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과의 통화를 끝낸 혜령은 허무하고 쓸쓸한 느낌을 한동안 지울 수 없었다.
‘그래... 그 동안 내가 너무 독차지하려고 했나봐. 이젠 사랑을 할 때도 됐지...’
쓸쓸한 마음에 무의식중에 TV화면을 틀었다. 화면에서 내일 있게 될 대운하 공사의 첫 번째 공구인 화천 공구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이번 화천공구에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단체에서 많은 문제점을 제시하고 나섰는데요. 정부의 방침은 무엇인지 민경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민경택 기자!’
‘네.. KBC 뉴스 민경택입니다. 내일 있을 대운하 화천공구 시공식을 앞두고 환경운동가와 시민단체들 그리고 야당의원들의 대규모 대운하 저지대회가 시청 앞 광장에서 지금 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대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여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가르면 안 되지요. 지질학적으로 이곳은 매우 기반이 약한 데다 맨틀과 매우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이곳이 흔들리면 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서울대학교 지질학 박사인 고인규 박사는 아울러 화천 인근의 자연림은 한반도의 공기 자정 능력 중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의 대운하 개발은 인류의 재앙으로 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 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일각의 문제점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적 공략이라고 대응하고 있으며 내일 시공식 준비에 모든 정부 조직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오늘 대회 참가자들은 내일 시공식이 열리는 화천공구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정부와의 마찰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KBC 뉴스 민경택입니다.’
‘네.. 민경택 기사! 수고하셨습니다. 최근 실시한 대운하 건설 여론 조사에 따르며 약 70%가 대운하 반대를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실용정부가 되어야겠습니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운하 건설을 시행하면 MB정부 및 여당의 지지도가 10%미만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다음 소식은...’
“하지 말라는 저건 왜 저렇게 하려고 애쓰는지... 당장 먹고살기도 버거운 세상에 저런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게... 실용인가? 에휴~”
혜령은 TV 채널을 돌리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던 그녀의 손이 멈춰 섰다. TV에선 발모제 홈쇼핑을 방영하고 있었다.
‘이번 보궐선거가 이재호 의원 선거구였지... 거긴 대운하 찬반으로 가장 뜨거웠던 곳이었고 대운하를 반대하던 문국한의원이 돌연 사고사로 대운하 찬성 쪽의 이재호가 당선된 곳이잖아... 또 다시 그곳에서 선거가 실시된다는 거지...’
혜령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머릿속으로 심의원의 제의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해 나아갔다.
******
차가운 얼굴로 TV를 보던 민혁이 대운하 관련 뉴스가 끝나자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며 영화 채널을 검색하고 있다가 문득 테이블에 놓인 또 다른 리모컨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이방의 여러 가지 시설들을 조작하는 리모컨인 듯 버튼에 전등(소), 전등(대), 그네 등이 쓰여 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화장실’ 버튼이었다.
‘응.. 이건 뭐지? 화장실 전등인가? 훗훗훗 장난 좀 쳐볼까?’
그는 리모컨에서 눈에 띤 화장실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정면의 커튼이 조금씩 움직여 화장실 내부를 여과 없이 들어내 놓고 있었다.
‘아앗.. 이건..’
커튼이 전부 거치자 혜원의 뒷모습이 보였다. 화장실 쪽에선 방안이 보이지 않는 그런 유리로 혜원은 그 유리에 등을 기대고 온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가하지 못했으리라. 혜원은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참기위해 수건을 입에 물고 한쪽 손으론 보지 구멍을 쑤셔대고 한쪽 손으론 공알을 문지르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벗었다. 옷을 모두 벗자 리모컨을 눌러 다시 커튼으로 화장실이 가려지도록 했다. 그리고 천천히 화장실 문 앞에 섰다.
‘똑! 똑! 똑!’
“나 들어가도 돼?”
절정에 치닫던 혜원은 갑작스런 노크소리와 민혁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안돼요. 금방 나갈께요. 기다려요.”
정신을 추스른 혜원은 겨우 민혁에게 들릴 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답소리엔 작은 떨림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민혁은 계속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화장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혜원이 민혁을 바라보았다.
“드...을..어.. 와...”
떨리는 목소리로 혜원은 그가 들어 올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호들갑스러워 졌다. 이리 저리 좁은 화장실을 돌아다니고 괜한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동작을 멈췄다.
“아니.. 그냥.. 나.. 오랜만에 등좀 밀까해서.. 뭐.. 다른 뜻은 없으니까... 혼자 목욕하면 등을 잘 닦을 수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뭐 당신을 유혹하는 게 아니라.... 언니도 잘 안 밀어 주고... 와.. 여기 화장실 무지 좋다... 월풀욕조에 폭포수 샤워기에.. 그니까.. 당신이 심심해 할까봐... 혼자 있는 것 보다는 둘이 있는 게 좋고... 와 여기 바디샴프도 디게 좋은 거네... 아니 뭐.. 아까 당신 몸도 다 봤고... 빚지고 사는 건 안 좋은 거야.. 그치? 여기 비데 설치됐네.. 야 뭐.. 이거 호텔이네 호텔이야....”
혜원은 거의 5분가량을 혼자 부산하게 떠들고 있었다. 민혁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영력했다. 그러다 얘기의 소재가 다 떨어 졌는지 뒤돌아 선채로 애매한 샤워기만 매만지고 있었다.
“이리 와서 앉아.. 내가 등 닦아 줄게..”
민혁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혜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뒷걸음으로 민혁의 앞에 놓은 욕실 의자에 앉았다. 민혁도 그녀의 뒤에 여분의 욕실 의자를 놓고 앉아 그녀의 새하얗고 깨끗한 뒤태를 감상했다.
“줘~”
그가 앞으로 손을 뻗어 내밀자 그녀는 말없이 그의 손에 목욕타올을 올려놓았다.
“눈부시게 깨끗해...”
그의 손에 들린 목욕타올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문질러 나갔고 그러는 동안 혜원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민혁이 목욕타올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자 사스랏치게 놀라며 몸을 꼿꼿이 세웠다. 한참을 그렇게 민혁에게 자신의 등을 맡겨 놓았던 혜원이 팔을 뒤로 돌려 자신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던 민혁의 손을 잡았다. 그로인해 민혁의 움직임은 더 이상 없었다. 화장실 내에는 오직 혜원의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민... 혁.... 씨...”
가쁜 숨을 고르던 혜원이 한참 만에 몸을 돌려 조용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민혁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였기 때문에 민혁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가늘게 떨리는 어깨선으로 보아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민혁씨.... 사... 랑... 해... 요...”
