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 (38/42)

3

다음 날...

퇴원 후 집안에 틀어박힌 경미의 집을 수효가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집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수효가 빠른 걸음으로 관리인을 불러왔다.

관리인의 마스터키로 문을 따고 들어 간 경미의 방안은 난장판이었다.

탁자 위에 셀 수 없는 온갖 술병들...

여기저기 벗어젖힌 옷가지들...

모조리 쓰러뜨려 내던진 흔적으로 보이는 책들...

직감적으로 욕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수효의 눈에 벌건 핏물이 보였다.

그리고 경미는 핏물이 흘러내리는 욕조 안에 죽은듯 누워있었다.

급히 끌어내 가슴에 손을 대보니 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던져진 옷가지 사이에서 부드러운 속옷을 찢어 경미의 팔을 동여매 지혈을 시켰다.

힘센 악력에 의한 처치였으므로 급격하게 지혈이 되면서 서서히 피가 멎어갔다.

술 냄새가 진동한 경미의 코에 귀를 대어보니 호흡은 거칠지 않았다. 

지혈이 끝나자 경미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침대 가장자리에 경미의 양 손을 묶은 뒤 코를 통해 기를 넣어줬다.

흔들리던 경미의 호흡이 수효의 기가 들어가자 급격히 안정되었다. 

호흡이 안정되는 것을 보고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욕실로 가서 욕조의 물을 빼낸 뒤 모든 흔적을 깨끗하게 지웠다.

다시 마루의 술병도 치우고 옷가지도 한 곳으로 모은 뒤 흩어진 책들을 정리했다.

이런 모든 정리가 끝난 뒤 한 숨 돌렸다.

다시 담배가 고팠다.

여자의 집이지만 참기가 힘들어서 담배를 한 대 피워물었다. 

그때 방 안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술에 취한 채 자해를 하고도 술기운에 떨어져 있던 경미가 정신이 돌아 온 것이다. 

천천히 담배불을 끈 수효가 비명을 지르는 경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묶인 팔을 풀려고 발광하는 경미의 시선을 잡았다.

수효에게 시선이 잡힌 경미의 동공이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미에게로 다가 간 수효가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붙였다.

자연스럽게 입술이 열렸다. 

열린 입 안으로 수효가 혀를 넣어주며 함께 기를 부었다.

이빨을 앙다문 상태여서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 입 안으로 전하는 것은 해내야 했다.

내용도 모르는 경미가 그 와중에 수효의 시선에 취해 혀를 빨려고 했다.

손가락에 기를 넣어 수혈을 짚어 경미를 잠들게 했다. 

시선에 취했던 경미였으나 수혈이 짚이자 바로 잠들었다.

 '영감에게 배운 보람이 있군'

수효는 자신이 기공술을 연마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자신의 기공술을 믿고 경미를 병원으로 대려가지 않은 것 또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경미가 깨어나면 다시는 자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최민기와의 기억을 지워줘야 한다.

잠이 든 상태에서 자신의 기를 서서히 경미에게로 옮겼다.  

1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박정숙 회장과 대면한 최병걸 이사장은 차라리 정숙이 사업을 인수한 것에 더 만족했다.

그래서 사업허가를 위해 움직인 것은 정숙보다 병걸이었다.

그동안 복지부동이던 복지부...

의대 증설과 종합병원 증설은 안 된다던 의사협회...

도심권 교통체증이라며 수없이 반려되던 사업계획서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는데 박정숙-최병걸 투톱은 찰떡 호흡이었다.

물론 뒤에는 수효가 있었다.

수효는 정숙과 수연, 그리고 윤아에겐 하나님이었다.

정숙은 수효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윤아는 전직 총리인 아버지를 움직였다.

그가 움직이기에 좋은 조건...

그것은 승화건설 대표이사 차윤아란 명함이었다.

수연은 윤아와의 경쟁에서 지기 싫었다.

남편 최민수...

그는 아버지와 아내의 등쌀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았다.

윤명희의 친정 아버지는 지방이지만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다.

그가 가진 인맥은 의협을 움직이는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김영철은 이미 흉부외과 수술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였다.

