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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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렇지 않냐?”

“그럼?”

“아무리 그래도 가정이 최고라며.”

“한 때였지. 지금은 그냥 자유로운 솔로생활을 즐길란다.”

“.부럽다.”

“크크 부럽긴 개뿔.”

일명 돌싱.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해 35살에 다시 솔로남이 된 내게 친구 놈이 부럽다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쉰다. 이번에 둘째를 갖게 된 친구 놈은 노예생활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고 웃기게도 이혼을 한 날 부러워했다.

이혼이란 게 남에게 부러움을 살 행동인지.

아니. 대학 졸업 후 거래처 대기업에서 만나 끈질기게 구애를 펼쳐 겨우 내 와이프가 된 신이란 여자를 한 번도 못 본 친구였기에 부럽다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차차 얘길 하겠지만.

신이와 내가 이혼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양가 부모들의 불협화음과 더불어 내 경제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곱게 자란 신이와는 달리 대학등록금 때문에 항상 부모님에게 미안함 마음을 간직한 채 밤새도록 아르바이트를 하며 졸업했던 기억과 졸업 후에도 취업문제로 몇 년 동안 가시밭을 걷던 기억, 어렵게 취직한 중소기업에서의 월 160만원부터 시작해 몇 년 동안 오른 봉급을 전부 털어 넣어 겨우 얻었던 5000만 원짜리 전셋집. 

그러고 보면 내 삶의 거의 모든 기억이 돈에 대한 쓰라린 추억뿐이었다는 것이 술잔에 담긴 투명한 알코올을 빤히 쳐다보게 되지만. 

그것보다 아이의 부재가 컸다. 

아내는 불임이었다. 처음엔 내가 문제인 줄 알고 병원가길 꺼려했던 나였지만, 아이를 그렇게나 원해던 아내의 몸이 불임판정을 받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아내였었다. 

아무리 본가와 친정에 내 몸이 문제가 있었다고, 그렇지 않아도 날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장모님에게 남자구실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란 소리까지 들으며 아내를 감싸봤지만. 오히려 그런 내 모습에 아내인 신이는 더 괴로워하며 결국엔 이혼서류를 내게 소리 없는 눈물과 함께 건넸었던, 너무나 완고한 아내의 모습과 날 볼수록 더 괴롭다며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날 더 씁쓸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168cm란 키에 48kg이란 모델 같은 몸매의 여자, 가슴이 작은 게 흠이긴 했지만, 고등교육이 몸에 밴 지적인 외모와 더불어 날씬한 몸매에 직장동료들로부터 오히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같다는 호평을 받았던 아내인 신이였기에 자신에게 흠이 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간간히 했었다. 

“언제 이혼 했다고?”

“응?. 이제 11개월. 13개월 됐나?”

“어떠냐?”

“어떻긴. 쓸쓸해 죽겄다.”

“음. 정작 이혼을 하면 쓸쓸할라나?”

“뭐. 죽자 살자 싸우고 이혼한 게 아니니까.”

“좋게 헤어졌나보네. 그런데 이혼이란 게 좋게 헤어질 수도 있나?”

“크크큭. 그러게. 그러고보니 여기도 와이프랑 자주 왔던.”

추억에 잠겨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동자를 크게 뜨게 만든 것은 다름이 아닌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입구쪽에 앉아 있던 나와 반대로 거의 안쪽에 앉아 젊어 보이는 남자와 마주하고 술을 마시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 

낯선 밝은 갈색 머리카락에도 너무도 눈에 익은 뒤태에 한동안 눈을 때지 못하고 있을 때 내 시선을 의식한 남자가 그 뒷모습의 여자에게 날 턱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했고, 그 여자가 뒤를 돌아본다. 

조금 더 마른 턱 선과 밝은 갈색으로 변한 헤어스타일의 그녀였지만, 동그란 큰 눈에 유난히 긴 속눈썹, 작지만 동그랗고 오뚝한 콧대와 유난히 폭이 좁고 도톰한 입술의 그녀는 분명 내 아내였던 신이였다.

그녀도 나만큼이나 놀란 듯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날 잠시 동안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을 피해 얼른 고개를 돌린다.

꼭 그녀를 찾아 자주 왔던 술집을 전전하는 놈처럼 보이진 않을지, 아니면 찌질하게 궁상이나 떨고 있는 놈처럼 보이는 건 아닐지를 엉뚱하게 걱정하며 떨리는 손으로 소주잔을 든다. 

“오.빠?”

“으.응?”

목을 넘어가던 알코올이 화끈하게 느껴질 정도로 놀란 난 켁켁거리며 고개를 돌리게 된다. 

9월말의 쌀쌀한 날씨대로 빨간색 카디건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 신이의 모습을 그제야 제대로 본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얼룩말 무늬의 페인팅이 된 원피스를 입고 있는 신이의 모습은 길어진 머리카락만큼이나 결혼 전 모습으로, 아니 더 젊고 섹시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난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술 한 잔 하러 왔는데.”

“나도 그냥.”

“아. 그렇구나. 아! 여긴 내 대학동창.”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하하. 오랜만에 오니까 여기도 많이 변했네. 그런데 누구야? 애인?”

“응?. 응.”

“아. 하하하.”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혼한 와이프한테 웃으면서 애인이냐고 묻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묻게 된다. 횡설수설하는 내 어색한 모습을 속으로 가슴 치며 후회하기도전에 내 아내였던 신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친구놈에게 인사를 하곤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누구야? 와! 스타일 죽인다. 오빠라고 부른 거 보면 친한 사이였던 거 같은데. 후배?”

“.”

“누구야?”

머릿속이 멍해진 상태로 친구놈의 물음을 흘려듣는다.

“역시 끼리끼리 논다고. 잘난 놈년들만 만나네. 그런데 진짜 누구야?”

“.와이프, 전 와이.”

“뭐?”

무심결에 뱉은 내 말에 친구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신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진짜?”

“.응.”

“.왜 헤어졌냐?”

“.”

“와. 아니지. 그것보다 저런 여자랑 어떻게 결혼했냐?”

“.”

“어. 가나보다.”

친구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아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키도 커진 듯 한 착각이 나와의 결혼 전, 연애 때나 아주 가끔 신던 엄청 높은 하이힐로 인한 것임을 똑바로 걸어오는 신이의 발걸음을 통해 눈치 챘을 쯤 계산대가 아닌 나와 친구가 앉아 있는 테이블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합석해도 될까요?”

“.”

굵고 낮은 남자의 음성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투블럭? 옆 라인을 아주 짧게 커트한 헤어스타일의 남자는 세련된 얼굴만큼이나 휴행의 트렌드라 불릴 정도의 타이트하고 짧은 정장바지와 맨발 위 구두, 그리고 목이긴 와이셔츠로 몸짱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참나. 야 나가자.”

“으.응?”

정작 화를 낸 사람은 내가 아닌 친구 놈이었다.

멍을 때린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나와는 달리 이 여자가 내 전 아내였다는 걸 확인한 친구 놈이 낯선 남자의 이해할 수 없는 거북한 행동에 나대신 화를 냈고, 대답도 듣기 전에 옆자리에 앉는 남자의 행동에 벌떡 일어났다.

“가자고.”

“그.그래.”

끌려 나가다시피 술집에서 나온 내가 온갖 잡생각에 빠져 있을 때 친구 놈이 먼저 입을 연다.

“저 새끼도 이상한 새끼네! 이혼한 전 남편 앞에 왜 대놓고 들이대는 건데!”

“.”

“버림받은 여자나 주워 먹는 새끼가 뭐가. 네가 찬 거 맞지!?”

“응?.으.응.”

“야야. 술맛 다 떨어졌다. 집에 가자. 대리 부를 테니까. 너도 내 차타고 가라.”

“.”

“야!”

“응?. 아니. 아니야. 난 지하철 타고 가면 돼. 대리 불러서 가라.”

“.너 괜찮냐?”

“그럼. 좀 충격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헤어진 마당에 어떤 놈을 만나던 나랑 무슨 상관이냐.”

“그래. 그렇게 생각해. 괜히 끙끙거리지 말고!”

“.나 갈게.”

“대리 올 때까지 시원한 맥주나 한 잔 더 하고 가!”

“아니야. 집에 가서 씻을래.” 

날 붙잡으려는 친구 놈의 손을 뒤로하고 지하철 입구가 있는 도로가로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아내의 잔상을 곱씹으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무도 달라진 아내의 모습.

아니. 정확히는 결혼하기 전의 모습보다도 더 아름답고 섹시하게 변한 아내의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결혼 후 살짝 나오기 시작한 똥배는 찾아볼 수 없이 잘록한 허리가 도드라지는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는 대범하게도 커다란 가슴골을 반이나 들어나.

커다란 가슴골?

앞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아내는 빈유다.

빈유까지는 아니어도 아담한 편으로 좋게 말해 몸매의 핏을 살려 커리어우먼처럼 보인다고 했었지만, 아무리 영혼까지 끌어 담아 모아본다고 해도 방금 전 봤던 커다랗고 빵빵한, 가슴골이 자연스럽게 섹시한 모양을 보여줄 정도의 모습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형태가 분명했는데.

1년의 시간동안 아내가 어떻게 변했기에 저런 모습으로 저런 제비 같은 놈과 어울리지 않는 술집에 같이 앉아 있는지가 너무나 궁금해졌기에 내 발걸음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하철입구가 아닌 방금 전에 나왔던 그 술집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기 합리화적인 행동이게 돼 버렸다.

‘그래도 한때 내 마누라였던 여잔데.’

내 발걸음이 다급할 정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걸 모른 체 숨을 몰아쉬며 한참이나 걸어왔던 길목을 친구 놈의 시선을 피해 돌아 술집에 도착했다.

“어. 아직 안. 갔네. 나.난 열쇠를 떨어 트리. 여깄었네.”

창피할 정도로 급조한 변명과 어색한 행동으로 들어오기 방금 전에 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를 손에 쥐고 방금 찾은 척을 하며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와 낯선 남자를 향해 떨리는 입술을 숨기며 말을 열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듯 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아내였던 신이의 눈치를 살피는데.

신이가 소주잔을 든 채 고개를 아주 작게 숙인다.

“태규씨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강한상이라고 합니다.”

“네?.네.”

“땀을 많이 흘리셨는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고 가시죠.”

“.”

“이모. 여기 맥주 한 병 추가요.”

내 허락도 없이 강한상은 맥주를 시키며 빈 의자를 내주며 아내에게 더 바짝 앉는다.

“저에 대해 많이 들었다니. 신이가 저에 대해 말을 했다고요?”

“네.”

“전. 남편이었다는 걸 말입니까?”

“네.”

너무도 담담하고 간결하게 대답하는 강한상이란 남자의 모스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 자리에 다시 돌아온 내 자신도 그에 못지않았기에 나온 맥주로 우선 타버릴 듯 한 목구멍부터 축인다. 

소주를 먼저 마셔서인지 맥주가 더 쓰게 느껴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뒤늦게 주도권을 잡으려는 얼빠진 놈처럼 남자에게 질문을 한다.

“몇 살이십니까?”

“.”

“아니. 다른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

강렬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의 시선은 부리부리한 눈매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동창 친구 놈의 말대로 모델 같은 얼굴로 정말 연예인이나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훈남의 얼굴이 유독 어려 보인다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나이를 물어보다 말고 변명부터 하게 된다.

“스물여섯이요.”

“여.여섯?”

나랑 열 살 차이가 나며 신이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남자의 나이에 말문이 막혔다.

“왜요?”

“.”

“신이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 보여요?”

“그.건.”

“어디를 가도 제가 오빠 같다고 하는데.”

“오빠?”

“하하하. 신이가 얼굴도 얼굴이지만 몸매가 끝내주잖아요.”

“하.하지 마.”

아내의,,, 아내였던 신이의 자그마한 목소리에 그제야 신이의 얼굴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남자의 말대로 유독 애기피부였던 신이의 얼굴은 더 광택이 나는 듯 보였고, 나와 있을 때와는 다르게 투명한 윤기까지 흐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맨들거렸다.

그제야 난 아내의 얼굴에서 더 아래로 시선을 옮겨 가슴을 확인하 듯 내려다본다.

가슴골이 자연스럽게 1자를 그리며 모아진 모습과 밑부분의 풍만한 굴곡의 형태는 뽕브라나 에어브라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족히 C컴은 넘어보였기에 좀처럼 시선을 걷질 못하게 된 나였다.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신이가 카디건의 앞섬을 여미며 날 피한다.

얼른 시선을 돌려 남자를 향한다.

“왜요?”

“아.아닙니다.”

“아 수술한 거 모르셨구나.”

“수술?”

나도 모르게 다시 손으로 가린 신이의 가슴을 향해 시선을 돌리게 된다.

“제 취향이 껌딱지는 아니라서. 신이가 딱 제 이상형인데 젖탱이가 문제더라고요.”

“저.젖탱이?”

“하하하하하. 그래서 만나자마자 수술부터 시켰죠.”

“언.제요?”

“음. 이제 8개월 가까이 됐을걸요. 이 두덩어리가 차 한 대 값이지만 결코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뭘 숨기냐. 어차피 다 봤던 사인데 카디건 좀 놔봐.”

남자의 말에 신이가 조심스럽게 여몄던 카디건에서 손을 푼다.

큰 누나뻘인 남자와의 나이 차이에도 명령에 꼼짝 못하는 노예처럼 신이는 한 번의 반항이나 노려봄 없이 다소곳이 않자 손을 내려 무릎위에 올려놓고는 고개만 살짝 숙인다.

모은 팔 안에 모아져 더 커 보이는 신이의 가슴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형태를 갖추고 있었기에 태초부터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던 모습으로 내 기억조차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죽이죠.”

“둘이 무슨 사입니까? 애.인 이에요? 아니면 벌써 결혼.”

“섹파요.”

“.네?”

“신이가 섹스를 진짜 좋아하잖아요. 한 번 물면 씨가 마를 때까지 다 뽑아낼 때까지 놔주질 않는. 모르셨어요?”

“.미.친.”

“하하하하하하. 원래 이정도 얘긴 친구들끼리 자랑하듯 말하지 않나요? 우린 친구들하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는데.”

“.”

“설마 아직도 미련 같은 게 남아 있으세요? 지금도 자기 와이프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열.쇠는 찾았으니까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남았던 미련이란 것이 너무나 부질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 난 더 이상의 모멸감과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자리에서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려 했다. 