어렵게 떨어진 그녀의 입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분명 민혁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에 부끄러웠는지 그녀는 민혁의 품에 안겨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엉엉... 정말 사랑해요... 민혁씨가 너무 좋아요...으앙...”
그녀는 울면서 자신이 얼마나 민혁을 사랑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민혁은 가만히 자신의 품에 안긴 혜원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가 그녀를 떼어 놓으려고 어깨를 잡았다.
“... 이대로..... 이대로 조금만...”
그녀가 민혁의 품에 더욱 파고들면서 그는 그대로 그녀를 내버려 두었다.
“나도 혜원이가 좋아.... 사랑해...”
민혁은 그녀의 눈을 보며 얘기하려 했던 말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의 말에 그녀의 어깨가 더욱 세차게 들썩거렸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으리라.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완전히 멈추자 혜원은 민혁의 품에 안기 채 고개를 들어 민혁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당신이 있어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줘서... 키스해 줘요.”
그녀의 퉁퉁 부은 눈망울 이였지만 촉촉이 젖은 눈망울 속에 민혁의 얼굴이 가득 들어 있었다. 민혁은 그녀와 눈을 맞추어 천천히 고개를 숙여 혜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 놓았다. 그에 맞추어 혜원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감미로운 그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첫 키스는 감미롭게 시작되었다. 포개어 졌던 두 입술이 서서히 열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혀가 맞닿았고 이어 회오리치듯 감기며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빨아 대었다. 얼굴을 돌려가며 서로 더 많이 상대방을 탐하려고 경쟁이라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 졌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망울 속에 서로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었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은 재 접전을 위해 씩씩대고 있었다.
“헤엑 헤엑..”
“하악.. 하악..”
그리고 다시 그들의 입술이 붙었을 때 이번엔 좀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서로의 입속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어 입안 구석구석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입의 더욱 크게 벌어지며 상대방이 좀 더 자신의 입안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왔고 서로의 입속을 탐험하던 혀들이 다시 휘감겼다. 그렇게 서로의 입을 탐하던 두 사람은 서서히 얼굴을 떼었다. 그들의 혀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지 끝까지 붙어 있다 천천히 떨어지며 서로의 침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랑의 실타래가 이어졌다. 그제야 혜원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이내 밝아진 그녀의 얼굴은 마치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담고 있는 듯했다.
두 나신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적한 동해의 한 모텔 욕실에서 꿈틀거리며 서로의 나신을 비벼대었다. 구릿빛 피부의 근육이 상당히 발달한 것으로 보이는 남자의 나체와 우윳빛의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매끄러운 여자의 나체는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미 여자의 입에선 환희의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고 남자의 혀와 손길이 닿는 곳은 여지없이 미세한 전율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아... 하... 아... 오빠... 민혁 오빠... 하아...”
민혁의 품에서 숨을 헐떡이는 나체의 주인공은 혜원이였다. 혜원은 그에게 온 몸을 맡긴 체 그의 혀와 손의 희롱에 몸을 떨며 연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그 누구와도 느낄 수 없었던 전율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가 이끄는 데로 몸을 맡겨둔 체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숨을 몰아쉬거나 신음소리 만을 내뱉었다. 혜원은 민혁의 손길에 어느새 그의 허벅지에 올라앉은 자세로 민혁에게 자신의 팽팽한 가슴을 맡기고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아랫배에선 민혁의 딱딱하고 우람한 자지가 비벼졌고 그 느낌은 마치 배속을 비비는 듯 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오빠.. 아아아하... 아래가... 아... 아... 마치 살아 있....아..어...”
민혁은 그녀의 가슴 첨단을 물고 잘근 잘근 씹던 입을 떼고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의 자지가 살아 있다기보다는 그녀가 허리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지는 살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아랫배를 비벼대고 있었다. 그녀의 아랫배에는 털이 없었기 때문에 부드러운 피부의 느낌이 그대로 그의 자지에 느껴졌고 순간순간 그녀의 갈라진 보지 사이에 머무를 때면 찔쩍한 보짓물이 흠씬 묻어 비벼지는 느낌을 더욱 좋게 했다. 이대로 조금만 그녀가 허리를 들어 올린다면 민혁의 빳빳한 자지는 질펀하고 미끈미끈한 그녀의 보짓물 때문에 보지구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민혁은 이대로 그녀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어 비비는 것을 계속했다. 이미 혜원은 그녀의 보지 속에 자지를 품으려는 시도를 몇 번째 하고 있었지만 민혁이 그녀의 허리를 누르는 바람에 그 시도는 매번 허사가 되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아쉬움은 그녀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앙.. 오빠.. 아아아앙... 제발.... 하아아아.. 미치겠어... 앙..”
그녀의 아쉬운 신음 소리를 뒤로 하고 그녀를 안은 체 자리에서 욕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세면대의 옆 다용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금 떨어져 그녀의 땀에 젖은 알몸을 감상했다.
“아름다워... 혜원이... 몸...”
민혁은 그녀의 알몸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한동안 이곳저곳을 감상하다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눈앞에는 티끌 한 점 없는 그녀의 보지가 눈에 들어왔고 살짝 벌어진 그녀의 보지 속살은 핑크빛의 조갯살과도 같이 물기를 가득 머금은 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가 손으로 보지를 벌리자 수줍은 공알이 발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빠꿈이 내밀며 자신에게 키스해달다는 듯 부르르 떨었다. 그의 손은 보지를 좀 더 벌려 공알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고 서서히 그의 혀끝을 가져갔다. 그의 혀끝이 공알의 첨단에 살짝 닿았을 때 그녀는 이제와는 다른 신음소리와 활처럼 허리를 휘며 양다리로 그의 머리를 조여 자신의 보지로 끌어 당겼다.
“허억... 끄어억.. 아...앙.... 도... 대... 체... 아앙..”
그녀가 끌어당기자 어쩔 수 없이 그의 입속으로 공알이 모두 들어왔고 그의 혀는 이제 공알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민혁은 혀를 움직여 공알을 이리저리 굴려대었고 혜원은 이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은 체 자신의 보지에 그의 얼굴을 더욱 밀착시키며 절규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질러대었다.
