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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06화 (506/519)

506화

태왕은 맛나 보여 먹으려던 삼계탕을 옆으로 치우며 여자무관들에게 지시했다.

“삼계탕 10그릇을 더 만들어 가져와.”

“예이!”

오랜 측근으로 마치 친형제와 같이 지내는 철씨 삼형제가 다시 모이게 되었으니 그들과 같이 식사하려는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삼계탕 10그릇이 다시 준비되어 들어오고 이어서 철씨 삼형제가 들어왔다.

“오느라 수고 많았으니 삼계탕 3그릇씩 먹어!”

“넷! 감사합니다. 폐하!”

그러나 삼계탕을 맛있게 먹은 철씨 삼형제는 막강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식사 후에는 곡소리가 나고 있었다. 구차하게 이런 저런 구실로 변명해보지만 다들 명령을 어기거나 또는 입을 합부로 놀린 죄를 물어 마구 굴렸다.

“매미! 선착순!”

후다닥 다다다.

철씨 삼형제는 경쟁하듯이 근처의 커다란 나무를 부여잡고 맴맴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작정한 태왕은 그들에게 크게 호통 쳤다.

“매미가 그렇게 낮게 앉아 울지 않아. 나무로 높이 올라가 매달려 울지.”

이런 식으로 최고위층의 무관인 철씨 삼형제가 마구 굴려지자 아래 단계의 고급장교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었다.

“아고야. 이제 우리는 내일부터 다 죽었어.”

“큰일이야. 우리도 빨리 닭이라도 삶아 먹거나 돼지라도 구워먹고 힘을 비축하자고.”

“그러는 것이 신상에 이로워.”

황제에게 기합을 받으면 그것은 고스란히 아래의 고급 장교들에게 내려오게 된다. 그 때문에 부하들은 단단히 마음먹고 구를 생각으로 미리 각오하는 것이다.

거대한 제국을 만든 황제가 멍청해서 그냥 철씨 삼형제를 굴리는 것은 아니다. 너무 쉽게 상륙하자 부하들의 군기가 흐트러질까 염려해서 미리 다잡아 놓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얄밉게 말을 했다.

“다 너희들 생각해서 하는 특수훈련이야. 고기를 많이 먹고 그냥 자면 살만 쪄서 건강에 좋지 않아.”

“예이!”

대답이야 잘 하지만 철씨 삼형제는 속으로 은근히 열불이 났다.

오면서 가지고온 은괴나 또는 왜군들 포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공치사를 안 하기 때문이다. 철씨 형제들은 이곳을 떠나 시모노세키 방면으로 도망치던 왜군들은 기마병들과 중간에서 조우되어 모조리 끌고 왔다. 전과를 보아서는 크게 상을 주어야 타당했다.

이런 일들이 초대형 저택에서 벌어지는 동안.

이곳도 점령지로 결정 나자 대마도 출신이 군수로 임명되어 행정권을 장악했다. 당연히 주민인 왜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비신세로 변했다.

지금은 대마도에서 살지만 본시 울산 출신인 장문 군수는 제일 먼저 공지사항을 발표했다.

“최하층인 노비에서 면하려면 우선 대진국의 군인이 되거나 또는 한국어와 한글을 익히면 면하니 다들 그렇게 알도록 널리 소식을 전해.”

“넷!”

두 번째는 주민증을 발급하기 위해 유동인구가 전혀 없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생업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계엄지구라고 해서 야간에 통행금지가 실시된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태왕은 철씨 삼형제와 같이 2000명의 친위기마부대를 이끌고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10척의 해군 함정을 비롯해 일부 보급품을 실은 대마도 화물선들은 바다를 통해 동쪽으로 이동했다.

육로로 가는 태왕 일행 뒤에는 보급을 담당하는 대마도에서 오게 된 군인들이 있었다.

“우리들은 그저 뒤만 따라가면 되는군.”

동쪽으로 이동하던 최인범은 다소 큰 마을인 하기 마을에 도착하자 대대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대대장들은 주둔하며 혹시 모를 왜군들의 반격에 대비하도록 해.”

“넷!”

하기 마을을 거점으로 삼아 주둔하라고 명령을 내린 최인범은 철씨 삼형제를 은밀하게 불러 지시했다.

“원숭이와 호랑이 사냥을 갈 것이니 밧줄과 개인 장구들을 철저하게 챙겨. 말도 별도로 한필씩 준비하고.”

“넷!”

드디어 적진으로 침투하기 위해 철씨 삼형제와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경호원 100명은 당연히 따라가고 있었다.

각자 말을 한필씩 챙기고 나자 최인범은 빠르게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오우치 영주가 후퇴해 방어선을 구축한 야마구치 성으로 가려는 것이다.

그곳으로 가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또는 혹시 오유치 영주나 그의 수하들인 장수를 만나면 저격할 요량이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태왕이 직접 침투 공작을 벌인다고 예측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매우 위험한 침투작전이라 기밀 유지가 제일 중요해 야생동물 사냥을 핑계로 부대를 떠나고 있었다.

두두두두.

철씨 삼형제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부대를 이탈해 빠르게 남쪽으로 내달렸다. 두 필의 말이 힘들어 하지 않는 범위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드디어 멀리 야마구치 성이 보이는 숲으로 우거진 야산에 도착했다.

“경호원들은 5개 조로 나누어 야마구치 성의 방어 상태를 살펴서 기록해.”

