고주망태가 된 그녀를 깨울 수 는 없었다.

‘이상하네.. 언니가 이정도에 이렇게 취할 리가 없는데...’

지은은 혜령을 깨우는 일을 단념하고 장동휘를 보며 겸연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언니가 평소보다는 과했나 보내요.. 우선 언니좀 어떻게 해야 겠어요..”

“아아... 그냥 놔두세요..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시겠죠.. 그것보다 구두는 마음에 드시나요?”

“아.. 네.. 아주 마음에 들어요.. 어쩜 이렇게 안목이 높으신지.. 제 발 치수는 어떻게 아시고 꼭 맞게...”

지은은 자신에게 구두를 선물했다는 사내에게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녀의 본분이라면 지금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혜령을 대리고 집으로 가야했다. 선거를 며칠 앞둔 후보가 취해서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분명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또한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디 어느 곳에서 혜령을 음해하려는 적이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지은의 모습은 30대의 농염한 여인네 바로 그 모습이었다.

장동휘는 매우 노련했다. 지은이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지 않고 그녀를 하늘 높이 치켜 올려 주며 이야기를 리드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 중간 건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참을 지은은 자신의 앞에 앉은 사내의 리드에 맞춰 거푸 몇 잔의 술을 더 마셨다.

“아..웅... 장선생님께서.. 너무.. 얘기를... 재미게 하신다앙...”

지은되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 혀가 완전히 꼬였고 자세 또한 블라우스 단추가 두 개나 풀려 자신의 출렁거리는 수밀도의 가슴 골짜기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지은씨... 술이 참 쎄시군요? 저년은 벌써 뻗었는데... 이쪽은 이제 감이 오나보지? 흐흐흐...”

“아..움...웅..”

제 정신의 지은이라면 그가 한말을 듣고 이렇게 힘없이 고꾸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끝내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듯 했고 그녀도 테이블에 고꾸라졌다.

“야! 시발새꺄.. 도대체 약 비율을 어떻게 맞춘 거야? 응... 이년이 이거.. 독종인가 보구만..”

동휘는 검지로 지은의 머리를 튕기며 바텐더를 향해 소리쳤다. 바텐더와 몇 명의 거구들이 그의 곁으로 왔다.

“형님.. 옮길까요?”

“응... 자.. 그럼.. 연기처럼 사라져 볼까? 크크크크”

**********************************

오열하는 정희 가족들을 뒤로 한 체 혜원과 민혁, 은숙은 혜원의 병실로 돌아왔다. 그 자리에서 어떤 미사어구도 그 가족들의 슬픔을 대신할 수 없었다. 병실로 돌아온 일행은 막 시작된 나이트라인 뉴스를 보았다. 첫 번째 소식은 모 해병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였다. 한 병사가 내무실에 수류탄과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었다. 내무실 내에는 25명의 병사들이 있었고 모두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민혁과 혜원이 알고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그들이 겪은 일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뉴스 보도 내용은 적어도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분명 은폐되고 조작된 뉴스였다. 그렇지 않아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던 민혁은 뉴스를 통해 그것이 확실해 졌다. 어떤 조사기관에서도 혜원이나 정희를 신문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의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꽤나 귀찮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혜원은 병원에 들어온 이후로 간호사나 의사를 제외한 어떤 누구와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이 왜 병원에 들어왔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의사나 간호사들조차도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만 할 뿐 다치게 된 경위는 묻지 않았다.

“오..빠...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응? 그렇지?”

“종국이는 어떻게 됐을까?”

“내가 제압했을 때 죽지는 않도록 급소를 노렸는데... 분명히 살아있었어.”

“죽었다잖아. 자살했다고. 그리고 한세대학교 쪽 얘기는 전혀 없어.”

“.....”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 혜원아.. 전화.. 누나들한테서 아직도 연락이 없어..”

“응? 그래..? 나 피곤한데... 오빠가 연락해봐..”

