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3....4....3....3.....1....4...”
“아.. 그래.. 진작에 말해주지...”
사내는 다시 그녀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녀가 불러준 번호를 눌렀다. 이내 통화 연결음이 들리고 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
“여보세요... 박혜원입니다.”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매달려 있는 여자를 보며 고맙다는 듯 눈인사를 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모든 구멍이 더욱 커지며 멈춰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고개를 내려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든 근원지를 보았다. 붉은 선혈이 보였다. 사내가 웃는 얼굴로 그녀의 보지에 대검을 찔러 넣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혜원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구릿빛 근육질의 민혁이 상반신을 드러낸 채 머리를 수건으로 털면서 욕실을 나왔다.
“무슨 전화야?”
“아니.. 잘못 걸렸나봐. 그냥 아무 말도 없어...”
혜원이 휴대폰의 종료 버튼을 누르며 민혁을 바라보았다.
‘아...으.....’
혜원은 자신의 눈에 펼쳐진 사내의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놓아버렸다.
“어이! 정신차려...”
“으응... 응.. 오빠 몸은 언제봐도 그냥... 아휴...”
“그냥 뭐..?”
“그.... 냥.... 어? 언니.. 어디가?”
혜원은 무안한 눈빛을 혜령쪽으로 재빨리 돌렸다.
“어디가는 걸로 보이니?... 민혁... 아침부터 왠 스트립쇼야.. 정신 혼미하게.. 나 오늘 중요한 유세가 있단 말야...”
혜령은 말은 못마땅한 듯 내뱉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손가락은 그의 등쪽 근육을 음미하고 있다.
“험!... 언니... 나가려는 거 아니였어?”
혜원의 헛기침에 정신을 차린 혜령이 놀라며 그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절정을 맞이한 여인의 홍조를 가득 띠고 있었다.
“어머... 아침부터.. 왜들 그래..”
지은이 이층 계단에서 내려오며 거실에 퍼진 음란한 기운에 정색을 한다. 그러나 이내 그녀 앞에 구릿빛 피부의 사내를 보자 그녀 또한 그 음란함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안돼겠어.. 오빠.. 얼른 옷을 입든지.. 이 아줌마들 눈앞에서 사라지든지... 빨리 움직여.. 이러다 큰일 나겠어...”
혜원이 민혁의 등을 떠밀어 그의 방으로 올려 보냈다. 그렇게 그녀들 앞에서 민혁이 사라지자 꿈에서 깬 것처럼 혜령과 지은은 갑자기 부산해졌다.
“우리 나갈꺼지?”
“응.. 언니.. 우리 유세하러 가야 되지?”
“응.. 맞아.. 오늘이 중요한 합동 연설이지?”
“응..”
“저기여.. 아줌마들.. 됐거든요.. 그만 하시고.. 얼른 정신 챙겨서 나가보시죠..? 네.?”
혜원은 그녀들의 이런 어린애 같은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들이 해야 할 일을 일깨워 주었다.
“이따가 연설 시간에 맞춰서 혜원이랑 가볼께요. 오늘 잘 하세요. 파이팅.”
어느새 최대한 자신의 몸을 가린 민혁이 이층에서 내려오며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응.. 그래.. 니가 보디가드 한다고 고생이다. 빨리 이 선거가 끝나야 할텐데.”
“뭐가 고생이에요. 계속 붙어있는 게 아니라 귀가할 때만 같이 들어오는 건데... 괜찮아요. 더 도와 드리고 싶어도 제가 하는 일 때문에 못 도와 드리는 게 항상 미안한데...”
“혜원이는... 민혁이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칫... 그 방해란 의미가 뭘까?”
“글세... 나라면 이만한 기회가 또 있을까?”
“뭐야.. 지은언니... 오빠가 도와달라고 해서 가주는 거지 뭐.. 내가 그렇게 밝기는 여잔 줄 알아..?”
“흠... 과연 그 도움이 도움으로 끝날까..? 호호호호”
“맞아요.. 언니.. 깔깔깔”
혜령과 지은은 합심해서 동생을 놀려대고 있었다. 혜원이 시계를 가리키기 전까지...
