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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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국이 지시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 또 다른 한 사람 주희는 마음이 매우 바빴다.

그의 전화가 왔을 때 마침 일 때문에 조영수 변호사와 같이 있었다.

한 때 몸을 섞었던 애인이었지만 수효를 주인으로 모신 뒤 그와는 간단하게 결별했다.

그 후 조변이 좀 성가시게 굴었으나 주희는 딱 잘랐다. 조변도 더 어쩌지 못했다. 

법조계는 좁은 바닥이다. 소문 한 번 잘못으로 인생 조진다.

유부남인 자신이 유부녀인 박주희에게 껄떡거린 것으로 소문이라도 나면 수습불능이다.

대학은 다르지만 연수원은 박주희나 그 남편인 박지석 변호사가 선배다.

선배인 여자 변호사, 거기다 선배 부인...이런 관계인 여자와스캔들이다. 

얼마 전 부산의 모 변호사가 후배인 검사에게 고가의 시계와 밴츠까지 선물로 주었던 스캔들이 공개되었다.

여자 검사는 뇌물죄로 기소되었고 모가지도 짤렸다.

변호사는 변협에서 업무정지를 먹고 거의 매장되다시피 했다.

만약 자신이 껄떡거렸던 것으로라도 알려진다면...그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다.

조영수는 주희가 새로 만난 애인에 대한 궁금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포기했다.

주희는 조영수의 그런 쿨함 때문에 연결된 일은 계속했다.

조영수의 전문분야가 이혼 전문인데 이혼 관련은 재산문제가 가장 핫이슈다.

때문에 조영수와 주희는 콤비플레이가 필요했다.

둘은 그 콤비플레이가 잘 맞았다. 때문에 양측 다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조영수와 일거리를 놓고 토론 중인데 수효의 전화가 왔다.

수효는 전화를 걸고 한 번에 받지 않으면 또 걸지 않는다.

그래서 재판 중이라도 전화기는 비서에게 보관시키면서 수효 전화만은 놓치지 않도록 한다.

한 번 삐끗하면 그가 전화를 다시 하기 전에는 연결할 수 없다.

자신은 이미 그에게 종속된 여자다.

그에게 뒷치기를 당하면서 얻어맞을 때 느끼는 기쁨은 지금까지 얻은 어떤 기쁨보다 크다.

자신의 변화를 이미 남편 박지석도 눈치로 알고 있다.

하지만 주희의 재산, 배경 등 때문에 어쩌지 못한다.

또 자기도 섹스파트너를 두고 이중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주희만 추궁할 수 없다.

주희는 그런 남편의 상황이 지금 자신에겐 더 좋다.

어떤 방식이든 수효로보터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가 자신을 버리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

그래서 그와 있을 때는 그가 하녀 대접을 해도 그것까지 기쁘다.

그런데 아주 급한 토론 중에 그분의 전화가 왔다. 제대로 응대할 수 없었다.

상황을 이해했는지 바쁜 일 끝나면 전화를 하라고 지시했다.

좀체 없던 일이다. 그렇다면 긴한 용무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주희는 마음이 더 바쁘다.

그런데 조영수와의 일이 생각대로 금방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지 3시간이 지나서야 매듭이 지어졌는데 또 의뢰인이 찾아왔다.

그냥 물릴 수 없는 의뢰인이었다.

재산관련 상담은 사무장이 할 수 없다.

사무장이나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형사사건이다.

민사라 해도 차용금, 변제금 같은 증거 확실한 채권 채무사건 정도다.

그러나 조세, 분할, M&A, 증여, 상속 등 복잡한 것은 직접 상담해야 한다.

그런데 바쁜 시간에 찾아 온 의뢰인의 상담내용이 상속과 증여에 관한 것이었다.

결국 그 의뢰인과 상담을 마치고 나자 시간은 어느덧 오후 6시 가까이 되었다.

그때야 부랴부랴 수효의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만에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저예요. 주희”

 “...”

 “이제 일 끝났어요”

 “...”

 “아..아니예요...”

 “...”

 “네?...이혼녀요?...

“...”

 “미안해요...잘못했어요..”

 “...”

 “네”

 “...”

 “네...”

 “...”

 “알아볼께요.”

 “...”

 “아니예요...금방이면 돼요”

주희는 얼굴이 벌개지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의 목소리로도 사타구니는 젖는다.

지금 그렇다. 한 마디 질문을 했는데 꾸지람이다.

그 꾸지람에 바로 몸이 반응하면서 보지에서 물이 흐른다.

도대체 그렇게 자신의 몸이 변하는 실상을 알 수 없다.

그의 말소리, 욕설, 하대, 그가 강하게 나올수록 몸은 흥분한다.

하체의 반란을 참을 수 없어 주희는 급히 화장실로 향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보지를 달래준 뒤 팬티를 갈아입었다.

그가 단번에 만들어버린 매조키스트...

그런데 그가 어느 날 사라져 버렸다.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그 후 어떤 섹스도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SM전문 카페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오프 모임에도 참석해봤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플레이란 것이 사실 웃기는 짓이었다.

섹스 성향이 매조키스트일 뿐 인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돔을 자처하는 사내들이란 게 섭을 길들인다며 인간을 동물취급을 했다.

모조리 잡아다가 감옥에라도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그냥 탈퇴했다.

