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48 이스트 성의 명예기사 (48/68)

00048  이스트 성의 명예기사  =========================================================================

                                    

48. 이스트 성의 명예기사

판게아 주민도 이방인인 우리와 마찬가지로 왼팔에 생명의 시계가 있다. 원주민은 생김새만 다를 뿐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싸우며 살았다.

그러나 이방인과 원주민은 시간 거래가 안 됐다. 시스템상의 문제인지 손을 맞잡아도 거래 승인이 안 돼 시간을 뺏을 수도 넘겨줄 수도 없었다.

시간을 빼앗는 유일한 방법은 죽이고 몬스터처럼 일정 시간을 얻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죽여 봐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었다. 

영웅급인 제이브를 죽이고 얻은 시간은 고작 100시간으로 일반인을 죽인다면 1시간밖에 얻을 수 없었다.

이는 지구인끼리도 마찬가지로 전쟁과 고문으로 시간을 넘겨받지 않으면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1시간이 전부였다. 

“나 보고 싶은 이유가 이런 얘기하려는 거였어?”

“아니요.”

“그럼?”

“사랑받고 싶어서요.”

“하고 싶어?”

“네!”

모레네는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꼬면서도 자기 의견을 확실하게 얘기했다. 섹스를 하고 싶으면 여자도 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면 남자는 여자가 자신과의 섹스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점점 멀어지게 된다.

섹스는 남녀가 같이 쾌락과 만족을 얻기 위해 하는 행위였지, 한쪽의 욕망을 일방적으로 채우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강간이었다.

옥상에 있는 작은 옥탑방으로 들어갔다. 창고로 쓰는지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많고,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해 사랑을 나누기엔 적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당하지 않은 곳이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으슥한 공원, 어두운 골목길 귀퉁이, 불 꺼진 계단, 공용 화장실 등 사랑을 나누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은 어른들 몰래 불량식품을 먹는 아이처럼 일탈의 쾌감을 느끼게 해 사람을 더욱 미치게 했다.  

벽을 짚게 한 후 엉덩이를 뒤로 쭉 빼게 했다.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걷어 올리자 앙증맞은 하얀 꼬리와 작고 통통한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됐다. 

사랑하고 싶어 옥상으로 나를 유인한 모레네는 팬티를 벗어놓고 오는 귀여운 센스로 내 욕망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

츠읍! 츠읍!

뒤로 쭉 뺀 엉덩이를 찢어지도록 활짝 벌려 미끈거리는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음부를 강하게 핥았다.

“하악...!”

귀여운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음부에 혀를 넣어 휘젓자 옥탑방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러댔다.

“동네 사람 다 깨우겠다. 조금만 참아.”

“죄송해요!”

“하하하하~”

창피함에 울상이 된 모레네의 입술에 체액이 묻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가져다 대자 아기처럼 쪽쪽 팔았다.

자신의 체액인지도 모르고 빨아대는 모습에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터질 듯 발기한 성기를 쓱쓱 음부에 문질렀다. 체액으로 귀두가 촉촉해지자 허리를 힘차게 밀어 올렸다.

“하윽...!”

성기가 쑥 밀려 들어가자 모레네의 입에서 다시 커다란 비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이번엔 입으로 막고 있어 내 입속에서 소리가 맴돌며 밖으로는 큰 소리가 새어나가진 않았다.

탁탁탁탁~

풍만한 가슴을 터지도록 왼팔로 꽉 감싸 안고, 오른손으론 음핵을 강하게 애무하며 빠르게 엉덩이를 퉁기자 모레네의 몸이 부서질 듯 떨렸다.

“윽!” 

“흐응...!”

“하아~ 기분 좋다. 모레네는 어땠어? 좋았어?”

“네! 너무너무 좋았어요. 만수씨! 우리 한 번 더 해요. 이번에는 어제처럼 마주 보고 해요. 만수씨 품에 안은 상태로 하고 싶어요.”

“오~ 모레네! 색녀였네.”

“아이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창피해요.”

