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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04화 (504/519)

504화

<신궁(神弓)에 유린되는 왜>

더 늦게 합류하는 병사들은 군마들이 싼 오물을 치워야 하는 벌을 받게 되었다. 배를 타고 이동해서 그런지 군마들은 똥을 무지하게 싸고 있었다.

“어휴! 중대장인 내가 말똥이나 치우고.”

“중대장님, 그러니까 게이샤 찾기보다 부대부터 찾아야죠.”

“무슨 소리야 그동안 너무 굶어서 그게 제일 급하다고.”

“중대장님, 그러다 진짜로 군법회의에 회부됩니다.”

운이 좋아 대위로 임관한 조선군 출신 중대장은 아직도 대진국의 군기가 어떻게 엄하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노비출신으로 중대 선임하사인 상사는 전에 모시던 주인이라 옆에서 같이 있다가 똑 같은 벌을 받고 있었다.

‘어휴! 저런 멍청한 놈을 중대장으로 모시다니 정말 미치겠어. 내가 운도 지지리도 없어.’

대진국의 친위기마부대라고 해서 모두 최정예 부대원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황제를 보필하는 부대라 때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조선 출신 고위급 관료의 자제를 특채한 경우가 있어 벌어지는 사태다.

상급 지휘관은 대위가 친위기마부대에서 적응하기가 약간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노비출신인 유능한 준사관을 배치해 주었다. 그런데 하필 전에 노비로 살았던 사이로 선임하사가 되어 뒤를 따라다니려니 죽을 맛이다.

‘다음에 이상한 행동을 벌이려고 하면 대대장님께 보고하는 수밖에 없어.’

조선 왕조시절처럼 상전을 고발하지 못하는 제도는 사라지고 없으니 해보는 생각이다. 물론 신분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중대장은 별도로 있지만 부대의 모든 업무는 선임하사인 자신이 수행하고 있었다. 더구나 다른 장교도 중대에는 없으니 더욱 그렇다.

‘후방에서 보급만 담당하라는 업무도 잘 수행을 못하고.’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선임하사는 친위기마대대와는 별도로 보급품만 담당하는 부대 살림을 하는 처지다.

부두에서 떨어져 넓은 밭에 모여든 친위기마부대원들은 다소 늦게 도착한 부대원까지 합류했다. 이제 부대의 정원인 2천명이 모두 집결됐다.

부대원들 집결하자 철을웅은 친위기마부대 1대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종적으로 인원 점검을 다시하고 이상이 없으면 속히 보급품을 인수해서 출발 준비해.”

“넷!”

친위기마부대원은 2개 대대로 모두 2천명으로 구성된다. 실제 전투원인 기마대원들 이외에 마차로 뒤에서 이동하게 되는 보급부대가 따르게 되지만 기동성 때문에 해외원정팀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친위기마대원들은 스스로 말에 비상식량이나 또는 소모성 군수품을 지니고 이동해야 된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보급 병사들이 마차에 비상식량 등 보급품 이외에 건초를 가져와 나누어 주었다.

이때다 싶은 보급부대 선임하사는 즉시 중대장을 철갑웅에게 고해 바쳤다.

“감찰관님, 저는 도저히 중대장 밑에서 근무할 수 없습니다. 보직 변경을 해 주십시오.”

“무슨 일인가?”

선임하사는 중대장이 저지른 일을 미주알고주알 고해 바쳤다. 그러자 철을웅은 즉시 대대장을 불러 지시했다.

“선임하사는 앞으로 내가 데리고 가서 보급 담당관으로 근무를 시키니 그렇게 알라.”

“넷!”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에 상전이라고 위세를 떨던 중대장은 즉각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보직 자체가 말똥이나 치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야 정치적인 입김으로 중대장을 시켰는지 모르지만 철을웅은 그런 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니 과감하게 조치를 내려버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자칫 조금은 흐트러진 친위기마부대의 분위기가 일신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조치를 내리고 직접 말에게 건초를 먹이면서 철을웅은 동생인 철병웅에게 다가가 물었다.

“폐하께서 상륙하는 곳으로 우리 같이 가자.”

“형님, 폐하께서 상륙지점으로 저 혼자 오라고 했는데요.”

“폐하로부터 당초 명령이야 그렇게 받았지만 시모노세키 항구를 온전하게 점령했으니 우리가 남아서 할 일이 별로 없어! 더구나 민간인들까지 모조리 데리고 후퇴했으니 더욱 그렇고.”

“폐하께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나중에 군법으로 처벌 받게 되면 어쩌려고요?”

“너는 그게 겁나서 폐하를 안전하게 모시는 일을 소홀하게 하려는 거냐? 우리의 임무는 시모노세키에서 약탈 행위를 방지하라는 것이니 이미 임무가 사라졌어. 그러니 둘이 같이 가도 돼.”

“알았어요. 그럼 같이 가시죠. 형님,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형님은 약간 뒤에서 예비로 가져온 군마에 보급품을 가지고 오세요.”

태왕께서 상륙할 지점으로 철병웅이 1천명의 기마부대를 이끌고 먼저 출발했다.

“형님, 저 먼저 갑니다.”

두두두두

수많은 기마병들이 빠른 속도로 떠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바라보는 철을웅은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태왕과 같이 지내면 가끔 혼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긴 나도 금방 가니까.’

많은 부대가 부두를 통해 상륙하고 있었다. 혼란한 가운데 속속 후속으로 군마나 기타 마차들이 도착했다.

철을웅은 예비군마를 500두 인수하고 또한 화살이나 기타 보급품을 인수했다. 2대대원을 다시 점검하고 난 철을웅은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어느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철을웅은 자신들의 행보를 들키지 않으려면 밤에 떠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밤에 이동하는 것은 적의 기습 공격이 염려가 되어 망설였다.