“신이가 말 한대로 속이 좁으시네. 능력도 안 되고 물건도 작고, 테크닉도 부족하고.”

“뭐라고!?”

“하하하하.”

자리에서 막 이러나려던 난 어정쩡한 자세로 남자의 비아냥거림에 크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의 비아냥거림은 오히려 내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 

예민한 얘기였다. 금지되어야 할 부부사이의 속사정까지 까발린 것도 모자라 내 경제능력까지 조롱거리로 만들 여자가 분명 아니었지만 나자의 비아냥거림으로 인해 분노의 화살을 그녀에게 돌리게 된다. 

“당신은 뭐가 모자라서 이런 미친놈하고 만나고 다니냐? 당신, 애새끼랑 이러고 다니는 거 장인, 장모님은 알고 계셔!?”

“크크큭. 누가 애새끼처럼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네.”

“뭐!?”

“오. 잘 하면 한 대 치시겠습니다.”

“너 이 새끼 나와. 나가서 어른하고 조용히 얘기 좀 하자.”

“감당이 되겠습니까?”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위협에 쫄 기는커녕 등을 뒤로 조금 더 젖히며 우습다는 듯 날 똑바로 응대하는 놈의 행동에 오히려 내가 주춤하게 된다. 그리고.

“그만해요. 한상씨는 프로까지 갔던 권투선수였어요.”

아내의 걱정 아닌 걱정이 날 더 초라하게 만들었고 더 욱하게 만들었다.

“나 와! 권투 같은 소리 하네! 너 같은 새.”

“쪽팔리게 다 쳐다보잖아요. 싸움하자고 온 거 아니니까, 진지한 얘기나 나누는 게 어떠세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신이가 속옷 하나 안 입고 돌아다닐 정도로 왜 변했고, 왜 전남편 분을 찾아 이곳까지 왔는지.”

“.”

“진정하시고요. 신이도 처음부터 이런 여자는 아니었다는 건 누구보다 전 남편분이 가장 잘 아실 테니 궁금하실 거 아닙니까. 그래도 한 때 아내였던 여자인데 왜 이렇게 변했는지 말이에요.” 

“날 찾은 이유가,, 의도가 뭐냐? 이런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나누려고 온 건 아닐 텐데.”

“게임을 하자고요.”

“.뭐!?”

“여기선 좀 그렇고. 저희 집으로 가시죠. 이런 시끄러운 장소보다는 훨씬 좋거든요. 그리고 태규씨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겁니다.”

“태규씨?”

“가시죠.”

어이가 없어 하는 날 무시한 채 아내가 한상씨라 불린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런 남자를 조용히 따라 일어난 아내의 모습에 더 기가 차게 된다. 날 사랑해 그렇게 미안해하던 아내의,, 신이의 모습은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잔에 남은 소주를 단 번에 목에 털어놓고는 그 남자를 나도 쫓아간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고급 아파트의 12층에 위치한 한상의 집은 첫 입장부터 날 기죽게 만들었다.

족히 50평은 되어 보이는 내부의 구조는 커다란 거실과 주방을 개조해 바로 만든 형태까지. 단층이라고는 해도 젊어 보이는 남자가 전 와이프였던 신이와 둘 만이 살기에는 너무 과분해 보였다.

“가볍게 와인 한 잔부터 하시죠. 신아 세팅 좀 해.”

“.네.”

한상이 말을하며 커다란 소파에 몸을 깊게 기대며 앉자 신이가 날 한 번 바라보곤 주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 신아 집에 들어왔으면 실내복으로 갈아입어야지?”

“네? 지.지금요?”

“그럼? 설마 지금 전 남편 앞이라고 내숭떠는 거냐? 다른 놈들 앞에서 홀딱.”

“아.알았어요.”

실내복으로 갈아입으란 소리에 당황을 하는 모습에 의아해하던 난 다른 놈들 앞에서 벗고 지냈다는 한상의 말에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그러나 곧 그런 남자의 말보다 아내의 행동에 더 놀라게 된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가 갈아입은 실내복이란 것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나풀거리는 테두리가 있는 특이한 메이드용 앞치마였다. 옷을 입고 앞에 매는 앞치마를 말 그대로 전라의 몸으로 가슴아래부터 시작하는,, 그래서 커다란 젖탱이가 훤히 보이며 골반의 앞부분만을 겨우 가리는 짧은 앞치마만을 입고 신이가 주방에서 끈 밖에 보이지 않는 뒤태로 술과 안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런 전아내의 뒷모습에 홀린 듯 시선을 뺏긴 나였고, 재미있다는 듯 웃음 섞인 말투로 그런 날 부른 건 한상이 놈이었다.

“몸매 죽이죠!”

“.”

“웃기네요. 만약 이혼을 안 했다면. 자신의 아내가 저런 모습으로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참 재미있는 상황이 일어날텐데 말이죠.”

“둘 다 미쳤군. 아무리 당신 말대로 이혼한 사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둘이 뭔 짓을 하고 다니던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도덕이나 이성 같은 걸 아예 모르는. 됐습니다. 전 이만.”

“여기까지 쫓아왔으면서 왜 그러십니까.”

“무.뭐?”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가 무슨 내기를 제시할지. 신이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됐습니다. 이제 저랑은 상관없습니다.”

“신이가 저랑 헤어지고 싶다고 하더군요.”

“.!?”

남자의 말에 고개를 돌려 아내를 향했을 때, 너무도 음란한 모습으로 아내가 쟁반에 고급와인과 과일 안주를 들고 다가왔다.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올려놓은 아내는 놀랍게도 소파가 아닌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는다.

한상이 앉은 소파의 바로 옆에 무릎을 조신하게 꿇어앉고는 내 시선을 피하는 아내의 모습에 혹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슨 약점을 잡혀서 이런 노예 같은 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놈의 말대로 신이가 자신의 이런 처지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어 날 찾은 것이라면. 

[띠리롱]

[아.안 돼. 그.그마.만. 아!]

내가 생각에 잠겨 고민하고 있을 때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텔레비전이 켜지고 외부입력이라는 문구가 사라지자 화면 가득 여자의 알몸이 나타났다. 

너무도 익숙한 작은 가슴의 여자. 신이였다. 낯선 남자가 사타구니 사이로 얼굴을 깊게 파고들수록 알몸으로 몸을 비비꼬으며 힘없어 보이는 손으로 밀어내려는 행동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일시정지란 문구가 나타나며 그대로 멈춰졌다.

“우선. 이것부터 보시고 오해하지 마시라고요.”

“오해?”

“이게. 처음으로 신이를 안은 날의 영상입니다. 신이가 처음부터 다리를 벌리던 걸레년이 아니란 말입니다. 친구들 꼬임에 넘어가서 클럽이란 곳을 처음 왔고, 거기서 저한테 낚인 거죠. 물론 약의 도움이 없었으면 저런 모습을 보여줄 리도 없었고 말입니다.”

“약? 지금 약이라고.”

“아아 진정하세요. 신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젠 약 같은 건 손도 대지 않으니까요. 그것보다 약에 취했는대도 저렇게 반항을 하는 모습이 더 꼴릿하지 않습니까? 요즘 년들은 약도 아니고 술만 꼴아도 미친년처럼 허리를 흔들어대는데. 아 요즘 애들을 못 만나 보셨겠네요. 하하.”

“.”

[그마.그만해요. 제.제발.아윽!]

흐느적거리며 남자로부터 벗어나려는 듯 몸을 자꾸 침대 위로 움직이는 신이의 모습에 더 집요하게 남자가 머리를 들이민다. 

그때 무거운 듯 보이는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내였던 신이가 잘빠진 허벅지를 안간힘을 쓰며 비틀자 남자의 몸이 튕겨져 나갔고 남자가 낄낄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제야 모습을 나타낸 슬림하지만 잔근육이 가득한 또 한 명의 남자. 한상이었다.

[비켜봐. 그걸 하나 제대로 못 보내냐.]

[크크크 이 여자 독하네.]

[비켜보라고.]

신이의 허리가 활같이 부웅 떴다가 다시 침대로 떨어진다.

영상에 등장한 강한상은 친구로 보이는 남자를 밀어내곤 몸을 뒤로 빼는 신이의 허벅지를 잡아 크게 벌려 그 중앙에 손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 삽입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를 중지를 이용해 좌우로 흔들어대며 작은 가슴을 이빨을 세워 깨물기 시작하자 신이가 빼던 엉덩이를 허리와 함께 들며 몰려오는 자극에 인사불성에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봤냐!? 아마추어처럼 보지만 졸라 빨아대면 뭐하냐. 삽입 전에, 아니지 삽입하고도 여자의 극포인트가 요 알이라고 알! 아마추어새끼야.]

[와. 근데. 아가씨가 아니라고 했지?]

[뭐?]

[몸매가 완전 아이돌인데! 서른한 살이라고 했나?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네.]

[그러니까 내가 찜 했잖냐! 돌싱이 원래 또 잘 대주고 잘 느낀다는 거 아니냐.]

[헉.]

[아악!]

전 아내인 신이의 신음소리가 한층 커져 방에 울리자 옆에서 자지를 잡고 흔들던 남자가 대화를 나누던 한상에게서 신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클리토리스를 한상이 놈이 집요하게 계속해 자극하자 엉덩이를 들썩이며 맑은 액체를 보지 속에서 밖으로 흘러내기 시작한 신이의 음란한 모습에 낯선 남자의 말문이 막혔고 침만을 삼키게 만든 듯 보였다. 

나와 이혼을 한 후 아내였던 신이는 힘이 많이 들었다는 지인의 말대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한 듯 이전의 군살이 없어진 모습으로 잘 빠진 종아리와 허벅지에 힘을 주며 엉덩이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런 신이의 모습에 한상이 놈이 손을 좀 더 내려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는 보지의 입구를 가르며 중지를 천천히 밀어 넣자 아내가 이전과는 반대로 허리를 굽히며 몸을 크게 한 번 튕겨냈다.

[호. 감도가 죽이네.]

[나.나부터 하면 안 되냐?]

[아직 멀었어! 이제 느끼기 시작했구만.]

[제.제발.]

자지를 넣어달라는 것인지. 방금 전처럼 그만둬 달라는 것인지 모를 신이의 ‘제발’이라는 애원을 스피커를 통해 들으며 손바닥을 땀으로 흠뻑 적신 주먹을 쥐게 된다.

[애간장이 탈 때까지 애무를 하다가 스스로 원해서 허리를 흔들어야지 강간이 안 된다고 이 아마추어 새끼야!]

[그러냐.꿀꺽]

[아아아.그.]

[뭐? 아직도 그만하라고?]

[아]

분명 한상이 놈은 여자후리는 프로였다.

손가락의 둘째 마디까지만 집어넣고는 펌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을 이용해 여전히 신이의 클리토리스를 누르며 문지르듯 더 집요하게 자극하기 시작했고 신이의 몸은 점점 더 쾌락을 갈구하는 여자처럼 그런 놈의 손바닥움직임에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제대로 걸렸네. 보통 년은 무조건 씹질 부터 해달라고 매달리는데. 이 와중에도 안 느끼려고 지 손을 깨물어? 이래도 버티나 보자.]

한상이가 허리를 숙여 신이의 귓불부터 목덜미까지 잘근 씹어대듯 입술을 움직이며 다른 한 손으로는 몸을 지탱하며 신이의 작은 가슴을 움켜쥐고는 천천히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아흐윽.]

[질겅질겅쩍]

샘물처럼 엉덩이를 타고 흘러내리던 신이의 애액들이 침대를 적시기 시작했고 신이의 엉덩이는 그런 자신의 애액을 부정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한상이 놈의 손바닥에 더한 자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들려지는 것인지 모를 들썩임을 보여주며 흡사 경련까지 허벅지에 보여주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크크. 제까짓 년이 약도 들어가는데 어딜 버티고 지롤이야.]

[흑흑.아]

[한상아. 나. 나부터 하자.]

[미친놈. 웃차!]

몸을 일으킨 한상은 침대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입고 있던 팬티를 내렸다. 

말.말자지.

완전히 발기를 하지 않은 듯 아직 고개조차 들지 않은 한상의 자지인대도 어린아이 팔뚝만한 자지가 화면에 가득 들어왔다.

애무가 끝난 후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내의 위에서 잠시 동안 음미하듯 내려 보며 야동에서의 흑인 대물이란 놈들의 물건으로나 봤을법한 커다란 자지를 잡고 앞뒤로 흔들던 강한상이가 음미를 끝낸 듯 신이의 허벅지를 잡고 천천히 허리를 숙인다.

귀두 바로 아래를 손으로 잡고 신이의 젖어 번들거리는 보지의 양 끝을 다른 손으로 벌리며 맞추기 시작했고 천천히,, 삽입의 모든 감촉을 느끼려는 듯 커다란 귀두를 아주 천천히 벌어진 보지 입구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으윽. 뭔 보지가 이리 좁냐.]

[좁아? 어.어떤데?]

[자지가 아프.]

[흐흑. 태.태규씨. 태규씨.]

[뭐라는겨? 태규는 누구야? 한상아 빨리 해.]

[가만히 있어 봐.]

[흑.태규.태규씨.흑.엉엉.]

내 이름이 스피커 너머에서 들려왔을 때 내 귀를 의심하게 된다.

술과 약에 취한 상태라고 몇 차례나 강조하던 강한상의 말에도 아내였던 신이는 흐느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날 부르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뭐 해!? 안 해!?]

[.]

[태규씨. 흑흑.흑흑.]

[야 비켜봐! 자지 터질 거 같아서 도저히 못 참.]

[꺼져.]

[무.뭐?]

[꺼지라고 새끼야!]

[하하. 농.담하지 말고. 기다리면 되잖아. 너 끝나면. 그 다음에 할.]

[꺼지라고!]

화면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강.간을 한 거냐?”

“강간이요? 글쎄요. 신아. 내가 강간했냐?”

한상의 바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신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본인이 강간이 아니라는데. 이것도 강간죄가 성립 됩니까?”

“너. 미쳤니? 신아.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어?”

이정도의 건물에 살 정도라면.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그래서 더 철이 없고 법의 무서움을 모를 놈이 강한성이라는 이 놈이라면 이런 동영상을 빌미로 착하고 겁 많은 신이를 협박했을 게 분명했다. 

“신이야. 아니 여보! 이 새끼가 협박하면 내가 지켜줄게. 이 더러운 새끼 같은 놈 옆에서.”

