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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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령은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파왔다. 새벽까지 마셨던 술 때문에 그녀는 정오 12시가 가까워서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잠에서 깨었다.

‘어젯밤 많이 마시기 했나보네..아우... 머리야...’

혜령은 물을 찾기 위해 침대 맡을 더듬거리다 물컹 하는 여자의 가슴이 만져졌다.

‘혜원이가 들어왔나?’

혜령은 여자의 가슴이 만져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혜원이 아닌 새벽까지 같이 술을 마신 지은이가 팬티만을 입을 체 널브러져 있었다.

‘아.. 어제 같이 왔지... 준형이?’

혜령은 어제 지은이와 같이 데려온 지은이의 아들 준형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헐레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실 쪽에서 TV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준형이가 벌써 깨어 TV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혜령은 아직도 과음으로 사경을 헤매는 지은을 그대로 두고 홈웨어를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역시나 준형이가 거실 바닥에 앉아 만화 영화를 넋 놓고 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제야 알아차리곤

“배고파요...”

“풋...”

혜령은 준형의 모습이 갑자기 웃겨 보였다. 어제부터 이 아이는 그녀의 앞에서 배고프다는 말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기다려... 이모가 금방 맛있는 거 준비해 줄게...”

“네...”

다시 준형은 만화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분주하게 주방에서 혜령은 시리얼과 우유를 준비하고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혜령이 토스터 기에서 막 갓 구운 식빵을 꺼낼 무렵 부스스한 모습으로 팬티만을 입은 체 그대로 지은이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TV에서는 정규방송을 중지하고 뉴스특보를 갑자기 방송하기 시작했다.

“지은아... 너... 옷...”

“아... 언니 몰라.. 머리 아파.. 아으...”

‘뉴스 특보입니다. 오늘 오전 화천 대운하 시공식 장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여 인근에 이 시공식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는 많은 관람객들이 매몰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이문기 기자 불러보겠습니다. 이문기 기자!’

‘네.. 뒤에 보이는 것이 사고의 참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무너져 내린 흙더미입니다....’

혜령과 지은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한 체 TV 앞에 섰다. 그들은 눈에 들어오는 참혹한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참혹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도 보도국의 아나운서도 눈시울을 붉힌 체 가까스로 멘트를 이어 갔다. 사상자 500여명이 발생한 이 사건은 지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에 발생한 최대 피해를 내고 있었다.

‘사고는 오늘 오전 11시 30분경에 발생 했으며 시공식이 끝난 후 대부분의 주요 참석자들이 빠져 나간 직후 발행했으며 시공식장에 남아 대운아 첫 시공지를 둘러보던 일반 참석자들에게 이런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경찰과 소방서 대원들은 매몰된 현장에서 인명 구조 작업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갑자기 발생한 산사태를 피할 수 없었던 참석자들에게 흙더미가 뒤덮였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전경들은 갑자기 굉음과 함께 흙더미가 쏟아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와 현장기자의 말과 현장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매몰자들이 반대 시위자들이라는 표현은 없었고 또한 민혁에 대한 뉴스도 없었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초청했었나? 그리고 행사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데... 저곳에서는 행사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잖아?’

혜령은 이렇게 생각하며 지은을 보았다. 지은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소리 없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히 소리 내어 울분을 토할 수조차 없었다.

“언니 어떻게? 저 사람들 불쌍해서 어떻게? 어흐흐흐”

지은은 혜령의 품에 안기며 계속 어떻게 란 단어를 연발하며 소리 없는 오열을 터뜨렸다.

“지은아.. 너 뭐가 아는 거야? 왜 그래? 저 사람들이 왜?”

혜령의 다그침에도 지은이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준형이는 엄마가 울자 쪼로로 달려와 엄마의 다리를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으앙!! 엄마 울지마... 울지마... 준형이가 착한 사람 될게... 울지마..”

준형이는 엄마가 자기 때문에 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혜령과 지은이는 그런 아이의 울음소리에 자신들의 울음소리를 묻혀 울고 있었다.

“언니... 저기 저 사람들... 그이와 같이 했던 사람들이야... 오늘 시공식에서 반대 집회한다고 연락 왔었어... 나도 가고 싶었지만.... 준형이 때문에... 내가 바보 같았어... 준형이를 핑계로 저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저기에 내가 있어야했어..”

지은이가 영문도 모르고 울고 있는 준형이를 달래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뉴스에서 저 사람들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하는 거지? 왜 그들이 그냥 시공식 참석자로 변해있냐고? 이건 뭔가 잘못됐어.. 크게 잘못됐어.. 언니 어떻해?”

“우선 진정하고 차분히 얘기해봐...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볼게... 나랑 갈 곳도 있고.”

혜령은 지은이를 진정 시키며 어느새 눈물이 그친 준형이를 식탁으로 이끌었다.