“으아....아아아앙... 허헉... 음... 좋...아아아아.... 너무.... 우.....웅”
그녀는 이미 오르가즘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그가 움직이는 매 순간이 오르가즘 이였고 그럴 때마다 자신의 보지에서 뿜어내는 보짓물은 긴 꼬리를 이어 떨어졌다. 이미 터질 듯이 부푼 가슴과 젖꼭지는 좀 더 더 부풀어 오르기 위해 모든 땀구멍을 개방하여 송골송골한 땀방울을 맺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의 공알을 굴리던 혀가 갈라진 보지 틈을 따라 내려왔고 부풀어 부어있는 소음순을 핥아가며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혀가 머문 곳은 이미 마르지 않는 샘처럼 보짓물을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는 구멍이었다. 민혁은 떨어지는 보짓물을 혀로 받으며 빨아 마시며 달콤한 보짓물을 흘러내리고 있는 구멍을 막기 위해 혀를 동그랗게 오무려 구멍을 틀어막았다.
“허...억... 꺼어어억”
혜원은 자신의 보지 속을 쑤시고 들어오는 이물질에서 시작된 짜릿함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를 질렀고 한손으로 그의 머리를 움켜쥔 체 다른 한손으로는 그대로 두면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잡아 뜯듯이 움켜잡았다.
“아....우웅... 허...아... 아래가... 아웅.... 히익.. 미쳐....어어어엉”
혜원은 남자의 애무가 이토록 짜릿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그녀의 언니인 혜령과의 섹스가 그녀의 섹스경험의 전부였던 그녀는 사내에게 자신의 몸을 열어준 것이 처음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다른 느낌일 줄을 진정 몰랐다. 이제 민혁의 혀는 보지 구멍 속에 들어와 구멍 속을 핥아 대며 질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보짓물을 빨아먹고 있었다. 조금 더 밀고 들어오는 그의 혀가 혜원이 최근 개발하고 있는 G스팟 부근까지 다다랐을 때 두려움에 떨며 그를 밀쳐 내려고 바둥거렸지만 그의 팔에 완고하게 제압된 그녀의 육체는 조금 후에 밀려올 엄청난 느낌을 직감했는지 모든 신경을 그쪽으로 쏠리게 했다. 혜원은 두려웠다. 이런 상태에서 그곳을 자극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안...앙... 돼.....이...오..빠...앙..... 거긴... 안돼....아흑...”
그녀의 말뿐인 저항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끝이 G스팟을 긁어대자 오줌 구멍에서 거센 물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그렇게 그녀의 오줌구멍에서 뿜어진 투명한 오줌빨은 그의 얼굴에 부딪쳐 사방으로 튀었고 그가 혀끝을 긁어댈 때마다 쭉쭉 쏘아 대었다.
“어흐흐흑....어흑... 어흥.. 안돼... 아흑...”
그녀의 보지에서부터 시작된 경련은 엉덩이와 대퇴부 그리고 온몸으로 퍼지며 그녀를 퍼덕이게 했다. 한동안을 그렇게 퍼덕이며 오줌빨을 쏘아대던 그녀의 움직임이 잦아들고 간헐적인 경련이 일어날 때 마침내 그의 입이 그녀의 보지로부터 떨어졌다. 민혁의 얼굴을 혜원이 쏘아낸 오줌과 보짓구멍에서 흘러나온 보짓물에 범벅이 되어있었고 머리카락에선 그녀의 투명한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혜원은 맥을 놓은 체 팔과 다리는 축 늘어져 간헐적인 경련에 흔들리고 있었고 반쯤감긴 눈에는 검은 눈동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한 탈진이었다. 단지 사내의 혀와 손길만으로 완전한 탈진 상태가 되었다.
“혜원아... 혜원아.. 괜찮아? 혜원아...”
뒤늦게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후회하며 민혁이 혜원을 흔들어 보았지만 그녀는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반쯤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렸다. 민혁은 그런 그녀를 업고 월플 욕조에 물을 받아 온도를 맞추었다. 모텔의 월플 욕조는 이인용의 넓은 원형 욕조로 두 사람이 들어가 있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민혁이 어느 정도 욕조에 물이 채워지자 벽면에 설치된 거품목욕용 삼푸를 욕조에 풀어 거품이 일도록 거품기를 동작시켰다. 그리곤 혜원을 앞으로 안고 욕조에 들어가 앉았다. 민혁은 혜원을 자신 앞에 앉혀 놓고 자신의 가슴에 기대어 놓았다. 그리고 찰랑거리는 거품으로 그녀의 미끈한 알몸을 훑어 주었다.
“으응...”
욕조의 물이 미지근해질 무렵 혜원의 정신이 돌아왔다.
“으익... 내가.... 어떻게 된거야? 민혁씨...”
완전히 혜원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정신이 든 그때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며 사태를 파악하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 오빠라고 부르는게 더 좋던데...”
“오빠는 무슨 낮간지럽게.... 아. 저. 씨. 이거 뭐... 우물가에서 물 떠 줬더니 몸 내놓으라는 거 같네...”
“아까는 오빠라고 부르던데... 기억 안나?”
“무슨... 내가.. 오빠... 아니... 무슨... 아...놔... 미쳤어... 오빠.. 무슨... 아까... 했구나...”
혜원은 그렇게 뜬구름 잡듯이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내뱉다가 결국 자신이 오빠라고 한 사실을 인정했다.
“오빠 소리 들으려면.... 또 이렇게....”
민혁은 그녀의 보지에 손을 올려놓고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하앗.. 아니 아니.. 오빠! 오빠... 불러주면 되잖아... 오빠...”
“훗...”
“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참 바보처럼 웃는다.
“근데..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그냥 정신을 놔버렸네.. 어떻게 했어?”
“흠... 말로 설명은 어렵고... 다시 한 번 해볼까?”
그가 그녀를 번쩍 들어 욕조의 가장자리에 앉혀놓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그만... 스톱.. 정지... 멈춰... 야메떼...”
혜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멈추게 하는 말들을 떠들며 손사래를 쳤다. 민혁도 바로 이어서 그녀를 또 한 번 자극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됐는지 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빠져 나간 욕조의 물이 조금 내려가면서 물속에 있던 그의 자지가 머리 부분을 빼꼽히 내놓았다. 그것을 본 혜원은 손가락으로 퉁 퉁겨보았다.
“윽!”
“이거 모야?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야? 오빠?”
신기한 듯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지의 머리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면서도 장난스런 그녀의 손동작은 멈추지 않고 손톱으로 긁기도 하며 퉁겨내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였다.
“윽... 으.... 니가 정신을 잃었으니까... 이 상태로...”
“아우... 불쌍해.. 그랬어? 어유... ”
혜원은 우는 아이 달래듯 손으로 자자의 머리 부분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에 맞추어 그의 자지가 꺼떡대자 재미있다는 듯 더욱 달래는 말을 이었다.
“으응.. 그래... 그랬어? 이 누나가 이뻐해 줄게... 이렇게 귀여운 애를 누가? 으응.”
그녀가 머리 부분을 감싸 쥐고 흔들어 주었다.
