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켁켁.콜.록. 네?”
“벌칙을 수행해야지.”
“시.싫어요.”
강한상의 허락(?)이 떨어지자 몸도 못 가누는 신이를 김의원이 거의 덮치다시피 달려들어 두 발목을 잡는다.
“시.싫어. 태. 한.상씨. 그.만.”
신이가 순간 날 쳐다보며 손을 들다가. 이내 강한상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강한상은 그런 신이의 손을 깍지 끼어 쥐고는. 다른 한 손을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신이의 다른 발목 한 쪽을 잡고 잡아당긴다.
“윽.한.아”
강한상의 손과 김의원의 손에 의해 한껏 벌어진 신이의 동그란 엉덩이 중심에 양주병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이미 흥분상태인 김의원의 서툰 손놀림에 양주병의 주둥이가 그대로 신이의 보지를 가르며 아주 조금 들어가 버렸다. 울컥거리며 신이의 보지를 채운 양주가 그대로 엉덩이 골을 타고 넘쳐흐른다.
“아.아고 아까운거. 후루루룩.”
“아”
“.”
“다 마셨으면. 다시 하시죠.”
보지 속을 채운 술을 김의원이 다 핥아먹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그의 행동을 저지하며 병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다음 순번은 조사무관이라는 여자와 내가 걸렸고, 그 다음은 김의원의 파트너와 강한상이 걸렸다. 그 다음으로도 미지와 조사무관의 순서로 넘어가며 이미 몸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신이의 순서는 없었으며 난 어느 정도의 분위기를 띄웠다 생각해 다음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럼. 보주는 다 골고루 마셨으니 다음 게임으로 넘어들 가시죠.”
“오.큭큭. 다음은 더 화끈한 게임인가요?”
“좋지! 하하하. 강군 오늘 제대로 된 친구를 데리고 왔구만. 흐흐흐.”
이미 이 남자들과 여자들은 흥분이라는 감정과 색다른 경험이라는 행위에 물이 들기 시작한 듯 내 입을 주시하며 다음 게임이란 단어에 열광을 하기 시작한다. 내 예상대로 강한상이 준비했던 모임이란 것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섹스를 나누는. 단순한 섹스파티일 거란 예상이 들어맞는 듯 이 색다른 경험에 심취하기 시작한 남자들인 듯 보였고, 여자들도 나름 게임이란 룰에 마지못해 참석하여 점점 물들어 가기 시작한 듯 보였다.
“이번엔. 한때 유행했던 게임을 해 보는 건 어떠신지요?”
“어떤 게임인데?”
“유행했던 게임이요?”
“야동에서도 많이 나왔던 건데. 그걸 직접 해보면 또 색다른 맛이 아닐까요?”
“뭘. 말하시는 겁니까?”
강한상의 표정은 점차 불만이란 단어와 내 예측불가능한 게임이란 표현을 많이 신경 쓰는 눈동자의 흔들림이 보였다.
“파트너 맞추기를 하시죠.”
“파트너 맞추기?”
“룰은 아 주 간단합니다.”
“간단하디니요? 혹시.”
“하하하. 어차피 꽂고 싸면 끝인 거. 좀 더 색다르게 즐겨보자는 거죠.”
“어떻게 말인가?”
“우선 여성 한 분씩 소파에 턱을 괴고 엎드린 자세를 취하는 겁니다. 물론 공정성을 기하도록 눈을 가린 채로 말입니다. 그리고. 한명씩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는 거죠.”
말을 하면서도 내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게 된다.
야동에서 봤던 그 것을 이 순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행위도 그랬지만. 이런 적나라한 단어들을 처음 만난 이 사람들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내 자신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쑤셔 박는다?”
“아니죠! 그럼 야동하고 똑같으니 식상할 거 아닙니까.”
“아니라고? 그럼?”
“그런 게임과는 달리 남자는 그대로 있는 겁니다.”
“그대로 있다.니? 그럼 끼고 가만히 있는 상태로 맞춘다고?”
“역시! 김의원님이 날카로우시네요. 혹시 눈감고 코끼리 만지기란 게임을 아십니까? 그걸 변형해서. 보지로 자지 만지기! 를 하는 겁니다.”
“오 그거 재밌겠군. 크크크크. 그럼. 여기 있는 여자들을 모두 맛 볼 수 있는 거네.흐흐흐”
“하하하.하.”
말을 하며 눈이 풀린 신이의 표정을 살핀다.
역시나 많이 취한 듯 흐릿한 시선으로 내 말을 혼자 잘 이해하지 못한 신이가 정신을 집중하려는 지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며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강군의 파트너부터. 시작하는 건 어떤가?”
“솔직히. 저. 여자 분은 너무 많이 취해서 조금 쉬게 하는 걸 추천 드리는데.요.”
“뭐? 그건 아니지! 여기 모인 사람들이 공평하게 다 즐겨야지. 봐주는 게 어딨나!?”
“아무리 그래도 꼴을 보니까. 도저히 게임을 할 몸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건. 그러네요. 신이는 좀 쉬게 하죠.”
“뭐?. 아쉬운데.”
“조금만 누워있으면 다시 정신을 차릴 겁니다. 우선. 신이야 일어나라. 방에 가서 좀 누워 봐.”
비틀거리는 신이를 먼저 부축해 일어난 건 강한상이었다.
내 말에 이때가 기회라는 듯 강한상이 내 말을 도우며 재빨리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신이를 부축해 일어났고 아쉬워하며 그런 신이의 모습을 갈망하듯 쳐다보는 김의원과 조사무관이란 남자로부터 방으로 신이를 거의 끌어안고 들어가 버렸다.
그리곤 곧바로 강한상이 거실로 나와 내가 시작하려는 게임에 참석을 한다.
“보자. 그럼. 우리 미지씨부터 시작할까요?”
“.그러지.”
“오. 재밌겠군.”
못마땅한 표정의 미지가 흘깃 강한상을 쳐다보곤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소파 등받이에 턱을 괴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봉긋한 엉덩이를 최대한 치켜세우곤 허벅지를 자연스럽게 벌려 보지를 훤히 드러낸 채 박미지가 마른 침을 크게 삼키며 게임을 준비한다.
중년이 넘은 김의원과 이제 중년의 끝자락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조사무관은 그런 미지의 모습에 군침을 삼키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자신들의 파트너에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여자분 들은 처음부터 수건으로 눈을 가려주시죠. 형태나. 위치 같은 걸 미리 보시면 쉽게 맞출 수 있잖아요.”
“저기요!”
“.네?”
내가 뜻밖에 말을 건 여자는 김의원의 파트너였다.
“여자도 가만히 있어야 되나요!?”
“오.”
“헐. 이 여편네가 벌써부터 작정을 했네.”
“불공평하잖아요. 가만히 있기만 하면.”
“음. 그럼 약간의 미동정도는 인정하는 걸로 하죠. 속이야 꽉꽉 물어재끼든 씹어버리든 겉으론 안 보일 테니까 마음대로 하셔도 상관없고요.”
“알았어요.”
“허. 이 여편네가.”
“그럼 공정성 때문이니까. 제가 눈을 가리겠습니다.”
여자들에게 한명씩 다가가 직접 수건으로 눈을 가리기 시작했다.
알몸이란 것엔 변화가 없었기에 자지를 덜렁거리며 다가오는 내 모습에 조금은 움찔거리듯 주저하는 여자들이었지만 이미 게임이란 재미에 빠져든 여자들은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럼 시작하실까요? 미리 말씀드린 대로 룰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의 파트너가 맞는다고 생각하시면. 그대로 허리를 마음껏 흔드시면 되는 겁니다! 단! 남자 분들은 웬만하면 완전한 삽입은 하지 말아주시죠. 그래야 아랫배가 닿지 않고 판별에 더 공정할 수 있잖아요.”
“크크크 그러네!. 그럼.”
“쉿. 남자 분들은 숨소리 외에는 절대 금언을 부탁드립니다. 순순히 음부 속에 느껴지는 자지의 감촉만으로 맞춰야 공평하니까요.”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숨소리까지 줄이기 시작한 김의원과 조사무관, 그리고 강한상도 지금은 내가 제안한 게임이란 걸 참석하려는 듯 순순히 따라주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더 추켜세우고 있는 미지의 뒤로 난 조용히 김의원의 등을 떠밀어본다.
이미 발딱 선 자지를 주무르며 천천히 고양이 발걸음으로 걸어간 김의원이 조심스럽게 보지입구에 자지를 맞추고는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뚱뚱한 몸에도 평균 이상인 김의원의 물건은 강한상에겐 비교가 되진 않았지만 나름 쓸 만한 물건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으음.”
미지가 천천히 조개 입을 벌리며 들어온 자지의 형태를 음미하듯 작게 벌린 입으로 작은 탄성을 뱉어낸다.
여전히 히쭉거리며 웃고 있는 김의원도 자지의 귀두와 중간 부위까지를 밀어 넣고는 황홀한 듯 작게 입을 벌려 숨죽인 탄성을 지른다.
“이.이게. 태규씨. 거랑 비슷. 아”
“식식.식.”
“아.아니야. 이건 아닌데.”
“.쳇.”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는 김의원의 행위에 미지가 눈치를 채곤 엉덩이를 앞으로 뺀다.
아쉬워하는 김의원의 뒤로 조사무관이 나서서 기다란 자지를 천천히 밀어 넣는다. 굵기는 굵지 않았지만 길이만큼은 강한상의 물건에 뒤지지 않는 조사무관의 조금은 외소한 자지가 천천히 미지의 보지를 가르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이.이것도 아닌데. 으음.”
색다른 자지의 느낌에 미지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뺀다.
조금씩 숙어지는 엉덩이에도 좀처럼 닿지 않는 골반에 미지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엉덩이를 더 뒤로 빼는데.
“으음. 누.누구지?”
“.”
“음. 이.이건.에잇.”
“윽!.”
“아.니네.아.아.”
미지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힘을 잔뜩 주자 조사무관이라 불리는 남자가 인상을 쓰며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는 허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는데. 미지가 엉덩이를 앞으로 쑥 배며 그런 조사무관의 행동을 막아냈다.
조사무관이 물러나자 이번엔 강한상이 다가가 어울려주는 척을 한다.
그대로 미지의 보지를 벌리고 아직 커지지도 않은 자지를 손으로 세워 억지로 밀어 넣는.