“그래.. 쉬고 있어..”

민혁은 은숙을 향해 돌아 섰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해병대 사고 뉴스와 그들이 나눈 얘기는 그녀가 봤을 때 전혀 다른 사건 같았다.

“은숙씨라고 했죠? 초면인데 장소가 참 그러네요. 혜원이 좀 부탁할게요.. 전 전화좀 하고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네..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은숙은 왜 혜원이 지난번 그런 영계들을 두고 아무 짓도 안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숙의 눈에도 민혁은 한마디로 킹왕짱이였다.

민혁은 혜원을 뒤로 한 채 휴대폰 번호를 누르며 병실 밖으로 나섰다. 그의 눈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혜령과 지은의 핸드폰은 여전히 불통 중이었고 민혁은 차를 몰아 선거 사무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얼마 후, 민혁의 차는 선거사무실 주차장에 있었다.

똑...똑...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누구요?”

40대 중반의 사내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가 박혜령 의원 선거 사무실 맞죠?”

“아... 당신이구만. 의원님 보디가드라던... 근데 이 시간에 어쩐일이유?”

아마도 요 며칠 혜령의 보디가드로 다닐 때 민혁의 얼굴을 익혀두었나 보다하고 민혁은 생각했다.

“아... 네.. 절 기억하시는 군요. 혹시.. 의원님 자리에 안계십니까?”

“의원님께선 벌써 들어가셨지..”

“들어가셔요? 집으로 가셨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니까. 연설회 끝나고 오늘 회식이 있었어. 거기서 헤어졌지. 의원님이야 보좌관님하고 같이 가셨고. 우리도 집으로 가고 난 오늘 당직이라 이쪽으로 왔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 사무실로 오기 전에 집에 들렀지만 그녀들은 그곳에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도 없다. 핸드폰 연락은 두절된 지 오래고 회식 이후 그녀들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무슨일 있는 거유?”

“아.. 아닙니다. 의원님께서 오늘부터 모레 선거일까지 자택에서 자중하겠다고 하시니 사무실일은 계획대로 진해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아.. 난 또 뭐... 우리 의원님이야 당선 확실.. 우리도 뭐.. 신나지.. 그럼 그렇게 전할 테니...”

“네.. 그럼..”

민혁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 섰다. 두 여자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그들을 본 사람도 없다. 또한 아무런 단서도 남겨두지 않았다. 이제 모레면 선거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이 새벽 3시니까 바로 내일이 선거일이다. 오늘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것도 3시간이 흘렀으니까 약 20시간 정도가 남은 셈이다. 그 안에 그녀들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녀들이 있어야 할 곳에 그 시간에 있어야 한다.

민혁은 그가 알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뽑아내어 다시 재구성해야 했다. 그녀들은 꼭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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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제 다리 쭉 뻗고 주무십시오.]

[성공했나? 헤헤헤 잘했어. 아무튼 선거 끝날 때 까진 그년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못하게 해..]

[네.. 그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형님께선 꼭 약속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이게... 날 못믿는거야.. 걱정 말래두. 아무튼 거기서 한 2주 쉬었다가 이곳 상황이 정리되면 한 6개월 나가있으면 되는 거야.]

[네.. 형님.. 이런 별장은 언제 준비해 놓으신 겁니까? 너무 아득해서 마치 휴양 온 기분입니다. 주변에 인가라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으니 여기선 뭔 짓을 해도 되겠습니다.]

[나도 선거 끝나면 한번 가지. 그년 보지 구멍을 쑤셔 줘야 속이 풀릴 것 같아. 크크크]

[아.. 그럼요.. 제가 그동안 교육 좀 시켜 놓겠습니다.]

[그년은 건들지 말아... 내가 그년 보지에 깃발 꽂을 때까진...]