“그럼... 니가 이뻐해 줄래?”
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에 섰다. 이제 자지는 그 모습을 모두 드러내놓은 체 그녀의 눈앞에서 꺼떡대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우와~~ 오빠꺼 무지 크다... 이거 봐 이거. 우와 이렇게 단단해? 힘줄도 이렇게 돋아 있네.”
혜원은 그녀의 눈앞에서 껄떡이는 자지를 잡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지의 크기와 단단함에 놀라워했다.
“아... 아...”
그녀는 민혁의 자지가 마이크인양 한손으로 거머쥐고 목소리를 테스트했다.
“아... 아.. 마이크 웅”
그녀가 자지를 잡고 장난하는 동안 민혁이 허리를 쑥 밀어 그녀의 입속에 자지의 머리 부분이 쑥 들어가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
“앙이... 이렁게 넝으명 어떵해”
그녀는 자신의 입속에 들어온 자지를 빼지 않고 웅얼거리며 불만을 표했지만 그것은 결코 싫은 뜻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그녀의 입놀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혜원은 입속의 자지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지의 구석구석을 빨고 핥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속에 들어간 그의 자지는 겨우 머리 부분일 뿐이었다.
“오빠꺼.... 너무 커서 이 정도 밖에 안 들어가네...”
혜원은 그의 커다란 자지를 나무라면서도 이내 그것을 입속에 품었다. 사실 민혁은 그의 능력을 통해 자지의 크기를 크게 컨트롤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그녀의 입 크기와 좀 전에 가늠해본 그녀의 보지 구멍에 맞추어 자지 크기를 조금 줄였다.
“엉... 이거 작아졌네..”
혜원은 민혁을 올려보며 작아 졌지만 아직도 단단하고 굵은 자지를 손으로 위아래로 훑으면서 말했다.
“내가 갖게 된 능력 중에 하나.... 아까 얘기했지..”
“아항... 이게 이렇게 되는 구나! 사이즈가 나한테 딱 맞는 거같애.. 흐흐”
혜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알맞게 맞춰진 그의 자지를 다시 한 번 입속에 품었다. 이번에 그녀가 품을 수 있는 최대한을 입속에 넣었다. 그의 자지는 뿌리부분을 조금 남긴 체 그녀의 입속으로 모두 사라졌다.
“아앙... 이만큼이나 들어와 버렸네!”
혜원은 자신이 삼켰던 그의 자지를 뱉어내어 어디까지 들어갔었는지 재 보고는 거의 뿌리까지 삼켰던 자신을 대견해했다. 그녀는 그의 자지 기둥을 혓바닥으로 이리저리 핥으며 한손으로는 그의 불알을 조심스럽게 주무르고 다른 한손으로는 자신의 벌려진 다리 사이의 보지를 문질렀다.
“아항... 아항.. 너무 좋아.. 하아 하아”
그녀는 그의 자지를 쥐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자신의 보지를 더욱 세차게 문질러댔다. 마치 그의 자지가 자신의 보지를 문지르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린 체 온몸의 신경을 자신의 보지 쪽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에 집중하게 하고 그의 자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넣어줘! 오빠! 넣고 싶어! 아흣...”
혜원은 벌렸던 다리를 오므리며 전신에 용솟음치는 쾌감을 느껴 그의 자지를 어서 넣고 싶었다. 그의 자지가 자신의 보지를 쑤셔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민혁은 그녀를 일으켜 뒤로 돌려 욕조의 가장자리를 붙잡게 하고 엉덩이를 추켜올렸다.
“아흥.. 이 자세 너무 부끄러워! 오빠가 내 엉덩이를 보고 있어.... 아흣”
민혁은 그녀의 보지를 손으로 한번 쓰윽 닦아내듯 쓸어 올리고 끈적끈적한 보짓물을 흘러나오는 그녀의 보지구멍에 자신의 자지를 대고는 쑤욱 밀어 넣었다.
“들어간다...”
“응.. 들어와.... 아읏... 들어와.. 들어왔어... 아흣... 그만... 아니.. 더.... 어흣...”
그녀의 보지구멍 속으로 민혁의 자지가 뿌리까지 모두 들어갔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자지의 끝에서 그녀의 자궁 입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게 그녀의 엉덩이와 자신의 골반이 빈틈없이 밀착한 상태에서 그의 자지 첨단이 그녀의 말랑말랑한 자궁의 입구를 지긋이 눌러줄 정도의 크기였다.
“하아.... 하아... 그게... 하아.. 닿았어... 속에서... 하아.. 뭔가와 닿았어... 하아”
그녀는 자신의 보지 속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그대로 신음소리와 함께 토해내었다. 민혁은 그렇게 자지를 밀어 넣은 체 힘을 주어 혜원의 보지 속에서 꺼떡이도록 했다. 그가 힘을 줄 때마다 그녀는 단말적인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앗.... 하앗... 하앗... 그게 움직여... 그냥 가만히 하앗... 있는데... 하앗.. 움직여... 하앗..”
민혁은 자지에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천천히 그녀의 보지 구멍 속을 머리 부분으로 긁어내며 빼내었다. 그녀의 보지구멍은 순간적으로 진공상태가 된 것처럼 그의 자지가 빠져나간 부분이 다시 밀착되며 빠져나가는 자지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앗... 이... 당기고 있어.. 네 보지가...”
“히잇... 아아아... 내가 그래... 너무 좋아.. 오빠꺼가 빠져나갈 때가 너무 좋아...”
힘겹게 민혁이 자지를 머리 부분만 남긴 체 뽑아내었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밀어 넣기는 빼기보다 훨씬 수월했다. 아니 민혁이 밀어 넣었다기 보단 그녀의 보지가 그의 자지를 당겼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아우... 아앙.. 아우... 아앙...”
그녀의 신음소리는 자지가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다. 민혁은 가냘픈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여 가며 쑤셔대었다. 그 와중에 혜원은 몇 번이고 온몸을 경직시키며 파르르 떨었고 때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지만 민혁이 허리를 받쳐주어 발이 허공에서 허우적대기도 했다.
“아악..아악.. 꺼어억.. 크흡.. 어엇...”
그녀의 신음소리는 이제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고 그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지고 거세졌다.
“허억....”
순간 그녀가 상체를 곧추세워 팔을 돌려 그의 뒷덜미를 감싸 안고 발은 그의 다리에 꽈배기처럼 꼬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 아마도 그녀에게 최고의 오르가즘이 휘감았을 것이다.
“꺼어어억.. 아...... 흣...”
