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514화 (514/519)

514화

크르릉! 크르릉!

경비견인 진돗개가 전방을 노려보며 으르렁 거렸다.

“적이다.”

낮에 수차례 집단으로 공격했으나 모조리 패한 왜군들은 드디어 어두운 밤을 이용해 기습 공격을 가해왔다.

은밀하게 숨어서 접근하다가 들키게 되자 떼를 지어 빠르게 달려들었다. 모두 장검을 든 사무라이들이다.

“와! 와! 돌격!”

“돌격!”

펑! 슈슈슈슝

“크악!”

“으아악! ”

언덕 위에 위치한 진지로 달려들던 왜군들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땅에서 마구 굴렀다. 적이 야간에 기습공격하자 화기소대에서 소완구를 발사해 일시에 무수한 탄환을 날린 것이다.

타다다당! 타다다당!

소완구가 발사됨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난 소총수들이 빠르게 소총을 들고 전방을 향해 발사했다. 그러자 접근하던 왜군들은 가깝게 접근하기 전에 무수히 죽어 버렸다. 사방에서 적의 비명소리가 요란했다.

“으아악! 아악! 살려줘!”

“후퇴! 후퇴!”

전진하던 왜군의 지휘관이 급하게 후퇴를 명령하자 살아남은 왜군들이 뒤로돌아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러나 도망치는 그들 위로 수많은 화살이 떨어졌다. 궁병들이 유엽전을 날린 것이다.

“으악!”

“악!”

도망치던 왜군들은 처참한 비명을 토하며 죽어갔다. 기습공결을 감행한 왜군들은 막강한 화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낮에 이어 밤에도 왜군들의 공격은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재차 공격하는 것은 포기라도 한 것인지 전선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잠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처참한 소리가 보병들의 귀를 따갑게 했다.

“크르륵! 크르륵!”

“으으윽 으윽 살려줘!”

부상당한 왜군들이 처절하게 비명을 토하지만 대진국의 보병들은 숨을 죽이고 그대로 듣고만 있었다. 전선을 이탈해 전방으로 나가라는 명령이 없기 때문이다.

‘어휴! 저 놈은 금방 죽지도 않고 어지간히 명이 질기네.’

참호 속에서 왜군들이 토해내는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보병들은 그제야 전쟁의 참혹함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전장으로 왔으니 자신도 언제 저런 신세가 될지 모른다.

병사들의 입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속으로 ‘어머니!’를 외치고 있었다. 언제 불러도 다정하고 따스한 어머니란 말이다. 언제고 항상 자신을 감싸주던 어머니의 푸근한 품이 그리워진다.

일부 심약한 병사들은 찔찔 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병사는 선임하사의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 상병! 소총에 대검차고 가서 확인 사살하고 돌아와.”

“넷!”

치열한 살육전으로 얼룩지는 전쟁의 상황이다. 더구나 지금은 부상당한 적에게 후한 배려를 하는 시절도 아니다. 또한 그렇게 해줄 여유나 마음도 없었다.

최 상병은 선임하사의 명령으로 소총에 장착된 대검을 사용해 신음하는 왜군들을 찔러 죽여 버렸다. 한 두 놈이 아니다. 무려 수십 명이 심한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푹!

“크륵!”

푹! 푹!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부터는 의외로 무덤덤해졌다. 점점 잔인한 눈빛으로 적의 숨통을 끓어 버렸다.

왜군 부상자들을 완전히 처리하고 난 최 상병은 주변에서 신음소리가 전혀 나지 않자 다시 진지로 돌아왔다.

참호로 길게 이어진 방어 진지에는 대대장이 와 있었다. 적의 비명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 순찰을 돌고 있었다.

“수고했군. 하사로 진급해.”

“넷! 감사합니다.”

졸지에 2계급이나 특진했다. 그의 공로는 적을 20명이나 사살했다는 것이다. 하긴 마지막으로 숨통을 끓어 놓았으니 전혀 틀린 결정은 아니다.