*************
‘이 남자 뭐야 이거.. 이렇게 둘만의 공간에 있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혜원은 한시간 전부터 벽면 전체를 가득 매운 모니터 화면에 얼굴을 박고 있는 민혁의 뒤에서 씩씩 거리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예전 민혁의 집이였고 처음 그의 침에 들어왔을 때 거실 전체를 마치 도배한 것처럼 뒤덮고 있는 수많은 모니터와 그리고 그 모니터들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뿜어내는 색체로 어지러웠다. 그리고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중앙 테이블에 앉아 연신 눈을 굴리며 자신만의 일에 빠져버린 민혁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그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행동에 처음에는 혜원도 의아해 하며 신기한 듯 바라만 보고 있었지만 그게 한 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안하는 통에 그녀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흥..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사실 혜원은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준비해 온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혜원은 아직도 모니터에 정신이 팔려있는 민혁의 등 뒤에서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투명하고 매끄러운 피부가 서서히 들어나며 그녀가 준비한 그 비장의 카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색 레진 브라가 그녀의 젖가슴에 꼭 감싸듯 부풀어 그녀의 가슴을 더욱 탱탱하게 드러내었고 이어 스키니 진 바지를 벗은 그녀의 엉덩이 또한 붉은 색 레진 팬티가 그녀의 싱그러운 몸매를 더욱 섹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엉덩이에는 새하얗고 부드러운 꼬리가 달렸다. 혜원은 자신의 가방에서 같은 붉은 색 레진의 팔뚝까지 오는 장갑과 허벅지까지 오는 부츠를 꺼내 입었다. 머리에는 꼬리색과 같은 고양이 귀 머리띠를 썼다. 그녀의 모습은 한마디로 요망한 고양이 그 모습이였다. 붉은색 레진은 그녀의 볼륨을 더욱 끌어올려 섹시함을 절정에 올려놓았고 머리에 쓴 고양이 귀와 엉덩이의 꼬리는 더없이 귀여운 고양이를 연상하게 했다. 이것이 그녀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인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혜원은 자신도 만족하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위에 섰다.
“미야옹... 미야옹...”
난데없이 민혁의 귓가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정보의 바다에 빠져있던 그를 다시 세상 속으로 끄집어내었다.
“미야옹... 미야옹...”
다시 그의 귓가에 축축하면서 따뜻한 입김과 함께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렸고 그는 완전히 세상 속으로 돌아왔다.
고양이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귓가에 나지막한 울음소리와 그의 목덜미를 살짝 살짝 핥아대는 것뿐이다. 그 느낌이 민혁도 싫지 않았다. 잠시 이 요망한 고양이의 행동을 그대로 놔두고 싶었다.
고양이의 앞발이라고 여겨지는 그녀의 손이 그의 어깨를 타고 넘어와 가슴팍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리고 단추를 풀러 셔츠 속으로 그 앞발이 모습을 감추고 이내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그의 가슴에서 시작하여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여전히 그의 귓가엔 고양이의 낮은 울음소리가 울렸다.
“으음... 이 집에 고양이가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그의 나지막한 읊조림에 울음소리가 멈췄다. 대신 그의 머리에 새로운 느낌이 전해졌다. 물컹하면서도 탄력 있고 심지어는 탱탱한 느낌까지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할 만큼 짜릿함이 그의 뒷목을 타고 척추를 지나 온몸으로 퍼졌다.
어느새 풀어 헤쳐진 셔츠는 그의 상체를 거의 드러내 놓고 있었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꼬리가 그의 상체를 간질였다.
“이 요망한 고양이... 모습을 드러내봐!”
민혁의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에 자못 놀란 듯 고양이는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회전의자를 빙글 돌려 고양이가 있는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붉은 색의 고양이가 웅크리고 커다란 눈망울을 초롱초롱 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발은 입가에 살짝 말아 쥔 상태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커다란 눈망울이 껌뻑이고 있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고양이였다. 그리고 더 없이 섹시한 모습이었다.
“미야움... 미움...”
“친구가 필요한 모양이구나? 우선 우리 고양이 친구한테 내가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민혁은 말이 끝남과 함께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내렸다. 늠름한 자지가 하늘을 향해 꺼떡였다. 고양이도 그것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살금살금 다가와 그의 다리사이에 앉아 사랑스런 눈길로 그의 자지를 바라보았다. 마치 생선을 앞에 둔 진짜 고양이와 같은 눈빛으로...
“너도 이걸 좋아 하는 구나? 한 번 맛을 보렴...”
“미야움..”
고양이는 단단히 우뚝 선 자지를 앞발로 감싸 쥐고 위아래로 훑어 주다가 혓바닥을 나름 내밀어 맛을 보듯 핥아 주었다. 이내 맛있는 생선이라도 발견한 고양이처럼 덥석 자지를 입안에 한 아름 품고는 사탕을 굴리듯 입속에서 혀를 놀려 이곳저곳을 핥아 주었다.
“후읍.. 쩝...미우우웅....”
