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원은 별 이유도 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찾아오는 자신이 부끄럽고 이상하게 생각되어 지레 겁을 먹고 인하에게 물어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인하가 그런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그럼 뭐 어떠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하자 안심이 되고 너무나 기뻤다. 인하가 고맙기까지 했다.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발그라니 얼굴을 붉히는 효원이였다.
인하는 자신의 대답에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내비치며 은근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그제서야 효원이 자신에게 질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효원은 자신이 그를 찾은 걸 그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싫어할까봐 걱정이 되어 인하에게 미리 그런걸 묻는 모양이였다.
인하는 그런 효원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인하로서는 그녀가 자신을 찾아와준게 마냥 반갑고 기쁘기만 일인데 자신의 그런 마음을 알리없는 효원의 걱정이 순진하고 순수하게 여겨져 기분이 좋아졌다.
“저기 오빠...”
“응?”
“..............”
“왜? 불러놓고 왜 말이 없어? 사람 궁금하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자신을 불러 놓고선 뜸을 들이는지 망설이며 말을 않는 효원이 인하는 궁금했다.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건 분명 뭔가 하기 어려운 말인 모양인데 뭘까?’ 하는 생각에 호기심마저 생기는 인하였다.
효원은 지난 열흘동안 내내 자신을 괴롭히며 힘들게 했던 말을 인하에게 묻기가 부끄러워 말이 쉽게 나오질 않았다.
“효원아”
“네?”
“말해봐. 뭔지 모르지만 어려워말고 편하게 말해. 오빠라고 생각하고....”
“네... 저기.. 오빠”
“응... 그래”
“지난번 일 말이예요. 내가 오빠한테 실수한거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나 많이 욕했죠?”
“지난번 일? 어떤 일? 효원이가 나한테 실수한게 있었나? 그게 뭐지?”
인하는 효원이 말한 일이란게 어떤건지 잘 알고 있었지만 괜히 능청을 떨며 자신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신이 모른다고 하면 효원이 ‘그때 내가 오빠껄 어쩌구 저쩌구’ 하며 세세하게 말할 거 같아서 그런걸 은근히 기대하는 인하였다.
“지난번에 내가 오빠 집에 왔을때요.. 오빠가 잠들었을때 내가 오빠 거길 만졌잖아요.”
“거길....?”
“네.. 거기요.”
효원은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려 인하의 바지 지퍼을 바라봤다.
딱 꼬집어 명칭을 말하기 참으로 난감한 부분이였다.
어떤 명칭을 써야 할지도 몰랐고 또 그걸 과연 자신의 입으로 말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였다.
‘자식... 저러면서 그땐 어떻게 만졌지? 무슨 용기로 만진걸까? 크크크’
인하는 효원이 귀여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피식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글쎄... 그때 효원이가 날 만져었나? 어딜 만졌더라? 생각이 날 듯 하면서도 잘 안나네?”
“............”
“어디였지? 분명 만지긴 만졌던거 같은데....”
“아이참.. 오빠는 그새 그걸 까먹어요? 머리가 그렇게 나빠요?”
“응. 나 머리 나빠. 딱 꼬집어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몰라. 그러니까 효원이가 어딜 어떻게 만졌는지 확실하게 말해줘봐”
“.........!?...........”
인하는 속으로 키키득대며 효원을 향해 말했다.
효원은 인하의 말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인하에게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사과를 한 뒤 그의 이해를 받고자 하는 효원인지라... 그래야만 자신의 마음이 편해질 것만 같아 얘기를 꺼낸 것인데 인하가 그 일을 기억 못하는거 같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니 또 다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효원은 어차피 그때 일로 자신은 이미 그에게 충분히 부끄럽고 민망한 꼴을 보였으니 오늘 한번 더 부끄러워 진다고 한들 크게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 오빠가 잠들었을때 내가 오빠 고추 만졌잖아요.난 그냥.. 그게.. 오빠 고추가 커져있길래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 만졌는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크고 딱딱해서 안에 뭔가 다른게 들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지퍼를 열고 안을 보다가... 정말 깡통같은게 든 것처럼 무지 크고.... 엄청 딱딱해서... 잡아 본건데... 근데 그게 깡통이 아니고 진짜로 오빠꺼더라구요... 진짜 오빠 고추요. 사람 고추가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싶어서 계속 만졌거든요. 근데 그때 오빠가 깨어나서... 도망쳤어요. 부끄러워서... 창피해서.. 미안해요. 내가 나빴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줘요 으아아앙.....”
