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07 투탕카멘(Tutankhamen)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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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투탕카멘(Tutankhamen)

파라오의 머리를 반으로 쪼갠 후 펜리르를 쫓아다니는 여왕을 잡았다. 여왕은 오페라 가수처럼 높은 고음을 발사해 상대를 공격했다. 

충격 외에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효과도 있어 정면으로 맞으면 꼼짝없이 죽었다. 그러나 공격 거리가 짧고, 방어력이 약해 음파만 잘 피하면 잡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파라오와 여왕이 손을 합치면 상황이 달라졌다. 파라오의 충격파에 여왕의 음파 공격이 더해지면 충격이 2배로 커졌고, 강력한 음파가 석실 전체를 울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파라오와 여왕을 잡을 때는 공격조와 유인조로 나뉘어 둘을 떨어뜨려 놓고 잡아야 했다.    

   

파라오의 빛나는 가죽 장갑 : 운+10 힘+30 민첩+60

파라오의 빛나는 가죽 신발 : 운+10 체력+50 민첩+30  

스티그마 시간을 달리는 모래(1/1,000)

하급 포션 1개

  

“아싸~”

시간을 달리는 모래는 사용하는 시간은 줄여주고, 몬스터를 잡고 얻는 시간, 상점에 물건을 팔고 충전하는 시간은 늘려주는 최고의 스티그마였다.

이것 역시 시간을 투자해야 효과가 늘어나 100년을 투자하면 3%, 200년 5%, 300년 7%, 400년 10%, 500년 15%, 600년 20%, 700년 25%, 800년 30%, 900년 40%, 1,000년 50%까지 효율이 늘어났다.   

초반에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미비해 사용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참고 꾸준히 투자하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줬다.

문제는 펜리르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는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없어 초기 시간 투자에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스티그마도 스티그마지만, 유니크 아이템을 일주일도 안 돼 4개나 얻다니. 타임슬립전에는 10년이 넘어서야 간신히 유니크 아이템을 구했는데... 완전히 삽질하고 있었네. 병신!’

운도 지지리 없는지 20년간 판게아에서 활동하며 숨겨진 던전을 찾아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물 쓴 물 다 빨아먹은 던전만 돌아다녔고, 좋은 던전은 타국 소유 또는 강력한 단체가 출입을 통제해 남들이 가지 않는 험난한 필드와 마신이 지배하는 땅을 전전해야 했다. 

덕분에 72마신 중 두 놈을 잡고, 영웅과 신화급 보스 몬스터도 세 마리나 잡아 남부럽지 않은 아이템과 스티그마를 손에 넣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내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판게아에 들어온 지 15년이 지나서였다. 그동안은 나란 사람이 있는지조차 사람들은 몰랐다.   

이름 : 박만수 

칭호 : 펜리르, 파라오 던전의 지배자(스탯+2)  

시간 : 006:009:10:10:55

운   :  73.0+47

힘   : 121.0+112  

체력 :  73.0+52  

민첩 : 121.0+194

지력 :   1.0+1  

스티그마 괴물 늑대 펜리르(1/1,000) : 크기 2m

스티그마 시간을 달리는 모래(1/1,000) : 효율 0.01% 향상

스티그마 무식한 돌격(1/1,000) : 차징, 거리 1m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목걸이 : 운+10 힘+40 민첩+50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반지 : 운+10 힘+40 민첩+50

고블린 족장 포키의 구리반지 : 민첩+2    

파라오의 빛나는 가죽 장갑 : 운+10 힘+30 민첩+60

파라오의 빛나는 가죽 신발 : 운+10 체력+50 민첩+30  

펜리르의 토시 : 운+5 

파라오와 여왕을 잡고 하룻밤을 석실에서 보낸 후 왔던 길을 되돌아가 지하로 내려갔다.

타임슬립전 피라미드 던전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유는 미로 던전은 통로 주변에 석실이 즐비해 괜찮은 석실을 차지하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필드는 몬스터를 두고 싸우는 일이 많았지만, 석실은 구역이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어 몬스터 때문에 싸울 일이 거의 없었다.

아이템과 시간을 노리는 놈들이 많아 안전을 위해 팀을 꾸려야 했지만, 필드보다는 뒤치기가 적었다. 

