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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1 금강부동(金剛不動) 철무동 (51/68)

00051  금강부동(金剛不動) 철무동  =========================================================================

                                    

51.

“여자들은 네 말과 다른 생각인 것 같은데?”

“눈을 보십시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요사스러운 년들입니다. 속으시면 안 됩니다.” 

“철무동! 너는 할 말 없어?”

“말하면 뭐하는데? 어차피 시간을 빼앗고 죽일 거잖아.”

“오! 여기 머리 제대로 돌아가는 놈 한 명 있었네. 어떻게 알았어? 내가 죽일지?”

“나도 그렇게 죽였으니까. 너라고 다르겠어.”

“그래도 혹시 알아? 말 잘하면 살려줄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 마. 너 가오리방쯔지?”

“그러는 네놈은 되놈이냐?”

“그래. 너희가 얕잡아 보는 되놈이다.”

“재미있는 놈이네. 하하하하~”

포용목과 철무동은 타임슬립 전에도 쭉 함께 다녔다. 그러나 명성은 리더인 도황 포용목이 크게 앞서 금강부동 철무동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포용목은 대도를 쓰는 것만큼 입담도 화려해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또한, 나서길 좋아해 어디서든 한 자리를 차지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에 비해 철무동은 항상 포용목 뒤에 조용히 서 있어 딱가리 정도로 인식돼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보니 포용목의 명성은 떠버리들이 만든 거짓이었고, 언제나 조용히 뒤에 서 있던 철무동이 진국이었다.  

“네놈이 일본을 박살 냈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데리고 다니는 소환수와 인원만 봐도 생각할 수 있잖아.”

“소환수와 함께 셋이 다니는 인원이 우리뿐이야?”

“겁을 집어먹은 일본과 한국 놈들 모두 성에 처박혀 있는데, 돌아다니긴 누가 돌아다닌다고 그래? 설마 자신을 나와 같은 되놈이라고 우기고 싶은 거야?”

“하하하하~ 정말 볼수록 마음에 들어. 지구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네.”

“그럼 깔끔하게 죽여. 마음에 들었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어. 네놈이 고통을 참는 만큼 다른 놈들은 시간을 바치고 빨리 죽고 싶어 안달 낼 거야. 그러니 네가 내 동료를 위해 희생해줘야겠어. 할 수 있지?”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겁을 줘도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주눅 들지 않고 하고픈 말을 하는 철무동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것과 내 편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편이면 살려주지만, 미치도록 마음에 들어도 내 편이 아니면 절대 살려둘 수 없었다.

조조는 관우를 풀어줘 훗날 목숨을 구하지만, 그건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였지 나처럼 속 좁고 지질한 인생엔 개가 웃을 소리였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시면 평생 노예로 살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형님! 호걸답게 깨끗하게 죽읍시다. 구걸한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예로 사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남자답게 정정당당하게 죽는 게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길입니다.”

“닥쳐! 너는 판게아에 오기 전부터 삶에 미련이 없어서 죽어도 괜찮겠지만, 나는 영생을 누릴 수 있는 판게아에서 영원토록 살 거야. 헛소리 집어치워.”       

“형님이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살려주지 않습니다. 정체가 들통 난 이상 우리를 죽여 입막음할 겁니다.”

“개새끼! 일부러 그랬지? 혼자 죽기 싫어 일부러 이분들의 정체를 밝힌 거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놈 속을 모를 줄 알고. 나를 따르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눈은 언제나 나를 경멸하고 있었어.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형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그 날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마음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 진심입니다.”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네 마누라와 딸을 죽인 것 때문에 네놈이 원한을 품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그건 사고였습니다. 형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홍무회 놈들을 피해 너의 집에 가지만 않았어도 네놈 마누라와 딸은 죽지 않았어. 그런데도 그게 어쩔 수 없는 사고야?”

“피할 곳이 그곳밖에 없었습니다.”

“넓은 상해에서 내가 달아날 곳이 정말 네놈 집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다른 곳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홍무회를 만난 곳에서 저희 집은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숨기엔 가장 적당한 곳이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 나는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있었어. 그런데 네놈 집에 간 건 네놈 마누라와 네놈 딸년이 방패가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어.”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목숨부터 생각합니다. 당황한 형님도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겁니다.”