“아.이. 이 느낌이야. 아”
이런 시불.
내 파트너로 온 미지가 강한상의 자지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한 자지를 벌리고 들어가자 취한 듯 연신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헐.”
“캬 역시 강군 자지는 어떤 여자도 미치게 하는구만!”
“아.”
그때 바로 옆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김의원의 파트너인 여자가 미지처럼 소파에 엎드린 채 조사무관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미지와 김의원의 파트너, 그리고 조사무관이라 불린 남자의 파트너까지 어느새 소파에 엎드려 자리를 잡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툭툭.’
강한상의 어깨를 툭 친 김의원이 손짓을 한다.
한상이보고 자신의 파트너도 즐겁게 해주라는 제스처를 하는 김의원. 그 모습에 강한상은 미지의 뒤에서 물러났고, 곧 조사무관의 바로 다음으로 김의원의 파트너 보지에 자지를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으윽. 너.너무 커.아.”
김의원의 파트너가 놀란 듯 소파를 움켜쥐며 자신의 보지를 쑤시고 들어오는 거대한 물건에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나 거부는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강한상의 자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 굵고 긴 자지가 천천히 보지를 채워갈수록 서서히 엉덩이를 뒤로 빼며 더 깊숙이 받아들이려는 여자였고 꽉 채워주는 굵기에 작게 벌린 입으로 연신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자신의 파트너가 아님에도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편인지 섹스파트너인지 모를 김의원과는 전혀 다른 잘생기고 잘 빠진 강한상의 호감어린 모습과 굵고 긴. 그리고 단단한 자지를 맛보듯 여자의 허리를 물결을 그리며 스스로 서서히 움직임을 시작한다.
“이런. 이 여편네 아주 작정하고 있었구만. 참나.”
“아아.아흑.너.너무. 커.커.”
“크긴 시벌. 아픈척하면서 왜 허리를 흔드냐!?”
“아흑.아흑.하악.”
부부사이가 확실해 보인다.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강한상에게 박히고 있는 자신의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김의원의 표정은. 낯설지만 익숙했던 내 과거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과거라고 하기에도 얼마 되지 않은 과거.
물결을 그리며 강한상의 앞에서 스스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아귀를 꽉 다문 채 커진 자지를 흔들며 천천히 조사무관의 여자에게 걸어가는 김의원은 거칠게 조사무관의 파트너의 엉덩이를 벌리곤 자지를 쑤셔 넣었고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 어머. 어머 어.어머.어억”
“아흑.학학. 아흑”
“학학. 학.”
게임이고 뭐고.
갑자기 시작된 섹스파티는 어느새 여자 셋을 나란히 소파에 엎드린 형태로 그 바로 뒤에서 남자 셋이 허리를 흔드는 요상한 관경이 되어버렸다.
동시에 퍼지는 세 여자의 신음소리와 경쟁하듯 박아대기 시작한 세 남자.
동일한 형태의 체위에도 전혀 달리 보이는 셋의 섹스는 100m달리기를 경쟁하듯 달리는 모습처럼 서로의 정력을 뽐내듯 경쟁을 시작했고 그럴수록 여자 셋의 허리와 얼굴을 점점 더 숙여지며 더 큰 신음소리로 펜션 안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만이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며 거실 한 편에서 서 있었다.
이미 세 명의 남자들은 분위기에 취해 자지를 쑤셔 넣기만 바빴고 그 모습을 구경하듯 쳐다보던 난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하듯 내가 옷을 벗어 놓은 방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흰색 가운을 걸치곤 핸드폰을 몰래 숨겨 거실로 나온다.
“담배 좀 태우고 오겠습니다.”
내 말은 안중에도 없는 지 세 명 다 낄낄거리며 여자들의 흥분한 모습을 관찰하듯 허리를 움직이는 대에만 집중을 한다.
밖으로 나온 난 담배를 한 대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주위를 살핀다.
천천히 담뱃불을 붙이며 처음 들어올 때 살핀 대로 CCTV나 방범장치들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곁눈질을 했고, 한 모금을 빨던 담배를 슬리퍼로 비벼 끄곤 재빨리 테라스를 넘어 강한상이 있던 방의 커다란 베란다 창문에 손을 댄다. 들어올 때 미지의 시선을 피해 확인한대로 다행이 문이 잠겨있질 않았다.
“휴.”
깊은 심호흡을 한 번 내쉬곤. 소리 죽여 커다란 창문을 연다.
길게 드리워진 두꺼운 커튼이 먼저 날 반기듯 내 길을 막았고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아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질 시간을 벌며 천천히 그 커튼의 끝을 찾아 손을 움직인다.
커튼의 가장 끝에 위치한 난 거실과는 전혀 다른 캄캄한 어둠이 깔린 방 안을 잠시 동안 안의 인기척을 살피며 초조함을 뒤로 하고 어둑한 실내에 시선을 적응시킨다. 작게 들리는 미약한 숨결. 신이가 술에 취해 거북한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걸 확인한다.
미안한 마음에. 잠시 곤히 자고 있는 신이의 얼굴을 확인한다.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얼굴만 빼곡히 내밀고 있는 신이의 투명한 피부는 어둠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듯 보였지만. 가끔씩 미간을 찡그리는 표정에 괴로움을 읽을 수 있었기에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온다.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충동이 급격히 몰려왔지만. 난 계획을 위해 가운에 넣어놨던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강한상의 옷들을 찾아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강한상의 양복들로 숨죽여 걸어간다.
엄청나게 떨려오는 심장을 온 전신으로 고스란히 느끼며 그만큼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하며 강한상의 양복상의 안쪽을 뒤져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었기에 더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하며 움직이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겉주머니에도 아무것도 없는 걸 손으로 훑어 확인한 난 조심스럽게 바지를 다시 훑어보는데. 작은 뭉치가 내 손 끝에 느껴진다.
아주 작게 찰랑거리는 소리를 확인하며 다시 한 번 곤히 자고 있는 신이의 얼굴을 살피곤 그 열쇠를 조심스럽게 꺼내 바닥에 엎드린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여자들의 작은 신음소리에 인기척과 어느 정도 방음이 잘 되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곤 조심스럽게 스마트키에 달려 있는 작은 키를 눕혀 핸드폰의 사진기를 켠다.
‘3D스캔을 하려면. 최대한 여러 방향에서 찍어야 된다고 했지.’
[찰칵. 번쩍!]
플래시가 터지자 나도 모르게 당황했지만.
서둘러 나머지를 찍기 시작했다. 한 쪽 면을 찍고 뒤집어 다른 쪽을 찍고,, 들은 대로 열쇠의 오돌토돌한 부위를 손으로 세워 찍고.
그리곤 다시 소리죽여 일어나 다시 강한상의 바지 속에 스마트키를 밀어 넣는데.
“누.누구세요?”
신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내 뒤통수를 때려온다.
“태.태규씨?”
“으.응. 나야.”
“거.기서 뭐해요?”
“.당신 괜찮나. 보러 왔어.”
“전.괜찮아요. 한.상씨는요?”
“지금 밖에서 즐기고 있어.”
“.지금. 뭐 한 거예요?”
“응?.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금 한상씨 옷. 뒤진 거 아니에요?”
“아. 그냥 담배가 있나 해서.”
“.태규씨.”
‘크크크크 아씨. 벌써 싸버렸네. 역시 젊은 게 좋구먼!. 아! 강군. 난 자네 파트너랑 시간 좀 보내도 되나?’
작게 들려오는 김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신이에 의해 얼음처럼 굳어졌던 심장이 김의원의 목소리에 심하게 요동치며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신이에게 제대로 설명할 틈도 없이 난 황급히 몸을 움직인다.
[덜컹]
“김의원님! 형수님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딜 가십니까! ”
“응? 와이프가? 아 아깝게. 하하하하하하.”
“자자. 우선 한 타임 쉬는 시간입니다. 각자 돌아가서 씻고 다시 모이기로 했으니까. 김의원님도 씻고 다시 나오시죠.”
“그럴까?. 하긴 게임은 계속 되니까. 씁. 아고. 그나저나 정말 아까워. 아깝네.”
막 정신을 차린 신이를 열린 문틈으로 보며 연신 아깝다는 말을 하던 김의원.
그런 김의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말자 한숨을 돌린 나였지만. 이내 방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에 심장의 고동소리가 바로 내 귀 옆에서 들리는 착각을 하며 호흡조차 억누르고 벽에 바짝 붙어 숨을 죽인다.
"한상씨 불.은 켜지 말아요."
"응?"
"눈. 아파요. "
"."
"고마워요."
신이의 도움으로 커튼 뒤로 마지막 발가락까지 들키지 않고 숨길수 있게 된다.
"좋았냐?"
"네?"
"김의원이 보지를 빨아주니까. 좋았냐고. 아주 질질 흘리더만."
"그런게 아닌걸 알잖아요."
"빨아."
".?"
"내 자지를 빨라고! 네 몸뚱이에 누가 주인인지 확인시키라고."
“속이. 매스꺼워서.”
“뭐?”
“아직 취기가 다 안 가신 거 같아요. 조금만 있다가 하면 안 돼요?”
“조금 있다가라.”
“.미안해요.”
“미안할 거 없어. 그럼 엎드려.”
“.네?”
“엎드리라고.”
“.”
“왜? 엎드리기도 싫어?”
“속이. 악!”
순간 강한상이 신이를 덮쳤다.
침대로 걸어가 축 쳐진 자지를 신이 앞에 들이밀던 강한상은 신이의 계속 된 거부에 힘으로 찍어 누르며 신이의 몸을 덮치며 엎어트렸다.
“아.파요.”
“전 남편을 다시 만나더니. 옛날 생각이라도 나나보지?”
“.”
“평범한 여자처럼 행동하는 게. 네가 느끼기에도 가식적이라는 생각 들지 않나?”
“아파요.”
“남편 앞이라고 너무 고상한 척 하는 게 아니냐고. 이런 음란한 몸뚱이를 가지고 말이야.”
“그.만 해요. 아직 술이.으웁!”
“씁 흐흡”
예고치 않은 키스.
어둠에 익숙해진 내 시선은 강한상이 신이의 얼굴을 덮치며 퍼붓기 시작한 키스를 생생하리만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신이가 거부조차 할 시간도 주지 않고 퍼붓기 시작한 딥키스에 순간 신이가 강한상을 밀어내려는 듯 손으로 강한상의 가슴을 짚는 것처럼 보였지만.
