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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선미는 사표를 내고 (56/92)

#56 선미는 사표를 내고

지혜는 말 그대로 그냥 물어 봤다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약간 위축되어 있는 내 남성을 손으로 잡아 자신의 꽃잎 속에 집어넣 었다. 그리고 나서 허리를 바로 폈다. 비로소 그녀의 얼굴 표정 을 어렴풋이 나마 볼 수 있었다. 약간 흥분해 있는 얼굴이었다.

"솔직히, 난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 한가지 분명 한 것은 너 하고는 오랫동안 섹스를 해 왔지만, 선미하고는 지난 이틀 동안 몇 번 밖에 안했다는 거야. 됐니."

위축되고 있던 남성이 그녀의 질 속에 들어가는 순간 급격하게 팽창되고 있었다. 그녀의 젖가슴을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속삭 여 줬다.

"나도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어. 그러니 이제 됐어. 허헉! 그...

그런데 너 더 커진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니?"

지혜는 고개를 뒤로 눕히며 서서히 하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나도 그녀의 젖가슴을 잡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무언가 허전한 그 무엇이 횅하는 속도로 가슴에 불어오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뜨거운 전율이 천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모른다. 기차를 타고 가는 꿈을 꾸다가 일 어나 보니 차임벨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창문밖에는 해가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주인 인 지혜를 깨울까 하다 가 누군지 확인을 해 보고 지혜를 깨워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 로 일어났다.

"누구십니까?"

"나 선미."

내가 문에 귀를 대고 물었을 때 선미의 목소리가 툭 튀어 나왔 다. 선미가? 이 시간에 오다니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고리를 열어 주었다.

"아직 자고 있었니?"

선미가 팬티 위에 소매가 긴 와이셔츠만 입고 멍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 주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 왔다. 밖 에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지만 그녀가 퇴근할 시간은 아니었다. 벌써 퇴근했냐 라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선미 뒤 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회사 는?"

지혜가 브레지어를 하지 않고 란제리에 푸른색 삼각 팬티를 입 은 체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그녀는 선미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이불과 요를 대충 뭉쳐서 구석으로 밀어 놓고도 옷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만 뒀어."

선미는 마치 가끔 소식을 전해 듣던 친구가 직장에 사표를 내 던지고 지금은 학원에 다니고 있는 거 같다는 말을 전해 주는 듯한 말투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어깨에 매고 있던 커다란 쇼울 백을 구석에 던졌다. 털썩 주저앉더니 무릎걸음으로 내 앞으로 기어와서 라이터와 담배를 한꺼번에 끌어갔다.

"집에서 도 알고 있니?"

내가 다시 선미 앞으로 기어가서 담배와 라이터를 끌어오며 물었다. 나와 지혜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오늘도 대책 없이 낮 잠으로 소일하고 있는 중인데 그 좋은 직장에 사표를 냈다니 부 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었다.

"엄마가 잘 했다고 하더라. 사실 벌써부터 그만두려고 했었거 든. 그러던 중에 사표를 냈다고 말씀 드리니까. 조금은 서운해 하시는 표정 같지만 그만 둘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그만둔 건 잘 한 일이래."

"엄머머, 니네 엄마 혹시 너 시집 보낼 준비하려고 하는 거 아 니니? 그 좋은 직장을 그만 뒀는데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이니?"

이번에는 지혜가 내 앞으로 기어와서 라이터와 담배를 끌어갔 다. 그리고 원래의 자리인 창 밑에 양반 다리로 앉아서 담배 불 을 붙이며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시집? 훗!"

지혜는 더운 듯 쟈켓을 벗어서 의자 위로 던졌다. 책상에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앉으며 짤막하게 반문하고 담배 연기를 훅 내 품으며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대학원 가려고 그러는 거냐?"

나도 지혜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선미가 한마 디로 웃긴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다른 방향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지만 너무 제 멋대로 키 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당분간 여행을 하고 싶어. 그래서 사표를 냈을 뿐야. 별다 른 의미는 없어. 물론 휴직을 하면 되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휴 직 제도라는 거, 그건 명목상 존재할 뿐이지 현실과는 전혀 상 관없는 제도잖어. 그래서 사표를 내 버렸지 뭐."

"여행?"

나와 선미가 동시에 입을 맞춘 듯이 반문하고 나서 서로의 얼 굴을 쳐다보았다. 여행! 얼마나 꿈 같은 말인가. 생각만 해도 가 슴이 설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뜬금 없이 여행을 하기 위 해 사표를 냈다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그래, 어디 조용한 바닷가에 가서 이 삼주 동안 푹 쉬었다 올 라 와서 글을 쓸 계획이야. 자유 기고가 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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