[네.. 형님.. 그렇지 않아도.. 보좌관과 함께 납치했습니다. 보좌관 년은 저희가 좀.... 이곳 생활이 무료해서 말이죠. 헤헤헤]

[그랬나? 잘 됐군. 그년이 여기 남았으면 시끄러웠을 텐데. 같이 처리했다니.... 그년은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다시 말하지만 박후보 그년은 내가 갈 때까지 그대로 나둬.]

[네.. 형님.. 그럼..]

[끊어.]

뚜....

“빌어먹을 놈... 당선만 되면 너같은 놈은 그날로 끝장이다. 새꺄..”

정한수는 흐물거리는 미소를 짓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그랬다. 자신이 있는 안가 서재에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그의 통화 내용은 모를 것이다.

‘흐흐흐... 이제 그년이 없는 한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지. 암...’

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어제 연설장에서 그녀는 다른 모든 후보들을 퇴색시켰다. 좌중을 선도하는 면에서 확실히 뛰어났다.

정한수는 문득 생각난 듯 수화기를 들었다.

“아.. 대표님 부탁합니다. 나 정한수요”

“대표님 강년하십니까? 아 감사합니다.”

“그럼요. 자신 있습니다. 여론 조사야 여론 조사일 뿐이고... 네... 후보 자체가 사라졌는데 뭐 그게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처리 했습니다.... 네.... 네.... 그럼.... 보중하십시오.”

정한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정한수는 다시 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

정한수의 안가가 있는 건너편 상가의 옥상에는 민혁이 안가가 있는 곳을 향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보통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청력과 안력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이곳에서도 정한수가 방금까지 말한 모든 내용을 옆에서 듣는 것처럼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상대편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들려왔다.

‘흠.... 이거 꽤 쓸만하군... 별장이라... 저놈 소유의 별장을 뒤져보면 되는 건가? 어쨌건 저놈....’

민혁은 일단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그곳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혜원도 그의 소식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선 그는 정한수의 별장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로 향했다.

“응.. 오빠야...”

“오빠앙... 어디야? 언니는?”

“지금 오빠 아파트로 가는 중이야..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나도 알아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왜.. 언니가? 무슨 일인데?”

“걱정 말래두.. 이따가 저녁때쯤 혜령누나와 병원으로 갈테니까...”

“웅.. 알았어.. 오빠....”

“왜?”

“.... 사랑해... 고맙고...”

“짜식... 오빠도 사랑해....”

이제 영락없이 저녁때까지는 혜령을 구해내야 했다. 민혁은 시계를 보았다. 시침이 10시쪽에 가깝게 있었고 분침은 9위에 있었다.

민혁이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선 것은 그로부터 15분 후였다. 그리고 그의 방대한 정보 시스템에서 정한수의 별장 목록을 뽑아내는 데는 그로부터 다시 15분이 흐른 뒤였다.

‘흠... 이놈 무슨 별장이 이렇게 많아... 통화 상으론 주변에 인가가 없다고 했으니 도심쪽에 있는 것들은 아닐꺼고... 그러면 파주하고 안성, 회령이 있군...’

민혁은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중앙 화면엔 수도 없이 많은 문자와 숫자들이 마치 흘러내리듯 스크롤 업되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팟 하고 무언가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마우스를 조작할 때마다 그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나타났다.

현재까지 지구의 상공을 날고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들은 공식적인 것만 계산해도 이미 포화상태를 넘고 있었다. 거기에 비공식적인 인공위성까지 포함하면 위성간의 충돌이 왜 안 일어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이젠 더 이상 쏘아 올릴 자리가 없어보였다.

