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 (22/42)

사랑을 받은 후엔 언제나 노곤하다. 

하지만 이 노곤함도 주인의 넓은 가슴에 안겨지면 풀린다. 

그래서 이 넓은 가슴이 주는 포근함이 좋다. 

볼을 스치는 가슴의 털 감촉이 더 포근하다. 

넓은 가슴 양쪽에 달려있는 퇴화된 건포도를 손가락으로 잡고 비벼본다. 

그러다가 다시 입술을 붙여 그걸 빨아본다. 

땀 흘린 뒤끝이라 짭쪼롬한 맛이 느껴진다. 그래도 그 맛이 좋다. 

그럴 때면 주인은 또 손을 내려 젖을 만져온다. 

젖통을 통째로 가만이 쥐어보기도 하고 젖꼭지를 쥐고 돌려보기도 한다. 

찔끔 느껴지는 아픔이 좋다. 정숙은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최소한 10년 만 더 젊었더라면...' 

 '그래도 앞으로 10년은 더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몸관리만 잘한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 

 '내 몸에서 지금 같은 분비물이 생산될 수 있을 때까지...' 

 '그리 아니될지라도...' 

 '참 승화건설이라고 했는데...'

잠시지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 생각 중에 수효가 물었다.

 "괜찮아?"

생각을 멈추며 수효의 눈을 올려다 본다. 

그의 질문은 간단하다. 몸이 정복 당하고 나이 어린 자신의 여자로 사는 것이 괜찮냐는 거다. 

그 질문은 아직도 그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정숙은 매번 그에게서 그런 생각들이 떠나도록 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난 후 지금까지... 

자신이 태어난 출생의 비밀을 안 이후 지금까지...

육친의 관계를 무시하고 자신들과 남여로 얽힌 이런 상황까지...

그가 갖고 있을 죄책감의 무게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정숙 자신도 그랬다. 그러나 이미 감당하기로 했던 일들이다. 

그래서 정숙은 아예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그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오직 몸의 주인으로만 살아줬으면 좋겠다.

 "난...당신 품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래? 그렇다고?"

 "예...당신이 나를 여자로 안아줄 때, 그리고 이렇게 안겨있을 때..."

 "..."

 "당신은 거인 같아요. 나는 소녀이고..."

 "...."

 "거인에게 안긴 소녀가 느끼는 감정...뭐일 것 같아요?"

 "글쎄..."

 "그냥. 보호받고 싶은 것. 어떤 난관도 고난도 이 거인은 다 처리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마냥 어리광이나 애교라도 부리고 싶은 것...그런 거예요. 당신은 내게 그런 거인이예요"

 "그렇다고?"

 "그래요..."

 "..."

수효는 생각했다. 

지금이나 이전이나 즉 얼결에 자신의 몸을 받은 후...

그리고 다시 느닷없이 찾아온 날 밤부터 오늘까지...

나이차이도 육친의 관계도...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수효 자신도 말하지 않았다.

그랬음에도 둘 사이는 이미 자신들이 어떤 관계인지 안다.

아니까 더 말하지 않은 것이다. 

둘 다 상대가 자기 때문에 죄의식을 갖고 상처받는 것이 싫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공유한 거다.

그러니 더 애틋하다. 더 사랑스럽다. 더 지켜주고 싶다.

 "당신의 존재를 알기 전 당신은 내 몸의 주인이 되어버렸고..."

 "미안 해"

 "그 말이 아녜요"

 "그럼?"

 "지원일 통해 당신의 존재를 알았는데 당신은 바람처럼 사라졌어요"

 "만날 수가 없었어."

 "하지만 효정인 당신을 믿는다며 다시 제주로 가는 것으로 나를 떠났어요"

 "효정인 지금 하는 일이 좋을 거야...그게 세상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해"

 "그래요...그래서 말리지 않았어요"

수효는 다시 효정을 생각했다. 

며칠 전에 제주를 다녀오면서 했던 약속...

다시는 어디도 가지 않고 여기 살면서 생각날 때마다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

뜨겁게 사랑하며 나눈 약속을 수효는 이제 지키기로 했다.

효정을 생각하는데 정숙이 작심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 실종,그 1년 간, 난 별 생각을 다 했어요."

 "...."

 "그리고 다시 당신이 나타나서 나를 여자로 안아버린 뒤로부터 오늘까지 나는 성경 창세기를 읽고 또 읽었어요."

 "왜?"

 "조물주가 사람을 아담과 화와만 만들었다면, 그 둘이 아들을 낳았는데, 또 그 중 하나는 형에게 죽었죠"

 "그래"

 "물론 둘째 아들이 죽은 다음에 다시 성경은 아담과 하와가 '셋'을 낳았다고 쓰고 있죠. 어떻든 아담과 하와는 그러나 여자애를 낳았다는 기록은 없어요. 그나 성경은 특별한 여자 말고는 기록되지 않았으니까 여자애도 많이 낳았을 거예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노아 때 온 세상에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다고 되어 있겠죠."