"왕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는 죽음의 날개에 닿으리라.“

지하 석실에 입장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치장한 투탕카멘이 저주를 읊조렸다. 

피라미드 던전을 제집 안방처럼 들락거렸지만, 투탕카멘을 잡아본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가 피라미드 던전을 차지했지만, 진짜 주인은 대한제국이란 길드였다.

판게아의 문이 열리고 1년 후 생긴 길드로 검사 출신 김동규가 20개 이상의 소규모 길드를 규합해 세운 대형 길드였다.

영웅, 환인, 고구려와 함께 4대 길드로 10년 넘게 존속하며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싸웠다.

대한제국은 피라미드 보스 파라오도 개방했지만, 투탕카멘만은 길드 핵심 구성원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게 했다.

“보물을 노리고 들어온 자에겐 오직 죽음만이 있다.”  

“너도 위에 있던 놈하고 말하는 게 비슷하다. 위에 놈하고 형제야?”

“이노옴~ 나는 이집트 18왕조의 파라오이자 위대한 아크나톤의 아들이다. 근본도 없는 놈과 비교하다니 천벌을 내리겠다.”

“근본 없기는 너나 위에 있던 놈이나 마찬가지야. 너도 가짜고 위에 있던 놈도 가짜잖아.”

“헛소리하지 마라. 나는 태양신 라(Ra)의 후손이자 두 땅의 주인(Lord of the Two Lands)이며, 모든 사원의 수장(High Priest of Every Temple)인 진짜 파라오다. 너 같은 천박한 벌레가 입에 담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몬스터주제에 잘난 척하기는. 병신!”

“용서하지 않겠다. 받아라! 죽음의 날개!!!”

투탕카멘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크게 소리치자 까마귀를 닮은 커다란 새가 튀어나와 음산한 울음을 토해내며 날아왔다. 

“까악~ 까악~ 까악~”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괜한 호승심으로 맞붙어 싸워봐야 나만 손해였다.

판게아에서 20년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강해서가 아니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소심함 때문이었다. 소심함이 있었기에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고 루시퍼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예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강한 힘과 엄청난 경험을 갖췄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소심함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어 낯선 까마귀를 만나자 멀찍이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까마귀가 방향을 틀어 쫓아왔다. 침착하게 물러서며 석궁에 걸어놓은 화살을 쏘았다. 

티잉!

화살이 정확히 까마귀의 가슴을 때렸다. 그러나 허상에 쏜 것처럼 화살은 까마귀를 관통해 석실 벽을 때렸다. 

퍽!

투탕카멘이 날린 커다란 까마귀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팬텀(Phantom)형 소환수였다.

팬텀형 소환수와 몬스터는 마법에만 타격을 받는 유령으로 차징 스킬이 내장된 스티그마도 물리형이라 놈을 타격할 수단이 없었다.

화염 브레스를 뿜어내는 펜리르도 100년은 투자해야 화염을 사용할 수 있어 까마귀를 물리칠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도망 다니며 까마귀를 소환한 투탕카멘을 공격해 까마귀를 제어할 수 없게 만들든, 심대한 타격을 입혀 까마귀를 역소환시켜야 했다.

‘펜리르! 투탕케멘을 물고 늘어져!’  

마음속으로 펜리르에게 명령을 내리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리며 투탕카멘의 빈틈을 노렸다.

명령을 받은 펜리르가 다리를 물려고 달려들자 당황한 투탕카멘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티잉!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화살이 얼굴로 날아들자 투탕카멘이 재빨리 고개를 숙여 화살을 피했다.

투탕카멘이 펜리르의 저돌적 공격과 얼굴로 날아드는 화살에 당황해 까마귀를 조종하지 못하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멈춰서는 일이 잦아졌다.

까마귀는 펜리르처럼 능동형 소환수가 아니었다. 강력한 타격을 주는 자폭형 소환수로 큰 타격을 주는 대신 소환자가 세밀히 조종해야 했다.  

약점을 찾아내자 얼굴에 화살을 집중했다. 충성스러운 펜리르도 내 마음을 읽고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으아악!”

펜리르가 장딴지를 물고 늘어지자 투탕카멘이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펜리르의 등을 후려쳤다. 

