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시 동안의 침묵.
누운 개구리처럼 다리를 ㅇ자로 벌린 채 자지를 발기시키는 내 꼴이 우습기도,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고통은 정말 사실이었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어이없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는 신이의 시선을 피하고 만 있다.
“참나. 난 진짜 터진 줄 알았네.”
“.진짜. 아팠다. 뭐.”
“아픈 사람이!. 에휴. 빨리 청소나 도와요.”
“.”
“뭐해요! 일어나요!”
“나. 진짜 아파.”
“흠. 아프다고요?”
“.응!”
“진짜! 아프게 해드려요?”
“응? 진짜라니까. 나 진짜. 으으으윽윽!자.잠깐!”
기차놀이? 경운기놀이?
이 걸 뭐라고 하더라.
갑자기 신이가 내 두 발목을 잡고는 자지를 발바닥으로 있는 힘껏 짓누르기 시작한다.
“아아악!.타.타임! 탐모! 스탑!”
“왜요!? 말짱하구만. 어라! 요게 미쳤네. 아프다면서 더 커지네!”
“아악! 하.하지 마!”
“빨랑 일어날래요! 안 일어날래요!”
“아.알았어! 알았다고!”
난 그렇게 한 번의 쓰라린 고문을 당하고 나서야. 다시 팬티를 주워 입게 된다.
역시나 청소를 끝내야 마음이 평온해지는 여자인 듯 신이는 청소를 다 끝내고서야 욕실로 향하다 말고 축 처진 어깨로 소파에 앉은 날 측은하다는 듯 바라본다.
“나. 힘들다고. 또 뭘 시키려고 그러냐.”
“씻.겨 줄까요?”
“응?. 씻겨 줘?”
“응.”
“.진짜? 정말?”
“. 먼저 들어가요. 옷 벗고 들어갈게요.”
“진짜지! 오키! 크크.”
1초맨처럼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런닝구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고는 욕실로 뛰어 들어갔고 이내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샤워기로 적시기 시작한다. 휘파람까지 불며 곧 들어올 신이를 위해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의 온도를 맞추는데. 신이가 좀처럼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신이야?”
문을 빠끔히 열어 거실의 동향을 살피는데. 신이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불안감이 순간 스쳐지나가는 어쩔 수 없는 본능에 신이의 얼굴을 살피는데. 통화를 끝낸 신이가 날 쳐다보며 멋쩍은 미소를 보낸다.
“누구야?”
“오늘은. 혼자 씻어요.”
“뭐? 왜?”
“한상씨에요. 지금 오라고 하시네요.”
“지금?”
순간 고민을 한다.
신이를 붙잡을지. 아니면.
“지금 가야 돼?”
“.네.”
“.”
“미안해요.”
사과의 한마디만을 남겨둔 채 신이는 벗던 옷을 다시 입고는 안방으로 걸어간다.
힘으로라도 신이를 막는다고. 이 게임이란 게 달라질 리도 없었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 계약 된 룰을 부탁으로 변경한 내가 신이를 막을 권리란 게 있는 질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게 권리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를, 권리라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며 냉수로 샤워기를 조절하곤 달아오르는 머리를 그대로 가져다 식히기 시작했다.
대충 몸을 씻고 나온 거실은 방금 전의 신이란 존재의 부제를 너무도 크게 말해주는 듯 고요한 적막감마저 흐르고 있었다.
“어쩐 일이세요? 김선배.”
정말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의 무료함을 단숨에 깨버린 건 한통의 전화였다.
[모임에 관해서 공지할 게 있어서.]
“공지요?”
또 어이없는 이유를 가져다 붙여선 자기 위주로 바꾸려는 김선배의 통화일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하긴. 호랑이가 없어지면 여우가 날뛴다고 하더니. 한선배가 떠날 이 마당에 김선배가 이 모임의 주도자 몫을 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런 봉사모임에 주도자나 리더란 게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슨 공지요?”
[오늘부로 해산해야 될 거 같다.]
“해산이라뇨!? 갑자기 무슨. 잠시 만요.”
사무실 안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서둘러 사무실에서 나와 길게 한숨을 들이쉰 후 또박또박 김선배의 말을 물어보려 마음을 다진다.
“이것보세요. 진짜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한선배님이 자리를 비우신다고 해도 김선배가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 모임에 주최가 왜 김선배인것처럼 구시는데요!? 차라리 형수님한테 리더자리란 걸 넘겨.”
[위에서 무슨 공문이 내려왔다나 봐.]
“네?”
[위생상태 불량, 보육 상태 불량. 또 뭐더라. 하여튼 급하게 보육원 문을 닫아야 된다고 하더라고. 뭔 소린지 잘 몰라서 오늘 저녁에 보육원으로 찾아가기로 했는데. 원장님도 한숨만 쉬면서 벌써 결정이 난 거라고만 말하시더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갑자기 머릿속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런 점검을 언제 했어요? 그저께 갔을 땐 그런 말 못 들었는데.”
[몰라. 갑자기 암행 감산가 뭔가 나왔다는데.]
“그럼. 아이들은요? 거기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원장님 말로는 다 흩어질 거라고 하던데. 보통은 집행기간을 좀 주는데. 오늘 바로 분산처리 한다고 하더라고.]
“분산. 애들이 물건입니까!”
[나도 잘 몰라. 그냥 그렇다고만 전화를 받은 건지.]
“알겠습니다. 저도 더 알아볼게요.”
[알아보다니? 우리가 알아본다고 위에서 공문까지 보낸 일을 물릴 수 있겠냐? 그냥. 보육원이 없어지니까 모임을 해산하는 거지.]
“.”
[공씨하고 차씨한테는 네가 전화 좀 해줘라.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선 끊어 봐요.”
“이. 개새.”
통화를 끊자마자 전화번호를 찾아 누른다.
[띠리리링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리리링]
신호만 울릴 뿐. 통화는 연결이 되질 않는다.
“이 개새끼야!”
‘꽝!’
소화전이 찌그러질 정도로 발로 걷어차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가 양복 상의에 있는 자동차 키를 꺼낸다.
‘띵똥띵똥!’
‘쾅쾅쾅! 쾅쾅!’
“야! 강한상! 야! 나와 이 새끼야!”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고 문을 주먹으로 소리 나게 두드려도 인기척조차 없었다. 화를 못 참고 발로 문을 차기까지 하는데도 안엔 아무도 없는 지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게 된다.
“어이! 어이! 아저씨!”
“.?”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내 등 뒤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경비 아저씨였다.
“아저씨! 여기 사는. 강한상이 어디 갔습니까?”
“한상씨? 딤점인지 딤솜인지 먹으러 간다고 어제 나갔는데.”
“딤점이요? 딤섬? 어제 나갔다고요?”
“그래. 어제 저녁에 나갔다고.”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명동? 아니면. 차이나타운으로 먹으러 간다고 하던가요?”
“보자. 여행 간다고 락 걸어 달라고 했는데.”
“락이요?”
“아! 광저우! 광저우로 간다고 했네!”
“광.저우요? 딤섬을 먹으러 중국 광저우로 갔다고요?”
“그래 이친구야. 광저우에 가서 딤섬인가 뭔가 먹고 홍콩에 들렸다 내일 온다고 하던데.”
“.”
“돈 많은 놈들이야 뭐 뭔 짓을 못 하겠나. 특히 121호 이 친구는 더 해. 젊은 친구가 뭔 돈이 그리 많은지 차도 두세 달에 한 번씩 바꾸질 않나, 뭐만 유행한다면 백화점 직원이 직접 배달까지 하러 온다니까. 쯧쯧 어떤 부모인지 모르지만. 아들놈이 저러고 혼자 사는데 아무 말도 안하나.쯧”
“내일 온다고요?”
“내일 온다고 했는데 나야 모르지. 갑자기 전화로 더 있다가 온다면 그런가 하는 거지 뭐.”
“어제. 갔다고요?”
“.이 친구가 귀가 먹었나. 몇 번을 말하게 하네.”
“알겠습니다.”
“자네 조심하라고. 이것도 가택침입이야! CCTV보고 아는 얼굴이라서 내가 올라왔는데. 다음엔 그냥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
곧바로 차를 돌려 보육원으로 향했지만,, 월요일의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많이 막혀 초저녁에야 도착하게 된다. 웃음소리와 함께 뛰어나와 반겨야 할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시간이면 으레 시끄럽게 조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호통을 치며 그런 아이들에게 훈계를 하고 있어야 할 원장님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삭막하기까지 한 마당을 지나 적막한 식당 안을 멍하니 쳐다보던 난 불 켜진 원장실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왔어.”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원장님이 잔뜩 기죽은 목소리로 날 반기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서류들을 다 꺼내놔서 좀 어수선 한데. 커피라도 한 잔 타줄까?”
“김선배는요? 다른 사람은 안 왔어요?”
“왔다 갔지. 그냥 가라고 했어. 뭐 좋은 일이라고.”
“애.들은. 어디로 갔어요?”
“다 흩어졌지 뭐. 시내 사립보육원하고 옆 동네 고아원하고. 뭐 이리저리 다 흩어졌지.”
“혜빈.이는요?”
“혜빈인 양부모가 먼저 데리고 갔어.”
“양부모요?”
“응. 사정 얘기하니까. 고민을 접고 와서 키우겠다고 하더라고.”
“.”
“다행이지. 서류절차가 좀 남았는데. 감사원에서도 그 정도는 눈감아준다고 하니 잘 된 일이지.”
“혹시.”
“응?”
“강한상.이라는 남자가 데리고 갔습니까?”
“강한상? 아니.”
“그럼요?”
부정을 하는 원장님의 목소리에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확인하듯 재차 묻게 된다.
“이건 말해주면 안되는데. 한씨. 알지.”
“한씨. 한선배요?”
“응. 한씨 부부가 자네만큼이나 혜빈이를 예뻐했잖아. 첫 번째 아이가 그렇게 되고 나서 많이 망설이다가. 보육원 사정 듣고 그 고민을 결심으로 바꿨나 봐. 오늘 절차 끝내고 데리고 갔어.”
“아. 다행이다.”
“응. 다행이지.”
“.죄송해요.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그런데.”
“아니야. 다행이지!. 그럼 다행이지.”
“그런데 무슨 감사가 이렇게 예고도 없이 나옵니까? 아니. 암행감사라고 해도 보통은 보아지시정도만 때리는 거 아니에요?”
“글쎄. 내가 또 위에 워낙 못 보였어야 말이지. 내가 또 위에서 만날 작성하라는 서류 같은 걸 질색하잖아. 컴맹한테 뭔 메일인지 뭔지를 하루 걸러서 보내라고 하질 않나. 닭 키우지 말라고 해도 우리 닭은 건강하다고 키워도 된다고 화를 내서 그랬나. 텃밭에서 키우던 야채들하고 같이 검사를 받으라는데. 솔직히 그 검사란 걸 어디서 어떻게 받는 질 알 수도 없고. 에휴. 애들이 엄마 잘못 만나서 고생만 하네.”