추후 흉부외과 집도의를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퍼뜨리며 물밑에서 작업했다.

정숙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언론을 움직였다.

언론은 연일 도심권의 병원타운은 획기적 발상이라는 논조를 쏟아냈다.

수효의 계획대로 이제 사업은 삽을 뜨는 일만 남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서관을 나오는 수효의 가방에서 '띵동'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화면에 '희수'라고 찍혀있었다.

‘오빠, 내일 집에 잠깐 들러주실래요?’

한줄 문자였다.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가끔 들리기는 했지만 그동안 미연을 찾아보지 못했다.

미연의 집에는 희수와 경미가 같이 살고 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경미와 미연은 친 자매같다.

그리고 희수는 그녀들의 딸이거나 조카같다.

그 때문에 수효는 미연을 찾는 일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자신을 만드는데 제 1의 공로자는 미연인데...

수효는 그런 미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찾아간 미연의 집에는 미연만 있었다. 

 "희수는?"

 "아! 경미하고 여행간다고..."

 "여행?"

 "네에...모레나 돌아온다고..."

 "??"

희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휴대폰을 봐도 문자 한 줄 뿐이다.

어리둥절하는 수효를 두고 미연은 별 말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듯 점심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유독 조심스럽다고 생각했다. 

그저 둘이만 있었던 시간이 오랜 만이라서 그런 것으로만 여겼다. 

함께 점심을 마칠 때까지도 그저 미소만 지을 뿐,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미연이 사실 수효도 편했다. 

그것은 미연이 수효를 섬기면서 해온 오랜 버릇이었다.

언제나 순종적인. 언제나 고분고분, 언제나 조용히...

실로 오랜 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거의 날마다 여인들과 함께 있었다. 

한꺼번에 몇 명의 여자와 함께한 적도 많았었다. 

지금은 그런 시간들을 벗어나 있다.

경미도 없고 희수도 없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오늘도 곁에는 미연이 있다. 

또 미연과 함께 밤을 보내게 되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한가한 오후가 너무나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미연이 정성스럽게 차린 밥과 반찬은 꿀맛이었다.

그러나 미연은 그냥 먹는둥마는둥이었다.

수효는 미연이 늘상 자기와 겸상을 할 때 그랬으므로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밥상을 물리고 차를 미시며 수효가 말했다.

“어때..우리 오랜 만에 쇼핑할까? "

 "네? 쇼핑요?"

 "응"

 "진짜요?"

 "당신 필요한 거 있을 거 아냐, 그치? 나갔다 오자.”

 “저..정말?”

수효의 말에 펄쩍 뛸 정도로 미연은 좋아했다. 

그러나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는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무슨 영문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었다. 

잠시 후 슬며시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미연은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 어깨, 유독 가녀렸고 애처로워 보였다. 

갑자기 그녀에게 미안했다.

“왜 그래? 내가 그렇게 미워?”

 “.......”

 “말해봐. 괜찮아. 이젠 미우면 퍼부어도 되잖아?”

그녀를 일으켜 세워 안으며 수효가 말했다.

조강지처...

미연은 사실 그리 불러도 될 여자다.

손으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혀로 눈주위를 쓸었다.

수효를 밀어낸 미연이 수효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나...시..실은..나....”

 “실은 뭐? 안 좋은 일 있어?”

 “그게 아니라, 나, 이...임신했대요."

 "뭐?"

 "어쩌면 좋아..흐흑...”

아!...

드디어...

수효는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애를 가진 명희는 이미 배가 불러서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미연은 다르다.

그녀가 결심만 한다면 그냥 떳떳하게 자신의 아이로 키울 수 있다.

나중의 일을 생각하기도 싫다.

일단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기쁘다.

가볍게 안은 뒤 그녀의 얼굴을 가슴으로 끌었다.

“근데 왜 울어? 이 좋은 일에..."

 "좋아요?"

 "그럼 좋지...얼마나 됐는데.”

 “그게..9주라는데, "

흐느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미연의 얼굴을 들어올려 키스했다. 

 "그래서 경미랑 희수가 자릴 비켜준 거야?"

