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수효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소리도 멈췄다. 다시 수효가 걸음을 옮겼다.
탁 탁 탁
일정한 간격에서 들리던 소리가 다시 들렸다.
수효는 거리를 추정했다. 최소 20m의 거리다.
수효는 자신의 청각 후각 시각이 보통사람에 비해 뛰어남을 안다.
그 때문에 아주 어려서 고아원에서 자랄 때 구박을 받기도 했다.
다른 애들, 심지어 보육교사도 맡지 못한 음식 쉰내를 용케도 잘 맡았다.
그 때문에 개코라고 구박을 받았다.
봄철 산에 단체로 고사리를 꺾으러 갔을 때도 다른 애들 두배는 꺾었다.
봄이라서 잎이 나오지도 않았으나 땅 속에 있는 딱주 냄새를 맡고 그걸 캐먹기도 했다.
초여름엔 산에 널린 게 산딸기지만 그 중 잘 익은 놈은 다 수효 몫이었다.
높은 나무에 지은 새집에 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알아맞췄다.
그래서 형들이 수효를 달고 새알 꺼내러 다니기가 예사였다.
그럴 때는 또 매 눈이라며 형들에게 사랑을 독차지 했다.
이처럼 자라면서 수효는 자신의 눈과 귀와 후각이 뛰어남을 알았다.
그 후 이런 자신의 능력을 살아오면서 십분 이용했다.
그런데 자신이 수연의 차에서 내린 뒤부터 일정하게 자신을 따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틀림없이 자신을 미행하는 소리라고 수효는 직감했다.
조금만 더 가면 집 대문 앞에 이를 것이다.
그 전에 저 미행자들을 따돌리지 않으면 자신의 거처가 미행자들에게 노출된다.
미행자들의 정체는 아직 모른다. 누가 왜 자신을 미행하는지 그 이유도 아직 모른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든다.
미행을 따돌리든지 미행자를 잡아 정체를 밝히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미행자들을 따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이들의 정체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수효는 자신이 저들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미행자는 많아야 둘이다. 둘 정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압할 수 있다.
생각을 굳힌 수효가 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탁 탁 탁 탁
미행자들 걸음 속도도 빨라진다.
집 앞 골목으로 꺾어지면 지형지물이 있다.
언제나 늘 길거리에 내어 놓는 노래주점의 대형 입간판이다.
간판이 커서 몸을 숙이면 미행자들을 속이기가 좋다.
20m면 자신이 골목으로 돌아섰을 때 놈들은 뛰어야 한다.
골목까진 10m다. 단숨에 달려 순간적으로 입간판 뒤에 앉았다.
탁 탁 탁 탁
헉 헉 헉 헉
뛰는 소리와 가쁜 숨소리가 어지럽다.
1~2m앞이다. 불쑥 뛰어오른 수효가 앞서서 뛰던 사내의 목을 순식간에 수도로 내리쳤다.
퍽
'컥'
사내가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뭐야?"
큰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놈의 허벅지를 가볍게 돌려차기로 찍었다.
파악
"으억"
쿵
둘은 단시간에 제압당했다. 탁탁 손을 턴 수효가 둘 앞으로 갔다.
양 손에 하나씩 멱살을 잡아 일으키자 두 놈 다 동공이 풀려있다.
순간적으로 가한 타격에 상당한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놈들은 저항의지를 상실하고 순순히 수효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삐익
"누구세요?"
"접니다"
덜컹하고 문이 열렸다. 수효는 두 놈을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어머!!"
현관 밖으로 나오던 중년 여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효와 놈들을 바라봤다.
"놀라지 않아도 돼요"
"???"
"잠시 지하실 좀 쓸께요"
"응...그래"
여인은 아직도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하고 수효의 말에 수긍하면서 바쁘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에 짤랑거리며 키뭉치를 들고 나오더니 현관 옆으로 돌아서 지하실 철문을 열었다.
두 놈을 끌고 지하실로 들어 간 수효가 벽에 달린 스윗치를 켰다.
불이 들어오자 광장같은 지하실이 나타났다.
그 광장같은 지하실엔 샌드백부터 수많은 운동기구들이 있었다.
두놈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놈들은 이미 겁에 질린 얼굴들을 하고 있었는데 상황을 보더니 벌벌 떨었다.
"잠시 나가 계세요"
뒤따라 들어오려던 여인에게 일별한 수효가 철문을 쾅 하고 닫았다.