“음. 더럽긴 한데. 협박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절 그렇게 보셨다니 섭섭하네요.”

“.”

“넌 조용히 해! 권투선수? 니미 좆이나 까고! 너 같은 새끼는 하이킥 한 방이면 10m는 날아가 이 개새끼야!”

“크크크. 와. 왜 이혼을 하셨어요. 그런 마음이었으면 끝까지 잡았어야지.”

“이. 이 새끼가.”

“와. 무섭네. 신이야 네 전 남편 진짜 무섭다.”

“넌 죽었.”

“오랜만에 쫄았더니. 오히려 흥분이 되네.하하하. 신이야”

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강한상이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린다.

팬티도 입지 않았는지 곧바로 흉측해 보이는 커다란 자지를 끄집어내더니 이내 신이를 부르며 눈짓을 한다.

이 황당한 순간에 오히려 몸이 굳어진 건 나였다.

아니. 신이가 아무 말도 없이 꿇은 무릎을 그대로 옮겨 허벅지를 벌린 강한상의 가운데로 이동해 그 커다란 자지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지 않았다면. 

그리곤 신이가 아직 완전히 커지지 않은 강한상의 자지를 손으로 세워 입으로 가져가 천천히 빨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뛰어넘어 놈의 면상을 발로 후려갈겼을 것이다.

“으음. 아래 보지도 보지지만. 윗 보지도 최고라니까. 아 전 남편분도 입안에서 혀로 감는 신이의 테크닉에 몇 번이나 사정을 하셨겠네. 아그냥 물고 빨기만 했었다고 했나? 하하하하.”

“미친.새끼. 개새끼들도 아니고 잘 먹고 잘 살아라! 내가 살다 살다 더러워서.”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커다란 자지에 이미 신이는 몸도 마음도 다 돌아선 게 분명했다.

아니. 이런 호화로운 주택에서 남부러울 게 없이 살아온 강한상이란 놈의 능력과 더불어 저 커다란 자지의 마력이라면. 어떤 여자라도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도 초라해지기 전에 난 자리를 피하게 된다.

“내기는 포기하시게요?”

“.미친 새끼. 여보. 아니. 이 년아 너도 빨리 정신 차려! 이런 새끼랑 같이 있어봐야 몸만 버리고 나중에는 크게 후회만 한다는 거 모르냐!?”

“그러니까 님이 구해주시라고요.”

“.뭐?”

“나 같은 놈하고 살아봐야 몸만 버린다면서요. 뭐. 평생 살 마음도 없지만. 님이 말 한대로 가지고 놀다가 언제 버릴지 모르니까. 그 전에 이년을 나보다 더 뿅 가게 만들어서 뺏어가란 말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2개월.”

“.”

“2개월 후에 전 독일로 유학을 갑니다. 여차하면 안 돌아올 생각인데. 그 때까지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드릴 테니까. 잘 생각해보시죠. 만약 신이가 내가 아니라 당신을 택한다면. 이 집하고 차, 그리고 배팅금액이라고 하긴 좀 웃긴 돈까지 드리죠.”

“진짜 미쳤구나.”

“하하하하하하. 어떻게 하겠습니까. 남아도는 게 돈이고 시간인데. 이게 참. 무료함이라고 아세요? 지루함. 권태감. 이제 겨우 스물여섯인데 일반적인 연애는 지루해서 못하겠고 일반적인 섹스에는 발기조차 안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넌? 이런 일방적인 게임이 성립이 되나? 게임이란 게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이뤄지는 거잖아.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냐? 능력도 안 되고 자.지도 작은 나 같은 놈한테 얻어먹을 게 뭐가 있다고 이런 게임을 하냔 말이야.”

“크큭. 하하하하하하하하.”

“.”

“주제파악 하나는 제대로 할 줄 아시네”

“이.새끼가.”

‘툭’

테이블 아래에서 몇 장이나 되는 종이뭉치를 꺼내 툭하고 내 앞에 던져 놓는다.

집을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슬쩍 눈을 옮겨 그 서류의 표지를 보는데,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보이는 이상한 글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서류였다.

“.”

“계약섭니다.”

“계약서?”

“손을 좀 대긴 했지만. 워낙 바탕이 좋은 년이라서 비싸게 팔리더군요. 거기다가 이 계약 전에 모델로 좀 활동을 하기로도 계획이 잡혀 있으니,, 몸값은 더 청정부지로 치솟을 테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데?”

“보자. 동양인의 미를 갖춘 쩌는 여자가 모델로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포르노 스타가 됐다! 갱뱅에 스와핑, 거기다가 유럽에서 유행하는 동물하고도 쩌는 스펙의 동양모델이 뒹군다라. 신이 이 년이라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무.뭐? 뭐라고!?”

“왜요? 불가능 할 거 같아요? 에이전트만 잘 고르면 168cm의 작은 키라고 해도 46kg에 꽉 찬 C컵 글래머라면 충분히 먹히고도 남을 텐데. 아 얼굴을 자세히 못 보셨구나. 얼굴도 좀 고쳤는데. 신이야 그만 빨고 일어나서 자세히 좀 보여드려.”

잘 조교된 강아지처럼 신이가 강한상의 말에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몸을 일으켜 마지막 남은 앞치마까지 전부 벗어버린다.

그때까지도 검은 줄로 이뤄진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던 난 아내의 얼굴에 또 한 번 크게 놀라게 된다.

워낙 미인형인 얼굴이긴 했지만 없었던 짙은 쌍꺼풀과 그로 인해 더 커진 눈, 원래 오뚝했던 콧날은 그대로였지만 커진 눈망울로 더 돋보이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긴 목선에서 내려온 커다란 유방. 신이의 커다란 유방은 이물질 특유의 벌어짐이나 처짐도 하나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봉긋 솟아있었다. 출산 경험이 없는 핑크빛 유두조차 살짝 고개를 들고 있었기에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을 발했으며 잘록한 허리와는 대조적인 약간의 오리궁댕이는 그 선을 더 자극적으로 나타냈다.

그리고.

똥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타구니의 중심엔 아주 작게 역 삼각형을 그리고 있는 풀숲이 딱 그 모양만을 갖춘 채 아래로 이어지지도 않았었다. 작았던 가슴과 함께 아내의 콤플렉스이기도 했던 무성하다 못해 풍성한 털들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기에 한참동안 사타구니에 시선을 머물게 된다.

“쌍꺼풀하고 앞트임, 물방울 성형에 완전 제모로 둔턱 빼고는 전혀 털이 없습니다. 처음 만났을 땐 무슨 정글인 줄 알았다니까요. 크크크”

“당신. 진짜 미쳤군.”

“하하하. 전적으로 제 취향이라 서요. 처음엔 식겁하던 신이도 변하는 모습에 이젠 만족하더군요. 이정도면 당장 카메라 앞에 내놔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아! 앉아서 벌려 봐. 이왕이면 더 자세히 보여드려야지.”

또 말 잘 듣는 강아지라고 해도 갈등이 생기는 지 신이가 전 남편인 내 바로 앞 소파에 앉아 잠시 망설이지만,, 한상의 턱짓에 이내 천천히 허벅지를 벌려 M자로 자신의 음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 커다란 자지가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고는 믿기지 않는 분홍색의 살짝 갈라진 신이의 민둥산이 보지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내 분노가 담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이내 고개를 숙인 신이었지만 그 자세만은 한상의 지시가 떨어지기 바로 전까지 계속 벌린 채로 유지하고 있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이 집에서 같이 살면서 동등한 조건과 동등한 환경에서 두 달 만에 누가 더 신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냐! 는.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제가 동등한 조건이라고 말한 이유에서도 아시겠지만 태규씨한테도 한도가 있긴 하지만 쓰고도 남을 카드도, 이 집의 키도 똑같이 드릴 테고, 저와 똑같이 즐기실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단! 플레이 중에는 어떠한 관섭과 방해도 용납이 안 된다는 핵심 룰을 지켜야겠죠. 간단히 말해 제가 먼저 신이를 생판 모르는 놈들과 돌려 먹어도 태규씨는 관전 외에는 어떠한 관섭이나 방해를 하시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신이가 허락했다면 그건 저한테 제공된 시간이니까요. 물론 태규씨도 신이를 어떻게 돌리든지 저도 상관할 수 없다는 룰이란 말이죠. 단 세 명의 합의가 이뤄졌을 땐, 아니. 신이가 먼저 저나 태규씨를 결정 한 이후에는 어떠한 결정권도 없겠군요. 그럼 저와 태큐씨의 합의가 이뤄졌을 때에만 셋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죠.”

“.”

“이해를 못하셨나요? 그러니까 다른 놈을 데려와서 신이랑 신나게 즐겨도 된다는 말이고, 반대로 다른 년을 데리고 와서 신이가 아닌 그 다른 년하고 신나게 즐기셔도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다른 년을 데리고 올 때에도 모든 물건에 대한 이용제한은 없다는 거고요. 하지만 신이의 결정이 이 게임의 승리로 향하는 것이니 알아서 해야겠죠.”

“단단히 미쳤.”

대답대신 욕을 한다. 그리고 이 황당한 제안을 하는 한상이 놈이 아닌 아내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바로 앞에서 저 새끼가 하는 얘길 듣고도 이러고 싶니? 내가 아는 한신이는!. 내 아내였던 넌 이렇게 걸레 같지도, 창녀 같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변했니. 너 팔아버린다잖아! 독일 가서 널.”

신이는 고개만 숙인 채 어떠한 말도 없이 조용히 다리를 모아 앉아있다.

“너도 미쳤구나. 완전히 돌았어. 아직까지도 너란 여자를 아내였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네.”

“신이가 여기 남는다면. 그러니까 제가 독일로 갈 때 날 따라가지 않는다면 그땐 태규씨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이 집하고 차, 이긴 댓가로 받은 승리금으로 새 출발하셔도 되고, 신이를 데리고 같이 살아도 되고 말이죠. 그건 마음대로 하셔도 된다는 말입니다.”

“.”

“신이가 여기에 남아도 법적으로는 남남이니까 전혀 부담 가질 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잖아요. 이혼한 사인데.”

“미.친놈. 내가 네 놀음에 놀아날 거 같아!? 미친 놈, 년 끼지 잘 만났네. 잘 먹고 잘 살아라.”

“하하하. 언제든 마음 변하면 연락 주십시오. 단. 2개월 후에는 예정대로 전 독일로 출발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 오셔선 시간이 없다고 징징거리셔도 소용없다는 말이죠. 그리고.”

‘휙’

얼떨결에 한상이 놈이 던진 물건을 두 손으로 받게 된다. 

“술도 다 깨신 거 같은데 그걸로 집에 가시죠. 잠시 동안 미친놈과 어울려주신 보답입니다.”

자동차 키였다.

진짜로 미친놈이 확실했기에 아주 잠깐 자동차 스마트키를 내려 보곤 그대로 바닥에 던지려 했다.

“이미 명의는 태큐씨 앞으로 돌려 놨습니다. 보험도 10년 동안은 걱정하실 필요 없으시고,, B32에 주차 해놨으니 그냥 쓰세요.”

“.”

“의심이나 부담가지 마시고요. 그래도 한 때 아내 분이셨던 여자를 제가 취했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래! 주는 거니까 고맙게 받으마. 당장 팔아버려도 상관없는 거겠지!?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너야말로 돌려달라고 징징거리지 마라!”

“하하. 역시 화끈하긴 하시네요.”

‘삑삑 빵’

아우디.

지하 3층에 내려와 스마트키의 스위치를 누르자 하얀색 아우디가 대답을 한다.

한참동안 차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생각에 잠긴 나였다. 이런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게임을 제안한 강한상이란 놈에 대해, 그리고 그런 한상의 명령에 어떠한 거부도 없이 다 벗고 무릎까지 꿇는 신이의 모습.

뭔가가 단단히 잘 못된 게 분명했다.

오기와 분노에 차키를 받아 나오긴 했지만. 내가 미쳤었다는. 그 미친놈의 장단에 놀아난 거 같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용서가 되질 않는다.

키를 바닥에 막 내리꽂으려 팔을 들었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내 뒤통수를 때린다.

“여보.”

“.여보? 내가 왜 당신 여봅니까?”

“.”

“후.”

노브라였지만 그래도 걸치고 나온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예전 모습 그대로인 신이가 내 비아냥거림에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자 괜히 마음 한구석이 먹먹히 진다.

“왜?”

“미.안 해요.”

“미안해? 내 앞에서 그 새끼 자. 그런 짓을 했으면서 미안하다고? 마음 같아선 당신도 때리고 싶더라. 날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됐다. 이건 잘 타고 다닌다고 전해줘라. 생각지도 않은 걸쭉한 이혼합의금을 이제 받았네 너도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저런 놈을 낚았냐? 새파랗게 젊은 놈에 돈두 많고 자지. 에휴.”

핀잔을 주며 타박을 하던 난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신이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말이 어차피 ‘소 귀에 경 읽기’일 거란 걸 알았기에 말문이 자연스럽게 막힌 것이다. 

그런데.

“빨.아 줄까요?”

“.뭐?”

“.”

내 귀를 의심하게 된다.

“지금 뭐라고 했어?”

“.”

“그래. 오랜만에 옛 마누라 맛 좀 봐야겠네. 전 남편 앞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의 자지를 아무렇지 않게 빨아대는 여잔데 멀리 갈 거 있나?”

신이의 팔목을 잡고 그대로 주차장 구석으로 향했다. 

차로 인해 가려져 더 어둑한 구석에 신이를 몰아세운 난 지퍼부터 내린 후 팬티위로 내 자지를 꺼낸다. 그 한상이란 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였지만 14cm정도로 평균 이상은 된다는 자부심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나였기에 서슴없이 자지를 꺼내 아내였던 신이의 머리를 잡아 위에서처럼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야근으로 인해 삼일동안 씻지도 않고 일만했던 난 예전이라면 바로 샤워부터 하고 아내에게 다가갔을 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았기에 아직 커지지도 않은 자지를 손으로 잡고 신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강제로 들이밀기 시작한다.

하루만 안 씻어도 찌린내 날 자지로 예전의 아내였다면 분명 헛구역질까지 하며 씻고 오라 타박했을 텐데.