“준형아.. 아줌마가 맛있는 했으니까 먹어. 너두 좀 먹어둬. 안 들어가겠지만 억지로라도 먹어. 내가 정신을 차려야 뭔가 밝혀 낼거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 혜령 자신도 음식에는 거의 손대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이내 핸드폰을 들었다.

******

그 무렵, 혜원도 민혁의 집에서 그가 준비해놓은 아침을 먹으며 참사 소식을 TV 뉴스를 통해 보고 있었다.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게 숟가락으로 시리얼을 뜬 체로 TV 화면에 시선이 고정된 체 말문이 막혀있었다.

그 때, 그녀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울렸다.

“여보세요. 언니.. 뉴스 봤어.. 이게 무슨 일이래? 이거 정말 나라가.. 망하는 거 아냐?”

‘너 어디니? 지금 빨리 집으로 와.’

혜원의 귀에 언니의 차가운 말투가 흘러 나왔다.

“응.. 알았어. 언니...”

혜원은 그렇게 혜령과의 통화를 짧게 마치고 식탁을 정리했다. 그녀는 좀 전에 잠에서 깨어 한동안 이곳이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가 낯익은 향기에 금세 민혁의 집이란 걸 알아 차렸다. 그녀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나 걸터앉았다. 그리고 침대 옆의 탁자에 작은 쪽지 하나를 발견하였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알몸인 채로 거실과 주방을 활보하며 마치 제 집인 냥 편하게 돌아다녔다. 집안 구석구석을 구경하던 혜원은 식탁위에 식탁보로 덮여 있는 민혁이 준비해 놓은 아침을 막 먹고 있던 참에 TV를 켰던 것이고 몇 숟가락 뜨지 못한 체 TV 화면에 시선이 고정됐던 것이다. 혜원은 식탁 정리를 끝내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아아’

차가운 물줄기가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에는 새벽 광란의 흔적들로 보이는 희끗희끗한 물질들이 묻어 있었고 굳어 있던 그 물질들은 물이 닿자 다시 본연의 형태인 미끈한 물질로 변했다.

‘대단했어... 혜원이 너 봉 잡은 거야... 잘생겼지... 몸매 좋지... 섹스 잘하지... 뭐 스포츠카 타고 다닐 정도로 돈도 많지.. 흐흐흐...’

혜원은 새벽녘 그와의 섹스가 떠오르는 지 얼굴이 붉어지며 숨이 가빠졌다. 자동으로 그녀의 보지에선 또 다시 보짓물이 스며 나왔다.

‘이구... 이 색녀... 그냥 아주 자동이구만..’

혜원은 전화기를 통해 들은 혜령의 목소리를 떠올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민혁과의 흔적들을 지워 나갔다. 상큼한 미인이란 아마도 지금의 혜원의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머리부터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들이 매끄러운 피부를 타고 또로로 흘러 내리고 투명한 피부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었다. 거울을 통해 비춰진 그녀의 모습에 스스로도 만족해하며 양손으로 가슴을 쓸어 올렸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또다시 그녀의 귓가에 혜령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혜원은 서둘러 팬티를 집어 들었다가 가방 속에 쑤셔 놓고 여분의 새 팬티를 꺼내 입었다.

“이건 뭐... 말라비틀어진 뱀가죽처럼 떡이 됐구만.. 나두 참 물이 많기는 많아...”

어느새 옷을 차려 입은 혜원이 민혁의 집을 나서는 아쉬움 마음을 뒤로하고 종종 걸음으로 아파트를 빠져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

넓은 리무진 내부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사내와 앞쪽 조수석과 운전석에는 덩치가 좋은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정면만을 응시한 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리무진 내부에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네... 네... 네... 그렇게 보고 하겠습니다. 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한손으로 입을 막고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끝나자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각하... 일단 언론과 당 내부, 이하 조직 전체에 정보가 새지 못하도록 모든 조치를 해놓았다는 총리님의 보고입니다.”

사내의 입에서 나온 각하라는 말로 미루어 뒷좌석에서 조용히 창밖만을 응시하던 사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음...”

짧은 대답만을 남긴 체 그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었다.

“사고 현장 봉쇄는?”

“사고 현장 주변으로 반경 10킬로미터를 철저히 봉쇄 했습니다. 인근 부대의 지원을 받아 인접하는 도로를 통제하고 아무도 접근 할 수 없도록 경계근무를 지시해 놓았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경호실 직원과 시경소속의 경찰기동대가 사고 수습을 하고 있습니다. 경호실 직원들은 신분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소방관 복장을 하였고 각 방송사의 기자들 또한 저희 직원들로 대체해 놓았습니다.”

대통령의 질문에 조수석의 건장한 사내가 신속하게 뒤로 돌아 장황하게 현 상황을 보고했다.

“이런 빌어먹을... 그래 암살범은 어떻게 됐어?”

