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레나 =========================================================================
63.
레나가 숙소로 사용하는 피난석실은 좌우 폭과 천장 높이가 50m로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길이가 10m에 이르는 펜리르에겐 매우 좁은 장소로 뛰어다닐 만한 공간이 없었지만, 화염을 뿜어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펜리르! 화끈하게 화염 브레스를 좀 날려봐.’
아우우우우~
가슴에서 불쑥 튀어나온 펜리르가 몸집을 불리며 힘찬 하울링으로 기지개를 피며 레나에게 다가가 강력한 화염 브레스를 발사했다.
“까아악~”
집채만 한 늑대가 튀어나와 하얀 불꽃을 뿜어내자 몸을 보호하던 검은 망령들이 재가 되어 부서졌다.
화염 브레스 한 방에 믿어던 망령 방패가 사라지자 놀란 레나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망령의 손과 페스트로 펜리르를 공격했다.
그러나 병균인 페스트는 불과 상극으로 펜리르의 화염과 접촉하자 반짝이는 은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망령의 손길도 펜리르의 앞발에 맞아 붕 날아가 석실 벽에 부딪혀 사라졌다.
“아까처럼 또 큰소리쳐봐!”
“이건 반칙이야.”
“반칙? 미친년 지랄 쌈 싸먹기를 하네. 목숨 걸고 싸우는데 반칙이 어디 있어. 네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쳤어? 소환수 사용하면 반칙이라고?”
“1:1 싸움에서 소환수를 쓴 게 정당하다는 거야?”
“싸움에 정당한 게 뭔지 알아? 이기는 거야! 펜리르! 죽지 않을 만큼만 물어뜯어.”
아우우우우~
“아아아아악~”
하울링으로 레나의 혼을 쏙 빼놓은 펜리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양발로 톡톡 쳐대자 레나가 탁구공처럼 통통 튀어 다녔다.
1분쯤 가지고 논 펜리르가 뒤로 물러나자 사지가 제멋대로 꺾인 레나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아직도 나를 천 년 동안 가둬놓고 괴롭히고 싶어?”
“ 만 년 동안, 아니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괴롭히고 싶어.”
“깡다구는 마음에 든다. 그러나 어쩌지?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죽여라! 더러운 사내놈에게 생명을 구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죽이지 말라고 해도 죽일 거야. 문제는 어떻게 죽이냐 그게 문제지. 이건 어때? 가지고 있는 스티그마 내놓으면 이 자리에서 한 방에 죽이고, 그렇지 않으면 일 년쯤 괴롭히다 피타스 성주에게 넘겨주는 거야.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이 몰골로 피타스를 만나라고?”
“그건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야. 네가 알아서 해야지.”
“한때 피타스를 좋아했어. 그래서 아빠에게 피타스와 결혼시켜달라고 졸랐지. 그러나 아빠는 내가 피타스와 결혼하면 피타스가 자신의 자리를 넘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를 이웃 성주에게 시집보냈어. 탐욕스러운 성주가 죽고 1,000년 만에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땐 나는 사랑에 불타오르던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니었어. 그래서 결심했어. 나를 불행하게 만든 아빠와 내 사랑을 지켜주지 않은 피타스를 동시에 파멸시키겠다고.”
“그래서?”
“둘을 이간했어. 아빠에게 피타스가 성주 자리를 노린다고 했고, 피타스에겐 아빠가 의심하고 있다고 했지. 한두 번 말하면 될 줄 알았는데, 둘 사이는 고무줄보다 질겨 갈라놓는데 100년이 걸렸지. 그래도 결국 내 뜻대로 아빠를 몰아내는데 성공했어. 그날 밤 우린 조촐한 자축연을 열었어. 피타스를 중독시킬 술을 가지고. 하지만 피타스가 걸어 준 목걸이에 이 모양이 되어 성을 빠져나와 이곳 지하도에 숨어 살게 됐지.”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이 모습을 피타스에게 보여줄 순 없어. 놈이 내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순 없어.”
레나는 망가진 초라한 모습을 피타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스티그마를 건네주고 깔끔한 죽음을 택했다.