후일담이지만 이후 최 하사는 이번처럼 왜군의 부상자 처리를 전담하게 됐다. 그래서 다른 병사들 사이에 망나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남이 꺼리며 힘들고 어려운 임무지만 보상이 후해 그는 빠르게 진급했고 나중에는 헌병대 소속 장교인 소위로 변했다.

왜군의 야간 기습공격 때문에 보병들은 다들 잠을 설쳤지만 새벽에 일어나 식사하고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진지 앞에는 보급병들이 죽은 왜군의 시체를 치우며 그들이 지닌 무기나 물건들을 철저하게 챙겼다. 장검이야 당연한 것이고 갑옷도 벗겨 버리고 나자 사체들을 한쪽에 모아서 태우고 있었다.

“사바 사바하! 나무아미타불!”

군종인 홍익종파 스님이 불타는 옆에서 목탁을 두드리면서 낮은 목소리로 염불했다. 비록 적이지만 죽어서라도 극락왕생하라는 뜻이다.

이때 전방으로 정찰을 나갔던 수색중대 병사들이 시커먼 복장으로 돌아왔다. 몸에는 진흙도 묻고 어디서 고약한 똥냄새도 풀풀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시궁창이나 하수구를 기어 다닌 것 같았다.

“적이 공격해 오기 위해 집결하고 있습니다.”

“전투준비!”

대진국의 병사들은 지휘관의 외침에 정신없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포진했다. 전투를 치를수록 사기도 높아지고 전투에 임하는 동작들은 매우 민첩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전방에 수많은 사무라이들과 장창을 든 왜군들이 몰려왔다. 엄청나게 많은 수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수만명은 되는 것 같았다.

“와! 많다.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조리 몰려왔나 보네.”

“죽창도 들고 오고. 저런 것도 군대야?”

“만만하게 보지 말고 조심해. 죽창에 찔리면 고통은 두 배는 더하고 죽어서도 개망신이니까.”

왜군들이 떼 지어 몰려오는 곳은 평야지대로 넓은 밭들이다. 왜군들은 비교적 적은 소수로 공격해 봤지만 화력의 차이로 패배하자 전 병력을 총동원해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인해 전술이군.”

“포격 준비.”

개활지에 왜군들이 나타나자 후방에 포진한 포병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들은 대포는 물론 신지전도 발사해 돌진해오는 왜군에게 무차별로 공격을 가했다. 궁병들도 손가락에서 피가 나도록 속사로 화살을 날렸다.

쾅! 펑! 퍼벙! 슈욱! 쉬익!

이때 바다에서 해안으로 접근한 해군 함정에서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펑! 펑! 퍼벙! 펑!

제일 사거리가 긴 전포만을 이용해 먼 거리까지 포격을 가했다. 바다에서도 수많은 함포로 지원사격을 가하자 왜군들은 대응 방법이 전혀 없이 죽어갔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포격이나 화살에 죽는 왜군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전투에 임했다. 적이 진지 가까이 다가오자 소완구가 일제히 탄환을 날렸다.

펑! 슈슈슝!

“조준 사격해!”

살아남아 접근하는 왜군들을 향해 소총을 발사하는 병사들에게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탄환과 화약을 장착해야 하고 적을 향해 쏘기도 해야 하니 명령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어차피 대충 쏘아도 어떤 놈이고 맞게 되어 있었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진지 가까이까지 접근하던 왜군들의 경우 소총수들 뒤에서 포진한 창병들이 날린 단창에 꼬치가 되어 죽어갔다. 처참한 비명을 토하더니 혀를 물어 스스로 죽었다. 내장이 밖으로 나와 질질 거리니 너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패색이 짖어진 왜군들이 서서히 뒤로 물러날 기미를 보이자 보병 중대장이 명령을 내렸다.

“돌격!”