 "...."

 "직접 말하지 못하고 희수 시켜서 문자 보낸 거야?"

 "...."

 "뭐가 부끄러워서..."

 "...."

 "내 애를 가진 게 부끄러워?"

 "아...녜요. 절대.."

 "그럼"

 "그 애들이..."

 "뭐?"

 "오늘 혼자서만 사랑을 받으라고..."

 "참 나..."

웃는 수효를 보며 미연도 배시시 웃었다.

그러는 미연이 이뻐서 그녀의 볼을 가볍게 쥐었다가 놓은 수효가 말했다.

 "옷 입어"

 "정말 쇼핑 가시게요?"

 "아냐"

 "그럼?"

 "아부지가 되었는지 직접 확인해야지"

 "네?"

 "병원부터 가자고..."

 "아!"

 "그 다음에 쇼핑도 하고 맛있는 거도 먹고..."

 "흐흑"

 "나 돈 많어..사장이잖아?"

 "..."

 "웃지마. 당신보다 돈 더 잘 벌어"

미연은 기뻤다.

진짜로 수효의 부인이 된 것이다.

나중에 서류로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아이를 가진 부인이다.

그가 오기 전에 미연은 벌써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 때문에 그가 힘들어 한다면 그냥 놓아두고 바라만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니었다.

처음 만난 날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주고 여자로 취한 남자다.

그 후 이날까지 수효는 자신에게 기둥이고 주인이고 그늘이었다.

그가 무엇을 하던지 상관없었다.

그가 자기의 곁은 떠나지만 않으면 되었다.

주변에 그 많은 여자들...

그녀들과 비교해서 어떤 것도 자신은 우위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수효는 자신을 조강지처로 대우했다.

그것이 미연에게 가장 큰 재산이었다.

여러 생각을 하는 미연이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런 미연을 수효가 뒤에서 살포시 안았다. 

미연이 몸을 돌려 수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한 동안 미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수효가 얼굴을 들어 눈썹 위에 키스했다.

2

병원을 나서는 순간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이 너무좋았다. 

운전하는 내내 미연은 수효의 표정만 마라보았다.

이미 쇼핑은 물건너 갔다. 

그런 수효의 마음을 알았던지, 미연이 더 미안해 했다.

수효에게 이미 미연을 안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조용한 방 안에서 그저 안아만 주고 싶었다. 

오늘만이라도 미연의 곁에서 내내 떠나질 않고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

그날의 수효는 정말 그랬다.

동틀 무렵까지 밤새 침대에서 그녀를 안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따뜻한 입술의 감촉이 얼굴에 닿았다. 

이어서 가슴에 닿았다. 

가만히 눈을 떴다. 

미연이 잠든 수 효의 얼굴 곳곳에 키스를 하고 있었다. 

“안 잤어?”

"잠이 안 와요"

 "왜?"

 "너무 좋아서요"

 "차암..."

 "꿈인지 생시인지..."

 "허허"

 "당신의 아이를 갖고...당신은 지금 내 품에 있고..."

 "그래서?"

 "내가 진정한 당신의 아내가 된 거..."

 "..."

 "잠들면 깨어질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러다가 그놈 화내면 어쩌려고?"

 "화내면 내가 달래야죠"

 "의사가 12주 넘을 때까지 섹스 금한 거 듣지 않았어?"

 "들었어요. 그래도 그냥 이렇게 만지는 것도 안 돼요?"

 "그야..."

 "이렇게라도 당신을 느끼고 싶단 말이야. 너무 허전해.”

수효는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미연의 머리카락만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미연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수효의 잠옷을 벗겨버렸다.

참지 못한 수효의 좃대가 어느 새 불쑥 솟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울 남편 좃 잘 생겼네? 크크.”

 “떽, 애 가졌다고 못 하는 말이 없어.”

어느새 미연은 수효에게 장난을 칠 정도로 스스럼이 없어졌다.

여자에게 임신이란 그런 용기를 주는 모양이었다.

그런 용기는 미연의 말투만이 아니라 행동에서도 나왔다. 