대통령의 또 다른 질문에 사내는 안절부절못하며 한동안 말을 못하고 그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대통령은 그런 사내를 향해 손에 쥐고 있던 황금색 지압구를 던졌다. 이미를 정통으로 가격당한 사내의 이마에서 시뻘건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네... 각하 죄송합니다. 현재 모든 도주로를 염두에 두어두고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고 아직 이 근방을 벗어나진 못했을 것으로 봅니다. 죄송합니다.”

사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서둘러 말했고 흐르는 피는 얼굴을 타고 내려와 턱에서 방울져 떨어졌다.

“이 새끼가... 그걸 말이라고 해. 엉? 니들이 몇 명인데 그 한 놈을 못 잡아... 이런 병신 같은 새끼들...”

대통령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사내는 앞으로 돌아앉으며 흐르는 핏줄기를 손수건으로 닦아 내었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리무진 내부에 감돌았다.

******

한누리당 당사에는 긴급회의가 소집되어 당내 원로와 중진 의원들이 TV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화천 사고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뉴스가 주요 내용을 끝내자 박근영 당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지금은 이렇게 막을 수 있겠지만 머지않아 사고의 내막이 차츰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이 사고의 희생자들이 반대집회 참가자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도 정부도 끝입니다. 대책 안을 내어보세요.”

그녀의 말이 끝났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말문을 여는 사람이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홍의원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에... 일단... 인터넷을 막아 야해요. 우리가 이미 2년 전에 경험해 봤지만 인터넷만큼 전파 속도와 그 파급 효과가 강력한건 없어요. 최장관!”

“이미 시행중인 인터넷 종량제로 접속에 대한 통계를 제어할 수 있십니다. 그리고 이미 국내 포탈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공문을 보내두었십니다. 아마도 당분간을 뉴스나 관련 글들은 노출되지 않을 깁니다.”

최장관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렇게 얼마나 묶어 둘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행이 불미스러운 일을 대비해 외신기자들은 초청하지 않고 진행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이게 외신이라도 탄다면 국제적 망신입니다. 망신!”

박대표가 눈을 부라리며 좌중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눈과 맞춰진 홍의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길어야 15일쯤.. 아니면 더 짧을 수 있겠지요. 당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입니다.”

그가 뜸을 드리자 박대표를 비롯한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다 못해 여기저기서 어서 말해보라고 눈치를 주고 있었다.

“정부와 당이 이제는 떨어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사실 그 동안 우리는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 위기는 현 정부에서 파생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소고기 문제도 그렇고, 의료민영화도 그렇고 크고 작은 정부의 정책을 그 동안 당은 한목소리로 지지하며 정부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미 민심은 당과 정부를 등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린 차기 정부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합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우리는 다시 여당의 자리를 내줘야 할 것입니다. 그 후의 일들은 여러분들도 경험해서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까 홍의원은 정부와 당이 결별하고 초당적인 쇄신 정략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군요.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필요하다면 당명도 바꿔야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이 정부가 더 이상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무것도 없어졌어요.”

홍의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대표가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때 현 대통령과 최후까지 각축을 버리다 고배를 마셨던 터라 그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심각해지는 민심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그녀였다. 그녀 또한 다시 한 번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서는 당내에서 확고부동의 자리가 필요했다. 두 사람의 협상은 이런 이유들로 이루어 졌고 현재까지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숨기고 있었다. 이 때, 이번 사고가 남으로 해서 그녀에게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과거처럼 국민들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까라는 것입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번 사고와 함께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쿠쿵!

회의장은 홍의원의 말에 일순간 얼음을 끼얹은 것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암살시도의 대상이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제 생각으로는 대통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이의원 암살에 사용됐던 총이 발견됐고 만약 우리들 중의 하나였다면 이의원처럼 어디서든 암살시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독 이의원 암살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대통령이 모처럼 외부에 노출된 행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암살 시도는 대통령을 노렸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장내는 계속되는 홍의원의 말에 웅성대기 시작했고 술렁였다. 홍의원의 말은 계속되었다.

“이 일도 조만간 세간에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암살범은 잡히지 않았고...”

그가 다시 말을 멈췄다. 다시 장내는 조용해졌고 누군가가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통령의 암살 계획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홍의원은 이 말을 끝으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긴급 전당대회를 소집하고 지금까지 얘기했던 내용을 투표에 붙입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모든 의원님! 장관님! 어떤 배를 타야할 것인지 여러분들이 결정하시겠지만 그 선택이 오른 선택이길 바랍니다.”

박대표도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모든 의원과 장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박대표는 그런 그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회의장을 떠났다. 곧이어 홍의원이 먼저 자리를 뜨고 나자 회의장내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삼삼오오 모여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좀처럼 회의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

혜원이 집에 도착하자 혜령은 그녀에게 어디 갔다 외박을 했느냐 라는 일반적인 추궁도 없이 웬 아이 하나를 그녀에게 맡기고 혜령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와 집을 나섰다.