혜원은 고양이 역할에 충실했다. 민혁도 그녀가 이렇게 고양이 흉내를 잘 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번들거리는 침으로 뒤덮인 자지가 그녀의 입에서 나왔을 때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고양이는 자지에서 입을 떼고 네발로 엎드린 체 뒤로 돌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혀를 날름거리며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으로 민혁을 쳐다보았다. 민혁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팽팽한 붉은색 레진 팬티는 그녀의 엉덩이를 더욱 섹시하게 연출했고 중앙에 달린 꼬리는 내려져 그녀의 보지를 가리고 있었다. 민혁도 기는 듯한 자세로 그녀의 엉덩이쪽으로 얼굴이 가까이 가져가 꼬리를 살짝 치우자 그녀의 보지가 레진 팬티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입고 있는 팬티는 가운데가 구멍이 뚫려있어 팬티를 벗지 않아도 보지 전체를 들어 내놓고 있었다. 그가 살짝 보지를 벌리자 그 속에 머금고 있던 보짓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민혁은 아까운 것이라도 되는 냥 흐르는 보짓물을 혓바닥으로 핥아 먹으며 보지 이곳저곳을 핥아 주었다.
“우웅.... 아앙.. 웅...”
아직도 역할에 충실한 혜원은 신음소리도 최대한 고양이 울음과 같게 내고 싶었지만 본능적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고양이 소리로 바꾼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 했다.
민혁의 얼굴이 어느새 그녀의 보짓물에 뒤덮여 마치 세수를 한 얼굴처럼 번들 거렸다. 민혁은 다시 한 번 그녀의 보짓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에 놀랐다. 그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안 고양이는 서너차례 등을 세우며 부르르 떨었다. 물론 최대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고양이 친구... 이제 넣어도 될까?”
“미야아아우웅... 으으응...”
민혁은 고양이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단단히 부푼 자지를 번들거리는 보지에 대었다. 그녀가 쏟아 놓은 보짓물로 인해 미끌거리는 보지는 레진 팬티 때문에 조여져 있었다. 그가 허리에 힘을 실어 앞으로 밀자 보지의 균열이 벌어지며 그의 자지를 조물조물 삼켰다. 완전히 자지가 보지속에 삽입되자 민혁은 팔을 뻗어 그녀의 겨드랑이 옆으로 바닥을 짚었다. 마치 정말 암수 고양이 한 쌍이 교미를 하는 것처럼 그런 자세에서 엉덩이만을 움직였다. 흔히 그런 자세에서의 삽입은 단조롭다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다. 이 자세에서도 여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채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자가 엉덩이를 곧추세우고 허리를 꺼질 듯이 내려놓으면 질구는 아래쪽을 향하게 된다. 그러면 단단한 자지는 질구의 위쪽을 훑어주며 자극을 주게 된다. 그리고 여성이 허리와 등을 세우면 질구의 입구가 좁아져 자지를 움켜쥐는 자극을 주게 된다. 또 상체를 세우느냐 눕히느냐에 따라 질구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자세만으로도 남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자지가 충분히 빳빳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로써는 매우 힘든 자세일 수 도 있다.
혜원과 민혁은 이러한 자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준비된 사람들이다. 혜원은 자신에게 강한 자극이 와 절정에 다다르면 등을 세워 질구를 좁혀 그에게 더 큰 자극을 주고 있었고 자신이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면 허리를 내리거나 상체를 세워 질구의 각도를 자극이 강하게 오도록 잡고 있었다. 그에 맞춰 민혁은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여 그녀를 만족시켜주고 있었다.
그렇게 수십 분을 그들은 자세의 큰 변화 없이 보이지 않게 큰 변화를 주면서 섹스를 탐닉하고 있었다.
그들의 섹스가 최고조에 달할 무렵 방안의 공기는 그들이 뿜어낸 음란한 기류를 가득 담고 있었고 그녀가 쏟아 낸 보짓물은 바닥에 고일 정도였다. 그들은 이제 최고의 쾌감을 위해 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마침내 그 정점에 도달하려는 찰나였다.
‘Nobody, Nobody want you.~~'
혜원의 휴대폰 벨소리가 여는 때와 똑같이 울렸다. 그러나 혜원의 귀에는 이상하리만큼 크게 들렸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에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도 그런 그녀의 행동에 맞춰 동작을 멈췄다.
“전화...”
“받께? 줄까?”
“...”
이상했다. 그냥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그들이 행동을 멈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던 데로 절정을 충분히 만끽하고 여전히 울리고 있다면 그때 받으면 되는 것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냥 이상했다. 꼭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여전히 전화벨을 울리고 있었다.
민혁이 상체를 틀어 그녀가 벗어놓은 옷가지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발신번호는 발신자표시 제한이었다.
“어.. 이거 발신자표시 제한이네.. 광고 전화 아니야..?”
“....”
민혁은 혜원을 보며 그래도 받겠냐는 눈빛을 보냈다.
“아... 아침에도...”
