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 (32/42)

운다. 

여자가 운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운다.

 "좋아?"

 "하앙!..네!..좋아!....허어엉...좋아요....저!..죽어요오!....여보!!"

 "너!..내꺼지?...응?.."

 "네!..당신 꺼!...당신 꺼!!....아악!!..."

 "보지두?...."

 "하아앙..네!...내보지...아흐윽!..당신 꺼!....."

 "언제나?...."

 "하으응...언제나...언제나..요....허어헉!!!"

이 고백은 진실이다. 

최민기란 남자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이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지금 몸과 마음이 당신 여자라고 복종한다.

섹스로 여자가 남자에게 지배당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저녁에 만족한 아내는 아침의 남편 밥상이 달라진다는 농담이 아니다.

이제 경미는 온전이 이 남자의 여자다.

경미 스스로 몸이 그리 말한다. 

처음 눈초리에 간접적으로 고백했던 고백이 지금 몸으로 진심을 고백한다.

“최민기...최민기가 시키는대로 할 거야?”

"아아..아니..아니요....아니예..요....허어엉.....“

무슴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최민기는 부인해버린다.

그 부인의 말과 함께 다시 맹렬한 좃의 공격이 이어진다.

“아흐윽!!!..그..그만!..하아앙...그만 요"

 "넌..누구 여자야?..."

 "여자!...당신여자..요...사랑해...정말..사랑해요...크허어엉!!...."

경미가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널부러진다. 

한계였다.

사랑한다는 말은 최민기에게도 수없이 했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 널부러지면서 하는 말은 그와 다르다.

이성이 시키지 않은 본능에서 나온 말이다.

그 말을 떨어지자 수효가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물꼬가 트인 정액이 거침없이 보지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경미는 난생 처음 받아 본 정액이다.

민기의 정액은 아직 단 한 번도 경미의 보지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다.

일단 경미가 원했어도 민기가 그리 안 했다.

섹스도 거의 없는 부부였으나 치윤아에게 약점은 잡할 수 없다는 각오가 있었다.

다른 곳에 아이를 만들 용기도 없는 사내가 민기였다.

때문에 경미는 민기에게 섹스파트너이긴 하나 밭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첫 날 첫 관계에서 정액을 쏴 버린다.

널부러진 상태에서 보지로 쏟아져 들어오는 그의 좃물의 감각이 왠지 행복하다.

“좋았어?‘

열풍이 가시자 경미는 눈을 뜰 수가 없다.

몸은 복종했고 그 몸의 복종에 따라 정신도 복종했다.

그런데 그놈의 이성이라는 것이 돌아오자 부끄러웠다.

처음 본 남자에게 먼저 옷을 벗고 만저 좃을 빨고 먼저 죽은 것이 부끄럽다.

이런 심경을 알기라도 한 듯 남자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물어온다.

배시시 웃음을 띤 경미가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네에”

 “그래...좋았으면 되었어...”

 “....”

 “앞으로는 더 좋은 일이 많을 거야”

 “???”

 “이제 넌 최민기의 여자가 아니니까...”

그렇다 이제 경미 자신은 최민기의 여자가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건 확실하다. 

이제 최민기와는 노동력 제공 같은 섹스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남자가 더 엄청난 소리를 했다.

“너도...차윤아도...채수연도...다 똑 같은 내 여자야”

 “네?”

경미의 놀람에 상관없이 남자가 다시 말했다.

“최민기...지금 정도라도 살고 싶으면 그걸 용인해야 할 거야”

경미는 남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경미의 의혹과는 관계없이 다시 경미의 몸을 달궜다.

손이 유영하며 경미의 숨겨진 성감대까지 찾아 내 건드렸다.

손가락으로 입술 귓불 목선 겨드랑이 옆구리를 더듬다가 순간순간 젖꼭지를 비틀었다.

금방 물을 쏟아 낸 보지는 계속 움찔거리며 물을 내뿜었다.

“아...아...흑”

 “넌 말야...천상 타고난 암컷이야...지독한 색골...”

남자의 말에 경미는 다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색골...암컷...부인할 수 없었다. 

부실한 민기와의 섹스 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뜨거운 몸뚱이...

욕실에서 자위를 수없이 해도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 남자나 붙들고 보지 좀 쑤셔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만난 이 남자는 단 한 번에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줬다.

‘그래...그러면 어때? 이 남자가 좋은 걸...’

경미는 이제 이성도 인정하고 말았다.

그걸 알기라도 하듯 남자가 그 맛있는 입술을 붙여왔다.

경미는 그 입술을 게걸스럽게 빨았다.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데 남자의 전화기가 울었다.

경미를 떼어 놓은 남자가 전화기를 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응”

 “...”

 “그렇지”

 “...”

 “그래...웬만한 전문가도 모르게 블랙박스 초기모드로 돌려 놔”

 “...”

 “그렇지...”

 “...”

 “애초에 너희들과 만난 적이 없게 되는 거지”

 “...”