효원은 이왕 쪽판거 그냥 시원하게 말해버리자는 생각으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억지로 참아가며 더듬거리는 말로 그렇게 쉴 새없이 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솔직하게 모든걸 다 고백하고 나니 괜히 서럽고 복받쳐서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번 울음이 터지자 겉잡을 수가 없었다.
인하는 더듬더듬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하는 효원이 귀엽고 재미있어 속으로 웃으며 그녀의 얘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쉴 새없이 말을 해놓고 끝에가서 펑펑 울며 눈물을 뚝뚝 흘려대자 인하는 당황스러웠다.
효원에겐 말하기 힘들고 부끄러운 고백임에 틀림없을텐데... 용기를 내어 말하는 그녀를 보며 재밌어한 자신의 태도가 미안하고 죄스럽게 느껴져 인하는 울고있는 효원에게 다가가 그녀를 보듬어 주었다.
효원은 그런 인하의 품에 안겨 한참을 더 울고난 다음에야 울음을 그쳤다.
“효원아 괜찮아. 그렇게 미안해 할거 없어. 너무 부끄러워도 말고... 효원이가 그런거 자연스러운거야. 나라도 그랬을걸!?”
티슈를 뽑아 효원의 눈물을 닦아주며 인하가 부드럽게 말했다.
“정말요?”
“그럼”
“하지만 오빤 안그랬잖아요. 나 잘 때 오빤 그러지 않았잖아요.”
효원은 인하가 자신을 달래고 위로하기위해 괜히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열흘동안 혼자서 자신을 음탕하고 나쁜 애라고 욕하고, 발랑까졌다고 흉 봤을거면서 안그런척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나 많이 욕했죠? 내 흉 많이 봤죠? 여자애가 겁도 없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랬다고 얼마나 비웃었을까? 말 안해도 나 다 알아요. 훌쩍훌쩍...”
효원은 또 다시 훌쩍이며 울려고 했다.
어디서 눈물이 그렇게 나오는지 금방 그렇게 울어놓고 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려는 모습을 보자 인하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어떻게 달래야할지 난감했다.
“저기 효원아... 사실은 말야.”
“.........??.........”
“사실은... 나도 너 잘 때 만졌어. 너 몰래 니 가슴이랑 거기 만졌어.아 물론 팬티위로.. 팬티위로 만졌어. 진짜....”
“.........!!..........”
“내가 이런 말을 하는건.... 나도 똑같이 너 잘 때 너 몰래 니 몸을 만졌으니깐 내가 널 욕하거나 비웃을 입장은 안된다는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니가 미안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
‘짜악’
효원이 손을 들어 있는 힘껏 인하의 뺨을 때렸다.
인하의 머리가 뺨을 맞은 반대방향으로 획 돌아갔다.
효원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인하를 바라보며 씩씩거렸다.
인하는 자신의 볼을 강타한 효원의 손에 말을 미처 끝맺지 못한 채 맞아서 아픈 볼을 손으로 감쌌다.
인하는 얼얼한 볼을 손으로 감싸며 성난 효원을 바라보았다.
“효원아...?!”
“나쁜 놈! 저질! 변태!”
효원은 인하를 향해 그렇게 쏘아 부치곤 더 이상 인하와 마주 앉아있기 조차 싫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길로 집을 나와 버렸다.
‘쾅’하고 문이 닫히고 효원이 나간 한참 뒤에도 인하는 얼얼한 볼을 감싸쥔 채 멍하니 움직일 줄을 몰랐다.
효원은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아무것도... 그가 자신이 잠든 사이 몰래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채 열흘동안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하며 그를 향한 미안함과 죄스러움에 힘들어 했다는게 너무 원통하여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효원은 그런 나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인하를 향해 욕을 퍼부어댔다.
“변태! 저질! 나쁜 놈!”
효원은 인하에게 화내며 그를 욕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화를 내고 욕을 하면서도 효원은 인하를 생각했고 그가 보고싶었다.
그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상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야릇한 감정이 드는 효원이였다.
인하가 자신을 만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것인지, 자신을 만지며 기분은 어땠을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를 생각하며 자신이 자위를 했듯이 그도 자신을 생각하며 자위를 했던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며 묘한 기대와 떨림을 느꼈다.
그런 가운데 효원은 점점더 인하가 보고싶어졌다.
인하는 효원이 그렇게 가버린 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힘들었다.
화를 내며 가버린 그녀에게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저질 변태놈으로 낙인 찍혀 버린게 무척이나 섭섭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하가 힘든 건 다시는 효원이 그를 찾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이였다.
