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29/42)

32부

일요일 아침이다. 

찬란한 아침을 맞은 미연은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다.

토요일에 수효씨가 집으로 온 것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행복하다.

보지는 아직도 얼얼하다. 

그 얼얼한 느낌에 손으로 만져봤다.

그리고 살짝 손가락을 구멍 안으로 넣어봤다.

손가락에 물컹한 느낌이 잡힌다. 

지난밤 주인의 암컷으로 마음껏 사랑을 받은 증표가 아직 질 안에 있다.

녹초가 되도록...아무 힘도 쓸 수 없도록..그의 밑에 깔려서 신음했다.

죽겠다는 하소연에 몸을 위로 올려주기는 하지만 위에서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보지 안을 꽉 채운 위대한 좃몽둥이가 들락거리는 위압감에 숨도 쉴 수 없었다.

거기다 몸이 흔들리면 출렁거리는 젖통을 쥔 주인님의 아귀힘도 엄청나다.

그래서 젖통은 출렁거리지도 못하고 손아귀에 잡혀 신음했다.

한 번 시작하면 보지, 입, 항문, 손까지 다 동원되는 것이 일상이다.

좃집, 미연은 좃집이란 말이 새삼 실감났다.

자신은 수효의 좃집이었다. 

보지 입 항문 손이 다 좃집이었다.

그런데 수효의 좃집인 것이 행복하다. 

이 행복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살며시 일어나 샤위를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바쁘게 움직였다.

좃집의 주인이신 사랑하는 님...

그 님이 깨기 전에 정성이 듬뿍 담긴 맛있는 아침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잠깐잠깐 방 안의 침대를 바라봤다.

혹여 어제 밤이 꿈은 아니었는지를 확인함이다.

그의 잠든 모습이 새삼 안쓰럽다.

고아원 생활이 몸에 밴 때문인지, 팔을 몸에 붙이고 ‘가지런한’모습으로 잔다.

넓은 침대에 큰 대자로 네 활개를 펴고 자도 누가 뭐랄 사람 없는데 그렇다.

그의 여자가 된 2년...

그 중 그가 실종된 1년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늠름해져서 나타났다.

생각도 자랐고 몸도 더 자랐다. 

구렛나룻을 길러서인지 열아홉으론 보이지 않았다.

무슨 공부를 했는지 생각도 언어도 행동도 40대처럼 했다.

그 때문에 그와 같이 있으면 그가 아직 약관도 안 된 사람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반면 자신보다 연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하대하고 그에게 존대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남편을 창졸간에 잃고...남자가 생각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인간으로만, 마른 가지에 마른 잎처럼 건조하게 살았었다.

뭔가 삶의 희망을 찾으려고 시도했던 장사 때문에 더욱 진창에 빠졌었다.

그 진창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자신도 남편이 간 길을 뒤따라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방울방울 볼을 타고 흘렀다

 그러나 수효를 만나고는 아니었다. 

특히 어제나 오늘 같은 날은 다른 세상으로 옮겨온 느낌이다.

사랑이 가득하고 행복이 넘쳐흐르는 세상으로 옮겨 온 신데렐라다.

압력밥솥이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주인님이 좋아하는 얼큰한 생선찌개도 끓였다. 

간을 보니 이제 제법 맛도 난다.

그동안 노력한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어제 미리 다져진 고기로 만든 동그랑땡도 굽고 계란말이도 했다.

특별히 제주산인 것을 몇 번씩 확인하고 산 갈치구이가 잘 익었다.

제주도 출신들에겐 고향맛으로 잊을 수 없다는 자리돔 젓갈도 준비했다.

만족한 표정으로 식단 준비를 마친 미연은 수효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갔다.

몸에는 어제 수효를 기다리며 입었던 얇은 속치마 한 장만 걸쳐져 있다.

그가 일어나서 안을 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젖통을 쥘 때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함이다.

침대에는 수효가 처음 그대로의 ‘가지런한’ 자세로 자고 있다.

새삼 또 그런 그의 모습이 안쓰럽다.

숨을 가다듬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살며시 침대 모서리에 앉아 수효의 어깨를 흔들었다.

“수효씨~~사랑하는 주인님”

작은 목소리로 불러 본 ‘사랑하는 주인님’이란 말이 새삼 몸을 뜨겁게 한다.

마음으로야 수차례 자신의 주인임을 고백했는데 소리 내서 그리 불러 본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 작은 터치에도 수효가 눈을 떴다. 

이런 것도 고아원에서 생긴 버릇이다.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누군가 깨울 때 단번에 번쩍 일어나야 했던 버릇...

눈을 뜬 수효가 자신을 깨운 상대가 미연인 것을 하고 빙긋이 웃었다.

그 다정한 미소에 미연은 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런데 수효가 미연의 팔을 잡아 당겨 자신의 가슴에 안았다.

미연은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 때문에 온 몸에 공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꼬였다.

얇은 속치마 한 장이 전부인 미연의 몸을 수효가 쓰다듬듯 만졌다.

미연은 그의 손길이 닿는데 마다 전류가 흐르고 몸은 자꾸 뒤틀렸다.