쓰러진 놈들을 바려두고 수효가 기구들 중에서 작은 봉을 하나 집어들었다.
강철로 된 봉은 보기엔 작아 보였으나 상당한 무게가 나가는 것이었다.
수효가 목검 대신으로 검술에 활용하는 봉이다.
보통 남자들은 그냥 들고 있어도 무거운 봉이지만 수효는 그 봉을 검처럼 활용한다.
그 봉을 손에 쥐고 휘휙 몇 번 돌려보더니 쓰러진 사내들 앞으로 왔다.
그리고 봉 끝으로 먼저 수도로 목을 맞아 쓰러진 놈의 턱을 추켜세웠다. 놈의 눈이 얼어있었다.
"누구냐?"
"...?"
"제대로 말하면 큰 상을 줄 것이고 거짓을 말하면 일생이 괴롭게 될 거야"
"왜? 왜? 이러세요?"
"몰라?"
"예...저흰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파악
'꺽"
등짝을 일직선으로 난 등골에 봉이 바로 박히듯이 타격이 가해졌다.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항변하려던 사내가 개구리가 뻗듯이 사지를 쭉 뻗으며 컥컥거렸다.
그걸 바라보던 다른 놈이 오줌을 줄줄쌌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수효가 놈의 턱을 봉으로 들어 올렸다.
"누구냐?"
"어어어엉"
놈이 울음부터 터뜨렸다.
"누구냐고 물었다"
목소릴 낮춘 수효가 다시 놈의 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어 어 엉 저...저...저흰"
"그래...말 해"
"시 시 심 심부름 센터..."
"심부름센터 직원이란 거냐?"
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나를 미행했나? 누구의 사주를 받고..."
"하...하...학교.."
"학교?"
놈이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
"어어어엉...네"
"울지 말고 제대로 말해. 죽이진 않을 거니까"
"으으읍...내"
"그래. 난 오늘 처음 수업이란 걸 들으러 갔는데 왜?"
"교수님..."
"교수?"
"네"
"교수 누구?"
"채 교수님"
"채수연?"
"네"
수효는 보통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수연은 오늘 처음 만났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가 되었다.
수효는 채수연의 신분이 어떤 지 알 수 없다.
다만 첫 수업에 들어가서 만났으나 그 후 자신에겐 암컷이 된 여자다.
그런데 이놈들은 채수연을 말한다.
그리고 채수연 때문에 자신을 미행했다는 거다.
그렇다면 채수연과 모텔에 들어간 것도 이놈들은 봤다는 말이다.
모텔에서 최소 두 시간 이상을 지체했다는 것도 안다는 말이다.
이 놈들을 제압하여 자기편을 만들지 않으면 채수연도 자신도 별로 좋지 않다는 거다.
"자...지금부터 자세히 말해 봐"
봉으로 등짝을 맞고 뻗어있던 놈에게 다가가서 손바닥으로 등을 탁탁 치더니 일으켜 세웠다.
얼이 빠져버린 놈이 지게 작대기마냥 일어섰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던 놈이 가슴이 뚫리며 일어설 수 있게 되자 어벙한 눈으로 수효를 바라봤다.
놈을 끌어다 우는 놈 곁에 앉히고 의자를 끌어 온 수효가 그 앞에 앉아서 놈들을 채근했다.
놈들의 입에서 술술 말이 쏟아졌다.
놈들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채수연을 미행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채수연의 신분이 자신이 입학한 대학 이사장의 며느리라고 했다.
그녀의 남편이 현역 여당 국회의원이란 것도 말했다.
"그래서...그 국회의원이란 남편이 시켰다는 거냐?"
"아닙니다."
"그럼 그 시아버지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야?"
"시동생입니다. 국회의원 동생"
"동생이 왜?"
"그건 잘 모릅니다."
"모른다고?"
"네...그냥 자기 형인 국회의원과 형수인 채 교수님의 뒤를 캐는 것 같았습니다."
"동생은 뭘 하는데?"
"건설회사 회장입니다"
"건설회사?"
"그렇습니다."
"회사 이름이 뭐야?"
"승화건설입니다"
"승화건설?"
"네"
수효는 잘 알지 못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이제 알아야 될 회사였다.
이미 자신의 여자가 되어버린 채수연을 6개월 전부터 미행하라고 사주한 놈이 대표라고 한다.
그놈은 또 국회의원인 자기 친형의 뒤를 캐는 놈이다.
