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
#01 어둠 속의 손수건
세상에 생머리를 싫어하는 사내놈은 없을 것이다. 내가 지혜한테 가능하면 머리카락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라고 염불을 외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지혜는 전철 안에서 그것을 핥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생머리는 못하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기 한테는 생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눈에서 별이 튀어나오도록 한 방 먹일 수도 없는 노릇, 난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섹스가 하고 싶으면 곧장 지혜를 불러냈다.
"뭐하냐?"
겨울비가 추적 스럽게 내리는 날 이었다. 포장 마차에서 홍합 국물에다 소주 반병을 먹고 나니까 지혜의 속살이 그리워졌다. 슬금슬금 지혜의 자취방 근처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몇 시냐?"
지혜의 목소리가 핌퐁처럼 튀어 나왔다.
"지금 혼자 있지?"
"혼자 있으면?"
"그럼 기다려 갈 테니까?"
"아냐. 친구하고 같이 있어. 너도 알지 선미라고 말야. 개 하고 비디오 보고 있는 중야."
선미라면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지혜의 친구였다.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로 어깨까지 닿는 생머리가 미치도록 아름다운 여자였다.
"알았어. 내가 소주 사가지고 갈게."
"아.....안돼. 선미 오늘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단 말야........"
나는 버스가 출발한 뒤에 허둥지둥 하는 듯한 지혜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수화기를 내렸다.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장미빛 사랑을 흥얼거리며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비상금을 톨톨 털어서 캔 맥주 한 롤과 소주 몇 병, 소시지 등을 사가지고 지혜의 자취방으로 갔다.
"하루쯤 굶으면 안되냐?"
자취방이라지만 독채와 다름없는 지혜의 방문을 노크했을 때, 그녀가 노브라에 헐렁한 티셔츠만 걸친 모습으로 눈꼬리를 치켜떴다.
"술이 고파서 왔어. 이 술만 마시고 꺼져 줄게 알았지?"
염불 보다 젯밥에 눈이 어둡다고 나는 지혜의 등 너머에 서 있는 선미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안녕 하셨어요?"
나는 눈웃음 치며 인사를 하는 선미의 얼굴에 보조개가 피어 나는 것을 보고 아찔함을 느꼈으나 애써 태연한 척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 너 술만 먹고 가야 한다."
지혜가 선미한테 들으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혔다.
고럼, 고럼.
난 히죽 웃으며 방바닥에 사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꺼내 놨다.
"너무 무리한 거 아니니?"
지혜의 눈동자가 알전구 만하게 커지는 것을 보고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선 캔 맥주부터 한 개씩 권했다.
"건배. 건배라는 말의 건 자가 무슨 뜻인가 아시죠? 마른 건 잡니다. 술잔이 마르도록 마시자는 뜻이죠?"
"그래, 건배다 건배!"
나도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이지만. 지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성격이었다. 하긴 맨날 술에 쩔어 사니까. 취직도 못하고 허구한날 학원 수강 신청만 하다 볼 일 다 보는 싸- 랑하는 지혜이긴 하지만.
"호호호, 좋아요. 저도 오늘 허리띠 풀러 놓고 마음껏 마셔 보죠?"
선미가 빨갛게 물이 든 얼굴로 캔 맥주를 높이 쳐들었다.
"엥!"
난 두 눈이 번쩍 뜨는 걸 느꼈다. 허리띠를 풀러 놓고 술을 마시다니.
그거 말 되는군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렇지만 난 술을 먹여 놓고 선미 를 어찌해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왜냐 하면 지혜는 내가 좋아하는 생머리는 싫어하긴 하지만 난 그녀를 사랑하니까.
시간이 흘렀다. 입이 술을 먹고, 술이 맥주를 먹고, 맥주가 소주를 먹다 보니 열두 시가 넘었다. 그 동안 지혜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어깨를 흔들며 까르르 웃어 재끼기도 하면서 연신 즐거워했다.
그녀가 배꼽을 잡고 웃느라고 허리를 숙일 때마다, 헐렁한 티셔츠 속으 로 연 분홍빛 젖꼭지가 살포시 얼굴을 드러냈음은 물론이다. 그것 보다 심한 것은 스커트 속의 팬티를 함부러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지혜는 모 르고 있었지만 그녀가 무릎을 치며 웃을 때마다 그녀의 팬티도 오락가락 춤을 추고 있었다.
선미는 지혜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적지 않아 민망해 하던 표정이었으나 나중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시나브로 그녀까지 재킷과 스커 트를 벗어버리고 지혜의 조깅 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젖가슴을 한껏 흔 들며 웃어 재꼈다.
언제부터 방에 불이 꺼졌는지, 불 꺼진 방에서 지혜의 허벅지를 배고 잠이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한 갈증과 함께 동반되는 편두 통 속에, 교도소에 다니는 아버지와, 자원 봉사를 하는 어머니를 둔 아이 가 집에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아버지는 교도소에 갔고, 어머니는 수도원 에 갔다. 라는 말과 함께 터져 나오던 웃음이 기억 날 뿐이었다.
젠장, 너무 많이 마셨어.
나는 선미가 한 방에 자고 있다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손가락으로 양 미간을 누르면서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순간 방안에 불빛이 봇물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엎드려 자고 있는 선미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
조깅복 상위가 허리까지 밀려 올라간 상태의 선미의 모습은 미치도록 매혹적이었다. 긴 머리카락은 한쪽으로 쏠려 있었고. 노출된 허리는 형광 불빛에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우선 갈증부터 달래고 볼일이었다. 발 뒤꿈치를 세우고 냉장고 앞으로 가서 생수를 꺼냈다. 소리나지 않게 얼음물을 목구멍으로 쏟아 부으면서 눈은 엎드려 자고 있는 선미의 허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이러면 안 되지.
나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제하며 불을 껐다. 그리고 지혜 옆에 조용히 누웠다. 가슴이 팔딱팔딱 뛰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 남성 은 평소 보다 두 배 이상 화가 난 상태에서 밥을 달라고 아우성 거리고 있었다.
후! 지조를 지켜야지......
천천히 지혜를 끌어 당겼다. 노부라 차림으로 자고 있는 지혜의 젖꼭지 를 손바닥으로 천천히 돌렸다. 이내 딱딱해진 젖꼭지를 한 입 입에 물고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천천히 팬티를 벗겼다.
"으 -응."
지혜는 잠결에도 낯설지 않는 손길에 팬티가 쉽게 벗겨 질 수 있도록 엉덩이를 들어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지혜 위로 올라가 그녀의 무성한 숲을 벌렸다. 지혜는 꿈 속에서 섹스를 하고 있는지 그곳이 물에 젖은 것처럼 축축 했다.
"악!"
난데없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바로 지혜의 비명 소리였다. 그녀는 평소 보다 두 배나 큰 내 남성이 노크도 없이 돌진하자, 깜짝 놀라며 비명 소 리를 내 질렀다.
"쉿! 나야. 나."
"그.......근데.....왜......왜.......이렇게 크니?"
지혜가 이내 상황을 짐작하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 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선미가 자고 있는 줄도 모르고 평소 보다 큰 남 성에 발정난 암소처럼 씨근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다급한 김에 손에 잡히는 대로 헝겊을 끌어 당겨 그녀의 입에 물렸다. 바로 그녀의 손수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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