“개소리 집어치워. 네놈은 입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앙심을 품고 나를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어. 그래서 품에 청산가리를 숨긴 거잖아? 내가 먹는 음식에 독을 타 죽이려고. 내 말이 틀려?”

“절대 아닙니다. 이건 제가 자살하려 구한 겁니다. 청산가리를 구한 날 아침 형님과 함께 판게아로 넘어왔고, 형님이 이곳의 왕이 되고 싶어 하셔서 차일피일 자살할 날을 미루고 있었던 겁니다.”

“거짓말이야. 네놈 눈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형님! 저는 형님이 저를 죽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는 신의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형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내가 어떻게 네놈 시커먼 속을 알 수 있어? 헛소리 집어치워.”

“이제 신파극 끝났지? 할 말 다한 거지?”

“주인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시면 개보다 더 납작 엎드려 주인님을 모시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형님!”

“시끄러워서 더는 들을 수가 없네. 둘 다 재갈 물려.”

“네!”

“살려주십... 으으으으~”

정확한 둘의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를 짐작하면 어떤 폭력 조직의 형·동생 사이인 것 같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둘이 갈라진 건 포용목이 철무동의 아내와 딸을 죽게 하면서 부터로 철무동은 그 일을 가슴에 담아두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포용목은 이를 믿지 않고 강하게 철무동을 의심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철무동이 정말 포용목을 용서했는지 그것까지 알 순 없지만, 철무동이 포용목을 배신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이런 사실을 포용목은 모르지만, 과거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나는 알았다.

포용목과 철무동은 한날한시에 같은 장소에서 함께 죽었다.

포용목이 일본의 야마토 길드에서 판 함정에 빠져 목숨이 위태롭자 철무동은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포용목을 보호하려다 죽었다.

일본에 심어 놓은 신시 길드원이 상부에 보고한 내용으로 철무동이 목숨을 바쳐 포용목을 구하기 위해 성난 사자처럼 날뛰자 포용목은 그 기회를 틈타 도망치다 화살에 머리가 뚫려 죽었다.

포용목이 죽자 철무동은 반항을 멈추고 날아오는 칼을 향해 가슴을 들이밀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철무동은 믿고 따르겠다는 약속을 죽음으로 지켰고, 포용목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10년 넘게 철무동을 이용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의심하며 10년 넘게 데리고 다닌 걸 보면 철무동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포용목도 대단한 놈이었다.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 10년 넘게 이용한다는 건 보통 사람의 배포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얍삽한 인간이지만, 그런 남다른 배포가 있었기에 중국 십대천왕 중 상위 네 명에 속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한 가지는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성공한다. 그것이 포용목처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해도 뛰어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었다.   

‘나는 포용목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절대 못 해. 의심이 드는 순간 가까이하지도 않겠지만, 아내와 딸을 죽게 했다면 그 자리에서 멱을 따버릴 거야. 사람은 끊고 맺음이 분명해야 해. 그래야 오래 살 수 있어.’

‘그런데 내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된장녀나 쫓아다니고, 아직도 주아를 잊지 못하면서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한다고 말하다니... 나 사이코패스가 분명한 것 같아!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놈의 판게아가 사람 다 버려놨어. 젠장!’ 

철무동은 진정한 사내였다. 20년간 판게아에서 만난 남자 중 단연 으뜸이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르고, 뼈가 보이게 살을 도려내고, 귀와 코를 잘라내도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이런 동료가 아니 이런 부하가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까운 인재였다.

“다음 생에는 좋은 친구로 만나자. 미안했다.”

“그륵그륵~”

진심으로 철무동에게 사과하고 목을 그었다. 날카로운 비수에 베인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숨이 막히는지 처음으로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내 여자인 유정과 소희, 모레네도 완벽히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의심의 눈으로 유정과 소희, 모레네를 바라보진 않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완벽히 믿지 않는 것뿐이었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생각이었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랬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누굴 믿고 있고, 그 사람을 얼마나 믿고 있고, 완벽하게 믿고 있는지. 

그러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게아 때문에 그렇게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구도 판게아와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법과 규범이란 허울을 벗어던지고 인간의 더러운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판게아가 나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매일 자신을 속이며 살았다. 착한 척, 예의 바른 척, 좋은 사람인 척, 있는 척 없는 척 다하며 거짓된 삶을 살았다.