 "...."

 "당시 인간들이 근친간 교배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늘었겠어요? 인간이 늘어나려면 섹스말고 또 있어요?"

 "그 얘기야?"

 "그래요. 근친간 섹스는 조물주가 인정한 거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인간의 조상들 중 남매간은 물론 모자간 조손간 기타 수많은 근친간 교배가 아무 죄의식 없이 행해지면서 인류는 늘어갔다는 증거죠. "

 "..."

 "조물주였던 야훼는 물로 세상을 멸망시키고 땅에 남긴 사람들은 노아 부부와 아들 3형제 부부까지 총 8명이었어요. 창세기 대로라면 이 8명이 지금 60억 지구인의 조상이죠. "

 "...."

 "우리가 조상으로 섬기는 단군신화만 해도 마찬가지죠. 환웅과 웅녀가 단군을 낳았는데 단군 혼자서 후세를 잇게할 수 있어요?"

 "그래서?"

 "웅녀가 다시 환웅과 교접하여 딸을 낳지 않았다면?"

 "???"

 "그럼 단군 이후 우리 조상들은 어찌 늘어났겠어요?"

 "다른 종족이 있지 않았을까?"

 "그걸 인정한다면 단일민족, 백의민족 말할 수 없죠. 단군부터 다른 종족과 이종교배로 종족을 번식시켰다면 시작부터 우리 선조는 혼혈족이거든요. 그래서 단군이 자라서 웅녀에게 후세를 잇게 했을 거라는 추측..."

 "그렇겠네?"

 "단일민족이란 근친교배였다는 얘기예요. 우리나 이스라엘이나...이스라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는 친동생, 그 아들 이삭의 부인 리브가는 사촌동생, 이삭의 아들 야곱의 부인들은 외사촌 동생들...철저한 근친 결혼이었죠. 유대인의 조상 유다의 대를 이은 부인은 며느리...이스라엘, 즉 유대인들은 이처럼 기록이 남아있는데. 우린 그런 기록은 없어요. 그래서 신화로만 이해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일족은 이뤄질 수 없어요. 지금도 영국 귀족들은 혈통보존을 위해 근친 결혼만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언제 그런 생각을 했어?"

 "당신 여자가 되고 늘...거의 매일..."

수효가 정숙을 깊게 안았다. 

 "여자는 수컷이 누구든 애를 배면 낳아야 했죠. 원시의 모계사회일 때, 엄마는 있는데 아빠는 없죠. 누가 아빠인지 관심이 없었어요. 수컷들은 암컷에게 씨만 뿌리고 갔죠. 그러니 아들이 자라서 엄마에게 씨를 뿌리고...씨를 뿌릴 암컷만 있으면 그게 엄마든 할머니든 누구든...그래서 암컷은 또 인간의 수를 늘리고..."

 "...."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도 내가 당신의 애를 낳을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낳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시 새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만약 효정이가 내 애를 낳으면?"

 "할 수 없죠. 그도 효정이가 감당할 운명이죠. 난 개의치 않을 거예요. 우린 이미 그런 합의까지 다 했어요. 특히 지금의 효정인 내 딸이 아니니까..."

 "그래...그렇다면...당신들이 그렇다면 난 당신들을 더 사랑할 밖에..."

수효가 몸을 들어 정숙의 눈을 보며 입술을 붙이더니 다시 빨았다. 

그 입술을 더 맛있게 빨아들인 정숙이 입을 떼고 말했다.

 "참...아까 승화건설이라고 하던데..."

 "응"

 "거기와 무슨 일이 있어요?"

 "조금 귀찮은 일로 얽힐 거 같기도 하고..."

 "왜요?"

 "당신 들으면 별로 기분은 좋지 않을텐데?"

 "여자문제예요?"

 "그렇다고 봐야지"

 "오늘?"

 "응"

 "어떻게?"

 "신입생인 내가 선그라스를 끼고 수업을 듣는 태도가 건방졌데"

 "그래서요?"

 "그 교수가 여자였는데...교수실로 불려갔지"

 "...."

 "선그라스를 벗으라는 말을 듣지 않으니까 화를 내더니 명령이라며 강압하더라고...그냥 두면 앞으로 좀 귀찮을 것 같아서 일을 저질러 버렸어"

 "그래서 또 여자 한 명을 취해버렸어요?"

 "어쩔 수 없었어. 당신도 알잖아...내가 가진 괴기한 능력을..."

 "그래요. 알아요"

 "근데 그 교수가 좀 복잡한 거 같아"

 "어떻게요?"

