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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03화 (503/519)

503화

하늘이 검게 보일 정도로 수많은 포탄들이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해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상륙하는 선발대를 이끄는 선봉장은 철을웅과 철병웅이다.

큰 덩치인 두 사람은 모두 특수 갑옷을 입고 있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번득이는 철갑옷을 입은 상태로 병사들의 선두에 서서 돌진했다.

“돌격!”

“와! 와!”

철씨 형제는 약 100명씩의 부하들을 이끌고 각기 다른 곳에서 돌진했다. 빠르게 해안의 방어진지를 통화한 철씨 형제는 시모노세키의 부두로 향했다.

왜군들은 이미 후퇴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허접하겠지만 활을 가진 저격병도 남아 있을 수 있다. 후퇴를 위장하고 매복군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부두의 광장에는 어지럽게 널려있는 생선상자를 비롯해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가끔 작은 똥개들이나 고양이들이 흐트러져 있는 생선들을 물고 급하게 좁은 골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어느새 모조리 도망쳤어.’

왜군들이 모조리 철수해 버리자 약간 허탈감마저 들었다.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왜인들의 행동이 그저 황당해 보이기만 했다.

‘이러려면 왜 배신을 해. 등신 같은 놈들.’

빠르게 이동하던 철씨 형제와 부하들은 속도를 늦추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부두만 장악하면 상륙작전은 성공이라 긴장된 상태로 부두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쾅! 쾅! 쾅!

부둣가를 수색하는 철을웅이 이끄는 선발대 위로 많은 포탄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척계광이 이끄는 함선들이 부두에 접근하면서 멀리 내륙 지역으로 포탄을 날리는 것이다.

사방에서 터지는 폭탄 때문에 매콤한 화약 냄새와 불탄 그을림이 코를 심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사거리가 긴 함포로 발사하기 때문에 아주 먼 지역까지 포탄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포격은 일시에 멈추고 있었다.

후미에서 도망치는 왜군이나 또는 피난민들까지 사거리 밖으로 멀리 달아났기 때문이다.

함포 공격으로 몇몇 곳에서는 가옥들에 불이 붙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불들은 대진국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재빠르게 진압해 버렸다.

“부두의 집들로 들어가 수색해.”

“넷!”

부두에 있는 커다란 창고나 기타 왜인들이 숨어 있을 만한 장소를 재빠르게 수색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왜인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군들은 일반 주민들까지 모조리 끌고 철수를 했다.

‘흠! 말이 있으면 추적해서 잡을 수 있는데.’

잠시 이런 생각을 하지만 우선 부두 주변의 수색이 제일 급선무다.

철씨 형제가 수색을 서두르는 이유는 최대한 빨리 부두 주변을 장악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장악한 부두를 통해 후속부대가 배를 이용해 상륙작전을 펼친다.

두리번두리번

잠시 이동 속도를 늦추며 수색작업을 하던 중 골목길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빠르게 내달렸다.

큰 저택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철을웅의 눈에 미처 도망치지 못한 10여명의 사무라이 무리가 보였다.

“적이다!”

부하들은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크게 외쳤다. 전투를 벌이고 있으나 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나타난 적이 마치 보물로 보인 것 같았다.

사무라이들은 손에 비단으로 만든 자루 하나씩을 들고 허둥대는 모습들이다. 이것으로 보아 아마도 텅 빈 저택에서 재물을 약탈하느라 다소 늦게 남았던 것 같았다.

문뜩 ‘재물과 목숨을 바꾸는 어리석은 놈들’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야앗!”

철감웅은 크고 무거운 청룡언월도를 들고 사무라이들에게 돌진했다. 사무라이들도 긴 장검을 뽑아들고 대적했다. 크게 반원을 그리며 휘두르는 청룡언월도와 장검이 부닥쳤다.

챙!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가 들이며 사무라이가 든 장검은 반으로 부러져 버렸다. 무지막지한 힘과 청룡언월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져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번쩍하는 느낌이 드는 공격이 이어졌다.

휘익!

“크아악!”

허망하게 들고 있던 장검이 부러지자 당황한 사무라이의 가슴에 다소 투박해 보이는 청룡언월도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러자 사무라이 가슴에서는 검붉은 피가 품어지며 땅에 뒹굴고 말았다.

휘익! 휘익! 챙! 챙! 챙!

이것을 시작으로 청룡언월도를 들고 춤을 추기라도 하듯이 화려한 모습으로 산발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철을웅은 사무라이들을 향해 매섭고 빠르게 공격했다.

휘익!

“컥!”

휘익!

“크아악!”

휘리릭“큭!”

10명의 사무라이 무리는 각자 전혀 다른 비명이나 신음을 토하며 하나둘 땅에 쓰러져버렸다. 힘이나 무술 실력이 월등하게 차이가 나니 쉽게 적을 무찌른 것이다.

빠르게 사무라이들을 처치한 철을웅이 잠시 한숨을 돌렸다.

