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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11화 (511/519)

511화

<천왕가의 처참한 소멸>

촌장과 소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밤이 깊어 작별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 고운 기모노를 입은 여자아이가 무릎걸음으로 세숫물을 떠놓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체가 참으로 고와 보였다.

‘흠! 상당히 어리군.’

덩치가 작아서 어리게 보이는 건지 아니면 목덜미에 솜털이 보여서 그런지 무척 어려 보였다. 오래전에 월녀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어린 누이동생으로 보였다. 아마도 촌장의 손녀 같았다.

최인범은 세면을 마치고 소녀가 시중을 드는 가운데 식사를 했다. 항상 같이 식사하던 철씨 삼형제가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놈들이 도대체 어디를 간 거야? 혹시 딴 짓하러 옆길로 새는 것 아냐?’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철씨 삼형제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하나씩 들고 낑낑거리며 안으로 들어 왔다. 철씨 형제들이 버거워 할 정도면 괘나 무서워 보이는 나무상자다.

“너희들 아침부터 어디를 다녀 오냐?”

철갑웅 형제는 나무상자를 내려놓고 나서 의기양양해서 응수했다.

“폐하!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생각돼 저희들이 어제 직접 은광으로 달려가서 그곳에 있는 은괴를 모조리 수거해왔습니다.”

“뭐라? 너희들은 겨우 생각한다는 것이 남의 공을 가로 챘다는 거야?”

“폐하! 그게 아니오라.”

“아니긴 뭐가 아냐. 내가 너희들 속을 모르냐?”

기왕에 힘들게 가져온 은괴라 확인하듯이 물었다.

“너희들이 들고 있는 3상자가 다냐?”

“아닙니다. 이런 상자가 모두 10개가 넘습니다. 왜놈들이 광산에서 철수하며 후방으로 운반하던 것을 저희가 추적해서 탈취해 왔습니다. 자칫했으면 은괴를 차지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그러냐? 그럼 너희들이 수고한 것이 틀림없군.”

적의 수중에 들어가면 군사력을 양성하는데 사용될 재화라 아주 잘한 일이다. 최인범은 은괴를 모두 정확하게 수량 확인하고 지휘 함정으로 가져다 놓도록 했다.

“앞으로 은괴나 금괴 그리고 보물이 생기면 모두 가져와.”

“넷!”

왜의 정복 전쟁도 좋지만 그동안 사용한 재화를 생각하면 이제는 회수를 생각해야 될 때가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군주라도 재물이 말라버리면 권력 또한 사라진다.

황제 자신이 재화가 많아야 군사력도 마음대로 키우고 필요한 경제 분야에도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도 해야 하니 자금을 써야 하는 분야는 너무도 많았다.

권력과 돈은 함수 관계가 있었다. 돈이 없으면 권력도 사라지고 돈이 많으면 저절로 권력도 생기는 법이다.

목표한 은광도 완전히 점령해 휘하에 넣게 되었다. 그 은광만 잘 운영해도 어느 정도 전비는 충분히 충당하게 되었다. 또한 왜에 행정 조직을 새로 만들면서 벼슬을 적당하게 팔았다.

순수한 매관매직이 아니라 조선이 합병되면서 많은 재물을 나라에 바친 충정을 바탕으로 벼슬을 주고 있었다. 자발적으로 충성심을 보이자 적당한 벼슬을 능력에 따라 주고 있었다.

‘돈을 많이 냈다고 벼슬 주는 것이 마냥 좋은 일도 아니고 계속하면 안 되는 제도지만 전례가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들은 하겠지.’

전례란 문제가 많은 여자 해적 두목인 정난정에게 거액을 받고 고위직을 하사했다, 또한 해적 생활을 합법화 해준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자신만이 그런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물론 먼 훗날에 유럽에서 벌어지는 행위지만 어떤 면에서는 국익을 위해서는 꼭 시행해야 할 제도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보자 이제는 멀리 남해도(대만)에서 필리핀을 비롯해 안남(월남)까지 진출해 활동하는 정난정의 소식이 궁금했다.