 "이름이 채수연인데...아까 그놈들이 그 채교수를 미행하다가 나와 모텔에 가는 것까지 다 사진으로 찍었데."

 "저런"

 "그 후 내가 어디사는지 알려고 나를 미행한 거야. 그래서 놈들을 잡아 족쳤더니 그 승화건설이라는 회사대표가 채교수 시동생인데 형수인 채수연과 그 남편인 형의 뒤를 캔다는 거야"

 "그래서요?"

 "그래서 상황을 좀 알아보려고 김명국일 부른 거야"

 "아...네"

 "애들을 써야겠어. 아까 그놈들은 이미 제압해서 내 손발노릇을 할 거니까 양쪽에서 나오는 정보라면 내가 그 승화건설 대표라는 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겠지"

 "필요하다면 저도 도울 수 있겠는데요?"

 "그래? 어떻게?"

 "무슨 일인지 감이 오거든요"

 "무슨 감?"

 "겉으론 알려지지 않았는데...그 대학 이사장인 아버지가 여자를 여럿 봤죠. 아마 국회의원인 아들은 정실인 첫째 부인 아들이고...승화건설을 하는 둘째는 다른 여자가 낳았을 거예요"

 "그런 거 어떻게 알아?"

 "제가 당신 앞에서만 소녀지 세상에선 청담동 귀신, 청담동 마녀 그러거든요.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는데 정보없이 되겠어요?"

 "흐흐흐"

 "얼마 전에 승화 쪽에서 당좌를 견질로 잡고 100억만 해줄 수 있겠는지 콜이 왔었어요."

 "그런데 거절했어?"

 "당연히...지금 건설 경기가 이처럼 바닥인데 견질 천억이면 뭐해요? 종이쪼가리지..."

 "그렇다..."

 "알아보니 웬만한 부동산은 다 담보가 차서 은행권 차입이 어렵겠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아마도 자기 아버지 움직이려면 형의 힘이 필요한데...형은 배가 다른데다 사이도 별로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약점을 잡아 협박하면서 형을 통해 아버지를 움직이려 한 것 같아요."

 "아버진 재산이 많나?"

 "숨은 재벌이죠. 알찬 돈 부자...친일파 하면서 일제시대부터 박박 긁어모은 선대 때의 재산에다 그 재산을 밑천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죠. 근데 풀 줄은 몰라요. 아마도 대학에 쌓아놓은 비축금도 전국 대학 중 상위급일 걸요? 등록금 받아서 비축금 쌓는 재주까지 부릴 줄 알죠"

 "어떻게 도울 수 있어?"

 "필요하시다면 그 회사 인수해버릴 수도 있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겠다?"

 "그래요...견질 당좌 500억 쓰라고 하고 현금 100억 정도 돌려준 뒤 필요하면 아무때나 은행 제시하겠다며 주식으로 담보를 바꾸라고 하면..."

 "할까?"

 "안 할 수 없죠. 500억 바로 은행 제시되고...제시되면 바로 부돈데..."

 "견질인데?"

 "수표에 견질이라고 쓰면 받나요? 당좌는 언제든 은행 제시하면 결재해야 되고 못하면 부도죠. 거기다 아까 말했지만 은행권...채권단 조직해도 그 회사에 추가로 대출해줄 여력없어요"

 "그럼 인수해도 별 이득없는 거잖아?"

 "아녜요. 자금만 여력 있으면 그 회사 전망은 괜찮아요. 현재 가진 개발권...서울 도심도 한 두군데 있고...또 도급순위 높으니까 국책사업 입찰 어디든 할 수 있어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그러면 그 아버지가 돈 댈 수도 있겠는데?"

 "그 아버진 돈장사지 사업가 아네요. 그래서 위험부담 싫어하니까 지금 설득이 안 되는 거예요"

 "아..하"

 "그래서 작업 개시하려면 내일부터 야금야금 시중에 풀린 주식들 수집하고..."

 "당신이 직접?"

 "아니...내가 나섰다는 소문 돌면 주가 오르죠. 그래서 당신 여자들...그 지원이 친구들이라면 다 당신 말 들을 거니까...그 여자들 앞으로...그렇게 되면 개미들이잖아요? 김명국이도 마찬가지로...애들 좀 풀어서 매집하면 개미 방식으로도 한 10%는 쉽겠죠. 아마 지금 주당 10,000원 안 될거니까 몇십 억 안 들어도 돼요."

 "돈은?"

 "그 정도야 저에겐 껌값인 거 알잖아요?"

 "그래서?"

 "그런 다음 견질을 주식 담보로 바꾸라고 하면 말 안들을 수 없죠. 20%만 담보 제공되면 바로 주권 행사할 수 있으니까 그까짓 회사 얼마 안 들이고 인수 가능해요. 그러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건설회사 인수해서 뭐해? 경영할 사람도 없는데..."