그의 자지는 아직도 그녀의 보지 속에서 피스톤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꺼떡대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고개가 다시 힘없이 풀썩 떨어졌다.
“아! 또! 이렇게 갈 때마다 까무러치면.. 으...”
혜원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정신을 잃었지만 그녀가 좀 전에 취한 자세는 그대로 유지된 체였고 보지 속도 여전히 그의 자지를 빨아 당기고 있었다.
‘아앗.. 보지는 여전히 날 당기고 있네.. 으... 이런 느낌은 처음인걸.’
민혁은 그의 자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흡입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민혁은 이대로 더 이상 욕실에 있다가는 그녀가 감기에 걸릴 것 같아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그녀의 발은 그의 다리를 꼬고 있었다. 민혁이 어기적거리며 욕실을 빠져 나와 천천히 그녀가 깨지 않도록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그제야 그녀의 다리와 팔이 풀어지며 혜원도 옆으로 누운 체 잠이 들었다.
‘또 자네...’
******
혜령은 머릿속이 복잡해 금세라도 터질 것처럼 아팠다. 일련의 모든 정황을 정리하던 그녀는 마지막 결정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아.. 내가 정말...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성실하게 살아왔던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사명감이 있을까? 아... 모르겠다...’
혜령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자신의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떨궈내기 위해 세차게 흔들었다. 그녀는 답답함을 느끼며 잠시 나가서 바람이라도 쇨 량으로 가벼운 외투만 걸친 체 집을 나섰다. 한참을 아파트에서 나와 큰길 쪽으로 걷던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어린 아이의 칭얼대는 소리 때문이었다.
“엄마! 배고파... 엄마... 엄마...”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꼬마아이가 자신이 엄마라고 부르는 여자의 다리를 붙잡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여자를 올려보며 칭얼대었다. 여자는 조그마한 수레에서 국화빵을 뒤집고 있었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그녀가 만드는 작은 국화빵 몇 개만 주더라도 아이의 울음을 그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히 국화빵이 탈세라 뒤집어 꺼내놓고 다시 반죽을 틀 안에 짜 넣고 있었다. 아이의 칭얼댐이 더해지자 그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아 아이를 타일렀다.
“엄마가 금방 집에 가서 밥 줄게... 조금만 더 팔면 되니까 금방 집에 가서 맛있는 밥 해줄게. 알았지? 이쁜 준형이! 준형이는 엄마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지?”
그녀가 막 아이를 다독여 진정시켰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의 수레 앞에 섰다.
“아줌마.. 이거 삼천원어치 주세요...”
“아! 네... 잠깐만여...”
그녀는 아이가 진정된 것을 확인하고 일어서 갓 구워낸 국화빵을 봉투에 담았다. 금세 구워놓은 국화빵들이 사라졌다.
“여기 빵! 정말 맛있어... 내가 이 맛에 여기 온다니까?”
“칫.. 그렇다고 그깟 국화빵 때문에 삼십분을 걸어오냐?”
“헤헤.. 아줌마.. 정말 맛있죠? 이 친구들이 아직 아줌마 빵맛을 못 봐서 그래요...헤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그녀가 건네준 빵을 받아들고 서로 나눠 가며 자리를 떴다. 그 학생들의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학생들은 국화빵을 먹으며 정말 맛있다면서 자기들끼리 떠들며 인파 속에 사라졌다. 지금 시간이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국화빵 여자는 반죽의 마지막까지 틀 속에 넣고 이제 집에 가기 위해 분주하게 주변을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엄마의 다독거림에 진정된 아이는 조용히 엄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엄마가 일을 끝내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혜령은 그 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배고픈 자신의 아이는 내버려 두고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아이를 달래야 했던 엄마의 마음을 느껴서일까? 아니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 무거운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생들한테서 안쓰러움을 느껴서일까? 눈물의 이유를 모른 체 그녀는 그렇게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저걸 다 팔아야. 아이한테 밥이라도 먹이겠지.’
혜령은 수레 앞으로 다가갔다.
“이거 전부 담아 주세요.”
“아이고.. 네네.. 오천원입니다.”
그녀가 건네주는 봉투를 받아든 혜령은 수레 옆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니?”
“준형이... 이준형”
“준형이 참 착하구나! 엄마말도 잘 듣고... 착한 준형이한테 이 아줌마가 선물 줄게..”
혜령은 방금 산 국화빵 봉투를 아이 앞에 내밀었다. 아이는 그러는 혜령을 쳐다보고 다시 엄마를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선뜻 봉투를 받아 들지 못했다.
“아유.. 이러시면 안돼요.. 준형아.. 아줌마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어느새 정리를 마친 아이의 엄마가 혜령의 행동을 막으며 아이를 들어 수레 위에 앉혔다.
“아까부터 봤어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아이가 너무 착해서... 그냥... 집에 가는 길에 먹으라고 주세요..”
혜령은 아이의 엄마를 진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봉투를 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고마운데요.. 이러면 아이한테 안 좋아요... 버릇되면 장사할 때 데리고 나오지도 못하고... 이번 한번 만이다.. 준형아.. 아줌마한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고맙습니다...”
봉투를 받아든 아이는 허겁지겁 봉투속의 국화빵을 집어먹었다. 입속에 몇 개를 집어넣고 어기적거리며 씹는 폼이 많이 배고팠나보다.
“아이가 많이 배고팠나봐요?”
“저녁때라면 하나 먹고 지금껏 있었으니까요. 에휴... 이놈의 생활이 언제 끝나려나...”
아이의 엄마는 말끝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혜령에게 눈인사를 했다. 이제 막 삼십대를 넘은 듯 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이런 행색이 아니면 한 미모 할 만해 보였다.
“저... 아주머니.. 아이 아빠는...?”
막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엄마는 혜령의 물음에 잠시 멈췄다가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당신이 왜 우리 애 아빠를 찾아요? 내가 불쌍해 보여요? 그냥 가던 길 가세요. 애한테 빵 준건 고마워요. 하지만 그렇게 보지 말고 부르지도 마세요.”
쏘아붙이는 그녀의 대답에 혜령이 더욱 당황했다.
“죄송해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저도 어려서 양부모님을 잃고 동생하나 데리고 살다보니 처지가 비슷한 분 보면 가슴이 아파서요... 제발 오해 하지 마세요. 죄송해요.”
혜령은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엄마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녀도 그렇게 모진 여자는 아니었는지 금세 굳은 얼굴이 풀어지며 혜령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발길을 돌렸다. 혜령은 멀어지는 그녀를 보면서 조용히 따랐다.
“언제까지 따라올 참이에요?”
한동안을 가던 아이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따라오는 혜령을 향해 말했다.