 “통화기록?”

 “...”

 “그거야 시간과 장소 회수만 드러나니까...음성은 기록으론 남자 않잖어?”

 “...”

 “그래...자동차는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놔”

전화를 끊은 남자가 다시 경미 곁으로 와서 입술을 붙였다.

그 입술을 빨던 경미가 입술을 떼고 물었다.

“무슨 전화예요?”

 “응...”

시큰둥 대답하는 것 같던 남자가 경미의 두 어깨를 잡고 시선을 잡았다.

그러자 경미의 시선이 급격하게 흐트러졌다.

“자...주경미”

남자가 묵직한 소리로 불렀다.

경미는 모든 생각이 없어지면서 남자의 목소리만 웅웅거렸다.

“네에”

그런 경미의 대답이 있자 남자가 다시 묵직하게 물었다.

“내가 누구야?”

그 질문에 경미는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주인님요”

 “주인님?”

 “네...경미 몸을 소유하신 주인님...경미 마음도 소유하신 주인님”

 “그래?”

 “네...왜 맘에 안 드세요?”

 “아냐...맘에 들어”

 “네에”

이제 끝났다. 섹스최면만 아니라 정신최면도 완성되었다.

경미는 언제든 수효의 말만 따르게 될 몰모트가 되었다.

“너 말야...”

 “네...”

 “오늘...회사에서 아무데도 가지 않은 거야”

 “네”

 “최민수 지금 어딧지?

“골프장에요”

 “누구랑?”

 “박지석 변호사 부부랑 부부동반요”

 “넌 오늘 누구 전화를 받았지?”

 “종합컨설팅 직원들...”

 “그 다음은?”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만나기로 했어요”

 “왜?”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무슨 일?”

 “글세요...분명이 급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이 안 나요”

경미는 정말 생각이 안 난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경미를 수효가 안고 키스를 해줬다.

기인 키스가 끝나자 다시 수효가 말했다.

“경미야...”

 “네...”

 “승화건설...그거 내가 인수할 거야”

 “네에”

 “인수 끝날 때까지 넌 거기서 내가 시키는 일만 해”

 “네에”

주경미의 흡수작전이 완료된 순간이었다.

이제 주경미는 일상적일 때는 최민기의 사람인 것 같으나 완벽한 한수효의 사람이 되었다.

최민기가 꿈에도 알 수 없는 사건이 순식간에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수효의 다음 수순은 차윤아였다. 

차윤아는 주경미보다는 좀 어렵겠지만 채수연을 잡은 방식이면 무난할 것이다.

육체와 정신 합일의 최면에도 재대로 걸리지 않았던 채수연이었다.

섹스 시는 제압된 것 같았으나 그 시간에 지나면 자아의식이 생겼었다.

그런 채수연을 주희와의 쓰리섬으로 완벽 제압했다. 

차윤아도 마찬가지다. 

기본수법이 안 통하면 수연과 윤아, 그리고 주희까지 동원해서라도 제압해야 한다.

그것만이 차대환을 굴복시킬 수 있다.

입맛을 다신 수효가 그윽한 눈으로 경미를 바라보았다.

수효의 생각을 알지 못한 경미는 그 눈길을 받는 것도 좋았다.  

37부

경미의 전화를 받은 뒤부터 민기는 골프가 되지 않았다.

드러이버는 매번 오비아니면 훅이었고 아이언도 형편 없었다.

러프에 벙커에...어떨 땐 물에...

유식하게 워터헤저드 어쩌고 하지만 죄우간 못에 빠지기 일쑤었다.

그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리 퍼터는 기본이고 네 번 다섯 번도 예사였다.

점수가 나올 리 없었다. 

그래서 더군다나 라운딩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게 라운딩을 마치고 호텔 일식당에서 2차를 하기로 했다.

모처럼 부부동반이라며 지석이 바람을 잡았다. 

하지만 일행과 저녁을 먹는 최민기는 마음이 콩밭에 있었다.

주경미로부터 물건을 입수했다는 중간보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기의 속을 모르는 일행들은 그와 상관없이 앞서 있었던 골프얘기에 빠져있다.

민기는 상황파악을 위해 일단 회장실에 가는 척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경미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회사는 이미 퇴근시간에 지났으므로 전화를 받을 수 없는데 휴대전화도 불통이었다.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다른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곽 회장님...저 최민깁니다”

 “...”

 “예...저번에 제가 부탁한...”

 “...”

 “아마도 오늘...”

 “...”

 “신사동 사거리에 있는 건물...5층, 종합컨설팅...”

 “...”

 “2층에 산부인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

 “예, 차질없이 부탁합니다.”

주경미가 받아오지 못했다면 직접 해결을 해야 한다.

곽도술의 부하들에게 맡기면 하자가 없을 것이다.

민기가 전화를 끝내고 돌아서는데 지석이 옆에 와서 섰다.

“뭐야?”

