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일본에 꽂은 빨대 2 =========================================================================
35. 일본에 꽂은 빨대 2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며 연속으로 무릎을 놀리자 강력한 한 방을 노린 오르도가 뒤로 물러났다가 빠르게 튀어나오며 칼을 눕혀 크게 횡으로 베었다.
씨웅~
쾌검의 달인답게 빠르게 칼이 지나가자 거친 바람 소리가 났다. 몸을 활처럼 구부려 칼을 피하고 고무줄처럼 튕기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무기가 짧으면 그만큼 상대를 맞추기가 힘들지만, 상대와 거리를 좁히면 확실한 승기를 가질 수 있었다.
“으아악~”
몸에 바짝 붙어 배와 오른쪽 관절을 크게 베고 재빨리 뒤로 물러서자 놈이 비명을 지르며 또다시 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하얀 검광이 공중에 아름다운 빛을 뿌리며 어두운 신전을 밝혔다. 그러나 아름다운 빛은 죽음을 두려워한 오르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죽음의 날개!’
마음속으로 까마귀를 불러내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는 오르도에게 선물로 날려 보냈다.
쾅!
폭음과 함께 오르도가 붕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양쪽 다리와 배에 커다란 상처를 입자 힘과 스피드가 떨어져 검막이 처음만 못했다.
벽에 부딪힌 오르도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 망고슈가 번개같이 목을 그었다. 허무한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지 오르도가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 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검지를 쭉 펴고 좌우로 휘저어주자 흥분한 놈이 양팔을 뻗어 나를 잡는 시늉을 했다.
“흥분은 수명을 단축하는 나쁜 행동이야. 쯔쯔쯔쯔~”
오크 족장 오르도의 빛나는 흑요석 목걸이 : 운+10 체력+30 민첩+60
오크 족장 오르도의 빛나는 가죽 토시 : 힘+25 민첩+50 지력+25
스티그마 승리의 함성(1/1,000)
강화석 1개
중급 포션 1병
“오빠! 강화석 나왔어요.”
“아싸!”
피라미드 던전의 투탕카멘에 이어 검은 달 오크 족장 오르도에서도 강화석이 나왔다.
타임슬립 전에는 암흑신전에 들어오지 못했다. 암흑신전을 차지한 고구려 길드가 길드원 이외에는 던전 출입을 금지해 신전 주위의 검은 달 오크 무리만 때려잡았다.
단순하게 아이템이 잘 나와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강화석을 독차지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오빠! 승리의 함성 스티그마 좋은 거예요?”
“파티원의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거니까 나쁘지는 않지. 그러나 최소 500년은 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지속시간도 너무 짧아 좋은 스티그마라고 할 순 없어.”
“잠시 가지고 있어도 되죠?”
“응! 대신 시간은 투자하지 마.”
“네!”
승리의 함성은 최대 10명까지 파티원의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스티그마로 100년을 투자하면 3%, 200년 5%, 300년 7%, 400년 10%, 500년 15%, 600년 20%, 700년 25%, 800년 30%, 900년 40%, 1,000년 50%까지 효과가 향상됐다.
그러나 500년을 투자해도 15%밖에 오르지 않았고,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효과도 사라졌다.
더군다나 지속 시간이 1분부터 시작해 최대 10분밖에 안 됐고, 재사용시간도 무려 60분이나 됐다.
동시에 10명의 능력을 올려줬지만, 페널티가 매우 큰 스티그마로 유정이 원하지 않았다면 상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스티그마였다.
굶주린 오크 전사 샤크먼이 준 미친 오크의 발악은 버서커 스티그마로 짧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뛰어난 스티그마였다.
그러나 발동 시간이 끝나면 탈진해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아 시간 내에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황당한 스티그마였다.
오크 용사 크나롬이 준 교만한 자를 징치하는 법은 상대를 약화시키는 스티그마로 버서커처럼 효과는 탁월했지만, 상대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만 발동해 있으나 마나 한 스티그마였다.
이렇듯 효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여러 가지 페널티가 있어 쓸만한 스티그마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열흘 동안 암흑신전에 머물며 보스와 부보스를 계속 잡았다. 그러나 강화석은 물론 레어 아이템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잡템과 시간은 빵빵해 가방 다섯 개 중 네 개를 가득 채우고 시간도 100년 넘게 벌었다.
