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화
활활 타오르는 거센 불길은 사람의 마음까지 타오르게 했다.
“시원스럽게 너무 잘 타는군.”
“총사령관님, 완전히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렇군. 이제 기다리면 돼.”
느긋하게 바다에서 불길이 조금 사그라지길 기다리는 대진국의 해외원정군과 달리 오사카에서는 난리가 났다.
살기위해서 불이 붙은 상태로 부두로 돌아오는 배들도 있다. 공교롭게도 조정 기능을 상실한 배들이 불에 타면서 해안으로 밀려왔던 것이다.
“불이야! 살려줘! 으아악!”
“저런! 저런!”
자신들이 묘책이라고 나름 준비를 단단히 한 화공작전이 실패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스스로 불에 타죽어 전멸하게 생겼다.
왜의 총지휘관인 야마모토가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빨리 해안에서 떨어져. 해안에 배치된 대포도 모조리 이동하고.”
후다닥! 와글와글
오사카의 해안은 사방이 불타는 배들 때문에 육지에서도 거세게 타올랐다. 그렇게 되자 부두 주변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말았다. 하늘로 검은 구름이 끝없이 올라가고 거친 화기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으아악! 으악!”
펑! 펑!
“으악! 악!”
해안가에 있던 대포를 이동시키며 미처 챙기지 못한 화약통들이 터졌다.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토하며 죽어갔다.
이제는 군인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목재로 만든 민가에도 불이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왜의 목재 건물들은 화기에 너무 취약했다.
멀리 떨어져 불타는 오사카의 해안이나 마을들을 망원경으로 살피던 돛대 위의 관측장교가 크게 외쳤다.
“총사령관님, 불길이 약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함대 전진!”
오사카의 해변은 여전히 검은 연기를 품으면서 불에 타고 있었다. 왜인들은 이리저리 날뛰면서 가옥을 태우는 불길 잡기에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해외원정군을 실은 함정들이 좁은 해협을 지나 넓은 오사카만으로 진입했다.
전투함들은 혹시 모를 화공을 대비하기 위해 넓게 퍼졌다. 이어서 보병과 포병을 실은 화물선이나 또는 상선들이 빠르게 불타고 있는 오사카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오사카 지역에는 대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다. 본시 태왕의 작전계획도 그렇고 거센 불길을 피하려고 오사카와 인접한 사카이 지역으로 이동해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왜군들은 오사카 지역으로 모든 병력을 배치해 이곳에는 군사들이 전혀 없었다.
“빨리빨리 하역해.”
“넷!”
보병들이 각종 배에서 빠르게 내리고 나서 계속 보급품이나 대포 그리고 군수품들을 하역했다. 그러나 군수품들은 아주 일부만 내리고 있었다.
나머지는 보병들의 이동 상황에 따라 오사카의 요도가와 강을 거슬러 올라가 최전방 지역까지 운반해줄 계획이다.
“나머지는 교토 외곽에서 인수해.”
“넷!”
이미 한번 시모노세키에서 상륙 작전을 해본 경험이 있는 보병사단 병사들이다. 매우 혼란하던 처음과는 달리 빠르게 부대별로 인원 점검을 끝내고 전선을 구축했다.
이어서 포병들도 대포나 화약 그리고 포탄들을 챙겼다. 포병들은 보병들이 포진한 뒤로 가서 진영을 짜게 되었다.
포병들은 보병의 우측에 모두 포진했다. 육군의 포병부대는 해군함대의 함포사격으로 미치지 못하는 우측 지역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전선이 구축될 무렵에는 오사카의 도심을 태우던 불길이 잦아들고 있었다.
“와! 비다!”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가느다란 이슬비가 내리자 불길은 점점 꺼지고 있었다. 전진하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한 보병 사단장은 크게 외쳤다.
“오사카로 전진!”
전방의 척후병들이야 사방으로 흩어져 전진했다. 나머지 병사들은 부대별로 밀집 대형으로 전진했다. 제일 앞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소총수가 서고 그 뒤에는 창병, 제일 후미에는 궁병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천천히 전진하던 보병들이 그 자리에 멈추고 일제 사격을 가했다.
타다다당! 타다다당!
전방에 나타난 1000명 정도의 왜의 기병들을 향해 일시에 수많은 총알이 날아갔다. 그러자 보병이라 기병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던 왜의 기마병들이 매섭게 돌진하다가 총알 세례로 모조리 죽고 말았다.
드문드문 총알을 피해 돌진하던 왜의 기병은 후미에서 대기하던 창병들의 단창투척으로 죽어 버렸다.
쉬익! 쉬익! 히이잉! 콰당!
“으아악!”
말이 중요하지만 전쟁에서 기마병이 탄 말을 공격하는 것은 제일 효과적이다. 질주하던 기마병들은 목이 부러지거나 또는 다리가 부러져 전투력을 상실했다.
1000기의 기마병들이 힘을 써보지 못하고 죽어버리자 전진하려던 왜의 사무라이들이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쉬쉬식! 쉬쉬식.
“으악!”
“악!”
밀집 대형으로 모여 있던 사무라이 무리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후방에서 대기하던 궁병들이 날린 화살 공격에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죽고 말았다. 그러자 사기가 오른 보병 연대장은 이내 명령을 내렸다.
“전진!”
명령을 받은 보병들이 앞으로 전진 하자 후미의 포병들도 따라서 이동했다. 대포 한 발 쏘지 않으며 전진하려니 별로 재미가 없어서 포병들은 불평했다.
“이게 뭐야 대포를 쏴 보지도 못하네.”
“안 쏘고 이기면 더 좋은 거지.”
