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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502화 (502/519)

502화

약간 거세지는 바람이 조금 신경 써지기는 하나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함정들의 이동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멀리 동쪽으로 드디어 대마도의 북단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함선에서 함포가 발사 되었다.

펑! 펑!

두 발의 함포가 발사되자 멀리 대마도의 산자락에서도 대포가 발사되고 있었다. 서로 아군임을 알리는 신호다.

왜에는 많은 배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미리 상대방에게 알리는 방법이다.

이어서 태왕이 이끄는 함선들이 보다 섬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대마도의 대포에서 불꽃놀이용 포를 쏘았다.

펑! 파바박! 펑! 팟!

푸른 하늘에서는 한 낯임에도 붉은 빛과 노란 빛이 어우러진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태왕의 깃발을 보고 축포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흠! 대마도 방어 사령관이 잔 머리를 좀 쓰는군.’

신하들의 아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요란한 축포 소리와 더불어 2척의 쾌속선이 빠르게 다가왔다. 다시 기수를 돌려 선두에서 전진하며 항로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태왕께서 가시는 길이라 안내를 하려는 것이다.

함정들은 쾌속선들의 안내를 받으며 대마도의 북단을 지나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향했다. 왜의 혼슈로 직접 가기 위해서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때 선장이 다가와 태왕에게 물었다.

“폐하! 어디로 가죠?”

“북쪽의 나카토로 간다. 깃발로 신호를 보내서 쾌속선이 나카토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해.”

“넷!”

시모노세키와는 상당히 떨어진 곳인 나카토로 향하는 이유는 그곳으로 상륙하면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진격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에도 여러 번 그런 작전을 펼쳤었다.

이미 선발대로 가게 된 친위 기마부대가 시모노세키에서 상륙 작전에 동참하고 그쪽으로 이동해 자신과 합류하기로 했다.

철병웅이 척계광과 같이 상륙 작전에서 성공을 거두면 친위기마부대는 빠르게 그곳으로 이동해 태왕을 마중하기로 약속했다.

‘설사 상륙 작전을 실패했거나 다소 지연되더라도 북부 지역이라 태풍을 피하면서 기다릴 항구들이 많으니 그곳이 상륙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야.’

이는 전생의 일본과 전쟁이 터져 한국의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펼치게 되면 포항에서 동해를 거쳐 바로 그쪽으로 상륙하기로 예정된 곳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감회가 새롭다.

‘의미가 깊은 곳이야.’

10척의 함정은 빠른 속도로 혼슈의 해안선을 따라 동해로 접어들어 나카토로 향했다. 그러자 대마도에서 있는 많은 배들이 태왕이 이끄는 함대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제 전선은 왜의 혼슈로 결정되었다. 그 때문에 대마도에 주둔 중인 보병이나 포병은 일부만 남기고 태왕을 따라 출전하게 됐다.

한편 태왕의 명령으로 해외원정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척계광은 왜의 시모노세키를 공격하고 있었다.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왜군과 대적하고 있다가 드디어 상륙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불과 1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한 좁은 해협은 작전을 펼치기가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간몬해협을 중심으로 양쪽의 규슈 해안선을 따라 함대를 포진시켰다.

이런 정도 거리라면 적의 대포의 포탄으로 함대가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함대가 포진을 끝내자 척계광은 추상 같이 명령을 내렸다.

“전 함대 함포 발사!”

“전 함대 해안선을 따라 일제 사격!”

쾅! 쾅! 콰과광!

하얀 연기를 품으며 규슈의 해안에 포진한 수많은 함정들이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수많은 대진국의 함선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좌우기동을 신속하게 하며 양쪽에 장치된 함포를 시모노세키의 해안을 따라 발사했다.

쾅!

“으아악!”

“으악!”

해안선을 따라 포진지를 구축한 왜인들의 진영에서 포탄이 터지면서 비명소리가 요란했다. 매섭게 날아오는 포탄의 위력은 대단했다.

속수무책으로 일방적인 함포의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대응 사격하라!”

펑! 퍼벙! 펑!

그나마 온전한 왜의 대포들이 함대를 향해 발사를 해보지만 사거리가 너무 짧아 그저 탄알들은 모조리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왜군들은 큰 착각을 했다. 전에 대진국에서 왜로 수출해 팔아먹은 대포의 위력을 믿고 해안선에 방어벽을 구축한 왜인들은 기겁하며 놀라고 말았다. 자신들이 보유한 대진국 제품인 대포들의 위력은 함포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쇼군! 함대까지 철탄이 도달하지 못합니다.”

“저런! 이를 어쩌지?”

대포의 사거리도 너무 짧고 대진국의 함포에서 발사된 포탄들은 터지는 포탄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들은 무거운 철로 만든 탄환을 사용한다. 자신들이 보유한 대포의 사거리 밖에서 쏘는 함포의 위력은 대단했다.

펑! 과광! 광! 과과광!

우레와 같은 큰 함포소리는 이어지는 터지는 포탄의 위력과 함께 공포심을 자아내게 했다. 적과 정면으로 대적하기도 전에 이미 전방에 포진한 포병들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부상자나 사망자가 속출하고 겁에 질린 왜의 병사들이 다겁해서 뒤로 달아나고 있었다. 이미 해안선을 따라 구축한 방어선은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런 상태의 전투라면 해보나 마나한 싸움이다.

