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33 일본에 꽂은 빨대 1 (33/68)

00033  일본에 꽂은 빨대 1  =========================================================================

                        

33.

스티그마 괴물 늑대 펜리르(800/1,000) : 크기 10m, 화염 브레스와 헬파이어 사용

펜리르에 추가로 300년을 투자하자 생각지도 못한 화염계 스킬 헬파이어(Hell Fire)가 생겼다. 

헬파이어는 파이어 볼의 최종판으로 지옥의 불꽃을 날려 일정 영역을 깨끗이 태워버리는 스킬이었다.

화염 브레스는 화염계 최강의 스킬 중 하나지만, 사정거리가 최대 50m에 불과해 멀리 있는 적은 공격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헬파이어는 최대 500m까지 날아갔고, 폭발 반경도 20m에 달해 몰려 있는 적을 한 방에 끝장낼 수 있었다.

단, 체력 소모가 극심해 현재의 체력 스탯으론 연속해서 두 번 사용하면 탈진해 쓰질 수도 있었다.

“힘들어도 펜리르 던전으로 옮긴 다음 그곳에서 쉬자.”

“네, 오빠!”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을 고문한 유정과 소희는 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해 당장 쉬어야 했다. 

그러나 야마토 길드에서 대규모 토벌대를 보낼 수 있어 펜리르 던전으로 이동한 후 휴식을 취해야 했다.

‘너무 일렀나? 하긴 나도 10년을 버티고 한 짓인데. 그리고 이제 나이 겨우 만으로 19살인 소녀들에게 고문이라니... 미친 거야. 판게아가 아무리 지랄 같은 곳이라도 이건 아니지. 돌았어! 하아~’

펜리르 던전에 도착해 곧바로 텐트를 치고 이불을 깔자 둘 다 기절하듯 쓰러져 잠이 들었다. 

옷을 벗긴 후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발을 닦아준 후 이불을 덮어주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하늘 가득 이름도 알 수 없는 별들이 은하수처럼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 편해질 줄 알았는데... 별 개수만큼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애들에게 그런 짓을 시키다니... 아니야! 판게아에선 꼭 해야 할 일이었어. 어차피 해야 할 일 조금 일찍 한다고 문제 될 건 없어.’ 

‘그래도 시간을 좀 더 줬어야 해. 몇 년 적응한 후에 해도 늦지 않았어. 너무 성급했어. 잘못하면 유정과 소희를 망칠 수도 있어. 강하게 키우는 것도 좋지만,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게 해선 안 돼.’

‘그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짓이야. 좀 더 신중해지자. 20년을 판게아에서 생활한 선임자답게 넓은 안목을 갖고 유정과 소희를 키우자. 유정과 소희는 쓰다 버릴 소모품이 아니야. 평생 나와 함께 할 내 여자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바르게 커나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해.’ 

“오빠? 오빠? 오빠? 어디 계세요?”

“밖에 있어.”

“옆에 없어서 놀랬잖아요. 왜 텐트 밖에 계세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었어.”

“무슨 고민 있어요?”

“아니, 없어!”

“그럼 저희 때문에 그러는 거네요?”

“.......”

“오빠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저희가 원해서 한 일이에요. 그리고 판게아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었고요. 심리적으로 충격이 크지만, 오빠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오히려 편해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좀 더 시간을 두고 했어도 되는데.”

“오빠가 보기에 저와 소희 한없이 어려 보이는 거 알아요. 하지만 오빠가 생각하는 것만큼 저희 철없지 않아요. 그러니 오빠도 마음 편하게 잡수세요.”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그러면 빨리 누우세요. 저 졸려 죽겠어요.”

“알았어.”

눈을 비비는 유정이를 품에 안고 텐트로 들어가 조심스레 눕힌 후 가운데 눕자 기다렸다는 듯이 소희가 품에 안겨왔다. 

악몽을 꿨는지 눈에 눈물이 살짝 비췄다. 미안한 마음에 이마에 입을 맞추자 입술을 찾아 격렬하게 빨아댔다. 