알코올의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강한상의 키스에 길이 들여진 것인지 이내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쩝쩝거리는 강한상의 행위는 광경보다 소리로 더 자세히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키스를 하며 강한상은 신이의 동그란 가슴을 체중이 실린 손으로 짓누르며 다른 한 손은 이미 알몸인 신이의 사타구니 사이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빠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느리지 않은.
손을 움직이며 계속 된 키스를 하던 둘의 사이에서 탁한 여자의 신음소리가 배어나온다.
“으윽. 그.그만.해.요.”
“습. 이렇게 음란한 몸뚱이로 아직도 거부를 해?.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잖아.”
“아.그.그만.아.”
“태규와 몸을 섞는 동안. 일부러 참아줬었지. 아니. 철저히 태규의 무능력한 테크닉을 실감하라고 방임을 했더니. 그 좆만한 자지에도 느끼기 시작했나?”
“하아.아.”
“왜? 대답을 못 하지? 설마 느끼기라도 했나?”
“그.그런. 게. 아.”
귓불을 깨물며 속삭이듯 얘기하는 강한상의 말과 천천히 움직이는 팔꿈치의 그림자에 신이의 허리가 점점 침대에서 일어나 공간을 만들 듯 휘어진다.
등과 엉덩이로 몸을 지탱한 채 무릎을 천천히 굽히기 시작한 신이의 아름다운 라인을 커튼 뒤에서 훔쳐보던 난 호흡조차 잊은 채 강한상이란 놈을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순간 내 존재조차도 모르는 놈을 말이다.
“아무리 추억이란 걸로 머리를 정화시키려고 해도. 이 몸은 아니라고 대답을 하는군. 벌써 내 손가락을 다 적셨어.”
“아.아니에요. 그.그런 건. 아”
“아니긴. 거짓말도 너무 뻔 하면 재미없지. 정말 태규와 있는 동안 예전의 너로 돌아간 거 같지? 남자의 자지가 얼마나 황홀한 지, 얼마나 네가 더렵혀지고 섹스럽게 변할 수 있는 질 잊었냐고.”
“그.그만. 아.그.하아”
“그만 할까? 그런데 왜 허벅지는 벌리고 있지?”
“아.흑.흑.”
“크크. 박아달라고 아예 다리를 벌리면서. 뭐라고? 그만 해?”
“.”
천천히 몸을 일으킨 강한상은 벌어지기 시작한 신이의 허벅지 사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신이의 허벅지에 가려진 강한상의 자지였지만. 분명 신이의 보지에 자지를 맞추고 있는 게 확실했다.
“아.”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왜 말을 못 해? 혹시 밖에 있는 태규란 놈 때문에 일말이나마 남은 가책이란 걸 떠올리고 있나?”
“그.런. 아”
“귀두만 들어갔는데 벌써 보지를 벌렁거리면서?”
“아. 아.아니야. 그.그만.해.”
“그리웠다고 말하면. 제대로 박아주지. 이주동안 단 한 번도 박아주지 않은 것까지. 오늘 원 없이 다 박아 줄 테니까. 말 해봐.”
“.아.”
절제된 움직임으로 강한산은 아주 작게 엉덩이만을 움직이고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작게 몸을 밀어 넣은 신이의 허벅지 안에서 간질 맛이 날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속 된 저항처럼 거부를 하는 신이를 애태우기 시작했다.
강한상의 자지를 봤기에 지금 강한상이 말을 한 대로 신이의 보지 속엔 귀두만을 넣고 살짝살짝 맛만 보여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천천히.
신이의 허리가 움직인다.
날 쳐다보듯 고개를 돌린 신이의 얼굴과 그 시선은 곧 나와 마주했고. 새카만 어둠속에서 보일 리 없는 촉촉이 젖기 시작한 신이의 눈망울이 그 어둠속에서도 보이는 듯 한 착각을 하게 된 나였다. 아니. 착각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거부해도. 이 몸뚱이는 날 기억하는군. 겨우 이주가 지났는데도 말이야.”
강한상의 집에서 첫 만남을 했던.
신이를 묶어두고 한 그 SM플레이라는 행동 이후로 나와 박항구와 보냈던 시간, 그리고 보육원으로 인한 텀이 있던 한 주동안 강한상의 말대로라면 이 주일이란 시간동안 강한상은 신이를 의도적으로 안아주지 않은 게 분명했다.
왜?.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를 섹스란 것으로 이미 신이를 굴복시켰기 때문에? 강한상이 입에 달고 살던 일종의 페어플레이란 것으로 나와의 격차를 줄여주기 위한 배려로? 그것도 아니라면.실험? 시험?
“크크 말 해 봐. 하고 싶나?”
“.”
“엉덩이만 흔들지 말고. 말로 하라고. 아니면.”
“.”
처음과 달리 끈질길 정도로 신이를 희롱하기 시작한 자신의 태도에도 신이가 거부감을 드러내자 더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신이의 귓속에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아주 작게 들리긴 했지만 또렷한 강한상의 목소리를 커튼 너머에서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아니면 다 접을까?”
“.”
“보지물만 질질 흘리지 말고 똑바로 말을 해야 나도 할 맛이 날 거 아니야.”
“하.하고 싶.어. 빠.빨리.”
강한상을 올려다보던 신이가 내가 숨어 있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곤 아주 작게 속삭인다.
심장이 터질 듯 아파온다는 말을. 난 느끼며 그런 신이의 모습을 지켜만 보게 된다.
“뭐라고?”
“,,,흑.흑.”
“으음. 뭐.라고?”
“아.”
허리를 깊숙이 밀어 넣고는 다시 한 번 묻는 강한상이다.
순간 신이의 몸이 부웅 뜬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엉덩이를 더 크게 요동친다.
아랫배가 신이의 아랫배에 키스를 하며 허리를 더 숙이는 한상의 행동은 깊숙한 삽입을 보여줬고 그런 한상의 행위에 신이가 확인시키듯 엉덩이를 크게 들썩이곤 강한상의 팔꿈치를 손톱을 세워 꼬집듯 잡아 댔다.
강한상의 아래에서 허리를 들썩이게 된 신이의 모습에 마른 침을 삼키며 나 자신을 잊게 된다.
이성이란 단어보다 감정에 취중하듯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 심장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전진했고, 이 어둠이 아니었다면 커튼의 움직임에 강한상이 눈치를 챘을 게 분명했다.
“아아.항.”
“뭐라고?”
“해.해줘. 빠.빨리. 아.하아앙.앙.”
“뭘 해줄까?”
“그만. 말하고. 빨.리. 아아”
깊숙한 삽입 후 다시 시작된 강한상의 애간장 태우기는 신이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듯 보였다.
아니. 철저히 조련 된 여자를 또 다시 희롱하는 강한상의 모습처럼 이미 모든 공략 포인트를 꿰차고 있는 게임을 하듯 강한상은 이미 신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퍽’
“하앙”
‘퍽’
“아항. 더. 더 빨리.”
‘퍽.’
“하.제.제발.”
신이가 손톱을 세워 팔꿈치를 꼬집듯 긁어대던 손을 움켜쥠으로 바꿔 잡고는 더 빨리 해달라고 애원과도 같은 부탁을 하기 시작했지만. 강한상의 여전히 느릿한 허리 놀림을 보여주며 그런 신이를 여전히 희롱하기만 한다.
“하아. 아”
“똑바로 말 해. 뭘 어떻게 하라고?”
“제.제발. 박.아줘.”
“아줘?”
“바.박. 아주세요. 더. 더 빨리. 더. 세게.”
“뭘? 어디에?”
“하아.”
“.”
“자.자지를. 한상씨. 자지를. 제 보지.에 박아.주. 항아.학학.”
‘퍽퍽퍽.퍽.퍽.’
“아앙.앙하앙.”
거칠고 빠르게 강한상이 허리를 움직인다.
허벅지를 크게 벌린 채 다리를 꼬으며 강한상의 허리를 감싸기 시작한 신이의 발이 발가락까지 주먹 쥐듯 쥐며 애절한 신음소리와 함께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목위까지 타오르는 갈증은 내게 어지러운 현기증을 불러오며 신이의 발가락처럼 주먹을 꽉 쥐고 무섭게 두 남녀를 노려보기만 하는데. 내 자신이 혐오스럽기까지 한 이 순간을 정말 참아야 되는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고 또 한다.
“질질. 싸면서. 고상한 척을 해?”
“하아. 앙. 자.잘못. 했어요. 제.제발 더. 더. 아앙.”
“음란한 년이 어디서.크크.”
“앙아.헉”
더더욱 빠르게 움직이던 강한상이 갑자기 행동을 멈춘다.
누가 찾아온 것일까? 귀를 세워 문 밖의 인기척에 신경을 더 써보지만 여전히 각자 방으로 들어간 사람들인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는 거실의 조용함에도 강한상은 행동을 멈추곤 헐떡이고 있는 신이를 내려다보고만 있다.
“왜.왜? 빨.리.”
“너무 날로 먹으니까. 괜히 화가 나는데.”
“빨.리 해줘요.”
“네가 해.”
“.네? 아아.아”
갑자기 시작된 펌핑도 잠시 강한상이 힘으로 신이의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앉은 채로 신이를 안고 있는 형태로 변한 체위는 강한상이 방금 말한 의도를 보여주듯 강한상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은 신이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야만 하는 체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몸을 틀어 앉은 강한상의 변한 자세는 강한상의 등이 내게 보이는, 신이의 얼굴이 날 향하는 체위로 변했다.
강한상의 목을 팔로 두른 채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한 신이의 입술은 연신 작게 벌어진 틈으로 신음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하는데.
아예 드러누운 강한상의 행동으로 곧 신이의 전신의 정면이 내게 똑바로 보이게 된다.
강한상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커다란 가슴을 팔뚝으로 모아 출렁임을 억제하며 허리를 들썩거리는 신이의 모습은. 이 와중에도 내 시선엔 아름답게 보였다. 아니. 섹시하고 섹스럽게 보였다.
“크크. 역시 이래야 한신이지. 좋냐?”
“아.하아. 조.좋아요. 조.좋아서 미.칠 것.아아”
“얼마나 좋아?”