‘이미 적에게 승기를 놓쳤어.’

나름 전쟁 준비를 철저하게 했지만 모두 허사가 되어 버렸다.

이 지역의 맹주인 오우치 가문은 오래전에 대진국의 태왕에게 충성을 맹세 했었다. 그리고 서로 우호적이라 무기도 수입해 오거나 또는 일부 무역선을 운항하는 허가도 많아 부를 축척했다.

그러나 오우치 가문은 천황의 달콤한 유혹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대진국과 협력 관계를 청산하면 왜 전체를 다스리는 쇼군으로 만들어 준다는 말에 배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오다의 은광에서 나오는 은괴를 대진국으로 보내지 않았다. 은광에서 생긴 자금을 바탕으로 대포를 수입하고 전쟁 준비를 했다. 물론 대포뿐만이 아니라 병사들에게 무기도 지급하고 전력 강화에 힘썼다.

이미 상국으로 모시던 대진국에게 겉으로는 은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전과 다르다고 변명을 했었다. 엄청난 양의 은이 생산되는 광산의 은을 대진국에게 바치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배신한 결과가 이렇게 되다니.’

후회가 막심이지만 이미 늦은 후회다. 이제는 자신은 물론 가신이나 주민들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달려 있었다.

해안의 포병부대가 무너지자 대진국의 함대는 약간 전진했다.

쾅! 광! 콰과광!

우렁찬 함포사격이 다시 시작되자 해안선에서 약간 떨어져 있던 보병 부대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순간 수많은 보병들이 죽어가고 이어서 후미에 있던 기마부대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대진국에서 상륙부대를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도 철저하게 왜의 방어벽이 무너지고 말았다.

방어벽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내륙 쪽으로 급하게 후퇴하자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적은 바다 멀리서 함포로 공격하고 자신들은 육지에서 그저 포탄 세례만 그대로 맞고 있었다.

첫 번째 교전에서 이미 상대방과 전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자 오우치 영주는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요시무라! 시모노세키를 포기한다. 적이 상륙하기 전에 전 부대원은 속히 무기와 보급품을 가지고 야마구치 성으로 철수하라.”

“넷!”

시모노세키에서는 상당이 떨어진 야마구치 성이다. 내륙 중심에 위치해 방어하기가 좋았다. 자신의 영향력 하에 놓은 성이라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가서 전열을 가다듬어 백병전으로 승부를 내자고.’

그런 정도 떨어진 거리라면 철수하게 된 병사들을 추슬러 지상전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태풍이 몰려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풍으로부터 자신들의 병사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심산도 있었다.

태풍이 오면 적의 막강한 함대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리고 대포는 폭우로 사용하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기회가 온다고 판단했다.

내륙지방으로 가면 적은 잘 모르는 지역에서 자신들과 백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다소 늦었지만 작전을 대폭 변경하는 것이 현재로는 현명한 판단이다.

“철수! 철수!”

“민간인도 모두 식량을 들고 야마구치까지 철수하라!”

“영주님, 모조리 떠납니까? 그렇다면 집은 어떻게 하죠?”

적에게 아까운 도시를 내주게 됐으니 초토화 작전으로 가옥에 불을 질러야하냐는 뜻이다.

이런 질문을 받자 오우치는 그런 초토화 작전을 사용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화려하게 지어놓은 성이나 또는 큰 건물들이 너무 아까웠다. 엄청난 재력을 소모해 건축한 대형 건물들이다.

‘불로 태워버리기는 너무 아까워.’

근검절약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오우치 영주는 언젠가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화려하고 큰 건물들이 아깝기도 하고 미련이 남아 초토화 작전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물욕에 눈이 어두워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냥 떠나자.”

“넷!”

오우치 진형에서 철수 작전이 진행되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발견한 척계광이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함대 전진! 보병과 포병은 상륙을 시작하라!”

“넷!”

둥둥둥. 둥둥둥.

지휘함선에서 대북이 크게 울리고 상륙작전을 펼치라는 깃발이 올랐다. 규슈 해안에 정박 중에 많은 배들이 일제히 간몬 해협을 넘어가고 있었다.

지상군을 실은 많은 작은 배들이 이동하자 그에 따라 함대도 점점 북쪽의 해안으로 접근하며 함포를 발사했다.

척계광은 철수하는 왜군들은 그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보내면 반드시 그들은 내륙에서 반격작전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악 지역이 많은 왜의 내륙에서는 함대야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대포의 위력 차이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왜의 포병부대를 목표로 공격해.”

“넷!”

오우치 영주의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 고가를 주고 구입한 대포가 아까워 버리지 못했다. 말과 사람이 동원되어 빠르게 대포를 뒤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런 왜인들을 향해 함대에서는 연신 함포 사격을 가했다. 그러자 수많은 대포는 해안에서 얼마 가지 못하고 부서지거나 버리고 왜인들은 바쁘게 멀리 달아나게 되었다.

이때 시모노세키 해안에 도착한 선발대가 크게 함성을 지르며 배에서 뛰어내려 앞으로 내달렸다.

“돌격!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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