혜원은 오늘 아침 발신자표시제한의 전화를 받았었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냥 무심코, 아니 눈에 들어온 민혁의 반 누드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끊었었다. 지금도 발신자표시제한 전화였다. 혜원은 팔을 뒤로 뻗어 민혁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그 순간 어디서 들어온 찬바람 때문인지 소름이 전신에 돋았다.
“여보세요. 박혜원입니다.”
“.....”
“여보세요. 박혜원입니다.”
“... 박혜원씨....”
이번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듯 한 목소리였지만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한두 번 정도 들어 본 것 같았다.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박.. 혜.. 원..”
“누구세요?”
혜원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민혁과의 달콤하고 짜릿한 한때를 방해한 이 전화의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계속 혜원의 이름을 되뇌듯 불렀다.
“당신 뭐야?”
혜원이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흐흐흐... 혹시 정희가 당신 친구인가?”
“정희... 정희가... 그런데?”
“키키.... 당신 친구가 몹시 아픈거 같은데...”
“뭐야? 당신...? 내 친구 정희를 어떻게 알아?”
혜원이 정색을 하며 자세를 고쳐 잡아 앉았다.
퐁...
그녀의 보지에서 자지가 급작스레 빠지면서 재밌는 소리를 내었다. 평소 같았으면 미소 정도는 지어 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혜원은 그럴 수 없었다.
“당신 친구가 보고 싶어 하는데... 아마도 서두르지 않으면 영원히 볼 수 없을 지도 모르지.. 키키키...”
“무슨 일이야? 영원히 볼 수 없다니? 어디야? 거기가?”
“오~ 친구를 보러 오시려고? 키키키 여기가 아마...”
“어디야 이자식아?”
“시발년이 어디서 욕이야? 응? 니 친구를 정말 죽여 버릴까? 응?”
혜원은 다급했다.
“아.. 미안해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여기 한세대학교... 요즘 한창 공사 중이 구만... 근데.. 여긴 공사를 안하나봐... 하긴 기계과는 이제 한물갔지...”
불현 듯 혜원의 뇌리를 쓰치는 사람이 있었다. 최종국. 그 일지도 모른다. 몇일전 정희와 만났을 때 최종국의 이름을 들었다.
“혹시... 최종국...? 너 최종국이지? 맞지?”
“크크크.. 빙고... 이제야 맞췄군.. 잘 지내셨나? 마이 프린세스?”
“뭐라고? 어째건 거기가 어디야? 정희를 어떻게 한거야?”
“워워... 진정하라고... 그렇게 서두른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고... 사실.. 난 탈영을 했지.. 삽질하고 있는데 갑자기 니가 생각나는 거야? 마이 프린세스... 그래서 나왔는데 널 찾을 수가 없었어.. 그러다 우연히 정희를 만났지.. 정말 난 운이 좋은 놈이야.. 크크크크 거기서 정희를 만나다니..”
“그래서.. 빨리 어디 있는지나 말해?”
“오~ 마이 프린세스가 이 몸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가 보군.. 아까 위치는 말했을 텐데.. 기억을 더듬어봐.. 크크크크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혜원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민혁을 향해 손짓으로 경찰에 전화를 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경찰이나 뭐 그런 데 연락하고 그러지는 마라... 어짜피 탈영한 놈이 뭐 뵈는 게 있겠어? 그리고 혹시라도 경찰에 연락했다면 정희는 다신 볼 수 없을 거야... 물론.. 나도 그렇겠지만...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마이 프린세스... 혼자와.. 너혼자.!”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혜원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민혁쪽을 바라보았다. 민혁은 막 전화를 들어 경찰에 신고를 하기 위해 번호를 누르고 있는 중이였다.
“안돼!! 오빠.. 안돼!”
혜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가까운 목소리에 민혁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혜원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안돼... 오빠... 안돼... 정희가 죽어... 이새끼 미쳤어.. 정말 미쳤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선거 사무실은 바쁘게 움직였다. 혜령과 지은도 아침에 오자마자 점심도 잊은 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모두들 활기차 보이는 것은 아마도 여론조사의 결과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고 자원봉사하는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고 있다는 결과에 흥이 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자... 이제 슬슬 마무리하고 합동 연설 준비 합시다.”
지은도 흥이 났다. 여론 조사의 압승, 새로운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다시 여자로 만들어 준 한 남자 이런 모든 것이 그녀를 에너지가 넘치게 했다. 그녀는 일을 습득하는데 탁월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며 그녀가 이런 선거 사무실의 베테랑으로 보여 질 것이다. 그러나 실상 그녀는 이번 선거가 첫 경험이고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은 거의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일을 잘해 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혜령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지원군이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이렇게 그녀가 치룰 첫 선거에서 이만한 성적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지은아! 우리 아직 점심도 못 먹은거 같은데. 간단히 요기라도 좀 하자..”