“아~잉~~아이잉~~그만 일어나셔야죠... 응~”

그 신음섞인 소리와 함께 미연의 겨드랑에 손을 넣은 수효가 자신의 배위로 미연을 올렸다.

그리곤 출렁거린 젖통을 잡아 쥐더니 고개를 들어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아~흐흐흡”

그의 강한 흡인력에 젖꼭지는 물론 젖통까지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그리고 두 손은 미연의 엉덩이를 감싸 쥐고 주물렀다.

후배위를 하면서 몇차례 그의 손바닥으로 얻어맞았던 엉덩이의 화끈거림이 다시 살아났다.

미연은 자연스럽게 엉덩이에 힘을 줬다. 

그러자 보지둔덕이 수효의 치골을 눌렀다.

자고 있던 수효의 좃몽둥이가 급격하게 힘을 받았다.

펄떡~펄떡~박동치며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얇은 속치마를 찢고 보지로 들어올 것 같았다.

수효가 손을 뻗어 미연의 손에 그 쇠기둥처럼 딱딱한 성기를 쥐어줬다.

“아잉...아앙..아흐응..여보...식사 하시고...아..잉”

 “난 이게 급한데?”

 “아이잉...여...보”

 “당신 보지가 밥을 달라는데?”

수효가 보지를 한 움큼 쥐면서 말했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이미 보지는 난리가 나 있다.

그의 뜨거운 좃몽둥이를 잡고 어쩔 줄 모르는 미연도 그 사실을 이미 안다.

미연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 보지에 좃을 박았던 것은 이제 일상이다.

아직 팔팔한 청춘인 수효는 아침에 더 빳빳하게 발기한다.

때문에 자신과 밤을 새면 의례 눈을 뜸과 동시에 바로 보지를 먹었다.

보지도 그것을 좋아했다. 

보지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아침도 좃을 손에 쥐면서 몸에 흥분의 불길이 당겨졌다.

수효가 원피스를 쓸어 올려 물에 흠뻑 젖은 보지를 만지더니 손가락으로 음핵을 문질렀다.

“어흑~~”

손가락 두 개가 흥건하게 적셔진 보지 안으로 들어가 위 아래로 오르내렸다.

“아흐흐~아흑~~”

그 신음소리를 신호로 수효는 미연을 밑으로 뉘인 뒤 입을 맞췄다. 

누우면서 바로 본 그 멋진 미소 때문에 미연은 그냥 녹아내렸다.

“미연아...”

 “네에~수효씨~~”

 “사랑해~~”

 “허흑~~네에....사랑해요~~”

대답을 하면서 미연의 몸이 움찔 거렸다.

이는 수효의 입에서 다시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말 한마디와 손길에 몸에 전기 스파크를 맞은 듯 튀어오르는 움찔거림이었다.

그 움찔거림을 신호로 수효의 좃이 순식간에 미연의 보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얇은 속치마는 어느샌지 돌돌말려 허리에 감겨있었다.

“아흑~~아하학~~”

미연의 벌벌벌 떨리는 몸이 수효의 밑에 깔려 다급한 신음성을 발했다.

거대한 좃에 관통당한 미연은 천상 수효의 암컷에 불과했다.

수효가 운동을 시작했다.

‘쑤욱 쑤욱’

 ‘철벅철벅’

 ‘쑥쑥~쑥쑥쑥’

 ‘촤악 촤악’

 ‘퍼억 퍼억’

좃이 보지를 드나드는 소리와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빠르고 커졌다.

붓기가 있어 조금 거슬리던 보지는 어느새 매끄러운 윤활유를 내뿜으며 좃을 반겼다.

이제 수효의 좃을 미연의 보지가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미연의 엉덩이는 위로 치켜 올려졌다. 

그럴 때 마다 수효의 좃이 보지 벽의 미세한 감각들을 깨웠다.

“아흑~아흑~아흐으으흡~~어떻게~~어흑~~”

 “좋아?”

 “네에~~미치겠어요~~아...앙 어떻하면 좋아요?”

 “뭘~어떻게”

 “아흐흑~~아하하앙~~이러다...이러다...아흑”

 “이러다 뭐?”

 “어흐흑~~나 미치면 어떻해요?~~아흐흑~~흐흐흑~아~~”

미연의 하소연에 아랑곳없이 수효의 좃은 더 힘을 냈다.

그러자 수효의 치골과 미연의 돌출된 음핵이 부딪치며 쾌감도를 최고도로 높였다.

미연은 먹먹한 아림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게 하는 쾌감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그 쾌감이 반복 될수록 점점 깊은 황홀경으로 빠져 허우적댔다.

“어헝~~아아학~~여보~~여보~~”

 “그래~~헉헉~~미연이 여보 여기 있어”

 “아하아앙~~하학!~~다...당신~~나만 사랑할 거죠?”

미연은 욕심을 냈다.

안 되는 줄 알지만 이 시간만은 온전히 자신의 주인으로만 남기고 싶었다.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

아닐지라도 그렇다는 대답을 지금은 듣고 싶었다.

“그래...당신만 사랑할께”

 “아!!!아앙~아흐아흐흐허엉”

미연의 입에서 커다란 울음이 터졌다.

감격의 울음이었다.

