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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05화 (505/519)

505화

태풍의 진로가 왜의 열도가 아닌 한반도의 전라도 지역을 통과하게 된다고 했다.

우선 해외 원정군의 해군은 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설사 이번은 운이 좋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태풍이 불어오는 왜에서의 해군 활동은 안심할 수 없었다.

‘날씨가 중대한 변수야.’

다행한 것은 규슈 지역의 왜인들 중에 유능한 뱃사람이 많아 태풍을 예측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선장으로 임명하거나 임시 보좌관으로 임명해 움직이니 나름 대비는 철저하게 하는 셈이다.

“선장은 앞으로 내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날씨를 면밀하게 조사하시오.”

“넷!”

왜에서는 태풍을 신풍이라고 해서 높이 떠받드는 경우가 많다. 과거 원나라인 몽골과 고려 군사가 연합해 침공해 올 때 태풍이 그들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왜에서는 태풍을 신풍(神風)이라고 해서 가미가제라고 부른다.

막강한 해군력을 동원해 드디어 대진국에서 정면으로 침공해 오자 왜에서는 신사로 몰려가 신풍(神風)이 불어오길 고대하는 왜인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우리를 구해주옵소서. 간절하게 빌고 비옵니다.”

“제발 비옵니다.”

남의 나라를 침공해 수많은 악업을 저지르고 살 때는 좋았다. 하지만 이제 강력해진 대륙의 힘이 자신들에게 밀려오자 암담하기만 했다.

섬나라다 보니 어디 다른 곳으로 도망칠 길도 없었다. 그래서 왜인들은 하나둘 그래도 보다 안전하다는 동쪽으로 급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쪽으로 가면 안전할 거야.”

“나중에 그곳까지 오면 어쩌지?”

“그때는 항복을 하든가? 아니면 배를 타고 멀리 떠나야지.”

막상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앞날이 진짜 걱정되고 있었다. 감히 대진국을 배신하고 온전하게 살 것이라고 믿은 민초들만 불상했다.

“영주님들이 너무 잘 못한 거야.”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우리들이야 살려 주지 않을까?”

의견들이 분분해지며 피난을 떠나던 무리들 중에서 일부는 서쪽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다. 살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고 큰 그림을 그리는 권력자들과 달리 민초들은 그저 하루하루 먹고 잘 지내면 그만이다. 누가 왕이던 영주가 누구든지 별로 상관없었다.

한편 부산포를 떠나 멀리 동해를 통해 왜로 진출한 태왕은 쾌속선 2척의 안내를 받아 목적지인 나카토(長門) 해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동북쪽으로 커다란 섬인 오미섬이 나카토와 인접해 있었다. 그곳은 간몬해협과 같이 좁은 수로로 혼슈와 매우 가깝다.

최인범은 한자로는 약간 다르지만 바둑에서 상대방의 돌을 가두어 잡는 기법인 장문(藏門)과 음이 같아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흠! 여기서는 조용히 가두어서 잡아먹어야 되겠군.”

“폐하! 무엇은 잡는단 말씀인지요?”

“왜인들을 말하는 것이지 뭔가?”

“아하! 왜녀를 후궁으로 들이는 것을 말씀하시는 군요.”

“허! 너는 헛소리 조심하라니까 또 그런 헛소리를 토하고 그래. 지금 있는 황비들도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픈데 또 여자를 옆에 두고 싶지 않아.”

태왕의 지적이 철갑웅은 기겁하고 놀라며 입을 꾹 다물었다.

‘흡! 또 내가 입방정을.’

뒤끝이 많은 태왕이라 한번 심사가 틀어지면 언제고 아주 치사할 정도로 보복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니 입조심은 자신의 신상에 이롭다.

일단 입을 꽉 다물었다. 하지만 고래로부터 거대한 제국을 창업한 황제는 반드시 주변에 수많은 비빈을 거느리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이야 젊으시니 젊은 여자가 그립지 않지만 나중에 늙어서 보라고·····. 분명히 후궁으로 아주 젊은 여자를 들일 것이니까. 내가 그때까지 살아야 해.’

태왕과 말상대를 하다가 보면 항상 자신만 바보 천치로 취급을 받으니 해보는 부질없는 생각이다.

철갑웅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은 ‘제왕은 무치라’ 고 하니 어떤 말이나 행동도 잘못된 것이 없고 항상 옳을 일로 판명나기 때문이다.

푸르고 드넓은 바다에 10척의 거대한 함선이 일자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5척의 전투함과 5척의 화물선으로 구성된 황제의 함대가 서서히 해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해안 도시를 살펴보니 사람들이 놀라서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보아하니 대진국이 이곳을 통해 침공할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 같았다. 부산하게 날뛰면서 우왕좌왕하던 그들은 일부 사람들이 장검을 들고 모여들고 있었다.

농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손에 죽창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서 들었다. 다들 두려운 시선으로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해군 함정들을 바라보았다.

‘이거야 원! 상대가 되어야 전투를 벌이는 맛이 나지.’

왜인들의 방어 태세가 너무 형편이 없으니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눈먼 화살이나 죽창에 병사들이 다칠 수 있으니 최인범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장문으로 가두고 저절로 항복하게 만들지?’

적진을 살펴보니 대포도 없었다. 별로 사거리가 길지 않은 활만 들고 창이라고 해서 죽창만 들고 있으니 너무 상대가 안 되는 적과 마주하고 있었다.

