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3 바니걸(Bunny Girl) =========================================================================
43. 바니걸(Bunny Girl)
“사냥의 여신 디아나의 루비 귀걸이는 유정이가 쓰고, 전설의 대도 유비니스의 산호 귀걸이는 소희가 써.”
“크크크~ 너 밤눈 어두운 거 오빠도 아시나 보다.”
“어? 그러고 보니 나 눈 나빠서 안경 썼는데, 지금은 안경 없이도 잘 보이네.”
“정말이네. 어떻게 된 거지?”
“그뿐만이 아니야. 변비도 없어졌고, 먼지 알레르기도 사라졌고.”
“공기가 좋아서 그러나? 오빠! 왜 그런 거예요?”
“스탯이 올라서 그래.”
스탯은 전투에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우리 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스탯이 높아질수록 몸도 마음도 튼튼해졌다.
“오빠! 소희랑 얘기했는데, 이번에 얻은 강화석까지 몽땅 바람 부츠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흐음...”
“무기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지만, 언제 레전드 무기를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잖아요. 그리고 구한다고 해도 오빠가 원하는 단검이나 짧은 검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먼저 바람 부츠에 강화석을 투자해 오빠의 능력을 최대한 올려 영웅과 신화급 몬스터를 좀 더 수월하게 좀 더 많이 잡는 것이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이 방법인 것 같아요.”
“저도 유정이랑 생각이 같아요. 블링크까지 달린 신발이면 나빠 보이지 않으니 일단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희 생각이 옳은 것 같다. 그렇게 하자.”
“헤헷~ 이래서 내가 오빠를 죽도록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 얘기를 잘 들어줘서.”
“저도요. 오빠는 항상 저와 유정이 얘기에 귀 기울여줘서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래 주실 거죠?”
“당산빠떼루지~”
“윽! X세대다.”
“아직도 살아있는 X세대가 있다니... 아우 추워!”
“컥!”
‘아이들 말투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나이는 35살이지만, 35살만 20년을 살았어. 서울 말투를 까먹지 않은 것만 해도 칭찬받아야 할 일 아닌가? 그렇다고 사실을 말할 수도 없고... 젠장!’
+8바람의 정령왕 에리얼의 찬란한 가죽 부츠 : 힘+408 체력+408 민첩+816
특수 옵션 - 블링크 : 5m~10m 순간이동, 쿨타임 없음
타임슬립 전 사용한 레전드 전투 장화는 이동 속도 20% 향상 옵션이 붙어있었다.
전투의 양대 축인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아주 좋은 옵션이었지만, 전투의 흐름을 한순간에 바꿀 힘은 없었다.
같은 레전드 아이템이라도 옵션에 따라 값어치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컸다. 바람의 정령왕 에리얼의 가죽 부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블링크가 붙었지만, 이동속도 향상 부츠와 비교하면 최소 두 단계는 높은 최상위 레전드 아이템이었다.
스티그마 마리오네트(1/1,000) : 공주와 처키 생산
“오빠?”
“왜?”
“이놈 영웅급 보스 몬스터라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
“그런데 왜 달랑 스티그마 하나 주고 끝이죠? 유니크든 레전드든 아이템을 한 개는 줘야 하잖아요.”
“대신 보물 상자 속에 든 아이템을 줬잖아.”
“그건 드롭이 아니잖아요. 보물 상자지.”
“죽으면 드롭할 아이템을 상자에 넣어놨나 보지.”
“그런 몬스터도 있어요?”
“제이브는 원주민이니까 몬스터와는 조금 다르겠지.”
“아! 맞다. 얘는 몬스터가 아니라 이스트 성 성주였지. 그런데 왜 스티그마를 주죠? 성주면 우리와 같은 휴머노이드잖아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제이브가 아이템을 떨구지 않은 이유를 알면서도 모른 척 능청을 떨었다. 유령 동굴 던전의 보스 제이브는 이스트 성의 전임 성주로 몬스터와 달리 죽으면 부활하지 못하는 영원히 사라지는 존재였다.
72군주와 원주민은 몬스터가 아니다. 이들은 이방인인 우리와 마찬가지로 죽으면 부활하지 못한 채 영면에 들었다.
그러나 아이템 드롭 방법은 몬스터와 같았다. 죽으면 스티그마만 사라지는 우리와 달리 사용하던 아이템과 스티그마를 랜덤하게 드롭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제이브처럼 드롭할 아이템을 보물 상자 속에 숨겨두면 아이템을 드롭하지 않았다.
이런 놈을 만나면 숨겨놓은 보물 상자를 찾아야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만약 숨겨놓은 보물 상자를 찾지 못한다면 빈손으로 던전을 나와야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놈은 많이 정말 심하네. 마법사의 던전을 탐사하면 실험도구와 돈, 각종 마법 물품을 얻을 수 있는데, 청빈이 좌우명인지 보물 상자에 든 아이템을 빼곤 아무것도 없네.’
‘빈손으로 도망쳐 품속에 갖고 있던 마법 지갑 속 아이템이 전부라고 해도 그렇지 그 흔한 보석도 하나 없어. 애새끼! 준비성이 없어. 이러니 밑에 애들이 싫어하지.’
침실과 주방 등 놈이 머물던 곳은 샅샅이 뒤졌지만, 인형을 만들다 남은 헝겊 쪼가리가 전부였다.
아이템을 빼고 유일하게 건진 게 100kg짜리 마법 지갑이었다. 마법 지갑은 공간 확장 마법이 마법 배낭보다 100배나 뛰어난 아티팩트로 100kg이면 잡화점에서 100년은 줘야 살 수 있었다.
