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홀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역시 그 가운데는 브레든이 있었다. 모두들 브레든을 향해 축배를 했고 브레든은 그런 그들에게 미소를 띠며 같이 했다. 낮의 한차례 환영행사를 치르고 저녁 무렵 의장의 주최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흠.. 정말 영웅이 따로 없군..."
민혁은 브레든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연아를 비롯해 홀내의 모든 여성들을 보며 조소했다. 연아의 모습에 은근히 화가 나있는 민혁은 아예 연회장을 빠져 나와 방갈로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반대쪽 지구의 밤과 다를게 없어 보였다. 그는 어느새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반대쪽 지구를 그리워하며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고 있었다.
"여기 있었네요.. 당신.."
민혁의 회상을 방해하면서 나타나 사람은 연아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브레든도 있었다. 민혁은 잠시 브레든의 미소가 인위적인 것 처럼 보였다. 아니며 얼굴 자체가 저렇게 생긴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응.. 밤공기가 좋아... 하늘의 별도..."
"아.. 당신이 반대쪽 지구에서 온 사람입니까?"
민혁의 앞에 브레든의 손이 불쑥 나타났다. 좀 큰듯한 손에는 많은 상처가 얽겨있었다. 그의 화려한 이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네.. 민혁입니다. 브레든장군님.."
민혁은 브레든의 손을 잡아 가볍게 악수를 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을 알고 있군요.. 반갑습니다. 브레든입니다."
"네.. 축하드립니다."
민혁은 마지못해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연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브레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레든은 사교성도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고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민혁도 그의 화련한 행성정복사를 들으며 그에게 가졌던 반감이 다소 사그러지는 듯 했다. 그러나 민혁의 빠른 시신경때문에 보이는 잠깐 잠깐의 브레든의 이상한 눈빛은 어쩐지 경계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 제가 조총한 파티에 초대하려고 하는데 괜찮죠..? 유나양..."
브레든은 자신의 주변에 모인 다른 여러 여자들과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주다 문득 연아를 쳐다보고 물었다. 연아는 망설임이 없었다.
"네.. 브레든장군님.. 언제든지요.."
연아는 흥쾌히 승낙하였고 그런 연아가 걱정스러운듯 브레든은 민혁을 쳐다보며 눈빛으로 승낙을 물었다. 연아도 그제서야 그녀의 남편이 생각 난듯 민혁을 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래도.. 장군님의 파티는 아무나 초대될 수 없는 곳이예요.. 당신도 그와 함께 얘기를 하다보면 많은 도움이 될꺼예요.. 같이 가요.. 네..?"
연아는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민혁은 그런 연아를 보고 있자니 더욱 그곳에 가기 싫었지만 그녀를 혼자 보내기에는 브레든이 걱정스러웠다.
"음.. 그래.. 같이 가.. 그런데 나 내일 훈련이니까... 일찍 돌아와야해.."
"응.. 고마워요.."
브레든도 민혁의 승낙에 환하게 웃으며 주변의 여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민혁은 환한 웃음뒤에 보였던 알 수 없는 표정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
브레든의 집은 도시의 가장 부유층들 만이 살고 있는 지역이였다. 휘황찬란한 구조물들을 지나가는 차창을 통해 보고 있자니 기가 꺼겨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민혁에게 브레든이 말을 걸어왔다.
"그래.. 당신이 반대쪽 지구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그곳은 어떻소..?"
브레든의 말투가 연회장에서의 말투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다소 아랫 사람들에게 하는 말투로 약간은 거드름을 피우는 것 같은 말투였다. 민혁은 내심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이곳의 장군이라는 직위에 있는 자니 그럴 수 도 있겠다 싶어 개의치않았다.
"뭐.. 평화롭습니다. 이곳의 평화와는 다르지만..."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가 살아온 반대쪽 지구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평화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브레든의 질문이 마치 자신이 정복한 다른 행성의 원생물에게 하는 말투였다.
"나도 이번 지구증발 사건에 참여했었소. 사실 난 반대했지.. 그쪽 사람을 데려오는 걸.. 내가 그쪽으로 가면 모든 일이 해결 될텐데.. 당췌 노인네들이란.."
그의 말은 마치 민혁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노인네들이란 의장단을 비롯한 원로의원들을 일컨는 듯 했다.
"...."
"뭐.. 당신이 그 일을 해낸다면야.. 하지만 나에겐 다른 복안도 있소.. 내 계획대로 했어야 했는데... 음..."
