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54 대를 이은 충성 (54/68)

00054  대를 이은 충성  =========================================================================

                                    

54. 대를 이은 충성

“오빠! 침대에 갈아입을 속옷 준비해 놓았어요.”

“고마워. 그런데 왜 너는 왜 안 씻어?”

“모레네 언니 도와주고 있어요.”

“우리 소희 착하네.”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

“야! 네가 그러면 나는 뭐가 돼?”

“너는 오빠 시중들고 있잖아. 30분 후에 오빠 모시고 2층 식당으로 내려와.”

“알았어. 잘 모시고 갈게.”

“응!”

반바지에 하얀 면티로 갈아입은 소희가 얼굴 가득 미소를 보여준 후 후다닥 2층으로 내려갔다.

모레네 집에 얹혀살며 싸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유정도 소희도 모레네를 배척하지 않고 친언니 친동생처럼 친하게 지내 한시름 덜었다.

모레네 동생 모리아와 아직 서먹서먹한 게 살짝 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까워질 게 확실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몸을 섞은 이후엔 여왕개미 베르베르의 치명적인 로브가 필요 없네. 역시 남녀관계는 섹스만큼 확실하게 없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몸을 자주자주 섞여야 돈독한 애정도 생기는 거지.’

“윽! 밥 먹으러 가야 하는데 뭐하는 거야?”

“30분이면 한 번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흐응...!”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위에 올라탄 유정이 물 밖으로 튀어나온 고추를 재빨리 음부에 가져다 대고 엉덩이를 내리눌렀다.

“한번 시작하면 서너 번 해야 하는 거 몰라?”

“이건 본경기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몸 푸는 전초전이에요. 모레네 언니가 차려준 밥 먹고 제대로 놀아요.”

“얘가 계속 서 있을 텐데 밥을 어떻게 먹어?”

“제가 잡고 있을 테니 식사하세요.” 

“놀리냐?”

“네! 킥킥킥~”

“재미없어. 그만해.”

“고추 서 있으면 어때요? 다 오빠 여자들인데.”

“모리아 처제 일어날 시간 다 됐어.”

“조만간 모리아도 품에 안을 거잖아요. 미리 본다고 문제 될 거 없잖아요.”

“그건 본인 의사에 달린 거야.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고. 너는 내가 여자만 보면 달려드는 강간범으로 보이냐?”

“모레네 언니가 얘기했어요. 그리고 이스트 성에선 언니와 동생이 한 남자에게 시집가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고요. 오빠도 알고 있잖아요. 몰았어요?”

“알아.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지 모리아 생각은 아니야.”         

   

몬스터로 인해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최소 5배 이상 높은 이스트 성은 남아선호사상이 유달리 강해 여성의 지위가 남성과 비교해 매우 낮았다.

또한, 높은 사망률로 인해 남성이 여성의 절반도 안 돼 남성 한 명에 부인 2~3명은 기본이었다. 

모레네 부모님처럼 두 분만 사는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일부다처제 사회로 많은 사람은 20명도 넘는 여자를 거느렸다.

그리고 근친혼도 만연해 친척끼리 결혼하는 일도 흔했고, 심지어 오빠와 여동생, 누나와 남동생이 결혼하는 일도 있었다.

근친혼은 집안의 재산, 지위 등의 분산을 방지하고,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구에서도 얼마 전까지 흔한 일이었다.

신라, 고구려는 물론 이집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힘 있는 귀족과 왕가에선 아주 흔한 일로 심한 경우 아들과 엄마가 결혼하는 일도 있어 족보가 꼬일 대로 꼬여 개족보라는 말을 들을 지경이었다.

“모리아 예쁘죠?”

“예쁘지.”

“그럼 자빠뜨리세요. 그래야 모레네 언니처럼 우리와 사이좋게 지내죠. 안 그러면 우리를 영원히 아래로 볼 거예요.”

“흐음...”

“오빠 꿈이 하렘 왕국 건설인데 뭘 망설이세요? 혹시... 세 명으로 만족한 거예요? 정말 그런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최소 백 명은 거느려야 하렘 왕국이라고 할 수 있어. 세 명은 그냥 마누라야.”

“백 명이요?”

“그래!”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저는 최소 천 명은 예상했는데. 못해도 진시황의 아방궁 정도는 짓고 여자를 채울 줄 알았어요. 배포가 작네요. 쯔쯔쯔쯔~”

“.......”  

모레네도 나와 사랑을 나눈 후 유정과 소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내게 깊은 호의를 보인 날에도 유정과 소희는 소 닭 쳐다보듯 했다.

모리아도 나와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은 한 모레네가 했던 것처럼 유정과 소희를 대할 것이다.

결혼은 남녀 둘이 하는 것이 아니다. 집안과 집안이 하는 것이었다. 매우 불합리한 얘기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모레네와 좋아 죽어도 모리아가 싫어하면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걸 방지하는 일은 유정이 말처럼 모리아를 빨리 품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정아! 밥 먹으러 갈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아차차차!”

첨벙첨벙 첨벙첨벙

“아흑... 욕조에서 처음해본 거라 그런지 기분이 색달라요.”

“변태라 그런 거 아니야?”

“창고, 계단, 소파, 식탁 등 가리지 않는 오빠만 하겠어요.”

“커험...”

“하응...”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오빠! 이제 그만 빠져야겠어요.”

“놈들이 눈치챘어?”