‘흠! 욕심이 많고 매섭던 정난정은 지금 뭐하나 모르겠어. 귀국하기 전에 알아 봐야 되겠군.’

너무 멀리 떨어져서 활동하니 소식을 알고 싶다고 해서 쉽게 알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수시로 무역선을 통해 근황을 알리도록 되어 있으니 알아보려면 한 두 달 전에 소식은 알 수 있었다.

최인범은 전비를 생각하다 보니 지금처럼 차근차근 점령하다가는 해외원정은 너무 길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제 자체적으로 군사를 모집할 정도의 땅도 완전히 장악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막상 접전을 벌여 전투를 치러 본 왜의 군사력이 너무 형편이 없다고 판단했다.

‘기선을 잡았을 때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이 좋아.’

제일 빠른 방법은 왜의 수도인 교토로 가서 허울뿐인 존재지만 천왕을 잡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다.

전쟁을 빨리 끝낼 생각인 최인범은 짧은 시간 안에 천왕을 잡는 방법을 구상하기로 했다.

‘천왕과 그의 일가들만 잡고 전쟁을 끝내자고······. 다른 왜의 세력들이 항복을 하든 안하던 그쯤해서 끝내는 것이 제일 좋아.’

강력한 제국이라지만 전쟁을 오래해서 나라가 온전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니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백성들도 좋고 또한 황제인 자신에게도 좋았다.

최인범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빨리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신속하게 교토로 가기 위해서는 오사카를 공략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결국 함정을 이용해 교토 인근에 상륙해 직접 쳐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양동 작전으로 보병사단은 배를 타고 오사카로 가서 상륙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그리되면 북과 남에서 교토를 협공할 수 있다.

약간 불안하지만 은광의 수비는 대마도에서 오게 된 군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철갑웅, 은광 수비는 다른 부대에게 맡기고 친위기마부대는 모두 교토로 직접 쳐들어가자.”

“폐하! 그건 너무 무리한 모험이 아닌가요? 우리는 겨우 기마병이 2천명에 불과합니다.”

“그런 정도면 충분해. 주력군은 오사카를 통해 진격할 것이니까.”

“폐하, 그렇더라도 적진 깊숙한 곳에서의 상륙 작전은 매우 위험합니다.”

충분히 이의를 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결심했기 때문에 다른 작전으로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2천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태울 배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인범은 고민하다가 드디어 1천명은 육로 통해 동쪽으로 진군하기로 했다. 나머지 1천명은 현재 보유한 10척의 함정과 대마도에서 오게 된 20척의 배들에 나누어 타고 상륙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그렇게 정하고 상황에 따라 변경하자고.’

말들은 모두 육로를 통해 가게 되는 기마병들이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결정하자 철갑웅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의견을 제시했다.

“폐하! 어차피 기마병들을 육로로 이동시키려면 보병 사단과 같이 이동 중인 2천명의 기마부대를 합류시켜 3천명의 기마부대가 육로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사옵니다. 그런 정도의 군세라면 육로로 가다가 마주치는 적과 충분히 대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의견을 듣자 최인범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네 의견도 일리가 있구나.”

“그리되면 저희들이 1천명씩 인솔해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건 그렇지 않아. 너희들은 나와 같이 함정으로 가게 되는 병력을 챙겨야 해.”

“알겠습니다.”

기마부대는 사실 상륙작전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말을 태우고 가야 하니 적재 공간도 너무 많이 차지하고 또한 건초들도 가져가야 하니 버거웠다.

물론 친위기마부대의 경우 특수부대라 여러 가지 작전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보병사단과 같이 이동 중인 기마부대는 그렇지 않았다.

그 기마부대는 순수한 기마부대의 능력만 지녔고 또한 무기도 그런 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말을 타고 화설을 쏠 수 있을 정도의 궁기병과 궁창병인 것이다.

