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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17화 (517/519)

517화

철갑웅은 자신이 세운 공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폐하, 이들이 가지고 도망치던 금은보화도 모조리 압수했사옵니다. 귀한 보물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잘했어, 보물들은 모두 오바마 항구로 보내.”

“넷!”

최인범은 그동안 투자한 전비를 회수할 요량이라 왜에서 나오는 약간은 비밀이 유지되는 재물은 모조리 싣고 떠날 생각이다.

왜의 왕궁에 있던 재물을 왕족들이 몰래 도망치면서 챙긴 보물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 점을 기화로 모조리 봉황성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철갑웅은 1천명의 친위기마부대를 이끌고 보물을 가지고 오바마 항구로 떠나고 있었다. 그러자 최인범이 떠나려는 철갑웅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바마 마을로 가서 보물은 모두 배에 싣고 언제고 왜를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 둬. 그리고 쓰루가로 가서 그곳에 주둔 중인 기마부대와 교대하고. 그 기마부대는 신속하게 교토로 가서 해외원정군으로 복귀하고.”

“넷!”

최인범은 다카시마 마을에서 1천명의 친위기마부대원과 머물면서 다소 한가하게 비와 호수에서 수영을 하거나 또는 낚시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최복동의 판단으로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 귀국하는 일만 남았어.’

자신이 왜로 오게 된 목적은 모두 달성한 셈이다. 이후부터의 전쟁 상황은 어찌 전개 되듯이 해외원정군이 해야 할 업무라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최복동과 그간 있었던 왜에서 있었던 일이나 심문중인 천왕이나 그의 가족과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포로 심문을 모두 책임진 최복동은 어떤 수단을 썼는지 모르지만 태왕이 알아내고 싶다고 판단하는 것들은 모두 알아냈다.

이제는 전쟁을 끝낸 이후의 일을 논의하고 있었다.

“앞으로 전쟁의 결과는 총사령관과 보병사단장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폐하, 틀림없이 잘해낼 겁니다. 교토의 치안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 돌아가셔서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시면 되옵니다.”

“그게 좋겠어.”

두 사람은 왜인들 중에서 민초들이 천왕을 어떻게 공경하는지, 대신들이나 영주들이 천왕을 정치적으로 어떤 정도로 느끼고 있는지. 사무라이들의 천왕에 대한 충성심이 어떤 의미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오랜 논의 끝에 천왕이나 그의 가족을 소리 없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폐하, 천왕은 완전히 사라져야 합니다. 포로로 잡았다고 해서 천왕을 왜인들 앞으로 나타나게 하면 오히려 처리하기가 곤란합니다.”

“항복 문서는 어떻게 하고?”

“그건 천왕이 친필로 항복 문서를 만들어 어보를 찍으면 공식문서가 되오니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이미 만반에 준비를 해두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최인범은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정보원장이 그들의 처리에 대해서는 책임지도록 하시오.”

“넷!”

“처리 방식은 절대로 후세에 알려져서는 안 될 것이오.”

이런 끔직하고 무서운 마지막 지시를 내리고 최인범은 1천명의 친위기마대원들과 같이 다카시마를 떠나 오바마 항구로 갔다.

여전히 왜에 대해 상당히 원한을 품고 있으니 주저할 까닭이 전혀 없었다.

‘왜인들의 씨를 완전히 말리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은혜도 모르는 놈들.’

태왕이 친위기마대원을 데리고 떠나자 남게 된 사람들은 국가정보요원들이다. 그들은 최복동의 지시에 의해 비밀리에 천왕이나 그의 가족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갑자기 산불이 나서 마을 전체를 태워버렸다. 그리고 산불이 꺼지고 나자 정보요원들은 왜의 대신들을 이끌고 교토가 향했다.

거대한 비와 호수 옆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천왕가는 완전히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천왕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비와 호수에는 검은 재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많은 기마병들이 몰려와 다소 번잡하게 지내던 비와 호수는 뭔가 깊은 사연이라도 담긴 것처럼 슬픔과 같은 고요함만 가득했다.