미연의 손은 수효의 좃대를 흔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입으로 좃대가 들어가고 있었다.

새삼 그녀의 혀가 부드러웠다. 

마치 자칫 세게라도 하면 상처받을까, 깨질까 그렇게 천천히 부드럽게 빨고 있었다. 

미연의 입 안에서 좃이 행복했다. 

그런데 되려 행복해하는 모습은 미연에게서 나타났다.

“아....싸...싼다...큭.”

갑작스런 방출이었다. 

밤새 참았기는 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사정이었다.

지금까지의 수효가 아니었다.

그만큼 미연의 애무와 오럴이 강력했다.

그래도 미연은 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정액이 자신의 입 안으로 쏟아지고 있음에도 꿀꺽거리기만 했다.

그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마치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모두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겠다는 모습이었다.

미연은 그렇게 수효의 정액을 모두 쓸어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당신을 또 갖고 싶었어요"

 "젠장..."

 "부탁이 있어요"

 "뭐?"

 "애기..."

 "애기?"

 "응..."

 "애기 뭐?"

 "태명을 지어줘요"

 "태명?"

 "응...아가하고 대화하면서 불러야죠"

 "태명이라..."

수효가 태명이란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이 아이는 미연에게는 축복을 받아야 할 아이다.

미연에게도 자신에게도 누구보다 더한 감동을 준 아이다.

축복...

감동...

어차피 태명이다.

호적에 올릴 이름도 아니다.

그렇다면 부모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되새겨야 한다.

그렇다면 축복이 더 좋다.

하지만 축복이는 남이 들으면 꼭 무슨 축복을 바라는 이름 같다.

하지만 감동이는 아니다.

아이가 생김으로 얻는 감동...

배 안에서 태동으로 느끼는 감동...

그 아이가 자신들이게 왔다는 감동...

그래 감동이다.

결심을 한 수효가 말했다.

 "감동이 어때?"

 "감동이?"

 "응...당신만이 아니라 내게도 감동을 줬잖아?"

 "당신 감동 받았어요?"

 "그렇지...이 뱃속에 내 애가 있다는데..."

 "아!...그래요. 감동이..너무 좋아요. 감동이 아빠"

그렇게 하루를 꼬박 미연과 함께 있었다. 

비록 섹스는 하지 못했지만 둘은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수효는 처음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3

 "강 비서"

 "응?"

 "들었어?"

 "뭐를?"

 "당신 보스"

 "보스가 뭐?..."

 "한 건 하는 거 같던데?"

 "응"

 "근데..."

 "???"

 "걱정도 돼.

 "왜?"

 "정치인이 너무 노골적으로 돈 앞에 줄을 서는 것 같아서"

 "그게 아냐"

 "아냐?"

 "응"

 "그럼?"

 "그 건은 보스의 건이 아니라 보스의 아버지 건이거든"

 "하여간에..."

 "왜? 눈치가 이상해?"

 "그래..."

 "어떻게?"

 "강 비서는 이쪽에 들어온 지 이제 2년 정도니까..."

 "...."

 "이 바닥 전쟁을 잘 모르지"

 "...."

 "지금 승화대 병원 건..."

 "응"

 "말 그대로 도심권 병원타운..."

 "..."

 "청계천 복원사업하고 같아"

 "뭐가?"

 "정치적 힘겨루기..."

 "으음"

 "현 대통령 쪽이 밀어부치는 거 같으니까..."

 "..."

 "자기의 업적으로 하고 싶은 차기 주자들이 좀 뿔이 나 있어"

 "그러면?"

 "이 건이야 뭐 어쩔 수 없겠지만 보스의 추후 행보는 자갈길일 거야"

 "???"

 "차기들이 자기에게 줄을 서라는 무언의 압박에다, 그 압박이 안 통하면 견제를 하겠지"

수영은 술이 땡겼다.

뭔가 일이 너무 잘 풀린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승화대 이사장인 최병걸의 힘이 작용했지만 최민수의 정치력도 탁월했다.

최민수...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다.

그러나 현 정권 핵심인사인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정권탄생의 숨은 조력자인 그분에게 발탁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 2년여를 생각하니 정치판처럼 밝은 곳이 없다.