신이가 자연스럽게 입술을 벌려 내 자지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후물거리는 자지를 입에 담은 신이는 입술로 밑동을 꽉 물고는 머리를 천천히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더불어 이빨로 살짝 문 형태로 귀두의 끝부분을 혀로 간질이며 흔들기 시작했고, 내 의지와는 정반대로 자지가 성을 내기 시작했다.

1년이란 시간동안 어떤 조교를,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이는 나와의 결혼 생활엔 꿈도 못 꿨을 행동으로 지하주차장이란 공간에서 내 자지를 열심히 빨기 시작했다. 금세 커진 내 자지를 잡고 움직여지는 신이의 머리를 내려다보던 내 머릿속에선 분노란 감정과 함께 쾌감과 흥분이란 감정이 뒤엉켜 혼란스럽게 만든다.

불알까지 주무르며 오럴을 하는 신이의 모습에 분노란 감정이 더 커지기 시작했고, 난 거칠게 신이를 일으켜 세워선 그대로 몸을 돌려 지저분한 벽을 향해 멀어버렸다. 

커다란 가슴이 벽에 짓이겨지며 하얀 티셔츠에 먼지가 잔뜩 묻어나는 상황에서 팔을 앞으로 돌려 신이의 청바지 단추를 풀었고, 지퍼를 내리려 손을 움직이는데. 지퍼의 형태가 이상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다 멈춰야 할 지퍼의 헤드가 끝도 없이 밑으로 내려갔고 곧 그 헤드는 가랑이를 통과해 엉덩이 골까지 이어져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음란한 청바지를 입고 날 마중하러 나온 신이의 의도를 간파하게 된 난 더 거칠게 신이를 벽에 몰아세우며 지퍼를 끝까지 풀어 버렸다. 

청색의 면 사이로 훤히 드러난 신이의 엉덩이 골을 보며 급격히 밀려오는 흥분감을 못 이기고 신이의 골반을 잡아 당겨 빼낸다. 상체를 벽에 기댄 채 엉덩이만을 치켜세운 꼴로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신이의 모습은 엄청난 성적흥분을 이끌어냈고 난 주저 없이 청바지의 크게 벌리며 갈라진 그 틈 사이로 자지를 단 번에 밀어 넣었다.

“아”

“이 더러운. ”

미끄러지듯 자지가 신이의 젖은 보지 사이를 가르며 들어갔다.

엄청난 조임이 고스란히 자지 밑동까지 전해지며 격한 쾌감을 내게 선사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강한 조임이었다.

방금 전 봤던 그대로 도저히 그 큰 자지가 들락거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조임으로 내 자지를 감싸며 벌써부터 잘근거림의 씹는 느낌을 질 내벽 전체로 내자지에 선사하는 아내의 보지에 감탄사가 밀려왔다.

예전에도 명기라고 느꼈던 아내의 보지 속은 단련이라도 한 듯 작정하고 내 자지를 씹어대며 스스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모습에 또 한 번의 분노와 쾌감이 동시에 밀려오기 시작했고 난 더 거칠게 한 손으로는 신이의 목덜미를 잡고 벽에 밀어댔으며 한 손으로는 신이의 골반을 잡고 내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아.여.여보.아”

“여보 같은 소리하네. 내가 왜 니 여보야! 걸레 같은 년이 누굴 여보라고 불러! 헉헉.”

“아아.아 흑.”

방에서부터 신고 있던 하이힐로 보지 구멍과 내 자지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맞춰져 신이는 엉덩이를 뺀 채 내 격렬한 허리 움직임을 쭉 뻗은 다리로 받아내며 헐떡임을 애써 참고 있었다.

간간히 자지의 기둥에 지퍼의 이빨들이 긁어대며 고통을 내게 주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고통과 상황이 더 큰 쾌감으로 날 이끌었고. 채 5분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아내를 벽으로 더 밀어재끼며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읍읍.흐읍!”

더 격렬하게 몇 차례 아내의 보지를 뚫듯 박아대자 손으로 틀어막은 아내의 입에서 단발마의 막힌 신음소리가 새워 나온다. 

자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내 정액들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을 때 보이는 청바지의 갈라진 사이로 보이는 아내의 하얀 엉덩이 골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옮겨 그곳을 더 크게 벌리게 된다. 청색의 사이로 털 하나 없는 뽀얀 속살들 틈으로 뚫고 들어간 내 자지의 모습은 방금 전 사정을 했는데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게 만들었다.

“헉!.허.헉. 자.잠.아아”

곧바로 다시 시작 된 내 펌핑에 숨을 고르던 신이가 다시 헐떡인다.

난 신이의 양 팔을 잡고 자지를 박은채로 자리를 이동해 벽이 아닌 승용차에 신이를 기대게 했고 더 숙여진 자세로 고개를 숙인 신이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더 크고 거칠게 펌핑을 시작한다.

“아아.아.”

블랙박스의 깜빡이는 불빛도 무시하고 오로지 신이의 보지를 더 거칠고 세게 박으려는 본능을 따라 그렇게 신이의 청바지를 움켜쥔 채 허리를 빠르게 움직인다.

“아흑.아. 여.여보.여보.아”

“닥치라고.헉. 더러운 입으로 날 부르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마! 헉.”

“아.흡.흡.흐흡,.”

정액으로 뒤범벅이 되어 청바지까지 적시기 시작한 신이의 보지는 딸딸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아니 예전에 신이가 내 아내였을 때 느꼈던 섹스와는 차원이 다른 감촉과 쾌감을 선사하며 날 몰아세웠다. 

더 빨리 허리를 움직이게 만들었으며.

내 자지를 평소 음란한 생각과 경험을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크게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이런 내 격렬한 흥분을 본능적으로 느낀 신이인지. 차의 트렁크 부분을 팔꿈치로 짚고는 내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한다. 내 명령대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엄지부위의 손등을 깨물며 억지로 참아내며 허리를 흔드는 신이의 모습은. 

“윽!”

“흡.으흠”

“.씨.발.”

“.미.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폭풍 같은 사정 뒤에 자지를 여전히 박고 있는 상황인데도 나도 모르게 욕이 새어나왔다. 

그런 내 혼잣말에 트렁크에 몸을 완전히 기댄 채 신이가 나지막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미안하다 말을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게임,, 

도박과도 같은 게임을 제안 받게 된다면?

삼자로서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결코 밑질게 없는 게임이다. 내가 사랑했고 아내였던 여자가 게임의 대상만 아니었다면, 아니 이미 이혼 한 상태의 여자는 엄밀히 말해 남이었기에 아무 감정조차 없는 여자라고 가정한다면. 

비록 내 아내였던 여자였지만 이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의 능력과 괴물 같은 자지에 놀아나는 멍청한 여자였고 2달이라는 시간동안 무슨 짓을 해도 모두 용서가 될 걸레 년으로 변한 전 아내를 굳이 걱정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여자를 위해 스스로 자학하고 괴로워 할 필요가 있느냔 말이다. 

이 외제차까지 인심 쓰듯 내게 선물한 한상이란 놈의 재력은 살고 있는 주택만을 놓고도 내 예상범위를 훨씬 넘어설게 분명했고 승리의 댓가란 그 보상금도 내 상상보다도 훨씬 더 큰 것이 분명할 것인데 옛 감정보다는 로또와도 같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기회주의적 생각에 잠겨 본다. 

만약 전 아내였던 신이만 제대로 꼬신다면.

일부러 아내를 내려 보냈을 게 분명한 놈의 의도와 자만심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정도로 충만 할 테니 파고들 허점이란 게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 올라갈게요.”

“.”

“그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날 뒤로하고 아내였던 신이가 몸을 세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지하주차장이라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신이의 하이힐소리에 멍하니 걸어가던 뒷모습만을 쳐다보던 난 미쳐 뒷마무리를 제대로 해 주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는 신이를 불러 세웠다. 

“어.신이야.”

“.?”

“지퍼.”

내 시선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응시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신이는 숙인 고개를 들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옅은 미소까지 보이며 내게 대답을 했다.

“.괜찮아요.”

“뭐?”

“그이. 한상씨가 끝난 그대로 올라오라고 했어요.”

“.”

“그럼. 운전 조심하세요.”

아내는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엘리베이터로 또각거리는 소리를 이어가며 걸어간다.

그 변태 같은 새끼의 명령대로 나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나로 인해 채워지지 않은 부족함을 채워주며 자신의 우위를 증명하려는 게 분명했다.

마지막 남은 감정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신이를 제자리로 돌려 놔야 된다는 고민해보지만. 

지금은 움직일 때마다 실룩거리며 나타나는 갈라진 청바지 사이로 더 뽀얀 신이의 엉덩이 골을 쳐다보며 참기로 한다.

만약 이 게임이란 것에 참가를 한다고 해도 내겐 더 많은 정보와 사실, 그리고 계획이 필요했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사이로 신이가 손을 내려 청바지의 갈라진 틈 사이의 사타구니를 쓸어 올린다.

두 번이나 사정을 했기에 당연히 흘러나올 정액들을 닦아내듯 쓸어 올린 신이는 잠시동안 자신의 손을 적신 내 정액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고, 문이 닫히기 직전 냄새를 맡듯 코에 가까이 대는 듯 보였다. 

“현민아. 혹시 강한상이라고 알고 있냐?”

“강한상? 우리 동창 중에 강한상이 있었나? 강.강. 아! 그 뚱뚱한?”

“아니. 걔는 강한중인가 그랬고.”

“한상이는 잘 모르겠는데. 누군데?”

“.”

“누군데?”

“내 전 와이프 애인.”

“.”

“.”

“설마 너 그 날 그 술집에 다시 돌아갔었냐?”

“.”

“미친놈. 뭔 꼴을 보고 싶어서 거길 다시 갔냐? 딱 보면 답 안 나오던!?”

“답이 나오다니?”

삼일 만에 다시 만난 동창과 조촐하게 술잔을 나누며 그동안 조사한 한상이란 놈에 대한 정보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증권가에서 일하는 동창인 김현민이라면 증권찌라시란 것도 얼마정도는 알고 있을 거란 짐작에 슬그머니 꺼낸 얘기였다. 

“넌 아무리 이혼했다고 해도 전 와이프의 옷차림도 제대로 안 봤냐?”

“옷차림?”

“그래 이놈아! 딱 봐도 콜. 보통은 아닌 여자처럼 야하게 입고 있던데, 그런데 왜 굳이 껄끄러운 합석을 권했겠냐고 이놈아! 척하면 딱이지!”

“알아듣게 설명 좀 해봐. 뭐가 딱인데?”

“너 가지고 장난치려던 거 아니야? 척 봐도 제비같이 얍삽하게 생긴 놈이던데. 어쩌다가 그런 놈한테 걸려서 그렇게 입고 다니냐고. 그 정도 미모면 남자 놈들이 줄을 서도 열 두 줄. 미안하다. 내가 좀 주책이었네.”

“그렇게 보였어?”

“야야. 딴 생각하지 말고 마셔. 그리고 너 잘 헤어진 거야! 그런 여자랑 살면 등골 휜다. 얼굴부터 몸매. 아고 내가 취했나. 먼 헛소리를 이렇게 하냐.”

“괜찮아. 어차피 남의 여자고 남의 년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냐.”

“그렇지!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지! ‘님’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자가 된다잖냐. 그리고 헤어진 지 몇 년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새파랗게 젊은 놈을 끼고 돌아다니는 여자는 천성부터가 글러먹은 거야. 잘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후루룩. 뭐?”

“신. 전 와이프가. 그때 만난 그 여자가 나하고 좀 만나고 싶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

“뭐!? 만나다니?”

“음. 미련이 좀 남았다던가. 아니면 옛날 생각이 나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리웠을 수도 있고. 하여튼 나도 잘 모르겠는데 따로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뭘 고민해! 당장 만나!”

“만나? 그래도 애인이 있는데.”

“애인인지 제비인지 알게 뭐냐!? 너 혹시 아직도 그 여자한테 미련이 남아 있어?”

“아.아니.”

“아니다. 만나지 마라! 말 더듬는 거 보니까 미련이 남았네! 만나서 괜히 독박 쓰지 말고 그냥 무시해라.” 

“미련이 왜 남냐! 나 마음 정리한 지 한참 됐어. 진짜야!”

“.”

“진짜라니까! 그 년이 내 잠자리테크닉이 그리워하는 거 같아서 그렇지. 미련이 왜 남냐!”

“진짜?”

“그렇다니까!”

“그럼 선 긋고 즐겨.”

“선을 긋다니.”

“어차피 그 여자도 남친이 있는 거고, 너도 여친 만들어서 새장가 가야 될 거 아니냐. 나중에 달라붙으면 어떻게 하려고? 지금부터 다시 만난다고 하면 너한테도 대주고 그 남친이란 새끼한테도 대준다는 건데. 그러다가 달라붙으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음탕하게 즐길 거 뻔 한 년인데 다시 재결합이라도 하자면 결혼이라도 할 거냐고.”

“.그냥 즐기라고?”

“그 정도면 땡스베리머치지! 무심한 남편을 둔 유부녀보다 더 꼬시기 쉬운 게 돌싱이라고 했다. 뭐 그 여자도 어차피 다 알면서 너한테 다시 접근한 거겠지만.”

“접근을 한 거라고?”

“그럼? 그 술집이 그 여자랑 자주 갔던 곳이라며. 그런데 우연찮게 남친을 데리고 전 남편이랑 자주 갔던 곳으로 술을 마시러 와서 널 만났다고? 그게 확률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지나가다가 우연찮게 1000원짜리 로또 한 장을 주웠는데 그게 2등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적은 경우의 수가 그 날의 우연이야. 그게 과연 우연이겠냐고.”

현민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 날 멍해져 가만히 있던 날 뒤로하고 먼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던 현민의 행동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당사자가 아닌 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땐 그 상황이 얼마나 이상하고 비현실적이었다는 걸, 전 아내인 신이의 복장을 떠나 강한상이란 놈의 등장과 타이밍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웠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근데 강한상이란 놈은 뭐하는 놈이래?”

“.뭐?”

“강한상이란 놈이 전 와이프 애인이라며. 그 날 대충 얘기는 나눴을 거 아니야.”

“별다른 얘긴 안 했어. 그냥.”

“그냥 뭐? 답답하게 왜 이렇게 뜸을 들이냐?”

“새로 사귀고 있다고 소개하더라고.”

“그 여자도 이상하네. 껄끄럽게 뭔 소개를 시키냐? 이혼하고 난 이렇게 팔팔한 영계랑 논다! 넌 뭐하고 지내냐!? 라는 거냐?”