인공위성 가운데 비공식적인 위성인 올림푸스는 미국이 쏘아 올린 것으로 그것이 보유한 초정밀 광학 카메라는 지구상의 개미 한 마리까지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정밀 촬영이 가능했고 그렇게 찍혀진 정보는 실시간으로 상층권을 순회하는 전략비행선에 보내지게 된다. 전략비행선은 그 내부에 현존하는 최상의 정보처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서 위성으로 받은 정보 그대로 분석하거나 필요한 경우 영상을 지상의 데이터센터로 보내주고 있었다. 지금 민혁이 보는 화면이 올림푸스가 찍어낸 화면이고 그는 위성을 조작해 실시간으로 한국 지형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그가 위성을 조작할 수 있는 시간은 약 5분의 시간만 허용된다. 그 위성을 관리하는 미군이 위성의 이상 동작을 파악하는데 5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위성 자체가 해킹 당한 것으로 판단되면 모든 기능이 스스로 멈춰 버리게 될 것이다. 5분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미 화면에 정한수 소유의 파주 별장이 들어왔다. 현재 반경 15Km를 보여 주는 화면에서 별장 주변에 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인가 없는 별장은 맞는 것 같고.... 확실한 건....’

그가 마우스를 조작하자 별장의 상공에서 바로 찍은 듯이 선명하게 별장의 전경이 그대로 나타났다. 겉으로 보이는 별장은 평온해 보였다. 주차장에는 검정색 밴과 고급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고 주차장 근처에 검은색 옷을 입은 한 사내가 쭈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듯 허연 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빙고... 짜식들 멀리 가지도 않았구만... 저기가 확실하군...’

민혁은 생각을 굳히자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위성을 다시 원상태로 만들고 자신의 침입했던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그가 아파트를 나선 때는 위성을 조작한 지 3분정도 지났을 것이다. 그 시간이면 아무도 그가 위성에 침입했었는지 모를 것이다. 설령 조금 이상하다해도 위성에는 누구도 침입했던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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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령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차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손발이 묶인 체 있어야 하는지 또 좀 전까지 들리던 가냘픈 신음 소리는 무엇인지 생각을 정리했다. 어젯밤 혜령은 지은과 집근처 조그만 바에서 도수가 약한 양주를 마시며 동생과 민혁의 흉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젯밤의 기억은 거기 까지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그녀의 기억에는 없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과 소리를 내지 못한 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 때문에 혜령은 정신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그 소리의 주인공이 지은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비명소리는 한동안 이어졌고 점차 그 소리는 작게 들렸다. 그리고 어수선한 소리와 문밖에 사람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혹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혜령과 지은은 납치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 일의 배후에 정한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는 순간 문이 열리며 한 거구의 사내가 들어왔다.

그는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맡에 종이로 만든 접시하나를 두고 그녀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떼어내며 말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지랄을 하면 같이 온 여자를 죽여 버릴 테니까 얌전히 밥이나 처먹어.”

그는 마지막 조금 남은 테이프를 힘주어 잡아뗐다.

“아앗...”

혜령은 지은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입이 자유로워진 후에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눈초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무심히 방을 나섰다.

‘우선은 지은이가 어떤지 알아봐야 겠지.....’

그녀는 침대 맡에 있는 사내가 가져온 음식을 보았다. 스파게티였다. 흔히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스파게티였다. 이로 보아 외부에서 음식을 조달할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최대한 자신들과 그녀들의 존재를 숨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음식을 해먹을 수도 없는 노릇일 터였다. 사내는 그녀의 입만을 자유롭게 해주었을 뿐 몸을 속박하고 있는 로프는 그대로였다. 이 상태라면 그녀는 입만으로 스파게티를 먹어야 했다. 그런 모습을 상상한 혜령은 음식물 섭취를 포기했다.

‘내가 안먹고 말지... 아직은 버틸 수 있어...’