 "걱정 말아요. 사람은 지천이죠. 당신 배울 때까지...또 말해요?"

 "뭘?"

 "내가 청담동 귀신이란 거..."

 "아냐...알아..."

 "그러면 진행해요?"

 "아냐...좀 더...상황 지켜보고..."

 "그래요."

수효가 일어나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정숙은 알몸인 채로 일어나서 재떨이를 가져 와 수효 앞에 놓았다.

방 안이든 욕실이든 부얶이든 수효는 어디서나 담배를 피워물었으나 정숙은 그것도 좋았다.

이전엔 담배연기가 싫었는데 수효가 피는 담배연기는 냄새까지 향긋했다.

담배에 불을 붙인 수효가 연기를 길게 내뿜더니 말했다.

 "지난 1년간 전국 곳곳을 수없이 돌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해안선 일주, 백두대간 종주, 동서간 횡단, 곳곳의 섬들 일주, 내 육신이 버틸 수 있을 때 걷고, 공기좋고 물 좋고 조용한 곳이면 수련도 하고...힘들면 고아원들을 찾았지. 전국 고아원이란 고아원 거의 다 다녔어. 가서 손빨래도 하고 일부러 신생아도 보살피고, 애들하고 놀아주기도 하고..전국 곳곳 웬만한 골목길까지 다 다녀보면서 결심했어. 당신, 효정이, 미연이, 종국씨, 그리고 도치 김명국...거기다 주희, 명희...지원이까지...물론 제주의 양옥희 원장, 나중에 만날 수밖에 없겠지만 강수영 선생....다들 나와 함께 갈 수 있다면...그렇다면 비록 이렇게 세상에 나온 놈이지만 세상 잘 살고 갔다고 이름은 남기고 싶었어."

 "...."

 "내게 준 이 신비한 능력...그거 나쁘게 쓰면 인류 역사상 가장 나쁜 놈으로 기록될 수도 있겠지. 근데...반대로 인류 역사상 가장 멋진 놈은 아닐지라도 괜찮은 놈으로 남고 싶었어. 그래서 결심했어 그렇게 살기로..."

 ""세상에...그런 줄도 모르고...얼마나 실망하고 낙심했는지...근데...왜 미연씨에게 가지 않고 나한테 왔어요?"

 "그게 궁금해?"

 "예. 계속 물어보고 싶었는데...못했어요"

다시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 낸 수효가 말을 이었다.

 "내가 늘 말한대로 우리 때문에 세상 망하지 않는다면 미연이보단 당신이나 효정이지. 어떻든 피를 나눠가졌잖아? 물론 미연이는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평생 내가 안고 가야할 여자야. 미연이도 그걸 인정해. 하지만 당신들과 내가 나눠가진 죄책감...그거 없애려면 차라리 여기서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행히 당신도 효정이도 지원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니까...내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지"

정숙은 그 말에 동의하며 대답했다.

 "그래요. 우리...우리 때문에 세상 망하지 않아요"

수효가 다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가능하다면 난 당신이 가진 것...솔직히 내 육친의 아버지였을 돌아가신 분에게 남겨질 재산...그걸 토태로 이땅 최고의 부자가 되고 싶어. 그래서 빌게이츠보다 더 큰 자선기관 운영하면서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정숙은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육친으로는 손자인 남자 품에 안겨 그의 여자가 된 것을 만족하고 있는 여자가 자신이다.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주인으로 완벽하게 군림한 이 남자가 이런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정숙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가 나타난 뒤, 만나 본 여자들...변호사도 있었고 의사도 있었다. 

미연이란 지원이 친구, 그리고 김명국이란 깡패출신 사채업자...

증권으로 신세 망쳤다가 이사람 덕에 가까스로 빚은 갚았다는 김종국이란 미연이 동생...

하나같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들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모두들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정숙은 돈을 굴릴 줄 알고 세상 세파를 모두 안다고도 할 수 있는 여자다. 

그런 정숙으로선 그들이 어쩌면 이사람의 원대한 꿈을 실현시켜 줄 가닥들로도 생각되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애초 그 같은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을 장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한수효란 자신의 주인이 더 위대해 보였다.

 "안자요?"

 "왜?"

 "아이..."

 "이리와 봐"

말 뜻을 알아 챈 수효가 다시 젖통을 쥐고 입술을 붙여왔다. 

정숙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려 그의 무기를 쥐었다. 

이미 발기된 무기는 쥘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크다. 

입술을 뗀 정숙이 몸을 내려 수효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의 무기를 물었다. 볼이 터질 것 같았으나 하고 싶었다. 

호흡이 곤란하지만 성심껏 그의 좃을 빨았다. 

두 손으로 기둥 밑의 알 주머니를 쥐었다. 두 손 가득이었다. 

입 안이 가득차서 더 빨 수가 없으니 알이라도 발고 싶었다. 알 하나를 물었다. 