 “응...”

 “오늘은 그냥 어부인 대동하시고 집으로 들어가시나?”

 “후후후...당신은?”

 “당신이 처신을 잘하면...”

 “난 회사로 다시 들어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그래? 근데 난 사무실이 같아서...”

 “왜? 김경아 하루도 안 보면 죽겠어?”

 “이 사람이...”

 “알았어. 내가 알리바이 만들어 줄게”

민기와 지석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주희와 윤아도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요새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그렇게 얼굴에 꽃이 피어있어?”

 “내가?”

 “그래...꼭 20대 같애”

 “차 여사...거짓말도 잘한다.”

 “거짓말 아냐...박변호사 지금 20대 같애”

 “정말?”

 “그렇다니까...다른 사람들이 암 말 안 해?”

 “뭐...다들 얼굴이 좋아진다고는 해”

 “얼굴만 아냐...피부도 전보다 훨씬 매끈해 보여”

 “그래?...고마워”

 “무슨 좋은 일 있으면 같이 해... 혼자만 재미보지 말고...”

 “내가 하자면 할 거야?”

 “나쁜 일만 아니면...”

 “차 여사에게도 좋은 일이지”

남편 때문에 만나기 시작한 주희다. 

그런데 그녀만 만나면 마음이 더 싱숭생숭했다.

일단 주희는 변호사란 직업을 가진 전문직 여자다.

동갑인데도 갈수록 피부도 고와지고 얼굴도 예뻐진다. 

언제나 당당하고 언제나 활달하다.

그러니 골프장에서도 주희에게 단 한 번 이겨본 적이 없다.

자신은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하고 집에 들어 앉아버린 전업주부다.

결혼 후 바로 생긴 애 하나가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특별히 취업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

더구나 결혼 후 곧바로 애를 갖고 아들을 낳아 그게 당당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이 시아버지의 혼외자였다. 

극심한 배신감에 남편부터 꼴보기가 싫었다. 

그런 내용도 알아보지 않고 시집을 보낸 아버지도 미웠다. 

속인 시아버지와 남편까지 다 미웠다.

그리고 그 후 부부사이는 섹스리스 부부로 변했다.

그래서 윤아에게 희망이라곤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뿐이다.

아들이 시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학의 총장도 되고 재단이사장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손위 형님인 수연도 있고 그들 부부사이에 초등학생 아들도 있다.

동서 채수연은 자기보다 나이가 위지만 유학 때문에 결혼이 늦었다.

그랬음에도 현재 현직 교수이며 당당한 장손을 이은 큰며느리다

 어디로 봐도 자기가 수연에게 꿀릴 것 밖에 없다. 

남편은 사업이랍시고 맨날 밖으로 돈다. 

여자가 없으리란 생각도 없다.

아들은 적손도 아닌 혼외자의 후손이므로 적손에 여러모로 밀린다.

거기다 윤아는 어려서부터 일탈이란 걸 몰랐다. 

교육자 집안 딸이란 굴레가 그것이었다.

지금은 더욱 친정아버지 체면도 있는데다 집에 들어앉은 지 오래이므로 친구도 없다.

종종 골프나 같이 치는 주희가 그나마 가까운 친구다. 

생각할수록 윤아에게는 좋은 일이라는 게 있을 턱이 없다.

이런 윤아는 주희의 부추김에 관심이 바짝 생겼다.

“내게도 좋은 일?”

 “그래에...맨날 집에서 무슨 재미로 살아?”

 “그냥...”

 “거 봐...아들 외국에 있지...남편 바쁘지...친구 없지...남자도 없지...뭐야?”

 “남자는 무슨...”

주희의 남자 얘기에 윤아의 얼굴이 빨개진다.

윤아의 그런 모습이 재이있다는 듯 주희가 더 불을 지른다.

“민기씨...여자 있지?”

 “몰라...관심 없어”

 “왜? 남편이 다른 여자 보는데?”

 “남편은 무슨...같은 집에 살아서?”

 “그럼 아냐?”

 “호적만 남편이지...”

 “호호호...밤에는?”

 “배게만 안고 잔 지 10년도 넘었다”

 “괜찮아?”

 “괜찮지 그럼...더 좋다 야”

 “거짓말...입이 고픈 것, 배가 고픈 것, 거기 고픈 것 어찌 참아?”

 “지석씬 그럼 맨날 채워줘?”

 “우리야...각자 알아서 채우고 살지”

 “뭐? 남자 있다고?”

 “왜? 관심 있어? 하나 해 줘?”

 “호호호...있다면 소개해 줄 남자는 있고?”

주희는 윤아의 대꾸에 일이 어렵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수효...주인님...그만 생각하면 어디서든 보지가 젖는다.

지금 윤아와 남자 얘기를 하니까 다시 자기도 모르게 보지에서 물이 흐른다.

그만 만나면 암컷인 것이 좋다. 