‘정찰병을 보내도 위험해.’

이때 총사령관인 척계광이 부대로 찾아왔다. 그는 해안선을 따라 후퇴하는 왜군을 어느 정도 소탕하자 해외원정군 총사령부가 설치될 시모노세키로 돌아왔다.

철갑웅이 부대원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척계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감찰관님, 폐하께서 상륙하시는 지점으로 가시려고요?”

“그렇다. 그러니 내가 없더라도 총사령관으로 신중하게 처신해서 점령지에서 약탈이나 반란 행위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

“넷!”

아직은 후속부대가 온전하게 규슈에서 넘어오지 않은 상태다. 철을웅은 그런 점을 고려해 2대대원과 같이 하룻밤을 시모노세키에서 머물렀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철을웅은 친위기마부대 2대대원들과 같이 500필의 말에 군수품을 싣고 서둘러 떠났다. 이제부터는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니 척후병들을 전방으로 내보내고 신중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시모노세키에 임시로 원정군 총사령부를 만든 척계광은 규슈지역에서 넘어오는 군사들을 빠르게 배치해 우선은 방어 작전에 필요한 진지를 구축했다.

“부두를 중심으로 도시의 외곽에 방어벽을 구축해.”

“넷!”

그와 더불어 규슈에서 넘어온 부대를 주축으로 점령군을 별도로 편성했다. 이젠 부터는 점령지에 대한 통치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풍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 해군 함정들을 보다 안전한 곳에 정박시키고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 시모노세키를 떠날 예정이니 이곳을 보다 안전한 후방 기지로 만들도록 해.”

“넷!”

점령지인 시모노세키를 시로 구분하고 기타 지역은 모두 군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커다란 지도를 보면서 왜에서 통치하던 행정 구역을 참조해 새롭게 행정 구역을 정했다.

“행정 책임자로 결정된 지휘관들은 속히 부하들을 이끌고 임지로 떠나도록 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많은 병사들이 규슈에서 혼슈지역으로 넘어 왔지만 점령지 통치를 위해 분산되어 떠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진짜 전방으로 투입할 병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대진국이나 조선 지역에서 넘어온 정규군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규슈 지역에서 살던 왜인이나 또는 조선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군인으로 변해 점령지로 배치되는 것이다.

시모노세키 서쪽 지역으로 병사들을 보내고 남은 정규군으로 부대를 재편성했다. 그리고 그런 정예부대는 오우치 가문이 도망친 야마구치 지역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외원정 사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병력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 해외 원정군은 보병과 포병을 포함해 모두 5000명에 불과했다. 그와는 별도로 기마병의 수가 2000명만 있을 뿐이다.

보병 사단을 전방에 배치하고 야마구치로 진격을 명령하고 나자 척계광은 시모노세키 항구를 시장인 연대장에게 인계했다.

“연대장, 앞으로도 계속 점령지가 늘어나니 후방으로 보낸 병사들의 경우 치안이나 기타 반란세력이 없을 경우는 전방의 점령지로 보내 치안 유지와 통치를 할 수 있도록 하시오.”

“넷!”

이런 방식은 규슈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사실상 모든 행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점령군인 지역책임자는 대부분 조선에서 넘어온 양반 출신인 문관이나 무관이다.

과거 벼슬이 높았던 초시를 겨우 통과한 사람이 하나의 고을을 다스리는 목민관으로 임명되어 군사들과 같이 근무하게 된다.

“왜로 오기를 잘했어. 조선에 있는 것보다 출세가 빨라서 좋아.”

“당연하지 우리도 목숨 걸고 현해탄을 넘어 왔잖아.”

“왜인들을 통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야.”

“뭘 어렵게 생각해 앞으로 점령지의 모든 왜인들은 일정기간 노비의 신분인데.”

양반으로 살면서 노비를 다루는 방법에 정통했다. 이들은 왜인들을 다루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더구나 군정을 실시하게 되니 고을의 수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태왕께서는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불만이 많던 양반들을 따로 모았다. 왜로 보내서 관료로 근무할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조선 지역의 불만 세력을 이런 식으로 외부로 방출하는 것이다.

왜와의 전쟁은 많은 효과를 기대하고 벌이는 중이다.

척계광은 태풍이 지나기를 기다리면서 시모노세키에서 주둔해 점령지를 관리했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즉시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 때문에 점령지에서 벌어지는 행정 업무나 경제 활동에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도지사로 내정된 사람은 전에는 조선에서 경상도 관찰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총사령관, 도청 소재지는 도대체 어디요?”

“도지사님, 그건 앞으로 점령할 야마구치를 도청으로 삼으라는 명령입니다. 그러니 행정 업무를 인수할 준비를 해두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소.”

드디어 바람이 더욱 거세지더니 본격적으로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척계광은 시모노세키의 부두에서 선장들을 만나서 태풍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태풍의 진로가 어찌 변한다고 판단들 하시오?”

“총사령관님, 비록 태풍의 영향을 받기는 하고 있지만 이번 태풍은 제주도 서쪽을 지나 한반도의 서쪽인 나주 지역을 통과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라도에 상륙하면 지리산의 높은 산자락의 영향으로 위력은 약해져 경상도 북부와 강원도 남부를 통과해 동해로 가서 소멸될 것입니다.”

“선장들의 판단이니 믿어 보기로 하지.”

“총사령관님, 저희를 믿으셔도 됩니다. 이미 제주도 지역은 엄청난 폭우가 내리며 강풍이 불고 있사오니 저희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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