“너.너무 좋아. 아 보지.가 타.들어 갈 거 같아. 아앙.너.너무 굵어. 너,,너무 커. 하아. 학.학”
“이게 진짜 자지지?”
“네.네. 학. 지.진짜. 자.지. 하악.학.헉.헉.”
이미 쾌감에 빠져든 신이는 나란 존재조차 잊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말을 타듯 요분질을 시작한 신이의 몸을, 몸을 숨기는 것조차 잊은 채 놓친 커튼과 마찬가지로 정신 줄까지 놓고 훔쳐보기 시작한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미친놈이라고 했을 것이다.
강한상이 말하던 음란한 여자란 단어가 어울리는 신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성을 놓고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스스로 엉덩이를 앞뒤로, 그리고 위아래로 흔들며 순간순간 굵은 강한상의 자지를 가랑이 사이로 보여줬다 숨기는 신이의 행위는 이미 본능이란 단어보다 욕정과 충동, 쾌감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형태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고 그 쾌감에 나도 동화되어 아귀뿐만이 아닌 주먹까지 꽉 쥐고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당장이라도 신이에게 달려들어 그 미친 행동을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잡아끌어 내리려고 다리에 힘을 주려고 했었다고 말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모든 계획을 잊고 강한상의 몸에 올라타 스스로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헐떡이고 있는 신이를 잡아끌어 내릴 뻔했다. 신이와 눈만 마주치지 않았다면 말이다.
“헉!.”
“으윽. 아.아프다 이년아.”
“.”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신이.
그제야 몸을 커튼 밖으로 반쯤 드러낸 날 다시 확인한 듯 강한상의 위에서 굳어진 몸으로 꼼짝하지 않고 있는 신이였다.
“갑자기 왜 그래?”
“아.아니에요. 너.너무 좋아서.”
다시 천천히 시작된 요분질에 상체를 일으키려던 강한상이 다시 바로 눕는다.
지금 내 터질 듯한 가슴은 강한상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라서도 아니었고, 모든 계획이 시작도 전에 끝이 나버릴 수 있다는 초조함에서도 아니었다.
날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허리를 흔드는 신이의 모습과. 그리고 내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다시 신음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한 신이의 작게 벌어진 입술도 그 이유의 전부가 아니었다.
허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인 채 나란 존재를 다시 잊어가는 신이의 몸뚱이. 강한상이 말한 한없이 음란한 몸뚱이를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지금 순간이 내 심장을 터트릴 것처럼 요동치게 만들었다.
“크크크. 그렇게 좋냐?”
“하아.학학.학.”
“어. 눈물까지 흘리면서 허리를 흔들어? 크.하하하하하하하.”
“하아.학학.하악. 흑.”
“와. 이거 오히려 태규한테 고마워해야겠는 걸. 다시 시작해 볼까?”
“헉!. 악!.학학.하악!”
강한상이 몸을 일으켜선 그대로 신이를 엎드리게 하곤 거칠게 엉덩이를 벌리며 삽입을 한다.
번들거리는 자지를 연신 보여주며 거칠고 세게, 그리고 빠르게 박아대기 시작하자 살과 살이 때리는 둔탁한 충격음으로 방안을 가득 메우며 신이의 신음소리를 더 크게 번지도록 만든다.
“아주. 질질 싸는구나. 이렇게 좋아하면서. 뭐? 싫다고?”
“죄.죄송해요. 학학.죄.송. 학학.”
“다시 말해봐. 누가 주인이라고?”
“하악. 학학. 한.상씨.한상씨가. 아악!악!악악악!”
“헉헉.헉.헉헉. 이.음란한 년이. 어디서 반항을. 헉헉.”
“죄송해요. 아악!.악! 죄.송.악!.해.아아악!”
강한상이 신이의 엉덩이를 움켜쥔 손까지 움직이며 더 빠르고 깊게 박아대기 시작하자 결국 신이가 얼굴을 침대에 처박고는 간헐적이고 음란한 고함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신이가 처박은 머리를 연신 좌우로 흔들어대며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연발한다.
꼭 나에게 들으라는 말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신이는 강한상의 자지가 보지를 가득 채울 때마다 시트를 손으로 꽉 움켜 쥔 채 울부짖듯 쾌감에 쩌든 고함과 신음소리를 연발하며 더 크게 머리를 흔들어댔다.
‘덜컥’
“누구야!?”
“아. 깜짝이야. 강군 너무 혼자만 즐기는 거 아닌가?”
“.”
“학학.학.헉.흑.흑.”
평소라면 갑작스러운 다른 이의 등장에 깜짝 놀라 자신의 알몸을 가리기에도 급급해했을 신이였는데.
헐떡이던 숨을 어렵게 뱉어내며 허벅지를 움찔거렸고 상체를 그대로 시트위에 힘없이 늘어트리기 시작했다.
난 이미 몸을 다시 커튼 뒤로 숨긴 상태였기에 갑자기 들이닥친 김의원에게 들키진 않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신이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다는 것에 깊은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짜증에 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와. 나.도 좀 맛보면. 안 되나?”
“.”
“아나. 이 친구가. 우리 사이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닌데.너무 비싸게 굴면 재미없잖아.”
“재미가 없으면?”
“.무.뭐?”
‘쑤욱’
“헉!.흑흑.”
애액을 잔뜩 묻힌 커다란 자지를 단숨에 빼낸 강한상의 행동에 탄성을 지르며 그대로 침대위에 쓰러진 신이인 듯 커튼 너머에서 신이의 목소리가 깊고 짧게 내 귀를 간질인다.
‘끼이. 척.’
문을 닫는 소리?
아직 김의원의 음흉한 숨소리가 방안에서 들리는 대도 분명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의원님.”
“왜.왜 이래 이 친구야?”
“아무리 부탁을 드렸다고는 해도. 오늘 너무 나대시는 거 같은데 말이죠.”
“내가? 내가 언제 나댔다고 그러나. 그냥. 강군이 데리고 온 친구가 분위기를 너무 잘 띄우니까. 조금 과하게.”
“그러니까 말입니다. 제가 김의원님한테 몇 번이나 말씀을 드린 걸로 아는데. 병원 일이나 잘 보시고. 콩고물이나 받아 드시라고 말이죠.”
“허. 이 친구가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나. 그러다가 탈나 이 친구야.”
“크크. 탈이 나기 전에. 김의원님부터 보내드리는 수가 있다는 거. 자알 아시죠?”
“.”
“하하하하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제가 감히 어떻게 서울에서 2번째로 큰 종합병원의 부원장이 되실 김의원님한테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하하.하하.”
병원?
김의원이란 작자가 국회의원이 아니란 말인가? 강한상이 왜 병원의 의사를 이런 모임에 초대를 한 것일까? 아니. 굳이 연극을 하면서까지.?
“지금 잘 하고 계십니다. 딱!. 여기까지만 하셔야 되는 거 아시죠?”
“그.그럼. 당연하지.”
“우리 서로서로 윈윈 합시다. 곧 있을 부원장에도 좋은 분이 자리를 차고앉아야 저도 편할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엉뚱한 놈이 부원장 자리에 앉아서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좋고 말이죠.”
“그.렇지. 나야. 자네 말이라면 하늘에서 별도 따오지 않겠냐고.”
“하하하하하하.하. 아! 그리고 이 약 말인데요. 효과가 아주 직빵이던데. 계속 좀 부탁드립니다.”
“하하. 하지만 너무 많이 먹지는 말게. 말을 했다시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어차피 약일뿐인데요. 설마 독약을 주셨겠습니까! 크큭큭.”
“하하. 이 친구가 큰일 날 소리를.”
둘의 대화를 들으며 아주 조용히 뒷걸음질로 테라스로 빠져 나온다.
약이란 단어에 이 순간에도 발기를 한 내 자신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분명 강한상이 놈이 술에 뭔가를 탄 게 확실했다. 아직도 정신이 멀쩡한 걸 보면 마약 같은 종류는 아니겠지만 분명 일종의 흥분제가 확실했고 만약 아직도 약의 힘을 빌려 여기 모인 사람들을 전부 농락한 것이라면.
신이도 약에 취해 몸을 흔들었을 수 있다는 생가게 오히려 안도를 하는 나였지만.그 타이밍이 애매했다. 우리와 달리 벌주만을 마신 신이였기에 처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우리에게 그 약이 적용되었다면 신이는 예외라는 계산이 성립되는데. 그런 복잡함을 뒤로하고 우선 펜션 안으로 들어가 내 옷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힉.허억.헉헉.어억억억”
엉뚱하게도 미지의 신음소리가 방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조사무관이라는 남자의 자지를 받아내고 있는 미지의 모습이 내 시선에 들어왔고 그 앞에서 화장품으로 보이는 물건으로 자신의 질퍽거리게 젖은 보지를 쑤시며 혼자 자위를 하고 있는 조사무관의 파트너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조진민 사무장은 로량로펌에서도 인맥이 넓기로 유명한 사람이던데.”
“.”
“그리고 김성호 과장이란 사람 말이야.”
“김성호?”
화요일 퇴근 후 일부러 사람이 번잡한 돼지껍데기 집에서 현민을 만나 소주 한 잔을 한다.
핸드폰을 놔둔 차도 회사에 남겨둔 채 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혹시나 있을 미행이란 것을 따돌리며 현민이가 근무하는 회사 근처로 왔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이상한 낌새로 날 쫓아오는 사람은 없는 걸 확인한 후 현민을 불러냈다.
강한상이 어떤 장치까지 준비한지를 확신할 순 없었지만, 미행과 같은 범주를 넘는 행위는 아마도 강한상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라도 하지 않는 듯 느껴졌다.
“네가 적어온 차량 소유주가 김성호 과장이야. OO종합병원 과장.”
“아. 그 사람은 뭐가 나왔냐?”
“별건 없어.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접대에 남다른 솜씨를 보이는. 일명 싸바싸바맨이더라고.”
“그런데 부원장 자리까지 넘본다고?”
“이번에 조사해보니까. 병원도 정치판하고 똑같더라고, 특히나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과장이상부터는 로비나 접대, 그리고 뇌물도 아주 비일비재하더만.”
“그래?. 그런데 왜 강한상이 놈이 그런 사람하고 연줄을 놓고 지낼까?”
“그게 좀 이상해.”
“왜?”
