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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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원 살해 사건 특별 수사팀은 이번에 발견된 메모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하고

이 메모가 살해 사건과 관련이 없는 그냥 메모일 수도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한누리당을 제외한

야당은 총재회동을 갖기로....'

"이구 세상이 으찌 될라꼬... 쯔쯔쯔"

해장국을 한쪽 손에 들고 멍하니 텔레비젼을 바라보던 할머니가 걱정스러운듯 한마디 내뱉는다.

"할머니, 배고파요.. 밥주세요"

그 할머니 앞 식탁에 앉은 사내가 할머니를 올려다보며 최대한 불쌍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알았써 이눔아.. 배곱프믄 지가 갖다 먹을 것이지.. 버르장머리없는 놈이 어른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야 처먹어..이구"

할머니는 사내의 앞에 국밥그룻을 던져놓듯 툭하고 내려놓고 으례 사내를 윽박지른다. 사내는 그런 할머

니를 보고 연신 웃으며 '예.. 예 잘못했어요'라고 말하고 해장국을 먹는다.

'특별수사팀은 오늘 새벽 전격적으로 녹색당 당사를 수색하고 관련 서류 10박스와 주요 간부를 연행하였

습니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에 녹색당이 연류...'

구릿빛 피부의 사내는 힐끔 텔레비젼을 보고 다시 해장국으로 고개를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읍조린다.

'헛다리 짚고 있네..'

민혁은 해장국을 깨끗하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할머니 잘먹었어.. 달아둬.."

"저저저 잡것은 만날 외상질이여.. 콱 가다가 어퍼저 코나 깨져부라.."

민혁은 식당을 나와 그의 스포츠카에 올라타고 방향을 화천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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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휴대폰을 어디다 잃어버린거야.. 전화를 걸어두 전원이 꺼져있다고 나오고... 어제 분명히 만땅

채워놔서 배터리가 없지는 않을 텐데.."

"혜원야 나 출근.. 잘 찾아봐 어디 있겠지.."

"응 언니 잘갔다와.. 그넘 꼭 잡아.. 알지 홧팅..."

이내 문이 다치고 혜원은 혼자 남아 온 집안을 쥐잡듯 뒤지고 다니다 피곤했는지 쇼파에 기대어 잠이 들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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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하면 과거에는 화천댐이 유명했으나 이제는 그 자취가 사라진지 오래전이다. 대운하 건설 컨소시엄

은 원래 이 구간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화천을 통과하도록 계획안을 바꿨다. 이런 현실이

다보니 이 구간에서는 연일 공사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공사업체와 시위대간의 충돌도 종종 일어났다.

이미 충돌로 시위대 중 수십명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공사업체는 그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는 얘기와

공무집행 방해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경찰 특전대(백골단)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공사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 붉은색 스포츠카가 소리없이 멈춰셨다. 곧이어 한 인영이 차에

서 내려 한참을 공사현장과 시위대를 번갈아가며 살피고 있었다.

'오늘일거 같은데....'

인영은 낮게 중얼거리며 걱정스러운듯 한동안 서서 지켜보다가 문득 시계를 보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곧이어 흙먼지를 날리고 흙먼지가 사라지자 예의 붉은색 스포츠카도 자취를 감췄다.

자취를 감췄던 스포츠카가 발견된 곳은 논현역 근처의 한 주차장에서 였다. 주차장 근처의 빌딩 앞에서 한 사내가 덩그러니 화단에 앉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그리고 자주 시계를 보는 듯 손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이 아가씨 시간개념은 우주로 날려버렸나..?'

그가 앉아있는 건물 앞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유독 젊은 여성들은 의례 그의 앞에서 한껏 고고한 척 산들산들 겆다가 그의 앞을 벗어나면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

'저 여자 또 지나가네..'

그가 바라보고 시선을 따라가니 검은 색 타이트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아가씨가 눈에 띠었다. 이 아가씨는 벌써 10번도 넘게 그의 앞을 지나쳤다. 지나칠 땐 항상 모델들이 턴하듯이 한바퀴 휙 돌아 가던길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지하철역 계단을 성큼 성큼 뛰어올라오는 젊은 여자가 사내의 눈에 잡혔다. 그녀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었고 한손에는 하이힐을 다른 한손에는 핸드백을 들고 맨발로 뛰고 있었다.