그렇다면 범상한 일은 아니다. 놈 또한 만만하진 않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아직까지 없었던 묘한 관계에 자신이 끼어들 것 같았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수효가 전화기를 꺼내 단축번호를 길게 눌렀다.
"김 회장...한수횹니다."
"..."
"바쁜 일 없으면 잠시 볼 수 있을까요?"
"..."
"예, 집에 있습니다."
"..."
"그래요. 그럼 조금 후에 봅시다"
전화를 끊은 수효가 먼저 등짝을 맞아 쓰러졌던 놈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두 손으로 어께를 잡고 깊은 눈으로 응시했다. 놈은 눈만 꿈벅거렸다.
"너는 지금 여기서 일어난 일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 알겠나?"
"예?...예"
놈이 멍청한 눈으로 꿈벅거리며 답했다.
"다만...앞으로도 계속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한다."
"예?...예"
"오늘 우릴 미행하며 사진도 찍었나?"
"예"
"카메라 어디있나?"
"차에..."
수효가 놈을 버려두고 다시 멍하니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놈에게 갔다.
그리고 그놈의 어깨에도 손을 올린 뒤 놈의 시선도 잡았다.
놈도 마찬가지로 수효에게 시선에 잡히자 눈만 꿈벅거렸다.
"너도...지금까지 여기 있었던 일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알았나?"
"네?...예"
"다만...너희 둘은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일도 해야 한다"
"예...예"
강력한 최면으로 놈들을 제압한 수효가 놈들을 끌고 지하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현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효 뒤로 수효에게 제압당한 놈들이 따라서 들어왔다.
수효에게 대문을 따줬던 여인이 소파에 앉아있다가 주춤주춤 일어섰다.
"일이 좀 생겼어요. 별 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
"???"
"김 회장이 올 거예요"
"누구? 김명국?"
"예"
"왜?"
"제가 좀 불렀어요"
"그럼 뭐...술상 볼까?"
"그러세요...안주는 간단하게..."
수효의 말이 떨어지자 여인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 벨이 울렸다. 주방에 있던 여인이 재빠르게 문을 따줬다.
휘적거리며 김명국이 집 안으로 들어서더니 여인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구...회장님은 왜 계속 젊어지세요?"
"아이 뭘?"
"40대라고 해도 손색없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30대로도 보여요"
"이 사람이...너스레는"
"아니라니까요."
그런 김명국의 눈을 바라 본 수효가 한 마디 했다.
"너스레 그만 떨고 앉아요"
"예, 형님"
"아..그 참...형님이란 소리는..."
"한 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모르세요?"
"암튼..."
"근데...이놈들은 누굽니까?"
"술 한 잔 하면서 얘기합시다"
수효가 일어서면서 눈짓으로 놈들에게도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수효의 뒤를 따라 김명국이 식당으로 들어섰고 놈들도 주춤주춤 뒤를 따랐다.
이미 식당에는 가벼운 치즈 안주와 함께 임페리얼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따...형님도...좀 격을 올리라니깐"
자리에 앉으며 김명국이 다시 너스레를 떨었다.
"50년 산은 아니라도 최하 30년 산은 드셔야지 촌스럽게 국산은..."
"임페리얼이 어때서?"
"아 따...앞으로 술 바꿉시다. 회장님 어때요?"
술상 옆에서 거들 것으로 보이는 여인에게 눈을 돌리며 김명국이 말했다.
"나야...뭐..."
"자자...그만하고 앉으세요. 그리고 당신들도 여기 앉지"
수효가 두 사람을 제지하며 술병을 들었다.
김명국과 사내들이 수효의 맞은 편에 앉고 여인은 다소곳이 수효의 옆자리에 앉았다.
수효가 차례로 네 사람 앞에 술잔을 놓고 자신 앞에도 놓은 뒤 술을 따랐다.
"그래...형님...무슨 일입니까? 또 이 놈들은 누구고?"
"김회장..."
"예. 형님"
"당신 동생들이 할 일이 하니 생겼는데..."
"그래요? 형님 일이라면...목숨이라도 드려야지요"
"목숨까지는 필요없고...혹시, 승화건설이라고 아세요?"
"승화건설? 알지요. 그 뭐냐...형님 이번에 입학하신 대학 이사장 둘째가 대표로 있는데...중견 급은 넘는 회사지요. 돈이 많아요. 그래서 다들 대학 등록금 빼돌려 키운 회사라고들 합니다만...왜요?"