지난 번 채수연과 쓰리섬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차윤아...혼자서만 수효를 만나게 하고 싶지 않다.

비밀의 공유는 친구가 더 스릴이 있다. 주희는 결심한다.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십니까?”

지석이 자리로 돌아오며 두 여자들의 웃음끼 어린 표정을 탐색했다.

민기도 그 뒤를 따라 들어 와 앉으며 윤아의 얼굴을 봤다.

“민기씨 부인에게 내가 애인하나 소개시켜 드리기로 했어”

 “뭐야아...?”

주희가 눈도 깜박하지 않고 말하자 얼굴이 빨개진 윤아가 주희의 말을 막았다.

자리에 앉으려던 지석이 민기와 주희 그리고 윤아를 차례로 바라보며 밀했다.

“해 주세요. 바쁜 남편에...외국에 있는 아들에...좋은 친구 있으면 좋겠죠”

 “정말이세요?”

 “그럼요...나쁜 사람만 아니면...뭐”

 “당신도 내가 애인 있으면 좋아?”

일단 쿨한 민기의 반응에 주희는 지석을 보고 물었다.

불똥이 지석에게 튀자 지석이 우물쭈물 대꾸를 못했다.

“자기는 김경아하고 재미 보면서 난 싫다?”

 “이 사람이...”

 “허...주희씨가 김경아도 알아요?”

 “그럼 몰라요? 맨날 화장품 묻혀오고 향수냄새 달고 다니고...”

주희의 돌직구에 지석은 윤아를 보며 얼굴이 붉어졌고 민기는 웃음끼를 띠었다.

“자자...그러면 뭐 다른 변명 필요 없겠네?”

 “???”

지석의 말에 윤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난 지금 회사로 들어가 봐야 하고...박변은 다른 약속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약속은 무슨...김경아 가게 가서 서빙이나 하겠지”

민기의 말에 이번엔 주희가 지석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지석은 그런 주희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쏘아봤다.

“그럼 두 분은 먼저 일어서세요. 우린 좀 더 할 얘기가 남아서...”

 “진짜 저 사람 애인 소개시켜 주는 얘기입니까?”

 “그렇다니까요. 난 거짓말 안 해요”

 “그래요 그럼...당신 좋은 남자 소개 받으면 나도 좀 소개시켜 줘”

민기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윤아를 보고 말했다.

윤아가 여러 체면 상 남자와의 일탈은 꿈꾸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베인 얼굴이었다.

“예, 접니다”

 “...”

 “회사가 아닌 곳이 좋겠다고요?”

 “...”

 “그래요. 그럼..거기서 보죠.”

얘기를 끝낸 최민기가 전화를 받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당신은 그럼 주희씨와 더 놀다 들어가고...박변은?”

 “응...나도 가야지”

민기가 바람을 잡자 지석이 응원군을 만났다는 표정으로 같이 일어섰다.

두 여자의 비웃는듯한 표정을 뒤로 하고 남자 둘은 모른 채 밖으로 나섰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민기가 지석에게 말했다.

“김경아...주희씨가 알고 있네?”

 “응...”

 “괜찮아?”

 “그럼...서로 인정하는 부분인데 뭐...”

 “주희씨도 남자가 있다는 거야?”

 “있겠지...아니 있었어...”

 “그래? 누군지도 알아?”

 “알지...근데 지금은 안 만나는 것 같던데?”

 “오...호...쿨한 부부구만...”

 “당신은 주경미 건 윤아씨가 모르나보지?”

 “알면 안 되지”

 “...”

 “큰 애 낳고 내가 혼외자인 걸 알았어. 그때부터 난 무시당한 남편...”

 “...”

 “그걸 안고 사는 내 신세가 처량하지. 근데 주경미 건도 알아 봐”

 “허기야...”

 “꼭꼭 숨겨야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민기가 기사가 문을 열고 기다리는 차에 올라탔다.

민기가 올라타자 차가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그 차 뒤를 지석이 한참을 바라보다 자기의 차를 끌고 주차장을 나갔다.

“어서오시요”

도술이 룸으로 들어서는 민기를 보고 손을 들었다.

도술 곁에 앉았던 여자가 일어서더니 지석의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이른 시간인데 술입니까?”

 “여기가 가장 보안이 잘 돼”

 “...”

 “윤호야...인사드려라”

멀찍이 앉아있던 3명의 사내들 중 한 명이 일어서더니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윤홉니다. 회장님”

그 사내를 따라 나머지 덩치들도 일어서더니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걱정 말고 애들에게 말해”

그들의 인사가 끝나자 도술이 민기를 보고 말했다.

민기는 여자가 따라 준 술을 한 잔 마시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신사동 사거리에 가면...”

 “압니다. 갸들...갸들만 따오면 됩니까?”

민기의 말을 자른 윤호라는 친구가 물었다.

이미 도술에게 대략의 설명을 들은 것 같았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민기가 고개를 까닥 하는 것으로 답했다.