사실 인하는 수경과 헤어지자마자 효원을 만나 그녀로 인해 수경에 대한 미움이나 분노, 배신감 같은 힘들고 불편한 감정들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
효원이 아니였다면 그는 분명 수경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미련과 미움으로 몹시 힘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수경과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향한 무서운 질투심과 진한 패배감에 괴로웠을 것이였다.
하지만 참 신기하기도 효원이라는 아이는 수경이라는 존재를 쉽게 잊게 해주었다.
효원이는 자신의 애인을 뺏아 간 남자의 딸임에도 불과하고 전혀 미운 구석이 없는 아니 오히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자신의 그런 감정이 이상하고 믿기지 않을정도였다.
인하는 수경과 헤어지자마자 그날로 바로 효원이 자신 앞에 나타난 것이....
자신이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며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그나마 착실하게 살아온데 대한 하늘의 보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착한 놈이 여자 하나 때문에 아까운 시간 허비하며 행여 삐뚤어진 생각이라도 하며 삶을 낭비할까봐 그 시간을 채워주려는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효원은 일주일 후 다시 인하를 찾아갔다.
인하에 대한 화보단 그에 대한 보고픔이 더 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그의 집으로 뗄 수 밖에 없었다.
요즘 효원은 집에 있기가 싫었다.
아빠는 매일같이 늦었다.
수경을 만나 그녀와 함께 하느라 늦은 밤 혼자 있는 자신의 딸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도우미 아줌마는 아침에 왔다가 저녁이면 가기 때문에 아빠가 늦게오면 효원은 언제나 혼자였다.
수많은 남학생들의 애정공세를 받는 효원이였지만 또래 남학생들에겐 왜그런지 관심이 가지않았다.
자신의 외모만 보고 좋아라 따라다니는 남자 애들이 효원은 시시하고 유치해 보였으며 별 흥미도 재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예뻐서 여학생들에겐 시샘과 미움을 받았지만 성격이 좋고 착해서 친구들이 많은 효원이였다.
하지만 왠일인지 요즘 효원은 부쩍 외롭고 쓸쓸했다.
그런데 인하를 만나고 인하를 생각하면 즐겁고 좋았다.
그는 편하고 따뜻하며 자신에게 친절했다.
또래 남학생처럼 시시하고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나이답지않게 귀여워서 그를 보고 있으면 마냥 유쾌해지고 한없이 친근함을 느끼는 효원이였다.
자신의 외모만 보고 따라 다니는 남학생들과는 달리 인간적으로 의지가 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였다.
물론 그가 자신의 아빠 정우가 지금 만나는 이수경이라는 여자의 전 애인이였던 사실이 못내 걸리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이 인하를 피하거나 멀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효원은 어쩌면 자신이 처음부터 인하를 아빠나 수경과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어?! 효원아!?”
“나 또 왔어요. 괜찮죠?”
“그럼.. 괜찮고 말고 어서 들어와”
인하는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던 효원이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이렇게 찾아와준 것이 너무도 기쁘고 감사했다.
혹시나 와줄까 그녀의 방문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던 인하는 자신도 모르게 효원의 손을 잡아 끌었다.
효원은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반기는 인하의 얼굴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꼈다.
텅 빈 집엔 자신을 반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이 곳에 오면... 그의 집에 오면 그가 나를 반겨준다는 생각에 인하의 집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효원이였다.
인하가 자신의 손을 잡자 효원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거리낌없이 나눌 수 있는 인사로 가장 쉽고 간단한 신체 접촉이 손잡는 것이지만 지금 이순간 인하가 자신의 손을 잡은 것이 효원에겐 무척이나 설레이고 가슴 뛰는 일이였다.
자신의 손에 닿은 그의 피부와 손에서 전해오는 그의 따뜻한 체온이 너무 좋아 효원은 그 손을 영원히 놓치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해. 내가 나쁜 놈인거 알아. 잘못했어. 니 허락도 없이 그런거... 용서해줘.”
“.....................”
“치사한 변명 같지만... 그때 너... 너무 예뻐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 만지지 않고는 못 견디겠더라구. 그럼 안된다는 거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처럼 그랬어.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해주겠니?”
“네... 그래요. 알았어요.”
인하는 진심으로 효원에게 사과했고 그런 인하의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효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용서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로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건 서로를 향한 이해와 용서의 따뜻한 표현이였다.
“우리 오빠 동생하자. 앞으로 편하게 사이 좋게 지내.”