“조진민 사무장이란 사람이야. 로펌에서도 능력 있기로 소문났으니 당연지사 정치 쪽하고도 긴밀한 연줄이 있는데. 그 김의원이라고 불린 남자는 털어보니 개뿔도 없더란 말이지. 강한상이란 놈이 도대체 왜 그런 놈하고 다리를 놓고 있는지가 더 이상하단 말이야. 이번 부원장자리도 사실 다른 내정자가 있는 거 같은데. 무리를 하면서도 그렇게 힘을 쓸 이유가 없는데.”
“그 병원이 OO종합병원 확실 해?”
“응?. 그렇다니까. 몇 번을 확인했구만.”
“.”
“그런데. 신이씨는 좀 괜찮냐?”
“괜찮다니? 뭐가?”
“몸 파는 여자가 아닌 거 같다며. 강한상 새끼가 한 말이 전부 거짓말 같다고 말 한 게 너잖아. 아니야? 아니면 강한상이 한 말이 전부 사실이야?”
“거짓말 맞아.”
“그럼 그 모임에서 충격이라도 받은 거 아니야? 보나마나 더럽게 놀았을 게 분명한데.”
“나한테 MC를 시키더라.”
“MC? 갑자기 무슨 MC를 시켜?”
“그러게.”
“그게 무슨 말이야?”
“한상이가. 나보고 그 모임의 주체자로 진행을 하더라고.”
“그래서?”
“게임이란 걸 해 봤다. 창구가 데리고 갔던 그 스와핑 모임에서 봤던 걸 그대로 써먹어 봤는데. 먹히더라.”
“네가 그런 짓을 했다고!?”
“응.”
“정말?”
“나도. 내 자신한테 놀랄 정도였으니까.”
“와 너 진짜 변했구나.”
“변해야지. 신이를 위해서라도. 변해야지.”
“그럼 신이씨도 같이 즐긴 거야?”
“.”
“왜 또 표정이 그래?”
“사람이란 게 말이야. 질투를 하면 끝장을 볼 수 있는 걸까?”
“갑자기 뭔 소리야? 질투? 혹시 강한상이란 신이씨가 붙어먹는 걸 보고 질투를 했냐? 이미 각오한 일이잖아. 아니야? 혹시 아직도 흔들 리냐?”
“사랑이라는 게. 사람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왜? 신이씨가 아직도 강한상한테 전적으로 휘둘려? 조금도 넘어온 거 같진 않고?”
“글쎄다.”
“잘 다독여. 네 말대로라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신이의 기분을 잘 헤아려야지.”
“고맙다.”
“고맙긴. 아! 사진! 사진은 제대로 찍었냐?”
“응? 아!. 잠시만. 그런데 이 핸드폰도 문자로 사진 보낼 수 있나?”
“글쎄. 우선 보내봐.”
폴더 폰의 폴더를 열어 사진을 현민이 핸드폰에 보내는데. 잘 넘어가질 않는다.
“이왕 살 거면 좀 최신형으로 구할 것이지. 이게 뭐냐!”
“이것도 어렵게 구한거야. 안되겠다. 내일 사진 뽑아서 퀵으로 쏠게.”
“참나. 그건 그렇고.”
“뭐?”
“재미있었냐?”
“뭐가?”
“그 모임이란 거 말이야. 네가 MC였다며 어떤 게임을 했는데?”
“재밌기는. 그냥 보주랑. 파트너 맞추기. 그리고 나중엔 빨리 세우기정도로 간단하게 끝냈어.”
“보주? 보주가 뭐냐?”
“보지에 술을 담아서 마시는 게임.”
“뭐? 그걸 네가 진행했다고?”
“.”
“와. 파트너 맞추기야 뻔하고. 빨리 세우기는 뭐야?”
“파트너 맞추기 하고 나서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했거든. 전부 한 번 이상은 뺏더라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게임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서로의 파트너 물건을 얼마나 빨리 세울 수 있나를 놓고 내기를 했었어.”
“내기? 잠깐만! 네 파트너가 박미지라는 그 여자라고 하지 않았냐?”
“.응.”
“그럼 신이씨는?”
“.”
“허. 그래서 질투란 말을 한 거야?”
“그건 아니야. 어차피 각오 했던 일이잖아. 그리고 그 각오만큼. 나도 최대한 즐기기만 하자고. 내 전 와이프라는 여자로 보지 않고. 그냥 다른 남자의 섹스파트너로 보려고 노력했으니까. 그리고. 한상이 놈과 방에 들어가선 못 나왔으니까. 질투란 걸 할 여력도 없었어.”
“그런데 왜 질투란 말을 하냐?”
“.아니다. 하여튼 그렇게 놀다가 결국은 황제놀이까지 갔지 뭐.”
“황제놀이라니?”
“세우기에서 우승한 조사무관이란 남자가 모든 여자를 맛보는 시간을 줬다고 할까. 그렇게 놀다가 각자 헤어졌어.”
“캬 부럽다. 나도 한 번 그렇게 놀아보고 싶네.”
“부럽긴.”
“아! 그리고 네가 준 거 있잖아.”
“응?”
“네가 몰래 가져온 술중에서 ‘구연산 실데나필’이란 성분이 검출 됐다더라.”
“구연산? 레몬 같은 거에 들어있는 거?”
“그게 아니고. 일종의 비아그라 같은 거라던데.”
“비아그라? 최음제나. 흥분제가 아니고?”
“응.”
“비아그라가 여자한테도 효과가 있냐?”
“없다고 하더라. 오히려 부작용만 있단다. 두통이나 오바이트 같은.”
“그럼. 처음 건배를 했을 때 남자들만 먹었던 약주에 있었다는 말인데. 왜 굳이 비아그라를 타서 남자들한테 몰래 먹였을까?”
“창구 말 못 들었냐? 처음엔 흥분보다 긴장감이 더 들 수 있다잖아. 그때 말하길 첫 쓰리섬이나 스와핑에서 간혹 약부터 챙겨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만.”
“그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단순한 도구일 뿐이란 거네.”
“내가 어떻게 아냐. 네가 있었지 내가 있었냐?”
“.”
“그리고 김의원이란 남자를 보니까. 나이도 많더만. 발기불능기가 있으니까 그런 약도 준비했겠지. 김의원이 준비 했을 거 아니야.”
“응. 한상이와 얘기하는 거 보니까. 김의원이 준비를 한 거 같은데. 꼭 한상이가 시켜서 준비 한 거 같더라고.”
“일종의 배려겠지. 그 새끼 일을 뭘 일일이 신경을 쓰냐? 그것보다 좀 더 자세히 얘기 좀 해봐. 그럼 네 파트너인 박미지란 여자하고 왕게임까지 했다는 거야?”
“왕게임이 아니라. 하여튼 열쇠 사진을 찍고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판이 벌어졌더라고.”
“판?”
“조사무관하고 미지씨랑 신나게 한 판 벌이고 있었어. 그 옆에서 조사무관의 파트너란 여자가 혼자 하고 있었고.”
“혼자 하다니? 거기서 자위라도 했단 말이야?”
“.응.”
“허. 그 여자도 갈 때까지 다 간 여자네.”
“김의원보다 오히려 조사무관이라는 남자가 훨씬 경험이 풍부한 거 같더라고. 김의원이 조급한 모습을 숨기질 못하는 반면에 조용히 즐기면서 할 건 다 하는 걸 보면 말이야.”
“음. 하긴 강한상이 조사무관의 로펌을 이용한 게 그의 아버지부터라고 했으니까. 오히려 김의원이란 남자보다 더 깊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있냐. 신이 때문에 커진 자지를 그대로 조사무관의 파트너에게 꽂았지.”
“허 그럼 스와핑을 한 거네! 미지씨는 조사무관이랑 하고. 넌 조사무관의 파트너랑 했으니까.”
“.그런가?”
“야 제대로 즐겼네! 혹시 김의원의 와이프랑은 안했냐?”
“그냥 보주만 마셨지. 하진 않았다.”
“캬.”
“잘 나가다가 넌 또 뭘 부러워하냐.”
“이왕 즐길 거 제대로 즐겨야지! 어차피 게임에서 이기면 평범하고 알콩달콩하게 살거라면서?”
“이길. 수 있을까?”
“뭐? 이 새끼 또 약한 소리 하네! 처음 계획을 짤 때의 패기는 어디 갔냐!?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어떻게든 이긴다며!”
“.그래야지.”
“그래야지는! 칼을 뽑았으면 제대로 휘둘러야지 이 친구야!”
“술맛 떨어진다. 그 얘긴 그만하고. 다 마셨으면 그만 일어나자.”
“벌써?”
“응. 내일을 위해 청소도 좀 해야지. 집도 엉망인데.”
“정성이네. 그러니까 결혼 때 더 잘하지 그랬냐고!”
“.크크. 가자.”
“태워줄게 같이 가자.”
“아니야. 회사로 돌아갈란다. 대리 불러서 차타고 가야지.”
“왜?”
“핸드폰도 차에 있잖아. 다시 켜 놔야지.”
“참.힘들게 산다.”
“크크크크. 막잔 하자.”
핸드폰 전원을 길게 누르자 밝아진 화면 속에 부재중 통화가 4통이나 기록돼 있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번호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난 그 번호의 주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서둘러 통화버튼을 길게 누른다.
“접니다 형님!”
[하하. 잘 지냈고?]
반가운 한선배의 목소리가 걸걸한 웃음소리와 함께 핸드폰 너머에서 날 반긴다.
“형님이야 말로 잘 지내셨습니까? 중국은 어떠세요? 어. 이 번호는.”
[지금 대한민국이다. 한국에 일 때문에 들어왔지.]
“아 하하하하. 잘 지내셨죠?”
[나야 뭐. 마누라가 외롭다고 아주 노래를 부르는 게 탈이라서 그렇지. 잘 지낸다.]
“.혜빈이는요?”
[마누라랑 마찬가지야. 더 말수가 없어져서 걱정인데. 지금 고민 중이야. 적응을 못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네. 그래도 형님이라서 다행입니다.”
[뭐가?]
“아.니에요. 만나야죠. 만나서 오랜만에 회포라도 푸셔야죠.”
[오랜만은. 갑자기 들어왔지만, 중국에 들어온 지 이제 한 주도 안 지나갔구만.]
“하하하. 그래도 바다 건너 가신 거잖아요.”
[그런가? 하하하하하하.]