그는 여기서 이야기를 멈췄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민혁은 연구소에 있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고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 다왔군.. 여기가 내 집이오.."
브레든이 가리키는 곳에는 거대한 구조물이 있었다. 집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성이였다. 그 웅장한 크기는 민혁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보았던 다른 어떤 건물보다 컸다.
"집이 멋지군요.."
민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와 차를 같이 타고오면서 기분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자랑하는 듯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르르...
뒤 따라오던 차량이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연아는 거대한 저택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반대편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는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표정으로 브레든을 따라 들어갔다.
"여.보."
민혁은 넋을 놓고 저택을 바라보는 연아에게 새삼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 뚜렷한 어조로 불렀다.
"앗.. 네.. 미안.. 후와.. 저도 여긴 첨이라서요.."
"그런데.. 파티에 오는 사람이 우리들 뿐인가..?"
"어.. 이상하네요.. 나올 때는 여러명이었는데.."
그때 브레든이 빨리오라는 신호를 해서 더 이상의 의문은 갖지 못했다.
브레든의 안내로 들어간 거실은 좀전의 연회장을 조금 축소해 놓은 듯이 넓고 웅장했다. 갖가지 장식물들과 원생물의 박제가 벽에 걸려있었고 한쪽엔 그가 장군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각종 무기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업적을 못보여줘서 안달 나있는 것 같았다.
일행을 거실로 안내한 브레든은 옷을 갈아 입고 오겠다며 어디론가 사라지고 잠시 후 시녀복장을 입은 여자들이 옷가지를 챙겨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녀들은 각각 자신이 챙겨온 옷을 들고 한사람 한사람 앞에 섰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으십시오. 탈의실은 저쪽을 이용해 주십시오."
공손한 말투의 시녀는 무릅을 꿇고 챙겨온 옷을 받들었다. 그런 모습에 부담스러워 하는 건 민혁부부 뿐이었다. 같이 온 여자는 이런 파티에 자주 와 본 것처럼 옷가지를 챙겨들고 거실 한켠의 탈의실로 들어갔다. 민혁부부도 옷가지를 챙겨들고 시녀가 안내하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잉.. 이걸 어떻게 입어..?"
민혁은 자신의 손에 펼쳐진 옷을 보고 탄식을 했다. 연아 또한 자신이 들고 있는 옷을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았다. 민혁은 한참을 고민하다 그래도 집주인이 챙겨준 옷이니 어쩔수 없다는 듯 옷을 입었다. 아니, 걸쳤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민혁은 마치 일본식 옷처럼 생긴 까운을 입고 연아에게 보여줄 양 돌아섰다.
"읔.. 그거 너무 야한데.."
연아가 입고 있는 옷은 일본식 기모노를 짧은 미니스커트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연아의 매끈한 허벅지가 거의 드러나있었고 가슴 부위는 너무 많이 파여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수밀도의 유방을 꺼내놓을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은 이런거 입고 파티해..?"
"아뇨.. 이렇게 야한건 저두 처음봐요.. 가슴이 다 보이네.. 에구.."
한참을 서로의 옷을 여며 주며 최대한 가리려고 했지만 가슴쪽을 가리면 팬티가 드러나고 아랫쪽을 가리면 가슴이 훤히 들어났다. 갖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이 옷만 입고 있는 상태에선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지.. 그래도 예의는 지켜야지.."
민혁은 옷을 늘려보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탈의실을 나왔다. 거실 소파에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나온 다른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탐스런 허벅지를 모두 드러낸체 그녀는 그것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근데.. 저 여자는 누구야..?"
민혁은 연아와 같이 온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 물었다.
"이곳 최고의 디바예요.. 사를린이라고 최고의 가수죠.."
"아. 가수.. 우와. 역시 그 가슴하며 읍.."
연아의 팔꿈치가 정통으로 민혁의 명치를 때렸다.
"당신의 능력을 함부로 쓰지 말아요.. 이곳 사람들에게는 금지된 수술이니까.."
연아는 민혁에게 소곤소곤 하지만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민혁은 숨이 막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사를린양..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최고의 가수라고요..?"
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는 사를린에게 아는체 하며 말을 붙였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매우 짧았다.
"네."