기마부대의 규모가 3천명이나 되면 그것은 거의 사단과 비슷한 전력을 지니게 된다. 오히려 더욱 위력적인 전투력을 지니게 된다.

물론 그런 위력은 아주 넓은 개활지나 또는 광활한 대지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래도 기마병 3천은 대단한 위력이다.

‘일시적으로 적을 광범위하게 그물을 치는 용도로는 기동성이 좋은 기마병이 좋아.’

최임범의 판단에는 오사카에서 잘만 퇴로를 막으면 천왕은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못하고 교토에서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새롭게 구상한 작전 계획서를 그림으로 그리고 서면으로 세부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나서 경호 실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경호실장, 이번에는 전보다 더 중요한 전달 사항이니 경호실 요원을 모조리 데리고 히로시마로 가도록 해. 경호실장이 히로시마에 도착할 무렵에는 아마도 점령을 끝냈을 것이야. 보병사단장과 총사령관에게 작전 명령을 전달하고 기마부대를 이끌고 돌아오도록 해.”

“넷!”

한쪽은 병력 이동 때문에 먼 거리를 다시 돌아와서 함정에 승선해 이동하니 서로 간에 공격 시간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황제인 자신이 먼저 교토를 공격하면 안 되는 계획이다. 해군이나 남쪽의 보병 사단이 상륙작전을 펼칠 준비를 끝나서 함정에 승선하고 떠나면 기마부대를 이끌고 돌아오라고 했다.

“확실하게 모든 병력이 출발하는 것을 보고 여기로 돌아오면 적어도 이틀의 차이가 나니 여기 부대의 이동과는 어느 정도는 차이가 나니 충분해.”

“알겠습니다.”

서로 상륙작전을 펼치기 위한 출발 시점을 다르게 해서 남쪽으로 쳐들어가는 부대가 먼저 교토를 공격하도록 한 것이다.

경호실장에게 작전 명령서를 주어 히로시마로 보내고 최인범은 바쁘게 움직였다.

남자 호위무관 50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해안선을 따라 먼저 이동해. 선발대이니 전방에 2개조의 정찰대원을 운용해서 항상 전방에 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도록. 계속해서 전방상황을 후방으로 연락하고.”

“넷!”

“해안에 마을이 나타나면 먼저 병력이니 방어 태세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우회하는 길도 찾아보고 하천을 넘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보도록 해.”

자신이야 안전하게 대형 함정을 타고 이동하니 육로로 통해 가게 되는 기마병들의 안전이 중요했다. 호위무관 50명이 먼저 동쪽으로 떠났다.

경호실장이 기마병들을 인솔해 돌아오길 기다리며 한편으로는 기마병들이 이동할 준비를 했다. 드디어 수많은 말들과 함께 기마병 2천명이 오게 되었다.

그들이 도착하자 최인범은 그제야 1천명의 기마병에게 승선을 명령했다.

“나머지는 각기 1개 대대씩 나누어 전방에 1개 대대가 출발하고 나머지 2개 대대는 후미에서 따라 가도룩.”

“넷!”

두두두두.

기마병들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최인범은 그제야 지휘함에 올라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했다. 30척의 해군 함정으로 이동하니 어지간한 도시는 함포 공격으로 초토화가 가능했다.

육로로 이동주인 우군이 적을 만나면 함포로 지원 사격을 해줘야 한다. 그 때문에 해군 함대는 육로로 가는 기마병들과 보조를 맞추어 전진했다. 병력은 3천명이지만 군마는 모두 1만필이나 되니 실로 대단한 군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두두두두.

수많은 말들이 내는 울림은 적을 놀라게 할 수밖에 없었다. 놀란 왜인들은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 살던 집에서 튀어나와 급하게 산속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간혹 큰 마을이 나타나도 그들은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촌장이 엎드려 절하며 눈물어린 표정으로 사정했다.

“항복! 항복합니다. 살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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