사람들은 어두운 정치판이라고 하지만 권력에 촉을 댄 사람들은 이곳만큼 밝은 바닥도 없었다.

그것은 공무원들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안다.

경찰들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안다.

특히 검찰들의 행보는 더 노골적이다.

그들의 움직임에서 실세가 누군지 금발 판명이 난다.

지금의 실세는 최민수다.

비례대표 초선에 불과하지만 누구나 최민수의 힘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최민수는 왜 자신이 이처럼 힘이 생긴 것인지 모른다.

그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모른다.

그냥 힘의 배경이 아버지일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최민수 자신이 아는 아버지의 힘은 이렇게 막강하지 않다.,

최민수가 모르니까 보좌관인 강수영 자신도 알 길이 없다.

그냥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떨어지면 죽으니까 빨리 달리는 호랑이 등에 붙어만 있다.

수영은 그게 보이니까 더 불안하다.

그런데 그 불안을 증복키키는 정보를 오늘 또 이 기자에게 듣는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었다.

은주 때문이었다.

은주...

한때는 자기의 라이벌이었다.

고아원 출신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은주를 넘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은주는 자신의 갭을 너무도 잘 극복했다.

비록 2년 뒤의 입학이긴 하지만 혼자 힘으로 자신이 다닌 대학을 들어왔다.

그것만으로도 은주는 인정해야 했다.

한수효...이 나쁜 놈...

홀연히 제주에서 사라진 뒤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놈...

그놈의 앞날을 위해 수영 자신은 교직도 사표내고 제주를 떠났다.

먼저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뒤 불러 올리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사랑법이었다.

우리나라는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면 안 되는 나라다.

특히 자신은 연상의 여교사다.

그런데 연하의 중학생을 사랑하는 것이 알려진다면 이 땅에서 살 수가 없다.

이런 모든 문제의 해결은 자신이 교직을 그만두는 것에서부터 풀어야 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그 다음 날 서울로 올라와서 바로 은주를 만났다.

그러나 은주는 옛날 은주가 아니었다.

증권맨 은주가 아니라 룸살롱 사장 은주가 되어 있었다.

그녀와 어울릴 수 없었다.

수효를 그런 곳과 가깝게 할 수는 없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은주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학원이 밀집하여 집세가 가장 비싸다는 곳에 집을 얻었다.

그런데 이처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찾아간 제주에 수효는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수효의 꼬리도 잡을 수 없었다.

낙담하고 낙담하여 길길을 잃어버렸다.

다시 은주에게로 갔다.

술이라도 같이 취해 줄 친구가 필요했다.

 "뭐라도 하면서 찾아라"

 "뭘 해?"

 "그냥..."

 "교직 시험만 준비했던 내가 뭘 해?"

 "국회의원 비서라도 할 래?"

 "비서?"

 "응..."

 "어떻게?"

 "하겠다면 내가 소개할 사람 있어"

말하지 않아도 은주의 스폰서로 보이는 노인과 최 의원을 함께 만났다.

최의원은 비례대표 초선이므로 비서진 조각에 여기저기서 엄청난 인사청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당, 심지어 동료 의원, 차기 주자 캠프...9명 TO인데 청탁자만 50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운전기사와 9급 비서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자기 맘대로 뽑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수영의 채용은 즉석에서 결정되었다.

은주의 스폰서로 보이는 노인이 최의원 아버지의 뜻이라고 하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그 2년...한수효 나쁜놈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워낙 일을 똑부러지게 하는 수영의 성격이었으므로 단시간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민수의 음흉한 눈초리는 그 2년간 언제나 수영의 엉덩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1

퇴근 시간은 이미 넘었다.

국정감사도 끝났는데 이렇게 늦게까지 남아 있는 회관은 없다.

그래서 빨리 퇴근하고 싶은데 보스는 소식도 없다.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어도 마찬가지다.

수영은 퇴근 준비를 다 마치고 그의 연락을 기다리다 슬슬 짜증이 나려하고 있다.