"그렇군요. 이 놈들 데리고 가서 자세한 얘기 들은 뒤 그 대표라는 친구 좀 조사해야겠습니다"
"이놈들은?"
"앞으로 써먹을 데가 많을 겁니다. 김 회장이 아이들 시켜 뒤를 좀 봐주라고 하세요"
"그러죠 뭐"
"그런데 건설회사라면 거기도 김회장 같은 손발이 있겠지요?"
"아마도... 있을 겁니다"
"그럼...앞으로 그 쪽 손발 애들과 푸닥거리도 할 수 있겠군요"
"무슨 걱정입니까? 형님 계신데..."
"검찰이나 기관에도 손발이 있겠죠?"
"그야...당연히..."
"그래요..."
"아따...형님도..."
"???"
"검찰이나 기관이라면 여기 박 회장님, 그리고 또 박변호사...뭐 형님도 지천이잖아요?"
"암튼...극비로 그 승화건설 대표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그리고 그 형이란 국회의원은 또 어떤 상황인지...그 집안 내력부터 현재 상황까지 모든 걸 자세하게...그리고 빠른 시간에 제가 보고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예. 형님"
긴 술자리가 필요 없었다.
삽시간에 임페리얼 한 병을 나눠 비운 뒤 수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얼이 빠진 채 술만 홀짝거리던 놈들에게 말했다.
"지금 나가서 카메라 가지고 와"
"예?...예"
"김회장...이 놈들 데리고 가서 이 놈들 차에 있는 카메라 받으세요"
"예. 형님"
"미안하지만 그거만 가져다 저 주시고 이 놈들 대려가서 자초지종 들으시고 다음 진행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술 자리를 파한 사내들이 우르르 나갔다. 그리고 집 안엔 수효와 여인만 남았다.
"좋지 않은 일이예요?"
"아냐...별 일"
조금 전까지 여인이 반말을 하고 수효가 존대를 했는데 사내들이 나가자 말의 위치가 바뀌었다.
여인은 수효를 남편 대하듯 하고 수효는 여인을 아내 대하듯 했다. 여인은 바로 박정숙이었다.
"씻을래요?"
"응..."
정숙의 질문에 대답을 한 수효가 훌렁훌렁 옷을 벗고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정숙은 벗은 수효의 몸을 보는 순간 다시 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언제나 그렇다. 수효 앞에서는 그냥 여자일 수밖에 없다.
몸이 그리 말한다. 그가 자신을 여자로 안은 이후 생긴 변화다.
제주에서 왔다는 한 청년에게 느닷없이 몸을 열었다.
몸만 연 것이 아니라 단번에 여자의 모든 수치심이 담긴 항문까지 다 열었다.
그리고 실신했는데 깨어보니 그 남자는 없었다. 그 후 한 동안 거의 패닉 상태로 살았다.
창졸간에 남편과 아들 딸을 잃은 후 16년을 수절하며 지켜 온 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생면부지의 청년에게 몸을 잃었다.
그렇게 잃은 것도 참을 수가 없는데 그렇게 만든 남자가 갑자기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가 누군지, 왜 자신을 찾았는지, 그리고 또 왜 자신이 그리 쉽게 그 남자에게 무너졌는지...
도저히 끄나플 조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그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회사 일도 투자도 다 접다시피 하고 거의 두문불출 상태로 살았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거의 매일 술로 살다시피 했다.
종종 지원이와 그 가족이 다녀가는 일상이 있었으나 그때 뿐이었다.
그렇게 거의 6개월 여를 지냈다.
그리고 심신을 다 추스려갈 무렵 지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 통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청천벽력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효정이라니...효정이가 살아있다니...그가 경수와 효정이의 아들이라니...
경수와 효정이 남매간에 사랑을 나눴다니...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아이까지 있었다니...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없는 상황이 자신 앞에 펼쳐졌다.
지원이 전해 준 편지를 한 백 번은 더 읽었다.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다.
거기다 지원도 이미 그의 여자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또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버린 그가 이미 자기의 딸이기도 하지만 저를 낳아 준 엄마까지 여자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신이 그에게 단번에 몸을 열어버렸는데...
같이 살았다는 효정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더 우스운 것은 지원의 고백이었다.
엄연히 남편과 잘 살고 있는 있으며 슬하에 아이를 둘씩이나 두고 있는 지원이다.
그런데 그애도 이미 그의 여자가 되어버렸단 고백을 들어야 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감당해야 한다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원과 함께 그의 애인이라는 지원의 친구 미연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수효의 지난 날을 들었다.