자신의 생각에 동조해 준 수효의 배려가 온 몸의 세포를 다 감격하게 했다.

“아아앙~~~여보~~사랑해~~~사랑해요~~여보~~~사랑해요”

 “그래...사랑해...마음껏 사랑해...당신 남편인데...뭐”

 “아아앙...그래요. 아아흑~~미연이~~남...편요~~~흐흐흑~~아흑~~어어어엉”

미연은 울면서 놀랐다.

남편, 남편... 남편...

너무나 흔한 말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는 성인이 되면 결혼하여 남편이 된다.

대부분의 여자는 역시 성인이 되면 마누라가 되어 남편이 생긴다.

그래서 조금 나이든 여자들의 대화에는 남편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미연에게 남편이란 단어는 언제부턴지 생소한 단어가 되었다.

친구들도 친척들도 미연이 있는 곳에선 남편이란 말을 잘 쓰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금기시 된 단어였다. 

그게 어느덧 내적으로 고착화 되다 보니 미연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수효가 남편이라고 말했다.

미연 자신도 ‘미연이 남편’이라고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말을 한 다음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미연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똑바로 뜨고 수효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쳐다봤다.

수효의 그 근사한 웃음이 미연의 눈을 받았다. 

그러면서 하체운동은 더 격렬해졌다.

보지에 압력이 더 강해졌다.

“아으흥~여...보.. 잠깐만~잠깐만요”

미연이 다급하게 수효의 행동을 제지했다.

가슴이 터지도록 벅찬 기운이 왔는데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왜??”

미연의 다급한 외침에 수효가 운동을 멈추며 말했다.

미연은 그런 수효의 상체를 끌어 안으며 울먹거리는 소리로 물었다.

“미연이 남편요?”

 “그래...미연이 남편...”

 “당신이...내 남편?”

 “그럼 아냐?”

 ‘아....내 남편이란다. 이 분이 미연이 남편이란다. 남편..남편’

미연의 몸이 심하게 움찔대며 수효의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맞아요...남편...당신은 미연이 남편...”

고백은 몸을 자유롭게 한다.

그의 가슴에 고개를 더 묻어 버렸다.

“흐흑~~허어어엉”

눈물을 어떻게든 참으려 했지만 결국 통곡이 터졌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손을 얼굴로 가져가 입을 틀어막으며 울었다.

터진 울음을 정리하도록 수효가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 와중에 수효의 좃이 보지에서 빠져 나왔다.

수효가 미연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울지 마...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수효는 눈물이 흐르는 미연의 눈을 자신의 입술로 닦아줬다.

“당신은 내가 지켜야 할 ‘첫사랑’이야”

 “첫사랑?”

 “그래...첫사랑...”

 “정말이예요?”

 “응..."

미연은 감격했다.

그에겐 여자가 많다.

자기를 낳아 준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여자로 취했다.

자기를 키워 준 고아원 원장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여자로 취했다.

자기를 가르친 선생님을 여자로 안아서 취했다.

자기의 육친으론 할머니인데 지금도 여자로 안고 산다.

그리고도 미연이 자신 때문에 만났던 여자들...

지원 주희 명희...

그런 그가 지금 자기 위에서 ‘첫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여자들과는 사랑 없는 섹스만 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효에게 여자는 미연 자신 하나고 나머진 그냥 암컷이란 얘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미연의 귀에 다시 수효의 말이 들렸다.

“있었지...희수라고...”

 “???”

 “나보다 한 살 어린 여자 애야..."

갑자기 섹스가 대화롷 흘렀다.

 "이쁘게 생겼어. 나를 많이 따랐지."

 "그런데요?"

 "근데 그 아이가 고아원 애라는 것 때문에...."

 "잘못되었어요?"

 "학교에서 껄렁껄렁한 애들이나 주변 깡패새끼들까지 희수를 그냥두려하지 않았어."

 "아!~"

 "난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요?"

 "내 눈에 걸리는 놈마다 다 어디 한군데씩 망가지도록 패 주었어."

 "!!!"

 "그래서 경찰서 신세도 자주졌어”

 “아!!!”

 “그런데 경찰서에 가면 어찌되는지 알아?”

 “어찌되는데요?”

 “나만 나쁜 놈이야. 온전히 나만 나쁜 놈이고 그놈들은 피해자야”

 “세상에!!”

 “원장도...효정샘도...고아원에 무슨 돈이 있어서 돈으로 합의해? 맨날 비는 것이 일이지..."

 "흐흐흑"

 "그럼 그놈들 부모라는 작자들은 더 기고만장이야."

 "허어엉"

 "고아원에서 애들 관리 잘 하라고 훈계조로 말해."

 "나쁜 사람들...."

 "난 그게 더 싫었어.”

 “....”

 “언제부턴지 내 몸에 변화가 있었어."

 "...."

 "원장이 나를 보면 안절부절..."

 "아!"

 "결국 내 여자가 되었지. 강수영이 그랬고 효정이도 예외가 아니었어."

 "그...그래요"

 "나를 가장 염려한 효정이 나를 재빨리 피신시킨 거지..."

 "으으으음"

 "자기 엄마가 나한테 당하더라도 날 감옥으로 보내진 않을 거란 생각이었나 봐.”