“응! 언니.. 근데 배가 하나도 안고프네. 이 기사 좀 봐. 이건 뭐 거의 당선이야 당선.”
지은이 신문을 들고 한달음에 뛰어 와 펼쳤다. 이미 혜령도 본 기사였기에 혜령은 지은이 펼친 신문을 접고 무작정 지은을 데리고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아주머니, 김밥 이인분만 주세요. 아... 그 오뎅하고요..”
“아우... 우리 의원님께서도 이런 걸 잡수세요? 좋은 걸 잡수셔야죠.”
혜령은 사무실 근처 김밥 전문점에 다짜고짜 지은은 앉혀놓고 직접 주문을 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겉으로는 김밥을 내어주는 게 내키지 않은 것 같이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지지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이런 곳에 온 것도 기분 좋았지만 정말 서민과 같이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혜령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다.
“자... 여기 의원님.. 김밥이요...”
김밥집 주인이 내온 김밥은 이미 만들어 놓은 다른 김밥보다 양과 질에서 차이가 났다. 특별히 그녀가 만든 것일 것이다.
“아유... 아주머니 이렇게 주시면 뭐가 남는다고... 에유.. 그냥 있는거 주심 되는데..”
“아녀.. 똑같은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을 흘리며 그녀의 본연의 자리인 김밥 만드는 작업장에 앉아 연신 싱글거리며 김밥을 말았다.
“자.. 먹어.. 이렇다 너나 나나 병나겠다. 끼니는 그때그때 먹어야지..”
혜령은 김밥 한 조각을 집어 지은의 입속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그녀들이 정겹게 김밥을 먹는 모습을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고 있는 듯 어떤 중년의 여자는 눈에서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그녀들을 지켜보는 많은 시선 때문에 허겁지겁 입속에 김밥을 쑤셔 넣다시피 김밥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왔을 때 그녀들 앞으로 정확히 말하면 지은이 앞으로 소포가 와 있었다.
“누구지?”
소포의 겉에는 ‘박혜령 후보 보좌관 앞’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우와~ 좋겠다. 익명의 지지자... 흠... 샘나는데.. 풀러봐..”
“언니.. 아니.. 후보님은 농담도... 여태 이런 익명의 소포는 전부 의원님한테 온거였다구요.”
지은도 소포의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우선 흔들어 보니 둔탁하게 흔들리는 물건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포장을 헤치고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세련된 구두 한 켤레가 있었다. 불현 듯 지은은 자신이 신고 있는 구두를 내려 보았다. 그동안 정신없이 선거 유세를 하던 터라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나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것이 그녀의 구두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불투명하고 헤지고 심지어 굽은 언제 달았는지 플라스틱 굽 몸체까지 올라와 있었다.
“어머... 너무 이쁘다. 어쩜... 미안해.. 나도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잘 됐다. 그거 벗어 버리고 이거 신어봐.”
혜령은 손수 상자에서 구두를 꺼내 그녀의 발에 신겨 주었다. 구두는 맞춘 것처럼 지은의 발에 꼭 맞았다. 세련된 디자인의 검은색 정장 구두는 지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딱 맞춤이네 맞춤이야..”
지은도 새 구두를 신고 이리저리 살피며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
민혁의 차안에서 혜원은 아무 말도 없이 앞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된 일련의 정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었다.
정희와 은숙을 남겨 두고 혜원이 먼저 모텔을 떠났었다. 은숙과의 통화로 확인해 본 것으로 정희와 은숙은 새벽녘에나 잠에서 깨 둘은 함께 모텔을 나왔고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 후 은숙이 숙취에서 회복되어 정희와 소형차를 구입하려고 약속했던 것을 확인하려고 그녀의 집에 전화를 했고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정희가 그날 이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종종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녀나 정희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혜원의 전화를 받은 은숙은 큰 충격에 휩싸여 실신했다. 다행이 집에 다른 가족들이 있어서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니까. 그날 정희 혼자 집에 가던 중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그 전에 종국이와 정희가 만났었다고 했으니까 그때 정희네 집을 알아 뒀을 꺼야. 그리고.... 탈영이라는게 문제인데...’
여기까지 그녀의 생각이 정리됐을 때 민혁이 차를 세웠다. 우선 계획을 세워야 했다. 혜원 말대로 경찰이 개입되면 그의 행동반경이 축소 될 수밖에 없다. 이유야 그동안의 일련의 사건과 현재 그의 신변상의 문제 때문이다. 그는 이 세상에 현재 있어야할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납치범이 군, 그것도 해병대 탈영병이라면 살인 훈련을 받았을 것이고 혹시라도 무장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는 그와 같은 탈영병 뉴스는 없었다. 아마도 사회적인 문제나 질책 때문에 군에서 쉬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왜?”