“.........?!...........”
“왜 싫어?”
“아뇨... 좋아요.”
효원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인하의 말에 왠지 섭섭하고 슬퍼지려 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몰랐지만 그의 입에서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말이 나온게 안타깝고 싫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달리 반박할 수 없는 말이였기에 그녀는 그러자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오빠 동생됐으니까 보고싶을때 언제든지 찾아오고 할 말 있을땐 아무 때나 맘 놓고 서로 연락하는거야. 어때 좋지?”
“네.. 좋아요.”
효원은 조금전에 섭섭하고 슬펐던 마음과는 달리 앞으로 그의 집에 언제든지 찾아와도 되고 그와 수시때때로 연락하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 함박 웃음을 지었다.
보고 싶을때 볼 수 있고 목소리 듣고 싶을 때 전화 할 수 있는 그가 있으니 앞으론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을거 같았다.
효원은 인하의 손을 꼬옥 잡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인하는 그런 효원을 보며 이유를 알수 없이 마음 한 켠이 아련해 오는 걸 느꼈지만 아무런 내색하지 않았다.
함께 저녁을 먹고 인하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쇼파에 앉아 TV를 보던 효원은 그동안의 긴장감과 걱정들이 일순간 가시자 그 느긋함에 졸음이 몰려왔다.
설거지를 끝낸 인하는 쇼파에 앉아 한 손에 리모콘을 쥐고 꾸벅꾸벅 졸고있는 효원을 보고 재밌다는 듯 웃으며 잠시 구경을 했다.
귀엽게 졸고 있는 모습을 즐기던 인하는 그녀를 깨우려다 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넘은 아직 이른 초저녁이라 잠시 그녀를 좀 편히 쉬게 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리모콘을 그녀의 손에서 빼내 탁자 위에 놓은 후 인하는 효원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응? 오빠?”
“응... 앉아서 졸지말고 누워서 잠시 눈 좀 붙여. 9시쯤 깨워줄게”
“네.. 헤헤”
인하가 효원을 안고 침대로 걸어갈 때 효원이 졸음에 겨운 눈을 살포시 뜨며 말했다.
효원은 지금 자신이 인하에게 안겨 침대로 옮겨지고 있음을 알고 괜히 기분이 좋아 그의 목에 팔을 둘러 힘껏 그를 끌어 당겼다.
효원을 침대에 막 눕히려던 인하는 효원이 갑작스럽게 그를 확 끌어 당기자 그만 중심잃고 뒤뚱 거리다 그녀를 안은채 그대로 침대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콩닥콩닥... 쿵쾅쿵쾅...’
인하와 효원의 가슴이 둘 다 두근거렸다.
중심을 잃고 침대로 쓰러지면서 인하의 얼굴이 하필이면 효원의 가슴에 파묻히고 말았다.
두 팔은 효원에게 깔려 꼼짝을 못한 채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묻고 헐떡이는 꼴이였다.
효원은 자신의 가슴을 누르는 인하의 얼굴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콩닥거리며 거칠게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인하에게 들릴까봐 부끄러웠다.
인하는 점점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말캉말캉한 살무덤의 감촉이 좋긴 했지만 허리와 엉덩이를 치켜 든 채로 얼굴만 효원의 가슴에 묻힌 상태였기에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효원의 몸에 깔린 팔도 저려오고 숨은 또 숨대로 찼다.
그녀의 가슴에 파묻혀 질식 할 것만 같아 점점 힘이 들었다.
더구나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효원이 듣고 이상한 오해라도 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 더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인하는 목을 좌우로 비틀며 효원의 가슴에서 빠져 나오려 했다.
그런데 인하가 효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이리저리 흔들자 그의 양쪽 볼에 효원의 가슴이 마구 비벼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인하는 자신의 볼에 비벼지며 눌러지는 효원의 말랑말랑하고 탄력적인 두 젖무덤에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어서 빨리 빠져 나오려 더욱 힘을 썼다.
“아앙...오빠 움직이지 마요. 이상해... 가만히 있어요. 아잉...”
효원은 인하의 얼굴이 자신의 가슴을 자극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짜릿하면서도 야릇한 감흥이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분이였다.
인하가 움직일 수록 점점 자신의 몸에 열기가 오르고 숨이 가빴다.
효원은 인하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꼭 눌러 버렸다.
“헉.. 효원아 좀 놔봐. 오빠 숨막혀 컥...”