 “....”

 “효정이 생각대로 되었어...근데...그런 행동을 한 다음 나는 어땠겠어?”

 “???”

 “사랑? 개나 물어가면 그만이지...사랑이 어디있어? 죄의식만 있지”

 “아...아!!”

 “내게 섹스는 언제나 죄의식만 주었어.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아...네에”

 “당신과의 첫 섹스...왠일인지 죄의식이 없었어."

 "저도 좋기만 했어요"

 "어쩌면 강간 비슷한 거였는데...당신은 내게 순종적이었어."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내 눈에서 나온 최면에 취했으니까..."

 "네에"

 "그래도 그 순종이 자연스러웠어."

 "저두요"

 " 내가 당신과 종국씨를 도운 것...죄의식 없는 섹스를 통한 사랑나눔이랄까? 그런 거였을 거야”

 “그래요...그랬군요”

 “그런데 내 존재가 지원일 통해서 드러났어"

 "...."

 "내가 가장 죄의식을 느끼는 정숙이 나를 찾아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견딜 수 없었어."

 "그...래서..."

 "그래서 도망쳤어. 어쩌면 그 도망은 내 운명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도망이었지”

 “...”

 “무작정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

 "나빠요"

 "특히 여자가 없는 세상으로..."

 "당신..."

 "강원도 산골로 가려했는데 나도 모르게 지리산으로 발길이 갔어."

 "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아닌 험한 골짜기, 능선 이런 곳으로만 다녔지."

 "네에"

 " 그러다 내가 새로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해 준 어른을 만났어”

 “아!!!”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분이었는데...한 눈에 내 번민을 알아보더군”

 “어떻게요?”

 “근친상간으로 괴로워하지 말래”

 “아!”

 “자기도 그랬대. 운명적으로 누이와 교접을 했는데 그걸 어머니께 들키고..."

 "세상에"

 "이를 무마하려고 어머니를 범하고..."

 "???"

 "죄의식으로 집을 나와버렸는데 나중에 누이도 엄마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데."

 "아..아!!!"

 "그래서 아무도 시체를 찾을 수 없는 자살을 하려고 지리산으로 왔데"

 "그래서요?"

 "그 지리산에 잠든 수많은 영령들이 자신에게 오더래."

 "혼이?"

 "그랬다는 거야. 그러면서 죽지 말고 세상에 빚을 갚으라고 했대."

 "혼이 말을 해요?"

 "그래...그리고 그 빚을 갚을 사람이 나란 거야."

 "세상에..."

 "내게 모든 것을 전할 것이므로 그 힘으로 두 사람에게 지워진 운명의 끈을 끓으라는 거야"

 "아!!"

 "그리고는 믿겨 지면 당분간 같이 살자는 거야”

 “그래서요?”

 “한 눈에 내 번민을 알아 본 어른의 말이라서 따르기로 했지. "

 "그래서 거기서 살았어요?"

 "응 거기서 난 그분을 통해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었어."

 "어떤?"

 "난 별종이었어. 근친간 교접으로 태어났더라도 이런 별종은 없었어."

 "???"

 "근친교접으로 임신된 아이들 중에 상당부분..."

 "???"

 "뇌에 이상이 있는 장애아가 태어난다는 설은 있는데 난 그 반대의 경우가 된 거지.”

 “반대의 경우요?”

 “그래...지적장애의 반대가 뭐야?”

 “천재? 영재?”

 “그런 말도 되겠네." 

 "아!"

 "암튼...난 그분 말대로라면 지구상에 단 한 명이 있는 별종이야."

 "지구상에 단 하나 있는 천재요?"

 "글세... 어떻든 그분은 그걸 내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어"

 "아...네에"

 "자신이 평생 공부한 무예, 미래를 보는 예지력, 관상법, 뭐 잡다한 지식들을 기록한 기록물..."

 "세상에..."

 "그리고 소지한 책들을 다 넘겼어. 그걸 습득하는 시간을 보자는 거야”

 “그랬군요”

 “석 달이 안 걸렸어. 천자문같은 한자 책은 사흘 걸리더군."

 "천재네"

 " 중학교 때 느꼈는데 영어교과서 한 번만 보면 다 외워지는 거..."

 "네에"

 "그래서 검정고시 학원에서 다들 놀랬는데..."

 "...."

 "그분이 갖고 있던 영어로 된 시사잡지들도 그랬어"

 "어떻게요?"

 " 한 번 읽으면 모르는 단어들 때문에 이해가 안 되더니 두 번 읽으면 다 이해 돼."

 "와아!!"

 " 그 단어들이 내 머리 속에서 스스로 해독된 거야. 우습지? 나도 안 믿겨”

 “아니에요 믿어요”

 “딱 100일이었어."

 "아항"

 " 그분...날 만난 지 100일 만에 죽었어."

 "네에"

 " 그분 뜻대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묻어주고..."

 "그냥?"

 "그래도 되었어."

 "그래도..."

 " 이미 오래 전에 행불처리되어 사망한 사람이므로 흔적도 없이 묻어주는 것이 도리였지."

 "아하"

 " 그분이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 그리고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전국일주를 했지.”

 “아!!”