그렇게 다짐하고 혜령은 다시 주위의 소음에 주위를 집중했다. 그러나 별다른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그, 아니 그들일지도 모를 납치범들도 밥을 먹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지은은 자신의 불찰을 마음속으로 채근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인 양 그녀는 한없이 자신을 질책했다. 그녀는 혜령을 회식이 끝난 후 집으로 인도 했어야 했다. 그녀의 투정에 지은도 동조하게 되면서 이례적인 술 한 잔이 결국은 이런 결과를 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술 한 잔을 하더라도 주위를 좀 더 기울였어야 했다. 자신은 명색이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다. 혜령이 술에 취했더라도 자신만은 정신이 멀쩡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꼭 맞는 구두를 선물한 핸섬한 중년의 언변에 정신을 놓았던 것이다. 혜령이 술에 취했는지 약에 취했는지 테이블에 쓰러졌을 때만 해도 그녀는 술 취한 혜령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취한 척 했을 뿐이지 취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중년 사내의 유혹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술을 몇 잔 마셨던 것까지 기억했다. 그 뒤로 지은은 육중한 거구의 사내가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짓밟을 때까지의 기억이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번쩍 눈을 떴고 이어진 찢어지는 듯 한 고통이 하체에서 느껴졌다. 이어지는 그녀의 비명소리... 그녀 스스로가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본능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소리였다. 그녀 위에서 열심히 씩씩 대는 거구는 족히 150KG는 넘게 느껴졌다. 사내는 그녀의 몸에 자신의 체중을 실은 체 체구에 맞지 않게 엉덩이만 깔짝대며 그녀의 보지를 유린했다. 사내의 얼굴이 붉어지며 그녀의 몸 위로 풀썩 쓰러졌다. 사내의 섹스는 끝났다. 그러나 지은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150KG의 무게가 그녀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이었다. 온 몸이 부서지는 듯한 압력을 느꼈고 그것은 다시 비명으로 터져 나왔다. 마치 다른 사람이 이 장면을 보고 있었더라면 사내의 사정과 함께 그녀도 절정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이미 민혁과의 섹스로 자신의 성적 에너지를 모두 개방시켰던 그녀로써는 자신의 하체에 찢어지는 고통만 주는 이런 강압적인 섹스는 그녀를 차갑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보지를 뚫고 들어온 자지는 크기만 할 뿐이지 어떤 기교나 테크닉도 없었다. 일방적인 삽입과 리듬감 없는 왕복운동이 다였다.

“형님.. 이제 좀 일어나시죠? 저희도 몸 좀 풀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들려온 다른 사내의 목소리... 이 방안에는 분명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목소리에 그녀는 힘겹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 주위로 6명의 사내가 있었다. 하나같이 벌거벗은 체 각자 자신의 자지를 주무르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어떤 사내는 이미 한 번의 사정을 했는지 바닥에 허연 정액을 쏟아내 놓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또 다시 자지를 주무르며 얼른 자신의 차례가 오면 삽입할 수 있도록 발기시키는데 열중했다. 지은의 비명은 다시 방안을 울렸다.

“엉.. 아그야.. 이 행님이 간만에 실력 발휘 좀 혔나보다. 이년이 까무러쳐 뿌렸어야.”

“아.. 그럼요.. 형님 육봉이 보통 육봉입니까?”

옆에 있던 날렵해 보이는 사내가 얼른 그를 거들었다.

“그르지잉.. 이 맛에 들린 가이들이 한둘이 아니지잉.”

지은은 드디어 사내의 무게에서 해방되었다. 순간 폐 속에 갑작스럽게 많은 공기가 유입되면서 정신이 어지러웠다.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의 눈앞에 보인 조금 전까지 자신의 보지속에 있던 사내의 자지는 흉물스럽게 축 늘어져 있었다. 늘어진 크기만으로도 보통의 사내들의 크기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였고 그 속에 무엇을 집어넣었는지 울퉁불퉁 도깨비 방망이처럼 괴물의 그것이었다. 거구의 사내는 자신이 싸놓은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툴툴 털면서 꽤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방금 자신의 비위를 맞춰 주던 날렵한 사내에게 눈짓을 했다.

날렵한 사내는 특유의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지은에게 다가갔다. 지은은 순간적으로 위속에 있던 소화물들이 일시에 밀려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가까스로 구토감을 삼키며 혜령을 걱정했다. 지은은 혜령도 그녀와 같은 치욕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참고 있던 눈물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야야... 아그들아... 시간도 없응께... 기냥 한번에 족쳐부러라잉. 조금있심 큰형님도 오실 탱께..”