“원장님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러세요. 애들한테는 싱싱한 게 최고라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텃밭 가꾸시고 닭 같은 걸 같이 키우면서 아이들한테도 책임감을 길러줘야 된다고 하시면서도 항상 뒤처리는 혼자 다 하셨잖아요.”
“에휴.”
“영업.정지가 아니고. 정말 폐쇄에요?”
“응. 된통 걸린 거지 뭐.”
“말이 안 되잖아요. 원장님처럼 월급까지 다 털어서 애들한테 받치는 사람이 뭘 잘못했다고.”
“서류. 가 하나도 안 돼 있다고 하니까. 그 사람들한테는 다른 건 필요 없데. 요즘 시대에 CCTV도 없는 시설이 우리밖에 없다나. 이참에 쉬면서 콤퓨턴가 뭔가 좀 배워야지. 잘 됐지 뭐.”
말끝을 흐리는 원장님의 목소린 물기로 젖어들고 있었다.
항상. 억센 아줌마처럼, 엄마처럼 호통만 치던 원장님의 이런 나약해 보이는 모습이 날 더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나 때문인 듯. 나로 인해 발생한 모든 일인 듯 죄인처럼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물을 참게 된다.
“죄송.해요.”
“응?. 태규씨가 뭐가 죄송해? 그런 말 하지도 마! 내가 괜히 더 미안해지니까.”
“죄송해요. 제가 더 알아볼게요.”
“됐어. 괜히 미련만 남으면 가슴만 더 아파. 태규씨도 얼른 집에 돌아가. 밤도 늦었네.”
“.식사 하셨어요?”
“응. 난 먹었으니까. 아무것도 없어서 밥 먹고 가라는 말도 못 하겠다. 얼른 가.”
“.네.”
보육원에서 나온 난 좁은 골목길에 차를 세우곤 조용히 시동을 끈다.
고요한 침묵만이 남은 차안에서 몇 번이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옆 자리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데시보드에서 또 다른 하나의 폴더 핸드폰을 꺼내 조용히 만지작거리다 차에서 내려 후미진 골목길의 한 족 구석으로 걸어가 전원버튼을 길게 누른다.
경쾌한 시작음이 어둠속을 밝히는 파란 화면과 함께 내 얼굴을 비춘다.
잡다한 기능이 아무것도 없는 구형 핸드폰을 켜고 그 핸드폰에 고무줄로 같이 묶여 있던 종이쪽지에 적힌 번호를 보며 버튼을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나야.”
[태규냐?]
“그래.”
[이제 전화를 하냐. 한참 기다렸다. 그런데 이거 작동은 되네. 이런 핸드폰은 거의 18년 만에 보는 거 같아서 망가진 줄 알았는데.]
“청계천에서 구하느라 힘 좀 들었어. 그런데 얼굴은. 좀 괜찮냐?”
[너 같으면 괜찮겠냐? 짜고 치는 고스톱도 손발이 맞아야 딱딱 맞게 치지. 내 이빨 어떻게 할 거야! 하여튼 적당히를 몰라요 적당히를! 아무리 예고 없이 진행했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을 죽일 작정으로 패냐!]
“미안해. 알면서도. 진짜 같으니까 힘 조절이 안 되더라.”
[너 때문에 그 친구 입 막느라고 돈이 얼마나 들어간 줄 아냐! 하여튼 내가.]
“다 갚을게.”
[갚을 능력은 되고!?]
“.내가 부탁한 건. 어디까지 알아 봤어?”
[아!. 그 새끼가 주로 이용하는 은행이 코리아은행인데. 예상대로 거기에 개인 금고가 있더라고.]
“그래?.”
[그런데 열쇠는 어떻게 하려고? 네 말대로 목 짤릴 각오하고 부장님 연줄로 다릴 놓긴 했는데. 그게 말처럼 들어간다고 쉽게 열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 거기다가 그 새끼 연줄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더만. 그건 어떻게 처리하려고? 의사에 변호사, 검찰, 국회의원까지. 어린놈의 새끼가 제대로 물었더만. 계획대로 된다고 해도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러냐?]
“똑같이 해줘야지.”
[뭐? 똑같이 해주다니?]
“그건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고. 해빈이는.”
[그건 좀 더 손을 써야겠더라. 이게 은행보다 더 골치 아프던데.한상이 새끼가 보통 꼬아놓은 게 아니더라고.]
“혹시. 중국 쪽으로 보낸다는 얘긴 없냐?”
[어! 그걸 어떻게 알았냐? 그렇지 않아도 입양 얘기 나오는 거 같던데.]
“그 어린 것을. 마음대로 입양을 시킬 수 있는 거야? 아무리 한상이 새끼가 인맥이 뛰어나도 그렇지.”
[그러니까 아까 얘기했잖아. 어마어마하다고. 해빈이 정도야 서류상으로 완벽하게 세탁하는 건 일도 아닌 거 같더만. 뭐.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그래. 고맙다. 힘 좀 써주는 김에. 끝까지 좀 부탁할게.”
[알았다. 그런데 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는 건. 결심을 굳힌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지?. 괜찮겠냐?]
“.”
[이제 시작이야. 준비 기간만 삼주 넘게 걸릴 텐데. 정말 괜찮겠어?]
“응. 견뎌야지. 견디는 건 내 특기잖아.”
[그럼 진행한다.]
“그래. 그리고.”
잠시 동안 소리를 죽여 심호흡을 하곤 그때 못 했던 얘길 조심스럽게 꺼낸다.
“사정 안 좋으면 얘길 하지. 왜 얘길 안 했냐. 괜히 무리한 부탁한 거 같아서 더 미안해지잖아.”
[됐어 새끼야! 내가 개인파산을 했으면 했지! 친구 돈 때문에 눈 시퍼렇게 뜨고 날름 할 기회만 노릴 정도로 타락한 새끼로 보이냐? 그리고! 너나 잘 해! 이 븅신아! 얼마나 칠칠치 못하면 가장 중요한 걸 걸고 게임이나 하고 자빠졌냐! 누가 누굴 동정해 이 븅신 같은 게! 크크크 어차피 난 망했으니까. 돈 들어가는 거 빼고 있는 힘껏 뒷바라지 할 테니까. 너나 정신 똑바로 차려!]
“.고.맙다.”
[지랄한다. 나 땡전 한 푼 없으니까! 치료비나 대 새끼야!]
통화를 끝내고 다시 전원버튼을 길게 눌러 핸드폰을 꺼버리곤 잠시 동안 시골의 찬 밤기운을 눈을 감고 찬찬히 느껴본다. 이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이제야 마친 자신에게 원망까지 하며 정신을 가다듬기 위한 마지막 심호흡을 하듯 차가운 공기를 폐 속까지 들이마시며 숨을 몰아쉬게 된다.
“띵”
화요일 저녁 9시.
장미 무늬가 화려한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기다리던 두 남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앞에 걸어오다 말고 흠칫 놀라 발걸음을 멈춘다.
“어. 형님?”
“태규씨.”
“딤섬은 맛있던?”
“네? 아 이 경비 안 되겠네. 남의 사생활을 아무한테나 막 말해줘도 되나? 당장 인터폰으로 그 경비 잘라버리라고 해. 윽!”
‘퍽’
주먹에 느껴지는 고통이 이렇게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걸.
이혼 후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다닌 이종격투기체육관에서의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수없이 두드렸을 땐 전혀 느낄 수 없는 불쾌감이 내 주먹에 전해진다. 사람 얼굴에 있는 광대뼈로 전해지는 주먹의 타격감은 연극을 하던 도중 신이의 모습에 광분했던. 잠시 연극을 잊고 죽자 살자 패던 그 감촉과는 전혀 다른 감촉으로.
처음부터 기회를 노리다 준비하고 친 타격감은 전혀 다른 고통을 내 주먹에 안겨준다.
‘쿵!’
“악! 한.한상씨! 당신 지금 뭐하는 거예요!”
뒤로 날아가 엘리베이터 문에 나자빠진 강한상의 모습에 깜짝 놀란 신이가 한상을 감쌌고, 곧 날 노려보며 큰 소리를 지른다.
“하. 이게 뭡니까? 제가 한 번만 참는다고 분명히 얘기 했을 텐데요. 이번엔 저도 못 참겠네요. 함 제대로 뜨까요?”
“쥐를 몰 때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몰라고 했다.”
“.또 뭔 헛소리입니까?
“넌 보육원은 건드리면 안 됐어. 아니. 나를 상대로 뭔 짓을 하던 상관없는데! 네 눈에는 내가 아무리 지렁이같이 하찮게 보여도. 세상에는 건들지 말아야할 지렁이들도 많다는 거. 그 지렁이들을 다 밟아 죽이면. 땅이 죽어가고, 땅이 죽으면 너 같은 기생충새끼들도 살지 못한 다는 걸. 내가 똑똑히 보여주마.”
“지렁이?.무슨 헛소리냐고. 뭐 잘 못 드셨나.”
“보육원이라뇨?. 보육원이 왜요?”
“.”
“한상씨. 지금 저이가 말하는 보육원이란 게. 제가 알고 있는. 그 보육원을 말 하는 거예요?”
“무슨 보육원을 말 하는데! 너랑 방금까지 중국에 있다 왔는데 저 헛소리를 믿는 거야? 와 진짜 열받네! 뭔 보육원이요!”
“보육원 일을 모른다고?”
“미치겠네. 형님! 게임이 하기 싫습니까? 아니면 질게 뻔하니까! 이제 와서 술수라도 쓰시려고요!?”
“정말 보육원 일을 모른단 말이지!?”
“어어. 분명히 한 번 만 참는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보육원을 폐쇄한 게 네가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 원장이란 여자한테 물어보라고! 생사람을 잡아도 유분수지 이게 뭔 짓입니까! 여행 다녀오자마자 주먹부터 날리는 인사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냐고!”
“너답지 않게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뭐.?. 그럼 다짜고짜 한 대 맞았는데. 진정할 놈이 어디 있습니까!
“원장이. 여자란 건 어떻게 알았어요?”
“뭐!?.”
“.”
신이의 놀라 떨리는 목소리에 순간 적막이 복도를 뒤덮었다.
강한상이 놈답지 않게 당황한 기색을 잠시 드러내지만 역시나 강한상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
“참. 너까지 날 안 믿냐? 내가 형님이 봉사활동이랍시고 보육원에 한 달에 한 번씩 다녔다는 걸 몰랐겠어? 이 천하의 강한상이!? 그리고.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한테 와서 무릎이라도 꿇어야 되는 거 아닌가? 폐쇄라고 했습니까? 그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형님이 무릎을 꿇고 빌기라도 한다면 제가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 못하셨습니까?”