113:283:10:50:35
대부분 펜리르가 사냥해 벌은 시간으로 우리는 사냥보다 훈련에 집중했다. 스탯이 급격하게 변하면 적응 훈련이 필요했다.
영화에서 손이 잘려 기계 손으로 바꾸면 적응하지 못해 유리잔을 깨는 것처럼 스탯 변화가 크면 힘 조절이 잘 안 됐다.
그렇다고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스탯 변화에 맞춰 몸이 알아서 바뀌어 하루 이틀이면 적응할 수 있었다.
사실 적응 훈련은 핑계였고, 유정과 소희의 모자란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련해 채워줬다.
유정은 하루 1,000발의 과녁 쏘기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펜리르 등에 매달려 활쏘기로 모자란 궁술 실력을 보완했고, 소희는 단검을 이용한 근접 전투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온종일 나와 대련하며 바닥을 굴렀다.
“많이 힘들어?”
“헉헉헉헉~ 아니요.”
“힘도 안 드는데 왜 헉헉거려?”
“헉헉헉헉~ 숨 쉬는 거예요. 죽지 않으려고.”
“하하하하~”
소희의 재치 있는 말이 배꼽이 빠지도록 박장대소했다. 유정과 소희는 19살답게 말투가 노땅인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듣고 있으면 활력이 생겨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됐다. 그러나 너무 쉰 세대라 말투를 흉내 내기조차 쉽지 않았다.
찰싹~
“아얏! 왜 때려요?”
“귀여워서.”
“오빠! 변태죠?”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엉덩이 때리는 거 좋아하고, 저랑 유정이 같이 엎어놓고 뒤에서 하는 거 좋아하고, 고추도 같이 빨게 하고... 하여튼 포르노에 나오는 건 다 하려고 하잖아요.”
“여자는 아래, 남자는 위 이 자세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진 않아요.”
“근데 뭐가 변태야? 남들도 다 그렇게 사랑하며 사는데.”
“매일 매일 사랑하고, 밤새 잠지에 손 넣고 자는 게 정상이에요?”
“남녀 간에 사랑에 정도가 어디 있어? 서로 좋으면 그만이지.”
“그런가?”
어떤 종교는 여자가 남자 위에 올라가 성행위를 하면 이단으로 몰아 종교재판에 회부해 화형으로 죽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여성 상위 시대로 여자가 위에 올라타 움직여 주면 남자들이 좋아했지만,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은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고 해 아내가 음탕하면 내쫓기도 했다.
섹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지 사회적 규범과 법에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입에 넣건, 잠지에 넣건, 코에 넣건, 두 명을 데리고 자든, 백 명을 데리고 자든 모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사랑을 나누면 되는 것이다.
“우리만 좋으면 됐지 남에 시선이 무슨 상관이야? 안 그래?”
“맞네요. 그런데 오빠만 좋은 거 아니에요?”
“흐응~ 오빠 더 해주세요. 미칠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이렇게 소리 지르던 사람이 누구더라?”
“아잉~ 창피하게 왜 그래요.”
“흐흐흐흐~”
“헉헉헉헉~ 누군... 죽을 둥 살 둥 학학학학~ 숨넘어가게 훈련하는데, 누구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좋아 죽네. 에잇! 나 훈련 안 해~~~”
펜리르의 등에 매달려 천지사방을 뛰어다니며 훈련하던 유정이 소희와 내가 히히거리며 웃고 떠들자 심통이 잔뜩 나 입술이 피노키오 코처럼 쭉 튀어나왔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남편도, 남편만큼 사랑하는 친구도 자기만 쏙 빼놓고 웃고 떠드는 건 참을 수 없는지 유정의 눈이 가늘게 쭉 찢어졌다.
“야! 엉덩이 맞으면서 훈련하는데, 좋아 죽긴 뭐가 좋아 죽어?”
“웃고 떠들었잖아.”
“내가 웃었어? 오빠가 웃었지. 내 표정 봐봐. 이게 좋아 죽는 표정이야?”
“아니!”
“알지도 못하면서 짜증부터 내고 있어.”
“그런데 얼굴이 왜 빨개? 부끄러운 거 있어?”
