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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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이번 사건 어떻게 생각해?"

8:2 가르마의 정갈한 머리스타일의 정동용의원이 동료 의원인 손학기의원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질문

을 받은 손학기의원도 무언가 생각 난듯이 얼굴을 찌프리며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일단, 조심해야 겠어."

한참을 뜸들이다 한숨섞인 어조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때, 은 의원 한명이 그들에게로 달려오며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에는 종이 한장이 들려 있었고 그

는 매우 흥분한 상태로 그들앞에 도착해서 말도 하지 않은체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 뭐가?"

"헉 헉 헉 이게 헉 "

"아.. 이 사람.. 숨좀 고르고 차근차근 얘기해봐.."

답답한 듯 정동용의원이 은 의원을 채근한다.

"헉... 하..아.. 네.. 이게 발견 됐답니다. 이건 사본인데.. 아무튼 이 종이에 적힌것과 같은 것이 발견

됐답니다."

"무슨 말인가? 좀 알아듣기 쉽게 얘기좀 해.."

손학기의원이 화를 내며 말하고 종이를 받아 들어 펼쳐보았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

그렇다. 종이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고 적혀있었다.

"이게 어디서 발견됐다는 거야..?"

이제 좀 안정이 됐는지 젊은 의원은 큰기침을 한번하고 대답했다.

"네.. 이 종이가 트럼프 빌딩 옥상에서 발견됐답니다."

"뭐 트럼프 빌딩... 여의도 서쪽끝에 있는 그 빌딩말인가?"

"네.. 이 종이가 거기 옥상에 접혀서 그 위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이 언져저 있었답니다."

정동용의원과 손학기의원은 약속이나 한듯 입을 굳게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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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누리당 당사도 발칵 뒤집어져 있었다. 발견된 종이의 내용 때문일 것이라...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아 이사람.. 이것도 모르나..? 이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아닌가.."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쪽팔리게 하지 말고 그냥 풀어서 얘기해봐..."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사내는 말을 시작했다.

"이게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아... 수신을 잘하면.. 천하가 내것이다.. 이거야..."

옆에서 젊은 의원들의 얘기를 듣던 원내총무가 혀를 차며 말문을 열었다..

"쯔쯔쯔... 이사람들.. 이래카고 으뜨케 국히으원이 됐땅가? 이그이 뭐냐믄 즈그 몸과 맴을 잘 간수하믄

가증을 잘 꾸리고 가증을 잘 꾸리야 나라를 잘 다스릴 수있꼬 나라를 잘 다스리야만 천하가 태?하다..

이거아이가? 이 문디 자슥들..."

"아.. 그렇습니까? 좋은 말이네요.."

"그르니까 이제 몸조심해한단 말이군요"

옆에 있던 박근영 당대표가 단정짓듯 내뱉는다.

"자자자!! 조용! 이제부터 긴급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후덕한 풍체를 지닌 중견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장내를 안정시킨다.

"에.. 이번 이재호의원 살해사건과 관련된 종이가 발견됨에 따라 당내 여러의원님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협의하기 위해 이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급히 모이시라고 한겁니다. 에.. 우선 박대표

님의 말씀을 듣고 그 후에 개별 발표 시간을 갖겠습니다."

장내는 연단에 오르는 한 여자의 등장으로 쥐죽은 듯 고요해진다. 여기저기 헛기침하는 소리를 제외하고

는 적막에 휘싸여 모두 연단의 당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존경하는 한누리당 의원 동지여러분! 이번 이재호의원의 죽음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며 모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앞장서신 고 이재호의원께 잠시 명복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로 보이는 듯한 사내가 장내를 쭉 한번 둘러보고

"묵념"

.....

"바로"

"계속해서 당대표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네.. 고 이재호의원 살해사건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만 단서를 경찰에서 찾아 냈습니다. 그

종이의 내용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수신제가치국평천하]입니다. 이것은 흔히들 알고 계시듯 자신을 잘

다스리면 가정을 잘 다스릴 수 있고 나아가 나라를 잘 다스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옛 도가

사상의 대표적인 사상입니다."

박대표는 목이 타는지 물 한목음을 마시고 계속이어 나갔다.

"하지만 이 풀이는 사전적인 의미이고 속뜻은...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본분에 충실할 때 비롯서 나라

가 평화로와 진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본분을 잊고 무위불식하게 행동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역설적인 뜻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왜? 범인이 이 메모를 남겼냐는 것입니다."

다시 물 한목음을 마시는 박대표는 사뭇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지난 총선에 우리는 이재호의원의 당선을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거 하루전 갑자기 당

선이 유력했던 녹색당의 문국한의원이 돌연 자살로 뜻밖에도 이재호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녹색당의 열열한 지지자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장내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박대표의 발언은 이미 범인의 윤곽을 잡은 듯한 확신에 찬 어조였기 때

문이다. 하지만 여기 저기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냐? 그걸 확신하느냐? 등 반대하는 의견이 세어나왔다.

박대표 또한 자신이 한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입을 굳게 닫고 장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다른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졌다. 그 어두운 그림자의 원인은 장내 구석에서 들여

오는 어느 젊은 의원의 목소리때문에 밝혀졌다.

"그거 이재호의원의 사주로 자살을 위장한 타살이라고 하는 소문이 있던데... 그 소문이 사실입니까?"

장내는 찬물을 끼언즌듯 조용해졌고 박대표도 아무말 없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두눈은 흔들리고 있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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