그때 허리를 일으켜 세운 수효의 손이 내려와 양쪽 젖 두개를 다 잡았다. 

다시 정숙의 사타구니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음수가 침대 시트를 젖게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도치(김명국)가 수효에게 잡혔던 놈들을 끌고 미연의 가게에 나타났다.

“형님”

 “어...”

 “웬일이세요?”

 “조용한 놈으로 방 한 개 주라”

 “술 드시게요?”

 “엉...묵다가 말았드만 영 껄쩍지근 허다”

가게 지배인이 허리를 90도로 굽히고는 돌아섰다.

그가 안내하는 방에 들어서서 윗도리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

뒤따라오던 놈들이 멍청하게 서있다.

“응...앉아라. 그냥 부담갖지 말고 앉아”

 “예”

 “예”

두 놈이 멀찌감치 엉거주춤 앉았다.

“아그들이...겁은 겁나 많구마잉...무쟈게 쫄아부렀구만.”

도치가 혼잣말로 주절거리며 앉자 뒤를 따라 들어 온 지배인이 웬일이는 듯 눈으로 물었다.

 "기석아"

 "예, 형님"

 "애들 모으려면 몇이나 모을 수 있냐?"

 "왜요? 뭐 전쟁이라도 할 일 생겼습니까?"

 "지금은 아닌데..."

 "그럼요?"

 "너 나가서 빠릿빠릿한 애들로 넷 만 골라라"

 "???"

 "무식하게 날림질이나 잘하는 그렇게 야문 애들 말고 날래고 머리 좋으며 야문 애들이라야 한다"

 "에이...깡패새끼들 중 머리 좋은 놈이 어디있어요?"

 "그래도 그 중 좋은 놈...이유는 묻지 말고 빠른 시간에..."

 "요놈들은 누굽니까?"

 "엉..."

그때 도치가 왔다는 말을 들었는지 종국이 룸으로 들어왔다.

“웬일이세요?”

 “어이...오 사장...가게 있었네?”

 “예, 요샌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가게에 죽치고 있죠”

 “왜? 증권 재미없어?”

 “그냥 그래요...”

 “그럼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근데...이 친구들은 누구?”

종국도 엉거주춤 주눅이 들려있는 애들을 보면서 물었다.

“아!...당신 매형이 잡아서 내게 넘긴 놈들이여?”

 “아이구 매형은 무슨...”

 “아...이 사람이...아직도 매형이라 부르기가 힘든가?”

 “쉽지는 않죠”

 “불러...그럼 편해...먹고 살기 편하고...마음도 편해”

 “그러려고 하는데...자꾸만 나이가 캥겨서...”

지배인이 나간 뒤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들고 왔으며 뒤를 따라서 여자애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지배인과 마담이 그 뒤를 따라서 들어 와 여자들 자리를 지정했다.

“아니다...오늘은 그냥 여기 오 사장하고 한 잔 할란다”

마담이 지정한 자리에 앉으려던 여자 애들이 멈칫하자 마담은 지배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배인이 도치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형님...술은 냄비들이 따라야...”

 “냄비들 필요한데가 따로 있다”

 “???”

멀뚱한 지배인을 두고 김명국이 수효에게 얼어붙었던 치들을 돌아보며 불렀다.

“아야”

 “예”

 “예”

 “느그들 다른 방에 가서 가스나들 하고 한 잔 해라. 오늘 다른 걱정은 말고...”

 “예”

 “예”

김명국이 지배인을 쳐다보며 지시했다.

“기석아...야들 가스나 붙여주고...2차까지 풀코스다. 글고 계산은 내 앞으로 해라.”

 “예?”

 “꺽정은 붙들어 매고...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글고 야들 챙긴 뒤 바로 이 방으로 와”

 “알았습니다.”

술자리는 봐주되 감시는 잘 하라는 말을 알아들은 기석이가 고개를 굽신하고 그들을 대동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명국은 그들이 나가자 종국과 마주앉아 대작을 시작했다.

“오 사장...”

 “예”

 “누님은 지금 집에 계신가?”

 “누님도 요즘 여기 나와 계십니다”

 “적적해서?”

 “아이구...참 회장님도...”

 “그렇기도 할 거야...”

 “...”

 “오 사장”

 “예”

 “형님한테 잘 해. 진심이야. 잘 보여. 확실하게 매형으로 대접해드려."

 "잘하고 있죠"

 "그래...그래야 형님이 당신 누님 자주 챙긴다."

 "..."

 "결혼하고 혼인신고 하겠다면 얼씨구 하고 손뼉 쳐. 그래야 당신도 살 길이 생겨..."

명국의 말에 종국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걸 본 명국이 술잔을 털어 넣고는 말을 이었다.