그때 같이 의원을 기다리던 박종운 보좌관이 말을 걸어 온다.

“강비서”

 “예, 보좌관님”

"아직 연락없지?"

 "네에"

“오늘 저녁 스케줄 없잖어?”

 “네”

 “의원님 다른 말씀 없으셨어?”

 “예...”

 “이상하다? 그거 때문인가?”

 “왜요? 뭐 특별한 일 있어요?”

 “응...”

 “뭔데요?”

 “그 도심권 병원타운 허가 말야...”

 “예”

 “그거 핵심이 좀 이상하거든”

 “이사장님 쪽 아네요?”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데요?”

 “아닌가 봐”

 “그래요?”

 “지금 그쪽 전체가 다 비상이야”

 “??”

 “당했다는 거야”

 “당해요?”

 “응”

 “어떻게?”

 “원래 의원님 동생이 경영하던 집안 기업인 승화건설의 주식...”

 “네에”

 “그게...내부적으로 M&A가 완성되어 의원집 집안에서 떠났데”

 “아~~하”

 “그런 줄도 모르고 의원님이 동분서주했는데...”

 “....”

 “알고 보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게 된 거지”

 “그럼 M&A로 대주주가 된 쪽은 어디인지 알 거 아네요?”

 “그게...”

 “지하 경제에서 가장 큰 손인 청담동 박여사래”

 “???”

 “중요한 것은 그 부분만은 또 의원님만 몰랐다는 거지”

 “그건 또 무슨 말이예요?”

 “최병걸 승화대 이사장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추진하신 거지” 

수영은 박 보좌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지난 몇 달 의원실은 모든 역량을 이 일에 투자했다.

그동안 승화대 재단은 보스인 최민수 의원 집안 거였다.

재단 이사장이 보스의 부친이었다.

그러므로 부친 사망 후 최민수 의원이 재단이사장이 될 터였다.

그동안 학교법인 승화의 최대 역점사업은 의대 설립이었다.

그리고 결국 몇 년 전 의대 설립을 허가 받았다.

하지만 서울캠퍼스가 아니라 지방캠퍼스였다.

따라서 부속병원도 지방에다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방 캠퍼스가 있는 지역의 의료 인프라는 열악했다.

그곳에 대형 투자를 해서 대형 병원을 지었을 경우 계산이 서지 않았다.

최병걸 이사장이 이끄는 학교법인은 차일파일 일을 미뤘다.

그러자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실습지도 없는 의대가 되었다.

결국 지방 중소 종합병원 등에서 실습을 받게 했다.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일단 반발을 시작했다.

동시에 복지부의 견제가 시작되었다.

기존 의대의 부속병원 등은 승화쪽 졸업생을 수련의로 받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의협이나 수련의 협회 등에서 왕따 분위기가 되어갔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애초 의대 승인 조건대로 지방에 대학병원을 지으면 되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병원도 대학도 망하는 길로 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길이 하나였다.

서울 본교에 의대 일부 학과라도 증설하고 부속병원을 서울에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의 의대 증설과 입학정원 증가는 또 의사협회에서 반대했다.

의협은 현재 기존 의대에서 배출되는 의사의 숫자도 과잉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의료 인력의 과다배출은 전체 의료시장을 죽인다는 논리였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서울의 종합병원 설립에 응하지 않았다.

복지부에는의협의 논리가 먹힌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시도 이 논리에 동조하지만 겉으로는 교통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 도심권 병원 타운은 사실상 불가능한 안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 안이 제출되면서 일을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승화대 최병걸 이사장이 앞장서면서 아들인 최 의원을 압박했다.

의원실은 모든 역량을 이 일에 쏟았다.

그리고 지금 이 일은 상당부분 진척되어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병원은 올라가는 일만 남았으며, 계획대로 도심은 병원 타운이 설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일이 신속하게 진행된 것이 더 이상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 의원의 동생이 얼마 전 급서했다.

그래서 그가 경영하던 건설회사는 자연히 그의 부인이 대표를 맡았다.

그런데 부인이 대표를 맡은 후 회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동안 암암리에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가 더 잘 나갔다.