“.”

친구의 얘기에도 온 정신이 강한상이란 남자에게 뺏겨 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고 SNS나 트위터를 다 뒤져봐도 강한상이란 이름의 동명이인만 보일 뿐 정작 내가 원하던 답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을 죄다 손에 끼고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만 가자.”

“뭐? 벌써?”

“피곤하다.”

“. 데려다 줄게.”

“아냐. 나도 대리 부르지 뭐.”

“대리? 너 차 샀냐?”

“.응.”

“올 보너스라도 받았냐? 아니지. 네가 쥐꼬리만 한 보너스를 받았다고 무리해서 차를 살 놈이 아닌데. 갑자기 무슨 차야”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라. 간다.”

“같이 가!”

계산을 하고 나온 날 굳이 따라온 현민이의 목적은 새 차 구경이었다. 

아우디란 수입외제차를 현민이가 본다면 분명 호들갑을 떨 게 분명했기에 일부러 현민이부터 보낸 후 차로 향한 후 핸드폰을 꺼내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를 건다.

친절하게 계기판 앞에 놓여 있던 번호는 일명 골든 번호라 불리는 너무도 외우기 쉬운 번호였기에 그 쪽지를 찾지도 않고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게 된다.

[여보세요.]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예상보다 하루 빨리 전화를 주셨네요. 내일쯤이나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집으로 오시죠.]

“아뇨. 신이가 없는. 타워 앞 커피전문점으로 지금 가겠습니다.”

[그럼 클럽으로 오세요. 그 커피전문점을 좀 시끄럽습니다.]

“클럽이요?”

[내비게이션의 등록지점을 찾으시면 OO클럽이라고 있을 겁니다.]

“네.”

클럽이라고 한 말에 난 춤추는 클럽을 생각했었지만 정작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은 고급스러운 바와도 같은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술집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런 그곳이지만 확실한 건 벽지나 타일 같은 것조차 없는 투박한 콘크리트 벽면에 대조적으로 걸려있는 장식들과 당구대 테이블이나 의자들이 특이한 디자인으로 상당한 고가의 물건들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요.”

손을 가볍게 들어 날 반기는 강한상은 입구 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자리였다. 스피커조차 없어 음악소리가 작게 들리는 그 자리로 걸어가 강한상과 마주하고 앉는다.

“음. 뭐가 궁금하셔서 이 시간에 전화를 거셨어요?”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엔. 저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알아보셨을 테고, 좀처럼 알 수 없는 저란 친구가 궁금해서 직접 만나려고 오신 거 아닌가요? 두 번째로는 신이에 대해서 궁금한 게 목적이실 테고. 맞죠?”

“.”

내가 이놈보다 유리한 점이라고 굳이 뽐낼 수 있는 게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스물여섯이라 밝힌 강한상의 호기와 행동으로 분명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게 없이 망나니로 자랐을 거란 예상과 그런 버릇처럼 벤 몸짓들은 나이에 비해 더 철없는 행동일거란 생각은 자꾸 어긋나게 된다.

권력과 능력으로 인해 부리는 여유라고 생각했던 난 예상했었다는 강한상의 말에 탐색전은 접어두고 돌직구를 날리듯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대체 뭘 하는 사람입니까? 대기업의 아들이거나 연예인처럼 좀 날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터넷에 이름이라도 올라와 있을 텐데.”

“하하하. 그거야. 아! 그전에. 말 편하게 하시죠.”

“네?”

“형님하고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자꾸 존대를 하시니 제가 더 불편하네요.”

“형님?”

“구멍동서 사이 아닙니까!”

“.”

“하하하. 제가 돌려서 말하는 걸 제대로 못 해서. 이해하세요.”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일방적으로 이해해달라는 말투는 좀 아니지 않나?”

“네? 하하하하하하.”

“그게 편하다면 말을 놓지. 그럼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 줄 수 있나? 왜? 자신에 대해서 내가 알게 되는 건 좀 그런가?”

“저번에도 말해 드렸듯 나이는 스물여섯이고, 직업은 특별히 없고요. 보자. 처음부터 얘길 하자면 조금은 잘 난 부모 밑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1학년 때인가 독일로 유학을 갔었고, 2년 전에 돌아와서 좀 놀다가 신이를 만났네요.”

“부모님은?”

“자알 살아 계십니다. 물론 날 자식취급은 하지 않지만 말이죠.”

“,,,”

“자꾸 사고를 치니까 2달 후에 독일로 돌려보낸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리 저라도 쓰리아웃제는 어쩔 수 없어서 착한 아들로 이번에 돌아가기로 약속 한 거고요.”

“쓰리아웃?”

“크크. 아버지가 두 번까지는 그래도 참아주시는데 세 번째는 얄짤 없거든요.”

“그럼 굳이 게임이란 걸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신이가 마음에 든다면 그냥 데리고 가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놀다가 지겨워 진거면 돈이 그렇게 많다면 얼마큼 떼어주고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될 텐데.”

“음. 어차피 페어플레이가 중요한 거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신이한테 반했었죠,”

“뭐?”

과거형으로 말하는 강한상의 어투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좀 높이게 된다. 반했었다는 과거형으로 말하는 강한상의 말투는 지금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만약 지금도 반했고 사랑하고 있다면 이런 게임으로 내게서 더 큰 우월감이나 성취감, 그것도 아니라면 날 이용해 더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려 하는 건 아닌 지라는 가정조차 성립이 안 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넘치고 남을 남자가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이용해 굳이 그런 큰 도박을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정말로 단순한 즐길 거리를 찾기 위해?

“우리 같은 놈들이 남들보다 나은 게 뭔 줄 아세요?”

“.?”

“배는 빠르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공부만 죽어라 하면서 꽃다운 이십대의 초반까지 다 소비하는 동안 우리 같은 년, 놈들은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본다는 거죠. 물론 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이라는 면목으로 남들보다 배는 치어 살지만 유학을 가는 순간 지 세상이란 말이에요. 어차피 돈으로 졸업장 받는 거고 알아서 학점 올려주니까 죽어라 고생할 필요 없는 거죠. 사회생활을 해보셨으니까 잘 아시잖아요. 고등학교에서 죽어라 공부하고 대학까지 들어가서 피터지게 경쟁해서 겨우 들어간 직장이란 곳에서는 정작 코피 흘리며 배웠던 모든 것들을 다시 리셋 시켜야 된다는 걸요.”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삶이 지루하지 않으세요?”

“참나.”

지루하다며 삶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강한상의 나이가 너무 어렸기에 나도 모르게 한탄을 하게 된다. 아니. 제대로 사회생활이란 것도 못 해봤을 놈이 리셋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스워 보이세요?”

“솔직히 좀. 사는 게 장난 갔나?”

“자존감, 성취감, 자신감,,. 쾌감. 모든 감정들의 목적은 쾌감이 아닐까요? 엄청난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로 인한 쾌감만큼 커다란 게 없다고 하던데. 그 엄청난 노력이 필요 없는 삶을 산다면. 그 무료함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그럼 그런 쾌감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현상유지로 인한 안주? 아니면 모자랄 것 없는 부의 축적?”

“도대체 무슨 말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 같은 사고방식들이 죄다 지겹다는 겁니다. 왜 어른들은 가장 강한 욕구가 섹스고 성욕이란 걸 몰래 숨기면서 뒤로만 호박씨를 깔까요? 고명한 척 고상한 척 다하면서 뒤로는 새파랗게 어린년이랑 뒹굴면서 홀딱 벗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어차피 죽으면 다 썩어 문드러질 육신들을 가지고 말이죠.”

“그래서? 더 큰 쾌감을 얻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한다?”

“이 세상에는 이 게임보다도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훨씬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모르세요? 전 순전히 쾌락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이성적이고 순진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너 변태냐?”

“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변태의 정의가 뭔지 아세요?”

“이 새끼가.”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 하고. 신이를 보고 있으면 막 승부욕이 생기지 않아요? 전 그래서 엄청 공을 들였는데.”

“승부욕이 생긴다고? 신이가 무슨 경품이냐?”

“경품이요? 하하하하하. 맞네!”

“됐고. 룰이나 제대로 다시 말 해봐. 저번에 말 한 대로 신이가 날 택한다면 두말없이 독일로 떠난다고?”

“당연하죠.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계약서라도 쓸까요?”

“그럼 신이가 갈등을 한다면? 끝까지 너랑 나 중에 아무도 택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는데?”

“오 자신감 충만! 승부욕을 자극하려면 그 정도는 나와 주셔야죠! 그런 경우의 수가 발생하면 그것도 제 패배로 인정하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 생긴 대로 쿨 한 놈입니다.”

무승부의 경우에도 내 승리로 인정을 한다면 확률은 66%이상이다. 언뜻 1/2의 확률같이 보일지도 모를 강한상이 말한 이번 게임은 전자오락과는 전혀 다른 사람에 대한 결정권이 최우선이었기에 1/2 일수가 없었다. 내 노력과 행동에 따라 명백히 달라질 결과이긴 하지만 최대한 신이의 마음을 돌려 고민하게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쉽게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면 강한상이 제시한 2달이라는 기간이 강한상이에겐 독이 되고 오히려 내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너무 집중하신다. 말씀드렸잖아요. 최고의 쾌락을 위한 게임이라고. 최대한 신이를 만족시키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면 전남편이신 형님의 승리인데 뭘 고민하세요. 그 다음은,, 그 이후엔 형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 제가 이겼을 경우엔 제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는 건 꼭 명심해두십쇼. 제 요구가 어떠한 것이라도 들어주셔야 된다는 겁니다.”

“요구? 신이를 데리고 가서 포르노배우로 만든다는 그 요구?”

“당장은 그럴 생각인데. 제 변덕이란 게 저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죽 끓듯 하거든요.”

“변덕이라니?”

“정작 이겨놓고는 신이가 싫증나서 놔두고 혼자 떠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그냥 혼자 떠날 놈이겠습니까. 제 변덕에 신이랑 평생 같이 살라는 조건을 걸지도 모르죠.”

“뭐? 나랑 신이랑?”

“왜요? 부담되세요? 닳고 닳은 여자라서 다시 데리고 살기 싫으신가? 하하하하하하하하. 하긴 신이 얼굴을 볼 때마다 제 생각이 날 테니 부담스럽긴 하겠네요. 신이를 안을 때마다 제게 안겨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안 떠나겠네. 하하하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를 말하는 강한상이다. 만약 강한상이 게임이란 것에 이겨놓고도 신이를 내게 떠넘긴다면. 강한상이가 독일로 떠난 후 신이를 버린다고 해결이 될 일이 아님을 경험해보진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룰 위반 아닌가?”

“위반이라. 그 정도 조건이 걸려야 필사적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형님은 아직 참여의사도 안 밝힌 상태 아닙니까? 집에서도 말씀드렸듯 제가 이겼을 때의 조건은 신이를 팔아버리든 말든 제 맘이라고 말씀 드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

“아니면 신이를 몸 파는 창녀로 만들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래서 게임에 참가하려고 하시는 거고? 와 그래도 한 때는 와이프였던 여잔데. 저보다 더 무서운 분이시네.”

“그건 알았고. 내게도 조건이 있다. 내게 집에서 보여준 그 영상 이후로. 신이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아야겠는데. 동영상이 또 있나?”

“있긴 한데. 이건 직접 말씀을 드려야 될 거 같은데. 영상이라고 해봐야 전부 박고 싸고 흔드는 것밖엔 없으니 신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잘 모르실텐데.”

“말 해. 너한테 최고 중요한 건 쾌락이고 이 게임이라며. 시간은 차고 넘칠 테고 네가 말한 페어플레이를 위해선 신이의 변화에 대해서 나도 알아야 페어플레이가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하하하하하 신이가 말 한대로 깐깐도하시네. 좋습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먼저 말 한대로 제가 돌려서 말하는 재주가 없는데.”

거의 3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편의점에서 멍한 표정으로 다시 사게 된다.

10시쯤 강한상을 만났는데 집 앞 편의점에서 담배를 산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사람의 가장 큰 무서움은 상상을 넘은 망상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강한상이 세세하다 못해 사실적이기까지 한 묘사들을 다시 곱씹게 된다. 곱씹을수록 살이 덧붙여지며 신이의 그 순간순간의 모습들이 영화의 장면처럼 머릿속에 그려지기까지 했기에,, 담배가 심하게 당겨왔고 아이를 위해 시작해 인간승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3년간의 금연을 무참히 해제하게 된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자 머리에 ‘핑’하는 소리가 스치며 몸을 비틀거리게 된다.

편의점 앞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비틀거리는 몸을 맡기며 깊게 등을 기댔고 이내 또 한모금의 연기를 더 깊게 들이킨다.

“으음. 헉! 누.누구세요.”

“.”

“여.여기가 어디.”

해가 중천을 넘어 막 기울기 시작했을 때에 신이가 눈을 떴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다 먼저 강한상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그리곤 자신의 몸이 완전한 나신인 것에 더 깜짝 놀라 황급히 이불로 몸을 가리며 잔뜩 경계서린 눈빛으로 강한상을 노려보기 시작했지만. 신이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무슨 짓을.”

“아무 짓도 안했으니까. 걱정 마. 아무 짓도 안 한 건 아닌가?”

“누.누구세요?”

신이의 물음에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던 강한상이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기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커다란 크기에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자지를 그대로 드러낸 채 강한상은 샤워실로 걸어갔고 이내 샤워를 시작했다.

그 덜렁거리는 자지에 화들짝 놀란 신이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얼굴을 이불로 가린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를 듣고 나서야 어제의 생각나지 않는 기억을 애써 끄집어내려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길 반복하던 신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옷부터 찾기 시작했다. 

아직도 떨리는 손으로 속옷부터 챙겨 서둘러 입었고 엉망으로 구겨진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확인할 틈도 없이 몸에 걸친 신이는 물줄기소리가 들려오는 샤워실을 통과해 입구로 발소리 죽여 도망치듯 걸어가는데. 욕실을 막 지나치려던 그 순간에 샤워실의 문이 열렸고 여전히 젖은 알몸인 채로 나온 강한상과 딱 마주치게 된다.

“어디가?”

“지.집에요. 시.신고 안 할게요. 아무한테도 마.말 안 할 테니까 집.으로 보.보내주세요.”

“.픽”

“.”

“좋다고 달라붙어서 엉덩이부터 흔든 게 누군데 신고를 한다고?”