자신과 몸을 섞은 뒤 그 스스로도 자책감에 빠져 자진해서 사라졌다는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를 볼 수는 없었다. 아니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또 그 이전에 효정을 먼저 만나야 했다. 정숙은 지원이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거기 있었다. 딸이 있었다.
스무 살 해맑고 예쁜 딸 효정은 아니었어도 엄연한 딸이었다.
서른 중반을 넘긴, 이미 세파에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한 아줌마였으나 딸이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효정도 지원도 정숙도...그녀들이 쏟아 낸 눈물을 그대로 받았다면 정말로 몇 사발은 되었을 것이다.
셋은 그렇게 울고 퉁퉁 부은 얼굴로 마주앉았다.
효정의 서글픈 16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제주를 떠날 당시 열일곱이었던 수효가 제주도를 떠나야 했던 사연도 들었다.
수효는 이미 열다섯이 되면서 여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강한 사내가 되어버렸단다.
저주인지 축복인지 그의 강한 시선은 여자를 단번에 취하게 한단다.
취해진 여자는 다시는 그를 잊을 수 없으며 그를 떠날 수도 없다고 한다.
정숙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이 경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일이었다.
그 때문에 제주에도 수효의 여자로만 살아야 하는 원장과 강수영 선생의 사연도 들었다.
강수영은 이미 학교를 사직하고 서울로 수효를 찾아 떠났음도 알았다.
밤은 길지 않았다. 밤새워 회한을 풀었어도 회한을 풀리지 않았다.
특히 자신들이 앞으로 수효를 대해야 하는 일에 대한 해답이 얻어지지 않았다.
"엄마..."
무거운 분위기에서 지원이 정숙을 보며 불렀다.
"응"
"효정아..."
정숙의 대답이 있자 이번엔 지원이 효정을 불렀다.
"응 지원아.."
효정도 정숙도 지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원이 앞에 놓인 물을 한 잔 마시고 잠잠히 말했다.
"나는 수효씨...그냥 이대로 수효씨 여자로 살 거야"
"???"
"???"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편도 있고 가정도 화목한 지원이가 수효의 여자로 살겠다는 것이다.
"이혼하겠다는 거야?"
놀란 표정으로 효정이 물었다.
"그건 아냐"
"그럼?"
"아마 수효씨도 나 이혼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걸?"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그럴 것 같애..."
지원이 혼잣말처럼 지껄였다. 그런 지원을 향해 이번엔 정숙이 물었다.
"애들 아빠하고 살면서 다른 남자의 여자로 살겠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저도 말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잠시 대답을 않던 지원이 다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불렀다.
"엄마"
"그래"
"다시 수효씨를 평생동안 한 번도 보지 않고, 만나지도 않고 살 수 있어요? 전혀 보고싶지 않아요?"
"그건 아니지"
"효정아"
"응"
"너도 수효씨 보지 않고 살 수 있어?"
"그렇지는 않지"
"그럼 여기 우리 셋 뿐이니까...다시 만나면 수효씨에게 여자 아닌 엄마나 할머니로만 대하며 견뎌낼 수 있어?"
지원은 직격탄을 날렸다. 그 직격탄에 누구도 선뜻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미 효정도 정숙도 수효 밑에서 수없이 여보를 불렀고 몸은 복종했으며 주인으로 모셨었다.
그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뜨거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원의 직격탄에 아니라고 답할 수 없다.
대답이 없자 지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그를 만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요. 그 때문에 그게 빌미가 되어 애들 아빠하고 헤어져야 한다면 그 또한 내 운명일 거예요. 그렇지만 난 거기까지 가지 않았으면 해요. 엄마도 지금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건 효정이도 마찬가지고..."
지원의 이 고백 후 세 사람은 암묵적 합의를 했다.
혼자 살고 있는 수효를 일단은 엄마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 그렇다면 수효가 근친관계로 인한 죄의식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미 남이 되어버린 호적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마지막으로 미연과의 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까지...
그래서 수효가 엄마와 동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원은 수효를 엄마 집에서 만나는 것까지... 이들 세 여자는 합의문 없는 합의를 했다.
효정을 대동하고 상경하여 미연을 통해 수효가 살고 있는 원룸을 방문했다.
방 주인이 대입 준비를 위해 학원에 가고 없는 방 안은 수컷의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이미 그 방에서 미연과 동거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방에서 지원도 수효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방안에서 나는 수컷 냄새로도 정숙은 사타구니가 젖을 정도였다.
