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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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상했다. 분명히 어디선거 본 사람인데 어디서 봤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각인된 생각은 그가 이미 오래 전에 죽은 경수오바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거였다. 

벌써 17년이다. 단짝 친구 효정이네 가족에게 불행이 닥친 것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짝이 되어 친해진 효정이, 그 효정이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실종되었다. 

효정이는 실종되고 효정이 오빠인 경수오빠와 아빠는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 

같은 대학은 아니어서 효정이가 왜 휴학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했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효정인 유학을 위해 휴학했다고 말했다. 오빠와 같이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랬는데 마지막 가족여행에서 불행한 사고를 만났다. 

그 이후 효정이 엄마는 한동안 실성 상태까지 갈 지경이었다. 

친구 엄마를 위로하느라 자주 들락거렸다. 

엄마는 기력을 되찾았고 자신은 마음으로 양딸이 되었다. 

효정이 아빠와 경수 오빠가 죽고 효정이 실종된 뒤 1년 후 부터 엄마와 함께 살았다. 

자연스럽게 딸 노릇을 했다. 

그 후 지원은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가난한 집 막내 딸인 자신의 대학 등록금은 엄마가 다 책임졌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엄마는 강인했다. 효정이 아빠가 남긴 돈을 지금은 몇 배로 불린지 계산도 안 되도록 재태크에 능했다. 

지금 남편을 만난 것도 엄마 때문이다. 

남편은 지금도 엄마와 함께 일한다. 

엄마 소유 빌딩 3개를 관리하는 관리회사 전무로 근무 중이다. 

가난한 실제 친정 식구들도 다 엄마가 보살핀다. 그래서 이제 친정도 가난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오빠, 동생, 언니, 형부까지 다 엄마 소유인 골프장, 호텔 등에서 근무한다. 

지금 사는 집도 엄마가 사줬다. 

그런데 오늘 만난 미연의 애인이란 젊은이에게서 경수오빠를 본 것 같다. 

아직도 엄마 집 거실 한 가운데 있는 단란한 가족사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경수 오빠의 모습이 짙게 풍겼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효정의 모습도 보였다. 

갑자기 엄마가 생각났다. 전화기를 꺼낸 지원이 1번을 길게 눌렀다. 딸깍 신호가 떨어졌다.

 "엄마?"

 "응...지원이구나?"

 "응...아직 안 주무셨어요?"

 "요새 잠이 안 온다. 집이냐?"

 "아냐...밖이야"

 "왜?"

 "응...퇴근하고, 친구들 좀 만났어"

 "애들 가다리는데..."

 "애들 아빠가 암말 안 해요? 오늘 나 그 사람 허락 받았는데?"

 "그래?"

 "근데...엄마"

 "응?"

 "나 오늘 엄마 집에서 잘까?"

 "왜?"

 "그냥...옛날 생각도 나고...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기도 하고..."

 "애들 학교 보내야지"

 "애들 아빠가 하겠지. 그것도 못하나?"

 "그냥 들어가...그리고 주말에 애들 대리고 와"

 "알았어..그럼 그럴께요"

 "응. 들어 가"

 "엄마..."

 "또 왜?"

 "술 먹지 말고...얼른 주무세요"

 "그래"

 "그리고..."

 "..."

 "나...엄마에게...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뭔데? 돈 필요해?"

 "아냐...그런 거... 돈이야 이제 나도 나 쓸만큼 있어"

 "그럼 무슨 얘기?"

 "오늘은 늦었으니까...토요일 날 가서 말씀드릴께"

 "그래 그럼"

 "네...안녕히 주무세요"

전화가 끊겼다. 지원은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목요일이니 토요일이면 내일 하루 시간이 있다. 

다시 미연을 만나서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본 뒤 말해도 늦지 않다. 

오늘 좀 더 자세하게 보는 것인데 못했다. 

기집애들이 번갈아가며 술에 떨어져서 오바이트를 하느라 자세하게 보지 못했다. 

특히 주희 기집애가 오래 걸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희 그 기집애였다. 

술 취하기 전에는 아주 잡아먹을 듯 그 청년을 다구치려 했다. 

그러더니 오바이트를 하고 와서는 그 청년 얼굴도 제대로 보질 못했다. 

명희년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그리 술도 잘 먹던 년이 술 그거 몇 잔 했다고 아주 흐느적 거렸다. 

그리고 미연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 청년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청년이 뭐라하면 고양이 앞에 쥐처럼 우물우물했다. 

그래서 자기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처음 그 청년을 맞닥뜨린 순간 강렬하게 스친 기억. 그래서 술자리 내내 그 기억의 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주희를 부축하고 들어 온 얼굴에서 그 기억의 끈을 찾았는데 그 끈과 연결시킬 고리가 없었다. 

그래도 한 두 마디는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 기집애들 때문에 못했다.

 '누굴까?'

 '왜 그 얼굴에서 경수 오빠가 보일까?'

 '왜 그 얼굴에서 효정이의 그림자가 보였을까?'

지원은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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