“내일 시간 되세요?. 아. 내일은 좀 그렇고. 형님 언제 들어가십니까?”
[그것보다. 부탁 좀 들어줬으면 하는데.]
“부탁이요?”
[응. 좀 어려운 부탁이긴 한데.]
‘띵똥’
“왔어?”
“.네. 밥은요?”
“오자마자 내 식사부터 챙기려고?”
“.”
어김없이 찾아온 수요일에 신이는 일상처럼 내 집의 벨을 누른다.
불과 며칠 전의 그 음란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수하게 차려 입고 온 신이의 모습은 그 날의 그 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함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흰색의 긴 목폴라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그 위에 즐겨 입는 흰색 가디건까지.
처음 내 집을 찾아왔을 때의 섹시함은 어느새 사라진 채 내 집의 내 아내처럼, 근처에 외출했다 돌아온 모습으로 신이는 또 잔뜩 사온 반찬거리를 양손에 쥐고 내 집을 찾았다.
“밥은 됐고. 손님이 있어.”
“.손님이요?”
“응.”
“누.구?.”
신이의 표정이 내가 말한 손님이란 단어에 흙빛으로 물들어간다.
그 날의 기억 때문일까?
어둑한 방안에서. 숨어 있던 내 바로 앞에서 강한상의 몸에 올라타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며 요분질을 쳐대던 그 음란함을 고스란히 내게 보여줬던 그 날의 기억 때문일까?
그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신이의 표정을 살피게 되는데.
아주 작게 일그러진 미간이 손님의 등장에 크게 놀란 듯 확 펴지며 더 커진 두 눈으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몇 번이나 확인을 다시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혜.혜빈아?”
“.”
‘쪼르르륵 덥썩.’
“혜빈이. 혜빈이 맞지?”
‘끄덕.’
날 그대로 스쳐지나가 신이의 허벅지를 작은 두 손으로 꼭 끌어안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혜빈이의 모습에도 신이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지 몇 번이나 혜빈이를 불러본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응?”
“혜빈이.는 한선배님이란 분이 데리고 간 거. 아니였어요?”
“응. 한국에서 정리 못한 일 때문에 잠깐 나오셨데. 금요일에 들어가셔야 되는데 이틀만 좀 봐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 집이야 어쩔 수 없지만, 급하게 들어가시느라 짐도 제대로 못 챙겨 가셨다는 거 같더라고.”
“아. 우리. 혜빈이 얼굴 좀 봐도 될까?”
내 말을 귀로 듣는 건지 코로 듣는 건지.
연신 꼭 끌어안은 혜빈의 머리를 쓸어내리던 신이가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 혜빈이와 시선을 마주한다.
“어디. 아픈 데는 없었고? 밥은? 밥은 잘 먹었어?”
“.”
“그래. 아픈데 없으면 됐어. 밥은 많이 먹어야 돼.”
첫 번째 물음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던 혜빈이 신이의 두 번째 물음엔 좌우로 작게 흔든다.
“혜빈아.”
말문이 막힌 듯 신이는 혜빈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눈물 젖은 이름만 반복해서 부르곤 이내 눈물을 훔치며 혜빈이의 손을 꼭 잡고 거실로 이동한다. 현관문 앞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봉지들을 들고 그런 둘의 뒤를 따라 나도 거실로 들어갔다.
“우리 혜빈이 얼굴 좀 다시 보자. 살이 빠졌어.”
“살이 빠져?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살 빠진 줄 몰라요.”
“그런가?”
“밥 먹자. 아직 안 먹었지?”
“그냥 외식하자. 오랜만에 혜빈이랑 만났는데. 고기 먹으러 나가야지.”
“고기도 사왔어요. 그리고 밖에 나가서 먹는 게 뭐가 맛있어요. 금방 준비할게요. 혜빈아. 삼촌하고 잠깐만 놀고 있어. 이 언니가 진짜 맛있는 고기랑 반창이랑 해 줄게.”
신이가 벌떡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혹여나 혜빈이가 더 배고파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사가지고 온 채소들과 고기, 과일들까지 전부 펼쳐놓고는 요리를 준비했다. 삼일이란 시간동안을 먹을 준비물들을 단 숨에 전부 해치우려는 듯 냄비에 물을 끓이며 동시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그 사이에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며 보기에도 바삐 몸을 움직였다.
“혜빈아. 언니가 디게 기분이 좋은 가부다.”
“.”
“우리 혜빈이 어떻게 하냐. 저 언니 저걸 다 요리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배터지면 어떻게 하지?”
“.”
내 말에 얼굴 한 번 쳐다보곤 이내 신이의 분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음을 짓는 혜빈의 모습은 정말 아기 천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요리를 하면서도 신이는 잠깐씩 혜빈의 얼굴을 확인하듯 고개를 돌렸으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같이 미소를 지어줬다.
용심이 과한 게 탈이라고 하더니, 너무 많은 요리를 한꺼번에 시작한 신이는 1시간이 넘도록 계속 싱크대 앞에 자리 잡고 서 있게 된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많은 양의 음식들인 대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지 신이는 끊임없이 요리를 하고 또 했었다.
그리고서도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저기. 나 배 많이 고픈데.”
“다 됐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그 말은 20분 전에도 했잖아.”
“우리 혜빈이도 잘 기다리는데 왜 당신은. 조금만 더 기다려요!”
“.참나. 혜빈아. 지금이라도 우리 그냥 나가서 먹을까?”
‘절레절레.’
“허. 알았다! 알았어. 언제 다 되는데!?”
“이제 콩자반만 끝내면 다 끝나요.”
그러고서도 20분은 넘게 기다리고서야 음식들이 상을 채우기 시작했다.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상의 모습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기만 한다.
최고라는 15첩 밥상?
신이가 손님용인 커다란 상에 내려놓은 음식들은 족히 20첩은 훨씬 넘어 보이는 가짓수가 자랑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갈비에 고등어조림, 생선 튀김에 오징어 튀김. 쏘시지 볶음, 계란말이, 햄계란튀김, 계란프라이, 가지,오이등등의 무침과 샤브샤브라고 하기엔 미리 끓여 내온 맑은채소찌개부터 미역국까지.
“이걸. 누가 다 먹어?”
“네?. 좀. 많을.까요?”
“이게 좀. 많냐? 한 10인분은 넘겠구만.”
“그래도. 먹어요.”
“.”
“그 쪽 좀 들어봐요. 혼자. 못 옮기겠어요.”
“하. 이런 정성이면. 아니다.”
나와 달리 혜빈이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들에 기뻐하면서도 놀란 표정을 숨기질 못하고 박수까지 쳐대기 시작했다.
“좋냐?”
‘끄덕끄덕’
“허. 그래 많이 먹어라.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더라! 죽자고 먹으면 다 먹겠지! 자! 먹자고!”
“히히.”
갑자기 소리 내어 웃는 혜빈의 모습에 농담처럼 말을 뱉어내던 나와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눈을 흘겨 쳐다보던 신이도 깜짝 놀라 혜빈이를 커진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게 된다.
“혜빈이. 많이 먹어요. 이 언니가 만드는 거 봤지!? 다 혜빈이 좋아할만하것들만 만들었으니까. 많이 먹어.”
‘끄덕’
내가 언제 소리 내어 웃었느냐는 듯 조용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손에 부담스럽게 큰 숟가락을 옹팡지게 잡고는 밥부터 크게 한 번 퍼선 다 들어가지도 않는 작은 입에 우겨 넣는다.
“천천히 먹어야지. 그러다가 채해.”
“.”
“그런데 혜빈이 숟가락이 없네. 숟가락을 사와야겠다.”
“어차피 내일 갈 건데 무슨 숟가락까.”
무심코 말을 뱉어내다 신이의 표정과 시무룩해진 듯 고개를 살짝 숙인 혜빈이의 모습에 말을 흐리게 된다.
“아! 혜빈아 잠깐만!”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신이가 황급히 싱크대로 달려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싱크대 아래의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하던 신이가 뭔가를 꺼내선 재빨리 물에 씻기를 반복한다. 세제를 묻혀 한 번 씻고는 또 다시 물로 닦아내길 여러 번 반복하고서야 신이가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자. 이걸로 먹자.”
“.”
“.왜요?”
“그게. 아직도 있었어?”
“.네. 있었.네요.”
아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뽀통령이 그려진 숟가락을 신이가 혜빈이에게 건넨다.
지금이야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저 캐릭터 하나면 울던 아이도 그친다는 전설적인 존재였던 3D만화의 주인공이었는데.
자신의 몸이 불임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여러 병원에서 낙인찍히듯 얻기 전에 사뒀던 물건이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던 신이가 병원을 가기 전 어디선가 아이 물건을 미리 사두면 아이가 잘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이것저것 사뒀던 게 기억에 떠오른다.
그걸 아직도 신이는 기억 속에 담아두고 있다는 것이 이 맛있고 따뜻한 밥상 앞에서 날 가슴 쓰리게 만들었다.
“당신도. 드세요.”
“응?.응. 당신도 먹자.”
“네. 혜빈아 이것도 먹어 봐. 이게 사실 이 언니가 가장 잘하는 거야. 다 맛있지만 이게 특히 맛있다니까!”
갈비를 아이가 먹기 좋을 크기로 젓가락으로 잘라 숟가락 위에 올려놓는 신이의 모습은. 천상 엄마의 모습이었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이 평온함을, 이 여자는 왜 누릴 수 없었을까.
“너무 급하게 먹지 말라니까. 진짜 채하면 배 아파요.”
“우거우걱. 쩝쩝.”
“에이. 혜빈아. 누가 안 뺏어가요.”
“중국에서 입맛이 맞는 게 많이 없었나보구나. 급하게 가느라 쌀도 중국 쌀을 먹었을 테니까.”
“.그랬어? 혜빈아 더 먹고 싶은 거 있니? 이 언니가 다 해줄게.”
“그만 해라. 오늘이 마지막도 아닌데. 진짜 애 배 터져 죽일 작정이냐?”
“왜 자꾸 죽인다는 얘길 해요. 재수 없게.”
“재.재수가 없다고!? 지금 나한테 재수 없다고 한 거야?”
“피. 누가 당신한테 재수 없다고 했나! 도둑이 제 발 저리나. 왜 자꾸 시비래.”
“.”
“자자 혜빈아 이것도 먹고, 이것도 먹어. 이것도 맛있어.”