유정이 잠에서 깬 것처럼 소희도 항상 옆에 있던 내가 없자 불안해 잠에서 깼다.

그러다 유정과 내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우리 예쁜 소희! 낮에 오빠가 많이 미안했어. 이해해줄 거지?”

“미안하다는 말 다시는 하지 마세요. 오빠 마음 저도 유정이도 잘 알아요. 저희가 나약해 이런 것이지 오빠 잘못 없어요. 오빠가 자나 깨나 우리 걱정하는 거 알아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항상 미안해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할게요. 그러니 저희 미워하지 마세요.”

“미워하다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야. 왜 그런지 알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착한 두 여자를 평생의 반려자로 만났으니까. 이보다 더 큰 행운아가 어디 있게요? 안 그래?”

“맞아요! 헤헷~”

“너 울다가 웃으면 X구멍에 털 난다.”

“너 초등학생이야? 아직도 그런 말 하게.”

“초딩들은 이 말 쓰지도 않아. 알지도 못하면서.”           

“초딩도 안 쓰는 말을 쓰는 사람이 정상이야? 비정상이지.”

“초딩이 쓰는 말 쓰면 정상이고, 어른이 쓰는 말 쓰면 비정상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얘들아? 그만! 말꼬리는 하루에 한 번씩만 잡자.”

“오빠! 말이 어디 있어요? 있어야 꼬리를 잡죠.”

“유정아!”

“네?”

“재미없어. 그만해!”

“오빠는 하이 개그를 몰라요. 유머가 너무~ 없어.”

“하이 개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로우 개그다. 너 여기에 오빠랑 나랑 이렇게 셋만 있으니까 안 맞아 죽은 거야. 서울에서 있었으면 썰렁함의 극치로 사람들 힘 빠지게 했다는 죄로 돌 맞아 죽었어.”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의 배꼽을 빠지게 한 죄로 맞아 죽는 거 아닐까?”

“배꼽이 아니라 울화통이 터졌겠다.”

“둘 다 그만! 말장난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그게 뭔데요?”

“무슨 급한 일 생겼어요?”

“나... 고추 섰다. 이대로 절대 못 자. 책임져~”

“헐~”

“켁!”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다음 날 펜리르를 타고 동문에서 영웅 길드를 압박하던 무사시 길드의 뒤를 쳐 49명을 죽이고, 다음다음 날은 남문 아래에서 고구려 길드를 압박하던 시나노 길드원 43명을 죽였다.

밀집한 무사시와 시나노 길드원을 향해 헬파이어를 날리고 재빨리 숨는 게릴라 전술을 사용하자 두 길드 모두 꼼짝도 못하고 당했다. 

2106:290:21:53:08

일 인당 15년밖에 안 되는 적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을 달리는 모래 스티그마 효과가 더해지자 이틀 만에 2,070년이란 엄청난 시간을 벌어들였다.

그러자 타임슬립 전 개고생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당시는 판게아에 온 지 4개월째로 딱딱한 빵 한 개만 있어도 행복했었다.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많던 때로 지독한 배고픔에 왼팔에 있는 시간을 모두 팔아 배터지게 먹은 후 죽을까도 수없이 생각했었다.    

그런 고생이 한순간 덧없이 느껴지자 20년간 뭐했는지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런 생각하면 절대 안 돼! 쉽게 버는 건 쉽게 사라지는 거야. 여기에 마음을 빼앗기면 그날로 인생 쫑이야. 정신 차려!’ 

다행히(?) 한 번씩 크게 당하자 야마토, 무사시, 시나노 세 길드 모두 필드에서 사라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유정이는 죽음의 기사 바누니언에 100년 투자하고, 소희는 어둠을 베는 그림자에 100년 투자해.”

“네!”

스티그마 죽음의 기사 바누니언(100/1,000) : 랜스 차징 사용 

스티그마 어둠을 베는 그림자(100/1,000) : 은신 10초, 데미지 1% 향상

스티그마에 100년씩만 투자하게 한 것은 유정과 소희가 전투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집중이 필요한 시기로 2차로 일본에 빨대를 꽂을 땐 확실하게 밀어줄 생각이었다.