‘휘이잉~’

혜원은 어디선가 썰렁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졌다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인기척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아이는 처음 보는 혜원이 마냥 좋은가 보다.

혜령은 자신의 차에 지은이를 태우고 빠른 속도로 아파트를 빠져 나갔다.

“언니? 어디 가는 거예요?”

한참을 지난 후에야 지은이가 목적지를 물었다. 혜령은 그런 지은이를 한번 보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나.. 언니 알아요. TV에서도 봤고 학생들이 얘기하면서 보여준 핸드폰에서도 봤어요. 어제는 어두워서 확실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까 언니가 그 유명한 인터넷 천사 맞죠?”

지은의 들뜬 목소리에 혜령은 다시 한 번 그녀를 쳐다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운전에 열중했다.

혜령의 차가 도착한 곳은 진보여성당 당사였다. 혜령과 지은은 차에서 내려 당사무실로 들어갔다. 오는 길에 미리 전화를 해두었던 터라 심의원을 비롯한 당내 중역들과 시민단체의 책임자들,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혜령과 심의원이 악수를 하며 포옹을 했고 혜령은 심의원에게 지은을 소개하려고 손짓을 했다. 그러나 심의원은 이미 그녀를 알고 있는 듯 반갑게 지은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렸다.

“그 동안 어디 있었어? 내가 백방으로 찾았는데. 분식점 처분했다는 얘기 듣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흑흑... 나한테 진작 연락하지 그랬어... 내가 준형이 아빠한테 얻어먹을 커피며 김밥이 얼만데... 흑흑... 지은이라고 했나? 잘 왔어... 잘 왔어..”

심의원의 말로 보아 정식으로 지은이를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촛불집회 때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 다들 아시겠지만... 이분이 인터넷 천사 박혜령씨, 그리고 여기 이분은 촛불다방 주인의 아내 최지은씨, 이제 우리 진보여성당은 천군에 만마까지 얻었어요.”

심의원의 소개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만세까지 부르기도 하였다.

“저... 여러분...”

혜령이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박수소리가 잦아들며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오늘 일어난 엄청난 사건을....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기에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의 모든 매체에서 이 사건을 특종으로 다루고 있지만 어느 한 곳도 처참하게 매몰된 희생자들이 우리와 뜻을 같이 했던 동지들이였다고 말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지금 저 무거운 바위덩어리와 흙더미 속에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에 울부짖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반대 집회를 계획부터 참여했던 최지은씨를 소개합니다.”

혜령은 어려서부터 좌중을 압도하는 웅변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웅변가였다. 혜령의 소개를 받은 지은이 말을 이었다.

“안, 안녕하세요... 전 사실 방관자였습니다. 삶이 어렵다는 핑계로... 그들이 어제 낮에 저에게 왔습니다. 시공식 때 반대 시위할 팀을 모으고 있다고...”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말에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흘리며 때론 바닥을 구르기도 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울분과 노여움에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파란 지붕 밑에 사는 쥐를 잡으러 갔다고 법석을 떨었다. 심의원이 그런 그들을 진정 시키며 우선 많은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유인물과 신문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각 지방 담당자들은 이번 사고의 전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지방 신문과 지역당으로 팩스를 보냈다. 그리고 몇몇의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인맥을 통해 주요 신문과 방송의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대대적인 가두 행진을 준비하였다. 심의원은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고 그녀의 지시에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적합한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였다. 얼추 정리가 되자 심의원은 혜령과 지은을 따로 방으로 불렀다.

“그래요.. 혜령씨.. 생각은 해봤어요?”

방에 들어온 심의원은 혜령을 보며 물었다.

“네. 결정했어요. 하겠어요. 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혜령은 오늘 새벽 여명이 떠오를 때 자신이 결정했던 것을 심의원에게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당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잘 해봐요. 근데 우리 당이 워낙 가난해서 지원이 충분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라면 국민들 모두가 당신의 지원자가 될꺼예요.”

“네.. 열심히 할게요. 꼭 당선되어 이 불합리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도록 할께요. 정말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볼께요.”

“그리고.... 혹시 보좌관 뭐 그런.. 지원될까요?”

혜령이 머뭇거리며 심의원과 지은을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이지... 지은씨가 잘해 줄 거라고 믿어요. 두 분이 잘 해보세요.”

“고마워요. 잘 됐다. 지은아”

“네.. 언니.. 아니 의원님.. 호호호”

“호호호호”

혜령은 지은이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끼며 지은을 얼싸안으며 함께 기뻐했고 지은도 자신이 얼마 만에 웃는 것인지 새겨보며 혜령을 바라보았다. 밖에선 당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하나 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었다.

******

‘쏘우 핫 난 너무 예뻐요...’