오바마 항구에 도착한 최인범은 쓰루가에서 돌아온 친위기마대원과 같이 교토로 향하게 되었다. 이제 왜를 떠나 귀국할 때가 되어 서둘러 떠나려는 것이다.

한편 교토의 왕궁에는 왜의 대신들과 총사령관인 척계광 그리고 보병사단장이 모여 있다.

왜의 천왕이 항복 선언을 문서로 했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정을 쉽게 내렸다. 항복과 더불어 평화협정을 맺고 있었다. 평화조약 내용에는 천왕의 근황이나 향후 위치에 대한 어떤 문구도 들어 있지 않았다.

“이것으로 앞으로 왜는 천왕이란 존재하지 않소. 그리고 신사에도 그 흔적이 남을 수가 없소.”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죠.”

천왕이 작성한 항복문서에는 왜는 지금 점령하고 있는 서쪽 지역은 모두 대진국 영토로 인정했다. 그리고 동쪽 지역은 대진국의 신하 국으로 왕(쇼군)이 다스리는 나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전쟁에서 패배한 왜의 왕(쇼군)은 많은 재물을 매년 대진국에게 조공해야 되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 영원히 조공을 해야 하는 금괴, 은괴. 구리, 황, 공녀, 특산품 등 품목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 이외에 왜는 앞으로 외교, 국방, 그리고 경제 활동에서도 대진국의 허가를 받거나 또는 통제를 받도록 협정이 체결되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경선이다. 북으로는 쓰루가 마을 남쪽으로는 나고야의 기소강으로 정해지고 서쪽은 대진국 영토다.

이런 결정으로 이번 전쟁으로 왜의 혼슈 지역은 완전히 반토막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국경선에는 나무로 만든 국경선을 표시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평화협상이 체결되자 최인범은 교토의 왕궁에서 잠시 머물며 대진국 영토로 변한 지역에 대한 행정구역을 정하거나 또는 도지사나 시장 군수를 임명하는 조치를 내렸다.

규슈, 히로시마, 오카야마, 오사카, 도쿠시마로 나누어 각기 도청을 두어 도지사가 행정과 치안 업무를 담당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문제가 별도로 논의 되었다.

“폐하, 이번에 영토로 포함된 지역에서도 화폐를 발행해야 하옵니다. 그러니 어떤 도시로 정할까요?”

“하카다 항구가 제일 적당하니 그곳에 화폐를 발행하는 관청과 더불어 은행을 두도록 하시오.”

“넷!”

나중에는 어찌 변하건 아직은 혼슈 지역은 불안했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행정이나 치안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항구도시로 정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해서 당장 행정이나 치안 상태가 정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해외원정군은 당분간 더 왜에서 머물며 도지사들을 돕기로 했다. 물론 해외원정군의 반은 국경선으로 이동해 그곳을 방어하는 전투사단으로 재 편성하게 된다.

“국경선에는 1개 전투 사단이 주둔하고 오사카에 1개 전투사단이 주둔하도록 전투 군단으로 조직하도록 하시오.”

“넷!”

물론 도(道)마다 예비보병사단이 있으니 그런 정도면 왜를 방어할 병력으로는 충분했다. 더 이상 병력을 증강하면 비용만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다.

측근인 척계광은 귀국하고 그동안 보병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장군을 군단장으로 임명했다. 그가 동왜 지역에 주둔하는 군대의 총사령관으로 근무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군단장은 국경지역에 튼튼한 방책을 세우고 서로 함부로 왕래를 못하도록 하시오.”

“폐하, 왜로 가려는 사람들은 어찌 처리하나요?”

“가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보내도록 하시오. 다만 동왜로 이주할 자들은 국경선 지역에서 새롭게 건설되는 방책 공사장에서 3달간 부역하고 보내 주도록.”

“넷!”