거구의 사내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거드름을 피웠다. 지은의 다리 사이에 앉아 있던 날렵한 사내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오랜만에 즐겨볼 판이었는데 갑자기 거구의 사내의 말에 5명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모두 한자리씩 차지한 사내들은 지은의 이곳저곳을 주무르거나 자신의 자지를 문지르며 오랜만에 맛보는 여체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날렵한 사내는 이미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보지에 바로 삽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보지를 본 사내는 거구의 사내가 싸질러놓은 좆물과 무리한 삽입으로 그녀의 질구에 상처가 생기며 피가 조금 흘러 섞여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것을 본다면 아무리 지금 누워 있는 여자가 세계 최고의 미녀라 할지라도 욕망이 싸늘하게 식어버렸을 것이다. 그는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올려다 본 그녀의 표정의 온몸에 바퀴벌레라도 기어다는 듯 일그러져 있었다.

“야이 새꺄.. 안 할라문 비키라.. 존내 시간 끌고 있네...”

그녀의 한쪽 다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자지를 비벼대던 한 사내가 그를 향해 윽박지르듯 나무랬다. 그가 날렵한 사내를 밀어붙이자 순간적으로 중심을 일은 사내는 그녀의 몸위로 엎어졌고 본의 아니게 그의 자지가 그녀의 보지 입구에 닿았다. 그래도 지은은 육감적인 몸매를 갖은 글래머였다. 그녀를 흔들어 대는 다른 사내들의 움직임에 출렁대는 젖가슴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고 자지 끝에 닿은 그녀의 옥문은 그녀가 싸놓은 보짓물은 아니었지만 윤활유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좆물이 덕지덕지 묻어있었기 때문에 부드럽고 탄력 있는 보지의 느낌이 전해졌다. 잠시 주춤했던 그의 욕망이 다시금 불을 지펴 그의 자지를 세웠다. 세워지는 자지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꽃잎을 벌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의 귀두에 휘감기는 여자의 보짓살에 그는 정신이 몽롱해질 지경이었다. 그것은 바로 행동으로 나타났고 다시 기운을 차린 그의 자지는 지은의 보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욱... 쉬발...”

사내의 입에선 쾌감 때문인지 기분 때문인지 모를 욕지거리가 새어나왔고 그는 상체를 세워 그녀의 골반을 단단히 잡고 왕복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은은 자신의 보지 속에 들어 온 자지가 좀 전의 육중한 몽둥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훨씬 부드럽게 그녀의 속살을 비벼 주고 있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구의 사내가 싸놓은 좆물이 그녀에게 더 이상은 고통을 주진 않았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여체였다. 아무리 극한 상황이고 정신적 충격이 심한 상황이라도 본능은 그녀를 떨게 만들었다. 이를 악문 입술 사이로 가늘게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고 이따금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입을 벌렸을 때 그보다는 조금 더 큰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녀의 주변에서 몸을 주무르던 사내들 중 얼굴 부근에 있던 사내가 단발마 같은 신음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얼굴에 좆물을 쏟아냈다. 이어 보지 속을 쑤셔대던 날렵한 사내도 극한의 상황이 왔는지 몸을 뒤로 젖히며 그녀의 보지 속에 좆물을 왈칵 쏟아 냈다. 그러자 다리 쪽의 사내가 그를 밀쳐내고 서둘러 방금 싸놓은 좆물이 흐르는 보지 구멍으로 자신의 자지를 맞추고 밀어 넣었다. 그리곤 몇 차례의 단금질 만으로 그도 허연 좆물을 그녀의 보지에 쏟아 내고 떨어졌다. 지은의 보지는 그들이 싸놓은 좆물 때문에 하얀 거품이 질척하게 생겼다. 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례대로 사내들은 그녀의 자궁 속에 자신들이 싸놓은 좆물을 채웠다.