“와! 와! 돌격!”

함성소리와 함께 소총수와 창병들이 참호 속에서 일제히 튀어나와 앞으로 내달렸다.

다다다다.

“와! 와!”

타다다당! 탕! 타다당!

돌격과 함께 부상당한 왜군들은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소총수와 창병들에게 찔려 죽었다. 단 한 번에 절명시키는 것이 지금으로는 자비심을 베푸는 행위다.

넓은 평야 지대는 수많은 시체들이 비릿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널려 있었다. 포탄의 파편에 죽기도 하고 일부는 불에 타거나 또는 화살과 총탄에 죽어 있었다.

이윽고 무수한 죽음만 남긴 치열한 전투는 모두 끝났다. 정찰병의 보고에 의하면 왜적은 모조리 후퇴해 멀리 달아났다는 것이다.

“어디로 갔나? 교토 지역인가?”

“아닙니다. 동쪽의 산길을 통해 다른 쪽으로 도망쳤습니다. 아마도 나고야 쪽으로 후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보고를 받은 보병 사단장은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부대별로 인원 점검하고 중대 단위로 조를 이루어 교토로 전진.”

“넷!”

보병 사단의 부대원들은 신속하게 이동할 준비를 마치고 빠르게 교토를 향해 전진했다. 교토로 가는 길은 하천 변으로 그런대로 도로 사정이 좋았다.

“전원 구보!”

지휘관의 명령에 병사들은 완전 군장 상태로 구보해 빠르게 전진했다. 이런 이동방법 역시 오래 훈련한 터라 너무 일상적이다. 뒤에서 따라가는 병사들의 경우는 군가를 부르며 전진했다.

“사나이! 사나이! 멋진 사나이·····.”

이미 왜군들이 모조리 도망친 오사카는 적막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도망치느라 오사카에는 젊은 남자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높은 누각으로 지어진 웅장한 오사카 성이나 중요한 건물들도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보급병들은 젊은 여자들을 모아 밥도 시키고 빨래도 시키고 오사카를 청결하게 하는 작업은 감독하게 되었다.

“이제야 우리 보급병도 편해졌어.”

“그러게. 아무튼 이제부터는 우리 보직이 최고야.”

한편 극히 일부만 남아 있던 기마병들은 대포를 마차로 끌고 서둘러 마차들과 같이 이동했다. 보급병들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왜군들의 사체를 처리하고 무기나 물건들을 챙겼다. 그들 옆에는 어김없이 여자들이 4명씩 졸졸 따라 다니고 있었다.

“저것도 챙기고.”

“예. 장군님.”

계급이 이제 겨우 상병인데 왜녀들은 장군이라고 칭하면서 굽실거리며 시키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그래야 식량 배급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게 생겼다. 오사카의 모든 재물이나 식량은 공출이라는 명목으로 압수해 버렸다.

이제부터는 보급품은 현지 도달이 원칙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약탈 행위는 금지하지만 관공서의 재물이나 군량미로 비축되어 있던 식량들이 모조리 압수되자 민초들이 먹을 식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후방에서 정지 작업을 하는 보급병들은 적의 사상자 수를 확인하고 나면 계속해서 화장해버렸다. 잔혹해 보이지만 전쟁이 터지면 이런 사체들 때문에 전염병이 돌게 된다. 그 때문에 최대한 빨리 사체를 화장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깔끔하게 태워. 나무가 부족하면 판잣집 허물어서 가져오고.”

“예!”

“도로에 있는 쓰레기도 치우고.”

후방지역은 이미 정상적인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다만 젊은 사내들은 전혀 없는 이상한 도시로 변했다.

사내가 있다면 대진국의 보급병들만 남아서 많은 왜녀들을 종으로 부리며 보급 활동 중이다.

“긴 머리는 잘라내고 태워!”

태왕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으로 시체들의 긴 머리카락은 모조리 수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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