'드디어 나타났군..'

그녀는 뛰어오는 속도를 늦추지않고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막 일어나 아는 척을 하려던 사내는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뻘쭘해졌다.

'아.. 나참..'

그는 한동안 건물 입구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돌아서 주차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그를 부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기.. 아저.. 아니 오빠..."

'이 여자가... 오빠라니.. 어제 한번 보고..'

그는 일부러 못들은 척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가 발걸음을 돌려야만 하는 일이 벌어져 버렸다.

"오~~~~~~빠~~~~~"

아마도 저 여자는 기차화통을 한 100개는 삶아 먹었나 보다. 그녀의 악에 받친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지나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의 사내에게 꽂혔다. 사내는 마지못해 어기적거리며 돌아 보았다. 거기에는 특급기관차처럼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던 그녀가 서 있었다. 아직도 맨발이고 손에는 아까들고 있었던 그대로인체...

"아.. 아가씨... 안녕하세요... 이런데서 만나네요.."

사내는 좀 전과는 다르게 밝게 웃으며 그녀를 아는 척했고 그녀는 한달음에 그의 코앞에 와 있었다.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그는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아.. 저기.. 그니까.. 음.. 여긴 왠일이세요?"

"아저.. 아니 오빠는요?"

"응! 나.. 아.. 응.. 그냥...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이 근처 회사 다녀요?"

"응.. 아... 아니... 그냥 누구 좀 만나려고..."

"누구요..? 남자여? 아님 여자여?"

"어.. 저기.. 질문만 계속할 껀가?"

"그니까요.. 누구 만나요.?"

"음.. 아! 아가씨.. 뭔가 굉장히 급한일이 있을꺼 같은데.. 뭐.. 사진 찰영이라든지..."

"헉... 맞다.. 큰일이다.."

여자는 갑자기 휙 돌아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또 다시 뻘쭘해지는 사내였다.

'이건 뭐...'

그러던 찰라 그녀가 다시 달려나왔다. 그리고 말도 없이 그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뛰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르는 사내는 그녀에게 이끌려 같이 뛰어가기 시작했고 좀전에 10번도 넘게 그의 앞을 어슬렁거리던 검은 타이트 미니스커트 아가씨는 1분에 백만번쯤 얼굴색이 변했다.

국방색의 장교복을 입은 여자가 급히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종이 뭉치가 한웅쿰 쥐어져 있었다. 언제부터 뛰었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렸고 이미 장교복 안의 내의는 땀에 쩔어 있었다.

하얀색 건물... 이곳은 치외법권지역이다. 대한민국 내에 있으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대한민국과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그리고 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웃숩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곳에 국방색의 장교복을 입은 여자와 머리가 노란, 양복을 입은 한 미국인이 서로를 쳐다보며 으르렁 대고 있었다.

"이봐! 스미스 소령, 왜 공개가 안쨈募?거야?"

"미스박, 이건 미국의 정보야. 이걸 공개하려면 미국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구.."

"뭐 미스박, 이 새끼가 이거 내가 무슨 니네동네 웨이츄레스냐?"

"미스박, 욕을 하는 건 너무 심한거 아니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데"

"뭐.. 참나.. 내가 욕하는 건 심한거구.. 대한민국 육군 소령을 미스박이라고 부르는 건 안심한거냐?"

"더 이상 얘기를 못하겠군.. 정식으로 나에게 욕한 것에대해서 당국에 사과를 받아야 겠어.."

"뭐.. 이 ㅅ.... 좋아... 미안.. 그러니까.. 정보를 좀 달란 말야.. 니네 항공모함이 왜 갑자기 오키나와에 정박해 있는거야.. 응... 제발.."

"미스박, 더 이상 당신과 얘기할 수 없으니 돌아가시오."

미국인은 이렇게 말하곤 발길을 돌려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다. 혜령은 필사적으로 사무실 문을 막고 다시한번 부탁했다.