마지막 사내가 왼쪽으로 휜 자지를 꺼내면서 모든 사내들의 정액을 받아들인 지은의 일이 끝났다. 그녀의 동공이 이미 풀려 멍하니 허공만을 무의미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본능적인 그녀의 보지는 아직도 더 많은 좆물을 먹으려는 듯 오물오물 거리며 간헐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미안해... 언니...’

지은은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줄 알았던 뜨거운 눈물이 자신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소리도 나지 않는 울음이었다. 서러웠다.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녀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 행복은 자신의 실수 아닌 실수로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만약 그녀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면 혜령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과 똑같은 일을 치룬 그녀를 지은은 차마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린 지은은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생각을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날려버렸다.

‘일단은 어떻게든 살아야 해. 언니가 이곳을 빠져 나갈 때까지는 어떻게는 살아야해...’

지은은 자신의 안위보다는 혜령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고 혜령을 두고 자신만 이 세상과 이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혜령에게 또 다시 배신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내들에게 범해졌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한참이 흘러 버렸다.

다시 문 밖에서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또 다시 악몽이 시작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실 같은 피가 흘렀다.

딸깍.

“이봐 일어나라고... 씻어야지... 좆물이 말라 비틀어 졌잖아.”

날렵한 몸을 가진 사내가 물을 열고 들어오며 한손에는 종이 접시를 들고 한손은 자신의 코를 막으며 들어왔다. 그는 침대 맡에 접시를 놓고 지은을 일으켰다. 지은은 결박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도무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는 거의 안다시피 그녀를 끌고 방에 붙어있는 욕실로 데려갔다. 그녀를 조그만 욕탕 속에 세운 그는 샤워기를 틀어 그녀의 몸에 뿌렸다. 벽을 기대고 섰던 그녀가 힘이 풀린 다리 때문에 더 이상 서있지 못하고 욕조 속에 쓸어졌다. 아니 구겨졌다고 표현해야 더 어울릴 것이다. 할 수 없이 사내는 그녀를 욕조에 담구고 고개를 욕조 바깥으로 세워 올렸다. 그리고 욕조에 물을 받기 위해 배수구를 막았다. 처음에는 차가웠던 물이 점차 따뜻해지면서 욕조를 채웠다. 지은도 따뜻한 물속에서 자신의 몸이 서서히 기력을 찾는 듯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물이 다 채워지자 사내는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조금 있으면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거야. 그럼 닦고 나가서 밥 먹어. 나도 시켜서 하는 일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

힘겹게 고개를 들어 지은은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욕실 천정의 전등 불빛 때문에 그의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다. 스치듯 보이는 사내의 얼굴을 보고 지은은 사람은 인상 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부드러운 인상의 중년인 때문에 그녀와 혜령은 이런 고통을 받고 있었고 조금은 얍삽하게 생긴 이 사내는 진심으로 그녀를 동정하고 있었다.

사내가 나가고 욕실에 혼자 남은 지은은 뜨끈해진 물속에서 조금씩 기력을 찾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을 혼자 걸어 나와 침대 맡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별다른 식기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손으로 기름진 스파게티를 입속에 쑤셔 넣었다. 그녀의 두 눈에선 또 다시 눈물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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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연결이 잘 안돼시는 분들이나 처음 보시는 분들께서는 이 작품을 처음부터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그동안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테이큰(Taken) ==> 사전적 풀이는 포획 납포 납치 등등 많은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데리고 온' '납치'의 의미

프롤로그 : 유명 여당 의원이 저격되었다.

주인공 민혁은 너무나도 낙천적인 성격의 대기만성형 성격의 소유자, 그의 인생은 그다지 즐거워 보이진 않지만 따뜻한 아내 연아와의 결혼 생활로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다 자신의 고지식한 성격때문에 결국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경험하고 아내의 무릎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뜬 그의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에 점점 자신의 성격과 모든 것이 변한다. 과거의 무능한 낙천주의자가 아닌 민혁... 그를 반대편 지구에서 온 연아는 반대편 지구로 데려온 것이다.