도심권 재개발 조합 조합원들에게 땅값도 지불하지 못해 허덕이던 회사가 아니었다.

그곳 말고 진행 중이던 강남권 오룡마을 재개발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고 대출규제를 풀면서 간접지원을 하고 있다.

수영은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보스인 최민수 의원의 능력으로 알았다.

그가 현 집권자의 최대 측근이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 의미에서 수영은 최민수를 달리 보고 있었다.

나쁜 놈 한수효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능력 있는 젊은 국회의원이자 보스인 최민수는 종종 진한 스킨쉽을 한다.

이미 남자를 겪은 수영이 그 뜻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거짓이다.

하지만 종종 몸이 동하다가도 나쁜 놈 수효만 생각하면 정신을 차리게 된다.

‘한수효 나쁜 놈’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이 나쁜 놈아’

수영은 박종운 보좌관의 말을 들으며 순간 또 수효를 생각했다.

사실을 알고 실망한 최 의원을 생각하다 수효가 떠올려진 것이다.

이런 수영의 심리를 모르는 박종운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말야”

 “네”

 “대주주인 박 여사 뒤에 더 큰 손이 있다는 거지”

 “네에?”

 “왜 놀랐어?”

 “그럼요. 우리나라 지하경제를 주무른다는 그분 뒤에 또 누가 있다는데...”

 “근데...그게...”

 “뭔데요?”

 “야릇한 소문이긴 한데...”

 “??”

 “남자라는 거지..그것도 아주 어린...남자”

 “무슨?”

 “그래서...”

 “자세히 좀 말 해봐요”

 “이름이 뭐 한수효 어쩌고 하던데...”

 “네? 누구요? 한수효?”

갑자기 수영의 목청이 하이클래스로 높아졌다.

박종운이 이런 수영의 태도에 더 놀랐다.

깜짝 놀란 박종운이 뒤로 물러서면서 수영을 바라봤다.

수영은 자신도 놀랐다.

‘한수효라니...’

이름이 특이하여 다른 사람일 것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런데 박 보좌관 입에서 그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놀라 자빠질 일이다.

정신을 가다듬은 수영이 '침착침착'을 속으로 외치며 박종운을 바라봤다.

“왜 아는 사람이야?”

 “그냥...”

 “진짜야?”

 “그가 맞다면 아는 사람이죠”

 “맞다면?”

 “네, 그래선데 아시는 대로 자세히 좀...”

 “별 거 아냐”

 “그래도...”

 “지금 추진하고 있는 승화대학 부속병원 건립 및 도심 병원타운...”

 “네”

 “추진 주체는 학교법인 승화학원이고 사업 시행사는 승화건설이 맞아”

 “그렇죠”

 “근데 돈이 나오는 곳은 최병걸 이사장 쪽이 아니라 박정숙 회장 쪽이거든?”

 “그거까지는 알죠. 의원님이 그때 확실한 돈줄이니까 돈 걱정은 말고 해 내자고...”

 “그랬지. 근데...”

 “네”

"그쪽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네"

 " 반대로 그쪽이 주체고 승화쪽이 이름을 빌려주 는 형태?"

 "그래요?"

“거기다 시행사와 건설사는 말할 것도 없이 그쪽이 아예 오너라는 거야"

 "네에? 어떻게 그런 일이?"

 "기획 단계부터 그 한수효란 사람이 다 장악하고 시작했다는 거지...”

 “다요?”

 “전부 다...실질적 오너...모든 부분의 실질적 오너...뭐 이정도?”

 “아!”

 “믿기지 않지?”

 “네”

 “그래서 지금 의원님이 뚜껑이 열린 것 같애”

 “아!!”

 “나도 확실한 것은 몰라...소문이 그렇다는 거야”

박종운은 폭탄을 던져 놓고 자세히는 모른단다.

그런데 그렇다면 최민수는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수영은 현재의 상황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잡았다.

이 내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은주다.

이 사업에 은주의 애인이자 후견인이 깊이 개입하고 있다.

그를 통해서 최민수와 연결되었다.

그러니 은주에게 연락을 해보면 어느 정도 상황파악은 될 것이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간이면 은주가 전화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시간이어서다.