 "북한 김정은, 서른도 안 되었어. 근데 팔순 늙은이들이 김정은 나이로 깔보나?”

 “그거야 뭐”

 “바로 그거야...실력, 힘, 권력, 그리고 돈...”

명국이 사과 한 쪽을 들어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이건희 아들, 정몽구 아들, CJ회장인 이병철이 손자...삼성이나 현대나 CJ나...그 밑에 있는 사람들 말야... 간부들은 거의가 이재용이나 이재현이나 30대 때 다 아버지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이었어. 하지만 깍듯이 왕자대접하고 굽실거렸어. 그래야 승진도 하고 살기가 편하기 때문이지. 그게 인생이야. 세상에 먼저 나온 것? 나이 많은 것? 그거 암 것도 아냐”

 “그거야 그렇죠”

종국도 갑자기 술이 땡겼다. 언더락을 한 잔 단숨에 들이키고 땅콩을 집어 입에 넣었다.

“내 말 명심해...나 올해 40이야. 형님보다 스무 한 살이 더 많어."

 "압니다"

 "그래도 깍듯이 형님이라고 해."

 "그것도 압니다"

 "만약 형님이 회사 차려서 회장이나 사장되면 사장님 회장님 할 것 같애? 아냐. 계속 형님이라고 할 거야.”

 “...”

 “당신도 빨리 마음 정해. 벌써 2년 되어가잖아?”

 “그래요. 그러려고 합니다.”

종국은 대답은 그리했지만 그러나 마음은 아직도 나이 때문에 걸린다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 남매에게 아직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며 고향이 시골이란 이유도 한 몫 했다.

부모님이나 고향 사람들...미망인이 된 누나의 스무 살 어린 남편...절대로 용인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국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국이 다시 술잔으로 비우고 말했다.

“지금 형님하고 같이 사는 여사님...말이야..."

 "예"

 "그 여사님 별명이 청담동 마녀야...우리가 넘볼 수 없는 큰 손..."

 "..."

 "죽었다가 깨어나도 돈으론 잡을 수 없는 거목..."

 "그 정도입니까?"

 "그런데 내 보기에 여사님, 겉으론 어른인 것처럼 하지만 아마도 형님 여자가 된 것 같애."

 "..."

 "여자들 남자한테 하는 것 보면 나타나잖어?”

 “그래요”

 “아마 당신 누님도 인정할 걸?”

 “...?”

"형님 능력...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

“종국씨"

 "예"

 "돈은 말야"

 "..."

 "돈 스스로에게 눈이 있어. 그리고 생각도 있어. 그래서 돈 자기가 붙을 곳을 알아"

명국은 계속 술잔을 비워가며 작심한 듯 말했다.

 "이제 두어 달 남짓인데...내가 청담동 여사님 만나는 거...이 세계에 다 퍼졌어"

 "..."

 "그 후 나를 대하는 표정들이 달라져. 전엔 깡패새끼 니가 뭘 어떻게...이런 사람들이 지금은 아냐"

 "그래요?"

 "그냥 무식한 깡패새낀 줄 알았는데 청담동 여사님이 인정할 정도구나...이런 거?"

 "그래서요?"

 "그렇다면 저놈은 범상한 놈이 아니다. 이런 거겠지"

 "그렇군요"

 "나, 그늘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어. 형님 밑이었어도 편한데...청담동 여사님 이라면...내 인생에서 늦으막에 돈 복 터진 거지”

 “...”

 “그 형님...차암...처음 만났을 때부터 범상치가 않았는데...”

 “그건 그렇죠”

 “그래서 납작 엎드렸는데 돈 벌어주잖어? "

명국은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을 감고 독백처럼 말했다.

 "나 같은 놈, 푼돈에 행복했어, 그런데 형님 만나고 형님 하란대로 하니까 좋은 대학 나오고 번듯한 회사 한다는 사람들이 내 앞에서 엎드리잖어? 돈 벌어 주잖어? 깡패 이미지 벗겨 주잖어?"

 "그래요. 김 회장님, 전에 비하면..."

 "그래. 그거만 해도 형님 평생 모셔야 하는데... 이젠 사실상 현금 보유력...또 동원력으로 이 나라에서 손꼽힌다는 청담동 여사님이야...한 시간 안에 천억 현찰 동원 문제없다는 것 그거 소문 아냐. 진짜야”

 “그렇게 돈이 많아요?”

 “어떤 재벌 회장도, 심지어 대통령도 무시하지 못하는 여자지”

그때 방문을 열고 미연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이구 형수님...가게 계셨어요?”

 “네...”

 “나 지금 형님 만나고 오는 길인데...”

 “그래요? 오늘 학교가신 첫 날인데...어떻게?”

 “아...형님이 일이 좀 있다고 불러서...”

 “무슨?”

 “그거는...남자들만의 일이니까...이리 오세요 같이 술 한 잔 하게...”