인하가 효원에게 말했지만 그 말은 효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효원의 가슴에 묻힌 채 말을 한 것이라 효원에게는 그저 웅얼거리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인하는 효원의 몸에 깔린 자신의 팔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팔을 빼내려 힘을 줄 수록 효원이 자신을 더욱 세게 끌어 당겼다.
“아앙.. 오빠 가만히 좀 있어요. 왜 자꾸 움직여요? 이상하단 말이예요. 흐응...”
효원은 계속해서 인하가 자신의 가슴을 자극하는 바람에 몸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결코 싫지않은 그 감흥에 효원은 몸을 마구 비틀며 그에게 소리쳤다.
인하는 그런 효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몸에서 간신히 팔을 빼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있는 효원의 손을 잡아 풀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아이잉.. 오빠 몰라요!”
그런데 인하가 막 몸을 일으키며 효원에게서 떨어져 나올때 효원이 이제 민망한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생각에 새삼 부끄러운지 소리치며 인하를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인하는 또 중심이 흔들리며 몸이 뒤뚱거려 두 손으로 아무곳이나 잡고 지탱을 시켰다.
“.........!?..........”
“.........!?..........”
인하와 효원의 눈이 서로를 응시했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였다.
두 손으로 뭔가를 잡아 자신의 몸을 지탱시킨다는 것이 하필이면 효원의 가슴을 잡았던 것이다.
인하의 두 손에 효원의 두 가슴이 들어와 있었다.
효원의 몽글몽글한 젖송이를 양손에 쥔 채 인하는 자신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두근대는 것을 느끼며 침을 꼴깍꼴깍 삼켜댔다.
효원은 효원대로 민망하고 당황스러워 가슴만 콩닥일 뿐 그의 손을 뿌리치지도 그를 밀쳐내지도 못한 채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을뿐이였다.
인하는 빨리 ‘손을 놔. 어서 효원이 가슴에서 손을 때’ 하고 속으로 말했지만 좀처럼 그녀의 가슴을 놓지 않고 있었고..
효원은 ‘손을 때라고 말해. 당장 그를 밀쳐내’ 라고 외쳤지만 그건 마음속의 울림일 뿐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 질 않았다.
‘뭉클.. 뭉클...’
효원의 가슴이 인하의 손에 놀려졌다.
이럼 안된다는 걸... 당장 손을 때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인하의 손은 몽글몽글 갓피어난 젖송이의 감촉이 너무도 좋아 꼼지락꼼지락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해버렸다.
“하아.. 하아... 꿀꺽”
효원이 긴장과 떨림으로 고조된 숨소리와 함께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인하의 손을 제지시켜야 한다는 걸... 당장 밀쳐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그의 손길이 결코 싫지않아서 그를 그대로 방관하는 그녀의 행동도 이율배반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오빠....하아”
“효원아.....”
인하를 부르는 효원의 목소리도, 효원을 부르는 인하의 목소리도 둘 다 떨리고 있었다.
“그... 그만해야 해요. 하아... 멈춰야.. 해요”
“그.. 그래... 알아...”
“오빠....”
“조금만... 효원아 조금만 더 만질게... 미안”
효원의 말은 제지라고 하긴엔 너무도 미약했고 그것은 제지가 아닌 부탁에 가까웠다.
인하는 효원의 말을 들어야 했지만 그녀의 가슴이 전해주는 그 특유의 부드럽고 말캉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대로 그냥 놓기엔 너무 아까워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임이 아쉬워서... 조금이라도 더... 한번이라도 더 만져보고자 효원에게 애원조로 말했다.
효원은 차마 인하의 애원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그의 사랑 담긴 손길이 싫지않아서.. 아니 좋아서 더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끄럽고 수줍어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 볼수 없는 효원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려 인하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걸 보지않았다.
‘뭉클뭉클.. 말랑말랑...’
인하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빠른 속도로 효원의 가슴을 만졌다.
그것은 자신에게 허락된 얼마되지 않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그녀의 가슴을 느껴보고자 하는 조바심이 부추긴 행동이였다.
효원은 힘과 속도가 붙은 인하의 손놀림에 온몸을 발갛게 붉히며 고개를 더욱 옆으로 돌렸다.
가늘고 하얀 그녀의 목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사람의 맥박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 주는 신호라고 했다.
인하는 자신의 못된 행동을 허락해주며 그것이 효원 자신의 죄인양 부끄러워 고개 돌린 채 거친 맥박으로 숨쉬는 효원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녀의 하얀 목을 빨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인하는 서서히 효원에 가슴에서 손을 놓았다.
