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여자가 옷을 갈아 입을 때
"뒤돌아 앉아!"
기선을 제압한 지혜가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아침도 못 먹고 쫓겨날 것이 두려워 그녀 말대로 수도승처럼 면 벽을 하고 앉았다. 이어서 지혜가 씩씩거리며 옷 벗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옷 갈아 입는 것 보다 오감을 자극 시키는 소리 는 없다. 옷을 갈아 입는 소리가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내 오감 을 문지르는가 했더니, 주인의 뜻을 알아차린 남성이 슬며시 고 개를 들었다.
요 착한 놈, 그러나 주책없는 놈. 지금은 때가 아니니라.
나는 바지를 불룩하게 일으켜 세우는 내 남성을 쳐다보고 있다 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공교롭게도 선미는 내 뒷모습을 쳐다 보고 있는 중이었다. 무안해서 얼른 고개를 돌리려다가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하는 생각에 지혜를 쳐다 보았다.
선미는 지혜의 모습을 보고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마음 놓고 지혜를 쳐다 보았다.
지혜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몸에 막 티셔츠를 입고 있는 중 이었다. 티셔츠가 엉덩이 부분까지 내려 오고 알몸으로 된 하체 를 보는 순간 남성이 불쑥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지혜는 눈처럼 휜 색의 폴라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밑으로 보이는 엉덩이의 살결은 흰색의 폴라 티셔츠와 하나가 된 듯 우 윳빛으로 투명하게 빛났다. 더구나 서 있는 탓에 창문에서 들어 오는 햇살이 하체 쪽으로만 집중되고 있어서 실핏줄까지 보이 는 것 같은 희고 깨끗한 피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 앞에 있는 꽃잎은 조금 전에 봤을 때 처럼 검고 윤기가 흐를것이라고 생각하니 순식간에 온 몸에 짜르르한 전율이 일어나 버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지혜는 뒤통수가 간질간질 했는지 고개를 돌리고 팔을 들어 쥐 어박는 흉내를 내 보였다. 치켜올린 팔에는 푸른색 팬티가 들려 있었고, 겨드랑이에는 검은 털이 나 있어, 내 흥분을 최고도로 고조 시키고 있었다.
"뒤돌아 서 봐라. 한참 잘 나갈 때 보여 줘야지. 늙고 쭈글쭈글 해 지면 보여 주고 싶어도 봐줄 놈이 없으니까."
나는 내 목소리가 물에 젖은 듯 축축이 젖어 있는 것을 느끼며 지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첨 보냐? 그리고 그런 걱정은 잘 접어서 조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애 다섯 지우고, 여섯 번 이혼 한 과부한테나 써먹어 라."
지혜는 코웃음을 치며 팬티를 껴입었다. 그녀가 등을 보이고 팬티를 껴입기 위해 왼발을 치켜올렸을 때 가랑이 사이로 음모 가 보였음은 물론이고, 조갯살처럼 튀어나온 꽃잎은 거의 환상 적이었다.
"음.....선미 너까지 나갈 필요는 없어. 내가 로터리에 있는 하 나로 슈퍼에 가서 우리 세 명이 성찬을 줄길 만한 찬거리를 사 올 모양이니까. 그 동안 방 청소 좀 해줘. 알았지?"
지혜가 마지막으로 도파의 지퍼를 올리며 선미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청소나 할까?"
선미는 순순히 응하며 방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목이 마르는 지 캔 맥주를 들었다.
"나는 뭐 할꺼 없냐. 숫말이니까 얌전히 앉아서 당근만 먹고 있음 되는 거냐?"
내가 조금 전에 캔맥주를 마셨음에도 불구 하고 입안이 바짝 바짝 타 오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넌 아침 먹고 또 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나 없는 동안 그거 나 계속 세우고 앉아 있어."
지혜는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내 바지를 보고 피식 웃으며 그 말을 남겨 놓고 밖으로 나갔다.
"지혜 돈은 있는 거냐?"
지혜의 발자국 소리가 창문 밖에서 멀어져 갈 때 였다. 나처럼 캔 맥주 한 개를 비워 버린 선미가 이불을 개기 위해 일어설 때 할 말이 없는 내가 물었다.
"내 지갑 가져갔어."
선미는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말하고 방안을 정리하기 시 작했다. 그 동안 나는 적당히 할 말이 없어 창문 앞에 섰다. 골 목은 작고 협소했다. 그러나 어제 겨울비가 내렸던 탓인지 금방 그려낸 수채화처럼 모든 것이 깨끗했다.
마지막 일 테지.
나는 담뱃불을 붙이며 이 방을 나가면 다시는 올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나 혼자 선미와 섹스를 했던 것 이 아니고, 지혜의 묵인 아래 세 명이 한 덩어리가 되어 즐겼을 뿐이며, 젊은 날에 그런 꿈 같은 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잊어 버릴 수 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설령 지혜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이해한다고 해도 나는 그렇지 못할 것 같았다. 왠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젊은 날의 꿈같은 일로 기억되기보다는 서로의 아픈 상처로 남을 것 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다 됐어. 이제 앉아도 돼."
뒤에서 선미의 허스키한 음성이 들려 왔다. 나는 천천히 돌아 서며 선미를 쳐다보았다. 지혜가 없는 방에 팬티를 안 입었을 선미와 같이 있으려니 묘한 충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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