“아! 미안해요. 사실 얘기 좀 나눠 볼까 해서요... 이런 일 하실 분이 아닌 거 같은데...”
혜령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말끝을 흐렸다. 마침 길가에 24시간 운영하는 감자탕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식사 전이시죠? 저도 아직 못했는데. 여기서 같이 드시면서...”
혜령은 살갑게 아이엄마를 붙잡고 감자탕 집으로 끌었다. 그녀도 아이와 감자탕 집을 번갈아 바라보며 못 이기는 척 혜령을 따랐다.
잠시 후, 그녀들 앞에 감자탕이 앉혀져 부글부글 끌었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감자탕에 고정한 체 어서 자기 입속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먹기 쉽도록 뼈와 고기를 발라 작은 식접시에 담아 아이 앞에 놓았다. 아이는 앞에 놓인 고기를 접시가 놓이자마자 서툰 젓가락질을 해가며 입에 넣었다. 아이의 모습을 두 여자는 잔잔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뗀 건 아이 엄마였다.
“아이 아빤! 죽었어요....”
그녀의 입에서 어렵게 목소리가 나왔다. 혹시라도 아이한테 들릴까 작은 목소리였지만 혜령의 귀엔 틀림없이 들였다. 그리고 아이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이 아빠는 2년 전 미국산 30개월 소고기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그렇다고 폭력적이거나 난동을 부린 것이 아니라 집회 참석자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요기꺼리를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했다. 그 때의 남편의 모습은 너무 멋있어 보였고 낮에는 조그만 분식집을 운영하며 밤이면 먹을거리들을 챙겨 여지없이 광화문이며 종로, 세종로 등 촛불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나가 밤을 새우길 매일 같이 했다. 그렇게 1년가량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날마다 쫓아다니던 어느 날 촛불집회가 열리던 광화문에서 그날도 참가자들에게 커피와 김밥을 나눠 주고 있는데 어디선가 달려온 괴한으로부터 칼에 찔려 그 자리에서 내장을 쏟아놓고 즉사했다. 주변에 전경과 경찰들이 겹겹이 에워싸였던 그곳에서 그녀의 남편은 아무런 저항도 못한 체 칼에 찔렸고 뒤늦게 경찰들에 의해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범인은 잡혔지만 정신이상이라는 판결을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그렇게 그녀의 고달픈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 후, 막막했던 그녀는 정신을 추스르고 남편이 하던 분식집을 다시 열었지만 그녀의 분식집 앞에는 항상 전경과 경찰들이 늘어 서있었고 시도 때도 없이 사복 경찰들이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들랑날랑 거렸다. 그러니 장사는커녕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분식집을 정리하고 그녀는 직장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공장이며 식당이며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어느 한곳도 그녀를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 물론 그때마다 사복 경찰들이 따라다녔고 그런 그녀를 선뜻 받아 줄 리 만무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자 이번엔 은행에서 대출이 만기 되었다고 전액 상환을 요구했고 몇 번을 연장 신청했지만 특정한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연장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식집을 정리한 돈과 대출 낀 집세를 모아 할 수 없이 모두 은행에 상환해야했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무일푼의 알거지가 되어 거리로 어린 아들을 끌고 이곳저곳을 헤매게 되었다. 그때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경찰들도 차츰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녀는 하루하루를 끼니를 걱정하며 아이와 노숙자가 되었다. 그러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갔다가 안면이 있었던 참가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겨우 월세 방에 국화빵 수레를 구할 돈을 구해 이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살고 있었다.
그녀의 얘기가 끝났을 때 혜령과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져 굵은 눈물줄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녀들 앞에는 어느새 소주 몇 명이 비워져 있었고 아이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어 있었다.
‘꽝!’
아이엄마가 갑자기 식탁을 주먹으로 치며 눈을 치켜떴다.
“그놈이... 그놈이... 우리 남편을 죽인 그놈이... 풀려났어. 그놈이... 내 남편은 저세상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데... 그놈은 정신이상자 보호감호 1년 만에 풀려나서 활보하고 다녀... 그놈이... 어어어엉...”
그녀는 더욱 서럽게 울면서 소주 몇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언니! 나보다 언니인거 같은데... 맞죠? 난 32살이야.. 이름은 지은이고... 이름 이쁘지. 최지은...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술에 취한 지은은 혀 꼬부라진 말투로 그렇게 그제야 자기를 소개했다.
“이쁘네... 그리고 나랑 한 살 차이나... 언니 맞네... 난 혜령이야... 앞으로 혜령언니라고 불러...”
혜령도 약간의 취기가 있는 어투로 자신을 소개하고 그렇게 언니와 동생으로 혜령과 지은은 새벽을 쓴 소주로 밝히고 있었다. 두 여자는 소주 몇 병을 더 마시고 감자탕 집을 나섰다. 지은이 이미 술에 많이 취한 상태라 도저히 그녀의 집으로 갈 수 없었고 이미 혜령이 지은의 아이를 업고 그녀를 부축하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감자탕집 주인에게 국화빵 수레를 부탁하고 식사비용에 웃돈을 얹어 주었다.
이른 새벽, 먼동이 막 터올 무렵, 이미 거리엔 많은 사람들이 바쁜 듯 종종걸음으로 자신들의 발끝만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마치 좀비처럼 창백한 얼굴로 서로에게 관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길만을 걷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어깨엔 보이지 않는 바위라도 얹혀있는 듯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학생들도, 중년 남자도, 젊은 여자도... 모두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혜령은 그녀 곁은 지나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때마다 그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드디어 지난 밤,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하나의 결정으로 뭉쳤다.
‘내가 할 수 있다면, 하겠어... 이 사람들을 대신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어. 내 몸이 부서지고 내 힘이 미약할 지라도 끝까지 이 사람들 곁에 있겠어...’
혜령은 그렇게 다짐하고 아이를 업고 지은을 부축하며 집으로 향했다.
******
“아웃... 하아 핫... 뭐가... 이렇게.. 아아앙... 좋은.. 거...야...아아앙..”
불 꺼진 모텔의 창으로 새벽의 여명이 비쳐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을 받으며 혜원은 민혁의 몸 위에 앉아 연신 방아를 찧어 대며 자신의 보짓속을 헤집고 있는 그의 자지를 원망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이미 세 번의 실신과 네 번째 실신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민혁은 번번이 그녀와의 타이밍을 잡지 못해 한 번의 사정도 하지 못한 체 밤을 꼬박 세고 있었다.
‘이번엔.. 맞추고 말겠어..’