 “백두대간을 능선만으로 강원도 고성까지 올라갔어"

 "혼자서?"

 "응. 거기서 해안선만 타고 포항까지 갔다가. 포항에서 대구 광주를 거쳐 목포까지 횡단..."

 "세상에"

 "목포에서 인천까지...인천에서 통일각까지...”

 “그랬군요”

 “재미있어?”

 “네”

 “그래서 다시 통일각을 시작으로 산길로만 전국일주를 했어"

 "아아!!!:"

 "포천 연천 철원 양구 춘천 원주 제천 충주 안동 봉화 영덕 강구항까지 갔어."

 "도보로 걸어서요?"

 "그렇지. 그리고 강구에서 다시 영주 상주 구미 추풍령 영동을 넘었어"

 "세상에나...혼자서?"

 "그렇다니까.. 청양 공주 부여로 해서 서상 태안까지..."

 "...."

태안에서 다시 해안선으로만 목포까지 갔다가 해남 땅 끝에 들렀어"

 "아아!!"

 "그리고 거기에 ‘별종 땅 끝에 오다’라는 메모를 남김으로 도장을 찍었어”

 “와아!!”

 “땅 끝에서 다시 시작하여 남해안 해안선을 타고 여수 남해 마산 부산 울산을 거쳐 포항까지..."

 "...."

 "이렇게 돌고 보니 도보로 거의 전국을 일주했더군..."

 "대단해요"

 "한 6개월이 걸렸는데..."

 "그거두 모르고 우린..."

 "가는 곳마다 배고프면 한 사나흘 농촌에서 일을 거들고..."

 "아하"

 "품삯이라고 주면 그걸로 또 신발도 사고 옷도 사고...돈 걱정 없었어."

 "너무했어요"

 " 어느 집에선 애들 가르치다가 잡힐뻔 했어. 애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호오"

 "암튼 그렇게 다 돌고 제주도로 갔지.”

 “그 고아원?”

 “아냐 고아원엔 안 갔어..."

 "그럼?"

 "내가 나서 자란 땅 모두를 알고 싶었어. 제주 올래길이란 곳은 다 다녔어."

 "아!!"

 " 한라산 정상도 오르고...그렇게 보낸 세월이 한 1년이지”

 “그래요. 그랬군요”

 “그리고 느꼈어...당신을 다시 만난 뒤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는 것을...”

 “...”

 “그러니 당신이 내 첫사랑이지”

 “아!!!~~여보~~흐흐흑~~사랑해요”

미연은 그의 고백을 들으며 또 눈물이 났다.

눈물을 머금은 채 그의 입술을 찾아 깊은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채근하듯 말했다.

“여보...나 사랑받고 싶어요”

그 말과 동시에 스스로 그의 무기를 잡았다.

얘기 도중 잠시 식었던 몽둥이가 다시 불타올랐다.

그걸 입에 물었다.

입이 찢어질 것 같은 충만감이었으나 힘을 내서 쪽쪽 빨았다.

금방 커졌다. 

미연은 스스로 그의 위로 올라가서 가랑이를 벌리고 좃을 구멍에 맞췄다.

그리고는 몸을 내렸다.

보지 안으로 빡빡한 좃이 파고들었다.

“아~하~~~여보~~~”

 “미연아...첫사랑이라고 말하고 나니 더 예뻐 보이네?”

 “고마워요~~수효씨~~'

“고맙긴~정말 예뻐~~”

 “아~흐흑~~여보~~나도 당신에게 할말 있어요~~아~하~하~~”

 “무슨 말?”

 “여보~~~아으으응”

 “응?”

 “내 남편 맞죠?”

 “그래...남편...남편이지”

 “아하~~여보~~저도 당신 아내 될께요~~당신만 사랑하는...아하학~~아~~~”

 “그래...면사포 이런 거...그냥 형식이지...”

 “그래요~~~여보...아흐흐흑..당신,,,애...애 낳고 싶어요“

 “그래 낳자...”

그 말에 미연은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뒤틀렸다.

수효가 애를 낳자는 말에 몸이 벌벌 떨렸다.  

“들어 와”

 “네”

간부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 온 최민기가 주경미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경미는 비서실장 겸 기획실장을 겸하고 있는 최민기의 오래 된 내연의 여자다.

민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경미가 발딱 일어나서 회장실 방문을 먼저 열었다. 

민기는 경미가 문을 열자 안으로 들어갔다. 

경미가 뒤따라오더니 민기의 윗도리를 냉큼 벗겨 옷걸이에 걸었다.

“앉아“

 “네”

책상으로 가지 않고 응접소파의 상석에 앉은 민기가 경미를 향해 말했다. 

경미가 민기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중요한 사안이란 게 뭐야?”

 “애들이 한 건 한 것 같은데요?”

 “누구? 종합컨설팅인가 한다는 애들?”

 “네”

 “뭔데?”

 “채 교수님께 남자가 있는 것 같애요”

 “그래?”

민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실상 지금 민기는 사면초가다.

청진동을 중심으로 한 도심재개발시행권을 갖고 있음에도 시행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거기다 내곡동 가구단지 재개발은 좌초위기에 빠져있다. 