사내들이 민기의 지시가 끝나자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도술이 곁에 있던 여자를 보고 눈으로 말했다.

그러자 여자가 나가더니 채 스무 살이 되어 보이지 않는 여자애를 달고 들어왔다.

“내가 오늘...최 회장 몸 보신 좀 시켜주려고...”

 “예?”

 “영계만한 몸보신이 어디 있어?”

 “오빠...그럼 이제 난 노계라는 거야?”

 “아니지...너 은주 정도면 나에겐 영계지”

여자 애를 달고 들어 온 여자의 이름이 은주인 모양이었다.

“그동안 말 안했는데...이거 내가 하는 거야”

 “아...예”

 “늙은 놈이 아직도 술 장사 여자 장사 한다는 말 듣기 싫어서...야가 사장이지”

 “그렇군요”

 “요새 뭐 되는 일 있나? 은주 아니면 용돈 벌이도 못하는데?”

도술의 말은 민기가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여 술집에서 나오는 돈으로 산다는 말이었다.

민기는 도술이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를 짐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암암리에 알려 이곳의 매상을 올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은 아무도 모르게 한다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다.

이미 부하들 대동하고 들락거린다면 깡패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일 것이다.

특히 저 정도 젊은 여자애가 이런 규모의 룸살롱 사장이라는 것을 믿을 사람은 없다.

만약 진짜라면 언제 누가 잡아잡쉈는지 모르게 처리되었을 것이다.

곽도술의 여자란 프리미엄, 그것이 지금 저 여자가 사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조건이다.

“희수야. 인사 드려”

 “정희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주라는 여자의 소개를 받은 여자애가 도술과 민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몇 살이야?”

도술이 은주를 보며 물었다.

“제대로 다녔으면 올해 고3인데...”

 “고3이면 열아홉인가?”

 “그래 오빠...”

 “근데 왜 학교는 안 다니고...”

 “얜, 제주도에 있는 보육원 후배야.”

 “그런데?”

 “거기서 무슨 일이 있어서 나한테 피신 온 거야”

 “으음...그래”

 “희수 공부 잘 해. 그래서...”

 “그래서?”

 “나...오빠가 키웠잖아...”

 “???”

 “그래서 희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공부하게 하려고...”

 “스폰서를 붙여주려고 한다?”

 “그런 정도는 아니고...내놓을 건 아무것도 없지만 몸은 있잖아?”

두 사람의 대화 도중 희수란 아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은주 입에서 몸 얘기가 나오자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런 희수를 본 민기가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다.

“회장님...”

그 생각에 빠져있는데 은주가 민기를 불렀다.

“예.? 엉?”

뭐라고 할 줄 몰라서 얼버무린 대답을 했다.

“그냥 편하게 하세요. 저 이제 서른 살이예요”

 “아..엉”

 “여기 오빠 있으니까 솔직하게 말할께요.”

 “...”

 “저 이 오빠랑 스무 살 때 만나서 지금까지예요” 

 “야가 시방...”

 “오빠 잠깐...”

말을 자르려는 도술을 제지하고 은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오빠가 대학 보내주고...취직 시켜주고 다 했어요”

 “...”

 “시집 가라고 하는데, 제가 누구에게 시집 갈 수 있겠어요?”

 “...”

 “회사에서 만난 남자들...속도 모르고 추근댔죠”

민기가 은주의 말이 이어지자 술잔을 잡았다.

그러자 희수라는 여자 애가 잔에 술을 채웠다.

술병을 든 손이 희고 고왔다. 

술을 한 잔 단숨에 마시고 그 잔에 술을 따라서 내밀었다.

희수의 발그레한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았다.

“걔, 술 못 먹어요.”

그 술잔을 가져와 자신이 마시며 은주가 말을 이었다.

“오빠가 반대했어도 회사 그만 뒀어요. 그리고 이거 차렸어요”

 “???”

 “오빠 돈이 거의 다지만 제 직장생활 전부가 들어갔죠”

 “넌 이놈아 별소릴 다 한다”

 “아냐 오빠...오빠도 이 가게도 내겐 다 생명처럼 소중해”

은주의 말에 이번엔 도술이 술을 한 잔 마시고 술잔을 민기에게 내밀었다.

민기가 술잔을 받자 다시 희수가 그 잔에 술을 채웠다.

“희수는 나 같은 길을 가면 안 돼요. 그래서 회장님께 소개시켜 드리는 거예요”

 “???”

 “오빠가 말했어요. 회장님이면 될 거라고...”

 “...”

 “희수 사랑해 주세요.”

 “...”

 “작은 오피스텔 하나, 검정고시해서 대학가고 졸업할 때까지 비용...”

 “...”

 “그거면 돼요. 희수하고 얘기 끝냈어요”

민기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경미가 있었으나 지금은 조금 식상하다.

또 너무 유능하여 회사에서 자신이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다.

자기는 온전한 충성을 한다고 하지만 오늘도 일을 그르쳤다.