말을 마친 명국이 자신이 앉았던 상석을 내주고 종국의 맞은편으로 가면서 미연이 상석에 앉도록 했다. 

이미 수효에게 제압당한 날 그 이후 명국은 미연이 수효의 여자가 된 것을 알았다. 

그리고 깍듯이 형수님으로 대접했다. 미연은 그게 싫지 않았다. 

술집을 개업하고 얼마 후부터 자신에겐 저승사자 같았던 명국이다. 

그런데 수효로 인해 자신이 윗사람이 되고 명국이 아래가 되었다. 

명국도 미연도 그걸 당연시 했다. 

미연은 그것 하나로도 수효의 여자인 것이 행복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기 곁에 없다. 

그가 어떤 남자인지 그에게 대강은 들어서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지원을 통해서 들은 그의 인생은...놀랍기도 했고 불쌍하기도 했다. 

더 애틋하게 사랑하고 섬기려 했는데 별안간 행방을 감춰버렸다. 

몇 달간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전 남편의 비행기 사고소식...그의 유해를 안고 귀국할 때에도 그렇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하고 애통해 하므로 그것도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좋은 남자 만나면 재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아니다.

그래서 슬하에 아이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효가 행방을 감춘 뒤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위로 받을 곳도 없었다. 

명희나 주희도 놀라기는 했지만 미연만큼은 아니었다. 

그 애들은 일순간 지나간 남자...더 쉽게는 지독한 황홀감을 얻었던 원나잇,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으나 미연은 아니었다. 

남은 인생 전부라고도 생각했던 남자였다. 

비록 스무 살 차이라는 아들 같은 나이 차가 있었으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종 1년...그냥 맥없이 보맨 세월이었는데 그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온 것이 아니라 지원의 양엄마라는 여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육친으로 그의 할머니라고 했다. 

지원의 친구인 효정이라는 여자의 엄마...

그렇지만 이미 그 여자도 수효의 여자가 되어버린 운명의 여자...

미연은 그 사연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수효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던 사실이었다. 

그래도 미연은 그것들을 다 용인하고 수효를 품었었다. 

그랬음에도 1년의 유랑 끝에 수효가 정착한 곳은 미연 자신이 아니라 그 여자였다. 

미연은 그게 슬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미연의 집을 찾은 그가 했던 말들...

‘세상이 나 때문에 망하지 않는다면 나는 거기서 살 수밖에 없어. 하지만 미연이 넌 내 여자야. 날 떠나지 마. 최소한 일주일에 3번은 이 집에서 먹고 자고 할 거야. 네가 날 내치지만 않는다면...’

미연은 그걸 감사했다. 그리고 용인했다. 

하지만 그가 없는 밤은 지금도 외롭다. 

그런데 명국이 술 동무가 되어준다. 술이 취하고 싶다.

“형수님...”

 “네”

 “자 한 잔 쭈욱 들이키세요”

명국이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미연은 그 술잔을 주저하지 않고 받았다. 

잔에 술을 채운 명국이 자신의 잔을 들면서 말했다.

“자...부딪히고...”

 ‘창’ 하고 술잔이 부딪혔다. 

명국도 미연도 종국도 그 잔들을 남김없이 비웠다. 

다시 술잔에 술을 채우며 명국이 말했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

 “형수님...혹시 피임하세요?”

 “아이구 김 회장님 무슨...”

종국이 말을 막으려 했다. 

손을 휘휘 내저으며 종국이 빤히 미연을 바라봤다. 

미연이 그런 종국의 시선을 받으며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당나라 태종인 이세민에게 무조라는 후궁이 있었지요. 나중에 역사는 ‘측전무후’라고 기록합니다. 이 여자는 말입니다. 아버지 이세민의 후궁이었다가 그 아들 이치가 당 고종으로 등극하자 또 그의 후궁이 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아버지의 후처였던 여자가 아버지가 죽자 그 아들의 후처가 된 겁니다."

뜬금없는 역사 이야기를 꺼내놓은 김명국이 다시 혼자서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입술을 훔치며 말했다.

 "깡패새끼가 별 거 다 안다고요? 형님이 생긴 뒤로 역사공부를 좀 했어요. 흐흐흐”

 “....”

 “....”

 “이세민, 당나라 태종,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던 남자였지요...그런데 그럼에도 이 무조라는 여자는 그 당 태종이 엄연히 살아있는데 그 아들하고 연애를 했어요. 죽은 다음에 아들의 후처가 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살아있는데 아들과도 몸을 나눈 겁니다."

이번에는 미연이 술을 한 잔 마셨다. 미연이 술잔을 내려놓자 명국이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동시에 몸을 준 겁니다. 아버지의 여자가 아들과 바람을 피운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자 아들이 왕위에 올랐는데 이 왕이 당나라 고종이예요. 이 여자...다시 고종의 후처가 돼요." 