제주도의 합의가 매우 절실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런데 결코 원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정숙과 효정, 그리고 지원이 자신의 집을 방문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수효가 다시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의 실종은 미연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미연까지 안달을 했다.
급해진 미연이 수효의 행방을 찾아 주희나 명희의 주변까지 수소문했지만 그녀들도 아연해 했다.
다행히 서울 생활 후 수효의 여자가 되었다는 다른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학원에 상당수 여자 강사들도 있었고 여자 수강생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수효의 여자란 낌새를 찾을 수는 없었다.
수효의 여자들은 모두가 패닉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가정과 직업이 있는 명희나 주희, 그리고 지원은 그나마 외적으로 별 표식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연과 정숙, 그리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 간 효정은 수효의 실종으로 일을 거의 놓다시피 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갔다.
이제 모든 수효의 여자들은 점차 포기상태가 되어갔다. 미연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숙과 효정은 아니었다. 잦은 통화와 왕래를 통해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수효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이 수효의 여자임을 스스로 각인시켰다.
1년 여가 흐른 뒤 다시 겨울이 지났다.
텔리비젼 등 각 언론에서 전국의 대학 합격생 발표들이 뉴스의 상당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정숙은 다시 수효를 생각했다.
1년 전 미연을 통해 수효가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입을 준비중이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자신들을 피하지 않고 그때 만났다면 수효는 지금 대학생일 것이다.
그 생각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새록새록 들었다.
그때 '삐익'하고 대문 벨이 울렸다.
이미 아줌마는 퇴근을 한 뒤였다.
그날 따라 운전기사도 일찍 퇴근하여 그 큰 집에 정숙 혼자만 있었다.
다시 '삐익'하고 벨이 울렸다.
엉겁결에 일어나서 인터폰을 드니 화면에 수염이 덥수룩한 한 사내가 서있었다.
머릿결이 쭈뼛했다. 그냥 인터폰을 내려놓을까 하다가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그였다. 수효였다.
구렛나룻까지 덥수룩 길렀으나 눈빛이 틀림없이 단번에 자신을 여자로 만든 한수효, 그였다.
벌벌 떨면서 자신도 모르게 열림버튼을 눌렀다.
소파에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성였다.
처벅처벅 그가 현관 문 안으로 들어왔다.
눈을 마주 보았다. 그때 보았던 그 눈이었다.
당연히 먼저 사타구니가 젖어왔다. 입은 열리지 않는데 몸은 열렸다.
가방을 내려 놓은 그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얼어붙은 것 같은 정숙을 끌어 안았다.
품 안에 폭 안겼지만 정숙은 떨기만 했다.
실내복만 입고 있어서 맨살인 어깨 위로 뜨거운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떨리던 심정을 진정하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거기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내의 깊은 눈이 있었다.
하지만 정숙은 그 눈에 또 취했다. 안겨 있으면서 잠시 진정했던 몸이 불타올랐다.
사타구니에서 샘물이 솟아 마루바닥으로 떨어질 지경이었다.
먼저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붙였다.
사내보다 정숙이 더 적극적이었다. 이런 정숙을 때어 낸 사내가 나직하게 말했다.
"한 달은 씻지 않은 것 같은데...그래서 좀 씻어야겠어요"
정숙은 급했다.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 물의 온도를 점검했다.
그러는 사이 사내가 옷을 벗고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근사했다. 거의 1년 여 전 얼결에 보았던 사내의 몸이 아니었다. 정말 근사한 몸이었다.
가슴에 알맞게 난 털, 역삼각으로 벌어진 어깨선으로 따라 내려 온 뱃근육, 탄탄한 허벅지...
어디 한 군데 흠잡을 수 없는 몸집에다 가운데서 꺼덕거리는 저 엄청난 무기까지...정숙의 몸이 먼저 굴복했다.
그 밤...정숙은 다시 영낙없이 수효의 여자임을 몸이 고백하고 말았다.
입으로 수없이 불러 본 '여보'소리...
그리고 살려달라는 애원, 끝없이 쏟아내는 보지에서의 음수...
효정도 지원도 그 누구도 주기 싫었다. 자기의 남자로만 갖고 싶었다.
지원이 말한대로 이미 호적상 전혀 상관없는 남남인 사내, 그 사내가 자기몸의 주인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그날 이후 수효는 정숙의 남자로, 정숙은 수효의 여자로 서로 인정했다.