그곳의 생활에 익숙해 질때 쯤 브래든 장군의 음모로 블루스톤과 연아가 납치된다.

자신의 아내 연아가 납치되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중대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에 납치된 아내를 뒤로 하고 다시 그가 원래 살았던 반대편 지구로 돌아온다.

프롤로그의 장면은 그가 처음으로 수행한 임무였다. 그리고 그는 지구의 소멸을 막기위해 원인이 될만한 것을 조사한다. 그러던 중 혜원, 혜령 자매를 만났고 혜원과는 연인 사이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집에서 같이 살게된 혜원, 혜령, 지은과 민혁, 그들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갖지만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혜령에게 음모의 그림자기 덮쳐온다. 그와 함께 혜원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민혁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벗어난다.

경기도 북부의 어느 농촌 마을, 그러나 서울 근교이고 최근 부동산 바람으로 갖가지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여느 농촌 마을보다는 활기를 띠었다. 민혁의 스포츠카가 그 마을에 나타난 것은 이제 막 12시를 넘기는 시간... 그는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이곳으로 온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뛰어 가야겠군.’

그가 도착한 마을과 정한수의 별장까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약 30KM, 그러나 시골의 길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꾸불꾸불 돌고 돌아 실제 도로상의 거리는 100KM 가까이 되었다. 이곳 마을부터 별장까지 인가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는 차량도 없었고 인적도 드물었기 때문에 그대로 차를 몰고 간다면 별장에서 망을 보는 건달들이 이상히 여길 것이다. 민혁은 이런 동네에 최고급 스포츠카가 길가에 서있다면 분명 주위를 끌 것이라 생각했다. 혹시라도 납치범들 중에 마을에 볼 일이 있어 나온 사람이 있다면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카를 이상히 여길 것이다. 그는 마을 초입에 있었던 대형 마트가 떠올랐다.

‘그렇지... 그곳이 좋겠군..’

민혁은 다시 차를 몰아 마트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세워두면 그리 시선을 끌지는 않을 것 같았다. 민혁은 너무 구석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에 쉽게 띠지 않는 그런 자리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마트 객장을 통해 큰길로 나왔다. 한가로이 오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 사이로 묻혔다.

“야! 임마! 왜 이렇게 굼떠.”

“아따! 형님. 인원이 몇 명입니까? 우리 식구들 다 먹을라문 잔뜩 사야지라.”

검은 슈트에 검은 색 기지 바지를 입은 사내가 커다란 상자 두 개를 포개들고 시골 동네에서 보기 힘든 고급 외제 승용차 뒤에 서서 차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지나는 사람들이 일제히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혁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낯이 익은 외제차였다. 그것은 위성 영상으로 본 그 별장에 있던 외제차였다. 순간 민혁은 그림자 속으로 자신의 몸을 숨기고 그들의 주시했다. 그의 귀와 눈이 또 다시 실력을 발휘 했다.

승용차의 뒷좌석 즉, 일반적으로 상전 자리라고 하는 곳에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가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있었고 운전석의 사내는 고개를 창문으로 내밀고 뒤쪽의 다른 사내를 윽박질렀다.

“시끄럽다. 소란피지 마라.”

뒤좌석의 사내가 조용히 그렇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운전석의 사내는 신속하게 자신의 본연의 자세를 잡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뒷 트렁크에 짐을 싫던 사내도 멀쑥했는지 쭈뼛거리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형님! 출발하겠습니다.”

“....”

뒷자석의 사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의 진행 방향으로 보아 별장 쪽을 향하는 것 같았고 민혁은 그들이 이번 납치의 주범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흙먼지를 날리며 멀리 사라져가는 승용차의 뒤 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던 민혁은 승용차가 시야에서 사라져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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