목이 잘리자 1,000년 동안 레나를 괴물 쥐 스플린터로 살게 했던 저주받은 목걸이가 풀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모레네가 말한 이스트 성의 미녀 뚱뚱한 토끼가 나타났다. 대체 어떤 모습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미의 기준은 시대와 사람마다 달라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었다.
한을 품고 죽은 레나의 머리를 보자기에 감싸 가방에 넣고 사용하던 아이템과 스티그마를 챙겼다.
마녀 레나의 빛나는 마법 지팡이 : 운+10 체력+30 지력+60
마녀 레나의 빛나는 오팔 반지 : 운+10 체력+30 지력+60
스티그마 망령의 손(1/1,000)
스티그마 망령의 방패(1/1,000)
중급 포션 2병
기대했던 죽음의 병균 페스트와 땅의 저주 무거운 발걸음은 스티그마와는 상관이 없는 스킬이었는지 망령의 손과 망령의 방패만 얻을 수 있었다.
망령의 손은 블링크처럼 순식간에 나타나 물체를 잡는 스티그마로 팬텀형 소환수와 몬스터도 사로잡을 수 있어 죽음의 사신을 대신해 사용하기로 했다.
100년을 투자하면 힘 곱하기 1만큼 힘으로 상대를 사로잡았고, 200년 곱하기 2, 300년 곱하기 3, 400년 곱하기 5, 500년 곱하기 7, 600년 곱하기 9, 700년 곱하기 12, 800년 곱하기 15, 900년 곱하기 20, 1,000년 곱하기 25와 망령의 손을 추가로 하나 생성했다.
그러나 망령의 방패는 죽은 영혼을 봉인해 사용하는 스티그마로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로웠고, 방어력도 뛰어나지 않아 상점에 팔아야 했다.
“피타스 성주가 레나를 좋아했으면 어쩌죠? 잘린 머리를 가져다주면 오빠를 해코지할 수도 있잖아요?”
“유정아! 좋아하는 여자를 쥐로 만드는 남자가 세상에 있다고 생각해?”
“아니요.”
“내가 생각해도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애증이 있을 수 있잖아요.”
“너는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듣기론 애증이 아니라 질투에 눈이 돌아 미쳐서 날뛰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왜요?”
“제이브가 피타스를 훌륭히 키웠다고 했지?”
“네!”
“그렇다면 제이브의 자식들은 피타스를 좋아했을까?”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피타스에게 쏠렸다면 싫어했겠죠.”
“바로 그거야. 레나는 피타스를 좋아한 적이 없어. 지독히 미워한 거야.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게 괴롭혔을 거야. 그러지 않았다면 여자를 쥐로 만드는 짓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안 그래?”
“듣고 그러네요.”
제나가 말한 것은 자기 관점에서 말한 것으로 100% 믿어선 안 된다. 어떤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명확하게 짚어낼 순 없지만, 레나가 한 말을 종합해 보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레나가 아버지를 싫어한 이유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 제이브가 피타스를 총애했다는 것, 먼 곳으로 시집가 고생한 것이 제이브와 피타스 때문이라는 망상, 피타스를 좋아했다고 말하며 독약을 먹이려 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레나는 피타스에 대한 지독한 질투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둘을 이간해 자신까지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말았다.
“오빠! 이 목걸이는 뭐죠?”
“위험해! 만지지 마!!”
“깜짝이야! 놀랬잖아요.”
“미안!”
소희가 바닥에 떨어진 저주받은 목걸이를 잡으려 해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치고 말았다.
[피타스의 증오가 어린 저주받은 진주 목걸이 : 착용자를 쥐로 변신시킴]
“이것만 봐도 피타스가 레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지?”
“같은 여자지만, 여자의 말은 정말 믿을 게 못 되네요.”
“죽는 순간까지 거짓말을 하다니 정말 너무해요.”
