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릭~
퓨슝~
팅! 띠리링~
여의도의 한 건물 옥상의 그늘진 곳에서 검은 실루엣이 천천히 소리없이 움직여 이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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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그는 현재 집권 여당의 실세로 한국의 정치계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이다. 여기서 알아준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력이 높다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놓치지 않기위해 어떻게든 한국의 정치계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모든 언론과 여론 조사에서 그의 낙선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당당히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걸어나오고 있다. 그가 당선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봐! 보좌관. 다음 스케쥴..."
"네! 의원님. 대운하 화천공구 착공식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면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원님."
"흠~ 피곤하군..."
그의 앞에 대형 리무진이 소리없이 멈춰선다. 그의 옆에서 하나의 인영이 리무진의 뒷문을 열고 허리를 45도 각도로 숙인다. 검은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머리카락 한올도 삐져나오지 않게 뒤로 쪽을 졌고 반듯한 콧날은 머리를 숙이고 있어도 그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머리 쓰는 거하고는..."
그는 차에 올르려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며 일그러진 얼굴로 낮게 읍조린다. 그가 다시 차에 타려고 몸을 돌렸을 때 자신의 눈앞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본 것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는 그 자리에 털썩 무너져 버렸다.
"악~...."
순간 옆에 있던 여 보좌관의 처절한 비명 소리에 지나가던 모든 행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가 이내 자동차 밑에 고꾸라진 덩어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119 불러... 빨리..."
국회의사당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찰이 뛰어 오며 정문 출입소를 향해 소리쳤다.
"으...."
"이봐요.. 정신차려요!"
경찰은 그 자리에 박힌양 움직임을 멈춰버린 여보자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
"이런..."
"의원님... 의원님.."
경찰은 대답없이 굳어 있는 보자관에게서 시선을 돌려 바닥에 쓰러진 이재호 의원을 살펴보며 불렀다.
이재호 의원의 머리부분에서 점점 붉은 피가 흘러나와 바닥에 쏟아내고 있었다. 이미 이의원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딸깍~
쓰윽~
철컹~
어두운 거실에 하나의 인영이 소리없이 움직였다. 그 인영은 거실 쇼파에 스르르 몸을 묻고 그의 눈은 허공을 응시한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띠리링 띠리링 띠링~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 인영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야~ 민혁! 어디냐?"
"응. 집."
"짜식 집구석에 쳐박혀 뭐하고 있냐?"
"응. 그냥. 넌 어디냐?"
"집에서 방금 나오는 길이다. 너도 지금 출발해야 되지 않냐? 늦으면 죽는다.."
"응. 나갈께."
"야~ 근데 너 뉴스 봤냐? 이재호가 죽었단다."
"이재호?"
"응. 국회의원. 막 나오기 전에 뉴스 속보로 이재호 죽었다고 나오더라. 아주 난리 났던데...."
"그래! 칫 잘 죽었네..."
"뭐.. 개네 죽는 것 하고 나하고 뭔 상관이냐... 암튼 빨리 나와.."
"응. 이따 봐."
민혁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쇼파에서 일어나 문앞으로 걸어갔다.
딸깍!
그제서야 거실의 어둠이 거치고 환하게 밝아 졌다. 그는 문앞의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007가방보다는 조금 크고 두터운 각진 가방이었다. 그는 방 전등을 켜고 장농의 가운데 파트를 열었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옷들이 걸려있는 옷들 사이로 민혁의 손이 쑥~ 들어갔다. 순간 걸려있던 옷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면 양쪽 벽속으로 사라지고 장농 속이 점점 밀려 나와 다시 반으로 갈라졌다.
그 속으로 가방을 집어넣고 열려있던 문을 닫자 다시 양쪽 벽에서 옷가지들이 주르륵 밀려 나왔다. 감쪽 같은 시스템이었다. 누구도 이 장농안에 이런 비밀 금고가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민혁은 돌아서며 입고 있던 검은색 셔츠와 바지를 벗고 욕실로 향했다.
쏴~~
구릿빗의 근육질위로 물보라가 일며 흘러 내렸다. 그의 탄탄한 육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헉소리를 내게 할 만큼 멋진 몸매를 갖고 있었다. 탄탄한 어깨 근육과 활배근, 그 아래로 이어지는 허리선과 도톰한 엉덩이... 그리고 반대편의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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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서울 근교의 전원 주택... 하얀색 2층집의 한쪽 주차장 문이 열리며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가 스르르 흘러나와 도로에 들어서자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이내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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