그래야 성공해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예쁜 아내와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둘 수 있다고 어릴 적부터 세뇌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작 그래야 한다고 떠벌리는 위정자들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국민의 재산을 빼앗으며 우리를 틀 안에 가둬놓고 네모가 되길 원했다.

그 때문에 지구가 싫어진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판게아에 살며 나도 모르는 사이 판게아에 완벽히 적응한 것인지 타임슬립으로 돌아간 4개월이 40년처럼 길고 지루했다.

직장에 출근해 거짓된 웃음을 보이며 직장 상사와 여직원들의 비위를 맞추는 내 모습이 역겨워 미칠 것만 같았다.

작은 힘을 믿고 설치는 놈을 볼 때면 치솟는 살기를 억누르기 위해 피가 나도록 혀를 깨물어야 했다.

몸은 20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마음과 경험은 20년간 쌓인 살육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칼춤을 추고 싶었다.  

판게아로 다시 넘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미쳐 정신 병원에 입원했거나, 희대의 살인마로 기억됐을지도 몰랐다. 

‘철무동에게 작은 감명을 받았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놈은 나를 위해 고문을 참은 게 아니야. 한 줌도 안 되는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것뿐이야.’

‘그리고 철무동이 예전처럼 행동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절대 믿어선 안 돼! 그런데... 주아도 믿으면 안 되는 건가? 주아도 변하는 건가?’

주아와 10년 내내 붙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주아는 신시 길드 소속이었고, 나는 독고다이로 일이 있을 때만 같이 행동했다.

그러나 주아를 보고 싶어 신시 길드원도 아니면서 길드원 이상으로 길드 일에 쫓아 다녔다.

덕분에 10년의 절반은 주아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주아는 말없이 내 옆에 붙어 있었다.  

   

‘내가 알던 주아가 아니면 어쩌지?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아. 만나지 말까? 지금도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그럴 순 없어. 만나야 해! 만나서 내가 알던 주아가 맞는지 확인해야 해. 그래야 결정할 수 있어. 같이 살지, 죽일지.’

1461:133:19:40:15      

철무동을 뺀 7명에게서 867년을 빼앗았다. 포용목이 600년이 넘는 시간을 줬고, 여자 둘은 합쳐서 100일도 안 됐다.

두 여자는 궁수로 바람잡이 역할만 해 변변한 아이템도 없었고, 시간도 30일이 조금 넘었다.

죽여 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었지만, 우리가 일본을 초상집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고 있어 살려둘 수 없었다.

몰랐다고 해도 살려두지 않았다. 판게아에서 여자라고 봐주는 건 죽여 달라고 발가벗고 뛰어다니는 것과 같았다.

많은 남성이 잠자리에서 죽었다. 그들을 죽인 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자였다. 

섹스 중에 목과 심장을 칼로 찔러 죽였고, 섹스 후 잠이 든 상대의 멱을 따기도 했다.   

스탯이 하늘같이 높고, 레전드 아이템으로 도배하면 절대 안 죽을 것 같지만, 이런 영웅호걸 중 상당수가 힘없는 여성의 배 위에서 죽었다.

판게아에서 가장 무서운 상대는 몬스터도 남자도 아니었다. 바로 상냥하게 웃는 여자였다. 

그녀의 눈웃음에 정신을 빼앗기는 순간 당신은 시간과 아이템, 목숨까지 모두 잃고 발가벗긴 채 구석진 골목에 구겨진 휴지처럼 버려질 것이다.

딱정벌레 마법사 쿠쿠치의 빛나는 마법서 : 운+10 체력+30 지력+60

강철 날개 앙카의 빛나는 사각 방패 : 운+10 힘+50 체력+40

스티그마 까치독사(1/1,000)

스티그마 하늘에서 내리는 비(1/1,000)

강화석 3개

중급 포션 3병

하급 포션 15병

300kg 마법 배낭 2개

포용목 일행에게 빼앗은 아이템 중 쓸만한 건 마법서 1개와 철무동이 쓰던 방패 1개가 전부였다. 레어 아이템도 8개 있었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것보다 좋은 게 없어 당분간 들꽃 잡화점 금고에 보관해야 했다.   

그래도 치명적인 독을 무기에 담는 까치독사와 다중 화살 스킬인 하늘에서 내리는 비 스티그마는 성능이 뛰어나 소희와 유정이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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