“대포를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녹슬어서 똥포로 변해.”
일정한 거리로 전진하던 보병이 멈추었다. 자연히 조금 전에 죽여 버린 왜군들의 사체며 말은 자연히 포병들 차지다. 또한 보급병들은 급하게 죽은 말을 해체해 고기를 챙겼다. 여진족 출신이 많다가 보니 말고기도 훌륭한 식량이 되는 것이다.
“맛난 말고기가 오늘은 지천이야.”
“먹고 남으면 엷게 잘라서 훈제로 만들어.”
“넷!”
이런 방식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이동 속도는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그러니 빨리 진격해 백병전에 능한 왜군들과 접전을 벌이는 방법보다 매우 효과적이다.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진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동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이유는 왜군의 저항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쾅! 콰광! 쾅!
전방의 해안에서는 여전히 함정들이 길게 늘어서 이동 중이다. 보병들의 전방에 나타나는 왜군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매서운 함포 사격으로 격퇴시키고 있었다.
적의 방어나 공격 전력이 너무 허약하다고 판단한 보병 사단장은 참모들에게 더 빠른 전진을 명령했다.
“대대로 연락해서 빠른 속도로 오사카까지 전진!”
“넷!”
보병 사단은 빠르게 전진해 오사카의 작은 개울까지 진격해 멈추었다. 오사카는 물의 도시라 볼 수 있을 정도로 하천이나 운하가 많은 곳이다. 대진국의 보병들은 이곳에서 야영해야 하니 적의 야간 공격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참호를 파!”
“넷!”
훈련을 받으면서 기합으로 수없이 참호를 팠던 쓰린 경험이 있으니 병사들의 야전 삽질은 번개 같았다.
파바박! 파바박!
“에해야 디야! 에해야 디야!”
너무 많은 연습을 해서 삽질하면서 흥겹게 노래하면서도 능숙한 손놀림이 다들 예사롭지 않았다. 병사들은 대부분 땅파기가 엄청 힘든 자갈밭에서도 삼질을 많이 해봤다. 그러니 해안가의 거의 모래로 이루어진 곳에서 하게 되는 삽질이야 그저 잠시 해보는 여흥과 같았다.
“야! 오늘 식사의 반찬은 뭐냐?”
“말고기와 돼지고기.”
“그럼 나는 말고기를 먹어 봐야 되겠어. 돼지고기는 너무 먹어서 그런지 푸석푸석하고 이제는 별로더라고.”
잡담을 나누면서 참호를 구축하는 병사들의 손길은 의외로 빠르다. 어디고 일탈 행위를 하는 병사들은 있었다. 유달리 여자를 좋아하는 병장은 멀리 보이는 화려해 보이는 집을 가보려고 한다.
‘저 집에 분명 참한 게이샤가 있을 거야.’
전쟁이 터져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 게이샤가 남아 있을 턱이 없지만 병장은 나름 야무진 꿈을 꾸고 있었다.
‘게이샤를 만나 첩으로 삼아야지.’
일부다처제인 대진국이라 능력에 따라 부인을 여럿 두어도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조선의 한양 출신으로 일찍 여진족 여인과 혼인했는데 부인이 너무 거칠어 그게 항상 불만이다.
여려 보이는 작은 체구의 왜녀가 좋아 보인다. 더구나 화장발인지 전혀 모르고 게이샤가 얼굴이 하해서 예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 특진해 중사로만 진급하면 충분히 첩을 두고도 먹고 살만해.’
해외원정군은 일단 지원과 동시에 일 계급이 오른다. 그리고 훈련을 끝내고 파병하면서 일 계급을 올려줬다. 그러니 본시 일병이던 놈이 빠르게 병장을 달았다.
전쟁이 끝나면 해외파병용사라고 해서 한 계급이 오르고 전공을 세우면 특별 진급도 하니 중사는 쉽게 될 것 같았다. 그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보병의 최하위 계급이 여기서는 상병이다.
병장은 진급만 생각했지 군기를 어기면 강등 당하거나 감옥 간다는 엄한 군법은 잊은 모양이다.
약간 평지보다 높은 구릉에 참호를 파는 병사들은 신속하게 주변 나무를 제거해 가져왔다. 잘라온 나무의 일부는 화목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참호들의 위를 덮어 무개호로 만들었다.
혹시라도 적의 포탄이 날아오거나 또는 화살이 날아올 것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면 화살은 피하겠어.”
“위에 흙으로 덮을까?”
“임시로 지낼 곳이니 이런 정도만 하자고.”
보병들도 중대별로 화기소대가 있었다. 화기소대의 보유 장비는 휴대용인 소완구다. 소완구는 일종에 박격포로 포구에 포탄을 장착하거나 또는 쇠구슬인 철탄을 넣고 쏘면 일시에 수많은 탄환이 날아가는 장치다.
화기소대 소완구의 탄약수 경우 포탄은 휴대하지 않고 철탄만 휴대하고 다닌다. 그래서 그런 탄약수는 쇠구슬치기는 귀신이다.
대진국의 보병들의 공격방법이나 장비 그리고 기본적인 주둔지의 진지 구축이나 또는 방어벽 구축 등은 모두 현대식이다.
참호를 구축해 방어선을 만들고 나자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다들 젊어서 그런지 질긴 말고기를 잘도 씹어 먹었다. 잘근 거리며 씹어 먹는 맛이라 특별했다.
“말고기도 오래만 씹으면 맛나네.”
맛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보초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보병들은 참호에서 끄덕 끄덕 졸고 있었다. 보병들이 굳게 믿는 보초병은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