유령 동굴을 돌아 나오는 길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전임 성주 제이브처럼 원주민이나 72군주가 차지한 던전과 성은 보스가 죽으면 던전의 기능도 멈춰 텅 빈 동굴과 성으로 변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부하들을 풀어놓기 전까진 곤충과 쥐, 동물만 들끓는 폐허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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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수님이 무조건 성공하실 걸로 굳게 믿고 있었어요. 호호호~”
“모레네님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에요. 만수님의 능력이 출중하셔서 이렇게 무탈하게 돌아오신 거예요.”
“감사합니다.”
“여기 약속한 보상이에요.”
[전설의 엘프 검객 에르반의 쌍검술 교본]
‘쌍검술 교본이면 스킬북인가? 이런 것도 있었나? 모르는 게 없다고 자신만만했는데, 어째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모르는 것투성이냐. 그러고 보면 나도 판게아를 너무 띄엄띄엄 알고 있었네. 에휴~ 초보자보다 나을 게 없네.’
“스킬북인가요?”
“아니에요. 힘과 민첩 스탯을 올려주는 스탯북이에요.”
“스탯북? 으음... 얼마나 오릅니까?”
“그건 저도 몰라요. 읽어보세요. 얼마 안 걸릴 거예요.”
“아닙니다. 돌아가서 보겠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러지 마시고 저랑 차 한 잔 마시고 가세요. 어려운 일을 해주셨는데, 아무런 대접도 않고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차 한 잔 타가지고 올게요. 그동안 책보고 계세요.”
“...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어떻게 자리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주면 나야 땡큐지.’
모레네가 엉덩이를 살랑이며 차를 타러 가자 소파에 앉아 전설의 엘프 검객 에르반의 쌍검술 교본을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읽었다.
대충대충 읽으면 스탯을 적게 줄지도 모른다는 옹졸한 마음에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읽었다.
표지에 검술 교본이라고 쓰여 있어 그림과 함께 칼 쓰는 법이 자세히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얘기는 없고 에르반이 태어나 살아온 이야기가 잡다하게 쓰여 있었다.
‘루시퍼력 33,658년! 정확히 5,000년 전 사람이네. 그것도 대륙 동쪽이 아니라 서쪽이면 이스트 성에서 대체 얼마나 먼 거야?’
타임슬립 전 20년간 열심히 판게아 대륙을 떠돌았지만, 10분의 1도 돌아보지 못했다.
72군주와 영웅·신화급 몬스터가 가는 곳마다 자리를 잡고 있어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지구보다 10배 커 다 둘러보려면 100년으론 어림도 없었다.
비행기와 자동차, 배 등 운송수단이 발달한 지구도 유명한 관광지만 돌아봐도 족히 몇 년은 걸렸다.
뛰어난 소환수를 가진 사람은 제약이 덜해 많은 곳을 둘러봤겠지만, 나 같은 뚜벅이는 죽어라 두 다리를 부지런히 놀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었다.
“재스민차에요.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향기가 참 좋습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차 마시면서 천천히 읽으세요.”
“네.”
유정과 소희는 일부러 호텔 방에 두고 왔다. 모레네와 친해지면 앞으로 더 많은 퀘스트를 받을 수 있어 혹(?)은 떼어 놓고 혼자만 왔다.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옆에 이성이 있다면 다가갈 수 없는 게 사람 심리였다. 혼자 온 게 효과가 있었는지 낮에 왔을 때보다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전설의 엘프 검객 에반의 쌍검술 교본을 정독]
[힘+100, 민첩+100 향상]
이름 : 박만수
칭호 : 일곱 던전의 지배자(스탯+7)
시간 : 594:020:13:58:02
운 : 713.0+ 131 = 844.0
힘 : 1001.0+1177 = 2178.0
체력 : 1753.0+ 667 = 2420.0
민첩 : 1501.0+1325 = 2826.0
지력 : 481.0+ 45 = 526.0
여성 호감도 30
카리스마 20
“모레네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만수님 덕분에 성주님의 부탁을 들어드릴 수 있게 됐어요. 감사는 제가 해야 해요.”
“아닙니다. 모레네님이 저를 선택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끌림이었어요. 100년 만에 처음 찾아온 끌림이요.”
“네?”
“여기선 끌림을 상대를 좋아한다는 말로 대신해요.”
“.......”
“제가 싫으세요?”
“아.아닙니다.”
“그런데 왜 말씀이 없으세요?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게 마음이 안 드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라서 그렇습니다.”
“싫은 건 아니고요?”
“아름다운 미녀를 싫어할 남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 말씀은 제가 아름답다는 뜻인가요?”
“네!”
“평생 예쁘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소원을 푸네요.”
“진심으로 한 말입니다. 모레네님!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방인들은 호리호리한 여자를 좋아하나 봐요?”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모두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비교적 그런 편입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이스트 성 남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커 애를 쑥쑥 잘 낳는 여자를 최고 미녀로 치죠. 저 같이 몸매가 호리호리해 가슴과 엉덩이가 빈약한 여자는 부실하다고 여자로 보지도 않아요.”
“모레네님이 부실하다고요? 제가 보기엔 가슴이 매우 큰... 죄송합니다.”
“제 가슴이 크다고 느끼세요?”
“네!”
“호호호~ 고마워요. 그런 칭찬 정말 처음이에요.”
“.......”
여자에게 가슴이 크다고 말하면 뺨을 맞을 수도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 가슴 크다는 말을 칭찬으로 듣는 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성희롱으로 받아들였다.
더군다나 성희롱은 처벌 대상으로 추행(신체접촉)이 없으면 형사상 처벌할 수 없지만, 내용이 상대방을 경멸하는 표현이면 모욕죄에 해당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여직원들이 성희롱할 거면 3,000만 원 들고 하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