혜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모처럼 아이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혜원은 전화를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누구...? 민혁오빠?”

‘응.. 나야.. 지금 어디야?’

“오늘 참 나 어딨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 많네? 나 집에 왔어. 오빠는 볼일 다 봤어?”

‘..... 나.. 보고싶어..’

혜원은 민혁의 어딘지 모르게 암울한 목소리에 긴장했지만 그의 보고 싶다는 말에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기뻤다.

“집에 올래? 언니두 없구... 꼬마 애 하나가 있지만...”

혜원은 민혁과의 통화가 끝나자 부산하게 움직이며 갑자기 대청소를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준형이는 신기한 듯 바라보며 그녀를 졸졸 ?아 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던 혜원이 기진맥진하여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준형도 그녀 옆에 나란히 앉아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리자 자동으로 벌떡 일어선 혜원은 한달음에 현관을 열어주었다. 그곳에 민혁이 약간은 창백한 듯 한 모습으로 서있었고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옷도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민혁은 쓰러지듯 혜원의 품에 안겼다. 혜원도 영문을 몰라 그를 안아주며 준형이를 향해 어정쩡한 미소를 보내었다.

“어..! 아저씨 피나!”

준형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소리에 혜원은 준형의 손끝을 따라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에 땀과는 다른 물질로 젖어 있는 곳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오빠? 이 피... 오빠... 다쳤어?”

“응... 나 욕실에 좀...”

민혁은 혜원을 따라 욕실로 들어갔다. 혜원도 따라 들어왔다. 준형도 따라 들어왔다가 혜원이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이게 웬일이야? 오빠 싸웠어? 어디서 다쳤어? 많이 아파? 어떻게 다쳤는데?”

“혜원아... 한 가지씩 물어봐 줄래?”

민혁은 약간은 불편한 동작으로 셔츠를 벗었다. 그리고 이어 바지와 신고 들어 왔던 신발까지 모두 벗어 알몸이 되었다.

“저기 오빠... 하룻밤 잤다고 이거 막 나가는 거 아냐? 뭐 내 눈이야 호강이겠지만..”

“욕조에 물 좀 받아 줘...”

“아! 넨 네! 분부대로 합죠 예에예...”

민혁은 그녀가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자신의 어깨를 살펴보았다. 거울에 비친 등 쪽의 피가 맺혀진 곳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아무래도 총알이 어깨뼈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총알이 박힌 앞쪽으로는 상처가 없었다. 그는 수건에 물을 적셔 총알이 박힌 환부의 피를 닦아 내었다. 이미 출혈은 멈췄지만 물에 젖은 수건이 환부를 닦아 내자 다시 피가 흘렀다. 이 장면을 욕조에 물을 다 받은 혜원이 돌아서며 목격했고 그녀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왜 그래? 오빠.. 피 나잖아...”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좀 나가 있어 줄래?”

“싫어... 어떻게 오빠를 두고 나가... 이렇게 피가 나는데?”

“.... 그래 그럼...”

민혁은 바지의 종아리 부근에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욕조로 걸어가 몸을 물속에 담갔다. 환부까지 모두 물속에 잠기자 삽시간에 물 색깔이 붉은 빛을 띠었다. 그리곤 다시 일어나 혜원을 등지고 앉았다.

“혜원아. 부탁이야. 네가 해줘..”

“뭘?”

혜원의 눈앞에 민혁이 건네는 작은 단검의 손잡이가 보였다.

“뭘 어떻게 하라고? 나 무서워 오빠...”

“영화 많이 봤지... 이런 장면... 원래 이럴 때 사랑하는 여자가 해주는 거야..”

혜원은 뭔지 모르지만 우선 그가 건네는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녀의 손에 칼이 쥐어 지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래가지고 서야 그녀가 그를 도울 수 있을까? 총알이 등 뒤에서 어깨 쪽에 박혔기 때문에 자신이 하려해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이 총알을 빼내야 했다.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진 몸이었지만 총알과 같은 것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일단 그것을 빼 내어야지만 회복할 수 있었다. 민혁은 그녀가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상처를 더 내어 총알을 빼기 쉽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녀에게 안심 시키는 말을 했다.

“나.. 특별한 능력이 있잖아.. 괜찮아. 다시 칼 줘봐...”

민혁이 혜원의 손에서 칼을 받아 들고 혜원이 잘 볼 수 있도록 자신의 팔뚝을 칼로 그었다. 그의 칼이 지난 간 자리에는 붉은 선혈이 흘러 나왔고 이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뭐야.. 뭐야.. 왜 그래? 아프잖아.. 아악...”

혜원은 자신의 팔에 칼이 그어지는 것처럼 그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는 듯했다.

“잘봐...”