“네?”

“왜? 못 믿겠어? 못 믿겠으면 동영상을 보던가.”

“도.동영상이라뇨?”

“아 오해는 하지 말고. 하도 달라붙는 년들이 많아서 보험용으로 찍어 놓는 거니까.”

“.”

신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머리를 말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강한상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알몸인 걸 뒤늦게 깨닫고는 황급히 머리를 돌려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냥 가도 되나? 그러다가 이 동영상을 내가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하려고? 돌싱이라며! 이혼녀니까 다시 시집도 가야 될 텐데. 아닌가?”

“그걸 어.어떻게?”

“이 아줌마가 진짜 아무것도 기억 못하네.”

당연히 기억을 못 할 수밖에 없었다.

물약이란 것이 단기기억상실이란 무서운 부작용을 노린 불법약이란 걸 모를 리 없는 강한상이었지만 일부러 이런 말들로 신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도.동영상 주세요.”

“왜? 그거 없애고 나 협박하려고?”

“미쳤어요! 제가 왜 당신을 협박.을. 해요.”

신이가 알몸인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강한상에게 소리를 지르다 눈을 돌리며 말꼬리를 흐린다.

“남자 자지 처음 보나? 뭘 새삼스럽게 내외를 하지? 바로 어제는 이런 자지는 처음이라고, 너무 커서 안까지 다 느껴진다고,,”

“닥쳐요! 내가 언제.”

“못 믿겠으면 동영상을 보던가. 아니지. 한 번 더할까? 그럼 바로 기억이 날 텐데.”

“미친놈. 동영.상 지워요. 진짜 신고할 거예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이가 호텔 방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안에서 들려오던 강한상의 큰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귀에 울려 퍼지는 듯 한 착각을 느끼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님의 잔소리에도 욕실로 뛰어 들어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몸에 느껴지는 불쾌감을 씻어내려 노력해보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강한상의 웃음소리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아니. 단 한 번의 실수일 뿐이라고, 어차피 이혼한 몸이고 실수를 한 것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몇 번이고 몸을 씻어 내보지만 결국엔 자신을 저주하며 욕까지 하고 나서야 욕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시작된 어머님의 잔소리를 아무 말 없이 30분 동안이나 듣고 나서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혼을 한 여자의 보통 부모라면 남자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라고 등을 밀었을 테지만 신이의 어머니는 달랐다. 태규와의 실패한 결혼이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였기에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잣대와 취향에 맞는 신랑감을 찾기 위해 신이의 반대에도 벌써부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띠링’

어제 클럽에서 자길 벌이고 갔을 친구들에서 온 문자가 분명했기에 한바탕 쏟아주려고 머리에 감고 있던 수건을 풀다말고 신이가 재빨리 핸드폰을 든다. 

친구가 아니었다.

[잠깐 나와]

낯선 번호에 낯선 문구에 신이가 대수롭지 않게 답장을 한다.

[잘 못 보내셨어요. 번호 확인하세요.]

‘띠링. 띠링’

“씨.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좋은 말 할 때 나와라]

[내가 들어갈까?]

[이것보세요. 문자 잘 못 보내셨다고요.]

‘띠링’

“.”

사과를 기대하고 든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신이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문자로 온 한 장의 사진.

대충 옷을 걸치고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여 거실을 지나 숨죽여 문을 열고 나온 신이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곧 빨간색 외제차의 헤드라이트가 두 번 번쩍이는 곳으로 고개를 고정하게 된다.

시선만 고정한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신이의 모습에 결국 차문을 열고 한 남자가 나온다.

강한상이다.

“당신 미쳤어요!?”

“.”

“지금 여기가 어디라.”

‘띠링. 띠링 띠띠띠링’

신이의 나지막한 큰소리에도 들고 있던 핸드폰만을 내려다보던 강한상의 손이 몇 번 움직이자 신이의 핸드폰이 다시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 가슴성형 할 생각 없나?”

“.무.뭐라고요!?”

“다른 덴 굳이 손댈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내 취향이 아스팔트는 질색이거든 여자가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 들어가야 여자 아니 .”

‘짝!’

“다시 한 번 내 앞에 나타나면,, 진짜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요.”

따귀를 있는 힘껏 날린 신이는 차갑고 매섭게 얘길 하곤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한다.

“헉!.무.뭐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이거 안 놔!”

“쉿. 어머님이라도 나와서 날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더군다나 이런 사진까지 같이 본다면. 곤란한 건 내가 아니고 당신 아닌가?”

“.아파요. 이거 놔요.”

“잠깐 얘기만 하자고. 누가 잡아먹는다고 했나.”

“우리가 무슨 사인데 얘기까지 나눠야 되죠?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학교에서 매너란 것 좀 더 배우고.악.”

“난 시끄러운 여자는 가슴 작은 여자만큼이나 질색인데.”

“이 미친.”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세요.”

“응?”

언제 잠이 들었는지 날 흔들어 깨우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벌써 해가 골목을 밝히고 있는 거리의 풍경에 더 놀라 시계를 확인했고 난 곧바로 출근을 해야 했다. 너무도 생생하게 꿨던 꿈이 리얼하게 설명하듯 신이와의 첫 만남을 얘기한 강한상 때문인 게 분명했다.

오글거릴 정도로 자신과 신이의 만남을 자랑하듯 얘기한 강한상의 행동은 대범하고 남자답다는 느낌과 함께 직설적이게도 변태임을 초장부터 밝힌 커밍아웃은 신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었다. 

강한상의 얘기가 과장 하나 없는 사실이라면 그날 그렇게 추리닝 차림의 신이를 차에 태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거의 반강제로 끌고 가 저녁을 먹었고 커밍아웃을 해버렸다고 한다.

업무를 하면서도 다시 망상에 빠진다.

그만큼 강한상이 얘기했던 아내와의 만남은 내 앞에서 다른 놈의 자지를 빨던 모습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강한상이 말한 신이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아내란 여자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낯선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신이란 여자의 본모습과 본능을 내가 모르고 내 열정적인 구애와 소중한 사람으로 아껴주며 결혼까지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단순히 종족번식의 의미와 단순하고 단조로웠던 섹스만이 기억이 났기에 강한상이 들려준 얘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부서질까봐,, 다칠까봐 소중히 대했던 내 과거의 행동은.

강한상의 얘길 다시 떠올릴수록 성적인 측면보다는 사랑하는 여자로서, 내 아내였던 신이로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취향과 성격을 공략해 과거로 돌려놓자는 내 계획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만큼 강한상이 내게 들려준 신이의 모습은 낯설었다.

“나 독신주의에 섹스중독이야.”

“켁! 켁켁.”

“음 역시 여기 고기가 최고등급만 쓴다고 하더니 입에서 녹네.”

“.”

스테이크엔 손 하나 안대며 물만 마시던 신이는 갑작스러운 강한상의 고백에 마시던 물을 내뿜을 뻔 했다.

강한상이 내 아내였던 신이에 대해 얘기하면 할수록 점점 더 낯설어진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신이란 여자가 과연 내 아내였던 여자인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반했고 사랑했던 신이는 경제적 부제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건 핑계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그녀의 몸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자신의 몸을 저주하며 생애 최고의 축복이라 할 수 있는 출산이 없는 섹스란 것은 단지 무의미하고 허무한 행위일 뿐이라며 날 멀리하기 시작했던 여자.

게임을 시작하기 전 확인이 필요했었다.

“왔어?”

“.네.”

소매의 폭이 엄청 넓은 가오리형 하얀 블라우스에 배꼽부위부터 몸에 착 달라붙는 진회색의 짧은 벨벳스커트, 그리고 매끈한 검은색 스타킹과 발목을 조이는 끈이 이어진 높은 하이힐을 신고 신이가 바에 들어온다.

하늘거리는 펌퍼짐한 블라우스는 오히려 신이의 커다란 가슴을 더 크게 돋보이게 만들었고 몸의 선을 예쁘게 드러낸 스커트와 스타킹은 신이의 다리를 더 날씬하게 보여줬다.

“예쁘네.”

“네?.고.마워요.”

나도 모르게 나온 칭찬이었다.

아니. 남자라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본심이라고 할 수 있을 혼잣말이었다. 그건 나만의 감정이 아닌 바에 있는 남자들의 곁눈질로도 증명할 수 있다. 일행이 있는데도 아내를 훔쳐보는 시선들. 내게 묘한 자부심과 우월감마저 느끼게 하는 아내, 아내였던 신이의 모습은 강한상이 내기의 결과로 자부했던 웬만한 모델이나 탤런트들보다도 더 아름답고 섹시했다.

그러나. 이런 미녀를 앞에 두고도 분위기가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와 살을 맞대고 산 시간만큼 너무도 익숙했던 여자인데 어떻게 이렇게 어색할 수 있는지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절 따로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응?.응. 그런데 웬 존댓말이야. 어색하게.”

“.”

“그동안. 잘 지냈어? 장인 장모,,,님은 어떠시고?”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었다.

잘 지냈냐니.

“네. 잘 지냈어요.”

“.”

“여.태규씨는요?”

여보라고 날 부르려던 게 분명했다.

“나야 뭐. 죽지 못해서 살고 있어.”

“.?”

“당신하고 헤어지고 나서 모든 의욕이 사라지더라고. 친구들은 다른 여자를 만나보라고 성화긴 한데. 아무리 눈을 돌려봐도 성에 차지도 않고.”

“왜요?”

“뭐?”

“왜 그랬냐고요?”

“.”

“여자는 헤어진 순간부터 이미 마음속에 다른 방문을 열어둔다는 걸 모르세요?”

“.”

“그렇게 여자를 몰라요?”

“그래서 나랑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어린놈을 만났나? 그 어린놈이 마음을 다 채워줬다고? 아니지. 몸도 다 채워줬겠네. 그 무식하게 큰 자.후.”

“또.”

“.뭐?”

“또 해줘요?”

“.”

내 얼굴이 붉어졌다.

뭘 해줄 건지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 날의. 주차장에서 겪었던 그 날의 행위가 가장먼저 내 머릿속에 떠올랐기에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정작 내 얼굴을 붉게 물들인 건 그 날의 행위 때문이 아닌, 지금 신이의 행동 때문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는 이런 장소에서 가뜩이나 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신이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그 날의 그 얘길 기습적으로 꺼내들어 날 당혹스럽게 했기 때문이다.

“너. 왜 이렇게 변했니?”

“변해요?. 변한 건. 외형적인 것밖에 없어요.”

“그럼? 네가 원래 그런 여자였다고?”

“.네.”

“거짓말하지 마. 널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신이야 너 왜 그렇게.”

“태규씨야말로 변했던데요.”

“.뭐?”

“운동했어요? 저번에 보니까 배가 많이 들어갔던데.”

“시간이 남아도니까.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잖아. 넌 그 새끼가 했던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니? 내기? 그래 그 게임이란 걸 한다고 치자고, 그럼 그 새끼가 이기면 넌 그 어린놈이 말하는 대로 다 따른다고? 독일이란 곳에 가서 널 팔아버린다는 말대로 다 따른다는 말이야?”

“네. 한상씨가 그걸 원한. 다면요.”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진 신이의 대답에 내 말문이 막히게 된다.

강한상의 말대로 정말 신이는 원초적인 본능부터 굴복을 당한 것일까? 이성을 끊을 정도의 쾌감이 모든 근본을 바꿀 정도로 대단하다는 강한상의 자신감 넘치던 주장이 사실일까?라는 생각에 잠긴다.

“켁켁. 지금 뭐.라고 했어요?”

“섹스중독이라고.”

“.”

“오해하지는 말라고. 도박중독처럼 자면서까지 패가 보이는 그런 단계는 아니고. 남들보다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은 형태로 즐긴다는 것뿐이니까. 아. 수정해야겠다. 섹스만큼이나 도박도 좋아하니까. 도박중독이기도 하네.”

“근데. 몇 살인데 말을 짧게 하는 거죠?”

“꼰대같이 나이 따지시게?”

“꼬.꼰대?.지금 꼰대라고 했.”

“전화 좀 받자.”

“왜? 지금? 바빠. 바쁘다고. 그냥 한 번 대줘라. 그 꼬질이 새끼가 너한테 퍼다 준 선물만 다 합쳐도 집 한 채 값은 되겠더만. 뭐?. 사랑은 개뿔. 내가 언제 너랑 사귄다고 했냐! 이 미친년이 어디서 욕지걸이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끊어 이년아!”

전화를 무식하게 끊어버린 강한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남은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우겨넣고는 씹기 시작했다.

그런 강한상의 모습에 도저히 상종 못할 인간이라도 쳐다보는 경멸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던 신이에게 물을 한 잔 마신 강한상이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한다.

“안 먹을 거면 가자.”

“어딜?”

“확인해야지. 궁금하지 않나?”

“궁금한 거 하나도 없는데요. 집에나 데려다 주세요.”

“나이가 들면 전부 그렇게 깐깐하게 변하나?”

“나이가 들어서 깐깐하게 변하는 게 아니고 이런 걸 상식이라고 하는 거예요. 기본상식!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함부로 만지는. 에휴. 사랑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매너란 것도 고기랑 같이 씹어 드신 새파랗게 어린 사람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빨리 집에나 데려다줘요!”

“매너가 밥 먹여주나. 가자.”

“가는 건 좋은데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요. 어린나이에 객기 같아서, 그리고 제 실수도 있으니까 한 번은 그냥 넘어가지만. 제가 제일 경멸하는 사람이 무뢰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던지. 근데 나이 많은 사람한테 꼬박꼬박 존댓말 들으니까 기분 좋네. 이거 중독되겠어.”

“뭐라고요?”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여기가 어디에요?”

만날 나에게 길치라 구박받던 신이는 엉뚱한 곳에서 멈춘 자동차 안에서 강한상을 똑바로 쳐다보며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발산했다. 아무리 길치라고 해도 가는 도중 보게 된 자신의 집이 있는 동네를 가리키는 표지판에 그나마 안도를 했던 신이는 덜컥 겁을 먹게 된다.

“걱정 마. 30분만 있다가 갈 거니까.”

“네?”

신이의 질문에 대답대신 일방적인 말만 한 강한상은 그대로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고 강제적으로 신이의 팔을 잡고 끌어내렸다.

“아파요! 이게 지금 뭐하자는.”

‘삐삑!’