휴대전화가 꺼져있으니 일의 진척을 알 수 없다.

벌써 몇 번의 보고가 있었어야 되는데도 말이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경미 자신이 더 잘 안다.

그럼에도 경미는 지금 자신이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지 어쩌는지 소식이 없다.

그러니 결국은 하기 싫은 일이었으나 여기까지 왔다.

되도록 도술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꼬투리를 잡힌다는 것은 갑의 자격을 잃는 것이다.

이번 일에서 자신이 갑이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경미가 갑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도술이 갑이 될 수도 있다. 

다 경미 때문이다.

도술과 은주처럼 자신도 경미하고 10년이다.

그런데 은주가 도술을 대하는 것처럼 경미는 자신을 대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런 경미와 자신은 돈 때문이지 섹스능력 때문은 아니라서다.

마누라와의 잠자리보단 경미가 더 편했는데 언제부턴지 경미도 부담스럽다.

자신의 약한 성 능력을 경미가 깔보는 것 같다.

민기는 다시 희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발그레한 얼굴이 예쁘다.

갸름한 얼굴 선, 오똑한 콧날...깊게 자리한 검지만 맑은 눈...

앵두 같다는 표현도 무색한 입술...

얇은 목선을 따라 내려와서 자리 잡은 도톰한 가슴...

열아홉 처녀라서인지 어디 한 군데 흠잡을 것이 없다.

다시 술을 한 잔 마신 민기가 꿀꺽 삼키고는 희수의 가녀린 손을 잡았다.

흠칫 놀란 희수가 그 맑은 눈으로 민기를 바라봤다.

“그래...그래요...내가 희수 보호자가 기꺼이 되지...”

 “짝짝짝”

민기의 말이 떨어지자 도술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구나...좋아...”

 “호호호”

 “저기 희수 잔, 최 회장 잔 가져와라”

도술의 말에 은주가 희수 앞에 있는 잔과 민기 앞에 잇는 잔을 가져왔다.

도술은 그 잔에 조금씩 술을 따르더니 잔 하나로 합했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흔들어서 다시 두 사람의 잔에 반씩 나눴다.

“자 이게 합환주다. 어이 이건 최 회장 거...이건 희수 거...”

두 사람이 잔을 받았다.

그러자 도술이 다시 말했다.

“그냥 마시면 재미없지...자 시범을 보일테니 잘 봐”

말을 마친 도술이 은주와 팔을 감고 술을 한 모금씩 마셨다.

“이건 러브 샷”

그러더니 팔을 풀고는 다시 술을 머금은 채 은주의 입에 댔다.

은주가 도술의 입에서 술을 받아먹더니 도술의 입술을 쪼옥 빨았다.

그리곤 이번에 은주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도술의 입술에 댔다.

도술은 그 술을 받아 마시면서 은주의 입술을 쪽쪽 빨았다.

“이것은 일명 키스 샷”

민기와 희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민기가 희수의 팔을 끌어다 자신의 팔에 걸었다.

희수도 같이 걸고는 함께 술을 한 모금씩 마셨다.

이번엔 민기가 팔을 풀고 술을 머금은 뒤 희수의 입술에 댔다.

희수가 입을 벌리지 않자 술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그러자 할 수 없이 희수도 입을 벌렸다.

민기의 입에서 침과 함께 술이 넘어왔다.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민기의 입술을 쪼옥 빨았다.

이어서 희수도 술을 머금고 민기의 입술에 댔다.

민기는 허겁지겁 그 입술을 통째로 빨았다. 

제대로 된 합환주였다.  

경미를 완전히 녹초로 만든 뒤 젖꼭지를 희롱하고 있는데 수효의 전화기가 울었다.

수효는 알몸인 채로 일어나서 전화기를 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걸려들었습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전화기에서 명국의 우렁우렁한 소리가 나왔다.

“그래요?”

 “...”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알았습니다. 늦지 않도록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수효가 경미를 흔들었다.

아직도 게슴츠레 한 눈으로 수효를 본 경미가 품으로 안겨들었다.

보지, 항문, 입...무차별적으로 좃물을 선사받은 경미는 남자의 위대함에 놀랐다.

최민기와는 다른 남자였다.

쉬지 않는 공격, 죽지 않는 좃, 그리고 엄청난 정액...

보지 안에 정액으로 가득한 것 같았고 항문도 마찬가지였다.

서비스를 하느라 민기의 좃물을 입으로 받아 먹어봤는데 그 좃물과 수효의 좃물은 달랐다.

입 안 하나 가득 들어 찬 수효의 좃물은 한입에 삼키기도 힘들었다.

위대한 수컷이었다. 거역할 수 없는 주인님이었다.

그 주인님의 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행복했다.

“경미야...”

 “네”

 “일이 생겼다”

 “???”