머쓱한 민혁은 사를린의 반대편 소파에 연아와 같이 앉으며 소곤소곤 무언가를 묻는 듯했다가 연아의 또 한번의 팔꿈치 공격으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잠시 무료한 시간이 지나고 브레든이 사라졌던 곳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여.. 많이 기다렸죠.. 미안합니다. 손님이 찾아와서.. 이리와 앉지.. 로리엔.."
그의 뒤에 따라오던 여자가 앞으로 나서며 민혁과 연아를 향해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사를린 옆으로 앉았다.
"앗.. 저분은.. 홀로그램...?"
"네.. 맞습니다. 제가 로리엔이예요.. 제 영상물을 보신 거군요.."
"아.. 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뵌 분인데.. 이제서야 실물을 보는 군요.."
"로리엔은 이곳 영화계의 최고 스타예요..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연아가 불쑥 끼어들며 로리엔에게 인사를 했다. 브레든은 로리엔과 사를린 사이에 앉으며 로리엔의 허벅지에 자신의 손을 얻고 느끼하게 말했다.
"우리 로리엔은 이곳에서 최고의 미인이라네.. 그리고 이쪽 사를린은 최고의 디바고.."
하면 이번에 사를린의 허벅지에 손을 얻었다. 로리엔의 반응과는 달리 사를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한곳을 바라보고있었다.
"자!! 파티를 시작할까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그의 말고 함께 민혁과 연아가 앉아 있던 쇼파와 바닥이 뒤로 물러났고 마찮가지로 브레든이 앉아있는 소파도 뒤로 물러나 거실의 한복판은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에서 사각의 무대가 스르륵 올라오고 그 주변은 밑으로 꺼지며 잘은 보이지 않지만 뾰족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외곽엔 천정까지 올라가는 유리벽이 내려졌다. 마치 무슨 격투기장 같은 분위기 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각 링의 양쪽 코너에서 무엇인가가 천천히 올라왔다.
"이번 행성에서 잡아온 것들입니다. 미개한 것들이죠.."
그의 말대로라면 이건 불법이였다. 포로를 개인이 소유한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연아는 브레든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하며 브레든과 중앙의 포로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브레든 장군님.. 이건.."
"아.. 유나양 걱정말아요.. 이건 의장님이 특별히 허락하신 거니까.."
연아의 말을 막으며 브레든은 별일 아닌듯 내뱉었다. 그러나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은 이런 일이 종종 있었던 일이라는 걸 연아는 직감했다. 그녀는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민혁은 그런 연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짝! 짝!
브레든의 박수소리에 일시에 민혁과 연아의 시선이 브레든 쪽으로 향했다.
"자.. 와인을 들면서 즐겨보세요.."
민혁과 연아의 옆으로 좀전에 옷가지를 챙겨왔던 시녀들이 와인이 채워진 술잔을 들고 그들에게 권하고 있었다. 놀라움과 난처한 표정의 연아는 떨리는 손으로 와인잔을 집었다. 민혁이 와인잔을 집자 브레든이 건배를 하는 시늉을 하고 음미하듯 와인잔을 자신의 코 앞에 기울였다가 입술을 적셨다. 그의 손은 어느새 로리엔의 어깨를 걸쳐 거의 그녀의 가슴께에 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됐어요.."
연아는 민혁에게 귀속말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둘은 서로 원수같은 종족이지... 마주치기만 하면 무조건 서로를 죽이려든단 말야.. 재밌어.. 크크크"
브레든은 본격적으로 로리엔의 가슴을 주물러가며 다음 상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어떤 버튼을 누렀다. 그 버튼은 아마도 중앙에 있는 두 종족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주는 장치 같았다. 중앙의 두 종족은 서로 으르렁 대며 노려보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며 싸울 태세를 하고 있었다. 흡사 늑대와 같은 생김새의 직립보행 종족, 민혁은 이것을 반대쪽 지구에서 신화에나 등장하는 라이칸스롭이라고 생각했다. 반대편의 종족은 마치 멧돼지와 비슷한 생김새의 직립보행 종족, 민혁은 이것을 역시 오크라고 생각했다. 라이칸과 오크는 그렇게 잠시 서로를 노려보다 동시에 뛰어 올랐다.
"크앙...."
"취취..."
라이칸은 빠른 손놀림으로 크게 휘져었고 오크도 역시 머리만한 주먹을 휘둘렀다. 거의 동시에 상대를 가격한 두 종족은 가격당한 부위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라이칸의 무시무시한 손톱은 오크의 옆구리를 스쳤을 뿐이였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피를 뿜어내게 했으며 오크의 주먹은 라이칸의 머리에 작렬하여 머리의 반이 터져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고 서로에게 달려들어 다시금 상처를 입히며 떨어졌다.