“하하하하~” 

“해주실 거죠?”

“당연하지. 모레네가 원하면 물구나무서서라도 해야지.”

“헉!”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영주의 인장을 찾아준 대가로 창고에 들어가 원하는 아이템을 한 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특권을 주겠다. 시종장!”

“네, 성주님!”

“이방인을 창고로 안내하게.”

“네!”

“성주님! 외람된 말이지만, 아이템은 안 주셔도 됩니다.”

“다른 원하는 게 있나?”

“성주님과 이스트 성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봉사? 내 앞에서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있다니 정말 재미있군. 하지만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이방인을 믿지 않아. 봉사는 네 여자에게나 가서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진심입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기회라...”

“저는 이방인입니다. 성주님께 어떠한 해도 끼칠 수 없습니다.”

“하긴 이방인은 성주가 될 수 없지.”

이방인이 성(城)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건 루시퍼의 은총을 받아서였다. 은총은 전쟁의 신전을 말하는 것으로 루시퍼의 힘이 깊이 미치는 곳을 뜻했다. 

그래서 전쟁의 신전이 없는 개척 마을을 차지하려는 것이었다. 개척 마을은 루시퍼의 은총이 도달하지 못해 마을 촌장을 잡고 결계석을 차지하면 내 것이 됐다.

“전임 성주 제이브를 죽일 실력이면 쓰일 곳이 많긴 하겠군. 그러나 이스트 성의 기사에 임명돼도 정식기사가 아닌 명예기사로 권한도 의무도 없다. 대신 원한다면 임무를 내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겠다. 그래도 명예기사가 되겠는가?”

“성심을 다해 성주님을 모시겠습니다.”

“지금 이시간부로 박만수를 이스트 성의 명예기사로 임명한다. 박만수는 권한도 의무도 없는 명예기사지만, 내가 임명한 만큼 누구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박만수를 함부로 대하는 자는 나를 능멸하는 것으로 간주해 삼족을 멸하리라. 단, 이방인끼리의 다툼은 예외로 한다.”

“감사합니다.”

“자네와 나는 이제 거래로 묶인 고용주와 피고용인 신분이네. 자네가 원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임무를 거부해도 되네. 그러나 고용주의 기분을 너무 망치지는 말게. 그건 고용관계에 금이 가게 하는 일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명심하겠습니다.”

“징표로 명예기사의 표식을 내리겠다. 달고 다니면 손해나는 물건은 아니니 가슴에 달고 있도록 하게. 물론 다른 성에 갈 때는 옷 속에 감춰야 하겠지. 안 그러면 첩자로 오해받아 죽을 수도 있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이스트 성의 명예기사 표식 : 운+10 힘+10 체력+10 민첩+10 지력+10] 

스탯을 10씩 올려주는 이스트 성의 명예기사 표식은 액세서리가 아닌 훈장과 같은 것으로 호칭이었다. 

호칭을 붙였다 떼는 방식으로 몸에 부착하면 스탯이 올랐고 떼면 그만큼 스탯이 줄어들었다.  

“첫 번째 임무를 부여하겠다. 타오르는 열사의 사막으로 숨어든 반역자 맬로우와 놈을 따르는 화적떼를 소탕하라.”

“알겠습니다.”

“너무 오래 묵히지는 말게. 그러면 다음 임무에 차질이 생기니까.”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피타스 성주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목소리 역시 변조했는지 탁성이 심해 얼굴을 연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고 해도 코와 입은 가리고 있어 눈밖에는 볼 수 없었다. 눈 역시 먼발치에서 옆모습을 힐끔 한 번 쳐다본 것뿐이 전부라서 길 가다 마주쳐도 알아볼 수 없었다.

‘신비주의 컨셉인가?’  