민혁이 피가 흐르는 팔뚝을 물속에 담갔다. 상처가 물에 담가지자 우선 서서히 피가 멈췄다. 물속에 피가 녹아들어 그의 상처에선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고 약간 벌어진 환부가 아주 서서히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 상처는 간단한 상처였기 때문에 민혁에게 있어서는 손쉬운 일이였으나 혜원에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그는 팔뚝에 자해를 한 것이다.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환부는 어느새 처음 상처의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치료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줘..”

“그럼 그냥 물속에 들어가면 되잖아? 왜 나한테 칼을 줘..”

“이 속에 작은 쇳조각이 들어갔어. 그걸 빼야지 상처를 치료할 수 있어.”

그는 손가락을 가리켜 작은 구멍을 가리켰다.

“알았어! 해볼게. 어떻게 하는 지만 알려줘...”

혜원은 이제야 그의 과거 얘기가 실감 났다. 정말 그는 이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온 사람인 것이다. 혜원이 다시 칼을 고쳐 잡고 상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손은 좀 전보다 떨림이 적어졌다. 혜원은 그의 말에 따라 작은 구멍을 중심으로 십자로 더 넓게 찢어 내고 칼을 구멍의 중심 쪽으로 쑥 멀어 넣었다. 칼끝에 뭔가가 닿자 그녀는 칼끝을 움직여 뼈에 박힌 총알을 빼내려고 애를 썼다. 민혁이 아무리 특수한 체질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마취 없이 살을 찢어 내고 뼈를 긁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민혁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를 물고 고통과 싸우고 있었다.

‘툭 또로로 퐁’

드디어 뼈에 박힌 총알이 빠져나와 욕조의 물속에 빠졌다. 혜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얼굴에 진땀을 쓸어 내렸다. 민혁도 뼈가 갈리는 고통을 참고 있던 터라 온 얼굴이 땀에 범벅이 된 체 혜원의 손을 잡았다. 무언의 표시였다. 그리고 민혁은 욕조 속에 몸을 깊이 담그고 상처가 치유되길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혜원은 말없이 그의 얼굴과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

해가 진지 두어 시간이 흐른 초저녁, 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도심 전광판에서는 오전에 있었던 화천참사에 관한 소식을 계속 특보 형식으로 보도했다. 진실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대운하를 반대하던 차에 대운하 환영인파의 참사소식에 잘 됐다는 듯이 힐끔 힐끔 전광판을 쳐다볼 뿐 애도를 하거나 그리 불쌍해하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대형 승용차가 한적한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승용차는 청담동으로 접어들어 대형 주택들이 즐비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목제로 만든 차고 문이 스르르 열리며 그 안으로 대형 승용차가 빨려 들어갔다.

“어머! 총재님 오셨어요. 오랜 만에 오셨다. 자주 좀 찾아 주시지.”

분명 사내의 몸과 옷을 입고 있는 그자의 입에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막 엘리베이터를 나오는 귀부인 복장의 여성을 향해 있었다.

“강마담! 오랜 만이야.”

귀부인 복장의 여인은 강마담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그가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이라기보다는 집속의 또 다른 집과 같았다.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았고 거실 한쪽에는 정원까지 보였다. 강마담은 귀부인의 외투와 가방을 받아들고 그녀를 졸졸 따라 다니며 그녀가 최대한 편안할 수 있도록 갖은 애를 다 쓰고 있었다.

“일단 피곤하니까 마사지 좀.”

“늘 하시던 데로 준비할께용”

강마담은 들어 왔던 문을 통해 빠르게 뒷걸음치며 나갔다. 귀부인은 와인 바에서 최고급 와인을 한잔 따라 거실 창을 통해 인공적으로 가꾸어진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깊은 상념에 빠진 그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겨우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들어와!”