“그런 것 같아요.”

“알았어. 빨리 가자!”

“네.”

모레네가 챙겨준 저녁밥을 게 눈 감추듯 후다닥 먹어치우고 3층 침실로 유정과 소희, 모레네를 끌고 올라갔다.

마음이 급해 상도 치우지 못하게 하고 납치하듯 셋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가 부서져라 허리를 흔들었다.

다행히 진동과 충격을 잡아주는 침대에 방음시설이 완벽해 문제가 없었지 그렇지 못했다면 2층에 자고 있던 모리아가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놀라 경기를 일으키거나, 내가 유정과 소희, 모레네를 죽이는 줄 알고 경비대에 신고했을 것이다.

거하다 못해 뽕을 제대로 뽑자 기절하듯 곯아 떨어져 잠이 들었다. 

처음으로 셋을 한 번에 안자 욕망에 뇌가 마비되며 미친 사람처럼 섹스에 몰두했다.

유정과 소희의 복수(?)로 정액을 모두 뽑혔던 날 이상으로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점심도 거르고 내리 자다 밤 10시가 돼서 일어났다.

모레네가 차려준 저녁을 거하게 먹고 조심해 다녀오라는 키스까지 받은 후 유정과 소희를 데리고 집을 빠져나왔다.

전쟁 마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 안에 일본 놈들을 좀 더 족치자는 유정과 소희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우리로 인해 일본의 전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일본이 우리보다 인원과 수준 모두 앞서고 있었다. 

전력의 균형은 맞춰놓는 게 좋다는 유정과 소희의 의견을 받아들여 밤이슬을 맞기로 했다.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소희가 몰래 잠입해 보초를 처리하고 중요인사를 납치해 데리고 나오면, 마부로 변장한 데스나이트가 끄는 수레에 실어 성 밖으로 끌고 가 아이템과 시간을 빼앗고 죽이는 것이었다.

수레는 모레네가 물건을 운반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아무런 표식이 없어 사용 후 깨끗이 청소해 갖다 놓으면 걸릴 염려가 없었다. 

첫 번째 타깃은 야마토 길드 길마 키타노 히로이키였다. 그러나 주변을 지키는 부하가 50명도 넘었고, 십여 명이 넘는 여자를 끼고 포션을 나발 불며 떡을 쳐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타깃은 시나노 길드의 길마 야마구치 유타카였다. 하지만 이놈도 키타노 히로이키처럼 주변을 대낮같이 밝혀놓고 여자를 한 명씩 방으로 불러 부하들과 윤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 살려둘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야마토와 시나노 길드에서 한 자리 하는 놈들 중 혼자 떨어져 있는 놈들을 납치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몇 명이야?”

“4명이요.”

“몇 명이나 처리했어?”

“28명이요.”

“고생했다.”

“아니에요.”

사이코패스 중 살인을 죄악으로 생각하지 않는 극소수를 빼면 살인을 유쾌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1,0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지만, 죽일 때마다 똥통에 빠지는 더러운 기분이었다.

내가 그럴 정도니 소희의 기분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덤덤하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뿐이었다.

괜찮냐고, 아무렇지 않냐고 물어보는 건 소희를 놀리는 짓이다. 위로한다고 그런 일을 시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상처만 주는 짓이었다. 

때론 백 마디 말보다 말없이 끄덕여주는 고개 한 번이 더 큰 위로가 됐다. 

진짜 위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진짜 위로였다. 

“충성!

“나가봐야 하는데, 성문을 열어줄 수 있지?”

“물론입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조심해 다녀오십시오.”

“수고해.”

“충성!”

사자와 소도둑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우락부락한 경비병들의 절도 있는 경례를 받으며 북문을 빠져나가 전속력으로 달려 으슥한 언덕 아래 마차를 세웠다.

깜깜한 밤에 요란한 말발굽과 바퀴소리가 적막을 깨자 놀란 몬스터가 불을 본 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나방은 불에 약해 펜리르가 화염 브레스를 뿜자 30초짜리 몬스터 300마리가 멋진 불 쇼를 보여주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명예기사가 되고 좋은 점은 이방인이라는 무시에서 벗어난 것도 있지만, 경비병들이 나와 부딪치길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예기사도 기사라 졸로 볼 순 없지만, 직책도 권한도 없는 명예기사 나부랭이를 향해 경례를 붙여줄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작위를 가진 사람은 떵떵거리며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권력에서 멀어지면 그것이 목을 조이는 올가미가 되어 목숨을 잃거나 거지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선 25대 왕으로 강화도령이라 불린 철종(哲宗)이었다. 정조의 이복동생인 은언군의 서자의 서자에서 태어난 철종은 학문과는 거리가 먼 농사꾼이었다.

가족 대부분이 역모에 연루돼 죽고 무지렁이로 살던 철종을 안동김씨가 데려다가 허수아비 왕을 만들고 국정을 농단했다.  

왕의 가족도 이러한데 명예기사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경비병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건 피타스 성주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자는 자신을 능멸하는 것으로 간주해 삼족을 멸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폭군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 피타스 성주의 말 한 줄로 인해 경비병은 물론 주민들까지 나를 함부로 대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손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 덕분에 통행금지 시간을 어겨도, 밤10시면 닫히는 성문도 알아서 열어주는 것이었다.

이스트 성은 밤12시부터 아침5시까지 통행금지였고, 밤10시부터 아침5시까지는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