“아니. 됐다. 너 같은 새끼한테 무릎을 꿇고 빌 정도로. 비굴하지도 다급하지도 않아. 게임하자.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을 다 끝내고. 그때 다시 얘기하자.”
“허. 뭐야. 난 또 그 보육원이란 곳에 각별히 애정을 담고 있는 줄 알았구먼. 그것도 아니셨나보네요.”
“태규씨 가요. 집에 가서. 얘기 좀. 해요.”
“아니.”
“네? 아니라뇨?”
“오늘은. 화요일이야. 내일 와. 룰대로. 당신은 오늘까지 저 놈하고 지내는 룰이잖아. 내일 집으로 와.”
“.”
“.하하하하하하. 그렇죠! 룰이 중요하죠. 진짜 즐길만해졌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신이를 남겨두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다.
곧바로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천천히 닫히는 문틈으로 흔들리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신이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한다.
일이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오늘도 난 출근을 해 업무를 본다.
신이는.
한상의 얼굴을 후려갈긴 다음 날인 수요일에 날 찾아오질 않았다. 게임의 룰과 예정대로라면 당연히 내 집에 찾아왔어야 할 신이었지만. 그 후로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내 앞에 모습조차 보여주질 않았고 당연히 강한상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전화를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럴 의욕까진 들질 않았으며 화를 삭히며 냉정해지기 위해선 내게도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동안 업무를 보는 틈틈이 보육원이 있는 구청과 동사무소, 지방자치단체까지 찾아 전화를 걸어 봐도 역시나 적법한 절차와 규범에 맞는 틀 안에서의 감사였고 처치였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욕지거리가 다였다.
오늘도 답답함에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 한 대를 태우려 한다.
다시 피우게 된 담배는 매번 피울 때마다 내게 어지러운 현기증을 유발하며 자리에 앉도록 만들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박미지가 내게 다가와 작은 화장품 가방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담배도 피워요?”
“여직원들 중에 담배 피우는 여자 많아요. 다 몰래 숨어서 하니까 모르는 거지. 혹시 태규씨도 담배 피우는 여자 싫어해요?”
“아뇨. 저도 피우는데 여자건 남자건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죠.”
“역시.”
“.?”
“태규씨라면 그렇게 얘기 할 줄 알았어요.”
“.식사 안하세요?”
“다이어트해요. 선식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남은 에너지바 하나 가지고 올라왔어요.”
“네에.”
“저 저번 주에 모임은 어떻게 된 거예요? 한상씨한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취소 됐다고 하던데. 그리고 이번 주도 잠잠하고.”
“제가 부탁했었어요. 다음으로 미뤄달라고. 정확히는. 일요일에 신이를 제 집에 데리고 있겠다고 한 건데.”
“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를 해요?”
“네. 어떤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고요.”
“.”
“왜 그렇게 봐요?”
“저보고 경멸. 스럽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런. 게임을 어떻게 하냐고.”
“경멸이라는 단어는 사용 안 했죠!”
“그래도.”
“태규씨 보니까.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네? 괜찮겠다뇨?”
“그날 정말 좋았거든요. 태규씨랑 신이씨랑. 한때 좋아했던 남자하고 그 와이프였다는 여자하고 했던 행위를 얘기하긴 좀 웃긴데 어차피 나하고는 상관없는 관계가 됐구나라고 선을 긋고나니까 오히려 편하던데요. 태규씨도 그런 기분 아니에요? 한상씨하고 신이씨 사이에 껴서 즐긴다는.”
“그렇게 보여요?”
“아니에요?”
“맞죠. 지금 신이의 남자는 태규니까.”
“그래도 괴롭지 않아요? 아무리 이혼한 사이라고 해도 전 배우자가 다른 상대하고 그렇고 그런 걸 본다면 막 화가 날 거 같은데.”
“화는 나는데. 어쩌겠어요. 제 삼자라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괴로워해야 할 사람이 제가 아니고 한상이 아닐까요?”
“아 그러네. 하지만 둘 사이를 보고 있으면 완벽한 프리섹스를 위한 관계 같던데. 물론 신이씨를 끔찍이 위하는 거 같긴 하지만. 뭔가 어긋나 있다고 해야 할까? 여자의 직감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제 느낌에는 둘 관계가 좀 삐걱거리면서도 일방적이라고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던데.”
“착각이겠죠. 그제도 딤섬 하나 먹으려고 둘이서 중국으로 날아갔다 왔다는데.”
“네? 딤섬을 먹으러 중국을 다녀왔다고요? 여행이나 사업차 갔다가 딤섬을 먹은 게 아니고요?”
“.네.”
“와 진짜 로맨틱하다. 신이씨가 딤섬이 먹고 싶다고 했나? 한상씨 보면 저녁도 몸에 좋아 보이는 선식 같은 걸로 해결하던데.”
“부자들 머릿속은 저도 이해할 수 없어서요. 갑자기 먹고 싶어졌나보죠.”
“대에박! 나도 초밥 먹고 싶다고 한 번 졸라볼까? 혹시 일본으로 초밥 먹으러 갔다 올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하긴 신이씨니까 그런 대우를 받겠지. 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겠네요. 호호호. 아! 그런데 이번 주 토요일엔 몇 시에 출발할거예요?”
“출발을 하다뇨? 어딜요?”
“아직 한상씨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네.”
“저번 주에 미뤘던 모임이요. 한상씨가 태규씨 애인 역을 하라고 하던데. 최대한 야한 복장으로 같이 돌아오는 토요일에 태규씨랑 같이 모나리자 펜션으로 7시에 집합하라고. 어제 저녁에 연락 왔는데 못 받으셨어요?”
“.연락 오겠죠. 그런데 그 펜션에서 뭘 한다고 하던가요?”
“구릅섹스라고 하던데요.”
“구릅섹스요?”
“네. 초보들이 있어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 같은 것도 하는. 네 커플이 모인다고 하던데요.”
“.”
“무슨 일 있었어요? 태규씨 얼굴이 정말 안 좋은데.”
“아닙니다. 그럼 그 커플 모임이란 것에 신이는 한상이랑 커플로 참가하겠군요.”
“그렇겠죠? 우리가 커플이라고 했으니까. 커플처럼 놀아야겠죠?”
“.네.”
“그럼.음”
“.”
갑자기 박미지의 표정이 변한다.
요염한 듯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날 똑바로 쳐다보는 미지의 표정변화가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내키질 않았지만. 어차피 이 게임이란 걸 해야 한다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시 떠올리며 박미지의 그런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왜 그렇게 몸을 비비 꼬으세요?”
“으응. 우리 본게임 전에 좀 즐길까요? 권투에선 경기 전에 스파링 같은 걸 한다면서요.”
“.여기 서요?”
“음. 우리. 저기로 가요.”
미지가 손가락을 가리킨 곳은 계단이 있는 건물의 바로 옆 후미진 곳이었다. 안쪽엔 청소도구들을 보관하는 별도 창고가 있는 그곳으로 먼저 박미지가 힐의 또각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며 걸어간다.
‘삐삐삑삐 띠리롱’
문이 열리고 조용히 신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일주일만이다.
“왔어.”
최대한 평범함을 유지하며 머뭇거리며 들어오는 신이에게 인사를 한다.
“.네. 당신은 잘. 지냈어요?”
“잘 지낼게 뭐 있나.”
일주일 만에 날 찾아온 신이의 얼굴은 많이 초췌해 보였다.
그 초췌함이 강한상이란 인간과의 어떠한 육체적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본능적 느낌이 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이를 홀대하게 된다.
“조만간. 한상씨가 보육원 일에 힘 써준다고 했어요. 아마.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원상태?”
“네. 한상씨는 모르는 일이에요. 저랑 중국에 여행 다녀온 것도 사실이고.”
“그래.”
“정말이에요. 한상씨가 아무리 게임을 즐기고 승패에 연연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비열한 짓을 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겠지. 나가자.”
“네? 어딜.?”
“밥 먹으러 가자고. 오랜만에 창구 놈도 만나기로 했어.”
“창.구씨요?”
신이는 예전부터 창구를 싫어했다.
‘제 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처럼 신혼때부터 가장 많이 짓궂게 장난을 쳤던 것도 창구였고,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할 수 없는 성적 농담도 서슴없이 했던 게 창구였다. 그래서 창구놈 과의 만남을 결혼시절에도 신이는 싫어했다.
내가 창구한테 물이 든다나.
“옷. 갈아입을게요.”
“왜? 예쁜데.”
“.”
내 집에 오기 바로 전까지 강한상과 파티라도 벌이고 온 듯 보이는 신이의 복장은 가슴 윗부분부터 검은색 시스루로 된 긴 팔 원피스로 오늘도 신이의 잘 빠진 몸매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달라붙는 짧은 길이였고 그 시스루란 망사부위 부분이 등으로 이어져 신이의 엉덩이 바로 위까지 깊게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신이는 내 말을 듣고는 벗었던 검은색의 벨벳 하이힐에 마지못한 듯 다시 검은색 스타킹에 둘러싸인 맨들거리는 발을 다시 밀어 넣는다.
“어.디가요? 정말 옷 갈아입으면 안 돼요?”
“창구랑 미사리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 오랜만에 예쁜 모습 보여주면 좋잖아.”
“창구씨.는.”
“창구는 좀 그런가?”
“.아니에요.”
“와!”
“.”
“와.우. 진짜 와우다. 어떻게 이런 여자를 꼬셨냐?”
“글쎄다.”
“와 상지야. 넌 쨉도 안되네. 오늘 꽁으로 뛰어야 겄다.”
“흥! 내가 미쳤냐! 오빠 자꾸 그러면 나 집에 간다!”
“하하하 이 지지배는 뭔 말을 못해요. 그런데. 진짜 와우네. 안녕하세요. 이 친구의 베스트 프렌드인 고창구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와! 진짜 초 A급이네! 우리 어디서 만났었지! 진짜 어디서 봤는데! 혹시 세이노아? 갈대? 아니면 텐프로에서 봤었나!?”
“텐프로?. 미친놈. 그런데서 일하는 여자로 보이냐?”
“그럼 아니야!? 정말 일반인이야?”
이 멍청한 새끼는 정말로 내 마누라였던 한신이를 못 알아보고 있었다.
신혼 초 이후 몇 번 만나진 않은 사이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친구의 와이프였던 여자를 그런 곳에서 일하는 여자로 취급을 하다니.
하긴.
모든 여자의 매력을 얼굴보다 가슴과 엉덩이를 먼저 보고 결정하는 놈이 이 고창구란 놈이었으니. 빵빵해진 가슴과 잘록한 허리, 거기에 더 업 된 힙으로 변한 신이의 모습을 보고 쉽사리 내 예전의 아내를 떠올리기란 이놈한테는 더 힘들 것이다.
“넌 제정신이냐? 이런 초미녀랑 연애를 하면서 나한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
“아무리 양귀비처럼 예쁜 처자라도 품에 계속 안으면 심심해진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친구 중에 말로만 듣던 전생을 구한 놈이 있을 줄은 내 상상도 못했네!”