그녀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건장한 몸을 가진 앳돼 보이는 청년들이였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친 듯했다. 그녀는 뒤로 돌아 들어온 네 명의 청년들을 하나씩 하나씩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내 만족하는 얼굴이 되었다. 네 명의 청년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독특한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고 목에는 나비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그녀는 따로 마련된 마사지 룸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따라 들어간 청년들은 그녀의 손짓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을 벗겨내었다. 젖가슴은 약간 쳐져 있었지만 버선코같이 젖꼭지를 오똑하게 세우고 있었다. 허리 라인부터 엉덩이 라인까지는 완벽한 에스라인을 그렸고 그녀의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게 매끄러운 피부를 갖고 있었다. 옷가지가 모두 벗겨진 그녀를 네 명의 청년은 양쪽어깨와 양쪽 다리 부분에 근육질의 팔뚝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귀부인은 그대로 뒤로 누웠다. 네 명의 사내에게 들어 올려진 여인을 우유와 금가루가 섞인 욕조에 서서히 담갔다. 한 사내가 버튼을 누르자 우유와 금가루가 섞인 욕조에 잔잔한 파문이 일면서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매만지기 시작했고 그런 느낌에 평온함을 느낀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손가락 두 개를 살짝 들었다. 그러자 또한 사내가 고급스런 담배파이프에 불을 붙여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아 삼키고 몸속에 담배연기가 모두 스며들 때까지 깊이 들이 마시고 천천히 내 뿜었다. 그녀가 지금 피우는 것은 일반적인 담배가 아니었다. 최고급 마리화나였고 담배를 빨 때 담배연기는 긴 파이프 관을 통과하는데 이때 몸에 해로운 니코틴과 타르 성분은 모두 걸러지고 순수한 마리화나 성분만 그녀의 목을 통과하여 폐 속에 흡수된다. 단 두 모금의 담배로 그녀는 온몸에 나른함을 느끼며 기분 좋은 상태가 되었다. 그녀가 손짓하자 사내들은 다시 그녀를 들고 투명하면서 노릇한 것이 채워진 욕조에 그녀를 담갔다. 이 욕조에는 최고급 아로마 오일이 담겨 있었다. 이번엔 그녀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자 한 사내가 새로운 와인 잔에 와인을 따라와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가 아로마 오일 스파를 즐기는 동안 네 사내는 멀뚱히 서서 언제 그녀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긴장하고 있었다. 다시 그녀의 손짓을 했고 네 사내는 그녀를 들어 안마용 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뒤집어 눕자 네 사내는 자신이 맡은 영역을 정성스럽게 주무르며 어루만졌다. 안마라기 보단 애무에 가까운 동작으로 그녀의 팔과 다리 등과 엉덩이를 서로 비슷한 패턴으로 주무르거나 쓰다듬었다. 그녀의 우유의 충분한 수분과 아로마 오일로 번들 거렸고 군데군데 보이는 가는 금가루는 그녀를 빛나게 했다. 상체를 담당하는 두 사내의 손바닥이 동시에 등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리자 그녀의 입에선 가벼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번에 손톱을 세워 다시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리자 좀 전보다 큰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체 쪽의 사내들도 손톱을 세워 허벅지 안쪽을 타원을 그리며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긁으면서 올라왔다. 그녀의 발가락이 꼼지락 거렸다. 그녀는 늘어뜨린 팔을 들어 상체 쪽 두 사내의 팬티위로 자지를 쓰다듬어 보았다. 그들의 자지는 이미 잔뜩 성난 상태로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신속하게 사내들이 팬티를 내려 꺼떡이는 자지를 꺼내 놓았다. 그리곤 다시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데 열중했다. 그녀는 양손에 하나씩의 자지를 움켜쥐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난.. 이놈들이 귀여워. 풋풋하고 만지고 있으면 나까지 젊어진 느낌이랄까? 호호호호”

그녀의 혼잣말에도 사내들은 그녀를 마사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하체 쪽 사내들도 팬티를 내렸다. 상체 쪽 사내들도 잠시 그녀의 손을 떼어 놓고 무언가를 자지에 듬뿍 발랐다. 그것은 꿀이었다. 100% 자연산 꿀로 저 정도 양이면 수백만원에 달했다. 그런 꿀을 듬뿍 바른 빳빳한 자지 넷이 그들이 마사지하던 팔과 등 엉덩이 다리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손이 아닌 자지로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이런 자극에도 사정을 했겠지만 훈련받은 듯 한 사내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자지를 쥐고 그녀의 나신을 문지르면 돌아다녔다. 그렇게 뒤쪽에 꿀들이 충분히 발라지자 얇은 천으로 그녀의 나신을 덮었다. 천이 꿀을 흡수하면서 그녀의 맨살들이 그대로 천을 통해 비쳐졌다. 사내들은 이제 그녀를 바로 눕히고 좀 전의 순서대로 그녀의 전면을 애무하듯 쓰다듬었다. 상체의 사내들이 그녀의 젖가슴을 쓰다듬으며 첨단의 돌기를 찝어주자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고 허리를 휘었다. 사내들은 양손으로 가슴을 쓸어 올리며 꼭지에 가서는 한 번씩 찝어주길 수차례 반복했고 그녀는 그럴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휘었다. 그녀의 양손은 탱탱한 막 십대를 벗어난 청년들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하체 쪽도 이에 질세라 좀 전의 손톱 공격으로 그녀의 안쪽 허벅지를 긁어 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무성한 수풀은 건드리지 않았다. 손으로의 마사지가 끝나자 다시 사내들은 자지에 꿀을 듬뿍 발라 자지 마사지를 시작했다. 상체 쪽의 사내들이 자지로 젖가슴을 툭툭 치듯이 마사지하자 그녀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훗... 아훗...으음..”

