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중 2학년 때 이후
광란의 밤은 창문밖에 켜 있던 가로등이 제 기능을 다하고 점 멸 됐을 때서야 끝이 났다. 어느 틈에 선미는 엊저녁에 술을 마 실 때와 같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고, 지혜는 헐렁한 티셔 츠에 노브라 차림으로 핫팬티를 껴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출근 안 할거니?"
지혜와, 나는 어차피 백수 였기 때문에 출근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선미는 나가야 할 직장이 있는 몸이었다. 지혜가 새벽 부터 비워 버린 캔 맥주 통에 담배꽁초를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 다.
"오늘 하루쯤 쉰다고 해서. 짤리진 않어."
질문은 지혜가 했는데도 선미는 나를 바라보고 대답했다. 나는 약간은 푸석하게 부은 선미의 얼굴을 마주 쳐다 볼 수가 없어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그녀의 꽃잎에 방울방울 맺혀 있던 정액이 떠올라서 였다.
"좋은 직장이구나."
지혜는 혼자 말로 중얼거리고 다시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집에는 전화 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니니?"
이미 한 몸이 되어 버린 내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이럴 때 직 장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지혜네 집에서 자고 출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열 시쯤 전화 해 주지 뭐. 회사에 출근했다고......."
지혜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았다. 문득 그녀의 젖은 팬티가 눈 에 띄었다. 내가 그걸 쳐다보고 있는 걸 선미가 눈치 챘는지 슬 그머니 손을 뻗어 팬티를 움켜쥐더니 똘똘 말았다.
"그거 뭐 할려구?"
지혜가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집에 가져가서 빨아야지 뭘 하긴."
"하긴 여자가 속옷을 아무 곳에나 버리고 다니는 것은 여러 모 로 안 좋아 보이지."
"어떻게 할거니?"
선미가 돌돌 말은 팬티를 핸드백 안에 집어넣고 나서 비로소 지혜를 쳐다보았다.
"뭘?"
지혜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 품으며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반문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구?"
선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아침을 먹어야지."
현재로서는 아침을 먹는 것 외는 특별하게 할 일이 없는 셈이 었다. 그후에 각각 찢어져서 못 잔 잠을 보충하거나, 아니면 지 혜와 이별주를 마시는 일밖에 안 남았다.
"넌, 자식아 아침이 목에 들어가겠니?"
지혜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지 목이 멘 목소리로 물으며 캔 맥주 뚜겅을 땄다.
"끝난 일이야. 우린 서로 시간이 필요해."
나는 솔직히 지혜와 헤어 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말대로 그녀와 섹스를 할 때 마다 선미의 얼굴을 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 말 좀 들어봐. 난 지혜 네가 진우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 르지만, 진우야 말로 우리들의 피해자야. 우린 둘이고 진우는 혼 자 였잖니.......그리고 말야......"
선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답답해서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얼굴로 지혜가 피우던 담배를 빼앗아 생기침을 하며 몇 모금 피우고 나서 숙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와 지혜는 갑자기 목소리가 갈아 앉은 선미를 빤히 쳐다보았 다. 나는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지혜 앞에 있던 캔 맥주를 가져와서 컵에 따라서 한꺼번에 마셔 버렸다. 간밤에 두 여자에게 시달리느라 바짝 말라 있던 입안에 한꺼번에 밀려 들어가는 맥주 탓에 약간은 매끄러워 진 것 같기는 했다. 하지 만 이른 아침부터 들어가는 알코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위장이 재채기를 하며 마신 맥주를 도로 밀어 올렸다.
"욱!"
나는 맥주를 토할 것 같아 벌떡 일어서서 화장실로 갔다. 찬물 로 입안을 한참 동안이나 헹구고 나서 거울을 쳐다보았다. 얼굴 꼴이 말이 아니었다. 퀭하니 들어간 눈하며, 수세미처럼 부풀어 진 머리카락, 꺼칠꺼칠 한 피부가 밤새워 도박을 한 노름꾼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난 솔직히 진우가 첫 남자야. 물론 지혜 너나, 진우도 내 말을 않을 지도 몰라. 하지만 중학교 이 학년 때 사촌 오빠 한테 호 기심에 쳐녀성을 받친 후에 첫 번째 남자 가 진우 임은 틀림 없 어.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줄 알겠지?"
내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서야 입을 열기 시작한 선미의 말은 차라리 충격이었다. 그녀의 꽃잎이 지혜와 다르게 약간은 빡빡 하다는 느낌을 갖긴 했지만, 그건 구조상 문제로 돌려버리고, 그 녀 역시 선미처럼 남자 경험이 적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 기 때문이다.
"너......너......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니?"
지혜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 며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와 선미를 번갈아 쳐다보 았다.
"네가 믿지 않아도 할 수 없어. 사실은 사실이니까......."
선미는 더 이상 생담배 타는 연기에 기침을 콜록거리지도 않았 다. 오랜 세월 동안 담배를 피워 온 여자처럼 필타 부분까지 피 워 버린 담배를 지혜처럼 빈 캔 맥주 통에 집어넣었다. 빈 캔 맥주 통에서 연기 한 줄기가 가느다랗게 피어 올라 오는 것을 쳐다 보고 있던 선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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