“잔말 말고. 여기서 가깝다고 했지?”
“.”
“왜? 또 무슨 이상한 말을 하려고 그렇게 똥 씹은 표정으로 쳐다보냐?”
“정말 관전만 할 거냐?”
“.”
“아니면. 우리 파트너 교환으로 두 쌍으로만 즐길까?”
“미친. 내가 네 좆만한 자지가 뭐가 궁금해서 파트너 교환을 하냐!”
“아 너 모르는구나! 나 튜닝 제대로 했잖아! 옛날 목욕탕에서 놀림 받던 내가 아니라니까!”
“튜인?”
“그래! 일명 인테리어! T자 링에다가 해바라기까지 아주 그냥.”
“T는 뭐고 해바라기는 뭐냐?”
“이게 안 보면 몰라요! 그리고 안 겪어보면 모른다는 말씀! 안 그냐 상지야!”
“그럼 뭐하냐고. 10분을 못 버티는데.쯧쯧”
“허! 이 년이 삐쳐가지고 헛소리만 하네. 야! 내가 언제 10분 만에 찍 했냐! 말은 똑바로 해야지!”
“아 네엡”
창구의 말을 비아냥거리며 받아치는 여자야말로 그 텐프로나 갈대란 곳에서 일하는 여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창구와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 대충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화와 복장. 상지라는 여자는 신이에 못지않게 짧고 달라붙는 스커트에 커다란 깃이 인상적인 얇은 언밸런스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일명 홀복이라 불리는 그런 복장으로 미사리의 카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야 이년아! 자꾸 비아냥거릴래!”
“누구부터 비교를 했는데! 나밖에 없다며! 확 언니한테 전화 걸어!?”
“야야야 얘가 왜 이런 다냐. 하하하하하. 알았다니까! 오늘 오빠가 찐하게 놀아줄게.”
“찐하게 놀아주긴. 어차피 허그에 가면 또 다른 년한테 정신 못 차릴 거면서.”
“에이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너부터 다른 놈하고 씹질 했잖아!”
“내가 언제!”
“저기. 쪽팔리니까 그만들 하고. 가자.”
“하하하하. 그나저나 진짜 아깝네.”
말을 하면서도 창구새끼가 신이의 전신을 스캔하듯 위아래로 음흉하게 훑어본다. 그런 창구의 시선은 내가 느끼기에도 노골적이었고 느끼할 정도로 징그럽게 느껴졌고 신이는 더 해보였다. 마지못해 그 복장 그대로 나를 따르던 신이는 차에서 내리며 들고 온 긴 가디건을 걸쳤고 그 가디건은 창구의 뱀 같은 집요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옷깃마저 여미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신이의 모습에도 창구의 노골적인 시선은 좀처럼 걷힐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결국 내 주먹이 창구의 어깨를 한 대 힘껏 때리고서야 그 시선이 걷히고 우린 이동할 수 있었다.
창구의 차를 뒤쫓아 우리는 남이섬 쪽을 지나 가평군청 쪽으로 향했고, 곧 펜션들이 모여 있는 숙박 촌을 지나 용초폭포란 간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반대편으로 이동해 카페들이 띄엄띄엄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일반적인 카페들과 다를 게 없는 건물에 차를 주차한 난 곧 일반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한 네온들의 간판들이 번쩍이고 있는 다른 카페들과는 달리 주차된 많은 차들에도 불빛조차 찾아볼 수 없는 횅한 건물의 희한한 풍경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건 신이도 마찬가지인 듯 차에서 내리다 말고 적막하고 어둑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날 쳐다본다.
“여기가 맞어?”
“크크크 걱정마라. 처음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게 여기 장점이잖아. 찌끄러기들은 거르고 알짜배기 회원들만 모이는!”
“알짜배기 회원들이 따로 있냐?”
“크크크. 이 형님이야 말로 알짜배기 회원이지! 따라 와라.”
이중문.
어둑한 자갈밭을 가로질러 문을 열고 들어가도 그 어둠은 사라지질 않았다.
어둠에 시각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안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문도 그냥 열리는 게 아니라는 걸 창구의 행동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창구가 아주 작게 빛나고 있는 붉은 점을 향해 뭔가를 꺼내 들어 보여줬고, 그제야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들리는 희미한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 그리고 매캐하게 코를 찌르는 담배연기의 냄새가 많은 사람들이 안을 채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강한상에게 끌려가듯 갔던 그 음란한 공간과는 뭔가가 다른 공기가 우리를 휘감고 반기기 시작했다.
좀 더 밝고 차분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강한상이 이끈 그 곳이 고급스럽지만 시끄럽고, 시끄럽지만 그래서 더 젊은 분위기로 나와는 맞지 않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던 공간이라면 이곳은 차분하면서도 뇌쇄적인, 하지만 이 뇌쇄적인 공간이 오히려 내겐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있다는 걸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3040대로 보이는 연인들은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뛰어나지도 않은 평범해 보이는 모습처럼 내게 보여졌다. 옷이 허름하거나 못났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한 것 멋을 부리고 나온 연인들도 있었고 섹시하게 차려입은 여자들도 보였지만 그건 그 섹시함속에서도 즐기며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 먼저 내 시선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형님! 늦었습니다!”
“왔노! 늦긴 이제 시작인데. 오 상지도 왔노. 니 오늘은 자중하래이! 저번처럼 술 꽐라돼서 올라타다가 오바이트 하지 말고!”
“아씨! 큰오빠는 또! 그게 언제 적 얘긴데 자꾸 그래!”
“크크큭 닌 벌써 소문 쫘악 났데이! 니 위에 올라타는 건 되는데, 아래에 깔리지 말라고! 신나게 올라타다가 그날 저녁 메뉴까지 확인하게 댄데이라고 키키키키”
“아씨! 진짜!”
“크크 야야. 저기 VIP석에 앉으래이”
“VIP석은 개뿔. 다 똑같구만!”
“크크크 주댕인 그만 털고 니가 앉는 곳이 VIP석 아니겠노! 가서. 어. 휘익. 누구신고?”
“아! 말씀드렸던 친구고요. 이 친구 애인이요.”
“휘익. 와따매. 디따 실한 가스나를 델고 왔네 그려. 와”
“실하면 뭐합니까. 오늘은 관전만 한다는데.”
“아따 아까 부러. 창구야. 잠깐 귀 좀 대 보래이!”
“네?”
둘이서 뭐라고 귓속말을 주고받고는 우리를 가리켰던 그 자리로 이끌었다.
자리라고 해봐야 이전부터 있던 유리테이블과 쿠션이 다 죽은 소파이긴 했지만 사람들에겐 그런 건 별 상관이 없는 듯 보였다.
“뭐라고 한 거야?”
“뭐가?”
“아까 그 큰형님이라는 사람하고 마리야.”
“아 너무 과하게 놀지 말라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면 사람들이 개, 돼지로 보인다더라.”
“돼지?”
“그런 사람 많거든. 호기심으로 왔다가 막상 뒤엉켜서 노는 거 보고 겪고 나서는 다음날 바로 후회하는 사람들. 괜히 좋은 친구 잃지 말고 적당히 즐기고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 쓰라는 거지.”
“자유롭네. 어느 정도 통제가 있을 줄 알았는데.”
“통제야 있지! 꼬장 부리거나 매너 없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커플은 무조건 강퇴야! 저 형님이 저렇게 순딩이로 보여도 한때 한 주먹 했었거든.”
“한 주먹? 깡패였어?”
“등에 문신이 아주 땟깔나게 그려져 있으니 뭐. 그래도 과거 얘기 하는 거 싫어하시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해라. 문신에 대해서 말해도 되지만.”
“그럼. 여기선 뭐하고 노는 거야?”
“똑같지 뭐. 노는 게 뭐 다를 게 있겠냐.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단지 노출이 좀 과하고 행동이 좀 노골적이면서 섹시하다고 해야 할까? 푸하하하하하하”
“섹시해?”
“보면 알아. 그보다 니 앤이나 간수 잘해 은근히 찝쩝대는 놈들 등장할 테니까. 매너는 있어도 충동조절까지는 쉽지 않은 게 본성 아니냐. 뭐 됐다고만 하면 형님이 무서워서라도 그냥 물러날 테지만.”
그제야 잠시 소홀했던 신이를 신경 쓰게 된다.
조용히 우리말에 귀를 기울이던 신이가 창구의 말에 무심한 듯 고개를 살짝 돌린다. 아마도 창구가 자신을 몰라본 이 상황이 오히려 신이에겐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날 다시 만나고 극도로 내 지인들을 피하는 신이의 모습과 창구의 이름들 들었을 때의 반응으로 신이가 이곳보다 창구를 만나러 온 그 카페를 더 싫어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위기 괜찮지?”
“.”
“자자 우리 한 잔씩 먼저 시작해야지!”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 챈 창구가 먼저 신이의 잔에 술을 따르며 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했다. 술잔에 채워진 맥주를 잠시 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신이의 행동에 건배를 재안하듯 잔들을 들게 만드는 창구의 제스처. 결국 우리는 분위기에 취해 한 잔을 다 비우게 된다.
“오 저긴 벌써 시작했네.”
창구가 가리킨 테이블에 나와 신이의 시선이 한 사람의 것처럼 같이 움직인다.
세 쌍의 커플이 자리 잡고 있는 그 테이블 위에 빈 술병을 빙그르르 돌다가 멈춘 방향에 한 남자가 옷을 벗고 있었다. 무슨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분위기로 알 수 있었던 나는 왜 갑자기 옷을 벗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더 뚫어져라 그 테이블을 쳐다보게 된다.
옷을 다 벗은 40대 초중반의 남자가 멋쩍은 듯 이미 상당히 커진 자지를 조물딱거리며 멀뚱히 서 있자 파트너로 보이는 여자가 그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후려갈기며 행동을 재촉한다. 결국 그 남자는 대충 치워진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개처럼 엎드린 채 고개를 푹 숙이기 시작했다.
알몸인데 검은색 양말과 구두만을 신고 테이블 위에 엎드린 그 남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되는데, 그 아래에 갑자기 손을 불쑥 집어넣은 한 여자가 다시 맥주병을 돌린다. 멈춘 맥주병이. 다른 한 남자를 가리켰다.
잔뜩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 뒤로 앉는 그 남자의 행동에도 응원을 하듯 소리를 지르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녀들의 행위는 그 남자를 더 당혹스럽게 만드는 듯 보였는데.
계속 된 재촉에 결국 그 남자가 일어나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지막 심호흡을 하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테이블 위에 엎드린 남자의 파트너로 보인 여자가 일어나선 그 엎드린 남자의 얼굴을 잡고는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걸린 남자가 그런 둘의 모습을 찬찬히 감상하며 보다가 마음을 굳혔는지 자리를 옮긴다. 엉뚱하게도 엎드린 남자의 뒤로 자리를 옮긴 남자. 그리곤 불쑥 손을 그 남자의 사타구니 속에 밀어 넣고는 덜렁거리는 자지를 잡아 꺾어 뺀다.