"너무해.... 이건.."
"..."
연아와 민혁은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아연실색하며 고개를 돌려 브레든이 앉아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브레든은 연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리내어 웃고 있었고 로리엔의 가슴은 모두 들어나 그의 손에 주물려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사를린이 브레든의 자지를 꺼내 놓고 빨고 있는 장면이였다. 이미 발기한 그의 자지는 사를린의 입속에 그 모습을 감췄다가 보였다가를 계속했고 번들해진 자지는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음.. 사를린.. 넌 빠는 솜씨가 너무 좋아..."
브레든은 그의 하복부에서 힘겹게 그의 자지를 빨고 있는 사를린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옮겨 이내 그녀가 걸치고 있던 가운을 걷어 올렸다. 탐스럽고 매끈한 사를린의 엉덩이는 마치 물풍선처럼 브레든의 손에 의해 주물려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연아와 민혁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들은 중앙의 두 종족간의 혈투에 시선을 다시 옮겼다. 그들 눈에 들어온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라이칸은 한쪽다리를 맞았는지 부러져 덜렁거리고 그의 입에선 선혈이 흘러나와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오크의 경우는 더욱 처참했다. 날카로운 라이칸의 손톱에 복부부분이 배어저 내장이 흘러나와있었다. 한쪽 발에 의자한 채 라이칸은 기회를 엿보다가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그의 손톱은 정확하게 오크의 목덜미 부근을 지나갔고 그의 손톱이 지나간 자리에는 있어야할 오크의 머리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곤 잘려진 오크의 목은 공중에 떠올라 연아와 민혁이 앉아있는 쪽의 유리벽에 부딛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혈투는 끝나버렸다. 라이칸은 자신의 승리에 환호하듯 울부짓었지만 그 울부짓음이 그의 마지막이 돼고 말았다. 오크에게 가격당한 복부는 그 안의 내장과 기관들을 모두 파열시켰기 때문에 라이칸은 울부짓는 자세에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응... 끝났군... 이번에 길어질 줄 알았는데.. 싱겁군... 특별히 우수한 놈들을 골랐는데... 어땠나..민혁?"
브레든은 아쉬운 듯 혀를 차며 민혁을 바라보았다. 민혁은 정면에 보이는 브레든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껴는지 헛구역질을 하며 와인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연아의 와인잔은 이미 비어있었고 증오와 경멸의 눈빛을 브레든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우상이 단숨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아.. 연아.. 그렇게 쳐다보니.. 매력적이군.. 이년아.. 너희도 저런 눈빛으로 날 보람말이야.. 응... 난 저런 눈빛에 짜릿함을 느끼지.. 크크크"
브레든은 아직도 그의 자지를 빨고 있는 사를린의 머리채를 잡아 그녀가 연아를 볼 수 있게 했다. 지저분하게 침과 자지에서 나온 좆물로 범벅이된 얼굴로 연아를 바라보는 사를린의 눈빛은 모든 것을 채념한 듯한 힘없이 축쳐저 있었다.
"당신에게 실망했어요.. 이 일을 의회에 알려야 겠어요.."
연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혁도 그녀가 일어나자 따라 일어서려 했지만 그들 옆에 서있던 시녀들에의해 다시 앉쳐졌다.
"무슨 짓이야.."
"아아.. 연아양.. 그렇게 화내지 말고... 진정해...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벌써 가면 안되지.. 크크크"
브레든은 이렇게 말하며 시녀들을 향해 뭔가 지시하듯 눈빛을 보냈다. 시녀들은 그의 지시에 연아와 민혁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민혁은 그녀의 힘을 풀고 일어설 수 있었지만 연아는 꼼짝할 수 없었다. 민혁에게 두명의 시녀들이 달려들어 그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붙잡았다.
'나 혼자면 어찌 해보겠는데....'
민혁은 시녀에게 붙잡혀 꼼짝 못하는 연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좀전까지 단호했던 그녀의 눈빛에 변화가 생겼다. 약에 취한 듯한 눈빛으로 자신도 이상한지 이리저리 눈을 돌려보는 연아는 낮게 속삭였다.
"이... 이상해요.. 나..."
"연아야.. 여보..."