“너랑 내가 같이 가면 안될 꺼야.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정희씨의 목숨이 위태롭겠지. 여기서부터 혼자 가. 난 은밀하게 따라갈게. 내 능력 알지. 날 믿고.... 아무일 없을 거야.”
민혁의 말에 혜원은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완전히 공포에서 해방 시켜주진 못했다.
“우선 그 기계과 창고의 위치를 자세하게 그릴 수 있을 만큼 그려봐.”
“응.. 그게..”
혜원은 기억을 더듬어 학교의 내부 구조물들의 위치를 그려 나갔다. 그리고 정희가 잡혀있을 장소로 가장 유력한 기계과 창고의 위치까지 그렸을 때 종이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임에는 틀림없었다.
한세대학교는 산 중턱을 깎아 세우고 대부분이 그렇듯 미래를 내다보고 건물을 증축 또는 신축한 것이 아니라서 매우 복잡했다. 그리고 최근 대대적인 학교 재개발로 대부분의 건물이 리모델링되거나 철거되고 한창 건물을 올리고 있었다. 본교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분교로 수업을 받아야 했고 그것이 싫은 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하였다. 그래서 현재 학교에는 공사 인력만이 분주하게 왕래하고 있을 것이다. 기계과 창고는 학교의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에 그리고 가장 후미진 곳에 있었다.
민혁은 어느 정도 위치가 파악되자 혜원을 먼저 내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도 차에서 내려 그녀가 걸어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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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얘들 올 시간 안됐니? 지금 쯤 왔어야 하는데...”
“언니... 솔직히 말해도 될까?”
“응? 뭘?”
“언니 같으면 민혁이랑 단 둘이 있는데 다른 게 생각나겠어?”
“.... 으.... 이것들...”
혜령이 분을 삭이는 사이 합동 연설장의 장내 스피커로 혜령의 이름이 불려졌다.
“언니! 언니 차례야.. 잘해.. 파이팅!”
혜령은 대답대신 다부진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고치며 당당하게 연단으로 걸어 나갔다. 장내에는 많은 시민들이 합동 연설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많은 청중들은 그녀가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그녀를 맞아 주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인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일편에선 현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그녀의 연설을 방해하기 위해 목이 터져라 자신들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저런 것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만 회장에 나와 있는 선거관리위원 중 어느 누구도 그런 그들의 행동에 제제를 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랑하는 은평구민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 서있기 한없이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의 고통을 함께 해야 하지만 미천한 저는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이 나라 이 겨레가 백성들 서민들 국민들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저 국회의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그것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서야할 분은 저도 아니고 위정자들도 아닌 여러분이어야 합니다.”
“와~~ 와~~ 박혜령.. 박혜령..”
“우~ 군발이 개보지는 물러가라...”
환호 속에 희미하게 들리는 야유가 혜령의 귀에는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딱!
어디선가 날라 온 돌멩이에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런 모습을 본 청중들은 분노하며 여당 지지자들을 무언의 압력으로 회장에서 ?아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혜령도 이마의 흘리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말을 이었다.
“절 너무도 사랑하신 분이셨나 봅니다.”
“와하하하.....”
장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 감히 말합니다. 이제껏 어느 정치인들도 이곳에 국민 여러분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저 박혜령... 여러분 모두를 이 자리에 서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목소리가 더 크고 힘 있게 저 위정자들을 깨우치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혜령의 연설은 계속이어 졌고 청중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연설을 경청하며 자신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 혜령을 험악한 얼굴로 쳐다보는 정한수는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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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은 자신의 눈을 통해 들어오는 상황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눈앞의 현실이었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저와 같은 처참한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키키키 마이 프린세스. 뭘 그리 놀라시나?”
“이.....이....런.... 미... 친... 새... 끼...”
혜원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에 놀랐다.
“저년은 아주 좋아 하더라고. 이런 변태 같은 년. 킬킬킬... 오죽 하고 싶었으면 칼로 보지를 쑤셔대냐? 킬킬킬...”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혜원은 다소나마 정신을 추수렷다. 그녀의 눈앞엔 정희가 발가벗겨진 체로 팔은 뒤로 묶여 치켜 올려져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취할 수 없는 형태로 매달려 있었고 다리는 벌어진 체 적나라하게 그녀의 보지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보지는 이미 그 기능을 더 이상은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질구에 군용 대검이 깊숙이 자루만을 남긴 체 박혀 있었다. 출혈은 멎은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에 고인 피로 보아 이미 많은 피를 흘린 것으로 보였다. 아직은 숨이 붙어 있는지 간헐적으로 몸에 경련이 있었고 작지만 분명하게 가슴이 오르내렸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혜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상태로는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잃을게 뻔했다.
“이제 정희를 풀어줘... 저대로 두면 죽을꺼야.”