엎드린 남자의 자지를 손으로 잡고는. 구역질나는 표정으로 ‘우웩’이란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몇 번 더 망설이는데. 일행들의 재촉에 결국 허리를 숙여 그 남자가 엎드린 남자의 자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무.뭐하는 거냐?”
“크크크크 가만히 있어 봐!”
개처럼 엎드린 그 남자의 자지를 사타구니 사이의 뒤로 빼 물기 시작한 남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풍경에 오히려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 아홉 여덟 일곱”
발까지 동동거리며 그 숫자를 빨리 세라며 손을 위로 휘젓는 자지를 물고 있는 남자의 행동에도 오히려 카운트다운은 늘어지듯 길어지는데.
“둘 하나 땡!”
“우.우웩!. 웩웩. 야! 다시. 다시 해!”
남자가 헛구역질을 하며 뒤로 물러나 앉자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웃음소리들이 내 귀에 들려온다. 그 테이블을 감상하듯 지켜보고 있던 게 나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이 비밀모임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게 된 나였다.
창구의 말대로 그냥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그러나 강압이나 강제는 전혀 없는 이 자유로운 분위기에도 엄격한 룰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이네 테이블 두 개를 붙인 여섯 쌍의 커플이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곤 첫 번째로 지목된 여자가 아까처럼 옷을 다 벗고는 그 테이블 위에 엎드리자 두 번째로 지목된 다른 남자가 아까와는 반대로 기다렸다는 듯 여자의 뒤로 달려가 얼굴을 파묻기 시작했다.
여자의 허리가 위로 크게 휘는 모습과 함께 시작된 카운터.
남자는 여자의 자궁 속으로 아예 들어가 버릴 작정인 지 엉덩이를 있는 대로 벌리곤 얼굴을 파묻기 시작했고, 결국 여자는 팔에 힘이 빠진 듯 카운터 2에 얼굴을 테이블에 처박게 된다.
박수와 환호성이 들리며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 열기에 카페 안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묘한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 옆 테이블 남은 한 쌍의 커플은 이미 그 게임을 감상하며 서로의 음부에 손을 집어넣고 흔들어주고 있었다. 들썩거리는 여자의 엉덩이와 더 자극을 받은 듯 보이는 남자.
“윽!. 깨물지 마라!”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 난 이미 우리 테이블에도 그 분위기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창구놈의 사타구니에 상지란 여자가 허리를 숙여 얼굴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그 둘 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게 된 내 모습에 창구 놈이 오히려 신이 난 듯 상지의 머리채를 잡고는 더 빠르게 움직이는데.
상지란 여자가 그런 창구의 행동에 손을 뿌리치며 허리를 펴곤 욕을 한다. 그러나 그 욕이 악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곧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들러리도 아니고! 오빠야 음악 좀 바꿔”
“음악? 아 하하하. 오케이”
창구가 바지춤을 부여잡은 채 일어나선 카운터 같은 공간으로 가더니. 술을 마시고 있던 큰형님이라 불린 일행에게 뭔가를 얘기 한다.
그리고 또 바뀐 분위기.
잔잔하지만 신이 나던 비트에서 섹시하고 부드러운 선율로 바뀐 음악이 흘러나오자 약한 우리 테이블이 아닌 옆의 사람 없는 탄탄한 나무 탁자에 갑자기 상지란 여자가 올라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휘파람소리와 환호성.
이미 익숙한 듯 상지는 그 시선들을 즐기며 몸을 부드럽게 섹시웨이브로 흔들어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창구 놈이 같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저질 웨이브로 화답을 하기 시작한다. 쪽팔리다 는 단어가 세상에 아예 없는 듯 창구 놈은 자꾸 흘러내리는 바지를 놔둔 채 자지를 덜렁거리며 연신 상지의 흔들리는 엉덩이 골에 밀착하며 부비부비를 하는데. 갑자기 상지가 귀찮게 하는 창구를 뒤로 밀어버린다.
소파에 쓰러지듯 넘어진 상구의 발목엔 여전히 바지가 걸쳐진 채로 역V자를 그리며 처박힌 모습에 너무 웃겨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기 시작하는데. 신이도 그 모습이 웃긴 지 손으로 입을 가리곤 몰래 웃고 있었다.
“언니!”
“.”
“언니! 올라와요!”
몰래 웃고 있는 신이를 향해 상지가 손을 뻗어 부르기 시작한다.
그 행동을 애써 회피하며 시선을 돌리는 신이였지만 이미 안의 분위기는 상지로 인해 한껏 달아올랐고 그 상지가 가리킨 신이의 외모에 순간 “오우‘라는 탄성으로 불을 더 지피기 시작한다.
“크크. 나가 봐.”
“시.싫어요.”
“여기서 안 나가면 분위기 쏴 해질 거 같은데.”
“.”
“그냥 분위기만 맞춰주다 내려와.”
“.”
곤란해 하는 신이의 모습에 그냥 넘어가야 되나. 라는 생각을 할 때, 그런 신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큰형님이란 남자가 천천히 일어나 사람들을 자중시키려는 듯 손을 뻗는데. 신이가 천천히 일어나 계속 몸을 흐느적거리는 상지에게 다가가 입술을 악물고는 테이블 위로 조신하게 올라간다.
“와”
“쥑이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엉뚱하게도 결혼식 뒤풀이가 생각난다. 이렇게 음란하고 뇌쇄적인 장소에서 조금은 짓궂기도 했던 그 뒤풀이가 생각이 날 줄은. 그러나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꼭 결혼식 뒤풀이와도 같아는 느낌을 받은 것만은 확실했다.
아마도 이 모임자체가 단발적인 게 아닌,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의 잘 지켜진 모임이었기에 가능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
갑자기 커진 환호성에 연신 당황하고 있는 신이를 쳐다본다.
뻘쭘하게 서 있던 신이가 어색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런 신이의 옆에서 몸을 밀착한 상지의 노골적인 섹시댄스에 조금은 더 몸을 움직이게 된 신이였는데. 갑자기 신이의 짧은 치마를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상지란 여자의 행동으로 사람들의 환호성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환호성과 열광적인 반응들에도 신이는 상지의 손을 막기에도 급급해보였다. 오히려 허리까지 숙이며 그런 상지의 손을 피하려는 신이의 움직임은 오히려 섹시함을 더 자극시키는 행위처럼 보이며 남자들을 더 환호하게 만들고 있다는것도 모른체 말이다.
“와. 진짜 죽이는 파트너네.”
“응?.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저러다가 신. 저 여자 화나면 힘든데.”
“야야 걱정 마 클럽 같은 데 가봐라. 저러고 무대에서 놀고 있으면 남자들이 가만히 두냐?! 여긴 한 명도 안 나서잖아.”
창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신나게 웃고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창피해하는 신이의 모습을 환호성과 박수로 즐길 뿐 바짝 다가간 어느 한 명도 그 테이블 위로 손을 뻗진 않았다.
“진짜. 그냥 관전만 할 거야? 저길 봐라. 벌써 다 뒤엉켜서 즐기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위층에 가면 전체를 매트리스로 깔아놔서 즐길 공간도 충분하거든.”
“매트리스?”
“그래 인마! 죽인다니까. 오늘은 작은 풀에 오일도 가득 채워놨을 걸.”
“그런 것도 있냐?”
“하 이 친구가 우리 모임을 만만하게 보네! 나름 회비도 있거든! 한 달에 2만원!”
“2만원으로 이런 모임이 운영이 돼? 20만원은 걷어야 되는 거 아니냐?”
“빈 건물 빌리는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술만 조달하면 끝인데 뭔 돈이 필요하냐.”
“아.”
도저히 안 되겠는지 신이가 손을 저으며 상지에게 내려간다는 행동을 하자 상지가 많이 아쉬운 듯 몇 번 잡아끌긴 했지만. 결국 무대 같지 않은 무대에서 내려오는 신이였다.
“위에 사람들이 있나?”
“벌써 몇 명 안 보이는 거 보니까 올라간 거 같은데.”
“.우리도 가자.”
“오 그럼 제대로!?”
“아니. 오늘은 벌을 주려고 온 거니까. 그냥 약속대로 관전만 할 거야.”
“벌? 무슨 벌?”
“그런 게 있어. 가자.”
“무슨 소리야.”
“위에 올라가도 관전만 할 수 있는 거지?”
“그야 뭐.”
홍조띤 얼굴로 내게 걸어오던 신이가 우리의 대화라도 들었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커져서 더 동그래진 두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창구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던 내 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낯선 벨소리에 내 전화가 아닌 줄 알았었고 무심코 계단을 오르는 도중 벨소리와 함께 진동의 느껴짐에 내 상의 안주머니를 차지하고 있던 또 다른 핸드폰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내 뒤를 따르던 신이가 그 벨소리의 주체에 대해 의아한 듯 쳐다본다. 난 당황함을 숨긴 채 먼저 신이를 올려 보내며 계단의 꺾인 공간에서 전화를 꺼내 폴더를 열고 받는다.
“중요한 얘기냐?”
[몇 가지 새로운 소식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바쁘냐?]
“새로운 소식? 빨리 말해.”
[음 중국 이름이 하에이빈이라고 하더라고.]
“하에이빈?”
중국에 가본적도 없는 나였기에 그 사람들의 성과 이름에 대한 지식은 전무 했지만 발음하기가 이상한 느낌이란 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름이 하에이빈이야?”
[그래. 海彬이란 이름을 중국식으로 그냥 바꾼 거 같더라고.]
“벌써 이름을 바꿨다고? 아니. 이렇게 빨리 이름을 지을 수 있긴 한 거냐?”
[바꿨다기 보다는 그냥 여권에 표시되는 이름을 중국식으로 부르더라. 그리고 신고만 하면 되는데 빠르고 자시고가 없는 거지.]
“.”
[너. 정말 데리고 올 자신 있냐?]
“데리고 와야지.”
[너 혼자 쌩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하려고? 이제 와서 내가 키울 테니까 돌려달라고? 이 친구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즉흥적인 기분에서 지르고 보려는 거라면 아예 생각자체를 접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게 내 의견이다. 내 자식도 키우기 힘든데. 남의 자식을 친자식처럼 키울 자신이 있겠냐고.]
“그런데. 돈으로 거래를 한 게 확실해?”
[그렇다니까! 증거까진 못 건졌지만 강한상이 음밀히 엄청 퍼준 게 확실하다니까. 공안에까지 뒷줄로 힘을 쓴 것도 사실인 거 같고. 거기다가.]
“.뭐?”
[아이를 돌려받는다고 해도 신이가 너한테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잖아. 아니! 게임이란 걸 이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 아니냐. 거기다가 승패를 떠나서 계획대로 된다고 해도. 신이가 너랑 아이를 키울 생각은 있데?]