효원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인하는 그런 효원을 바라보며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애썼다.
인하는 채우지 못한 갈증에 입이 마르고 목이 탔다.
냉장고로 달려가 찬물을 병째 벌컥벌컥 마시며 인하는 타는 속을 식히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물을 마시며 힐끔힐끔 효원의 눈치를 보던 인하는 어쩌면 효원이도 자신처럼 해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컵에 물을 따라 그녀에게로 갔다.
“마셔... 시원해”
“....................”
“.......??.........”
인하가 물을 건네자 눈을 치켜뜨며 그를 바라보던 효원이 갑자기 놀란 눈을하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인하는 효원이 왜 그러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조금전 일이 부끄러워 그러는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왜그래? 무슨 일이야?”
“.....................”
“왜그러는데? 사람 궁금하게 하지말고 말을해”
“아이참.. 오빠꺼 또 커졌어요. 왜 그렇게 자주 커져요. 민망해서 볼 수가 없잖아요”
“뭐어? 헉!!”
인하는 효원의 말에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지가 불끈 일어서 바지를 불룩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제길...’
인하는 효원에게 줄려고 가져 온 물컵을 자신의 입으로 털어 넣어 버렸다.
그리곤 속으로 ‘물을 넣을게 아니라 빼야 할 상황이군’ 하며 식은땀 한 줄기를 흘렸다.
효원은 매일같이 인하의 집을 방문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그의 집으로 향하는 효원이였다.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반겨주는 인하가 좋았다.
그는 자신에게 다정다감하고 친절하며 항상 자신을 먼저 배려해주고 한없이 편안했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늦바람난 아빠를 기다리는 것보다 인하와 있는게 훨씬 좋았다.
아니 사실 효원은 요즘 아빠가 있어도 인하를 찾았다.
주말과 휴일이면 그와 야외로 나가 놀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놀이동산도 가곤 했다.
효원에게 인하는 이제 누구를 대신하는 사람이 아닌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런 사실을 효원은 아직 못깨닫고 있었지만...
인하는 요즘 퇴근시간이 부쩍 기다려졌다.
매일 저녁 어김없이 찾아와주는 효원이 있어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았다.
그녀와 마주하면 왠일인지 싱글벙글 웃게되는 인하였다.
주말이 가까워오면 그녀와 뭘 하고 어디를 갈까하고 즐거운 고민까지 하게되었다.
효원은 참 예쁘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한 소녀였다.
어이없도록 당돌한가 싶다가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힐땐 수줍음 많은 여자아이였고...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며 진지하게 들었다가 그것을 꼼꼼히 기억하는 똑똑하고 사려 깊은 아이이기도 했다.
그리고 크고 맑은 눈속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에게 질문을 할땐 여간 귀여운게 아니였다.
보면 볼 수록...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고 행복한 인하와 효원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시간들 속에서도 인하와 효원 두 사람 사이엔 항상 팽팽하게 감도는 긴장된 기류가 생겨나곤 했다.
둘이 함께 얘기 나누고 웃다가도 어느순간 예고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이상기류는 두 사람을 묘하게 설레이게하고 흥분시켜 인하와 효원을 자극하며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였고 남녀간의 어쩔 수 없는 끌림이였다.
인하는 효원이와 함께하다보면 그녀를 만지고 그녀를 갖고자하는 욕망과 욕정이 생겨났고 그럴때면 항상 자신의 자지가 꿈틀꿈틀 용트림을 해댔다.
자꾸만 수컷의 본능을 일깨우는 효원이 때문에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으면서도 너무나 힘이 들었다.
여자의 동의만 있다면 언제든지 수컷의 본능적인 행위를 할 수 있고 상대와 육체의 향연을 벌일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효원이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녀는 인하에게 아직 소녀였고 예쁜 동생이였다.
효원이를 어떻게든 구워삶아 그녀의 동의를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그의 육욕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도덕과 윤리라는 허울과 인하 자신의 양심이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통념과 자신의 양심 때문에 욕심을 꾹꾹 눌러 재우면서도 매일밤 효원을 생각하며 자지를 부여잡고 흔드는 자신이 신물나고 염증나서 짜증스럽기 그지 없었다.
효원이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그를 만나고 그와 얘기하고 그와 함께 웃는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지만 항상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원인을 알 수 없는 갈증이 가슴을 태우고 몸을 뒤틀리게 했다.
언제부턴가 그를 만날때면 항상 뭔가를 기대하고 바라게 되었지만 자신의 그런 야릇한 기대와 바램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았다.