다음 날 아침 모레네와 함께 피타스 성주를 만나기 위해 내성으로 들어갔다. 20년간 판게아에 뒹굴었지만, 성주를 만난 적도 없었고, 내성에 들어가 본 적도 없어 아이처럼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언제나 TV에만 보던 화려한 내성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한걸음에 도착한 내성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피타스 성주가 머무는 내성은 우아하고 고풍스럽긴 했지만, 생각만큼 크지도,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뾰족뾰족한 첨탑과 높은 천장이 위압감을 줬지만, 서울의 화려한 호텔과 백화점에 익숙한 현대인에겐 좀 큰 집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초대형 액자와 고풍스러운 가구, 화려한 샹들리에 등은 우리와는 사는 곳이 다른 부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판게아에는 72군주가 다스리는 영토 외에는 왕국도 제국도 없었다. 오직 성주만 있었다. 

성주는 각각 독립된 세력으로 왕과 같은 권한을 갖고 있어 왕국이라 칭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분수에 맞지 않게 왕국 또는 제국으로 참칭(僭稱)하면 72군주의 공격을 받아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누구도 왕이란 이름을 쓰지 않았다.

각 성은 느슨한 동맹 관계로 72군주가 공격하면 서로 돕는 형태였다. 하지만 바다와 같이 넓은 저주받은 대지가 가로막고 있어 왕래가 원활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왕래 수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서신 교환은 타조보다 큰 비둘기를 이용했고, 매우 급한 일이 있을 땐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해 순식간에 원하는 성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장거리 이동 마법인 텔레포트는 성마다 루시퍼를 모시는 전쟁의 신전에 한 기씩 설치돼 있었다. 

루시퍼가 72군주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설치해 준 것으로 오직 성주만이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에 한 번에 30명이 최대였고, 정확한 좌표와 함께 좌표에 입력된 상대가 허락할 때만 이용할 수 있어 자주 사용되진 않았다.

가족과 부하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동맹을 믿는 성주는 없었다. 그것이 혼인으로 맺어진 상태라고 해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맬로우는 누구야?”

“5년 전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달아난 이스트 성 경비대 대장이에요.”

“화적떼는 뭐야?”

“맬로우가 이스트 성을 차지하려 끌어들인 사막의 검은 이리 부족이에요. 그렇다고 정말 이리는 아니에요. 호드 종족 중 라이칸스로프(Lycanthrope)에요.”

“늑대인간?”

“네.” 

“임무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날짜를 정하지 않았으니 원할 때 하시면 돼요. 그렇다고 너무 오래 끌지는 마세요. 성주가 기분 나빠 할 수도 있어요.”

“석 달 안에만 하면 되지?”

“그 정도면 충분해요.”

“모레네 없었으면 엄청나게 버벅댔을 거야. 고마워!”

“당연히 제가 할 일이었어요. 칭찬받을 일 아니에요. 그리고 남편이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버릇없어져요.”

“고마워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잘못이야?”

“아니요.”

“그러면 고맙다는 말 듣기 싫어?”

“좋죠.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행복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왜 그래?”

“이스트 성 남자들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 안 써요. 그건 남편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완전히 조선 시대네.”

“조선 시대요?”

“대한민국 이전에 있던 나라야. 남존여비 사상이 엄청나게 강해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했어. 지금은 반대로 여존남비가 돼 여자가 하늘, 남자가 땅이 됐지만.”

“여기와 아주 흡사한 나라였네요.”

“이스트 성만 그런 거야? 아니면 판게아 대륙 대부분이 그런 거야?”

“여성이 사회의 주류인 일부 종족을 빼면 남존여비가 심한 편이죠. 그게 다 몬스터 때문이에요.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수렵시대에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렸던 건 여자보다 머리가 좋고 지도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단 하나 힘이 여자보다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부족과 위험한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가족과 무리를 지킬 힘이 있어 우월한 지위를 누렸다.

판게아도 지구의 수렵시대와 같았다. 몬스터를 물리치지 못하면 자신과 가족, 사회 구성원이 모두 죽어 사냥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가장 큰 대우를 받았다.

이스트 성의 여성들은 뛰어난 신체와 높은 스탯으로 지구 여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전투력을 보유했지만, 사자보다 용맹한 남성에겐 뒤처져 조선 시대처럼 홀대받고 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