"다... 미안해.. 정말.. 다... 그러니까.. 조금만이라도... 아님 힌트라도 주던가..."

"미스박.. 좋아.."

"엇 정말.. 고마워.."

미국인은 뭔가를 말해줄 양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갔다대었다.

"오늘밤 나랑 자면 알려주지...풋"

순간 혜령의 인내심에 경종이 울리며 머리속이 새하얘졌다.

미국인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주 순간적인 일이였다. 그녀는 씩씩거리고 있었고 미국인은 그녀의 발아래 무릅을 꿀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가 미국인의 자지를 걷어 차 버린 것이다.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 좋아.. 나도 네가 한짓에 대해서 정식으로 사과를 받지.."

혜령은 돌아서서 미국 대사관 밖으로 빠져 나왔다. 아직도 그녀의 분은 풀리지 않은 듯 숨소리가 가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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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년아.. 너 도데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원장은 혜령을 보자마자 서류철로 머리를 후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미국 대사관에서 있었던 일때문인 것 같아지만 혜령은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원장이 그녀의 입을 서류철 모서리로 찔러댔기 때문이다.

"아~~ 나 이년이 귀엽다 귀엽다 해주니까.. 아주.. 너 나한테 억하심정있어.. 엉? 나 여기서 물러나게해서 니가 원장할려구... 해봐! 해봐!"

원장은 또 다시 서류철로 혜령의 머리를 후려쳤다. 주변엔 다른 분과, 혹은 같은 분과의 동료들이 쭉 둘러싸고 있었으나 어느누구도 원장의 행동을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맞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원장과 혜령의 주변에 모여 들었다.

"너.. 이년 옷벗을 각오해.. 응 알았어.. 이게 어디서 미국 대사관에서 그것도 미국인을 폭행해..."

띠리리링~~~

원장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원장은 혜령의 머리를 한번더 후려치려다 말고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확인했다.

"이런 젠장..."

그는 혜령을 노려보고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한마리 양처럼 애처로운 목소리로 변해있었다.

"아! 각하"

"네.. 아 그런건 아닙니다.... 네.. 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심려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네! 각하"

그의 통화가 끝났다. 그의 눈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원장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그대로 혜령을 향해 던졌다. 혜령의 이미에 정통으로 맞은 휴대폰은 배터리와 본체가 분리되고 혜령의 이마는 금세 붉은 피줄기가 흘러내렸다.

"이년 보기도 싫어... 쫓차네.. 각하께서 이년 옷벗기고 미국측에 넘기라는 명령이야."

원장은 주위를 둘러보고 한 사내를 불렀다.

"니가 이년 미국측에 넘기고 와."

원장은 이렇게 지시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쾅" 소리가 울릴 정도로 닫아버렸다. 그가 방으로 들어가자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혜령아... 괜찮니..?"

중령 계급장을 단 이 사내는 혜령과 육사 동기인 이태호 중령이다. 그는 늘 이런식이다.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으면서 그녀를 위해 나서질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내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줄량 손을 뻗었다.

"필요없어.. 이대로 놔도.."

그녀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자신이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국정원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그녀의 직위해제는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미국 대사관으로 가 또 어떤 수모를 겪을지 모르는 일이다. 조용히 이태호 중령이 그녀의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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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온 나라안의 방송은 뉴스 속보를 연신 틀어대고 있었다. 이재호 의원의 살해범을 검거했다는 내용이다. 범인은 녹색당의 당원으로 밝혀졌다. 그 당원은 범행의 일체를 자백했고 사용했던 총기는 인천 바다에 수장했다고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범인으로 주목됐던 이유는 그가 특전사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특전사 저격병으로 복무했던 기록 때문에 그는 더욱 범인이라는 데에 대한 심증을 더했다.

하지만 일부 여론에선 사건 발생 3일만에 범인을 잡고 사용했던 결정적인 증거인 총기를 찾지 못했는데 일사천리로 구속이 확정된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론은 곧 왜면당하고 점차 자취를 감췄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빠른 사건해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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