인하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 해갈되지 않은 갈증에 답답하고 화가났다.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기대와 바램을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듯 스스로 허벅지를 벌리고 손을 자신의 음부로 가져가는 효원이였다.
인하를 떠올리며 보지를 문지르다 쾌락에 몸을 떨며 미끌거리는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고나면 그만큼 수치심을 느끼며 울분을 토해내야만 했다.
괴롭기는 효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날도 효원은 인하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두근대는 가슴 가득 설레임과 묘한 기대를 담고서...
하지만 인하는 오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더는 이대로 효원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 그는 효원에게 작별을 고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효원을 함께 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느껴야하는 욕정과 갈수록 커져자는 욕망, 그리고 도저히 제어 할 수 없는 본능과 그 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자신의 몸을 더 이상 방치했다간 큰일 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였다.
‘딩동.. 딩동...’
효원은 오늘도 환한 얼굴로 웃으며 문을 열어 줄 인하의 얼굴을 떠올리며 벨을 눌렀다.
인하는 벨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쉼호흡을 한 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오빠.. 나 왔어요. 헤헤... 나 보고싶었죠?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
효원은 반갑게 건넨 자신의 인사에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로 짧게 ‘아니’ 하고 말하는 인하에게 순간 멈칫했다.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이 낯설고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 같은 것이 효원을 엄습해왔다.
효원은 긴장하며 안으로 들어서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화난거 같애.. 표정이 안좋아요”
“들어오지마! 돌아가”
인하는 자신의 얼굴을 살피며 안으로 들어서는 효원을 막아 세우며 딱딱하게 말했다.
“왜요? 왜 들어가면 안돼요? 누가 있어요?”
“아니 그냥 니가 싫어서... 니가 내 집에 오는게 이제 싫어졌어.”
“오빠?”
“돌아가... 그리고 다신 오지마.”
“오빠 왜그래요?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나한테 화난거예요? 그럼 말해요. 내가 뭘 잘못해서 오빠가 화난건지 말해줘요. 그럼 고칠게요. 앞으로 안그럼 되잖아요”
“아냐.. 니가 잘못한거 없어. 나 화나지도 않았고..”
“그런데 왜?”
“그냥 니가 싫어져서 그래. 너랑 노는것도 이제 재미없다. 너도 싫증나고 유치하고 어린 널 상대하는 것도 짜증나. 그러니까 앞으로 다신 날 찾지마”
그의 말이 비수가 되어 효원의 가슴을 찔러왔다.
따끔따끔 아파오는 가슴이 효원의 눈에 눈물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더니 어느새 또르르 그녀의 뺨위로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인하는 효원에게 말을 하면서 목이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파와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을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서도 효원이를 위해서도 이러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더 힘들어질게 뻔했으므로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게 옳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 잘해줬잖아요. 우리 즐거웠잖아요. 그런데 왜...?”
효원은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은 채 울며 그에게 물었다.
인하는 그녀의 눈물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억누르며 최대한 냉정한 말투로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아 넣었다.
“그냥 어린 여자애랑 노는게 새롭고 신선해서 잠시 너랑 놀아 준거 뿐이야. 은 여자에게 아빠를 빼앗긴 니가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애인이 없어서 적적한 내 시간을 좀 달래기도 싶고해서 말야. 그런데 그것도 어제까지로 끝냈어. 더는 하기 싫어”
“정말... 그것뿐이예요? 나랑 함께 있어준게 단지 그런 이유였어요?”
“그래.. 그럼 내가 너같은 어린 애한테 달리 무슨 마음이 있었겠냐?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다신 오지마”
인하는 그렇게 말하고 매몰차게 문을 닫아버렸다.
아프도록 꽉 메여오는 목을 움켜 잡고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며 흘러 나오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인하는 그렇게 효원을 자신에게서 떨쳐냈다.
효원은 인하가 문을 닫자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손으로 입을 털어 막고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를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한 손으론 아픈 가슴을 움켜 잡아 달래보려 했지만 가슴은 그런 효원의 안타까움과는 상관없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통증만을 호소할 뿐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효원은 알 수가 없었다.
학교를 마치면 습관처럼 그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몇 번이고 그의 집 앞까지 찾아갔었지만 차마 벨을 누르지는 못하고 돌아오기를 며칠...
텅 빈 집으로 돌아와 어두운 방안에 갇혀 아무것도 안한 채 울기만 하다 지쳐 잠이 든 날들이 또 며칠...