급격하게 식은 부동산 경기도 원인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투자한 자신의 실책이 더 큰 원인이다. 

민기는 그러나 대형 실책으로 이어진 욕심이 순전히 자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나 형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더 크다.

언제나 무시하는 아버지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 강박관념.

형을 뛰어넘겠다는 조급증... 이 두 가지가 실체적 이유다. 

거기다 첩의자식이란 이유로 아내에게도 무시를 당하고 장인의 배경도 이용할 수 있는 억울함..

이런 복합적인 것들이 작용했기 때문에 그 실책성 과다투자를 과다투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이 두 건의 개발성공은 개발시행업계 5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형 호재였다. 

프라임이란 회사는 20여 년 전에 이름도 없던 작은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강변역 부근 쓰레기 하치장에다 대형 전자상가를 세우는 개발권을 성공시켰다.

이 성공으로 프라임은 중형그룹으로 성장했다.

물론 지금 그 백모 회장도 난관에 봉착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계획대로 청진동과 내곡동 개발만 성공한다면 자신에게 난관은 없다고 자신했다.

그 백모회장이 겪는 어려움은 절대로 겪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백 회장은 지금도 단기필마지만 자신은 아버지라는 대형 백그라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란 대형 백그라운드... 

거기에 비록 배는 다르지만 같은 혈육임을 부정할 수 없는 여당의 실세 초선의원인 형...

정부 관료들...장관들이나 현 대통령도 무시하지 못하는 영향력을 가진 장인.

이들은 지금 자신을 무시하지만 그 같은 대형개발을 성공시키면 달라질 것이다.

지금 같은 무시는 당하지 않을 것만 아니라 신임이 두터워질 것이다.

그리고 단단하고 멋진 백그라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민기는 이런 계산으로 아버지와 형, 그리고 아내와 장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그 같은 무리를 저질렀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이만큼 사업을 키우는데 아버지의 도움을 안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을 지원할 때마다 아버지는 주식을 담보로 잡았다. 

어디로 가는 주식이 아니라며 그거라도 맡기라고 했다. 

‘첩의 자식’이란 딱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기는 그게 더 참을 수 없었다. 

스스로 성공하여 콧대를 꺾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난파 직전이다. 

아버지로부터 금전적 도움만 필요한 게 아니다. 

현역 여당 의원인 형의 정치적 도움도 절실하다.

더 크게는 장인의 도움이 더 절실하다. 

그런데 장인은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도와줄 것이다.

이처럼 어떻든 그들은 현재 더 도와 줄 생각이 없다. 

아니 아예 발을 담글 생각도 없다. 

어찌 보면 망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저들의 약점을 잡는 것이었다. 

그 약점을 이용, 자신이 공세의 키를 잡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는 민기와 경미가 동시에 생각한 것이다. 

아니 경미가 더 앞장섰다. 

주경미...야무지고 당돌한 여자다. 욕심도 있고 야망도 있다.

몸을 민기에게 내던지고 신임을 얻었지만 시시한 남자 열을 당할 실력이 있다.

내연관계라서 기획실장 비서실장을 겸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으로 당당하게 경쟁자들보다 앞서갔다.

때문에 회사의 누구도 경미의 위상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강요로 맺어진 차윤아와의 결혼...

그렇지만 그 결혼은 초장부터 삐걱거렸다.

차윤아는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 총장 경력으로 총리까지 지낸 원로다.

최병걸은 차윤아 아버지에게 민기의 실상을 숨겼다.

그런데 결혼 후 윤아가 우연하게 민기가 첩의자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은연 중 무시하는 윤아로 인해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처가의 눈초리도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음을 민기는 피부로 알았다.

더구나 윤아의 태도가 자기 부모보다 더했다.

아예 무시하기 일쑤였고 부부싸움 중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둘은 이혼은 할 수 없었다.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음이었고 양가는 이혼이 가문의 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 틈을 경미는 노골적으로 이용하며 접근했다.

술친구도 되어줬고 상담 대상도 되어줬다.

그런 시간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섞었다.

차윤아와의 부부생활은 말 그대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 이상은 없다.

그 빈자리를 경미가 채워줬다. 

잠자리의 경미는 능동적이고 열정적이다.

섹스가 강하지 않은 민기였으나 경미의 자연스런 리드로 매번 섹스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차윤아에겐 기대할 수도 없었고 윤아 스스로도 기계적 섹스밖에 몰랐다.

당연히 경미와의 잠자리가 윤아와의 잠자리보다 잦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제반 문제, 개인의 제반 문제는 경미 차지가 되었다.

이런 문제에도 경미는 민기가 흡족하도록 일을 처리해냈다.

아이들 유학문제도, 유학간 아이들 관리도 사실상 경미 몫이 되었다.

경미의 그 같은 능동적 활동은 아이들에게 민기의 위상이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

지금 회사가 처한 난관을 헤쳐 나가는 문제도 경미가 최 일선에서 뛰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최민수와 승화대학 채수연 교수의 뒷조사도 그 일환이다.

주식 담보 없이 아버지를 움직이고 형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약점을 잡는 것...

경미는 이를 제안하고 시행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경미는 무슨 종합컨설팅 센터라는 회사이름을 가진 애들을 소개했다. 