“나도 좀 먹자. 혜빈이만 챙기냐.”
“참나.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먹고 싶은 거 먹어요.”
“.”
“왜요? 또 재수 없는 소리 하게요?”
“와. 아고 답답해. 진짜 너무하네.”
“너무하긴. 왜!? 이번엔 속 터져 죽겠다고 해보지.”
“.”
“큭큭.큭”
우리 둘의 티격태격에 또 혜빈이가 웃어준다.
“혜빈아 우리 내일은 놀이동산 갈까?”
“진짱?”
혜빈이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다.
분명 또렷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진짜라고 되묻는 말을 잔뜩 들뜬 표정으로 작지만. 분명하게 신이를 향해 말을 했다. 다시 내게 감동을 준 혜빈의 목소리에 신이도 아주 약간 갈라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혜빈을 향해 미소를 지었고, 얘길 했다.
“그럼! 이 언니랑 같이 가자. 저 아저씨는 또 바쁘다고 회사 갈 테니까. 우리끼리만 가면 되지! 가서 뭐부터 탈까? 회전목마? 아니면 어린이 바이킹? 아니다. 가서 전부 다 타자. 다 타고 우리 옷도 사자. 예쁜 혜빈이한테 어울리는 예쁜 옷들도 같이 살까?!”
“.응!”
“그래. 우리 혜빈이 좋아하는 거 다 사줄게. 이 언니가. 혜빈이가 원하는 거 다. 사줄게.”
“정말?. 응!.응.”
밝고 크게 웃던 혜빈이가 갑자기 숟가락을 입에 물고는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힘없이 대답을 한다.
“왜. 그래 혜빈아. 옷. 싫어? 아니면 뭐가 맛없니?”
“.”
“왜 그래? 혹시 배. 아프니? 많이 아파?”
“옷.주고. 또. 보낼 거야?”
“무.뭐?”
“그냥.아무것도 안 사.주고. 나 여기 살면. 안 돼?.아닝. 안.대요?”
“.”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보육원의 아이들 중 말이 유난히 빠른 편이었던 혜빈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벙어리처럼 단 한마디도 못하게 변해버린 후 처음 듣게 된 말이 ‘가지마.’ 와. 두 번째로는 ‘같이 살고 싶다.’ 라니. 눈물이 맺혀 눈을 적시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나. 설거지도 잘 해.아니. 잘 해용. 밥.도. 할 줄 알아.빨래도.”
“혜빈아. 누가 그런 거 시켰니?”
“아.니요.”
“혹시. 지금 엄마 아빠가. 신이 힘들 게 해?”
“.”
신이의 물음에 눈치를 보며 대답을 하다 고개를 크게 좌우로 흔드는 혜빈이다.
“혜빈이 나이엔. 그런 거 안 해도 돼. 엄.마를 도울 줄도 아는 정말 기특한 아이라서 우리 혜빈이가 너무너무 예쁜데. 지금 이 언니는 그만큼 슬프네.”
“왜? 나 잘 못 했어?.요?”
“아냐. 혜빈이가 왜. 잘못을 해. 아니야. 혜빈아 이리 와서 앉아 봐.”
혜빈이를 무릎에 앉힌 신이가 울먹임을 겨우 참으며 작은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담아 먹이기 시작햇다.
더 이상. 그런 신이와 혜빈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아. 배부르다. 나. 담배나 한 대 태우고. 올게.”
객쩍게 말을 하는 날 신이가 잠시 쳐다보긴 했지만. 이내 혜빈이를 더 신경 쓰며 다시 부드럽게 아이를 타이르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미 한선배에게 입양을 간 아이를 가슴이 아프다고 순간적인 마음에 섣부른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신이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우리가 지금 처한 환경자체를 내게 몇 번이나 상기시키듯 말을 했던 신이였기에 누구보다 이 순간에 먹먹해져 오는 가슴으로 혜빈이를 타이르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밖으로 도망치듯 나오게 된다.
난 밖으로 나와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한선배에게 전화를 건다.
“접니다. 형님.”
[밥은 먹었고?]
“형님. 한 가지만 물어볼 게 있는데요.”
[물어보다니? 뭘?]
“혜빈이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
“무슨 일이 있었군요.”
[중국에 가서부터. 울기만 하더라.]
“울다뇨?”
[적응을 잘 못해서.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 혜빈이 엄마가 아무리 타이르고 달래도 쉽사리 정을 못 주는 거 같기도 하고. 아내도 힘들어 했지만 어쩔 수 있나. 다 거치는 과정인데. 왜? 거기서도 많이 울어?]
“.네.”
한선배에게 차마 혜빈이가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얘길 할 수 없었다.
한선배도 어렵게 내린 결정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나였기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했고 지금순간 쓰린 가슴일지라도 그건 혜빈이를 위한 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철저히 냉정해져야 했으며 결단력 있게 행동을 해야 했다.
[힘들면 내가 데리러 갈까?]
“아닙니다. 신이도. 혜빈이를 만나더니 기분이 좋은가봐요. 지금 잘 타이르고 있어요.”
[그래. 고생 좀 해줘. 짐정리도 보통일이 아닌데 회사일도 그렇고 저녁 늦게까지 돌아다녀야 될 거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고마워.]
“네 형님. 들어가 볼게요. 고생하십쇼.”
전화를 끊고 피던 담배도 끄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을 때. 음식이 거의 그대로인 상 앞에 신이가 무릎위에서 잠든 혜빈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잠들었어?”
“네. 밥 먹고. 울다가 잠들었어요. 소화 안 되는데.”
“괜찮아. 그 나이 땐 철도 씹어 먹어도. 당신은.?”
“.네?”
“괜찮냐고.”
“저야. 에휴.”
“.방금 한 선배랑 통화했는데. 혜빈이가 중국에서 적응을 잘 못했나보더라고. 말도 안 통하니까 더 그랬겠지만. 그리고 음식을 억척스럽게 먹는건. 일종의 버릇 같은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버릇이라뇨?”
“. 새 엄마나 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할 때. 가끔 아이들이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그런다고 하더라고.”
내 말에 신이는 한 번 더 눈망울을 적시며 혜빈이를 내려다본다.
그 날의.
강한상이란 놈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며 스스로 요분질을 치던 여자의 모습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답지만 너무도 평범한 엄마의 모습처럼 연신 사랑스러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가를 촉촉이 적시기 시작했다.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갑자기 안방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혜빈이가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강한상일 줄 알았던 번호의 주인은 내 기억이 맞다면 회사의 번호가 확실했다. 앞자리는 회사에서 쓰는 번호였고 뒤에 4자리는 낯선 번호였다.
“여.여보세요?”
[진태규씨?]
“네? 네. 접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밤 늦게 죄송합니다. 전 구승민 비서라고 합니다.]
“네? 구. 아! 네.”
[실례인 줄 알지만 혹시 지금 시간되시겠습니까?]
“지금요?”
구승민 비서라고 하면 분명 우리 회사 사장의 개인 비서로 알고 있었는데. 이 늦은 시간에 왜 갑자기.
“과장님. 저 오늘 조퇴 좀 하겠습니다.”
“뭐!?”
평소보다도 더 지랄 같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날 노려보는 우리 과 과장의 모습이 오늘따라 귀엽게 보인다. 아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품에 사직서를 품고 있는 회사원들이라면 아마도 지금의 나와 같은 심정으로 상사의 불평불만과 잔소리까지도 귀엽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조퇴? 어디 아파?”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겨서요.”
“중요한 일이 뭔데?”
“제 사생활입니다.”
“.”
“아니면 이 사.”
“진짜 막 나가는구만.”
“.사직.”
“이제 상사라 이거지!?”
“서. 네?”
“자네 진짜 음흉한대가 있어. 왜? 갑자기 승진하니까 연차도 눈에 안 뵈나 보지!?”
“.”
“조퇴를 하던 휴가를 가든 마음대로 해! 참나.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진급을. 쯧쯧. 회사가 망하려고 작정을 했지.”
과장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난 멀뚱히 서 있기만 했었는데.
“조퇴 하려거든 오늘 배속 받은 총괄부로 가서 하라고!”
“배.속이라뇨?”
“이 사람이 진짜. 지금 나 놀리나!?”
“아.아닙니다. 제가 왜 과장님을. 배속이라뇨. 갑자기 배속이라고 하셔서.”
“쯧쯧쯧. 이런 얼빠진 친구를 뭔 생각으로.”
결국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온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던 난 출근길에 로비에 사람들이 모여 벽에 걸린 뭔가를 보며 웅성거리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로 내려가게 된다.
-공고-
영업부 대리 진태규는 201X년 00월 00일부로 총괄부 차장으로 임명함.
공고문의 형식조차 파괴하고 적혀 있는 짤막한 글귀에 난 내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고 비비길 반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리가 없었다. 거의 밤을 새다시피 고민을 했고 결국 사직서까지 만들어 칼을 품듯 양복상의 안주머니에 넣어 왔는데.
어제저녁 날 꺼지라고까지 했던 우리 회사의 대표인 김찬 사장.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내가 했던 기억 중에 날 승진 시킬 명분도 이유도 찾을 수 없었기에 더 혼란스러운 인사이동이었다.
분명 어제 전화를 끊고.
“누구에요?”
“응?. 구비서님.”
“구비서?”
“신이야.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네. 혜빈아 우리 침대 가서 자자.”
혜빈이를 안고 일어난 신이가 안방으로 걸어간다. 셋이서 자기엔 좁은 안방이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갑자기 사장 비서라는 사람에게 이 시간에 전화가 걸려온 것도 이상했지만 그건 곧 사장이 날 부른 것이었기에 더 한 의혹으로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중대기업도 아닌 우리 회사였지만 분명 사장이 직접 직원을 불러 만나는 일은 거의 드물었고, 그것도 이 늦은 시간은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임에는 분명했지만. 우선 양복을 차려 입고 서둘러 나가게 된다.
구비서가 문자로 보낸 주소에 도착한 난 고급스러운 한옥집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요정집? 방석집?
아직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게 양복을 입고 있던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진태규씨?”
“네?.네.”
“김찬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날 안으로 안내한 남자는 고풍스러운 한지가 잘 어우러진 옛 문 앞에서 인사를 구십 도로 하곤 다시 밖으로 나간다. 어리둥절해 하던 난 깊은 심호흡을 한 번 내쉬곤 한지와 나무 살로 이뤄진 여닫이문을 어색하게 노크를 하곤 천천히 연다.