“넷!”

경호원 조장들은 모두 망원경을 소지한 상태다. 그러니 적과 가깝게 접근하지 않더라도 적의 동태를 살필 수 있으니 하는 명령이다. 10명씩 조를 짜서 50명이 정찰을 나가고 있었다. 나머지 경호원들은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루트를 만들기로 결정되었다. 이런 방법은 오래 전에 산적을 잡으러 갈 때 써먹던 방식이다.

정찰하거나 또는 요인을 암살하더라도 태왕께서 다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 준비를 단단히 했다.

“폐하! 퇴로에는 적군은 전혀 없어 안전합니다. 확실한 곳에 퇴로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알았어. 그대들은 여기서 대기해.”

“넷!”

최인범과 철씨 삼형제는 말에 올라 산길을 이용해 최대한 적진에 접근했다. 적의 주된 방어선인 서쪽 지역이 아닌 북쪽을 통해 은밀하게 침투했다.

이윽고 아주 작은 언덕의 풀숲에 도착하자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렸다. 늘 하던 방식 그대로 철병웅은 말을 지키고 나머지 두 명만 태왕을 따라 적진으로 잠입했다.

왜군들은 서쪽에 나무나 돌과 흙은 이용해 성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화포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참호를 판 모습들도 보였다.

“제법 그럴 듯하게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군.”

“폐하, 제가 보기에는 화포 공격을 당하면 쉽게 무너질 방어선입니다.”

“그렇지 않아 참호를 파면 화포 공격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해.”

적진으로 침투해 다소 안전한 골목에서 주위를 살피다가 슬며시 높은 지붕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목표로 삼는 오우치 영주가 머무는 커다란 성으로 침투할 방법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왜는 전국시대가 계속 되면서 암살자들인 닌자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성 자체가 매우 미로와 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니 외부에서 침투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아무래도 오우치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좋겠어.”

“폐하! 어떻게 끌어내죠?”

“일단 퇴로를 확보한 상태로 고급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이 보이면 무조건 사살해. 그리되면 아무리 성에 처박혀 있는 오우치 영주라도 밖으로 나와 확인할 것이니 내가 그때 저격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명령대로 시작하겠습니다.”

최인범은 성 안에서 오우치가 나오면 모습이 보이는 지붕으로 올라가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다렸다. 타초경사의 수법으로 적을 유인하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누군가가 죽었다는 고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

아무리 무력이 뛰어나도 적진에 혼자 남아서 숨어 있자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심한 요기도 느껴지고 초조해졌다.

목표를 저격하려면 상대방이 적당한 곳에 나타나길 침착하게 기다려야 하니 무작정 기다렸다. 시간이 점차 흘러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서양이 점점 붉게 물들어갈 무렵. 이때 멀리서 큰 목소리의 고함소리들이 들렸다.

“잡아라! 적이다.”

“와! 와! 대진국의 태왕이다! 잡아라!”

조용히 적을 저격하라고 했더니 자신과 비슷한 체구인 철갑웅이 모습을 드러내거나 또는 잠입한 것이 들킨 것 같았다. 그러나 병장기가 부닥치는 소리가 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철갑웅은 멀리 달아난 것 같았다.

‘이 녀석이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웅성웅성

드디어 성문 바로 앞에 우마차가 오면서 그곳에는 많은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자세하게 살피자 하나 같이 고급 철갑옷을 입은 장군들로 보였다.

‘됐어, 저런 정도의 직위의 부하가 여러 명이나 저격당했으니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나오겠지.’

그러나 쉽게 성문 안에서 오우치 영주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군들이 여러 명이나 저격당해 죽어서 그런지. 오히려 자신도 저격당할 위험성이 높아서 잔득 겁을 먹은 것이 틀림없었다. 여전히 시신들은 성문 앞에 놓여 있었다.

‘이거 저격계획이 실패하는 것 아냐?’

이렇게 판단하고 기다리던 지붕에서 막 내려가려는 중.

새로운 시신이 도착하고 성문 앞이 잠시 어수선해졌다. 그러자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리고 커다란 방패를 든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우치 양주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성문으로 나와 외마디 비병을 지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가까운 중요한 사람이 죽은 것 같았다.

저격의 기회가 아무 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저격 작전은 실패로 단정하고 포기해야 한다.

‘됐어.’

속으로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최인범은 들고 있던 활에 통아를 걸었다. 편전을 쏘기 위해 시위를 바싹 당겼다.

빠르게 시위를 당기던 최인범은 이내 쏘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방패들이 오우치 영주를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을 당기다가 말고 놓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오우치가 방패들 앞으로 나서서 시신의 위를 덮은 하얀 천을 들추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주변에 방패들이 없어 오우치 영주가 완전히 노출되었다.

저격할 기회를 노리던 최인범은 여전히 당기고 있던 시위를 지그시 놓았다.

팅! 쉬익!

짧은 화살인 편전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정확하게 오우치의 목덜미를 가격했다.

“크악!”

목덜미에 화살이 박힌 오우치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 짧은 순간에 최인범이 날린 두 번째 편전이 정확하게 오우치의 얼굴에 박혔다.

쉬익! 퍽!

두 번째 화살 공격에는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보아 첫 번째 화살에 오우치는 이미 생명이 달아난 것이 확실했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참고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저격하는 사격 실력은 가히 신궁이라고 불릴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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