차문을 잠가버린 강한상은 자신의 팔목을 잡고 인상을 쓰고 있는 신이를 내버려두고 혼자 OO클럽이라 적혀있는 간판 아래로 들어가 버린다. 어이가 없어 ‘허’라는 한숨을 내쉰 신이는 잠시 두리번거리다 결국 강한상을 뒤따르게 된다. 

주변의 적막함과 더불어 잔뜩 술에 취해 걸어가는 남자들의 모습에 차라리 밖보다는 안이 안전할 것이라는 계산에 강한상을 따라가게 된 것이다. 모텔이나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 아닌 클럽이란 간판이 술집인 것만은 확실했기에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신이의 계산은 계단을 내려가 입구를 열자마자 착오였음을 깨닫게 된다.

회색 콘크리트 벽의 단조로운 인테리어와는 달리 번쩍이는 조명들과 귀를 찢을 듯한 시끄럽고 빠른 비트의 음악. 이런 배경뿐이었다면 입구에 들어서다가 발걸음을 멈칫거릴 신이가 아니었다. 클럽이란 곳을 최근 두 번이나 가봤던 신이었기에 이런 배경쯤은 나름 적응했다고 자부했었지만. 

문제는 음악이나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열댓 명의 남녀들은 반나체의 모습으로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자들은 거의 바지만 입고 있거나 아예 팬티만 걸치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고, 여자들은 몸에 꽉 달라붙는 뇌쇄적인 원피스나 핫팬츠를 입고 있었고, 심지어 가터벨트 등의 화려한 속옷들만 입고 춤을 추는 여자도 섞여 있었다.

문득 친구들이 했던 클럽이벤트로 속옷 데이라는 얘기가 떠올랐지만 막상 바로 앞에서 보게 되자 믿기지가 않은 듯 뒷걸음질을 치게 된 것이다.

“악! 무.뭐야.”

뒷걸음질을 치던 신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긴 건 역시나 강한상이었다.

입구 안쪽 벽 옆에 기대고 있던 강한상은 신이가 들어올 줄 알았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오다 멈춘 신이의 팔을 잡고 그대로 잡아당겼고 신이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기도 전에 강한상의 품에 안기는 꼴로 클럽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뭘 놀라고 그래? 클럽도 자주 다닌다면서.”

“누.누가.”

“아니야? 저번 클럽에서 날 어린아이 취급하면서 이 누나랑 놀라면 엄마 찌찌나 더 먹고 오라고 했던 거 기억 안나나?”

“.”

“내 자리로 가자고.”

“이.이거 놔요! 아프다고. 어!?”

강한상의 팔에 이끌려 클럽 안쪽으로 걸어가던 신이는 반항을 하다 또 다른 손에 잡히게 된다. 신이의 반응에 강한상도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유두에 작은 딱지만을 붙인 채 담배와 술잔을 한 손에 들고 있는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팔을 잡고 턱을 치켜세우며 뭔가를 가리키는 여자를 쳐다보던 신이는 영문을 몰랐기에 이내 강한상을 쳐다보게 되었다.

“벗어.”

“.뭐!?”

“여긴 여자는 속옷차림 아니면 입장불가야.”

강한상의 말대로 이 공간 안에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그것도 이런 편안한 추리닝을 입고 있는 건 자신만이란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신이였다. 하지만 신이는 아무리 이벤트라는 면목으로 집단심리가 최고조인 이 장소라고는 해도 쉽게 반나체의 모습을 할 여자가 아니었다. 

차라리 나갈 생각으로 짜증을 부리며 여자의 손을 뿌리치는데.

“뭐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악!”

강한상이 강제로 신이의 추리닝을 벗기기 시작했다.

자신을 잡고 있는 여자의 손에서 벗어나려 뿌리치기에 집중했던 신이는 뒤에서 추리닝의 하의를 단번에 잡고 끌어내리는 강한상의 손을 미처 피할 수 없었고 주저앉으며 발목까지 내려간 추리닝을 급하게 끌어올리려 상체를 숙이는 행위가 오히려 상의까지 벗기기 쉽게 할 행동이라고는 예상도 못했었다.

강한상의 우악스러운 벗김에 속옷만을 입은 채 바닥에 아무렇게나 자빠지게 된 신이었다. 

수치스러움에 고개조차 못 들게 된 신이었지만 여기저기서 음악소리와 섞여 들린 낄낄거림에 이내 허벅지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매섭게 강한상을 노려보지만. 신이의 추리닝을 한 손에 쥔 채 강한상은 안쪽 소파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가 앉았다.

속옷차림으론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에 신이는 어쩔 수 없이 강한상이 앉아 있는 소파에 걸어가 앉는다.

“내 놔요.”

‘휙’

“야!”

‘두두두두두두두’

강한상이 신이의 추리닝을 벽 쪽으로 내던지자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서려던 신이는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타격음에 다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게임을 하고 있는 지 테이블을 두드리며 한 여자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아씨! 또 나야!”

“마셔라 마셔!”

“알았다고!”

폭탄주를 단번에 들이킨 여자는 잔을 머리 위에 한 번 털어내고는 곧 브래지어를 벗어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돌리기 시작했고 곧 남자들과 여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린이의 호기라고 하기엔 수치나 창피함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는 여자의 행동에 또 한 번 어이없는 탄사를 내뱉게 된 신이었다.

“애냐?”

“.?”

“서른도 넘은 여자가 초딩들도 안 입는 하얀색 브라하고 팬티가 뭐냐고!”

“엄마가 사.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내가 쪽팔려서 그런다.”

“참나. 좋은 말할 때 내 옷이나 가져와라. 진짜 맞는 수가 있.”

“누구야?”

짜증을 부리는 신이의 말을 끊고 강한상 옆에 앉아 있던 팬티차림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아는 여자.”

“취향이라도 변했냐? 이런 노땅을 데리고 다니냐?”

“노.노땅!? 지금 노.”

“미친놈. 지금 누가 누구 취향을 말하는 건데? 진희한테 그만 좀 찝쩍대라. 노골적으로 싫어하던데 쪽팔리지도 않냐?”

“네가 마음대로 하라고 했잖아.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 거냐? 딴소리 하면 국물도 없. 어! 이 새끼가! 야! 이년은 내가 찜해놨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화를 내던 남자가 갑자기 더 크게 화를 내며 강한상이 앉아 있는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남자의 어깨를 후려 갈겼다.

신이의 눈이 휘둥그레진 건 소파에 등을 깊게 기대고 앉아 있던 남자의 사타구니위에는 방금 전 술을 마시고 브래지어를 벗었던 여자가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맞으면서도 낄낄거리며 자신의 자지를 빨고 있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더 아래로 끌어내리길 반복했고 그런 모습에 더 격분한 남자는 정말 주먹이라도 휘두르려는 듯 상체를 크게 움직이는데, 강한상이 그런 남자를 잡아 당겨 다시 소파에 앉히며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 와중에 신이의 눈은 남녀의 행위에서 쉽사리 떼어낼 수가 없었다.

바로 앞에서 보이는 생생한 포르노의 한 장면과도 같은 모습들에 벌어진 입도 다물지 못하고 방금 전까지 자신의 가슴을 가리기에 급급했던 손이 내려갔다는 것도 모른 채 남자의 자지를 빨던 여자가 자세를 바꿔 그대로 남자위에 올라타 팬티도 벗지 않고 재끼기만 한 상태로 천천히 허리를 내리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한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냐?”

“.응.응? 무.뭐? 내가 뭘 봤다고!”

“왜? 너도 하고 싶어?”

“뭐? 뭘?. 아.아니!”

“아니긴. 젖꼭지가 빨딱 섰구먼.”

“무.무슨.”

황급히 자신의 브래지어를 다시 손으로 가린 신이었다.

그리곤 부정에 부정을 하며 이런 공공장소에서 이런 짓을 하는 이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이게 도대체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행위냐는 식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야. 사람이랑 동물이랑 뭐가 다르. 너도 이러고 놀고 다니니?”

“개 같은 소리하네. 좋다고 엉덩이부터 흔들던 게 누군데. 댁이 그런 말 하니까 웃겨서 못 들어주겠네요.”

“누.누가! 너 진짜 못쓰겠다.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정상인 사람이 하나도 없네. 정상적인 내가 나가야지 도저히 같이 못 있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던져진 추리닝 쪽으로 걸어가려던 신이는 구석에 이미 자리를 잡고 섹스를 하고 있는 남녀 때문에 다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클럽 안은 뒤엉킨 사람들로 오히려 조용해진 음악소리를 신음소리로 채워가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된 신이었다.

클럽이란 곳이 원래 이렇게 노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 신이었지만, 이럴 리가 없었다. 클럽이라는 곳이 아무리 부비부비같은 음란한 춤을 추는 곳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성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곳이 아님을 두 번의 경험으로도 알 수 있었던 신이었고 이 장소에 대한 의문을 다시 한 번 품게 된 신이었다.

“헉!.”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던 신이의 뒤에서 강한상이 백허그로 껴안고는 놔주질 않는다.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놔라.”

“나이가 들었는데도 이십대보다도 살이 더 부드럽네.”

“.참나. 헛소리하지 말고 이거 놔! 마지막 경고야.”

“여기가 일반 클럽 같아?”

“.뭐?”

“돈 많고 빽 있는 놈들이 아무 방해받지 않고 놀려고 만든 장소가 여기지. 신고해도 경찰도 안 오는 치외법권지이라고.”

“미.친. 치외법권이든 치내 법권이든 진짜 안 놓으면 소리 지른다. 아니! 당장이라도 뛰어나가서 신고 할까!?”

“앙탈은. 참 희한해. 이혼녀가 왜 이렇게 정숙한 척을 한데. 어차피 전 남편하고 할 거 안 할 거 다 해봤을 거 아니야. 그리고 신고를 한다고? 아버지는 생각 안하나?”

“뭐?”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현직 과장급 인사의 딸이 듣기도 민망한 파티에 참가를 했다!. 집안 꼴 우스워지기 쉽지? 아! 요즘 아버지란 분이 생각보다 곤란한 일에도 관련이 됐다는 거 같던데.”

“뭐!? 아빠가 무슨 일에 관련이 됐다고?”

“하하하하 발끈하긴. 농담이야. 그래도 아버지 명예는 지켜주고 싶은가 보지?”

“쓰레기 같은. 듣고 있으니까 진짜 오만 정내미가 다 떨어지네. 이거 놓고 저기 파릇파릇한 아가씨들하고 노세요. 진짜 왜 이렇게.헉!”

허리를 감싸고 있던 강한상의 팔이 불쑥 신이의 팬티 위를 침범했다. 

팬티의 라인을 가로질러 도끼자국이 희미하게 그려진 중심으로 강한상의 손가락이 파고들자 신이가 의식적으로 허리를 뒤로 빼는데, 물컹한 뭔가가 신이의 엉덩이에 크게 닿았다.

“요.욕하기 전에. 진짜 놔라. 어리다고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

강한상에게서 벗어나려 신이가 몸을 비틀수록 엉덩이에 밀착 된 물컹한 물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엉덩이 골을 가로질러 조금씩 단단해 지는 물건의 크기에 신이가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한다.

“전 남편도 평균 이상은 된다더니,, 이 정도는 처음이지?”

“장난 그만 해. 나. 진짜 화낸다.”

“내가 여자한테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곳이 어딘지 가르쳐줄까? 첫 번째로 머리카락이야. 풍성하면서도 긴 머리카락. 일부러 웨이브지게 해서 풍성해 보이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천성적으로 풍성한 머리카락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목덜미야. 잔털이 있는 뒷덜미에 긴 목. 당신처럼 말이야.”

“그.그만 해.”

“그 다음으로는 살짝 나온 아랫배에서 이어지는 허벅지하고 알맞게 솟아오른 엉덩이,, 이게 뒤치기를 좋아하는 나란 놈한테는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부위라서 민감할 수밖에 없거든. 그리고 얇은 발목. 발목이 굵은 여자는 아무리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환상적이라도 파이란 말이야. 눕혀놓고 강하게 움직이는데 잡은 발목이 돼지 족발처럼 굵어 봐. 어디 할 맛이 나겠어? 물론 백옥 같은 피부가 바탕이 돼야 위에 모든 것들이 내 이상형이 되겠지만. 그런 면에서 서른이 넘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네 피부는. 백점 만점에 이백점이다.”

“ㅁ.미친놈아. 그만 하라고!”

이젠 자신의 골반의 위까지 찌르는 강한상의 물건에 신이가 화를 내며 허리를 빼내려 다리에 힘을 주는데, 그 행동을 가볍게 저지하며 양손으로 몸 전체를 잡아들어 올린 강한상이었다. 

백허그로 신이를 들어 올린채로 강한상은 아까 앉았던 테이블로 걸어갔고 이내 신이를 옆의 빈 소파에 눕히며 한 손으로 짓누르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노란색의 긴 주둥이가 특이한 맥주잔의 술을 입에 털어놓고는 바동거리는 신이에게 강제로 키스를 퍼부었다.

“켁.켁켁. 무.뭘.”

“후. 목말랐지?”

“뭘. 먹인 거야? 다.단순한 술이 아닌 거 같은데!?”

“뭘까?”

“나쁜 새끼. 인간으.악! 하.하지 마!”

팔꿈치로 상체를 기대고 있던 신이의 허벅지를 있는 힘껏 벌린 강한상은 머리를 그 사이에 처박고 신이의 보지를 빨기 시작했다. 팬티위로 신이의 둔턱부터 시작해 아래로 허리를 숙이며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깨물 듯 빨기 시작한 강한상의 행동에 신이는 벗어나려고 위로 몸을 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20대의 한창인 강한상의 힘을 쉽사리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주먹 쥔 손으로 강한상의 머리와 등을 있는 힘껏 내리치길 반복하기도 했고 허벅지에 힘을 줘 조여 보려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지만. 목젖을 넘자마자 화끈거리는 액체의 이동은 금세 신이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으며 곧 온 몸을 휘감듯 모든 혈관이 확장되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퍼져 힘을 뺏어가기 시작했다.

“하.하지마. 그.그만 하라고.”

마지막 발악처럼 강한상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때어내려 해보지만.

신이의 팬티는 중심부위를 시작해 이미 강한상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털의 형태와 보지의 모양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며 더 집요하게 드러난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핥고 빨도록 만들었다.