“킬킬킬... 죽게 내버려둬.. 저년은 죽어도 돼.. 킬킬킬...”
종국은 혜원의 주변을 돌면서 그녀의 자태를 감상하듯 위아래로 음흉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던가? 4년간의 대학 생활이 그에게는 오로지 여신 혜원을 보는 것으로 끝났다. 그녀의 졸업과 함께 군에 들어 갈 때까지 줄 곧 그는 혜원을 자신의 여신으로 믿고 지켜보았다. 심지어 그의 방에는 10대 여고생처럼 온 방안에 혜원의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었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다녔다. 그러나 그의 스토킹은 학교 내에서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사람들에 휩싸여 있었고 따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교내 밖에서 그녀를 스토킹 했다면 그는 법적이 조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는 그냥 같은 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우연이라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었다. 우연히 지나가다 그녀의 눈에 종국이 들어올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우연이지만 종국에게는 미행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대학교 1~2학년 때 군대를 간다. 그러나 그는 4년 동안 그녀를 쫓아다니기 위해 한번은 연장 신청을 했고 한번은 스스로 팔을 부러트렸으며 한번은 좀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4학년 때는 해병대 지원으로 6개월 정도 연장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아니 자신의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그는 해병대에 입대하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녀를 살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내가 뭘 하는 되는데?”
혜원은 정희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가 섹스를 요구한다면 자신 또한 극단의 방법을 써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킬킬킬.... 난 어차피 끝났어. 군에서도 내부반에 수류탄 한 5개는 까고 나왔으니까. 그것도 내가 한 5초간 들고 있었으니까... 킬킬킬 넌 모르겠지... 공중에서 수류탄 5개가 한 번에 폭발하는 순간.... 킬킬킬 내가 왜 그랬는지 알아?”
“....”
“김병장이라는 개새끼가 니사진에 그 새끼의 더러운 입술을 대버린 거야... 내 프린세스의 입술에... 그래서 눈이 돌아 버렸지... 그 새끼 대갈빡에 딱총 세 방 정도 쏘니까 더 이상 쏠만한 대갈빡이 없더라고 다 날아가 버렸어. 킬킬킬... 나도 안해본 키스를 그 새끼가.... 으.....”
종국은 그때의 상황이 생각나는지 분을 참지 못하고 앞에 있던 철제의자를 걷어찼다. 그 철제의자는 공교롭게도 날아가 정희의 몸에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정희의 보지에 쑤셔 박혀 있던 대검이 조금 빠지면서 한 뭉텅이의 피가 쏟아졌다.
“아악..... 하지마... 하지마...”
“킬킬킬... 저년은 내버려둬... 마이 프린세스...”
“내가 뭘 하면 돼? 뭘 하면 풀어 줄거야? 정희는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고.”
“킬킬킬... 저년을 살리고 싶어? 그럼 벗어!”
혜원은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버러진 이 상황이 지옥 같이 느껴졌다.
‘오빠... 제발... 민혁오빠...’
사실 민혁이 왔다면 벌써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있는 곳에는 민혁이 없었다. 민혁과 혜원이 예상했던 장소는 정확하게 맞았다. 그러나 그녀가 그려준 지도가 문제였다. 교내에는 공사중이라서 이정표는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려준 지도 상의 이 장소는 반대편에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 민혁은 있지도 않은 곳에서 그녀를 찾고 있을 것이었다.
혜원은 천천히 손을 들어 셔츠의 단추를 풀다가 사뭇 놀라며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그녀가 옷을 벗는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경우와 같았다.
‘어쩌지....’
혜원은 민혁의 집에서 입고 있던 붉은색 레진 팬티와 브라를 그대로 입고 있는 상태였다. 너무 경황이 없던 터라 그 상태에서 바지와 셔츠만 입고 집을 나선 것이다.
“킬킬킬... 역시 안되겠어? 저년은 그럼 죽어... 아니 내가 이렇게 할꺼야.”
종국은 정희를 향해 손에 짚이는 벽돌을 던졌다. 벽돌은 정희의 몸통을 가격했고 또 한번 정희의 보지에선 핏덩이가 쏟아져 내렸다.
“아악... 아니.. 할게.. 할게..”
혜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셔츠의 단추를 풀고 이내 바지까지 벗어 붉은색 레진 브라와 팬티를 걸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냈다.
종국의 눈에 종국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프린세스는 이러면 안 되는 것이다. 순결한 공주여야 했다. 이런 뇌쇄적인 속옷을 입는 공주는 없다. 적어도 종국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아악.... 아니야... 아니야... 니가 왜 이래? 넌 순백색의 속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구..”