민혁은 그녀의 표정에 주시하며 허리를 그녀에 맞추어 튕겨 주었다. 혜원이 쏟아 낸 질펀한 보짓물은 그녀는 물론이고 민혁의 몸까지 완전히 적셔 놓았고 이따금 분출하는 오줌은 민혁의 얼굴까지 온통 적셔 놓았다.
척... 척... 척... 찌덕 찌덕 지그덕...
그렇게 음란한 소리가 모텔방안에 울려 퍼졌고 그녀는 온통 땀과 보짓물에 뒤덮여 여명의 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민혁이 그녀의 허리에 있던 손을 내려 엉덩이를 감싸 안고 그녀와 박자를 맞추어 주무르다 그녀의 항문을 슬쩍 눌러주었다.
“허억.. 크흡... 거기... 그렇게.. 크흡...”
혜원이 크게 튕겨 오르며 젖가슴을 움켜잡고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너... 여기도 좋아... 이렇게 눌러주면...”
“하악.. 너무.... 아앙... 좋아... 거기... 그렇게에에에... 눌러줘..아앙...”
민혁은 그녀의 말대로 항문을 꾹꾹 눌러 주다 이미 미끈한 보짓물에 젖은 구멍 속으로 손가락이 쑥 들어가 버렸다.
“아흑... 크... 어어... 들어갔어.. 아아앙... 그게... 아항...아....”
민혁의 항문 자극에 그녀의 절정이 곧 있게 될 것이란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그에 맞춰 그도 이번엔 자신의 자지로 온몸의 에너지를 집중 시키며 사정할 준비를 하였다. 그녀의 항문으로 좀 더 들어간 손가락은 이제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그의 자지 기둥이 느껴졌다. 그녀의 보지 구멍을 비벼대는 그의 단단한 기둥도 그가 찔러 넣은 항문속의 손가락을 느꼈다.
“이젠... 아흑.. 끝이야..아앙...아... 끄어어억....”
“크압....큭....”
그녀의 엉덩이가 한순간 부르르 떨며 그녀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의 입에선 거품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 나왔다. 민혁도 그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정액을 힘차게 쏘아 올렸다. 맥박 치듯 쏘아 올려진 그의 좆물은 그녀의 자궁을 강타했고 그때마다 그녀는 껄떡였다. 그리고 그의 좆물이 더 이상 쏘아 대지 않자 무너지듯 그의 몸 위로 그녀가 풀썩 쓰러졌다. 혜원이 또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정신을 잃었음에도 그녀의 보지는 아직도 그의 자지를 물고 한 방울의 정액이라도 빨아내기 위해 연신 조여 왔다. 민혁도 오랫동안 참아서인지 이 한 번의 사정으로 온몸에 나른함을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졌다. 아직도 그녀의 보지에는 민혁의 자지가 꽂혀 있고 항문에는 그의 손가락이 한마디 정도 들어간 상태인체로 그들은 잠속에 빠져들었다.
민혁이 잠에서 깬 건 그가 잠든 후 한 시간 정도가 지난 이른 아침이었다. 그는 혜원과의 뜨거웠던 밤을 보냈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모습은 마치 반대편 지구에서 아내가 납치된 뒤 훈련 시스템에서의 그 어름같이 차가운 모습이었다. 그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곤 혜원의 옷가지들을 챙겨 그녀가 잠든 침대의 침대보 위에 얹고 그와 함께 알몸인 채로 잠들어 있는 혜원을 둘둘 말아 그녀를 안아들었다. 혜원은 그가 모텔을 빠져나와 자신을 스포츠카 조수석에 눕혀 놓을 때까지도 잠에서 깰 줄 몰랐다. 민혁이 운전석에 타자마자 날렵한 스포츠카는 빠르게 모텔의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불과 2시간 전에 강원도 동해시를 달리던 스포츠카가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민혁은 차를 세우자마자 혜원을 안고 그의 아파트로 올라가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혀놓고 그녀의 머리맡에 쪽지를 하나 올려놓았다.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 미안. 아침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푹 자고 오후에 스튜이오에서 봐. 일어나면 식탁에 아침 준비 놨으니 먹고... 사랑하는 오빠가...
추신, 옛날 같았으면 열 번은 더 보쌈 당했겠다... 잠보...‘
민혁은 그녀가 일어나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시리얼을 식탁에 차려놓고 집을 나섰다. 잠시 후, 그의 차는 방금 전 그가 지나왔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가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검은 색의 몸에 딱 붙는 셔츠와 검은 색 바지와 가벼운 군화를 신고 있었다. 민혁은 차는 중앙고속도로에서 춘천방향으로 빠져 화천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그가 예전에 미리 보아둔 장소까지 차를 몰고 가 수풀 사이에 차를 숨긴 뒤 검은 색 낚시 가방을 들고 대운하 화천 시공식장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자리를 잡고 주변의 잔가지들과 풀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은폐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동안 수집한 자료를 머릿속에 떠올려 자신의 계획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반대편 지구에서도 감지될 정도의 폭발은 현 지구상에 핵폭발 밖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 한 번의 핵폭발로 인해 지구가 산산조각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 핵미사일이 지구의 맨틀 속에서 폭발한다면 그때 얘기가 달라진다. 한 번의 핵폭발로 맨틀 내부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이 연쇄적인 폭발로 지구를 감싸고 있는 맨틀 내부가 또 하나의 핵폭탄처럼 지구의 핵에 기폭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지구의 핵이 그 작용에 반응하여 폭발하면 지구는 산산조각 나며 한낱 우주의 먼지로 변하게 될 것이다. 민혁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한반도 내에서 맨틀과 지표 사이가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화천이었고 이곳에서 오늘 대운하를 위한 제 1공구 시공식이 열린다. 산을 하류의 강과 상류의 강을 합류시키기 위해 깎아 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산을 통째로 날려버릴 시공식을 막아야 했다. 이미 그가 건너다보고 있는 산에는 많은 공사 흔적들이 보였고 여기저기 막대한 량의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혁은 이곳이 폭발의 진원지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민혁이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건너편 산에서 사람들의 웅성임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형 굴착기의 엔진 음이 들려왔다. 민혁이 시계를 보았다.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시간 30분 후면 시공식이 시작할 것이다. 그 시공식에 각계 장관들과 한누리당의 국회의원과 당직자, 각계 인사들이 이 역사적인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또 한편의 무리는 이 시공식을 저지하려는 시민 단체와 환경 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피켓과 플랜카드를 들고 대운하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수천 명의 전경들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전경들이 몰고 있는 외진 산 아래로 조금씩 밀리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부질없는 몸싸움은 전경들의 진압봉과 방패에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산 중턱의 행사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일 리 없었고 그들의 외침 또한 들리지 않았다.