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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화장실 안에서, 그 때를 생각하며 (78/92)

#78 화장실 안에서, 그 때를 생각하며

고여사는 나를 봤을 때 보다 더 반가워하는 얼굴로 소장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하하하, 역시 고여사님 눈은 못 속이겠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 까?"

소장이 나를 슬쩍 쳐다보고 능청 떠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이내 귀밑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때문 이 아니었다. 방갈로에서 그가 내 가랑이를 벌리고 꽃잎에 묻는 정액을 소중스럽게 닦아주던 때가 떠올라서 였다.

"어머머, 소장님 알고 보니 영계만 좋아하시는 구나, 하지만 이 래봬도 나도 여자라구요. 너무 차별하지 마시구. 춤 한 번 춰요.

네."

고여사가 소장을 억지로 끌고 스테이지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 며 맥주 컵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설계사 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옆에 앉아 있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스테이지에서 제 멋대로 춤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 다.

고여사가 소장을 껴 않듯이 안겨서 돌고 있는 광경을 흘낏 쳐 다보며 그 술을 단숨에 마셔 버리고 일어섰다.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몸이 휘청거렸다. 잠시 정신을 차리려고 심호흡을 했다.

고여사와 지르박을 추고 있는 소장이 나를 바라 보는 게 보였 다. 그 순간에 시선을 외면하며 밖으로 나왔다. 급하게 마신 술 때문이었을까. 까닭 모를 눈물 한 방울이 삐쳐 나오는 것을 참 으며 화장실로 갔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였다.

"어머! 미스 노 많이 취한 것 같애?"

약간 어지럽기만 할 뿐 전혀 취한 것 같지 않은데, 화장실 입 구에서 만난 박여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후후, 취한 사람 눈에는 취한 사람만 보인 다잖아요. 박 여사 님이야말로 정말 취하신 것 같아요. 여길 보세요. 스타킹을 안 끌어 올렸잖아요."

"어머머, 내 정신 좀 봐라. 스타킹을 벗는다는 게 그만 끌어내 리기만 했네.....호호호 나 정말 취했나 봐."

박여사는 그때서야 놀라는 얼굴로 화장실 안으로 도로 들어갔 다. 세면기 위에 발을 턱 올려놓더니 발목까지 내려와 있는 스 타킹을 벗어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재미있게 노세요........"

그런 모습을 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반 평도 안되는 공 간에서 변기의 물을 내려놓고, 변기 위에 걸터앉았다. 박여사가 밖으로 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미스 최는 왜 얼굴이 안 보이지?"

"몸이 피곤하다면서 숙소를 지키고 있겠대요."

"미쓰 최는 나빠, 가만히 보니까 힘든 일은 미스 노만 시키고 자신은 편한 일 만 골라서 하는 거 같애. 호호호, 그렇다고 미스 최 한태 일어 주라고 하는 말은 아냐."

"그럼요. 착하지도 않은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까. 오히려 고맙 기만 한 걸요."

이윽고 박 여사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착해?.....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미소가 퍼져 나오는 것을 느끼며 담뱃불 을 붙였다. 만약에 몇 분전에 소장하고 두 번씩이나 섹스하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박여사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라고 생각 하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 품었다.

"미스 노, 미안해. 난 이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 용서해 줘."

소장과 두 번째의 섹스가 끝났을 때가 생각났다. 소장이 불을 켰지만 왠지 처음보다 부끄럽지가 않았다. 부드럽게 속삭이는 소장의 시선이 꽃잎에 가 있는 것 같아 담요를 끌어다 그 부분 을 덮었을 뿐이었다.

"그만 두세요. 전 잊고 싶으니까요."

그때도 담배가 피우고 싶었었다. 소장은 그런 내 의중을 눈치 챘는지, 담뱃불을 붙여서 내 입에 꽃아 주었다. 나는 시선을 돌 리며 담배 연기를 내 품었다.

"미스 노는 잊을지 몰라도, 나는 평생 동안 간직하게 될 꺼야.

하지만 더 이상은 미스 노가 원치 않는 일은 하지 않을게. 이 점은 약속할 수 있어. 나도 모르게 이런 델 오다 보니까, 갑자기 첫사랑의 여인이 생각나서 이성을 망각했을 뿐이야. 내 말 이해 할 수 있겠지."

소장의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소장의 감정을 이 해 할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소장이 하체를 덮고 있던 담요를 홱 제쳤다.

"다......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고 했잖아요......"

나는 거세게 반발하려다 슬며시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소장 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들고 있는 휴지를 보고 나서 였다. 소장 은 내가 말꼬리를 흐리는 것을 보고 나서 천천히 허리를 숙였 다. 이어서 그의 정액과, 내 애액으로 범벅이 된 꽃잎을 닦아주 기 시작했다.

아........

그건 또 다른 쾌감이었다. 그의 손이 부드럽게 움직일 때마다 휴지가 촉촉하게 젖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그 촉촉한 휴 지가 질 안쪽을 부드럽게 문지를 때마다 밀려오는 쾌감에, 소장 에 대한 눈 녹듯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해!"

소장이 꽃잎을 말끔히 닦았다고 생각했는지, 꽃잎 위에 키스를 했다. 순간 나는 다리를 오므리며 얼른 일어나 앉았다. 갑자기 격렬한 쾌감이 밀려 왔기 때문이다. 그 통에 배에 걸치고 있던 담요 자락이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젖가슴이 드러났다. 이...이러 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소장이 다시 젖꼭지 앞으로 고개를 숙이 는 순간, 그를 밀어낸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그를 껴 않으려 한 다는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나가겠어요."

더 이상 소장에게 알몸을 보인다는 것이 부끄럽지 도 않았다.

벌떡 일어서서 소장이 담배를 가지러 가기 위해 걸어간 곳으로 뛰어가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언니가 정말 보험료를 횡령했을까?

소장에 대한 상상에서 깨어나면서, 최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 그렇게 좋아하시면서 어젠 혼자 샤워하고 기다리게 했어요.

아이..... 언젠가 사무실에서 소장이 최언니의 허벅지를 쓰다듬을 때, 그녀가 속삭이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 혼자 여관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기다렸다면, 소장은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 쩌면 소장님의 말이 맞는지도 몰라, 은행 거래는 언니 혼자 다 하잖어.....의심은 의심을 낳고, 한 번 불신하기 시작하면 불신의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 나는 법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최 언니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도, 소장님은 최언니의 협박 때문에 여관에 가지 않았던 걸 꺼야!......

그래, 그래서 본사에서는 경력 직원을 남겨 두라고 하는데, 언니를 내 보낼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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