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욕조에 길게 누워서
고여사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담뱃재를 톡톡 털었다. 이어 서 내가 들고 있던 담배를 조용히 빼서 재를 턴 다음에 다시 손 가락에 끼워 주었다.
"정말 남자들하고 할 때 보다 좋다는 거 예요?"
고여사의 말을 믿을 수 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 렇다고 어떻게 여자끼리 사랑을 할 수 있느냐가 궁금한 것은 아 니었다. 무조건 그건 불결하고, 왠지 신의 뜻을 거역하는 행위 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래. 적어도 여자를 성적인 도구로 생각하 진 않잖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말꼬리를 흐리면서 또 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장은 일방적 으로 자기가 원하는 체위로 나를 이끌어 갔다. 나는 그저 그가 시키는 데로 일방적으로 순종하는 쪽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남 자들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쓴웃음이 나왔다.
사랑을 하는 남녀끼리도 남자가 일방적으로 그럴까?
아직 사랑하는 남자는 없었다. 당연히 사랑하는 남자와 섹스를 해 본적이 없었다. 성인 남자와 섹스를 한 경험이 있다면 소장 뿐이었다.
"그럼, 사장님하고는 이혼 할 생각이세요?"
쓸쓸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고여사의 몸에 레즈비언 피 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물었다. 그 뒤에 어쩌면 네 몸에도 레즈비언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 게 흥분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고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아이를 못나. 하지만 남편의 여자가 임신을 한 모양이야.
어쩌겠어 별수 없이 이혼해야지?"
"그럼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요?"
고여사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무엇인가 무거운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평소 그녀의 성격으로 볼 때, 아이를 못 낳고 남자에게 이혼 당할 처지에 놓인 사람 보이지는 않았다.
그 뒤에 그녀를 레즈비언으로 생각했던 것이 미안해 졌다. 어쩌 면 영원히 아이를 못 낳는 다는 자책감 때문에 일부러 남자를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냐. 그 작자는 이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데. 아이만 데려오 겠다는 거야. 후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 아이를 가지려 고 다른 여자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게 양심적으로 허용이 된다고 생각하냔 말야?"
"모르겠어요. 난......."
고여사의 자조적인 미소를 보는 순간 나는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섹스라는 매개 체를 중심으로 칡넝쿨처럼 얽혀 있는 것처럼 생각됐기 때문이 다.
"그래 가능한 골치 아픈 건 생각 안 하는 게 좋지. 그게 내 철학이야. 목욕하지 않을래?"
고여사도 더 이상 말을 하기 싫은 모양이다. 빠른 몸짓으로 일 어나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놀랍도록 균형 잡힌 몸매였다. 순간 그녀의 남편은 그 녀와 정말로 이혼 할 생각이 없는 것이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었 다. 그만큼 그녀의 알몸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어서 들어와?"
고여사가 물 묻은 상체를 문 밖으로 삐죽이 내 밀고 손짓을 했 다. 그녀의 늘어진 젖가슴의 젖꼭지에서 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이미 샤워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니에요. 먼저 하세요. 전 간단하게 샤워만 할 테니까요."
문득 소장하고 섹스를 하고 내 숙소에서 샤워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하루 밤에 두 번씩이나 샤워를 하는 것도 이상할 지경인데. 두 번다 원치 않은 섹스를 하고 샤워를 한다는 것이 꼭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지 말고 어서 들어와."
고여사는 나와 샤워를 하고 말겠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곱게 뻗은 허벅지 사이에 검은 음모가 바위에 묻은 이끼처럼 아 래로 내려 붙어 있는 게 퍽이나 선정적으로 보여 시선을 슬쩍 돌렸다.
"아.........알았어요."
그녀가 침대 가까이 와서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는 통에 일 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욕조 안에는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 다. 나는 어떡케 해야 좋을지 몰라 젖가슴을 가리고 고여사를 바라보았다. 고여사는 물이 더 빨리 쏟아지게 수도꼭지를 조정 한 다음에 욕조 안에 들어가서 가로로 길게 누웠다.
"들어와."
"싫어요."
물이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내리면서 욕조 안에 물보라를 일으 키고 있었다. 그 밑에 고여사의 희고 고은 허벅지가 쭉 뻗어 있 는 게 민망스러워 보여서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이렇게 누워 있으면 얼마나 편한지 모르지?"
"하지만 너무 좁아 보여서......."
고여사가 다시 일어설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욕조 안으로 들 어갔다. 물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 였다.
내가 욕조 안에 한 발을 들여놓자 고여사는 쭉 뻗고 있는 다리 의 무릎을 세웠다.
"어때. 좋지?"
"모르겠어요."
고여사가 싱긋이 웃으며 물었다. 좁은 욕조 안에서 가능한 편 하게 앉으려고 몸을 비틀며 건성을 대답을 하고 나서 고개를 들 었다. 그녀가 세우고 있던 무릎을 벌리는 순간 꽃잎이 벌어지면 서 붉은 속살이 드러나는 게 보였다.
나도 저렇게 보일 꺼야........
아무리 같은 여자 라지만 꽃잎의 속살을 내 보인다는 게 너무 부끄럽게 생각됐다. 그래서 무릎을 세우지 않고 다리를 붙인 체 옆으로 눕혔다. 그러고 있자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왜 그래? 나처럼 편하게 무릎을 세우고 벌려 봐."
고여사가 상체를 내 쪽으로 굽혀서 내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자신처럼 벌려 주었다.
"채....창피하잖아요."
나는 얼른 두 손바닥으로 꽃잎을 가리며 허리를 숙였다. 순간 젖가슴까지 찰랑창랑하게 차 오른 물이 겨드랑이를 묘한 감촉으 로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챙피 하다구? 호호호. 그래 하긴 나도 한때는 내 몸을 타인한 테 보여 줄 때 창피하다는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있었지. 하지만 내가 미스노의 그곳을 애무했는데도 창피해?"
"듣기가 거북해요."
"호호호. 그래서 미스노는 그래서 아름다운 거야. 아직 수한 감 정을 가지고 있잖아."
고여사는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웃으면서 발을 뻗어 내 허벅 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이러면 또 곤란해지잖아요."
고여사의 발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슬슬 문지르는 순간 강한 쾌 감이 밀려 왔다. 나도 모르게 그녀가 원하는 데로 무릎을 세우 고 허벅지를 조금 벌려 주었다.
"조금 더 벌려 봐!"
고여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습기에 찬 것처럼 들려 왔다. 반드 시 목욕탕 안에 가득 차 오르는 수중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물이 뜨겁지 않기 때문에 수중기는 별로 없었다. 고여사의 통통 한 젖꼭지 색깔이 석류 색깔을 띠고 있다는 것이 똑똑히 보일 정도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여사의 축축한 목소리가 내 귀 로는 그 무엇인가 거역할 수 없는 명령 같은 것으로 들려 왔다.
꽃잎으로부터 스믈스믈 기어올라오는 쾌감 때문이었다.
"여자 한태 흥분을 느껴 본적이 있어?"
고여사는 내 꽃잎 앞으로 발을 쭉 뻗으며 비스듬하게 누웠다.
그 탓에 타월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턱이 수면 위까지 닿았다.
"그...그만요."
고여사의 발가락이 꽃잎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감촉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을 정도 였다.
"나도. 그렇게 해줘."
고여사가 숨이 넘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그 녀가 원하는 데로 해 주기가 싫었다. 자세가 거북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왠지 자꾸 고여사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이 들어서 였다.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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