이름은 종합컨설팅이라고 붙였으나 뒷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심부름센터다.

이들을 경미가 직접 고르고 섭외한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는 경미가 내고 일은 용역회사 사장이라는 깡패 두목이 했다. 

어차피 남의 뒷조사를 하는 치들도 깡패 출신이거나 양아치 애들이다. 

이런 치들을 장악하는 것은 진짜 깡패들이다. 

민기의 회사는 깡패들과 불가분의 관계다.

재개발은 철거를 동반하는데 철거는 순리란 것이 없다.

언젠가는 강제라는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허가관청은 민원 때문에라도 직접 철거에 나서지 않는다.

법원의 퇴거명령이 수십 번 떨어져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은 결국 시행사 몫이다.

민기 회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청진동도 내곡동도 세입자와 그들을 이용하여 한 건 챙기려는 흡혈귀들이 있다,

순수한 세입자들은 거의 자진 퇴거를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남은 이들 중 이주비로 방 한 칸 얻을 수 없는 선의의 피해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이용한 흡혈귀들이 더 문제다.

토목회사는 이들이 완전 퇴거하기 전에는 장비를 넣지 않는다.

결국 조합과 모든 협의가 끝나서 공사에 착수하게 될 시점이면 용역의 힘이 필요하다.

민기가 가진 청진동과 내곡동 개발권은 철거 이권이 큰 건이다.

그래서 이를 책임진 용역회사 대표 곽도술은 대한민국 깡패세계의 족보가 빵빵하다. 

곽도술은 깡패들 세계에서 누구도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는 실력과 조직을 갖췄다. 

10대 때부터 깡패로 잔뼈가 굵어진 곽도술은 징역 경력도 화려하다.

이 곽도술이 자기 힘으로 대항마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최민기와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형과 형수의 뒷조사를 맡긴 종합컨설팅 애들은 바로 곽도술이 천거한 애들이다. 

그런데 그 놈들이 제대로 한 건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민기는 경미의 그 보고에 활짝 웃으며 눈을 크게 떴다.

“꼬리를 잡았다는 거야?”

 “예”

 “증거가 있어?”

 “예, 같이 차타는 사진...모텔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가는 사진, 모텔에서 나오는 사진...”

 “후후후...드디어...”

 “어떻게 할까요?”

 “남자의 신분은?”

 “학생 같다는데요?”

 “더구나?”

 “예...”

 “아직 결정적 증거는 없잖어?”

 “만들면 되죠”

 “어떻게?”

 “남자 애 잡아다가 족쳐서 그 애 입으로 증언하게 하고 녹취하면...”

 “집도 알아둔 거야?”

 “그렇대요”

 “으음...그래...곽회장 신세 한 번 질까?”

 “신세가 아니죠”

 “???”

 “곽회장도 지금 급해요”

 “그렇지”

 “일이 빨리 진척되어야 철거 들어가고.. 그래야 돈도 받을 수 있고...거기다 철근 알미늄 폐기물 등 짭짤한 수입도 나오는데 지금 저러고 있으니 얼마나 급하겠어요?”

 “그래...하여튼 영감탱이...그 생각만 하면 골이 터져”

민기는 속이 타는지 탁자위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경미가 재빨리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여 줬다.

이도 차윤아와 다르다. 윤아는 담배 냄새라면 질색이다. 같은 침대에서 자려면 양치는 필수다.

하지만 경미는 민기가 하는 것에 언제나 오케이다. 경미와 있으면 심신이 편안하다.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 민기를 보고 경미가 물었다.

“얼마 요구했어요?”

 “알잖아? 최소 천억이야. 일단 급한 게 백억이고”

 “눈도 깜빡 안 해요?”

 “말도 못 꺼내지...”

 “백억은 청담동에서 해 준대요?”

 “아냐...”

 “그럼 결국 이게 마지막 카드네요?”

 “그렇지...애들 엄마가 바람이라도 피면 또 모를까...”

 “사모님 쪽도 계속 감시해야죠”

 “그래...어쩌면 그게 더 쉬워”

 “...”

민기는 다시 담배연기를 깊게 흡입한 뒤 길게 뱉어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내 뱉었다.

“사실...우리 장인...차 총리 인맥...그 양반 힘이면 천억도 필요 없지. 삼숑이나 횬대급 대형사들이 지급보증만 하면 지금이라도 공사 착수할 수 있거든. 그런 회사들이라면 분양도 실패할 개연성 적고...”

민기의 말이 끝나자 다시 경미가 현실적인 말을 했다.

“오늘 회의는 어땠어요?”

 “말 마...답이 없어”

 “그럴 거예요. 간부들이 무슨 힘이 있어요?”

 “그래...분양가 파격적으로 내려 이익 제로화라도 자기자본 최소 천억을 투입해야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어?”

민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경미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저러나 큰일이예요”

 “왜?”

 “이번 달 돌아 올 어음이 백억대예요”

 “예비 잔고는?”

 “10억도 안 되죠”

 “은행은 씨도 안 먹히지?”

 “알잖어요?”

 “그래...길은 청담동 한 곳이야. 견질 좀 더 제시하고 대쉬해 봐야지”

 “그래요.”

