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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번개섹스 ② (23/92)

#23 번개섹스 ②

선미는 컴퓨터의 파워 스위치를 누르고 키보드 위에 양손을 올 려놓았다.

"기다리고 있는 메일은 없어. 가끔 아는 친구들....... 왔다."

통신의 초 화면이 뜨자 마자 기대에 찬 선미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나는 선미 뒤에서 그녀의 옷깃 사이로 보이는 젖가슴을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상품을 선전하는 메일이었다.

그녀는 실망하는 표정으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은 체 무엇 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혜가 오려면 한 참 걸리겠지?"

내가 캔 맥주를 홀짝이며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응. 로터리까지 나간다고 했으니까 삼십 분은 넘게 걸릴 꺼 야."

선미는 무언가 기대하는 몸짓으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여행 안 내를 하는 곳으로 갔다가. 컴 문단으로 갔다가. 다시 게임 코너 로 가는 등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얘기 좀 할까?"

내가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갑자기 지혜와 이별이 생각났 기 때문이다.

"해."

선미를 나를 쳐다보지 않고 짤막하게 대답하며 다시 컴문단으 로 갔다. 나작 코너로 가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내 다음 말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캔 맥주를 마시면서도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꼈다. 뚜렷 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혜와 만나지 않으면, 선미 역시 만나 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마음 속 깊은 곳에 깔려 있는지도 몰랐 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어?"

선미는 여전히 생각 없이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손이 오타가 자꾸 났다. 알고 보니까, 어느 틈에 내 우뚝 선 남성이 그녀의 허리를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내 남성은 더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마 치 막대기 처럼 굳어져서 그녀의 허리를 찌를때는 엉덩이가 뒤 로 튕겨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나는 캔 맥주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자연스럽게 선미 어깨에 얹었다. 내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제 밤은 얼떨결에 선미와 섹스를 했다지만, 밝은 낮에 그것도 아침에 선미에게 섹스를 원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생각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을 후회하고 있구나?"

선미가 의식적인지, 아니면 생각 없이 그러는 지 모르지만 내 남성이 닿고 있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후회는 안 해. 나도 좋았으니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일부러 엉덩이를 앞으로 디밀어서, 삼 센치 정도 벌어진 선미 허리와 내 남성의 거리를 없애 버렸다.

내 남성은 씩씩거리며 주인을 끌고 가는 투견처럼 앞으로 달려 가 다시 선미의 등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하니."

선미의 목소리가 목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앞으로 허 리를 숙이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내 남성을 피해 의식적으로 허 리를 숙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눈치 챌 것이라는 계산 때문인 것 같았다.

"지혜를 사랑했으니까."

나는 선미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얹고 있던 손을 조금씩 옮겨서 그녀의 목이 닿을 때서야 멈췄다. 손가락에 와 닿은 선미의 목 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고개를 돌 려 그녀의 얼굴을 보면 흥분감에 묘하게 일그러져 있을 것 같았 다.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한대 잖아. 그리고 진우씨가 그런 생각 을 하면 나는 어떻게 되겠어. 지혜도 진우씨를 사랑하고 있잖아.

근데 나 때문에 깨져 버린다면, 내 꼴이 어떻게 되겠냐구."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선미의 목이 약간 꿈틀거렸다. 내 손가락과 마찰을 일으킬 정도 였다. 나는 손을 올려 자연스럽게 그녀의 아래턱 부분을 살짝 감싸 쥐었다. 얼굴을 피할 줄 알았 던 그녀는 내가 턱을 잡고 있어도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내 손 바닥에 의지하고 싶은지 살짝 고개를 눕혔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 자신이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솔직한 내 심정으로 털어놓으며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을 위로 올려서 귀를 잡았다. 천천히 귓불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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