지팡이가 머리와 등에 떨어질 때마다 ‘퍽퍽’ 소리가 났지만, 충견(?) 펜리르는 꿈쩍도 않고 으르렁대며 종아리를 물고 늘어졌다.

‘충성스러운 똥개 한 마리가 잘 훈련된 열 마리 셰퍼드보다 낫네. 흐흐흐흐~’

쾅!

펜리르의 저돌적인 공격에 투탕카멘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까마귀가 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재빨리 무기를 글라디우스로 바꿔 들고 잰걸음으로 다가가 투탕카멘의 등을 깊숙이 찔렀다. 

등을 뚫고 들어간 글라디우스가 척추를 자르고 내장을 헤집어 놓자 투탕카멘이 또다시 저주를 퍼부었다. 

“크악! 이노옴~ 죽음의 길동무로 삼아주마. 죽음의 신 아누비스!”

분노에 찬 투탕카멘이 지팡이를 흔들자 자칼의 머리를 한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나타났다. 

“ÆÐØÞĦðħłŧØĦÐÆŧÆĦŧÐ...”

아누비스(Anubis)는 죽은 사람을 미라로 만들어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이집트의 신으로 허공에 나타난 아누비스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아누비스가 주문을 외우자 음산한 기운이 석실 전체를 뒤덮었다. 위험 신호를 알리는 닭살이 돋자 전력을 다해 석실 입구로 달렸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일단 튀고 보는 게 상책이었다. 인생이 게임도 아니고 한 번 죽으면 끝이라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줄행랑을 놓아야 했다. 

도망치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이 도망쳐 다른 사람이 대신 죽는다면 부끄러워할 일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도망치는 걸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내 목숨이 먼저였다. 내가 죽으면 세상도 끝나는 것으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은 위대한 성인이나 하는 짓이지 생명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우리 같은 보통 인간이 할 짓은 아니었다.

‘물어!’

펜리르에게 죽음의 신 아누비스를 물고 늘어지도록 명령한 후 석실 문을 열고 재빨리 빠져나왔다.

우우우우웅~

석실 전체를 울리는 강한 진동이 1분간 계속되다 서서히 잦아들었다. 살며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투탕카멘이 쓰러졌던 자리에 아이템 3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펜리르는 아누비스가 읊조린 죽음의 주문에 죽어 스티그마로 역소환 당한 지 오래였다.

환수가 죽으면 투자한 시간의 1%가 사라지고, 다시 소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엄청난 페널티가 있다. 

1,000년을 투자했다면 100분의 1인 10년이 사라지고, 1,000분 동안 소환수를 소환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소환수가 죽는 걸 극도로 꺼려 위험한 보스 사냥에 소환수를 사용하지 않는 황당한 놈들도 있었다.  

        

‘1초도 투자하지 않아 손해 볼 시간도 없고, 다시 소환하는데 걸릴 시간도 없고, 나를 대신해 죽기까지 했으니 이런 충신을 어디 가서 구할 수 있겠어? 흐흐흐흐~’

투탕카멘의 빛나는 망고슈 : 운+20 힘+40 민첩+40

스티그마 죽음의 날개(1/1,000)

강화석 1개

“헉! 투탕카멘이 강화석을 줘? 이런 저렙 던전에서?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벽에 부딪쳐 폭발한 까마귀를 소환하는 스티그마 죽음의 날개보다 하얗게 빛나는 강화석에 더 놀랐다. 

아이템 성능을 향상해주는 강화석은 영웅과 신화급 보스, 72군주와 놈들이 거느린 대장급 악마 그리고 던전에서 가끔 발견되는 보물 상자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한 번 강화할 때마다 아이템의 성능을 30% 향상해줘 많은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보물로 나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20년 동안 달랑 23개밖에 구하지 못했다. 

‘이래서 파라오와 여왕을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투탕카멘을 대한제국 길드가 독차지했던 거였군. 그것도 모르고 괜찮은 길드라고 생각했으니... 아니지. 나라도 강화석이 나오는 걸 알았다면 독차지했을 거야.’

‘강화석을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건 미치지 않고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 가족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왜 그런 짓을 해? 대가리에 총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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