룸살롱의 초저녁, 즉 오후 6시~8시는 준비시간으로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런데 막 끊으려던 전화를 은주가 받았다.

“나야”

 “....”

 “시간있어?”

 “....”

"허기야...지금 막 바쁜 시간 들어가지?"

 "...."

“그럼 이따가 아주 늦게 열두시 넘어서라도...”

 “....”

 “그래, 알았어 전화 기다릴께..”

딸깍 전화가 끊겼다.

수영은 급히 퇴근 준비를 했다.

그가 만약 그라면 최민수가 어찌되든 상관없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급한 일은 그가 그 한수효여야 한다.

2

민수는 환장하기 직전의 심정으로 차를 몰고 나왔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갈 곳은 없었다.

무작정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속도계가 200을 훌쩍 넘어갔다.

그러나 민수의 눈에 그 속도계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흑.”

 “헉.”

두 입에서 동시에 외마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수연이 격렬하게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요분질을 시작했다. 

그녀의 섹스가 이렇게 거칠고 격렬한 것도 처음 알았다. 

그녀 스스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처음이었다. 

수연은 마구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민수의 눈에 그 광경이 다시 오버랩이 되었다.

민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채수연이다.

자신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유학을 하고 교수가 되었던 그녀다.

그녀가 그 길을 가도록 마음껏 후원했다.

아버지 대학의 차기 총장이라도 기꺼이 시켜줄 수 있었다.

자신은 이미 정치적으로 성공의 반열에 들어섰다.

부친은 대학 이사장, 부인은 대학교수 자신은 국회의원...

차기도 집권당이 된다면, 그리고 지역구 공천을 받아 당선된다면...

이후 원대한 정치적 꿈이 이뤄지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런데...

소문이 돌았다.

승화건설의 부도 소문...

승화건설 대표의 불륜 소문...

급기야 그 소문의 끝은 당사자의 복상사였다.

이런 내용이 공개된다면 그때는 끝이다.

아무 상관이 없는 관계가 아니다.

아버지가 불륜으로 낳은 아들이다.

그 아들이 다시 불륜을 하다 복상사를 했다.

정치적으로 매장되는 것은 순간이었다.

어떻든 수습을 해야 했다.

그에 대해서 아버지와 뜻이 같았다.

아버지가 주머니를 털었다.

돈이면 안 되는 일 없다.

현지 119 구급대, 숙박했던 민박집...현지병원 응급실까지.. 

그 외 소문의 근원지가 될 만한 곳은 모조리 돈으로 막았다.

다행이 소문은 퍼지지 않았고 언론도 기사화를 하지 않았다.

사건은 간신히 수습되는 것 같았다.

이후 사건을 일으킨 동생의 회사는 그 부인이 경영자가 되었다.

후견인은 당연히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수완이 좋다.

그 좋은 수완으로 이 나라 최대의 부자라는 청담동 박여사를 끌여들였다.

이런 문제를 놓고 상의하면서 아버지는 압력을 넣었다.

사업 승인 건 허가 건 등 모든 행정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다.

앞으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없도록 조치하라는 압력이었다.

복상사 건을 수습하라고 아버지를 협박하던 자신이었다.

그 건을 해결한 아버지는 이제 자신을 협박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협박이 아니라도 그 일은 자신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죽으면 이제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것이었다.

쓸 수 있는 모든 정치적 끄나풀은 다 이용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어디서도 클레임이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언론도 관청도 일사천리였다.

민수는 일이 이렇게 쉬운 것도 다 아버지의 역량으로 알았다.

거기에 회사를 맡은 제수씨의 부친, 즉 친정 아버지가 전직 총리였다.

이런 양쪽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증권가 찌라시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승화대 최병걸은 바지이고 실질 오너는 박정숙이란 소문이었다.

소문의 진원지를 추적했다.

사실이었다.

박정숙이 오너라는 찌라시도 사실을 축소한 것이었다.

박정숙을 조종하는 남자가 있었다.

조종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박정숙의 재산 전체가 그 남자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주)SH인터네셔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