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방갈로에 가기 위해, 우선...
박여사와 소장의 사이에 끼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소 장이 술에 취한 얼굴로 손을 내 밀었다. 나는 손목을 잡히지 않 기 위해 손을 뒤로 뺐다. 그러나 소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 정으로 내 허리를 가볍게 껴 않으면서 손목을 잡았다.
"하하, 그러고 보니 다 한 번 씩 춤을 췄는데 우리 미스노 하 고 춤을 안 춘 것 같구나. 자 우리 세침떼기 아가씨 춤 한 번 추실까요."
소장은 적당히 취해 있었다. 나는 춤을 추지 못한다고 소장의 손목을 뿌리쳤다. 이럴 때 스트레스 풀지 언제 풀어 라고 말한 박여사가 내 팔을 잡으며 소장에게 떠밀었다. 나는 그래도 팔을 잡고 있는 박여사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그때 내 옆에 앉아서 술을 먹고 있던 김여사 까지 합세해서 나를 일 으켜 세워 스테이지 쪽으로 밀고 나갔다.
"소장님 미스노 는 영계니까 살살 다루어야 해요. 후후후."
"박여사님은 못하는 말씀 이 없으셔."
"깔깔깔 소장님 바람둥이라는 거 우리 영업소에서 모르는 사람 없잖아."
그녀들은 내 손을 잡고 스테이지로 나가는 소장과 내 등뒤에서 깔깔거리며 손뼉을 쳤으나 나는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반드시 술탓 만은 아니었다. 갑자기 소장이 최언니와 뜨겁게 몸을 더듬 던 사무실 장면이 떠올라서 였다.
"어머머! 소장님 미스노 하고 춤 추시게. 그럼 내가 분위기 있 는 노래 불러 드릴게 잠깐 만 기다리세요."
노래를 끝내고 마이크를 내려놓으려던 오여사가 잘됐다는 얼굴 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서 반주가 느린 '나 그대에게 모 두 드리리' 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주가 느릿하게 흘러나 오기 시작하자마자 실내 조명이 일순간에 어두워 졌다. 지금까 지 찍고, 찍고만 해 대던 여자들이 일제히 짝을 찾아서 소란을 피웠다. 더구나 오여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가수 뺨치게 부 르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 였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여자 끼리 쌍쌍으로 껴 않고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미스노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소장은 자연스럽게 내 손과 허리를 가볍게 쥐고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가능한 소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만 온 신 경을 집중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킬킬킬, 간지럽다. 거길 만지면 어떻게 해."
"치 자기가 먼저 만졌잖어. 호호호."
여자들끼리 모이면 못하는 말이 없다. 게다가 적당히 알코올 기운까지 섭취된 설계사 아주머니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서로 껴 않고 비비며 블루스를 췄지만 내 귀에서는 그저 웅성거리는 소리로 밖에 들려 오지 않았다. 온 몸이 굳어지도록 긴장을 하 고 있는 상태 였기 때문이었다.
"미스노 피곤 한 가 봐?"
소장이 고개를 숙여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순간 소장의 뜨거 운 입김이 훅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찔한 현기증 같은 것을 느끼며 슬그머니 소장의 손을 놓았다.
"왜 그래? 정말 피곤한 거야?"
소장은 얼른 내 손을 잡아 치켜올리는 것과 동시에 허리에 잡 은 손에 지긋이 힘을 주었다. 어머머, 이럴 수가 나를 어떻게 보 고 이러는 거지, 나는 당황하며 소장의 손이 허리에서 미끄러져 나가도록 허리를 앞으로 밀었다. 그것이 나도 모르게 소장의 심 벌을 툭 건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얼른 뒤로 엉덩이를 빼는 순간 소장 의 손이 미끄러지면서 엉덩이에 걸치는 것을 느 꼈다. 이러면 안돼, 최언니의 둥그스름한 엉덩이가 그려지면서 다시 몸을 슬쩍 비틀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아.....아뇨. 갑자기 어지러워서......."
"하하하, 난 또 걱정했지. 야! 미스노 알고 보니까 글래머네 이 렇게 안아 보니까 보통은 넘는데 하하하."
소장은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하 며 슬쩍 엉덩이를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이른바 합법적인 성추행과 같았다. 그것이 나를 더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소장이 은근슬쩍 만지는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선포를 하고 엉덩이를 쓰다듬었지만, 다른 여자들은 그저 장난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 문이다.
"어머, 소장님 그걸 인제 아셨어요. 하긴 미스노 는 항상 책상 에 얌전히 앉아 있었으니까 그걸 모르셨을 꺼예요."
누군가 소장의 말에 대꾸를 하고 나서 까르르 웃어 재꼈다. 나 는 더욱 더 창피하기도 하고 수치스럽기도 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소장은 은근슬쩍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 위를 서슴치 않았다. 아, 안돼. 이러면 안돼 얼굴이 빨개지는 것 을 감수하고 엉덩이에 얹어 있는 소장의 손을 치웠다.
"요즘 힘 많이 들지, 더구나 요 며칠은 단합대회 준비하느라 야근도 많이 했고."
소장은 내 의사 같은 것은 상관없다는 목소리로 속삭이며 다시 허리를 잡았다. 어디까지나 직장 상사로서 의 평범하고 지극한 말투였다. 그러나 그의 손은 그렇지가 않았다. 허리를 잡고 있는 손을 슬그머니 힘을 주는가 하면 심벌로 내 하체를 슬쩍슬쩍 문 지르기도 했다.
"아.....안되겠어요. 소장님 저 그만 두겠어요."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소장이 지긋이 힘을 주어 내 하체를 자기 쪽으로 밀착시키는 순간 나는 완강하게 소장의 손을 뿌리 치고 스테이지를 나왔다.
"어머머 소장님 이번에는 제 차례 에요."
누군지 모르지만 다른 여자가 자기 여자 파트너를 버리고 잽싸 게 소장에게 달려드는 기척을 느끼며 룸을 빠져 나왔다. 밖에 는 몇몇의 설계사들이 자판기 앞에 모여 커피를 마시거나. 대기 석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여자가 나를 보고 커피 마실꺼냐고 물었지만 거절 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옆 건물은 노래방이었다. 노래방에는 다 른 회사의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 몇몇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보고 직설적으로 노래방 안 갈 거냐고 물었지만 나 는 대꾸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담배가 피우고 싶 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언니가 소장과 사무실에서 노골적으로 성애를 할 정도지만, 그녀를 요조숙녀로 보는 것처럼 내가 담배 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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