 “최민기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라”

 “네”

 “회사로 오라고 해서 만나면 서울에서 멀리 떠난 뒤 사흘만 있다가 돌아와”

 “네”

 “중간 중간 내가 전화할 거니까 전화 꺼뜨리지 말고...”

 “네”

경미의 대답엔 질문이 없었다. 

지난 3시간, 긴 섹스와 많은 대화...

승화의 앞날에 대해 수효는 경미에게 민기보다 더 큰 희망을 얘기했다.

경미는 이제 자신이 충성할 상대가 누구인지 확실히 각인되었다.

몸과 정신, 그리고 이성까지 제압한 주인님 한수효...

그에게 충성하는 것이 최민기를 지렛대로 삼는 것 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효 또한 경미가 완전하게 종속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를 확인한 수효는 앞으로의 행동을 간단하게 지시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 앞에서 물을 맞으며 몸을 씻고 있는데 알몸의 경미가 따라 들어왔다.

물 아래에서 가볍게 안아준 뒤 몸에 물을 뿌려주며 말했다.

“좋았냐?”

 “네”

 “이번 일 잘 하면 큰 포상이 있을 거야”

 “네”

 “씻고 나와...나 먼저 간다”

 “네”

일원동 재개발지역에 아직 몇 동 남아 있는 비닐하우스 공장...

명국이 말한 곳이다.

수효가 택시를 타고 현장에 도착하자 명국이 도끼 말고 또 한 남자와 같이 있었다.

“오래 되었나요?”

 “아닙니다. 저희도 막 왔습니다”

 “어딥니까?”

 “저 하우스 중 3번째입니다”

 “여기 계세요”

 “그래도...”

 “여럿이면 혹시 다른 사람들 눈에 뛸 수 있습니다”

 “예...”

수효는 명국과 도끼가 동행하려는 것을 제지하고 혼자 고개를 올랐다.

명국은 수효의 실력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수효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또 실감했다.

수효는 종합컨설팅 애들에게 곽도술 애들이 오늘 쯤 접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되 사람을 붙이라고 지시했었다.

그리고 또 그들에게 위치추적 장치도 부착할 것을 지시했었다.

미행에 일가견이 있는 종환이를 붙였다.

일은 수효의 예측 그대로 되었다.

정확하게 오후 일곱 시 경 종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들이 덩치들 셋에게 잡혀가고 있음을 알렸다. 

보고를 받고 움직이는데 위치추적 장치가 그들의 이동경로를 그대로 전송해왔다.

수효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며 명국이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았다.

‘퍽’

 “누구야?”

 “어떤 놈이야?”

 “모르겠습니다”

수효가 안으로 걸린 하우스 샷슈 문을 발로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서 웅성거렸다.

밖은 비닐하우스지만 안에는 판넬로 만들어진 버젓한 창고였다.

창고 안에는 영어로 쓰여진 양주 박스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 안쪽에서 웅성거리던 놈 중 하나가 몽둥이를 들고 나왔다.

‘휙’

 ‘퍼억’

 “어억”

 ‘쿵’

 ‘와장창’

수효의 한 번 움직임에 여러 소리가 화음이 되어 터졌다.

“뭐야?

“어떤 놈이야?”

안에서 덩치 두 놈이 다시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오더니 무작정 휘둘렀다.

수효가 또 날았다. 

‘휙 휙’

 “어컥”

 “커헙”

 ‘쿠쿵 쿠쿵’

 ‘와장창’

더 시끄러운 소리가 났으나 안에서 더는 움직임이 없었다.

수효가 놈들이 나온 방으로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수효의 몸이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자 한 놈이 묵직하게 말했다.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이놈들이 죽는다”

한 놈이 시퍼런 칼을 파랗게 언 사내의 목에 대고 수효를 위협했다.

“칼 내려놓고 그 애 놔 줘라”

 “넌 누구냐?”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내 말 들어”

수효의 묵직한 말투에 놈이 고분고분 말했다.

“경찰이십니까?”

 “아니고...저승사자다”

수효의 말이 떨어지자 놈이 벌떡 일어났다.

“이런 씨팔놈이...”

그 기세에 놈에게 잡혀 칼날 아래 목을 내놓고 있던 사내가 쓰러졌다.

칼날이 목을 스친 듯 사내의 목에서 피가 흘렀다.

‘휙’

 ‘쨍그랑’

수효의 발차기 한 번에 칼이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칼을 떨어뜨린 놈이 몸을 바닥으로 잽싸게 굴리더니 일어서서 대련 폼을 잡았다.

자세를 보니 복싱을 했던 것 같았다.

수효가 뚜벅뚜벅 놈 앞으로 걸어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놈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휙’

 “커억”

가볍게 몸을 날린 수효가 한 손으로 놈의 목을 틀어쥐었다.

수효의 손아귀에서 놈의 얼굴이 파랗게 변색되었다.

그리고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커컥거렸다.

목을 놓아 준 수효가 손가락으로 놈의 인중을 쿡 쑤셨다.