민혁은 그런 연아를 불러보지만 자신또한 점점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어 브레든을 바라보며 외쳤다.
"무슨 짓을 한거야.. 우리에게..."
"아.. 아직 그쪽은 괘찮은 것 같군.. 역시 반대쪽 지구 사람이라서 약이 잘 안듣는 건가..?"
"뭐라고.. 약... 약이라고..?"
민혁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추수리며 힘겹게 말했다. 그러나 곧 그의 팔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고 간신히 잡고 있던 정신을 놓쳐버렸다.
"이제부터 재미있어지는데.. 같이 즐겨야지... 응?"
어느새 로리엔의 보지를 어루만지며 사를린의 머리를 눌러 다시금 그의 자지를 빨게 하며 말했다. 중앙의 유리벽이 올라가면서 두 종족이 흘린 피에서 역겨운 피비린내가 온 거실에 퍼졌다. 이어서 중앙의 원형이 뒤집혀지면서 시체들도 사라졌다. 중앙 원형 무대 주변의 홈도 다시 덮이고 양쪽의 소파가 다시 중앙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근육질의 남자 두명과 가녀린 소녀 한명이 걸어나와 중앙의 무대 위로 올라갔다. 남자들은 하얀색 팬티만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끈으로 된 브라자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
"으...."
"아..."
연아와 민혁이 정신이 드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흐릿해보였다. 민혁과 연아는 정신이 들었지만 몸 깊은 곳에서 스멀거리는 욕망과 쾌락에 지배를 받고 있는 듯이 몽롱한 눈빛으로 중앙의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음.. 이제 좀 뭐가 되겠군.. 크크크.. 시작해.. 재대로 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목아지를 비틀어 주마.."
브레든은 중앙의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지시를 받은 남자들은 한명의 가녀린 소녀를 어루만지며 그녀를 농락하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두 남자와 소녀는 서로 얽혀져 소녀의 두 구멍을 커다란 자지로 쑤셔대고 있었고 소녀는 괴로운 듯 동공이 벌어진 상태로 버러진 입에서 실 같은 침이 흘러 나왔다.
“아... 아앗...”
두 남자는 경쟁하듯 소녀의 구멍에 자신들의 자지를 펌프질하며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
이 장면을 바라보는 다수의 사람들... 민혁과 연아는 숨을 죽이며 몽롱한 눈빛으로 무대의 행위를 바라보고 있었고 브래든은 아직도 사를린과 로리엔의 보지를 주무르며 무대와 연아를 번갈아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헉... 윽...”
무대 위의 두 남자와 소녀는 거의 끝에 다다른 듯 단 발마 같은 신음 소리를 뱉어내고 있었고 특히 소녀는 온몸을 경직 시키며 두 발과 팔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브래든은 손을 들어 어디론가 신호를 보냈다.
“아...”
“헉...”
“훅...”
두 남자와 소녀의 입에서 동시에 최후의 절정에 달아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
휘리릭...
거실의 적막함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고 번쩍이는 세 개의 빛이 순간적으로 두 남자와 소녀의 목 부근에서 보였다. 두 남자와 소녀의 얼굴은 쾌락의 절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두 남자와 소녀의 목 줄기에 실 같은 붉은 줄이 생기고 이어 좀 전까지 쾌감에 떨었던 육신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곤 그 무너진 육신위로 쾌락을 양껏 담은 두 남자와 소녀의 얼굴이 떨어졌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들의 얼굴에는 좀 전의 광란의 시간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음... 좋아. 아주 좋아... 아주 멋진 작품이야.. 하하하핫”
브래든은 상당히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무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발아래 아직도 잘려진 목 줄기에선 선홍색의 붉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무너진 육신은 산발적으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소녀의 얼굴을 집어 들고 무슨 도자기를 다루듯이 이리 저리 돌려가며 소녀의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음.. 완벽해. 이봐.. 훌륭하지 않은가? 이 작품 말이야. 인간의 쾌락이 이 안에 그대로 담겨 있지.. 완벽하지.. 크크크 핫핫핫”
브래든은 소녀의 잘려진 얼굴을 민혁 쪽으로 보이며 크게 웃어 젖혔다. 민혁의 몽롱한 눈빛 그대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이런 작품은 좀처럼 잘 나오지 않지.. 어떤가? 자네의 맘에 드나? 하하하핫....”
브래든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민혁의 의식에선 그의 웃음소리가 점점 작게 들리며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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