종국은 미친 듯이 뛰어 다녔다. 말 그대로 발광하는 미치광이의 그 모습이었다. 그의 눈에 K-2 소총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 앞에 붉은색 레진 속옷을 입은 자신의 프린세스는 잘 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그녀는 하늘거리는 레이스 달린 순백색의 속옷이 아니라면 적어도 순백색이어야 했다. 저런 추잡한 색깔이 아니었다. 종국은 K-2 소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혜원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그곳에서 온 게 아니야.... 으으... 잘못됐다고..”
종국은 총구를 거둬 자신의 입속에 넣었다. 그러다 다시 그녀를 향해 겨눴다. 그는 이미 모든 생각을 정리 한 듯 했다. 그녀를 쏘고 자신도 자살할 생각이었다. 잠깐 동안은 그래도 자신의 프린세스였던 혜원을 두고 자살 하려고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도 더 이상은 프린세스가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 다시 한 번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쉬익~’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사람의 인영으로 보이는 물체가 도저히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보기 힘든 움직임으로 종국 쪽을 향해 치달았다. 종국의 오른 손의 신경은 정확하게 날카로운 마찰음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단도로 인해 끊어져 손가락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앞을 밀고 들어온 인영의 무릎이 자신의 얼굴에 부딪쳤을 때 그의 기억은 거기서 끝이 났다. 단 한방으로 상황을 종료시킨 인영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직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혜원의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이~ 정신 차리라고 공주님...”
민혁은 부드러운 미소를 가득 머금고 혜원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그제야 혜원의 눈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혜원은 병원 수술실 앞을 서성거렸다. 민혁이 종국을 제압하고 혜원에게 경찰과 구급차를 부르라고 시킨 뒤 자신이 있었던 흔적을 지우고 자리를 떴다. 그렇게 5분의 시간이 흘러 급파된 특공경찰대와 119 소방대가 들이 닥쳤고 특공대는 종국을, 소방대는 정희를 급히 이송하였다. 그리고 뒤에 온 군 헌병대는 혜원에게 이 사건을 외부에 일체 발설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서둘러 주변을 정리했다. 그래도 혜원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민혁이 자리를 뜰 때 옷을 입으라는 당부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희와 혜원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혜원은 외상이 없었기 때문에 정신과 검사를 위해 입원했고 정희는 심각한 자상으로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혜원은 정신과 검사를 끝내고 병실로 가지 않고 바로 이곳 수술실로 와 수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민혁이 그녀의 옆에 조용히 다가왔다. 그의 모습을 발견한 혜원이 그의 품에 쓰러지듯 안겨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혜원아... 혹시 혜령누나한테 전화했니?”
민혁의 말에 번뜩 놀라며 전화를 안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지금 밤10가 다돼가는데 난 네가 전화해서 따로 연락이 오지 않나 했는데... 이 아줌마들... 동생들이 걱정되지도 않나?”
“뭐... 한두살 먹은 어린애들도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
“오늘 합동 연설에 가기로 했잖아... 거기 않왔으면 이상해서라도 전화가 왔어야 하는데..”
“풋... 나같아도 전화 안하겠다. 알았어.. 내가 하지 뭐.. 전화좀..”
민혁이 휴대폰을 꺼내 혜원에게 건네주었다. 다이얼을 누른 혜원은 한참을 들고 있다가 이상하다는 듯 다이얼을 다시 눌렀다. 그리곤 이내 휴대폰을 내리고 민혁을 쳐다 보았다.
“안받아... 둘다.. 언니도.. 지은언니도..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아..”
“흠... 그래..? 벌써 자나? 하긴 오늘 피곤했을 테니까.”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침통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어떻게 됐습니까?”
민혁이 의사에게 수술 상태를 물었다.
“...음.... 수술은 잘 됐습니다......만....”
“다만... 다만 이라뇨..?”
혜원이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다만, 워낙에 자상이 심한데다 칼이 너무 깊숙이 박혀있어서...”
의사는 말하기 곤란하단 듯이 안경을 고쳐 쓰고 말을 이었다.
“자궁과 질을 드러냈습니다. 그나마 수술이 잘 끝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만.... 여자 분으로써 충격이 크실 겁니다. 그럼”
의사는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지 말을 마치자마자 발걸음을 옮겼다.
혜원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자궁과 질을 드러냈다는 것은 여자로써의 생명이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어떻게든 그것만은... 아니..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러나 자궁과 질에 자상 경도가 심하다는 간호사의 말에 적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순간 병원 복도 반대편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소음을 만들어 내며 혜원과 민혁이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민혁은 그들이 정희의 가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됐어요? 우리 정희는? 수술은요? 아직도 수술중인가요? 어떻게 된 일이예요?”
그녀의 어머니는 민혁을 향해 속사포처럼 많은 질문을 내던졌다. 민혁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옆에 은숙도 함께 있었다. 그녀는 우선 주저앉은 혜원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고 그녀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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