그렇게 섹스 불만족 때문에 일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지 1년...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호출을 받고 그와 하루 밤을 샌 뒤 완전한 그의 종속물이 되었다.

그는 일단 강했다. 하지만 그냥 강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가 스스로 종속되지 않으면 안 되게 했다.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나면 그 다음 다시 그의 품이 그리웠다.

그의 그 엄청난 힘을 가진 좃, 엉덩이가 화끈하다 못해 짜릿한 손찌검...

섹스 중 아픔의 고통을 주는 젖꼭지와 항문...

그러나 관계 후 거짓말처럼 원상으로 화복되는 놀라운 회복력...

주희는 그와 관계할 때는 인권이란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지시에 충실하고 그가 자신을 버리지 않기만 바랬다.

그런데 오늘...그를 화나게 한 것 같다.

그가 지시한 일에 대해 의문을 갖고 질문했다.

그는 그 질문을 질투로 알아듣는 것 같다.

하지만 맹세컨대 자신은 그 분의 어떤 여자에게도 질투하지 않는다.

그분이 여자 100명을 취해도...그 100명 안에 자신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지금 지시하신 그 일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급히 전화기를 열고 단축번호 하나를 눌렀다.

“나야...조변”

 “...”

 “응...”

 “...”

 “부탁이 하나 있는데...”

 “...”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대졸...돈 필요한 돌싱녀”

 “...”

 “그래...”

 “...”

 “스카이면 더 좋지”

 “...”

 “첫 눈에 하이클래스로 보여야 되는...”

 “...”

 “그래...작업녀야”

 “...”

 “최소한 두 명...각자는 서로 몰라야 돼”

 “...”

 “그렇지...본인도 작업녀로 이용당하는 것을 몰라야지”

 “...”

 “최소 큰 거 한 장...그건 내가 보장해”

 “...”

 “응...”

 “...”

 “아냐...조변도 알잖아? 박변 여자...”

 “...”

 “나 그렇게 치사한 여자 아냐...박변은 박변, 난 나..”

 “...”

 “그래...빠른 시간 안에...오늘 중이면 좋아”

 “...”

 “그래...메일로, 사진이 들어있는 프로필...”

 “...”

 “OK"

전화를 끊은 주희는 크게 숨을 내 쉬었다.

오늘 그 분은 미연에게 가는 날이다.

청담동에 있을 때는 아예 엄두도 못 내지만 미연에게 있을 때는 그나마 좋다.

미연은 이미 그의 여자가 된 첫 날 사실을 다 알았다.

그리고 그 후 미연과 동거 비슷하게 하는 오피스텔에도 한 두 번 불려갔다.

그런데 사라졌다가 1년 후 돌아 온 그분은 오피스텔로 온게 아니라 청담동이었다.

그곳은 지원의 친정집 같은 곳이다.

그가 왜 거기로 갔는지 아직 주희는 잘 모른다.

하지만 미연에게 그 내용을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다.

미연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분은 일주일에 3번...최소한 2번은 미연의 집에서 잤다. 주희는 그것도 부러웠다.

자신은 그분이 미연의 가게에서 부르거나 할 때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어떨 땐 가게에서 사랑을 받거나 한다.

정말 시간이 좀 많은 날 호텔에서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잘 해야 1주일에 한 번 정도다.

주희는 오늘...그가 자신을 부를 것으로 직감했다.

그래서 그의 부름에 응할 때 그가 내준 숙제를 끝내고 과제물을 가지고 가기를 바란다.

생각을 위해 서성이는데 컴퓨터에서 ‘띵동’소리가 났다.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다. 아마 조영수일 것이다.

메시지 창을 열었다. 조영수였다.

메시지를 열자 자신이 부탁한 파일이 도착해 있었다.

파일을 열고 프린트를 하자 3명의 여자 프로필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올린 주희가 전화기를 열었다.

“저예요...주희”

 “...”

 “네...준비됐어요”

 “...”

 “네...한 시간 후”

 “...”

 “네...남산 H호텔 2213호..네”

전화를 끊은 주희는 마음이 바빠졌다.

호텔이다. 미연의 가게가 아니라 호텔이다. 

미연의 가게에서 만나 호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호텔이다.

급히 남은 잔무를 정리한 주희는 화장을 정성껏 고쳤다.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예”

 “어디 약속있어?”

박지석이다. 호적상 남편...

“응”

 “어디 누구?”

 “왜? 내가 누구 만나는지 당신에게 보고해야 돼?”

 “그거야...”

 “당신은 김경아 만날 때 나한테 허락받아?”

박지석이 흠칠한다. 

처음 있는 일이다.

자신의 일탈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애써 모른척 했던 주희가 오늘은 대고 직격탄이다.

“이 사람이...”

 “미안해...그럴려는 뜻은 아니었는데...”

 “...”

 “아주 중요한 손님이야...좀 많이 늦을 수도 있어”

 “애들 저녁은?”

 “아줌마한테 전화할 거야”

 “그래도...”

 “특별한 일 없으면 당신이 좀 일찍 들어가든지...”

 “알았어...난 오늘 특별한 약속 없어. 그래서 같이 일찍 들어가 애들하고 외식하려 했었지”

 “오늘은 안 돼. 미안해...당신이 애들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것 사 줘”

 “알았어”

대답을 마친 박변이 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뒷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였다.

그러나 주희는 그보다 수효를 만날 일에 더 마음이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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