나이 차이가 있으니 수효는 둘만의 시간 외에는 깍듯이 손윗사람 대접을 했다.
수효의 생각에 따라 정숙도 그렇게 길들여져 갔다.
하지만 수효는 정숙에게 단 한 번도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깍듯이 회장님이었다.
정숙 또한 대외적으론 '한수효씨'로 호칭했다. 시간이 흐르니 그 또한 자연스러워졌다.
외부인들에겐 혼자 사는 박정숙이 공부 잘하는 학생 뒷바라지 하는 양태가 되었다. 다들 그렇게 이해했다.
일하는 아줌마도 운전기사도 내보냈다. 정숙은 수효를 위해 직접 가사를 했다.
운전기사도 회사에서 채용한 용역기사가 출퇴근만 담당하는 것으로 바꿨다.
지원은 엄마집에 온다는 핑게로 수효의 여자노릇을 했다.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다시 정숙을 스쳐갔다.
그 때 욕실 안으로 들어 간 수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옷을 벗은 정숙이 알몸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거기 늠름한 자신의 주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이 쏟아지고 있는 샤워기 안으로 수효가 정숙을 잡아당겼다. 정숙은 힘없이 수효의 품에 안겼다.
쪼옥
수효가 정숙을 안고 입술을 빨았다. 정숙도 수효의 입술을 빨며 화답했다.
수효의 손이 정숙의 젖통을 잡았다. 김명국 말대로 아직 40대들에겐 밀리지 않는 젖이다.
어쩌면 애 서넛 낳은 30대의 젖도 이 정도 탄력은 유지할 수 없는지 모른다.
그만큼 정숙은 아직은 자신의 몸에 자신감이 있다.
더구나 수효와 다시 이어진 지난 두어 달, 정숙은 몸이 점점 젊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그래선지 수효가 다른 여자에게 간 날은 몸이 더 뜨겁다. 이미 인정한 일임에도 몸은 그렇다.
수효가 젖꼭지를 살살 비비더니 한움큼 쥐어주고는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사타구니를 쥐었다.
"아..흑"
단음성의 신음을 발하는 정숙의 귀에 대고 수효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누가 뭐래도...누가 우리 사이를 알고 욕해도...온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욕하고 저주해도, 우리 때문에 세상이 망한다 해도...난 당신들을 내 여자로...때론 아내로...그렇게 사랑하며 살 수밖에 없어"
몸이 울었다. 눈도 울었다.
그가 다시 이 집에 들어와서 안으며 한 말이다. 그가 다시 몸을 접수하며 했던 말이다.
그런데 오늘 이 밤, 다시 또 그같은 말을 한다. 몸이 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더 이상 죄의식 갖지 마. 다른 생각은 하지 마...차라리 세상이 망하길 바라는 게 나을 거야. 나만의 여자...내가 남자로써 책임 질 여자...그러니 죄책감 갖지 말고 마음껏 사랑받고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야 돼. 더 이상 우리 관계에 대해 부정하면 안 돼. 늘 사랑한다는 말만 해"
또 같은 말을 했다. 그래도 눈에 눈물이 그렁 거린다.
이 느낌 이 기분...어쩌다 이성은 거부하라고 할 때마다 몸은 거부하지 멀라고 하는데...
그걸 용케 알고 이 남자는 말로 눈물을 쏟게한다.
먼저 간 남편과 경수가 하늘에서 보고있다고 해도 거부할 수 없게 한다.
이런 것인가. 육체가 먼저하는 사랑의 힘이...그저 놀라울 뿐이다.
생전 처음 느끼는 것들...감격, 황홀경,차고 넘치는 행복감...
그리고 이 남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 까지...그래서 늘 결심한다.
'그래 세상이 모두 저주하고 나 때문에 세상이 망해도 내 몸이 원하는대로 할 거야'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요부가 남자를 유혹하듯 했다.
엉덩이를 들어 음부가 그의 손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했다.
보지 안으로 들어 온 손가락이 다시 춤을 춘다. 그 춤에 음부의 털까지 같이 춤을 춘다.
온 몸에 또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그리고 왈칵 물이 한줄기 쏟아진다. 불과 5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아...하...학"
올가즘이다. 그 소리와 함께 전신이 잠깐 경직되자 그가 손을 뗀다.
그리고 다시 입술을 붙인다. 게걸스럽게 그의 입술을 빤다.
힘이 빠진 정숙을 한참 그대로 두던 그가 입술을 떼고 샤워기를 둘어 물을 뿌린다.