“몰라~~~”
‘아이고 귀여워라. 이래서 나이 먹은 놈들이 어린 애들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거였어. 예쁘지, 피부 탄력 끝내주지, 말도 통통 튀지. 이런 걸 볼매라고 하는 거였구나. 정말 볼수록 매력적이네.’
‘결심했어! 23살 이상은 절대 데리고 살지 않을 거야. 예뻐서 눈이 돌아가도 23살 이상은 안 돼! 23살이 마지노선이야.“
23살이 마지노선인 건 주아가 판게아에 들어왔을 때 나이가 23살이기 때문이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주아는 버릴 수 없었다.
언제나 냉랭하게 대했지만,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도 떠나겠다고 한 적도 없었다.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옆에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 방에 잘 때도 옆에 있었고, 밥 먹을 때도 옆에 있었어. 어디를 가든 항상 옆에 있었어.’
‘병신! 여자가 남자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건 좋아한다는 뜻인데, 그것도 모르고 냉랭한 표정을 짓는다고 싫어한다고 생각했으니... 등신 중에 상등신이 바로 나야. 나가 죽어 등신아~’
‘그런데 왜 그때는 그런 생각도 못했지? 유정이와 소희가 옆에 있어서 여자 심리를 알게 된 건가?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주아를 슬프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아~’
두 번째 빨대를 꽂기 위해 암흑신전을 나와 이스트 성으로 향했다. 며칠 소강상태를 유지하던 전쟁이 다시 불붙으며 어제부터 치열한 난타전이 전개 중이었다.
이스트 성 주위는 물론 동쪽 펜리르 던전까지 진출해 치고받고 싸워 고함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에선 무사시 길드가 가장 크다고 하더니 정말 많네. 영웅 길드보다 인원이 두 배는 될 것 같다.”
“실력도 무사시 길드가 가장 앞서는 것 같아. 영웅 길드가 던전 입구를 막고 잘 버티고 있지만, 이 상태로 쭉 흘러가면 전멸을 면치 못하겠어.”
“인원도 적고 실력도 달리는데 김영웅은 뭘 믿고 전쟁을 시작한 거지?”
“선거 때 국회의원 출마하는 놈들 99%가 무슨 생각으로 하는지 몰라 그래?”
“자기가 나가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생각 말하는 거야?”
“그래! 김영웅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선거야 떨어지면 다음을 노릴 수 있지만, 전쟁은 지면 끝장인데 어떻게 같을 수 있어. 말도 안 돼!”
“유정아! 김영웅 주변에 아첨꾼이 득실대는 거 몰라? 아첨꾼 속에 끼어 있는 멍청한 놈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주변에 바른말 하는 사람을 많이 둬야 하는 거야. 병신 짓 안 하려면.”
“그래도 한 단체의 수장인데 설마 귀가 그렇게 얇겠어?”
“대통령도 빠가가 천지인데, 겨우 수백 명 거느린 길마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생각이야?”
“아~ 정말 그러네. 오우~ 우리 소희 많이 똑똑해졌어.”
“공부는 내가 너보다 쫴~금 못했어도, 머리는 내가 훨씬 좋아.”
“웃기고 있네.”
“하나도 안 웃기거든.”
소희 말처럼 김영웅 주변에는 아첨꾼만 가득했다. 이 때문에 상황을 오판해 무사시 길드의 도발에 넘어가 전쟁을 선포했다.
대테러 진압부대 장교 출신인 김영웅은 휴가차 친구 3명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다 판게아로 끌려왔다.
1명은 배가 착륙할 때 죽고, 1명은 몬스터 사냥 중 죽고, 1명은 조직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반대파의 암습에 죽었다.
매우 유능하고 똑똑하고 과감한 성격으로 따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귀가 얇고 아부에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직언할 수 있는 친구라도 옆에 있었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좋은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은 열린 사고, 열린 귀였다. 유능은 기본이었고 남의 말을 듣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또한, 과감한 결단력과 힘없는 사람을 가엽게 여길 줄 아는 측은지심도 있어야 했다.
혼자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주위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작게는 가정, 크게는 나라를 말아먹었고, 과단성만 많으면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좋은 지도자를 얻기도 힘들지만, 나쁜 지도자를 피하는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사람들 참 정치인 보는 안목 더럽게 없어. 최소한 똥차는 피해야 하는데...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