그리고는 다시 민기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빨라야 돼."

 "예"

 "이번 주 중으로 컨설팅 애들이 결정적 장면 사진으로 찍거나 몰카라도 성공시키지 않는 한 곽회장에게 그놈 잡아서 불게 하라고 해. 그거가지고 형 이용해서 아버지에게 우선 몇백억이라도 받아내야 하거든"

 "왜 저번에 형님 관련된 자료 있는데 그거 안 써요?"

 "형 그런 거 아버지도 알 거야. 아니 이미 알아..."

 "그래요?"

 "그래서 지금까지 준비한 형 관련 자료에다 형수 것도 있다면?"

 "..."

 "형도 자기 마누라도 딴짓하는 거 아버지가 알면 어찌 되겠어?"

 "챙피하고 다급하겠죠"

 "거기다 내가 혈육이란 정 때문에 최소한의 양심 지켜서 당신 비리 언론에 뿌리지 않았다는 언질...그게 무기지” 

 “그래요...그럴 거예요”

결심을 굳힌 민기가 회의자료가 있는 서류철을 들고 일어선 뒤 책상으로 가서 앉으며 말했다.

“나가 봐. 그리고...저녁에 집으로 갈게”

 “네...술 조금만 먹구요”

 “알았어..오늘 골프 잘 맞으면 선물 두둑히 가져가지.”

 “잃지나 말아요”

 “오늘은 호구들이야”

 “호호호” 

민기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조금 전 간부회의 석상에서 자신을 추궁하는 것 같은 간부들의 발언으로 상한 심기가 치유되는 것 같았다.

이 기분이면 오늘 골프장에서 천만 원 이라도 딸 것 같았다.

그거라면 오늘 밤 경미에게서 천상의 서비스라도 나올 것 같았다.

요즘 모든 일이 꼬여서 좃도 제대로 서지 않아 경미에게 체면이 서지 않고 있었다.

같은 시간 명국은 도끼와 함께 민기를 만나고 온 센터 애들을 만나고 있엇다.

“그래...사진은 전했어?”

 “네”

 “뭐라 그래?”

 “그분의 신분을 물었습니다”

 “그래서?”

 “학생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

 “거주지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알려줬나?”

 “네”

 “으으음”

명국이 생각에 잠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수순을 어찌해야 하는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자기 같으면 그냥 이놈들에게 빼앗은 사진 증거 인멸하고 없던 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효는 그대로 다 전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면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은 알려주지도 않았다.

놈들의 일을 조사하면서 도끼가 알아 본 바에 의하면 최민기는 곽도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곽도술...김명국으로선 감히 넘을 생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산이다.

김태촌 조양은 이동재 이후 수도권에서 곽도술을 넘을 수 있는 깡패는 없다.

부산의 이강환이나 전주의 용팔이 김용남도 곽도술은 넘으려 하지 않았다.

곽도술은 용역회사를 차린 뒤 규모를 키워 전국의 대형재개발 철거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이나 검찰의 손을 타지 않는다.

관리와 분배를 잘해 내부 암투가 없고, 자기 몫에서 돈질도 잘해 검경도 우호적이다.

이런 곽도술을 움직인다면 최민기도 보통은 아니다.

이들에 비하면 명국 자신은 초라하다 못해 한심하다.

진짜 믿을 놈은 도끼 하나다. 

명국은 골이 아파왔다,. 그런데 침묵을 깨고 한 놈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요...”

 “???”

명국이 입술을 깨문 채로 놈을 바라봤다.

“최 회장...그 비서실장인 여자 말입니다”

 “응..그려”

 “아무래도 최 회장 여자 같습니다”

 “어째서?”

 “6개월 동안 내내 지켜봤는데요...”

 “응”

 “매번 모든 보고서를 그 여자가 먼저 봤습니다”

 “그게 어때서? 비서실장인데...”

 “그래도 이상합니다. 직접 모든 일을 결정하고 지시합니다”

 “매번?”

 “그렇습니다. 비서실장이라면 서류를 봤더라도 보고하고 그 후 지시를 받아서 우리에게 다음 행동을 시켜야 하는데...언제든 즉석에서 다음 지시를 내립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네”

명국은 해결책이 번뜩였다. 여자라면 수효다.

“도끼야”

 “예 형님”

 “종환이는 아무 소식 없냐?”

 “아직은...”

 “그래...종환이 말고...한 놈 더 붙여서 야들이 말한 여자 따라붙으라고 해”

 “예 형님”

 “그리고 니들...”

 “예”

 “갈 때 도끼 따라가서 붙여 준 애에게 그 여자가 누군지 알려 줘”

 “예”

 “그리고...”

 “예”

 “곽회장님 요즘 어떠시더냐?”

 “예?”

 “다 알아 임마”

 “저희들은 모릅니다”

 “몰라?”

 “예...그냥 그 회사 직원들이 와서 저희들에게 승화 최회장께서 지시하신 일 잘 하라는 말만 처음에 하셨을 뿐입니다. 아직 한 번도 곽회장님 만난 일 없습니다”

 “그래?...알았다. 그럼 그냥 지금대로 니들 일이나 잘 해라”

 “예”

 “나가 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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