“그때 보육원에서. 확신이 들더라. 신이라면.”
[그건 네 생각이고. 보육원도 그렇게 된 마당에. 너만 미련하게 구는 거 아니냐고. 일주일 동안 전화 한 통화 없었다며!]
“그냥 잡생각 접고 내 생각대로 하려고.”
[에휴. 그런데 지금 어디냐? 이거 음악소리 아니야?]
“나중에 또 전화 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화할 땐 항상 나와서 전화하고.”
[알아 이 친구야! 내가 호구냐! 근데 진짜 어디냐! 너 혹시 나 빼고 즐.뚜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게 된 건 현민의 질투 섞인 목소리가 짜증이 나서가 아니었다. 통화를 하던 중 보게 된 신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벌써 이층으로 올라간 줄 알았던 신이가 내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기에 전화를 다급한 모습을 숨기며 자연스럽게 끊고는 신이를 향해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누구에요?”
“응?.친구.”
“친구 누구?”
“내 친구를 당신이 다 알아? 뭘 꼬치꼬치 물어보냐?”
“다 알죠. 제가 모르는 친구도 있어요?”
“다 알긴. 너랑 헤어지고 나서 만난 회사 친구야.”
“그런데. 그 전화는 뭐에요?”
“또 뭐가?”
“그 구닥다리 핸드폰이요. 당신 핸드폰 아니잖아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왜? 이런 것도 강한상이 놈한테 다 꼰지르게?”
“저 고자질 안 해요.”
“.”
“정말이에요. 당신하고 있었던 일을 얘긴 해도 당신에 대한 사생활이나 다른 건 단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어요.”
“알아.”
표정 없이 무심코 던진 알고 있다는 내 말에 신이가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질 않는다.
“창구는? 벌써 올라갔나?. 우리도 올라가자.”
“그냥. 집에 가요.”
“왜? 아까 창구랑 벌을 준다는 말을 듣게 되니
집에 가고 싶어?”
“벌이라는 말. 당신이 나한테 할 수 있는 벌이란 게 뭐가 있어요? 한상씨한테 했던 것처럼 저도 때리게요? 아니면? 저 위에 올라가서 다른 남자들한테 절 돌리게요?”
“돌린 다라. 당신 말대로 섹스에 환장한 몸이라면 내가 당신을 돌린다고 그게 벌은 아니겠지.”
“알면.그냥 집에 돌아가요.”
“완강한 거부의사라고 해도 신이의 말을 최우선으로 지켜준다. 이게 룰이 맞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 룰이 존재하는데도 강한상의 명령만은 싫어하면서도 잘 따르던데. 지금 내 말은 안 듣겠다는 거군.”
“.”
“그래도 난 룰을 지켜야겠지. 좋아. 돌아가자.”
“.알았어요. 올라가요.”
“.”
나보다 높은 곳에 서 있던 신이가 내 비아냥거림이 섞인 말을 듣곤 몸을 돌려 다시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위층은 아래와는 좀 다른 형태로 넓은 홀 형태 안에 한 쪽 면에 화려했을 무대가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폐점상태로 모든 테이블과 의자들을 한 쪽 구석에 쌓아 뒀고 계단의 초입에 신발을 벗을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곤 이 모임의 사람들이 바닥의 2/3이상을 두툼한 매트리스로 전부 채워 놓은 듯 보였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에 있는 성인 4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얕은 에어풀장은 창구가 말 한대로 보기에도 점성이 강한 끈적거리는 액체들이 반쯤 채워져 있었다.
이미 여러 쌍의 커플들이 아래의 여흥을 이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친절하게도 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옷걸이엔 옷들을 아무렇게나 걸려있었고 아예 옷을 다 벗고 뒤엉켜 있는 두 세 쌍의 커플들과 그리고 방금까지 작은 풀장에서 놀았는지 온 몸과 머리까지 끈적거리는 액체들로 뒤범벅이 된 한 여자와 두 남자가 풀 바로 옆에서 매트리스를 온통 적시며 뒤엉켜 있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먼저 올라간 창구놈은 어느새 매트위에서 엉켜 있는 두 쌍의 커플들 틈에 끼여 있었다.
“뭐 햐나! 너도 와서 즐겨!”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창구가 뒤늦게 멀뚱히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곤 손을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며 불러댄다. 그런 창구의 큰 목소리에 서로 뒤엉켜있던 사람들이 이미 반쯤 풀린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우린 됐으니까. 즐겨.”
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곤 한 쪽 구석에 놓여있던 의자를 찾아 매트리스를 빗겨 걸어간다. 그리곤 쌓여 있던 의자중 긴 소파를 찾아 그 바로 앞에 세팅을 하곤 신이에게 오라는 손짓을 한다.
신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나와 마찬가지로 매트리스를 피해 걸어왔고 먼지를 털고 앉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앉았으면 저 사람들 하는 걸 구경하자고. 오히려 봐주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거 같은데 말이야.”
“이게 벌이에요?”
“급할 거 없잖아.”
“.”
“와. 저기 좀 봐라. 번들거리는 게. 꼭 미꾸라지 같네.”
“미꾸.참 말을 해도.”
내 말에 뒤엉켜 있는 세 명의 남녀를 향해 시선을 옮긴 신이가 어이없다는 듯 다시 날 쳐다본다.
그리곤 밝지 않은 조명 속에서도 사람들의 나체가 뒤엉킨 행태를 향해 나처럼 찬찬히 고개를 돌려 본격적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아래층의 밝고 장난스러운 분위기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음습함과 음란함이 번지는 이 공간에서 정작 신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 모습들을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신이의 모습을 훔쳐보던 난 조용히 팔을 뻗어 신이의 짧은 원피스 밑자락 안에 밀어 넣는다. 허벅지사이에 내 손이 닿자 사람들의 행위에 시선을 뺏겼던 신이가 흠칫 놀라며 내 손을 잡았다.
“왜? 싫어?”
“.아니에요.”
잡았던 팔을 푸는 신이의 모습은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기에 난 좀 더 손을 깊숙이 밀어 넣었고, 맨들거리는 스타킹의 촉감과 함께 얇게 느껴지는 팬티의 감촉을 손끝으로 느끼며 살살 움직인다.
내 손의 감촉을 애써 무시하려는 것인지 신이는 살짝 벌린 허벅지에 힘을 풀며 사람들의 행위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지만 내 손가락은 그런 신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손끝에 느껴지는 매끈거리는 그 감촉을 감상하듯 문지르다 지그시 누르며 실크팬티의 옅은 무늬를 하나하나 세어나간다.
신이가 입고 있는 원피스의 길이는 앞서 말했던 민망할 정도로 짧았기에 내 손 움직임에 전혀 방해를 줄 수 없었고 작게 벌어진 허벅지사이의 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신이의 원피스 밑자락은 엉덩이를 반쯤 드러낼 정도로 말려 올라가 팬티를 훤히 드러낸 모습으로 자릴 잡고 있었다.
애써 무심한 듯 사람들에게만 시선을 주던 신이의 표정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때였다. 내 손가락이 점점 더 파고들어가 스타킹과 팬티의 갈라진 굴곡을 선명히 드러낼 정도로 짓누르기 시작했을 때 신이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짧은 탄성을 내지른다.
“아.”
“벌써 느껴?”
“.아니에요. 누가. 느낀다고.”
“진짜 음란한 여자군.”
“.이제. 알았어요?”
아직까진 부정 아닌 긍정으로 자신의 뻔뻔함을 내게 보여준다.
“당연히 알고 있었지.”
말을 하며 나도 시선을 돌려 뒤엉킨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하며 신이의 팬티 위를 더 자극한다.
사람들의 음란함은 이미 내 상식선을 넘어서고도 남았다.
나도 박항구와의 시간에서 저런 모습으로 신이를 취했었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모습들로 서로의 성기와 성감대를 정신없이 핥아대며 오로지 육체의 본능만을 취하고 있는 남녀들의 모습에 나조차도 계획을 잠시 잊고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꼭 서로의 음란함을 더 뽐내기 위한 장소처럼 다 트인 이 공간에서 얽히고설킨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데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때 내 시야에 창구 본인이 아까 말 한 이상한 형태로 변해버린 자지를 꺼내들었고, 함께 얽혀 있던 여자가 그런 창구의 자지를 갈망서린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본다. 같은 남자로서도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창구의 이상한 모양의 자지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느낌을 주는 듯 느껴졌는데. 그건 신이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창구의 자지를 쳐다보던 신이가 인상을 쓰며 살짝 고개를 돌린다.
“왜? 인테리어라고 말하는 저런 수술한 자지는 처음 보나?”
“아.니요. 이미 본 적이 있어요.”
“그래? 그럼 당연히 저렇게 수술한 사람하고도 섹스를 했었겠네?”
“당연하죠. 몇 번이나 말을 해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그렇군. 느낌이 어땠나?”
“.네? 느낌이라뇨?”
“저런 게 들어왔을 때 말이야.”
“당연히 좋.았죠. 저런 물건이 들어오는데. 안 좋겠어요?”
거짓말이다.
신이는 지금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만약 신이가 정말로 저런 물건에 만족을 했던 여자라면 지금처럼 저 흉측한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한 점의 부끄러움이 있을 리 없었고 지금처럼 흔들리는 시선으로 저 물건을 회피할 이유가 없었다. 정확히는 저 물건을 보고 거짓말을 하며 자신도 신기한 듯 쳐다볼 리가 없었다.
“저런 물건까지 받아들이고. 정말 다 갔구나.”
“그.럼요.”
“그럼. 확인 해 볼까?”
“.네? 확인이라뇨?”
있는 힘껏 신이의 허벅지를 크게 벌리자 소파에 앉은 자세 그대로 신이의 원피스가 엉덩이를 다 드러내며 말려 올라간다.
“아.”
내 시선에 잡힌 한 쌍의 커플 중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서 몰래 신이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남자가 신이의 그런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내지른다. 의도된 내 행동에 다행히도 그 남자가 내 의도대로의 반응을 보여줬다.
“자.잠깐. 헉!”
신이의 검은색 팬티의 중앙은 스타킹 아래에서도 분명 얇은 가로의 줄무늬를 그리며 젖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행동과 남자의 작은 탄성에 적자니 당황한 신이가 허벅지를 닫으려 했지만 난 한 발 더 나아가 신이의 엉덩이를 잡고 있는 힘껏 들어 올리선 내 허벅지 위에 그대로 신이를 올려놓았다.
내 허벅지 위에서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리게 된 신이는 다시 허벅지를 닫으려 노력했지만 내 손과 내 허벅지에 의해 벌려진 그대로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들에 바로 하체를 노출하는 모습이 되어 버리자 신이의 당황하는 모습은 더 또렷하게 보여졌다.