그러더니 샤위크림을 온 몸에 바르고 애무하듯 문지른다.
살갑다. 황홀하다. 이 느낌...여자로 받는 느낌...정숙은 황홀감에 다시 눈물이 흐른다.
샤워크림을 다 바른 그가 다시 샤워기로 물을 뿌려 준 뒤 자신의 몸에 뿌리고는 넘겨준다.
"행구고 나와"
침대에는 그가 있다. 그의 몸 위로 몸을 얹었다
끌어 안은 그가 자신의 허리를 조금 내려 보지에 성기를 맞춘다.
가슴이 터질 거 같다. 거대한 그의 무기가 다시 파고든다고 생각하니 온 몸이 떨린다.
다리를 더 벌린다. 그가 두 손을 양 허벅지 밑으로 넣더니 그대로 몸을 들어 올린다.
올려진 보지 속으로 그의 무기가 파고든다.
"아악"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진다. 늘 그렇다.
"사랑해 줄께"
"아...네..어흐흐음~~죽어도 좋아요. 당신한테 사랑만 받으면"
색기가 줄줄 흐르는 요부같은 반응이다.
몸 역시 스스로 뜨거워져 주체할 수가 없다.
사랑을 받고 마음을 얻고 한 남자의 확고한 여자가 됐다는 게 여성으로 다시 꽃을 피우는 거 같다.
안겨진 상태에서 그가 하체를 움직인다.
그 상태로 그의 좃이 보지를 드나드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이런 일은 예전에는 없었다. 그런데 그의 여자가 된 뒤는 자주있는 일이다.
"어흑~~여보~~"
그가 점점 속도를 높이더니 그 상태로 돌려뉜다.
그리곤 뜨겁게 달궈진 성기를 음부에 박아댄다.
"아흐흑~여보~~아~아~~아~여보~~"
"사랑해"
'흐~~으응 어쩜 좋아 당신 목소리만 들어도 미치겠어요~~아흐흑~"
진심이다.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몸은 미친다.
"아흐흑~어떡해요~~여보~~아흐흡~흐읍~아~~"
그의 성기에 의해 보지가 애액을 쏟아내는 것 처럼 입에서도 침을 흘린다.
좃몽둥이가 음부를 뚫어 버릴 듯 세차게 박아댄다.
"아흑~아흑~여보~"
"좋아?~"
"네~여보~~좋아요"
갑자기 그가 손을 잡아 보지를 드나드는 자신의 좃을 잡게했다.
질펀한 애액이 미끌거리는 것이 너무 뜨겁다.
머리끝은 물론 온몸의 털이 쭈빗거리는 거 같다.
전기 고문을 받는 게 이런 느낌일까.
몸의 모든 세포가 예민하게 공명을 일으키는 느낌이다.
그의 좃이 보지를 뚫고 들어가는 게 손을 통해 생생히 전달 된다.
뜨겁고 우락부락한 성기, 조갯살 처럼 쫄깃한 음부의 겉살과 속살 그리고 미끌거리는 끈적한 애액까지....
모든 게 한번에 느껴진다. 정숙은 그가 확실한 주인임을 느끼고 있다.
"아흑~아흑~여보~여보~~나 어떡해요~~아흐흑~~"
허리의 척추 속 힘줄이 짜릿하게 전율이 일때마다 음부 속에선 울컥울컥 뜨거운 애액을 쏟아낸다.
이런 반응을 느끼기라도 한 듯 그가 더욱 세찬 박음질을 한다.
보지는 사랑하는 주인을 받아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한계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자동으로 허리가 위로 휘어진다.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쥐어뜯는 침대시트를 찢을 것 같다.
"아....아...어...허..어엉...어 읍...컥"
끝까지 갔다. 더 이상 갈곳이 없다.
쿨럭 쿨럭 쿨럭
보지에 쏟아지는 폭포수가 안으로 모자라 밖으로 차고 넘친다.
사지가 축 늘어진다. 숨이 끊어지는 것 같다.
'푸우우'
길게 숨을 내쉰 그가 볼을 톡톡 건드린다.
힘없는 동공이 빛나는 수효의 눈을 받는다.
"좋았어?"
"네..."
배시시 웃는다. 이 사람은 내 남자다. 누가 뭐래도 내 남자다.
정숙은 엉덩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음액의 축축함에 몸을 일으킨다.
든든한 남자가 입술을 붙여 온다. 그 입술을 맛있게 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