“후!”

길게 숨을 토해내는 그의 코에는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감독관님, 은괴입니다.”

“뭐? 은괴?”

“넷! 이놈들은 모두 비단 자루에 은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 은괴는 별도로 잘 챙기고 사무라이들의 품에 특별한 신분증이 있나 확인해봐.”

“넷!”

철을웅이 사무라이를 처치하고 그들이 소지한 은괴를 비롯해 신분을 확인 하는 동안.

부하들은 주변을 경계하거나 또는 수색하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봐도 죽어버린 사무라이들 이외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겁에 질린 똥개가 골목길에서 고개를 내밀며 눈치를 보는 정도다.

그저 을씨년스러운 적막감마저 드는 고요함이다.

“감찰관님, 적은 이미 멀리 후퇴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부두 주변을 다시 철저하게 수색해.”

“넷!”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부두 주변을 수색하는 동안.

부두 주변에 왜적들이 보이지 않자 선발대에 합류한 친위대대장이 서둘러 깃발을 장대에 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활을 쏘아 효시를 날렸다.

쉬이익! 삐리리리!

선발대에서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자 수많은 배들이 질주해 부두로 다가왔다.

대진국 군대가 완전히 장악한 시모노세키 부두에는 어느새 큰 화물선이 도착했다. 빠른 동작으로 많은 군마나 또는 화포나 군수품을 내리고 있었다.

또한 부두에 접한 갯벌에는 작은 배들이 수많은 병사들을 태우고 도착해 속속 토해내고 있었다.

“하선! 부대원은 신속하게 약속한 장소로 모여.”

“와! 와!”

척계광이 선두에서 지휘하는 해군은 함포사격으로 시모노세키의 왜군들을 격퇴시키고 부두를 완전히 장악했다. 일단 부두를 장악한 해군들은 서둘러 함정에서 병사들을 내려놓고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전속력으로!”

“동진하라!”

둥둥둥 둥둥둥

명령을 받은 해군 함정들은 빠르게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간혹 집단으로 후퇴하는 왜군들이 보이면 함포 사격을 퍼부었다.

쾅! 쾅! 과광! 쾅!

왜군들은 내륙 지역으로 도망친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도망치는 놈들도 많았다. 해안선을 따라 도망치는 적을 소탕하는 임무는 해군에게 있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었다.

한편 거의 무혈로 시모노세키를 점령하자 부두를 통해 군마와 대포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병사들이 부두 주변에 모여들었다. 모두들 등에 배낭을 멘 완전군장 차림이다.

“부대 정렬!”

착! 착! 처벅 처벅.

도열한 대진국 병사들의 일부는 검이나 활 또는 창으로 무장했다. 주로 늦게 합류한 조선 출신 병사들이다. 그러나 일부는 손에 소총을 들고 있었다. 소총에는 대검이 달려 시퍼런 빛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조선 출신들은 소총을 보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이 도망쳤으니 우선 부하들이 상륙을 끝내면 모두 모아서 인원 점검을 비롯해 이동 준비를 끝내야 된다. 그래야 빨리 기마부대를 이끌고 태왕이 상륙하는 곳으로 갈 수가 있다.

“서둘러라!”

“넷!”

수많은 해군 함정 그리고 화물선, 무역선, 어선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좁은 수로인 간몬해협을 넘어 규슈에 주둔 중인 병사들이 속속 이동되었다.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쪽 해안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일시에 좁은 공간으로 많은 병사들이 모여들자 소란스럽고 혼잡스러웠다. 적이 사라져서 그런지 병사들은 잡담을 나누거나 소란스럽게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말을 탄 연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잡담금지! 2대대원은 동쪽! 3대대원은 서쪽!”

우르르. 와글와글.

부두에는 산발적으로 상륙에 성공한 병사들이 부대의 소속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부두의 제일 넓은 공간을 비워놓고 부대들이 빠르게 인원 점검을 했다.

“1중대! 1중대원은 동쪽 주둔지로 이동!”

소속 부대원의 8-9할이 모이면 즉시 부두의 광장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일정한 구간에 방어선을 구축해야 된다.

뒤떨어진 병사가 있지만 그들까지 챙기려고 부두의 공간을 차지하니 서둘러 떠났다. 여시서 뭉그적거리면 상륙 작전에 차질이 있어 재빨리 자리를 비워주고 있었다.

이미 상륙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휘하 부하들에게 시모노세키를 점령하면 부대 단위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주둔할 지역을 알려준 상태다.

늦게 도착해 낙오하는 병사들은 부지런히 내달려 먼저 이동한 소속 부대로 합류했다.

“천 상병! 너는 탈영병이야.”

탈영병은 바로 군법으로 처형당하기 때문에 늦게 도착한 병사들은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지휘관은 이내 천 상병에게 다르게 명령했다.

“너는 부대 화장실 만드는 작업장으로 가.”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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