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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두 여자를 가진 불행 (60/92)

#60 두 여자를 가진 불행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그녀는 나를 흥분시킨 여자고, 나로 하여금 배설을 하게 만든 여자 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타 인이라고 볼 수 없다.

상대적으로 지혜는 내가 사랑하던 여자 였다. 지금은 희미한 추억으로 내려앉고 있는 중이지만 한 때는 결혼을 생각하기까지 했던 여자 였다. 더구나 그녀의 속살을 나는 속속들이 알고 있 다. 내가 그녀를 알고 있는 만큼, 그녀도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 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매사를 양보하며 살고 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여자를 위해 양보하며 사는 것은 유쾌한 일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오줌을 갈기고 변기 앞을 떠나면 적외선 감응 장 치에 위해 오줌이 씻겨 나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 갈 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희망하고 있기도 했다. 이유는 간 단하다. 내가 지혜를 선택하든, 아니면 선미를 선택하든 그녀들 은 나하고 섹스를 하면서 상대방 여자의 신음소리를 기억 할 것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혜에게 이별을 통보하지 못하듯, 그녀도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은 못할 것이다. 아직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우 리 사이에 끼어든 선미가 선미가 직장에 사표를 내고, 물론 나 는 선미가 자유 기고가가 되기 위해 사표를 냈다는 말을 백프로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바다로 가자고 했을 때 반대를 하지 못한 것은, 바다 그 위대한 바다를 보면 무언가 돌 팔구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실날같은 기대감 때문인지 도 모른 다.

연인들.......

나는 두 여자를 연인으로 두고 있다는 현실이 조금도 즐겁지가 않았다. 물론 지혜와 같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카페에 서 술을 마시다 보면, 그녀 보다 잘 빠지고, 그녀보다 지적으로 보이고, 그녀 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여자가 보일 때는 한 눈을 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혜를 버리고 그 여자와 사랑을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를 두 명씩이나, 그것도 한 이불 속에서 섹스를 할 수 있는 여자를 두 명씩이나 둘 수 있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 여 자를 두고 있다. 한 여자의 젖꼭지를 빨면서, 다른 여자의 꽃잎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을 수 있는 두 여자를.....

그래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힘없이 히죽 웃으면서 바지 지 퍼를 올렸다. 손을 씻기 위해 세면기 앞으로 갔다.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할 일 없이 청바지 자락에 손을 쓱쓱 문지르며 거울을 봤다.

너/진/우/맞/냐?

거울 속에 전혀 낮선 얼굴이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 밖의 나를 보고 있었다. 담배가 무진장 피우고 싶었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대합실을 빠져 나왔다. 멀리 동해행 개찰구 쪽으로 신경 쓰며 담뱃불을 붙였다. 역시 얼큰한 취기 속에 피우는 담배 맛은 꿀 맛이었다. 무엇을 할까? 솔직히 나는 지쳐 있었다. 내가 슈퍼심 벌맨이 아니고 슈퍼 돈환이 아닌 이상 두 여자와 지낸 지난 며 칠이 내게 버거운 건 사실이었다. 지쳐 있는 영혼을 달래려고 그 동안 정신없이 술을 마셨는지 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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