“어서 오게.”
“아.안녕하십니까.”
“앉지.”
“네?.네.”
자리에 앉던 난 의외의 인물에 한 번 멈칫 하게 된다.
조사무관.
조진민 사무관이 내 회사의 사장과 독대를 하고 앉아 있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앉은 자세 그대로 자리에 앉으려다 얼어붙든 멈춘 내게 인사를 하는 조사무관이었다.
“아.안녕하세요.”
“김태규 과장이라고 해서 난 또 누군가 했잖나. 구비서 시켜서 찾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하하하. 사람이 살다보면 가명을 쓸 수도 있죠. 성까지 바꿀 줄은 예상 못했지만. 하하.”
“그래도 그렇죠. 전 저희 직원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하하하.”
무슨 얘길 나눴기에.
우선 분위기를 살피며 조사무관이 내준 바로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둘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건 들어올 때부터 느꼈던 분위기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조사무관이 얘길 한 내 존재에 대해 결코 회사 내에서까지 알려질 필요성도, 중요성도 없었기에, 아니 오히려 실이 되면 실이 됐지 득이 될 리 없다는 내 판단에 둘의 관계를 더 조심스럽게 유추하며 경계를 하게 된다.
“이 친구야. 그렇게 발이 넓었으면 진작 찾아와서 소스 좀 줄 것이지.”
“네? 소.스라뇨.”
“하 이 친구 좀 보게 음흉하기까지 하네. 하하하하.”
“사회생활을 잘 하는 거죠.”
“그런데. 두 분이 어떻게.”
“어떻게 알긴. 우리 회사도 행자부 기업발전 위원회 소속 아닌가. 아! 정확히는 내가 위원회 소속인가? 하하하 조사무관님이 거기 이사직도 겸하고 계시는데. 돈독한 사이가 아닐 수 있겠냐고! 하하하하.”
“.네.”
“그것보다. 자네야 말로 어떻게 한방애에 일원이 된 거야?”
“한.방에요?”
“이 친구가 끝까지 모른 척을 하네. 나한테까지 그럴 필요 없다니까!”
“진태규씨가 사회생활을 잘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시끄러워봤자 좋을 거 하나 없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건데. 이런 친구가 있어야 믿음이 가고 모임이 활성화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한방애모임.
한방애.
한방에.게이트.
지금 순간 머릿속을 복잡하게 교차해 지나가는 단어들 중 현민이로부터 들었던 한 단어가 생각이 난다. 강한상의 아버지라는 사람의 죽음과 연관이 있던 한방에게이트.
게이트라는 건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을 명치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한방에 게이트라는 건. 이 사람들이 말하는 한방애라는 조직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말하는 것일까? 현민의 조사에서도, 그리고 내가 따로 조사했던 어떠한 문건이나 인터넷에서도 한방애라는 모임의 명칭은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명칭만을 사용해 한방에게이트라 명하고 사용했던 그 사건의 이름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번 회장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우려 섞인 말들도 많았지만. 사실 그의 선대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물갈이를 할 때가 됐죠.”
“그래서 말씀드리는데. 저도 이번 기회에 좀.”
“하하하하.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니까요.”
“그래도요. 조진민 이사님이 힘 써주신다면 어렵지 않다는 걸 제가 모르겠습니까!”
“허.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차라리. 이 친구한테 부탁들 해보시죠.”
“하하. 그렇지 않아도 그 이유로 이 시간에 이 친구를 부른 겁니다. 이 친구라면 당연히 절 위해 힘 써주겠지만. 어디 그게 혼자 힘으로 되겠습니까. 저도 듣는 귀가 있고 눈이 있습니다. 한방애란 조직이 얼마나 힘이 있고. 강의원님이 그렇게 되시고 나서 망했다는 소문이 퍼지더니 이번 리더가 된 사람이 어린놈이라고. 그런데 정작 그 어린 리더를 깔보던 사람들이 전부 망하거나 떨거지가 됐다는 것도 다 듣고 앉아 있다 이겁니다. 그런 조직이 어디 양지로 들어나기나 합니까. 이런 기회를 잡은 게 저한테는 천운인데. 쉽게 놓칠 순 없지 않겠냐고요.”
“허. 이러시면 제가 곤란한데.”
내 예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아니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꼭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현민이 몇 번이나 말을 했던 강한상의 인맥도. 그리고 신이가 내게 몇 번이나 강조하며 한상이에 대해 말을 했던 얘기들도. 현실로서 내 귀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그런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 남자가 갑자기 왜 내게.
나와는 사는 세상이 다르다 생각했지만 이정도일 줄 몰랐던 남자가 왜 내게 이런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는 게임이란 걸 제안해 귀찮은 일을 벌인 것일까? 라는 의문이 내 머릿속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네 표정은 왜 그런가?”
“.네!?”
“얼굴이 창백한데. 혹시.”
“.”
“자네도 내가 한방애의 가입조건에 미달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고.”
“그럼?”
“.”
“.이 친구 내가 진짜 마음에 안 드나보네.”
“그런 게 아니고 지금 나누시는 대화가. 솔직히 좀 거.북스러워서요.”
“뭐? 거북스럽다?”
난 내 솔직한 심정을 얘길 하지만. 김찬 사장의 눈에는 내 뜨끈미진한 행동이 결코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 듯 금세 표정을 바꾸며 굳어진 얼굴을 감추질 못 했다. 그러나 그런 사장의 표정변화까지 신경 쓰기엔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처음 한방에게이트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강한상의 존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했다는 후회감에 내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아오디라는 고급 외제차를 선뜻 선물로 줄 정도의 재력과 단 한 통화로 내 계좌에서 아무렇지 않게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인맥. 거기에 뒷세계와도 연줄이 있을 거란 신이의 경고까지.
조사한대로 단지 부모의 남겨진 후광을 빌어먹으며 아무런 빽도 없이 돈만 많은 놈이라고 하기엔 했던 행동이나 내게 보여줬던 인맥들이 모순투성이였다는 걸. 이제 와서야 깨닫게 된다. 아니. 신이란 존재 하나에 목을 매고 이 게임이란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던 나였기에 현민이 조사한 내용만을 듣고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지만.
“사장님.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강한상이라는 친구가 워낙 독단적이다보니.”
“그래? 그 정도야?”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사실 전 정식 회원도 아니고.”
“회원이 아니라니?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
“아닙니다. 조사무. 이사님한테 물어보셔도 아시겠지만. 정말 정식 회원이 아닙니다.”
“회원이 아니긴. 아. 그러고 보니 입회원부에서 못 보긴 했지만. 강한상 그 친구가 개인적으로 소개를 해 줄 정도면 이미 모임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지.”
“그것 보라고! 그런데 이사님. 그 강한상이란 친구 말입니다. 듣기론 전 대표님의 후자라고. 하던데. 어떻게 지금의 리더 자리까지.”
“음. 어차피 이제 한 가족이 될 분이니. 김과장 맞지? 김찬 사장님도 우리 회원에 추천 할 거지?”
“네?. 제게 그럴 권한이.”
“허. 이 친구. 다음 모임엔 벌써부터 자네를 꼭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는데. 자꾸 이러긴가?”
“.”
그 날의 조사무관하고는 완전히 딴 사람처럼 느껴진다.
말수가 극히 적다 못해 과묵함이 무기인 듯한 남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김의원이라는 남자보다 더 수다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될 정도로 내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능글맞고 허세부리기 좋아 보이는 권력주의의 표본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 친구 때문에 이전의 모임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이 친구가 등장하고 나서 처음으로 강군이 당황하는 표정을 봤다는 거 아닙니까!. 완벽주의에 냉정하기로 소문난 강한상이란 친구가 똥 씹은 표정을 짓는데. 겪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김찬 사장님도 같이 어울리시면 강한상이란 친구 때문에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손수 경험해 보실 겁니다. 차라리 이 모임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할 때가 있다니까요.”
“네? 소문으로만 퍼진 한방애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면 벌써부터 몸 사리게 되잖습니까.”
“하하하하.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사실 강한상이란 친구가 실권을 쥐고 있지만 그게 어디 그 친구의 능력 때문입니까? 장부를 관리하던 지 아버지의 일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스란히 물려받는 꼴이 돼버려서 그런 거지. 거기다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설쳐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배알이 꼴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말입니다.”
“음. 그래도. 이 세상은 정보와 돈이 전부 아닙니까. 한방애란 조직 자체가 그런 비밀조직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데. 능력이 안 되면 진즉에 쫓겨났겠죠.”
“그거야. 강군이 철두철미 하다는 건 전부 인정하고 있지만 그것도 요즘은 약발이 떨어진 듯 하니까 문제죠.”
“약발이 떨어지다뇨?”
“요즘 내외부적으로 말들이 많습니다. 1년. 전부턴가? 갑자기 자기 위주로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질 않나. 잠수를 타질 않나. 아무리 젊은 객기에 막 말을 할 수도 있다고는 해도. 요즘은 그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과격해지기도 하고요.”
“허.”
“그래서 제가 김찬 사장님을 좋게 보고도 함부로 말씀을 못 드렸던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응? 뭔가?”
“조이사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게 많은 분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난 한 가지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조사무관이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사장이 날 이 늦은 시간에 부른 이유까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그들의 용건과 목적을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고 그 추측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화에 끼어들어 미끼를 걸어 낚싯대로 물가에 파장을 일으켜 보려 한다.
“.”
“.”
내 예상대로. 둘의 대화는 순간 멈추며 서로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곤 그 시선을 이내 내게 옮긴다. 생각지도 못 한 내 말에 누구보다 당황한 건 조사무관이었고 그런 조사무관의 눈치를 살피며 김찬 사장도 긴장을 하는 듯 보였다.
이 둘은 지금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하.하하하하. 이 친구가 농담도 잘 하네.”
“.”
“설마 조직의 3규칙을 어길 셈인가? 조직의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요소는 철저히 제거한다!”
“규칙이라고요? 오히려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뒷다마를 하시는 게 조사무관님 같으신데요.”
“하. 이 친구. 강군하고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았더니.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나보군.”
“저기. 잠시만.”
불쾌감을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한 조사무관 앞에서 일어난 김찬 사장이 날 밖으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