그렇게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인하를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더욱 그를 향한 보고픔에 슬펐다.
간절하고 애절한 그리움이 효원을 힘들게 했다.
효원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이 인하를 사랑하고 있음을...
자신이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효원아”
늦은 밤 귀가한 정우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두드렸다.
인하를 향한 사랑을 깨달은 효원은 아빠의 노크 소리도 못들은 체 침대에 움크리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작도 못해보고... 피어보지도 못한 채 죽어버릴 자신의 사랑이 안타깝고 슬퍼 효원은 또 가슴이 아파왔다.
사랑인 줄 알았다면 정말 열심히 사랑했을텐데....
헤어지더라도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 남지않게 정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최선을 다해 아낌없이 사랑했을텐데...
사랑인 줄 몰라 사랑을 못했던 게 너무나 후회스러워 미칠것만 같았다.
인하는 퇴근 후에 매일같이 직장동료들과 친구, 그리고 선, 후배를 불러내 술을 마셨다.
잔뜩 취해 집에 들어가 그대로 잠이 든 후 아침이면 숙취로 아픈 머리와 속을 부여 잡으며 출근하는 인하였다.
효원의 생각을 않하기 위해... 효원을 향한 그리움에 안타까워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셨고 취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술에 취해도 효원의 생각은 그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니 술을 마시면 마실 수록 더 효원이가 생각나고 그녀가 그리워졌다.
인하는 자신이 효원에게 그런 말을 지껄인걸 후회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효원에게 전화를 할려다 마는 게 버릇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하는 점점 두려워졌다.
자신이 이토록 효원을 그리워하고 괴로하는 것과는 달리 효원은 이미 자신을 잊고 아무일 없는 듯 잘 지내는 게 아닌가 해서...
그녀를 향한 보고픔과 그리움보다 그녀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되는게 더 힘든 인하였다.
효원은 방과후 느릿한 걸음으로 인하의 집으로 향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랑을 피우지도 못하고 시들어 말려 죽일 수는 없었다.
함께 사랑할 수는 없다하더라고 자신의 감정을... 이 소중한 사랑을 그에게 알리기라도 하고 싶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고백하고 멋지게 돌아서면 좀 덜 안타깝고 덜 슬플거 같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원은 비를 맞으며 그대로 걸었다.
인하는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했다.
오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퇴근 무렵부터 굵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더 효원이 생각이 간절했다.
직장 동료들에게 술 한잔을 넌지시 건했지만 ‘이런 날은 일찍 들어가 마누라 젖탱이나 만지며 일찍 잠드는게 제일이야.’, ‘애인하고 여관방에서 땀빼며 찜질이나 해야지요’ 하며 모두들 제 갈 길을 찾아 일찍들 나서는 바람에 인하는 결국 집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할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인하가 사는 원룸은 주택가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로 계단식의 좌우로 하나씩 원룸이 배치된 총 10세대가 살 수 있는 조그마한 건물이였다.
지은지 3년 밖에 안된 새 건물이라 깨끗하고 또 주택가라 조용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고 따로 주차장이 없었다.
차를 근처 빈 공간에 주차시킨후 인하는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 원룸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의 원룸이 있는 3층 계단 중간에 올라 섰을 때 인하는 그만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비에 젖은 효원이 자신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얼마나 비를 맞은 것인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흠뻑 젖은 채였고 그녀의 몸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이 그녀가 서있는 곳은 물론이고 계단 아래로 까지 흘러 내리고 있었다.
효원은 비에 젖어 떨어진 체온 탓에 오돌오돌 떨며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효원아!?.... 임마 너...”
인하는 반가움과 애처로움에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효원은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그가 서 있는 모습이 보여 눈시울을 붉혔다.
이내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런 효원을 향해 인하가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갔다.
“왜 이러고 서 있니? 바보같이... 비에 흠뻑 젖어서 떨기나 하고..”
인하는 효원의 젖은 머리칼과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어무만졌다.
지금 효원이 비를 맞고 떨고 있는게 모두 자기 때문인거 같아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눈물이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감기 걸리겠다. 일단 들어가자”
인하는 효원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런데 효원은 그런 인하의 손을 잡으며 그의 발걸음을 제지시켰다.
그리곤 그를 불렀다.
“오빠”
“응?”
“나 어떡해요? 나 오빠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오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 몸이 뜨거워져요. 보고 싶어 미치겠고 안보면 죽을거 같아요. 이거 좋아하는거 맞죠? 사랑 맞는거죠? 나 이제 어떡해요? 흑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