“컥”

 ‘쿵. 철퍼덕’

놈이 짚단 무너지듯 몸을 바닥에 눕혔다.

놈을 버려 둔 수효가 목에서 피가 흐르는 사내의 상세를 살폈다.

상세는 중하지 않았다. 칼날에 목이 슬쩍 스친 정도였다.

사내의 겉옷을 위로 올리고 속내의의 아랫부분을 잡고 부욱 찢었다.

찢긴 속내의 부분을 사내의 목에 둘러 지혈을 시켰다.

“많이 맞았나?”

 “아닙니다”

 “그럼?”

 “비디오하고 오디오 파일 내 놓으라고...”

 “알았다. 수고했다.”

 “예”

잡혀 온 세 사내가 수효를 저승사자처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을 무시하고 수효가 전화기를 열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접니다”

 “...”

 “차 가지고 올라 오세요.”

전화가 끊긴 뒤 3분 쯤 후 명국이 도끼와 같이 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

“이 놈들 다 차에 실으세요”

 “예”

명국은 다시 한 번 수효의 얼굴을 바라봤다.

불과 5분 남짓이었다. 그런데 아무 소리 없이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깡패생활 중 이런 실력자는 본 적이 없다. 그가 경이롭게 보였다.

놀라고 있는 명국의 옆구리를 도끼가 살짝 찔렀다.

돌아 본 눈앞에 쓰러진 사내가 보였다.

하윤호였다. 저승사자 하윤호...곽도술의 오른팔...건달계의 전설 같은 남자.

그 하윤호가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있었다.

명국, 도끼, 종환의 눈 여섯 개가 한꺼번에 수효를 바라봤다.

“왜 그래요?”

 “아닙니다.”

 “말해 봐요”

 “저 친구...”

 “저 친구가 왜요?”

 “곽도술 오른팔입니다. 일대일에선 아직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는 전설적 파이터죠.”

 “그래서요?”

 “대표님이 대단하시다구요”

 “난 또...빨리 합시다.”

 “예”

명국과 일행은 쓰러진 덩치 셋을 종환이가 끌고 온 승합차에 실었다.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놈들은 차에 실릴 때까지 숨만 쉬고 있었다.

수효는 한 시간 정도만 기절할 정도로 놈들의 급소를 단 한 방씩 때렸다.

그래서 놈들은 수효의 창고에 도착하면 깨어날 것이다.

그 시간, 민기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로 도술과 계속 술잔을 주고받았다.

안주는 그런데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안주는 은주와 희수의 입술이나 젖꼭지를 빠는 것으로 대신했다.

열여덟이란 희수는 은주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민기의 행동을 다 받아줬다.

하지만 도술은 그 자리에서 은주의 옷을 벗기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때문에 민기도 희수의 몸이 궁금했지만 도술의 행동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급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그물 안으로 들어 온 고기였다.

도술의 지시를 받은 애들이 일을 마쳤다는 소식이 오면 희수와 함께 나가면 될 일이었다.

형수가 바람을 피우는 비디오와 녹음테입을 입수했다는 소식만 기다렸다.

그들이 그걸 가져오면 그걸 보면서 희수를 먹겠다는 생각도 했다.

술이 더 맛있었고 희수는 더 예뻐 보였다.

그 때 민기의 전화기가 울었다.

전화기 화면에 경미의 얼굴이 떴다.

술에 취한 민기가 화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

 “...”

 “네가 갖고 있다고?”

 “...”

 “근데 왜 이제야 전화해?”

 “...”

 “알았어. 어디야 지금”

 “...”

 “알았어...잠시만 거기서 기다려”

전화를 끊는 민기를 도술이 술취한 눈으로 바라봤다.

“곽 회장님...잠시 다녀와야겠는데요?”

 “왜?”

 “주비서가 그거 갖고 있답니다.”

 “그래? 그럼 괜히 우리 애들을 보냈구만?”

 “그러게요...제가 마음이 급해서...”

 “뭘...입수했으면 되었지”

 “죄송합니다. 금방 갔다가 오겠습니다”

 “그래요...여기 희수 기다리다가 동티날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동티 안 나게 빨리 오겠습니다”

민기가 서둘러 옷을 입자 도술이 은주를 보며 말했다.

“최 회장 술 많이 했다. 누구 운전할 애 없냐?”

 “있어요 오빠...최회장님 모시고 온 기사님 그대로 계세요”

 “그래? 그럼 되었구나”

잠시 후 은주의 부름을 받은 젊은 사내가 문밖에 섰다가 민기를 부축하고 사라졌다.

민기가 나가자 희수는 멍하니 앉아 술병만 바라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주란 것을 먹어보았다.

처음엔 독한 것 같았는데 마셔도 취기는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엔 독하다기보다 맛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혹시 타고난 술꾼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거기다 분위기에 취해 태어나서 이처럼 많은 키스를 해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 키스가 싫지 않았다. 이미 몸은 다 포기한 때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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