사실 이곳에 있던 정규군은 대부분 시모노세키 쪽으로 차출되어 떠났기 때문이다. 물론 떠난 군대도 그리 강하지는 않으나 아무튼 지금 있는 군사들 보다는 정예화된 군사들이다.

잠시 해안을 마주하고 기다리는 중에 후속부대인 대마도 주둔군을 태운 배들이 속속 후미에 도착했다. 그러자 더 이상 공격을 뒤로 미룰 수 없어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함장! 멀리 보이는 왜의 지휘소를 파괴하도록 해.”

“넷!”

특정한 장소를 지목해 파괴하라니 함포를 이용해 정밀 사격하라는 뜻이다. 함장은 선수에 장착된 제일 크고 위력이 강하고 정밀한 사격이 가능한 전포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포대장! 폐하께서 적의 지휘소를 파괴하라니 정밀 사격으로 명중시키도록 해.”

“넷!”

전포대장은 망원경으로 적의 지휘소를 살피고 삼각측정 방식으로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계산기를 이용해 사격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선수에 장착된 함포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발사되었다.

과쾅! 슝! 퍼벙!

아주 멀리에서 발사한 함포사격 한번으로 왜인의 지휘소인 나무로 만든 누각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으악! 으아아악! 악!”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적들의 지휘소에 있던 지휘관들은 대부분 죽어 버렸다. 전력에서 딸려 두려워 도망칠 궁리만 하던 왜군들은 이를 기화로 무기를 버리고 내륙의 산속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치자!”

“사람 살려!”

그나마 남아 있던 군인들이 먼저 도망치자 죽창을 들고 있던 농민군도 겁에 질려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참으로 허접한 놈들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인범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

“함장, 선발대를 보내도록 해.”

“넷!”

해안에 위협이 될 요소가 모조리 사라지자 화물선이 먼저 서서히 해안에 접근했다. 부두시설이 열악한 곳이라 화물선으로 접안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선발대인 화물선이 접안하고 그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병대원들이 하선하고 주변을 경계하는 가운데 전투함들도 접안을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하선을 끝내고 이어서 다른 화물선에서 말들이 하역되자 그제야 태왕이 타고 있던 전투함이 접안했다.

태왕은 하선을 끝내고 흑혈풍에 오르고 흑혈검을 높이 쳐들고 명령을 내렸다.

“적을 소탕하라!”

“와! 와!”

100명의 호위무관 그리고 100명의 경호실 요원들만 태왕의 주위에 남고 남은 병사들은 마을을 비롯해 근처의 숲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속속 많은 왜인들이 무기를 버린 상태로 끌려왔다. 대부분 노약자나 부녀자들이다. 간혹 젊은 사내들도 있기는 하지만 마을에는 청장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흠! 시모노세키 쪽으로 모조리 끌려간 것 같군.’

끌려온 사내들은 죽음이 두려워 덜덜 떨고 있었다. 여자들은 아이들을 안고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태왕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동해안 쪽에서 벌어진 이유는 최인범의 명령으로 규슈 북쪽의 간몬해협에서 장시간 대기했기 때문이다. 왜인들은 대진국에서 함정을 이용해 얼마든지 다른 지역에서 상륙작전을 전개할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병력을 한곳으로 집중시켰다.

‘등신 같은 오우치.’

변변한 대포도 제작하지 못해 수입을 해가던 놈들이 함부로 배신을 하는 행위를 벌였으니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봉건시대에 사는 왜에서는 지도자인 영주의 역량에 따라 영주민의 삶이 결정된다. 이곳은 무능력한 영주 때문에 많은 왜인들이 졸지에 저항 한번 못해보고 전쟁포로인 노비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고을에서 제일 큰 저택으로 태왕이 찾아 갔다. 저택에는 100명 정도의 젊고 어린 여자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엎드려 있었다.

“허! 여자들이 많네.”

“폐하! 키는 작지만 제법 미인입니다.”

“뭐라? 저런 정도도 미인이라고 칭하냐? 내가 보기에는 체구가 너무 작아 원숭이 암놈에게 옷을 입혀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컥!”

마을에서 그나마 젊고 예쁘게 생긴 처자들은 모두 끌려와 있었다. 오랜 전통으로 마을을 정복한 적에게 여자들을 상납하고 목숨을 구하는 전통을 따르는 행위다.

하긴 왜인들은 원역사의 현대에도 태평양 전쟁 이후 미군이 열도를 점령을 점령했을 때에도 비슷한 행위를 했으니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도 비슷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치욕으로 생각하지만 왜인들은 미군과 접합 자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문화적으로 전혀 다르게 일반 백성들이 다르게 반응했었다.

태왕은 화려한 차림의 왜녀들에게 별로 눈길을 주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왜녀들은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여자 무관들이 내 시중을 들도록 해.”

“넷!”

시중을 든다고 해서 무슨 잠자리 시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무관들은 단순하게 태왕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이다. 무술 실력이 높고 군인으로 자랐지만 사실 황궁에서 지내니 어찌 보면 황궁의 시녀들이다.

닭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태왕이라 여자 무관들은 빠르게 닭은 잡아와 인삼(장뇌삼)이나 대추나 밤을 넣고 폭 고아 내어 놓았다.

“폐하! 삼계탕이오니 드시옵소서.”

히이이잉! 히잉!

이때 저택 밖에 무수한 말이 달려와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친위기마부대가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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