스티그마에 투자한 시간을 빼고도 400년씩 줘 힘과 체력, 민첩을 찍게 했다. 현재 아이템으로 올릴 수 있는 스탯은 제한적이라 스탯을 투자하지 않으면 데미지와 공격 속도, 이동 속도, 방어력 등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나 역시 200년을 펜리르에 투자해 1,000년을 찍고 나머지는 모두 스탯에 투자해 기본 스탯을 올렸다.

특히, 체력 스탯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펜리르가 헬파이어를 사용하면 체력적 부담이 가중돼 무려 400년을 체력에 투자했다. 

힘과 민첩에도 각각 150년을 투자하고, 지력에도 100년, 운에도 150년을 투자했다. 

꽤 많은 스탯을 올렸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로 아이템까지 계산하면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는 20년을 죽도록 노력해 얻은 성과였고, 지금은 불과 3개월 만에 이룬 성과였다.

그 때문인지 허탈함이 밀려왔다. 마치 어린아이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억지로 빼앗아 먹고 우는 아이를 씁쓸하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참나! 배부른 생각하고 있네. 뺏기지 않겠다고 발버둥 쳐도 억지로 뺏어 먹어야 루시퍼를 잡을까 말까 하는데,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어. 에휴~ 한숨만 나온다.’  

이름 : 박만수 

칭호 : 다섯 던전의 지배자(스탯+5)  

시간 : 013:290:21:53:08

운   : 253.0+95

힘   : 301.0+270  

체력 : 553.0+215  

민첩 : 301.0+310

지력 : 121.0+55    

스티그마 펜리르(1,000/1,000) : 크기 10m, 화염 브레스, 헬파이어 사용

이름 : 심유정   

칭호 : 없음

시간 : 024:122:18:40:29 

운   :   1.0+65 

힘   : 133.0+115  

체력 : 133.0+50 

민첩 : 253.0+180

지력 :   1.0+20   

이름 : 권소희 

칭호 : 없음

시간 : 023:207:20:10:10 

운   :   1.0+0 

힘   : 133.0+85  

체력 : 133.0+45 

민첩 : 253.0+97

지력 :   1.0+0

“이스트 성으로 들어갈 거예요?”

“일본 놈들이 우리를 찾고 있을 거야. 지금 도시에 들어가는 건 도움이 안 돼.”

“펜리르도 없는데 우리를 알아볼까요?”

“사람이 셋이란 것을 알고 있어 의심을 피할 수 없어. 그리고 비싼 호텔에 머물면 무조건 우리를 범인으로 생각할 거야.”  

“그럼 어디로 갈 거예요?”

“동쪽 암흑신전으로 가자. 펜리르 천 년 찍어서 어렵지 않게 깰 수 있어.”

적어도 열흘은 지나야 일본 놈들이 움츠렸던 몸을 피고 필드로 나온다. 우리에게 당한 피해가 영웅, 환인, 고구려 길드에 당한 피해보다 컸다.

타임슬립 전 1차 전쟁 기간 동안 일본은 700명 정도가 죽었고, 한국은 900명이 넘게 죽었다.

우리에게 죽은 놈이 150명이 안 돼 예전과 비교하면 사망자가 많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지 5일 만에 당한 피해라는 걸 생각하면 피부로 느끼는 손실은 더욱 엄청났다.

그렇다고 놈들이 성안에만 처박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를 끌어내기 위해 2~3명씩 짝을 지어 시시때때 성 근처를 배회했다.

놈들은 우리를 낚을 미끼로 몇 놈 더 잡겠다고 뛰어다니다간 무사시와 야마토, 시나노 길드가 판 함정에 빠질 수 있었다.

우리 목표는 일본에 최대한 큰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대단위 전투가 벌어질 때 기습으로 치고 빠지는 게 가장 확실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펜리르의 헬파이어가 있는 한 놈들에게 잡힐 염려는 제로에 가까웠다.

큰 피해를 당하면 필연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 놈들이 충격을 딛고 일어설 시간을 줘야 했다. 그래야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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