이런 조치로 서쪽에서 남아 있던 사람들이 동왜 지역으로 도망친 가족을 찾아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국경선 지역으로 가게 되었다.

그들은 느낌이지만 고향을 떠나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

“남편을 만나 다시 돌아와 살면 될 거야.”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그야 모르지. 아무튼 찾아 봐야지. 군인이었으니 대도시로 가면 만날 거야.”

왜인들은 가족을 만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3개월간 힘든 노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불사하고 국경선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번 동왜 지역으로 넘어가면 다시는 고향인 서쪽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동왜로 가는 것은 조금 힘들어도 필요한 과정만 통과하면 얼마든지 간다. 하지만 동왜에서 대진국의 영토로 들어오기는 불가능했다.

특히 3개월의 고된 노역은 많은 재물을 주게 되면 면해주기도 하니 무조건 힘든 과정은 아니다.

동왜 지역의 국경선으로 왜인들이 몰려오자 이 지역의 방어 책임자는 목책을 차츰 석재를 이용해 튼튼하고 거대한 장성으로 바꾸고 있었다.

“왜인들의 출입이 많아 국경선 방어가 힘들어 지니 그들을 통제하려면 석성으로 국경선을 보다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이 좋겠소.”

“그렇군요. 그럼 부역하겠다는 사람들을 이용하면 되겠네요.”

노역 대신 재물을 주고 동왜로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뇌물과 비슷하게 마련된 재원으로 엄청난 토목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길목에는 어김없이 아주 튼튼한 관문이 설치되고 있었다. 작은 마을도 석성을 만들기 시작하고 첨차 그것들을 연결하는 장성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쪽의 국경선이 정해지고 목책이나 석벽의 장성이 건설되면서 안정되었다. 그러자 각 도(道)지역도 빠르게 행정이나 치안 상태가 안정되면서 활발하게 경제 활동이 시작되었다.

산속으로 숨어 들어간 무장 세력들은 처음에는 모두 산적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그들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호랑이가 깊은 산중에는 너무 많기 때문에 산속에서 숨어서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위치만 발각나면 대진국의 군인들이 떼로 몰려와 마치 호랑이 사냥을 겸하듯이 자신들도 추포를 하고 호랑이 사냥도 같이 하고 있었다.

“항복! 살려 주시오.”

산적들은 하나둘 노비 신세가 되더라도 목숨은 살려주니 관군에게 항복했다.

왜의 최하위층인 민초들은 살기가 좋아진 점이 아주 많았다. 전에는 소작농으로 힘들게 농사지어야 소출의 반도 차지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소출의 3할만 땅 주인에게 주면 된다.

“세상 참 좋아졌어.”

“당연하지 대진국의 영토로 변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배우기만 하면 관료가 될 수도 있다고.”

“그렇다고 하더군. 그리고 군대로 입대해서 잘하면 장교도 되고.”

“그럼, 아들을 군인으로 만들어야 되겠어.”

물론 한국어도 배워야 하고 한글도 터득해야 하니 힘든 과정은 남아 있었다. 그래도 공부를 해서 출세할 길이 열렸으니 전보다 살기가 좋아진 것은 확실했다.

상층부를 이루던 영주나 또는 그의 가신들의 경우 모조리 전쟁포로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노비로 전락한 그들이 소유하던 많은 재산은 몰수되어 국가 재산으로 변했다.

중급 계급인 사무라이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개인별로 차지하고 있는 재산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 토지를 강제로 몰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무라이들은 전처럼 소작인을 두고 검이나 여러 개 차고 허세를 부리던 좋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다.

민간인이 검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것이 불법이다. 더구나 소작료가 너무 적어 그런 정도로는 살기가 힘들다. 그래서 검을 버리고 농사를 직접 짓는 농부로 변했다.

더구나 재수 없으면 영주들과 같이 반역도로 판결 받아 전쟁포로인 노비 신세로 변하거나 재산을 몰수당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군인으로 재 입대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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