신이의 반항이 적어지자 몸을 누르던 손을 하나 빼내 신이의 엉덩이 골과 보지의 입구를 지그시 누르듯 좌우로 흔들어 대기 시작한 강한상의 행동은 신이의 허벅지에 경련이란 움직임까지 보여주게 한다.

“그.그만.”

“푸하. 농익은 맛이 이런 건가?”

“나.쁜 새끼. 비겁한.”

강한상을 비난하던 신이의 눈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지를 내려 커다란 물건을 내놓는 강한상의 하반신이 들어왔다.

두려움이란 감정이 뒤섞여 흔들리는 신이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 강한상은 천천히 신이에 갈라진 골짜기의 팬티중심 위로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비겁해? 이렇게 보짓물을 질질 흘리면서?”

“누.누가. 이상한 약이나 먹이는 비겁한 새끼야. 약만 아니었어도.”

“약? 무슨 약?”

“방.금 먹인 게 약이지 뭐란 말이야!”

“약 같은 소리하시네. 50도짜리 코냑이다. 설마 약 핑계되면서 질질 흘리는 보짓물을 정당화 하는 거? 하하하. 아줌마! 저번에도 말했지만 아줌마 몸은 천성적으로 음란한 몸뚱이라고. 어디서 약 타령이야.”

“거.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 

“약 한 잔에 이렇게 변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소개 좀 시켜줘라. 작업하기 진짜 쉽겠네.”

“.”

머리가 혼란스러워진 신이다.

분위기 탓이라고, 결코 자신의 의도한 상황이 아니라고, 약 때문이라고 애써 자신의 뜨거워지기 시작한 몸뚱이를 부정하려던 신이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강한상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젠 강한상의 침보다 더 팬티를 많이 적시기 시작한 자신의 애액들을 확인하며 현실이 아닐 거라고 부정하기 시작했으며 금방이라도 자신의 보지 속으로 저 커다랗고 굵은 자지가 들어오길 바라는 일말의 감정조차 꿈이기에 가능 할 거라고, 평소의 나라면 결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아버렸다.

“여긴. 넣어달라고 계속 움찔거리는데. 어떻게 할까? 넣어 줄까?”

“하아.아.니. 하지 마.”

“그런데 왜 허리를 앞뒤로 조금씩 흔드냐?”

“.”

“무슨 생각해요?”

“응.응?”

상상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하더니.

섹시하게 변한 신이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또 망상에 빠져 있었나보다. 강한상의 말이 현실성이 없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 얘기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과거의 한 장면처럼 계속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랑 헤어진 지 몇 달도 안 지났는데 신이가 그 젊은 친구의 말대로 그렇게 쉽게 넘어갔을 리가 없다.

“또또. 웨이터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슨 생각을 하냐고요.”

“.”

신이의 볼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웨이터를 그제야 발견하게 된다. 너무도 낯선 모습의 신이를 바로 앞에서 마주하고 있자 또 망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버렸다. 강한상이 대충 설명하듯 얘기했던 신이와의 과거를 혼자만의 망상으로 만들어버린 영화를 또 혼자서 찍고 있었던 것이다.

“과일안주하고,, 뭐 먹을래요?”

“아무거나.”

“아무거나란 게 어딨어요? 나랑 헤어지고 좀 변했어야죠. 메뉴를 보고.”

“있습니다. 만 구천 원짜리 아무거나 안주요.”

“그러니까 그거 주세요. 당신은 아무거란 거 안 먹어봤지? 여기 특별 메뉴야. 모르면 가만이나 좀 있을 것이지.”

웨이터의 순발력 있는 끼어듦과 내 능청스러운 받아침에 신이가 피식하고 웃는다.

그런 신이의 웃는 모습에 덩달아 웨이터가 미소 지었고 이내 내 시선을 의식하곤 또 멋쩍게 웃으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신이의 변한 모습은 정말 웬만한 남자라면 반듯이 고개를 돌릴 만큼 예쁘고 매력적이었다. 예전에도 스타일이나 몸매가 좋다는 얘기와 미인이라는 얘길 곧잘 듣던 신이었지만, 강한상에 의해 재탄생한 신이는 A급을 넘어 S급의 여자로 남자들의 시선을 뺏기에 충분했었다. 

그리고 보여준 그 미소는 아무리 외모가 변했어도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내 시덥잖은 농담에도 이렇게 피식하고 웃어줬던. 그런 신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성급한 질문을 하게 된다.

“정말. 아무 남자랑.”

“.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나온 오뎅탕을 맛보던 신이가 내 물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재차 묻는다.

“뭐라고 했어요?”

“.”

“오늘 한상씨한테 날 따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게 확인하기 위해서 아니에요?”

“.응. 맞아.”

“그럼 망설이지 말고 다 물어봐요. 한상씨도 사실대로 다 말하라고 했으니까요.”

“한상씨. 그렇게 부르나?”

“네.”

“나이도 당신보다 훨씬 어린데?”

“6살밖에 차이 안나요.”

“그 정도면 많이 어린거지.”

“궁금한 게 뭐에요?”

“.정말 사실대로 얘기해준다고? 모든지?”

“.네.”

“아.무렇지도 않아? 얼굴도 모르던 남자하고. 막 그런. 걸 하는데?”

“.아직도 떨려요.”

“.”

“한상씨가 지켜주니까. 지켜 줄 거란 확신이 있으니까 무섭진 않지만. 아직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

이빨을 악 물게 된다.

“그럼. 그 새끼 말이 전부 사실이란 말이지.”

“한상씨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럼 한 가지만 솔직히 말해줘. 그 한상이란 새끼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 당신이. 내 아내였던 신이 네 마음속에 있는 솔직한 감정으로 말이야.”

“.뭘.요?”

“나랑 헤어지지 않았다면. 나랑 이혼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나랑 부부인 상태에서 그 새끼를 만났어도 날 배신했을 거 같아? 내가 아니라. 그 새끼를 택할 거냐고.”

“그건.”

“당신 솔직한 속마음을 얘기해줘.”

“.”

신이가 날 똑바로 응시하던 시선을 천천히 떨구며 고개를 숙인다.

손에 가볍게 쥔 소주잔을 살짝 흔들 듯 좌우로 움직이길 반복하며 신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요구사항이 많을수록 자신이 약자라는 걸 인정하는 꼴입니다.”

“어차피 한 수,, 두 세 수는 아래라고 보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일주일씩. 아니 삼일씩 각자의 집에 신이가 방문하는 룰로 바꿔줬으면 하는데. 물론 주말엔 네 집으로 내가 가는 걸로 해도 좋지만.”

“각자의 집이라뇨?”

“처음에 말하길 내가 네 집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걸로 얘기했었잖아. 하지만 그건 내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아닌가? 홈그라운드의 어드밴티지가 얼마나 큰지 아무리 도박을 안 하는 나라도 알고 있는 건데.”

“흠.”

“주말부터 일요일까진 네 집에서 생활하면 되는 거잖아. 내 나이엔. 매일이란 것도 버겁고 말이야.”

“하하하. 좋습니다. 그럼 어떤 식으로 할까요?”

“간단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만 신이를 내 집으로 보내주면 돼. 아니면 수요일저녁부터 금요일저녁까지 신이를 내 집에서 머물게 해도 되고.”

“기회를 많이 드려야겠죠?”

“.기회?”

“수요일에 보내드리죠. 그래도 일주일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주말로 갈수록 좋을 테니까요.”

“그러던지. 그리고 신이에 대해서 얘기 했던 거 말이야.”

“네?”

“정말 전부 사실이라고?”

“거짓말이라고 해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뭐.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지만.”

“그럼. 젊은 여자들이 주위에 널리고 널렸는데. 이혼전적이 있는 신이를 굳이 유혹한 이유는 뭐냐? 너 정도라면.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살 필요도 없잖아.”

“하하하하하하하. 글쎄요.”

“.”

“음. 지키고 싶은 걸 빼앗는 게. 그러니까 절망이란 걸 품고 있으면서도 그걸 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봤다고 해야 되나?”

“절망?”

“이혼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누구보다 밝게 행동하려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손가락질을 받긴 누가 받았다고 그래!?”

“이래서 우리 대한민국 남자들은 안 된다는 겁니다. 눈에서 안 보이면 다 편안하게 살 거 같죠? 이혼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오로지 생각하는 거라곤 어떤 놈팽이랑 붙어먹고 자기 흉을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아니에요?”

“.”

“솔직히 형님도 신이를 다시 만났을 때 처음 생각한 게 뭐에요. 이런 젊은 친구랑 눈 맞아서 억울하고 화를 냈던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제 집에도 쫓아온 거고. 아니에요?”

“그렇다고 치자고. 그런 걸 다 알면서 왜 게임 같은 걸 제안하는 거냐? 내 마음속까지 꿰뚫어본다면 게임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음. 확인사살? 하하하하하하.”

“.”

“어차피 형님이 밑지는 거 하나도 없잖아요. 옛 마누라하고 질퍽하게 놀 수도 있고, 잘만하면 집도 생기고 돈도 생기고. 그럼 시작하시는 거죠?”

“좋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중에 룰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없었던 일로 하는 일은.”

“걱정 마시죠!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 경험은 형님만큼 충분합니다.”

“.알았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이번 주는 쉬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하시는 걸로 하시죠.” 

“.”

“아! 그리고 박미지란 분 말이에요.”

“박미지? 네가 미지씨를 어떻게 알고 있나?”

“형님한테 관심이 많던데. 알고 계셨어요?”

“미지씨가 날?”

“모르셨구나. 하긴 박미지란 여자가 많이 내숭 적이긴 하던데.”

“그런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게임에 전념하시려면 방해요소가 없어야 되잖아요.”

“.!?”

“하하하. 고맙죠? 선수보호 차원에서 이렇게 세세하게 신경까지 써드리고.”

“죽.였냐?”

“네!? 크크. 영화를 너무 보셨다. 제가 무슨 킬럽니까 사람을 막 죽이게?”

“그럼?”

“걱정 마십쇼. 제가 다 알아서 했습니다.”

“뭘 알아서 했다는 건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크게 질렀다.

커피전문점 안의 모든 사람들이 우릴 향해 시선을 집중했어도 그런 시선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강한상의 머리를 후려갈기려고 주먹에 잔뜩 힘을 줘 쥐는데. 강한상은 오히려 테이블에 바짝 당겨 앉으며 내게 말을 한다.

“창피하게 왜 소리를 지르세요. 혈기왕성한 십대도 아니신데.”

“이 새끼가.”

“참. 신이 때보다도 더 흥분하시니까. 보기 안 좋네요. 신이는 이미 떠난 여자니까? 어차피 다 끝난 여자니까 장난 같고 박미지란 여자는 현재형이라서? 혹시 형님도 박미지한테 관심이 있었나요?”

박미지씨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리과에 있는 아가씨다.

경리과 평균 나이보다는 좀 많은 30살에 노처녀라 불리는 여자이지만 평범함 속에서 스타일도 나름 괜찮고 얼굴도 미인까지는 아니었지만 괜찮은. 이혼남이라는 꼬리표에도 경리과의 말 많은 곳에서 날 색안경 끼고 보지 않은 유일한 여자였었다.

아직 시작도 안한 아무 사이도 아니었지만 썸싱이란 걸 들자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여자이기도 했다. 

“실망이네요. 그래도 와이프였던 사람의 일에 더 발끈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입 닥쳐라. 네가 뭘 안다고.”

“그래서 제가 먼저 손을 썼습니다.”

“뭐?”

“형님. 대한민국 여자가 가장 바라는 게 뭔지 아세요?”

“.”

“집하고 차. 안정된 직장. 그런데 그런 걸 초면엔 알 수 없잖아요. 그럼 뭘 보고 호감을 갖냐! 우선 복장이에요. 핸드폰 있다고 시계 안차고 다니시죠? 어차피 유행 따를 나이는 지났다고 만날 가는 미용실이나 이발소 가서 어울리게 커트해 주세요. 라고 하시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대한민국 여자들 내면에는 신데렐라 증후군이 어느 정도는 자리 잡고 있다는 건 많이 아실 테고. 그냥 내 주제에 단지 꿈일 뿐이지, 라면서 넘어가는 여자들 중에서도 운명을 가장한 만남에도 쉽게 넘어올 수 있다는 건 아세요? 그럼 그 우연을 가장한 만남의 남자와 섹스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일까요?”

“.”

“물론 처녀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요.”

“지금. 미지씨랑도 했다는 말이냐?”

“얼마나 걸렸을까요?”

“.”

“이틀이요.”

“.”

“첫날에 술집에서 만나서 연락처 주고받고, 그 다음날에 바로 했으니까. 시간으로는 24시간 안 걸렸네요.”

“미친놈.”

“저도 혼났어요. 진짜 가슴 작은 여자는 취향이 아닌데. 오죽 했으면 약까지 먹고 가게 해줬다는 거 아닙니까.”

“마음대로 얘기해라. 지금은 신이가 먼저니까.”

“어라. 못 믿으시는구나!”

“.”

“그럼 직접 보실래요?”

“뭐?”

“XX호텔 아시죠. 오늘 10시에 거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612호로 10시에 오세요. 문 열어 놓을 테니까.”

“내가!. 내가 왜 거길 가냐!?”

“형님은 오실걸요.”

“진짜 네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 가냐?”

“제가 여자를 어떻게 요리하는 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얘기로만 들었지 한 번도 제대로 못 보셨잖아요.”

“.”

“아차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그럼 저녁에 봬요.”

“누가 간다고. 안 가!”

“네”

점심시간을 황당하게 날리게 된 난 생각지도 못한 강한상의 말에 더 짜증이 밀려왔다. 그리 크지 않은 회사인 만큼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 질 잘 알고 있었기에 호감이 있는 여자라고 해도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었다.

더군다나 서른 살에 접어든 경리과의 철의여인이라 불리는 박미지란 여자는 더욱 그랬다.

단체 회식 때 티 나지 않게 날 챙기는 모습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건 이혼남의 처량한 신세를 동정해 했던 의미 없는 행동일 수 있었기에 동료들의 잘 해보라는 말에도 접근조차 안했었는데.

그것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썸싱을 도대체 강한상이란 놈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가 더 궁금해졌고 동료들까지 의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 내 모습에 애써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게 된다.

“미지씨 어디 갔어요?”

“결제 받으러 들어가셨는데. 왜요?”

“.”

“오셨었다고 전해드릴까요?”

“아닙니다. 중요한 일도 아닌데. 전화로 할 걸 그랬네요.”

“전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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