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는 듯 서로 악수와 포옹을 해가며 과도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갑자기 전경들과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긴장하며 행사장 입구에 막 들어오는 검은 색 벤츠 S600 리무진 차량을 중심으로 몇 대의 차량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번호판에 봉황의 무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통령의 차량으로 보인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폭발 버튼을 이맹박 대통령이 누르기로 되어 있었다. 민혁이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지금 한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암살하려 하는 것이었다. 그의 의지에서 대운하가 시작되었고 그의 권력 아래에서 권력의 개를 자청하는 수많은 장차관들과 국회의원, 뉴라이트 등이 대운하를 강행하는 힘을 주고 있었다. 대통령은 수많은 경호원들에 싸여 연단에 올라 가장 중앙의 자리에 부인과 함께 앉았다. 이를 신호로 군악대의 연주가 울려 퍼지며 그들만의 잔치가 시작되었다. 계획에 짜인 식순에 따라 시공식은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드디어 대통령의 축사와 이어 점화식이 진행될 차례가 왔다. 민혁도 천천히 소리 없이 낚시가방에서 저격용 라이플을 꺼냈다. 블레이저 MOD 93 LRS2 모델인 저격 라이플... 이는 이재호 의원을 저격한 총이라고 추정되는 그 총이었다. 라이플에 달린 조준 망원경을 통해 민혁은 자신의 타깃을 찾았고 이내 조준선에 그 타깃이 모습을 드러냈다.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대통령은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새 역사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이번 대운하 시공식을 맞아.... 이를 반대하는 소수의 여론도 있었지만.....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이 시공식을 경축하기 위해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리며... 끝으로 이번 화천 시공식을 시작으로 새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환영합니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곧바로 그와 영부인, 총리, 한누리당 당대표, 뉴라이트 연합 회장과 이번 공사를 진행할 현다이건설의 회장이 기폭 장치 버튼이 설치된 단상에 섰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악수를 했고 드디어 기폭장치를 누르기 직전에 이르렀다. 민혁의 가늠자는 이미 대통령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고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거기 뭐야!”
이때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에 민혁은 순간적으로 조준선이 흔들렸다. 민혁은 시간이 없었다. 민혁은 다시 조준점을 맞추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민혁은 자신의 어깨에 고통을 느끼며 라이플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 한발의 총성은 민혁의 라이플이 아닌 굵은 목소리의 남자가 쏜 총소리였다. 민혁은 자신의 어깨에 박힌 총알을 느끼며 잠시 그 충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야! 실장한테 무전 때려!”
이렇게 얘기하는 굵은 목소리로 보아 한명이 아닌 듯 했다. 작게 울리는 발자국 소리... 민혁은 그 소리에 집중하며 그들의 위치를 가늠하고 위치가 파악되자 순간적으로 몸을 튕겨 가장 가까운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의 명치에 일격을 가하고 그와 동시에 몸을 날려 옆에 있던 남자의 관자놀이에 발끝을 명중시켰다. 이어 몸을 회전시켜 뒤 굽으로 다른 사내의 정수리를 내려찍었다. 그렇게 세 사내들은 갑자기 튀어 오른 모습만 봤을 뿐 비명 소리 한번 지르지도 못한 체 단 한방에 고꾸라졌다. 마지막 사내의 머리가 깨져 피가 뿜어져 나올 때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이 들렸다.
‘꽈과광.. 꽈과광... 꽈과광...’
처음 폭발음을 시작으로 30여 차례의 연쇄적인 폭발음이 들렸고 그 소리와 땅을 흔드는 진동으로 인근의 모든 산새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올랐다. 민혁이 다시 라이플을 들고 조준경을 통해 본 행사장은 이미 무전을 받았는지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에워싸 리무진으로 이동중이였고 일부의 경호원과 경찰들은 민혁이 있는 건너편 산기슭으로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크윽... 이런 실수를...’
민혁이 주먹으로 땅을 치며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하는 순간 이번엔 폭발음과는 다른 굉음이 들려왔다.
‘크르르르릉 콰콰’
민혁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 산을 바라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의 그 소리는 시위대가 묶여있는 산 아래쪽에서 들려온 것이었고 시위대의 위로 산사태가 일어나 수백 명의 시위군중과 전경들을 뒤덮었다. 건너편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산사태로 바위덩이와 흙더미 속에 파묻힌 수많은 사람들... 그 광경을 지켜본 행사 참석자들 모두 자신들의 눈앞에서 일어난 산사태에 우왕좌왕 대며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 나가기 위해 자신들의 차를 세워둔 곳으로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몰된 근처에 있던 전경들은 사태 파악이 되자 매몰된 흙더미를 파헤쳐 비교적 낮게 묻힌 사람들을 구해내고 있었다. 민혁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몇 번이고 주먹을 땅에 내리쳐 이미 그의 주먹에선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악... 으아악...”
민혁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자신의 좀 더 세밀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책하며 그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흙더미 속에 묻혀 희생된 것에 분개했다. 또한 자신이 이 폭발을 막지 못한 것에 자신을 책망하며 울부짖었다.
“저기다! 저 새끼 잡아!”
민혁을 향해 달려오는 경호원들과 경찰들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민혁을 향해 소리 쳤다. 또한 민혁의 뒤쪽으로도 후방 경계를 보던 경호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민혁은 일단 몸을 일으켜 뒤쪽에서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향해 달렸다. 민혁은 달리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들에게 마음속으로 사죄하고 또 사죄했다. 경호원들과 민혁의 거리가 20미터정도 간격이 되자 일제히 경호원들의 권총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타앙.. 타타앙... 타다앙.’
모두 한곳을 향해 발사한 총소리였지만 이미 그곳에서 사라진 민혁 대신 흙바닥에 탄흔을 남기며 흙먼지만 피어 올렸다. 하늘로 치솟은 민혁은 종아리에서 작은 단검을 빼어 들고 경호원들 사이로 착지함과 동시에 가까운 경호원의 몸뚱이가 쓰러졌다. 찰나의 순간에 그들의 몸을 휘감은 칼날이 하나같이 급소를 배어 그들을 움직일 수 없게 했고 이어진 연속동작으로 주변의 모든 경호원들을 쓰러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들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민혁은 그대로 전속력으로 달려 차가 숨겨진 우거진 숲속으로 사라졌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빨간 색 스포츠카가 덤불속에서 튀어나와 도로로 내달렸다.
한 대의 스포츠카가 강변북로를 질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그 차안에는 민혁이 타고 있었지만 빨간 색 스포츠카가 아닌 검은 색 스포츠카로 바뀌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