“아직도 창피하다는 감정이 남아있었나? 난 보육원일이 있고나서 일주일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어서 이런 사사로운 감정들은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만 해요. 이런 거 싫어요.”
“왜? 한상이처럼 주도하고 이끌어주는 사람 앞에서만, 아는 사람들 앞에서만 가랑이를 벌리는 건 괜찮고?”
“.”
“당신이 가르쳐 준 걸 배우다보니. 느끼게 되더라고. 당신은 복종에 익숙한 여자가 아닐까 라는 느낌을 말이야.”
“.제.가요?”
“복종에 익숙한 여자가 아니라면.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익숙해졌다는 연극을 하고 있는 건가?”
“이상한 말. 그만 해요. 그리고 이것 좀 놔요.”
“싫은데. 저 남자가 당신 팬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 아깝지 않아? 당신 몸을 보면서 흥분을 하는 남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 말이야.”
“이.런거 싫어요. 창구씨도 보잖아요. 그만해요.”
“왜? 지금 창구는 당신이 한신이란 것도 모르는데. 평소처럼 그냥 몸이 느끼는 대로 따르면 되잖아.”
“싫다고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신이의 모습을 훔쳐보기도 대놓고 보기도 한다. 처음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와 그리고 아래에서의 유흥을 이어가기 위해 조금씩 올라온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렇게 신이는 구경꾼들의 노리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신이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지 계속 움직이는 내 손을 신이가 참지 못하고 강하게 붙잡는다.
“그.만 해요.”
“벌이라고 했지. 아니면. 혹시 이런 경험이 처음인가? 약속 된 사람들이 아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장소에서 노출 되는 게 창피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니야?”
“.”
“희한하네. 강한상이란 놈하고 별 짓을 다 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던데. 정말 아닌가?”
“무슨 소리에요? 당신도 봤잖아요. 미지씨랑도. 그리고 그 항구씨랑도.”
“그러니까 더 이상하다는 거지. 솔직히 미지란 여자와 함께 했을 때 느낀 게 뭔 지 알아? 꼭 당신한테 강한상이란 놈이 했던 것을 복습하는 모습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항구. 항구와의 섹스에서도 정작 당신은 내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교육이란 면목 하에 참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내가 잠결에 들었던 얘기로도 당신의 과거가 정말인지가 의심스럽던데.”
“.”
“오. 사람들이 많이 모였네. 어차피 여러 놈들한테 돌리고 돌려진 몸이라면 이런 창피는 별거 아니잖아?”
‘부욱 찌지직’
“와.오우. 꿀꺽. 헉”
손을 앞으로 더 돌려 신이의 팬티스타킹의 중심을 있는 힘껏 찢어버렸다.
신이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너덜해진 스타킹의 중심엔 하얀 살결과 함께 검은색의 실크 팬티가 사람들의 감탄사와 환호성을 받으며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 팔을 더 꽉 잡는 신이의 손에도 난 더 힘을 줘 그 스타킹을 있는 힘껏 찢어발겼고. 이젠 팬티와 허벅지 안쪽까지 훤히 드러낸 채 허벅지를 벌리게 된 신이였다.
“흑.”
이어진 고통스런 탄성과 함께 신이는 더 이상 내 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곧 미력하게나마 허벅지를 조이며 자신의 하반신을 가리던 행동을 멈춘다. 그리곤 머리를 숙여 흘러내린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 속에서 포기의 한숨과도 같은 작은 소리를 내게 들려줬다.
그런 신이의 작은 반항이 사라지자 천천히 신이의 팬티 위를 손가락으로 짓누르며 문지르기를 다시 시작한다.
갈라진 골을 더 짓누르며 팬티를 파고들 듯 손가락을 밀어 넣기를 반복했고 좌우로 문지르기를 다시 반복하기 시작했을 때. 신이의 손이 내 팔을 더 꽉 움켜쥔다.
“와. 나도. 나도 하자.”
“.”
“태규야! 나 미치겄다. 네 섹파랑 딱 한 번만 즐길 수 있게 허락 좀 해줘라!”
“안된다고 했지. 헛소리 그만하고. 저기 저 풀에서 젤이나 한 바가지 퍼와.”
“무.뭐? 젤? 아! ”
말귀를 못 알아듣던 창구가 내가 손가락까지 들어 풀을 가리키자 이마를 탁치며 알았다는 듯 재빨리 에어 풀로 뛰어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결국 찾지 못한 바가지 대신 자신의 두 손을 모아 젤을 잔뜩 담아온다.
그리곤 내 시선이 머문 곳에 망설임도 잠시 창구가 조심스럽게 모은 두 손을 기울여 신이의 아랫배부터 윤활 젤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아. 차.차가.”
신이의 찢어진 스타킹과 팬티가 미끈거리고 끈적끈적한 젤에 의해 다 젖어버렸다. 위에서 흘러내리던 젤은 곧 신이의 사타구니를 타고 내 바지까지 적시기 시작했지만 난 아무 상관없다는 듯 손을 내려 줄기를 그리며 흘러내리기 시작한 젤을 신이의 허벅지 안쪽부터 팬티의 구석구석까지 전부 적시며 문지르기를 반복하는데.
손바닥에 느껴지는 이 미끈거림과 끈적임이 결코 싫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신이의 허벅지 안쪽의 부드러운 살결과 매끈거리는 스타킹의 젖어 더 번들거리며 축축해진 감촉, 그리고 실크 팬티의 젖어 들어감에 신이의 사타구니를 파고들며 적나라하게 보지의 굴곡을 그려내며 전해지는 촉감까지.
내 두 손이 신이의 젖은 부위를 더 집요하게 매만질수록 신이의 허리를 점점 더 숙여졌고 고개를 더 떨구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창피함과 수치심을 애써 두 눈을 감고 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사타구니에 그대로 느껴지는 미끈거리는 감촉의 애로 함에 신이의 숨소리만으로도 많은 갈등과 심란함, 그리고 애욕을 느낄 수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저기. 저희랑 어울리실래요?”
“.”
창구와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한 건장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발딱 선 자지를 벌떡이며 등장한 남자는 계속 신이의 촉촉하게 젖은 허벅지 안쪽만을 응시한 채 내게 부탁과도 같은 요청을 해 왔지만 난 그에게 분명한 거절 의사로 고개를 가로저어 보여줬다. 그 남자는 그런 내 거절에 매너 있게 뒤로 물러났지만. 엉뚱한 곳에서 투정과도 같은 남자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아따. 고년 진짜 맛있게 생겼네. 저 야들야들한 보지 보소. 와따 확 엎어놓고 강간하고 싶어 미쳐불겄네.”
매너 있게 물러난 남자의 반대편에서 배만 뽈록하게 튀어나온 남자가 신이를 감상하듯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했었다. 그런 남자의 말투에 창구가 나보다 먼저 경고를 준다.
“고년 진짜 힙도 그렇고 젖탱이도. 와 한 번 파묻혀 봤으면 소원이 없겄네!”
“어허! 블루마운티님은 또!. 저번에도 경고 한 번 먹었으면서 정신 못 차리. 응?”
노골적인 남자의 어투에 창구가 고개를 돌려 제지를 하는데.
그런 창구의 행동을 손을 뻗어 내가 막는다.
“어떻게 강간을 하고 싶으신데요?”
내 생각지도 않은 물음에 방금 전까지 노골적인 말투로 희롱하던 남자가 당황하며 내 시선을 피한다.
“무.뭐? 아니요.”
“정말 궁금해서 그럽니다. 어떻게 이 여자를 강간하고 싶습니까? 들려주세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도 난 젤로 인해 번들거리다 못해 빛을 반사하고 있는 신이의 잔뜩 젖은 팬티를 짓누르던 손을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 움직임에도 내 말을 듣게 된 신이는 팔을 더 움켜쥐고는 허벅지를 바짝 조이려 힘을 주지만. 이미 내 손에 잡힌 신이의 허벅지와 팬티는 쉽사리 풀려날리 없었고 젤로 인해 미끈거리는 허벅지 사이로 너무나 쉽게 내 손을 허락했다.
“꿀꺽”
신이의 작은 몸부림에도 내 손의 침범이 계속 이어지자 신이가 숙인 머리를 더 숙이며 조금씩 등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그러니까. 이 년을 끌고 가서.”
“끌고 가서요?”
“확 엎어트리고. 팬티를 찢어버리고. 자지를 쑤셔 넣는.다는 거지.”
“자지를 쑤셔 넣는다.”
“생긴것도 야시하게 생겼네. 잘 벌리게 생겼구먼.”
“그래요? 우리 아기가 아무한테나 다릴 벌리게 생겼다고요?”
“딱 보면 알지! 옥문을 한 번 지대로 봐야 확실하겠지만. 몸만 봐도 남자 여럿 홀리게 생겼는데! 아니지! 벌써 여러 명 위에서 혼자 발광 하듯 허리쪼까 흔들어 댔겠구먼!”
“.”
“와따 고년 발목 좀 보소.”
신이의 몸 구석구석을 핥아대듯 말로 희롱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내 분노까지 불러오게 만들었지만. 인내를 시험하듯 참으며 신이의 모습을 몰래 살피기에 더 열중한다.
모멸감까지 느끼는 지 신이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남자들의 조롱과 희롱을 무시하려는 듯 두 눈을 꼭 감고 내게 얼굴을 숨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엉덩이만 꽉 움켜줘도. 알아서 소리를 지르겠네요.”
“크크크크 역시 섹녀가 맞나 부네. 저 팬티 좀 봐라. 아따 짬지 좀 함 봤음 소원이 없겠구먼.”
“짬지요? 이렇게요?”
“헉!. 태.태규씨!”
말과 함께 신이의 미끈거리는 팬티를 있는 힘껏 위로 잡아당긴다. 신이의 윤기 나는 실크 팬티가 끈처럼 변해 신이의 갈라진 보지입구 바로 앞까지 파고들며 대음순과 작은 소음순사이로 모습을 감췄고, 그 작은 구멍만을 겨우 가린 팬티로 인해 더 자극적이고 뇌쇄적인 모습으로 많은 남자들의 시선에 비춰졌지만, 정작 본인은 젤로 잔뜩 젖은 팬티가 살을 파고들어갈수록 느껴지는 고통에 엉덩이만을 들썩거리며 내게서 빠져나가려는 행동을 하게 된 신이었다.
“와 씨벌년. 저 보지 둔턱 보소 지대로 왁싱 했나 보네. 아주 매끈한 게 입술을 부르는구먼!”
“아. 같이 좀 즐깁시다!”
“그만 좀 애간장 태우고 돌리시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탄성에 베테랑이라 자부했던 창구도 당황하게 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수많은 사람들 중 오늘의 에이스가 바로 신이임을 확인시켜주던 창구도 신이의 음란함에 물들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아우성을 치는 남자들의 행동에 적자니 당황한 기색을 보여준다.