“...”

 “...”

 “온갖 기교와 술수로 나중에 황후가 됩니다. 형수님...제가 왜 이 말을 하는지 압니까?”

 “글쎄요”

이번엔 명국이 또 한 잔을 마셨다.

종국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형수님...저 죽이고 싶었지요?"

 "그래요. 그랬어요"

 "인정하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형님 나타나지 않았으면 형수님은 어떻든 제 여자가 되었을 겁니다"

 "그랬을 수도 있겠죠. 제가 자살까지 생각했으니까..."

솔직한 미연의 말에 명국이 허허롭게 웃으며 다시 술을 한 잔 마셨다.

 "그런데 모든 사물에 주인이 있듯 형수님 주인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어요. 저 그거 인정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마음 편하게 형수님과 대작을 하죠. 그건 형수님도 마찬가지실 거고..."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요. 형수님, 임신 가능할 때 형님 애 낳으세요. 이거 진심입니다"

 "???"

 "영웅은 다첩입니다. 영웅에겐 여자들이 꾀일 수밖에 없어요. 영웅이 피해도 기집들이 뀁니다. 기집들도 영웅을 알아본다는 거죠. 지금 형님 여자들...내가 느끼기로도 많아요. 누가 형님 잡을 수 있겠어요? 2세를 잇는 여자예요”

 “...”

 “...”

 “아까 말한 측전무후...이 여자는 말입니다. 자기가 낳은 아들 둘을 왕위에 올렸다가 내쫓은 다음 죽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왕이 되어 여 황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동시에 몸을 주고 권력을 얻은 뒤, 권력자가 되어 자기가 낳은 아들도 죽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역사에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 황제’로 기록되었습니다.”

미연은 명국이 한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명국이 진심으로 자길 생각하고 있음에 고마웠다.

그동안 임신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떨 땐 진심으로 그의 애를 갖고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즉시 부모님과 고향의 집안 어른 들...친구들...사회의 눈...이런 것이 두려웠다.

몸은 복종하고 정신은 사랑하는데...이성은 두려움이었다.

명국은 지금 자신에게 그것을 없애라고 말하는 것이다. 갑자기 수효가 보고싶어 졌다.

술에 취해가는 명국이 그러나 또렷한 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고려 때만해도 말입니다"

 "..."

 "왕실은 근친혼이 일상이었어요"

 "..."

 "한 엄마가 딸 둘을 한 남자에게 시집보내기도 하고...육친의 언니가 시어머니가 되기도 했죠...즉 언니는 왕인 아버지의 후처가 되었고 동생은 아들의 비가 되었다는 겁니다."

 "..."

 "중국역사는 측전무후, 고려역사는 천추태후지요...그 천추태후의 남편 경종은 친오빠였어요,"

 "..."

 "둘 사이에 낳은 아들 둘을 다 왕위에 올렸으나 둘 다 폐합니다."

 "왜요?"

 "자기 애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왕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하..."

 "남편 경종이 살았을 때부터 애인이었죠...김치양이라고...그런데 그 김치양은 또 외가쪽 오빠...그 김치양에게서 낳은 아들을 왕으로 삼으려 했던 것입니다......여자에게 사랑은 그리 위대한 것입니다." 

술취한 명국이 한 말이지만 미연은 결심한다.

 '그래...애를 가져야 해'

술을 한 잔 들이킨 미연의 입술에서 굳은 결의가 보였다.

명국의 말을 들으며 수효의 엄마라는 효정이가 임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뜩들었다.

그리고 수효의 애를 갖는 것으로 수효를 자기에게 정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누구라도 그의 애를 가진 사람이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작가의 말.

야설이 야설답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 게시판을 빌려서 쓰는 '야설'이란 이름을 달고 있으므로 야설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죄송하단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1. 행위의 리얼성을 문체로 표시하는 것, 

2. 성기의 우리 말을 그대로 표기하는 것, 

3. 성행위 중 주고 받는 대화를 사실 그대로 리얼하게 글로 나타내는 것, 

4. 흥분 시 변하는 인간의 몸 상태를 그대로 글로 표현하는 것...

5. 근친간, 수간, SM, 등 성행위의 대상을 정제하지 않은 것...

즉 일반적 소설이라면 대중성과 문학성을 중시하겠지만 '야설'이란 이름을 붙였으므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성욕을 표출하는 성행위의 '리얼성'에도 충실한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기승전결도 매우 중시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 기승전결에 의한 필요라면 '야설'로 갖춰야 할 장면들은 상당부분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또 계속 '야설'스런 대목만 몇 편이 계속 이어지기도 하겠지요.

이번 편도 야설답지 않은 점 이해를 부탁드리면서...그래도 추천이나 댓글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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