하수도에서 쥐를 잡아 실험한 결과 저주받은 목걸이는 만지는 것만으론 저주가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확인한 저주받은 목걸이는 피타스 성주가 만든 것이었다. 직접 만들었는지 고위 마법사에게 부탁해 만들었는지 알 순 없지만, 지독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
레나를 쥐로 만들어 고통을 줄 만큼 피타스 성주의 원한이 하늘에 닿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로 유정과 소희도 레나의 심성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 날 아침 레나의 목을 피타스 성주에게 가져다 줬다. 내가 보는 앞에서 보자기를 개봉한 피타스 성주는 30분 동안 말없이 레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덕분에 30분 동안 엎드려 있느라 발이 재려 죽는 줄 알았다.
“무슨 말을 하던가?”
“전임 제이브 성주의 딸이라는 것, 성주님과 제이브 성주를 이간질한 일, 제이브 성주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일 등을 말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던가?”
“했습니다.”
“죽을 때도 바뀐 게 없군. 여전히 이기적이야.”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입니다.”
“맞아.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지.”
이기적이라는 말에 한참 동안 벽을 뚫어지게 쳐다본 피타스 성주가 조용히 시종을 불러 물건을 건넸다.
[이스트 성 공적 +500 : 공적 1,000 - 스탯+2]
[다크엘프 아가타의 빛나는 화살집 : 운+10 힘+30 민첩+60]
“감사합니다.”
“오늘은 쉬고 싶군. 며칠 후 부를 테니 그때 임무를 주겠네.”
“알겠습니다.”
“박만수!”
“네!”
“비밀이네. 믿어도 되겠지?”
“믿지는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 일을 떠들 만큼 입이 싸지는 않습니다.”
“믿지는 마라? 그러나 떠들고 다니지는 않겠다. 재미있군. 천 년 만에 정말 재미있는 친구를 만났어. 하하하하~”
피타스 성주를 만난 게 이번까지 세 번째였다. 두 번은 철저히 자신을 감추던 피타스 성주가 오늘은 유정의 말처럼 애증이 교차하는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증오도 사랑의 일종일까? 미워하는 것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
피타스 성주가 레나를 좋아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심이 있던 건 분명했다. 오랜 세월 함께 지냈다면 남녀가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그것이 좋은 관심이 아닌 1,000년 동안 쥐로 살게 한 증오였지만, 그 안에는 미운 정도 같이 들어있을 것이다.
‘신조협려(神雕俠侶)의 악당 이막수(李莫愁)가 생각나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삶과 죽음을 함께하도록 하는가? 정이 참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주아를 잊지 못하는 거 보면. 하아~’
며칠 후 부른다던 피타스 성주는 한 달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우리는 피타스 성주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고 3대 던전 중 마지막 남은 동쪽의 붉은 피 타우렌 부족의 붉은 가시덤불 던전을 소탕하고, 매일 출근해 시간을 쌓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빡세게 사냥해 스티그마에 각각 300년씩 투자하고, 마법 공격력과 방어력 강화를 위해 지력에도 200년씩 투자했다.
이름 : 박만수
칭호 : 아홉 던전의 지배자, 이스트 성의 명예 기사(스탯+19)
공적 : 1,000(스탯+2)
시간 : 027:188:15:30:45
운 : 713.0+ 145 = 858.0
힘 : 1001.0+1191 = 2192.0
체력 : 1853.0+ 681 = 2534.0
민첩 : 1501.0+1339 = 2840.0
지력 : 721.0+ 65 = 786.0
여성 호감도 30
카리스마 20
스티그마 망령의 손(300/1,000) : 힘(2,192)×3만큼의 힘으로 상대를 사로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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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심유정
칭호 : 없음
시간 : 023:211:21:50:23
운 : 241.0+82 = 323.0
힘 : 433.0+169 = 602.0
체력 : 613.0+240 = 853.0
민첩 : 493.0+544 =1037.0
지력 : 481.0+85 = 566.0
스티그마 하늘에서 내리는 비(300/1,000) : 5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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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권소희
칭호 : 없음
시간 : 020:128:20:21:59
운 : 241.0+80 =321.0
힘 : 433.0+255 =688.0
체력 : 493.0+145 =638.0
민첩 : 613.0+340 =953.0×1.05=1000.7
지력 : 481.0+100 =581.0
스티그마 모래 위를 빨리 달리는 법(300/1,000) : 민첩 5%, 이동속도 10% 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