그런 남자들의 충동적 모습에 심지어 신이도 겁을 먹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 스스로를 걸레라 칭하듯 말을 하던 신이도 정작 적지 않은 수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지를 껄떡거리며 스스로 주무르고 있는 모습에 겁을 먹고 하반신에 느껴지는 고통조차 잊은 듯 내 팔을 더 꽉 움켜쥐며 얼굴을 숨기기에 급급해 보였다.
그때였다.
“자자. 너무 한 여자한테 과도한 집착은 그만들 하시고! 여자 분이 괴로워하잖아. 그만 할 일들 합시데이”
너무나 과열 된 분위기를 아까 우리를 안내했던 형님이라는 남자가 겨우 진정을 시킨다.
창구의 말대로 이 남자의 무서움을 보여주듯 차분하면서도 크지 않은 음성에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모여들던 사람들이 아쉬움을 남겨둔 채 뒷걸음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제야 내 팔을 꽉 움켜쥔 채 떨고 있던 신이의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나도 잡아당기고 있던 팬티를 놓는다.
그리고 들려오던 신이의 약한 탄성이 울먹임이라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한 방금 전의 행동을 아주. 아주 약간 후회하면서 이내 신이를 옆으로 돌려놓는다.
아직도 사람들의 시선이 신이에게 이어졌을 때.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신이가 속삭이듯 내게 말을 했다.
“저. 갈래요.”
“.”
“그래. 첫술이 너무 과하면 탈나는 법이제. 오늘은 여까지만 하그래이.아따. 울 예쁜 아가씨가 많이 놀랐나본데. 여기 이 수건으로 좀 닦고, 아고 아자씨도 바지 다 젖어 부렸네. 그 수건으로 닦고 아자씨가 아가씨 좀 다독여주라고. 하하. 다음엔 이 아자씨랑도 좀 놓아줬음 좋고 하하하하하.”
남자의 능청스러운 말에 나도 인사를 하며 자리를 뜨려는데. 눈치 없는 창구놈이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네. 저흰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야. 같이 가자.”
“어딜 가노! 닌 니 파트너 놔두고 여서 뭐하는데!?”
“네? 어라 상지.가 여기 있었는데.”
“에라이 문딩아! 언능 안 튀노!”
“아씨. 이 년은 또 어디 간 거야.”
자신이 사람들 바로 앞에서 보지를 훤히 드러내고 창녀와 같은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현실자체가 큰 충격이 된 듯 잔뜩 굳어진 표정의 신이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차로 나보다 먼저 나가버렸다. 마지막까지 인사를 한 후에서야 난 차로 향했고, 당연히 잠겨 있을 차 앞에서 방금 전까지 흘리던 눈물을 닦는 듯 팔을 올리는 모습을 내게 숨기며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날 기다리는 모습으로 조수석 문 옆에 서 있는 신을 바라보게 된다.
차에 탄 우리 둘은 잠시 동안의 침묵으로 서로를 외면한다.
차에 놔둔 내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찍혀있었다. 이 시간에 걸려온 전화는 확인할 필요도 없이 강한상이 분명했기에 빨간 불빛을 반짝이고 있는 핸드폰을 소리 없이 엎어놓고 신이를 쳐다본다.
방금 전의 기억을 지우려는 지 창문 밖만을 바라보는 신이의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며 지금까지 의심하며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던 한 가지를 이젠 확신으로 바꿔도 된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창밖을 바라고 보고 있는 신이를 바라본다.
자동차의 시동을 걸지 않은 채 잠시 그 침묵을 주도하던 내게 신이가 나지막한 젖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어 말을 건다.
“출발해요.”
“괜찮아?”
“뭐가요?”
“.”
내가 신이의 안부를 묻는 다는 것부터가 우습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우선 침묵을 일관하던 신이에게 조금은 수그러든 목소리로 차분히 물어본다.
“태규씨. 솔직히 말할게요. 이런 자린. 부담스러워요. 창구씨라는 당신 친구도 그렇고. 당신 말대로 한상씨는 이런 자리. 이런 명분도 없는 모임에 절 데리고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안면도 없는 사람들하고 이런 행위 하는 것도. 경멸스러워요.”
“경멸스럽다?”
“.네.”
날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하는 신이를 피하지 않고 질문으로 다시 묻는다.
“왜?”
“왜라뇨? 그걸 몰라서 지금.”
“자꾸 이중적인 태도를 계속 보여주니까., 내가 헷갈려서 묻는 거야. 왜 경멸스럽다는 거지?”
“.”
“자기 스스로를 걸레라고 말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경멸스럽다고? 아니면. 어차피 버린 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도 본능적으로 저런 시선들은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건 아니고?”
“.”
“한 가지만 물어볼게. 정말 강한상 외에 다른 놈하고도 같이 놀아봤냐? 아니! 강한상이랑 네가 말 한대로 스와핑에 쓰리섬에 갱뱅같은 걸 다 해봤다는 말이 사실이긴 해?”
“무.무슨 소리에요? 영상도 봤잖아요! 그리고 한상씨한테 다 들었다면서요. 그런데도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는 거예요?”
“영상? 내가 본 거라고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 못 차리는 네 모습하고, 강한상이랑 즐기는 것 밖엔 없는데. 정말 한상이가 말 한 게 전부 사실이긴 하나? 솔직히 말할까! 내가 알 던 신이 네가 아니라고 느꼈다면 이해하겠니.”
“몇 번 이나. 말 했잖아요. 그리고.”
“그게 아니야. 네가 많이 변한 건 인정할게. 그런데 아무리 사람이 변해도 천성은 변할 수 없다고 난 생각하거든. 내가 알고 있는 신이는 이렇게 이중적이지도, 사람 헷갈리게도 하지 않을뿐더러. 정나미 떨어지는 여자가 아니었어. 네 가 말 했던 모든 게 다 거짓 말 같다고! 한상이가 했던 말!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야?”
“그럼요! 누가. 누가 미쳤다고 그런 더러운 거짓말을 해요?”
“더럽다라. 혹시 그런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
신이가 울 것만 같았기에 난 하던 말을 머뭇거리게 된다.
“.아니다.”
“.”
“그럼 신이야. 한 가지만 물어볼게. 네가 한 가슴수술. 그거 완치가 되려면 몇 개월이나 걸리지? 아니. 완치가 빨리 된다고 해도 막 다른 놈들하고 놀아.”
[따르릉 따르릉 따르르르르르릉]
강한 부정을 하는 신이를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 빤히 쳐다보며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신이가 그런 내 시선을 피하는 모습과 울먹거리며 잠긴 목소리로 얘길 하는 모습에 조금은 부드러운,, 차분한 목소리로 신이에게 한 가지를 더 물어보려 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걸려온 강한상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난 ‘아차.’라는 탄성을 속으로 되새기게 된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많은 말을 이 공간에서 했다는 걸 스스로 뒤늦게 깨닫고는 후회하게 된다.
“여보세요.”
[하하하. 접니다. 신이랑 어디 좋은 곳이라도 가셨습니까?]
“좋은 곳?. 일주일 만에 전화해서 그런 건 왜 묻나? 룰을 먼저 깬 걸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닌가?”
[에이 형님이 먼저 폭력행사를 하셨잖아요. 엄연히 말해 룰은 형님이 먼저 깨신 거죠. 그리고 깽판 칠 수 있는 게임을 지속하는 너그러움을 보여주며 용서 한 건 저고요.]
“.”
[신이한테 들었겠지만, 전 보육원이랑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아직도 오해를 하시는 거 같아서 이렇게 전화를 드린거죠. 그리고 이번 주 모임에 관해서도 드릴 말이 있고.]
“오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해죠! 설마 쪼잔 하게 아직도 그 오해로 삐치신 건 아니시죠?]
고급스러운 이 외제차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너무도 낯설다.
시가 몇 천만 원이라는 이 차가 과연 나에게 어울릴까? 처음 신이와 우연히 만나 강한상이란 낯선 남자를 따라 갔던 집에서 게임이란 말도 안 되는 행위의 상품처럼 받게 된 이 고급외제차가 정말 공짜일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의심부터 했을 테지만 우승 상품이라며 걸린 대상이 신이라는,, 자신의 전 아내라는 말을 듣고 냉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그랬다. 사실 이 외제차를 당연히 받을만한 대가라고만 생각했었지 이런 도구로서 이용 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었다. 강변에서 현민에게 가버린 신이의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하고 부셨던 차 유리를 수리하러 센터에 들르기 전까진 말이다.
선심 쓰듯 내게 공짜로 준 이 외제차는 그 나름대로의 용도와 목적이 있었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게임이란 것이 철저히 준비 된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 함정처럼 이용되어진 이 도구를 역으로 이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퇴근 길 차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내 기억 속에 어제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알아. 왜 전화 했어?”
[겸사겸사해서요. 중국에서 돌아와선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잖아요. 지금이라도 전화를 드려야죠.]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형님이 먼저 룰을 깨신 겁니다. 절대로 폭력은 안 된다고 했는데. 먼저 주먹을 휘두르신 건 형님이십니다. 그러니 저도 일주일동안 신이와의 밀회를 즐기며 룰을 깬 거죠. 할 말은 없으실 텐데요.]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걸었냐? 단지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건 건 아닐 텐데.”
[하하하하하. 역시 눈치는 백단이셔. 세일즈맨은 다 그런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왜 전화 했어?”
[이번 주는 계획대로 커플 동반 모임이란 거. 기억하시죠!?]
“.알아.”
[미지가 많이 그리워하면서도 삐쳤던데. 형님이 제대로 좀 구슬려 주십쇼.]
“내가 왜?”
[그야 형님이 이번 모임에서 미지의 파트너 아닙니까. 당연히 미지를 책임질 사람이 형님 밖에 없지 않겠어요?]
“알았으니까. 끊어라.”
[아아! 형님. 그리고 룰은.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신이가 거부를 한다면. 애초의 삼자일치에서 각자간의 조율로 룰이 변경이 되긴 했지만 그 주체가 되는 신이가 싫어하는 행동과 말은 절대로 삼가주셔야 한다는 거! 꼭 기억하세요. 더 이상 룰을 깨면 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
[설마 그걸 확인하고 싶진 않으신 거죠? 하하하하하하하.]
“알았으니까 전화 끊어.”
전화를 끊고 자동차의 스타트 버튼을 길게 누르지만. 출발은 하지 않는다.
조용히 느껴지는 엔진의 미동을 뒤로하고 잠시 동안의 생각에 잠긴 난 핸드폰을 차에 놔둔 채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몇 발자국 움직여 벽돌로 된 얕은 담벼락에 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신이의 존재조차 잠시 잊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한 개비에서 두 개비. 세 개비 째에 불을 붙였을 때 차안에서 조용히 날 기다리던 신이가 기다리다 말고 문을 열고 나와 내게 천천히 걸어온다.
“그만. 가요.”
“응?. 가야지.”
“.”
막 불을 붙인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 끄고는 멀뚱히 날 쳐다보는 신이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