사내들은 꼼꼼하게 자지마사지를 끝내고 얇은 천을 그녀의 몸에 감쌌다. 이번엔 몸에 꼭 맞도록 제작되었는지 한 장의 천이 가위질이 되어 있어 그녀의 몸매에 그대로 감싸졌다. 그리고 검은 수풀은 천에 덮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네 사내를 찬찬히 살펴보다 한 사내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는 손으로 꿀을 듬뿍 떠서 그녀의 무성한 보지털과 보지사이에 발랐다. 다른 사내들은 그녀의 얼굴 근처에 모여 자신의 자지를 부여잡고 위아래로 훑어내기 시작했다. 보지에 꿀을 바른 사내는 꿀이 고르게 발려지도록 손을 펴 쓰다듬었고 그렇게 고르게 꿀이 보지 전체를 흠뻑 적셔지자 얼굴을 박고 혓바닥으로 발려진 꿀들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십두덩 쪽의 보지털에 묻은 꿀이 그의 혀에 의해 깔끔하게 닦여지자 그의 혀는 좀 더 깊은 그녀의 보지 구멍 쪽으로 얼굴을 묻었다. 그때부터 그녀의 요동이 시작되었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는 단한방울의 꿀도 남기지 않기 위해 구석구석 핥아 대었다. 그렇게 핥아 대던 사내는 이제 가장 어려운 부분을 남겨 두고 있었다. 보지구멍과 계곡이었다. 이곳은 사실 꿀인지 보짓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녀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핥아 주어야 했다. 그녀의 얼굴부근에 모여 자위행위를 하는 사내들은 사정의 욕구를 갖갖으로 참아 내며 좀 더 많은 정액들이 준비되도록 완급을 조절하고 있었다. 그녀의 보지를 핥던 사내가 계곡의 꼭대기 작은 정상을 핥아주자 그녀는 크게 몸을 튕기며 짜릿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앗.... 아.. 어후.. 어흐...어...”

그녀는 사내의 혀놀림에 몸을 이리저리 튕겼다. 사내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곡 깊은 곳 달콤한 샘물이 흘러나오는 보지 구멍을 핥아 꿀과 섞인 보짓물을 빨아 먹었다. 이따금 보지 구멍 속으로 혓바닥을 찔러 넣어 구멍 속으로 스며든 꿀들까지 말끔히 빨아 마셨다. 그렇게 그녀가 서서히 절정을 향해 치달을 무렵 사내는 본격적으로 그녀의 공알을 입에 품고 빨아대며 혀끝을 움직여 쓰다듬었다.

“어웃...어웃.. 어웃..하..아....아앗... 앙....”

사내의 공략에 드디어 그녀가 굴복하고 말았다. 그녀는 다리로 몸을 지탱하여 엉덩이를 최대한 높이 들어 올리며 최후의 절정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참고 있던 얼굴부분의 사내들도 일제히 그녀의 얼굴에 자신들의 신선한 정액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금세 그녀의 얼굴을 허연 정액으로 뒤덮였고 입주변의 정액은 그녀의 혀에 의해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녀의 엉덩이가 털썩 떨어지며 팔과 다리가 맥없이 늘어졌다. 상체 쪽의 사내들은 그런 그녀의 얼굴에 자신들이 쏘아 놓은 정액을 손으로 마사지하듯 그녀의 얼굴 구석구석을 문질렀다. 얼굴에 정액들이 고르게 퍼지자 얼굴마사지용 팩으로 그녀의 얼굴을 덮어주고는 그녀를 들어 수면용 침대로 옮겨 눕혔다. 그리고 그녀가 보든 안보든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그녀의 코로 풋풋한 어린 청년들의 정액냄새가 진하게 맡아졌다. 그것이 수면제 역할을 한 것일까 그녀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똑! 똑! 똑!’

그녀의 편안한 수면을 방해하는 노크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잠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시계를 보고 얼굴이 풀어졌다.

“누구야?”

“총재님! 저 강마담이영... 손님이 오셨어용”

“들여보내!”

그녀의 말에 문이 열리고 한 중년의 사내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방안에 들어섰다.

“아이구.. 우리 박대표님... 즐거운 시간 보내셨습니까? 이런 곳일 줄 알았다면 제가 굳이 준비할 필요가 없었군요..”

클레오파트라도 받지 못했을 최상의 서비스를 받았던 그녀가 바로 한누리당 당대표였다. 그녀는 침대 옆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침대가 상체부분만 올라오며 자연스럽게 그녀를 앉는 자세로 만들어 주었다.

“무슨 말이예요? 홍의원. 준비라니?”

홍의원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뒤로 돌아 손가락을 부딪쳐 ‘딱’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발랄한 복장의 소녀와 소년이 들어왔다. 그들은 요즘 잘나가는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다. 소녀는 다섯 명의 여자들로 구성된 완다걸스의 한 멤버로 아직 고등학생인 소이였고 소년은 역시 다섯 명의 남자들로 구성된 빙뱅의 멤버인 권치용이었다.

“대표님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이 아이들을 데려왔습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깔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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